공인중개사 자격은 있지만 개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실 유리창 등에 부동산 중개 대상물을 광고한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공인중개사법 위반 및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1도4784).
A씨는 2019년 3월 충남 천안시 모 컨설팅 사무실 전면 유리 부분에 '월세 B아파트 19평(방2, 거실1) 보증금 200/35', '매매 C아파트(32평), 연락처, 금액 : 상의 결정(최상의 자재로 올 수리)' 등 부동산 중개 대상물을 표시했다. 또 사무실 앞 도로가에 'Cafe형 부동산'이라는 문구가 적힌 거치식 원형광고판을 설치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은 갖고 있지만 개업 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부동산중개사무실 개업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유리에 붙인 것 뿐 실제 중개행위는 하지 않았으므로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원형광고판도 광고물 설치가 금지된 전봇대가 아닌 사유지에 설치된 전화케이블 기둥에 한 것이므로 옥외광고물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항소했다.
2심은 "공인중개사법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8조의2 제3항)'고 규정하고 있고, 개업공인중개사라 함은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한 자(제2조 4호)"라며 "A씨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고 중개대상물에 대해 표시행위를 한 것이므로 법 위반에 해당한다. A씨가 중개사무소 개업을 준비하고 있었는 지나 실제 중개행위에 나아갔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봇대가 아니라 사유지에 있는 전화케이블 기둥에 설치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A씨가 국토계획법상 도시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도로경계선으로부터 500m 이내에 광고물을 설치한 이상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지역 외의 지역의 고속국도·일반국도·지방도·군도의 도로경계선으로부터 수평거리 500m 이내의 지역에는 광고물 등을 표시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전봇대에 광고판을 설치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고, A씨가 수사를 받게 되자 광고를 철거하고 사무실 운영을 중단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을 20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