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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아내 살해' 대형로펌 출신 미국변호사, 1심서 징역 25년
<사진=연합뉴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형로펌 출신 미국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해 이같이 선고하고 압수된 쇠파이프 등을 몰수한다고 밝혔다(2023고합1195).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너무 잔혹하고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다"며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데서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을 내뱉기까지 피해자가 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피해자의 자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엄마가 죽었는지를 인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들이 커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이혼 소송 제기 후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경찰과 소방이 아닌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부친이 범행 현장에 도착한 이후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한국인으로, 국내 대형로펌에 근무하다 퇴사했다. 그의 부친은 검사 출신으로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살인
미국변호사
아내살해
한수현 기자
2024-05-24
형사일반
[판결] '기레기' 모욕적 표현은 맞지만… 전체 맥락상 사회상규 반하지 않으면 모욕 아냐
'기레기(기자+쓰레기)'는 모욕적인 표현이 맞지만,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상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한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재확인됐다. '기레기'라는 표현은 기자를 비하해 부르는 비속어로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기레기라는 표현을 담은 댓글이 언론인인 피해자의 고소 등 행태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4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6987). 시민 기자인 A 씨는 2019년 8월 모 언론사 대표이자 해당 언론사가 발행하는 지역 신문 기자인 B 씨에 대해 "B 씨는 ○○ 지역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이전에도 B 씨의 선거 관련 보도나 B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의혹을 제기하거나 해명을 촉구하는 취지로 B 씨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글을 여러 번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B 씨는 A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B 씨는 이어 지역신문에 이러한 경위를 알리면서 정확한 진실 파악 없이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쉽게 글로 옮기는 형태가 사회에 민폐를 끼친다는 취지의 사설을 게시한 뒤 이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이후 둘은 댓글로 언쟁을 이어갔고, A 씨는 자신의 SNS에 B 씨가 작성한 기사를 논평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에 제3자가 "바른 글이라 공감이 간다"는 댓글을 달자 A 씨는 "B 씨는 이 지역에서 거물급 기레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에게 고소를 받으니 영광이죠. 조사 받으러 가면 정체폭로 해줘야죠"라고 댓글을 달아 기소됐다. 한편 수사기관은 A 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1심과 항소심은 A 씨의 모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기레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이라는 원심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B 씨의 공적·사회적 활동과 관련해 A씨가 자신의 의견을 담은 댓글을 작성하며 '기레기'라고 표현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그 경위와 배경, 게시글과 '거물급 기레기'가 포함된 댓글의 작성·게시 동기와 내용의 흐름과 맥락, 전체적 연관성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표현은 B 씨가 언론사 대표로서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의혹을 제기하거나 해명을 촉구한 A 씨를 고소하자 A 씨가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게시글에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섞어 부분적으로 사용한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욕죄
기레기
모욕
박수연 기자
2024-05-24
형사일반
[판결] 대법원 전합 "별건으로 구속된 피고인도 국선변호인 선정돼 조력받아야"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피고인이 별도의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구금 상태까지 포괄한다고 판단하면서 형사사건의 구속을 한정 해석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상해,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도6357). 인천지법은 2020년 9월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 판결은 2021년 3월 확정됐다. A 씨는 2020년 12월 상해 등 다른 사건으로 기소됐는데, 앞선 사건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1심 및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A 씨는 이후 기소된 사건 1심에서 '빈곤 기타 사유'를 이유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항소심에서도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1,2심은 A 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A 씨는 구속 상태에 있던 자신을 위해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1심과 항소심이 위법하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에서는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 중 '구속'에 대한 의미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앞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봤다. 하지만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돼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선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를 종래 판례 법리처럼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인 경우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날 대법원 다수의견(10명)은 "해당 조항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는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다수의견은 "구금 상태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제약이나 사회와의 단절 등으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실질이나 제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러 죄가 하나의 재판절차에서 진행되는지 또는 분리돼 여러 재판절차에서 진행되는지 등의 사정에 따라 이론적으론 피고인의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 구속과 별건 구속 또는 형 집행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볼 여지가 크고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방어권이 제약되는 '구금 상태'라는 점에선 전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변호인의 조력 없이 이뤄진 1심에서의 증거조사절차 등의 위법성을 감안해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해 변호인을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런 조치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동원, 노태악, 신숙희 대법관은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한 항소심의 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원심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했으나 해당 조항에서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하는 것은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돼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종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은 해당 형사사건에서 적정한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이므로 해당 조항이 정한 구속 또한 특별히 그 의미를 달리 볼 수 있는 규정을 두지 않는 한,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신병확보를 위한 구인 또는 구금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구금상태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문언 및 체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충실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법조문을 목적론적 해석에 맞춰 정의하는 것은 입법을 해석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돼 타당하지 않다"며 "특히 유죄판결이 확정돼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사람은 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사람이지 구속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문언상 분명함에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 문언의 가능한 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구금으로 방어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상해
건조물침입죄
형사소송법
한수현 기자
2024-05-23
형사일반
[판결] '공직선거법 위반' 김보라 안성시장, 무죄 확정
<사진=연합뉴스>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선거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해 배포하고, 선거운동 기간 전에 연말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보라 안성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시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2064). 김 시장은 2021년 12월경 선거운동 기간 전 1만9000여 명의 시민에게 과거 선거법 위반사건의 재판 결과가 포함된 연말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일 60일 전인 2022년 4월 '민선 7기 2주년 행사'를 개최하면서 부서방문 직원 격려 행사 명목으로 530만 원 상당의 음식을 시청 공직자 1398명에게 돌린 혐의도 있다. 또 지방선거 직전인 2022년 5월 철도 유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선거 공보물에 '32년 만에 철도 유치 확정' 등의 허위 사실을 담아 발송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항소심은 김 시장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시청 직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선거공보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에 대해서는 '철도 유치 확정'이라는 표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선거
허위사실
김보라
공직선거법
한수현 기자
2024-05-23
형사일반
[판결] 은신처·대포폰 마련 부탁해도 대법원“범인도피 교사 아냐”
마약 밀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지인이 마련해 준 은신처와 차명 휴대폰을 통해 도피생활을 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은 피고인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통상적 도피 행위의 범위를 벗어나 적절한 방어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통상적 도피 행위에 해당해 적절한 방어권 행사로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무죄 취지로 원심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4도3252).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향정 부분은 법리 오해가 없으나 범인도피교사에 관해선 법리 오해가 있다”며 “원심이 마약(향정)과 범인도피교사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2021년 10월 검찰은 A 씨가 공범들과 두 차례에 걸쳐 태국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1.5kg을 밀수입했다는 범죄사실로 A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이튿날 A 씨는 지인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법적으로 어지러운 일이 생겼다. 어디 머물 곳이 있느냐. 휴대전화 1대만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A 씨와 B 씨는 해당 마약 밀수 사건 공범의 소개로 2010년 알게 돼 1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였다. B 씨는 A 씨의 부탁에 따라 2021년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자신의 주거지에 A 씨를 숨겨주고 차명 휴대전화를 마련해줬다. 또 주거지로 찾아온 검찰수사관들에게 “A 씨의 전화번호를 모르며 (A 씨에게) 연락하려면 다른 지인에게 부탁해야 한다”고 거짓말해 A 씨를 도피시켰다. 소송에선 B 씨에게 도피를 도와달라고 부탁해 수사망을 피해 다닌 A 씨의 행위가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스스로 죄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 원칙’에 따라 도망가거나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도피하게 한 행위가 형사사법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등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151조 제1항에 따라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1심과 항소심은 향정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 씨가 B 씨에게 은신처를 은폐하도록 부탁하고 수사진행 과정을 확인하며 태국으로 도피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통상적 도피행위와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방어권을 남용한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와 B 씨는 10년 이상의 친분 관계 때문에 B 씨가 A 씨의 부탁에 응해 도와준 것으로 보이며 도피를 위한 인적·물적 시설을 미리 구비하거나 조직적 단체를 구성해 역할 분담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B 씨가 A 씨에게 은신처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마련해 준 것은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A 씨와 B 씨 사이에 암묵적으로 ‘A 씨가 검거될 위험이 있다고 보이면 A 씨의 소재에 관해 허위로 진술함으로써 도피시켜 달라’는 취지의 의사가 있었고 그 결과 A 씨가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사나 도피의 결과를 형사피의자로서의 방어권 남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도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범인도피교사
밀수
마약
홍윤지 기자
2024-05-22
형사일반
[판결] 건설공사 원가계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무단 복제해 판매…대법서 징역 2년 확정
다른 회사의 공사 원가계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를 허락 없이 복제한 후 판매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에게 대법원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2023도17354). A 씨는 2017년 1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 기업인 B 사의 건설공사 원가계산용 프로그램인 'EMS 프로그램'의 모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하는 한편, 허락 없이 B 사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한 뒤 2018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복제된 데이터베이스의 6개월 사용권을 12만 원에 판매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B 사의 권리를 침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MS 프로그램은 건축, 토목, 기계 등 건설분야별 원가 검토와 계산에 필요한 기능을 통합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건설공사 표준품셈(정부고시가격), 물가 정보 등의 수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1심은 A 씨가 B 사의 복제권을 침해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B 사)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인적·물적 투자를 했으며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저작권법상 '개별 소재'에 해당하는 공공데이터 등의 해석을 거쳐 체계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제작된 것"이라며 "피고인(A 씨)은 데이터베이스 작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를 피고인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복제해 사용했는데, 이는 피해자 데이터베이스의 양적·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을 복제한 것으로 보여 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정 결과 A 씨와 B 사 간 데이터베이스 유사도는 90~9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항소심도 A 씨와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A 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의 특정,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프로그램
저작권법
저작권
복제
홍윤지 기자
2024-05-20
형사일반
[판결] '금품 제공' 강종만 영광군수 벌금 200만 원 확정…당선 무효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강종만 전남 영광군수가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군수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2023도17882).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직자가 선출된 선거와 관련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직위를 상실한다. 이에 따라 강 군수는 이날 즉시 직위가 상실됐다. 강 군수는 지난 2022년 6·1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8촌 관계에 있던 선거구민 A 씨에게 "선거 때 도와달라"며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A 씨 차량 조수석에 놓고 간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은 강 군수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강 군수는 A 씨가 수수 사실을 증언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재심을 주장했다. 강 군수는 A 씨를 위증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 군수의 경우는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려면 원판결의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인 것이 증명돼야 한다"며 "증인의 증언이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인 것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원심판결에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군수
금품
지방선거
한수현 기자
2024-05-17
형사일반
[판결] "성희롱, 갑질 등으로 검찰조사" 기사 댓글에 상관 제보한 군인, 명예훼손 무죄 확정
자신의 상관이 비위행위를 저질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인터넷 기사 댓글 게시판에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군인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댓글 내용이 사실에 해당할 뿐 아니라 공적 사안을 다룬 기사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댓글을 게시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이다.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도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한 형법 제310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상관명예훼손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상고심에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2023도13333).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처 소속 군인인 A 씨는 2022년 3월 15일자 경향신문의 '"안장 마친 영국군 유해, 감식단장이 다른 국적 가능성 묵살"' 인터넷 기사 댓글 게시판에 감식단 부서장이자 자신의 상관인 B 씨를 지목하며 댓글을 달아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해당 사안의 주무처장으로서 현재 성희롱, 갑질, 인사비리, 고발사주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이어 "무상 획득한 공적 자료를 보안성 검토 없이 무단으로 기사에 제공하고 악의적으로 내용을 왜곡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감식단의 많은 직원들과 기관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는 2021년 말 부산에서 열린 유엔 6·25 참전용사 추모 행사 때 안장된 영국군 유해 3구 중 1구 신원이 영국군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감식단 실무진이 유해 1구가 푸에르토리코군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감식단장이 묵살했다는 의혹을 다룬 내용이었다. A 씨의 댓글이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댓글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면 오직 공익에 관한 내용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는지가 소송에서 쟁점이 됐다. 1심 군사법원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댓글로 전달하고자 한 내용의 전반적 취지는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댓글 작성 전 감식단 내부 갑질 행위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B 씨의 성희롱·갑질·인사비리·고발사주 등 여러 비위행위들이 식별돼 조사가 진행되는 등 A 씨가 진실된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지적한 기사의 핵심 내용은 '감식단장이 유해의 신원을 조작했다'는 것인데 유해발굴 사업은 보훈사업으로서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것이고, 이 사건 댓글 게시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직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기사가 게재된 후 댓글에 기사 내용에 동조해 감식단장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A 씨는 이러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해 신원조작을 한 사실이 없음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댓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조각사유인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는 형법 제310조(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음)와 같이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형법 제310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를 처음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상관의 외부적 명예와 함께 국가적 법익인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 유지에 대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므로 형법 제310조 위법성조각사유가 유추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법원은 '상관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형법 제310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고, 문제되는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때에 상관명예훼손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위법성조각사유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처음으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상관명예훼손죄
명예쉐손
군인
댓글
군형법
홍윤지 기자
2024-05-14
교통사고
형사일반
[판결] 교차로 진입前 노란불에 멈추지 않아 사고냈다면… 대법 “신호위반으로 봐야”
교차로 진입 직전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졌는데도 그대로 차를 몰아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운전자에 대해 대법원이 “신호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원심 법원은 차량과 정지선 사이의 거리가 차량 정지에 필요한 거리보다 짧아 급제동할 경우 교차로 내에 차가 멈춘다면 교통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으므로 신호위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노란불에 전방 정지선이 있는 경우 차량을 멈춰야 한다’고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신호위반이 맞다고 봤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4도1195). A 씨는 2021년 7월 경기도 부천의 한 교차로를 지나기 직전 신호등에 노란불이 켜졌음에도 바로 차량을 멈추지 않고 차를 좌회전해 주행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을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는 각각 전치 3주와 14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 씨가 제한속도인 시속 20㎞를 초과하고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 사고를 냈다고 보고 기소했다. 소송에서는 A 씨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노란불이 들어왔음에도 멈추지 않은 것이 신호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는 순간 A 씨의 차량과 정지선 사이의 거리는 약 8.3m였다. A 씨가 노란불이 켜진 것을 발견하고 차량을 급제동할 경우 정지하는 데 필요한 거리는 30.72~35.85m로 추정됐다. A 씨가 차량을 급제동할 경우 정지선보다 22~27m 더 나아가 교차로 내에 정차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교통사고
신호위반
노란불
운전
치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오토바이
홍윤지 기자
2024-05-13
형사일반
[판결] '월성원전 감사방해' 산업부 전 공무원들, 무죄 확정
<사진=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9일 감사원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장 A 씨와 과장 B 씨, 서기관 C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2024도1606). A 씨와 B 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2월경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관련 자료를 삭제하기 위해 출입권한 없이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침입했으며, 전자기록 등을 손상 또는 은닉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들의 감사원법 위반 및 전자기록 손상 일부 혐의에 유죄로 판단해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 씨와 C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들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된 상태여서 손상죄의 객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감사원의 감사가 법령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 직후 검찰은 상고했다. 상고심 과정에서 감사원은 재판부에 "감사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감사라는 본질적인 업무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감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감사원의 자료요구 및 감사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공무원
감사원
감사원법
월성원전
감사방해
공용전자기록손실
한수현 기자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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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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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공인중개사가 ‘권리금계약’하고 돈 받으면 위법”
판결기사
2024-05-09 12:2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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