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일부 간인이 없더라도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이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검사가 작성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효한 공소제기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6259).
A씨는 2018년 8월 자택에서 음란물을 판매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뒤 돈을 받고 동영상을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제한 명령 등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공소장에 간인이 누락돼 있어 위법한 공소제기라며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 제1쪽 이면에는 공소를 제기한 검사의 사인 일부가 간인 형식으로 날인돼 있었지만, 제2쪽 표면에는 나머지 부분이 전혀 찍혀 있지 않았고, 제2쪽 이면부터는 별지 범죄일람표2 말미까지 간인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데도, 1심이 이러한 하자를 간과한 채 공판절차를 진행한 뒤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해 위법하다는 것이다.
공소기각 원심 파기
2심은 "공소제기 절차의 하자 추완은 원칙적으로 1심까지만 가능하고, 설령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간인 추완이 가능하더라도 공소제기 검사의 퇴임·휴직·타관 전보 등의 경우까지 추완을 인정할 수는 없는데, 본건 공소제기 검사는 현재 당원 본원 관내는 물론 지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에도 재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간인 요구 이유는 진정성립에 대한 신용성 확보 수단이기 때문에 이미 교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간인 추완을 요구할 수 없는데, 이 사건과 같이 이미 간인 일부가 제1쪽 이면에만 남아 있는 경우에는 제2쪽 표면에 나머지 간인을 교합이 되도록 추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해야 하고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간인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이 포함된다"면서 "'간인'은 서류작성자의 간인으로서 1개의 서류가 여러 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서류의 각 장 사이에 겹쳐서 날인하는 것인데 이는 서류 작성 후 그 서류의 일부가 누락되거나 교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공소장에 검사의 간인이 없더라도 공소장의 형식과 내용이 연속된 것으로 일체성이 인정되고 동일한 검사가 작성했다고 인정되는 한 공소장을 형사소송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이러한 공소장 제출에 의한 공소제기는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은 본문 3장, 별지 범죄일람표1 1장, 별지 범죄일람표2 3장 등 합계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문과 별지 범죄일람표는 누락되지 않고 모두 포함되어 있고 본문 우측 하단에도 본문 쪽수가 1/3, 2/3, 3/3으로 연속되어 기재돼 있다"며 "공소장 본문 1쪽에 공소제기 검사의 기명날인과 서명이 돼 있어 동일한 공소제기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다른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공소사실이 죄명, 적용법조에 따른 청소년성보호법(음란물소지죄) 등 구성요건에 부합하게 각 죄별로 일체성 있게 작성됐으며 이어서 첨부돼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1,2에도 연번과 범행일시가 기재돼 있어 별지가 공소장 본문과 일체를 이룬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장에 이름만 적고 서명이나 날인을 하지 않았다면 이와 관련된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19도17150). 대법원은 검사의 서명 또는 날인의 보완 요구는 법원의 의무가 아니므로 재판부가 보완 요구를 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한 것은 적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