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당시 군, 경에 의하여 제주도 내 수용시설에 구금되어 있다가 육지에 있는 교도소로 이송된 후 일정 기간 수형인 신분으로 교도소에 구금되었던 청구인들이 제기한 재심신청에 관하여, 당시 청구인들의 형벌법규 위반 여부 및 그 처우에 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있었고, 청구인들에 대한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보아 재심개시결정을 한 사례
1. 재심 이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중략)
다. 살피건대, 수형인명부에 의하면 1948년 12월에 열린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총 871명, 1949년 7월에 열린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총 1659명에 달한다는 것인바, 이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한꺼번에 제주도 내의 수용 장소에 집단적으로 구금되어 재판을 받기에 이른 점,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2000년 9월경부터 2003년 2월경까지 장기간에 걸쳐 제주4·3사건에 관한 국내·외 자료를 수집·조사하였고, 이 법원도 국가기록원, 국방부 등 관계 기관에 사실조회나 문서송부촉탁 등의 방법을 통하여 재심청구인들에 관한 각종 자료들을 조회·확인하였으나, 재심청구인들뿐만 아니라 당시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구속영장의 존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을 만한 기록조차도 발견되지 아니하는 점 및 제주4·3사건의 진행 경위와 당시의 상황에 관한 조사 내용을 담은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2003년 12월 발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의 기재와 당시 자신들이 제주도 내 수용시설에 집단 구금되기에 이른 경위에 관한 재심청구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재심청구인들은 당시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되어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당시 자신들이 군·경에 의하여 체포되어 조사를 받은 이후 재판을 거쳐 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육지로 각 이송되기까지의 경위에 관한 재심청구인들의 진술(과거 일부 재심청구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관하여 진술한 내용을 담은 채록집, 재심청구인들이 각 이 사건 재심 청구에 즈음하여 작성한 진술서 및 재심청구인들의 법정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주요한 면에서 일관되며, 그 일자 등에 있어서도 수형인 명부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어긋나지 아니하고, 재심청구인들이 이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는 모습·태도 및 진술의 뉘앙스 등도 꾸미거나 과장한다는 느낌이 없이 진솔하고 자연스러운바, 당시 자신들이 그 구금 및 조사과정에서 겪은 일들에 관한 재심청구인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에 당시의 실태 등을 담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의 기재를 더하여 보면, 재심청구인들 중 ○○○ 등 6명은 군법회의에 이르기까지 구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의 최장기에 해당하는 40일을 초과하여 구금되어 있었던 사실 및 재심청구인들 중 ○○○ 등12명은 당시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던 사실 또한 이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라. 재심청구인들에 대하여 이루어진 위와 같은 불법구금 내지 가혹행위는 앞서 본 제헌헌법 및 구 형사소송법의 인신구속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구 형법{1948.3. 20. 군정법령 제176호로 개정되어 1948. 4. 1. 시행된 조선형사령에 의하여 의용된 일본 형법(1941년 법 제61호)을 말한다} 제194조가 정한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재판,검찰, 경찰의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할 경우 6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또는 제195조 제1항이 정한 특별공무원폭행, 능학죄(“재판, 검찰, 경찰의 직무를 행하거나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고인 기타의 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능학의 행위를 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한다.”)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미 그때로부터 70년에 달하는 세월이 흘러 그와 같은 죄를 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으며, 위 각 죄에 관한 공소시효도 이미 완성되었음이 명백한 이 사건의 경우, 재심대상판결에는 각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및 제422조가 정한 재심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