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16도16829 배임수재[변경된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이제호, 류용호, 배준석, 지성호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6. 9. 29. 선고 2012노675 판결
【판결선고】 2021. 10. 14.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
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자기의 행위가 임무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인식 외에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업무상배임죄에서 불법이득의 의사는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 행위를 하는 의사를 뜻한다(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도542 판결,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4도5685 판결 참조).
법인의 운영자 등 임직원이 법인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 법인의 성격, 비자금의 조성 동기·방법·규모·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과 실제 사용용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성 당시에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없거나 조성행위 자체가 불법이득의사를 실현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면 업무상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1015 판결 참조).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업무상배임 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로써 증명해야 한다.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사업의 종류와 규모, 비자금의 조성 경위, 관리 형태, 실제 사용용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업무상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은 토목사업과 건축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토목사업본부는 B에서 공사 수주와 설계 등 토목사업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연 매출이 약 2조 원을 상회한다.
(2) 토목사업본부에서는 D와 피고인이 본부장과 토목사업기획팀장으로 근무하기 전부터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비와 행사비, 현장격려금, 경조사비 등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
(3) 비자금은 담당하는 직원이 정해져 있고, 조성과 집행 과정을 대표이사에게까지 보고하였다. 피고인을 비롯하여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모두 회사의 자금으로 인식하고 관리하였다.
(4)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공사 수주활동을 위한 영업비용으로 사용되었다. 영업비용에는 턴키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설계평가 심의위원에게 지급한 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이 크지 않아 비자금이 주로 불법 로비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조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비자금은 영업비용 외에 각종 행사경비, 현장격려금, 본부장 활동비, 경조사비, 민원처리와 재해보상비 등에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회사 임직원의 관리, 거래처와 유대관계 유지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회사와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배임죄에서 불법이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비자금 사용에 대한 판단누락 여부
가.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이 2009. 1. 6.경부터 2009. 12. 24.경까지 하도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 약정에 따라 합계 8억 원을 교부받고, 이를 비자금 조성 목적대로 턴키공사 수주를 위한 불법 금품로비자금, 임원 개인 활동비, 임원 개인 경조사비 등에 함부로 사용함으로써 8억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회사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자금 조성 행위만 업무상배임 행위로 기소되었다고 보아 비자금 조성으로 인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였고, 비자금 사용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와 사용하는 행위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등은 특정한 목적을 정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러 목적을 위하여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다음 영업활동경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비자금 조성 행위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지 문제되고 비자금 사용 행위는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는지 문제된다.
공소사실에 비자금을 사용한 일시나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비자금 사용 행위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공소사실에 비자금의 사용처를 기재한 것은 피고인이 비자금을 조성하여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였음을 밝히기 위해 보충적으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