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21도2748 가.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나. 특별감찰관법위반, 다. 강요, 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마. 직무유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광범, 김종복, 이두호, 신정현, 임영현, 법무법인 위 담당변호사 위현석, 노계성, 이경원, 김슬기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2. 4. 선고 2018노826 및 2018노3573(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9. 16.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AK 사찰 지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이중기소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 DF국장 DE와 공모하여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AK의 친교관계, 특별감찰 진행상황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도록 한 이 부분 공소사실과 먼저 기소된 위력으로 특별감찰관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특별감찰관법 위반의 공소사실은 각 범행의 일시, 범행의 수단 및 방법 등이 다르므로 사회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특별감찰관법 위반죄는 특별감찰관 등의 특별감찰 직무의 독립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라 한다)는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이 부분 공소 제기는 이중기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사실의 동일성, 이중기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각 통화내역(2018고합29호 사건의 증거순번 210번, 675번)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가) 통신비밀보호법은 제12조 제1호에서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우 등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제13조의5에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사용제한에 관하여 위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에 의하여 취득한 통화내역 등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범죄의 수사·소추를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대상 범죄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 및 이와 관련된 범죄에 한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도2121 판결 참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의 목적이 된 범죄와 관련된 범죄라 함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자료제공 요청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그중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 및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이 위와 같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혐의사실을 전제로 제공된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별건의 범죄사실을 수사하거나 소추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데 입법취지가 있으므로, 그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과 당해 수사의 대상 및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의자와 사이의 인적 관련성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기재된 대상자의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 공범이나 간접정범은 물론 필요적 공범 등에 대한 피고사건에 대해서도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3489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각 통화내역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위 각 통화내역은 특별검사가 2017. 2. 16.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피고인을 대상으로 신청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이하 ‘이 사건 통신허가서’라 한다)에 따라 취득하고, 2017. 3. 6. 「S 정부의 BA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정농단 특검법’이라 한다) 제9조 제5항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게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과 함께 인계한 것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니다.
(2) 이 부분 공소사실은 이 사건 통신허가서의 제공요청 목적이 된 범죄인 특별 감찰관법 위반 공소사실의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과 방법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통신허가서에 의해 취득한 위 각 통화내역을 통해 증명하려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통신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객관적 관련성과 인적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위 각 통화내역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직권남용죄 성립에 관하여
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假託)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직무행위의 목적, 그 행위가 당시의 상황에서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는 것이었는지 여부,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도11441 판결,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 함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1698 판결 참조).
나)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 기관으로서 그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국가정보원법 제2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 수행하는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등의 직무는 보안 유지의 필요성과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그 수행방식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다른 국가기관의 감시나 견제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정원 내부적으로 엄격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정원은 현행 국가정보원법(2020. 12. 15. 법률 제17646호로 전부 개정된 것)의 시행 전까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강제력 행사가 수반될 수 있는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등에 대한 수사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사실상의 영향력, 직무 및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그 권한이 남용될 경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생활영역 전반에 걸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 실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각종 정치공작과 인권 침해사건 등이 자행되어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1994. 1. 5. 법률 제4708호로 구 국가안전기획부법(1999. 1. 21. 국가정보원법으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이 개정되면서 위 법률에 국가안전기획부의 부장·차장 기타 직원의 직권남용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제11조 제1항)과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법상 직권남용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조항(제19조 제1항)이 신설된 것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따른 반성적 조치로 볼 수 있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유지되고 있는 위 조항들의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정보원법에 직권남용죄에 관한 처벌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취지는 국정원의 원장·차장·기획조정실장 및 그 밖의 직원이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권한을 남용하여 다른 기관·단체의 권한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독자적인 처벌 조항의 입법 경위와 그 취지,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국정원이 담당하는 직무 및 그 직무수행 방식의 특수성, 국정원 내부의 엄격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참조).
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국정원 DF국장 DE와 공모하여 국정원 DF국장의 직권을 남용하여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AK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관계,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구 국가정보원법(2020. 12. 15. 법률 제17646호로 전부개정 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정원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1조 제1항은 “국정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구 국정원법은 국정원장 등의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형법 제123조에 비해 형을 가중하여 처벌하고 있는바, 국정원 직원의 신분이 없는 피고인이 국정원 DF국장 DE와 공모하여 국정원 DF국장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구 국정원법 위반죄가 성립하고, 다만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중한 형이 아닌 형법 제123조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등 참조).
다) 그런데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123조를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는바, 불고불리의 원칙상 원심이 가중적 구성요건인 구 국정원법 제19조 제1항, 제11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검사의 공소제기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형법 제123조를 적용한 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이 국정원 DF국장 DE와 공모하여 국정원 DF국장의 직권을 남용하였다고 판단하였음이 명백한 이상, 법령의 적용에서 형법 제30조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도5583 판결 등 참조).
나. HO 전 LX위원장(이하 ‘HO’이라 한다)에 대한 사찰 지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국정원 DF국장 DE와 공모하여 국정원 DF국장의 직권을 남용하여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HO에 대한 정보를 보고서로 작성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AK, HO 사찰 지시 관련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각 통화내역(2018고합29호 사건의 증거순번 137번, 159번)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원심은, 위 각 통화내역은 이 사건 통신허가서에서 허가된 가입자 및 실사용자, 통신내역 취득기간의 범위를 벗어나는 통화내역이 포함되어 있어 위 통신허가서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득한 통화내역이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통화내역을 취득한 경위 및 법적 근거, 취득 절차 등에 관한 증명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직권남용죄 성립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K수석의 직권을 남용한 부분’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국정원 직원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전달하도록 한 부분’에 대하여 주문에서 무죄로 각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에서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국·과장 6명, 감사담당관에 대한 각 좌천성 인사조치 요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AB회사 검찰고발 진술 요구로 인한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1)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강요죄에서의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 강요죄의 ‘협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H 현장실태점검 지시,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사찰 지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라. 여론 조성 공작 지시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국정원 직원에게 K수석인 피고인 개인에 대한 유리한 여론 조성에 관하여 지시하는 행위는 K수석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마. 교육감, HS단체, 한국문화예술진흥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사찰 지시 관련 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국정원이 검사에게 제출한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2018고합29호 사건의 증거순번 527번, 475번, 511번, 이하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이라 한다)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은 당초 국정원 정보비서관실 직원이 청와대 K수석실의 정보지원 요청을 받아 작성한 원본을 출력할 때 국정원 출력기록 자동저장 시스템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던 텍스트 파일 내지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한글문서로 재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것이다.
(2)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본과 동일성·무결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원본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의 내용은 출력기록 자동저장 시스템에 저장된 텍스트 파일 내지 이미지 파일의 내용과도 달라 그 작성 과정에서 일부 개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 한편 국정원 출력기록 자동저장 시스템의 기계적 정확성이나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담보할 만한 객관적 자료나 전문인력의 진술 등이 제출된 바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의 원본이 출력 및 저장과정에서 기계적 오류 없이 그대로 출력기록 자동저장 시스템에 저장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은 다수인을 거친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그 원본 작성자를 특정할 수도 없어 작성자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5) ‘청와대 요청사항 문건’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통상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지시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자정보 출력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
2) 직권남용죄 성립에 관하여
원심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였다거나 직권남용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특별감찰관법 위반
원심은 피고인의 각 행위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특별감찰관 등의 감찰에 관한 직무수행의 공정성 내지 적정성이 방해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에게 직무방해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별감찰관법 위반죄에서 ‘위력’의 행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사. 직무유기
1)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법령·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하는 일체의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구체적 위험성이 있고 불법과 책임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침해의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직무집행의 의사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 직무집행의 내용이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도1390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22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AZ 등의 비위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의식적으로 감찰을 실시하지 아니하거나 진상을 은폐하는 데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무유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아. 2016. 10. 21. 국회 불출석으로 인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2016. 12. 16. 법률 제14377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회증언감정법’이라 한다) 위반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5조 제4항은 “증인출석요구서는 늦어도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송달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규정 형식, 출석으로 인한 증인의 일정관리상 제약, 답변자료 준비의 필요성, 위반 시 처벌의 엄격성 등을 고려할 때 이 규정은 반드시 준수하여야 할 강행규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그 송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증인출석요구에 대하여는 증인이 출석요구일에 불출석하더라도 이 법률 제12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처벌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531 판결 참조), 구 국회증언감정법상 증인불출석에 대한 처벌은 증인이 출석 요구서를 적법하게 송달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
나) 즉,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 증인출석요구서의 적법한 송달은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증인출석요구서의 송달기간, 송달장소를 포함한 송달방법에 관한 규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다)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5조 제5항은 “증인출석요구서의 송달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의 송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밖에 국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증인출석요구서의 송달에 관한 다른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라) 민사소송법 제178조는 송달의 방법에 관하여 교부송달의 원칙을, 제183조 제1항은 “송달은 받을 사람의 주소·거소·영업소 또는 사무소(이하 ‘주소등’이라 한다)에서 한다.”, 제2항은 “제1항의 장소를 알지 못하거나 그 장소에서 송달할 수 없는 때에는 송달받을 사람이 고용·위임 그 밖에 법률상 행위로 취업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주소등(이하 ‘근무장소’라 한다)에서 송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에 따르면 근무장소에서의 송달은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의 장소를 알지 못하거나 그 장소에서 송달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송달받을 사람의 주소를 확인하여 그 주소 등으로 먼저 송달을 시도해 보지도 아니한 채 곧바로 근무장소로 한 송달은 위법하다(대법원 2004. 7. 21.자 2004마535 결정 참조).
마) 따라서 구 국회증언감정법상 증인출석요구서도 먼저 해당 증인의 주소 등을 확인하여 그 주소 등으로 송달이 실시되어야 하고, 그 송달할 장소를 알지 못하거나 그 장소에서 송달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근무장소로 송달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증인의 근무장소로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한 것은 적법한 송달이라고 볼 수 없다.
바) 국회 운영위원장은 2016. 9. 7. 대통령비서실장을 수신인으로 하여 「2016년도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실시 통보 공문」을 청와대에 발송하면서 피고인을 포함한 총 11명의 수석비서관 내지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소속 12명의 사람들에 대한 ‘증인출석요구서’를 첨부서류 형태로 덧붙여 국회 파견 청와대 행정관에게 위 공문을 전달하였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의 근무장소에서 그 소속 직원에게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한 것을 적법한 송달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 대한 증인출석요구서가 출석요구일 7일 전에 피고인의 주소 등에 송달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5조 제5항의 해석·적용,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제1항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자. 위증으로 인한 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1)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증죄는 같은 법 제15조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하고, 제15조 제1항 본문에 따른 고발은 증인을 조사한 위원회가 고발에 관한 의결을 하여야 한다.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는 그 활동기간을 정하여야 하며, 본회의 의결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별위원회는 활동기한의 종료 시까지 존속하고, 활동기한의 종료 시까지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를 의뢰하였거나 제66조에 따라 심사보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때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국회법 제44조 제1, 2, 3항). 특별위원회가 증인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것도 특별위원회의 활동에 속한다. 따라서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에 따른 증인에 대한 위증 고발도 위원회가 존속하는(‘존속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동안에 하여야 하고, 같은 항 단서에 규정된 재적위원은 위원회가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재적위원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147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국회법 등에서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의 위증 고발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위원장에게 고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위원장이 위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한 고발은 위원회의 적법한 의결을 거친 고발이라고 볼 수 없다.
2) 원심은, 2017. 1. 4.자 ‘국회 S 정부의 BA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이 사건 특별위원회’라 한다) 위원장의 피고인에 대한 수사의뢰는 위원장이 위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한 것으로 적법한 의결을 거친 고발이라고 볼 수 없고, 2017. 4. 11.자 고발은 이 사건 특별위원회가 활동기간 종료로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역시 적법한 고발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를 기각하였다.
3)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의 고발 등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차. 2017. 1. 9. 이 사건 특별위원회 증인불출석으로 인한 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2017. 1. 9. 청문회 증인출석요구’는 적법한 의결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 사건 특별위원회의 의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카.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앞서 판단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안철상,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