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6월 21일(금)
지면보기
구독
My Lawtimes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형사일반
소송
검색한 결과
18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형사일반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 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1) A는 B로부터 아파트 매매계약의 잔금 등을 편취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였으나, 2007년 10월 31일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B가 재정신청하였으나 2008년 4월 4일 고등법원에서 역시 신청이 이유 없다는 이유로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B는 A 등을 상대로 해당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0년 3월 25일 일부승소판결이 확정되자, 2012년 3월 15일 이 민사사건의 판결 등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면서 위 피의사실을 다시 고소하였다. 검사는 결국 2013년 4월 8일 A의 위 피의사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공소제기하였다. (2)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상사건에서는 결국,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의 의미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제1심은 '재정신청 기각결정 이후 새로이 발견된 증거를 재정신청 기각결정 당시의 증거에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이를테면 엄격설), 그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형소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제2심은 '다른 중요한 증거'란 '피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을 다소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범죄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충분히 인정될 정도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이를테면 완화설), 피고인의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긍정하는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대하여 중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1심을 파기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파기자판) 대법원은 이른바 엄격설의 입장을 선언하면서, 파기자판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여기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란 재정신청 기각결정 당시에 제출된 증거에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단순히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거나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 정도의 증거가 있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련 민사판결에서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그러한 사실인정 및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자료가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그 자체가 새로 발견된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3. 평석 (1) 형사소송법상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른' 증거란 재정신청 기각결정 단계에서 이미 발견 또는 수집했던 기존의 증거 이외의 증거, 즉 재정신청 결정시점에서 재정법원에 알려지지 않았던 증거를 말하며, 이는 곧 기각결정 이후에 새로 발견된 증거라는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결국 '중요한' 증거의 의미인데, 그 사전적 의미는 '귀중하고 요긴하다'라고 풀이되므로, 적어도 가중적 의미의 용어임은 알 수 있다. (2) 형사소송법상 '다른 중요한 증거의 발견'이 예외사유로 규정된 경우가 2개 더 있다. 재기소의 제한을 규정한 제329조(공소취소와 재기소)와 재구속의 제한을 규정한 제208조(재구속의 제한) 제1항이다. 전자와 관련하여 대법원 1977. 12. 27. 선고 77도1308 판결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를 말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엄격설). (3) 대상판결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 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의미에 대해 이른바 엄격설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상대적 소추제한을 규정한 제262조 제4항 후문의 입법취지에 대해, 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0헌마243 결정 및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도14755 판결은, '한편으로 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공소제기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피의자를 지나치게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두게 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낮은 사건에 사법인력과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여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한 검사의 공소제기를 제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재정신청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피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도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사법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의 '중요한 증거'는 곧 '유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와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둘째, 입법연혁상 예외적 소추허용사유는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 보장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재정신청 기각결정은 연혁적으로 제정형사소송법에서는 재정법원의 심리기간이 단기간(20일)이고 피의자 심신(審訊) 이외의 다른 증거조사를 불허하면서도 절대적 소추금지로 규정하였다. 반면 현행법에서는 상대적 소추금지를 규정하면서도 재정법원의 심리기간이 2개월로 장기간이고 필요한 때에는 증거조사가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공소취소 후의 재기소제한(제329조)과 재정신청 기각결정 후의 소추제한(제262조 제4항 후문)의 경우 서로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양자 모두 실체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고, 확정된 법원의 결정에 의한 법적 안정성 및 피의자·피고인 보호라는 점에서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넷째, 완화설의 해석은 공소제기의 본질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 재정신청 기각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공소제기는 결코 이미 확정된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절차 내지 재심사절차가 아닌 점이 분명하며, 또한 범죄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재판절차를 진행할 필요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권리보호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재정법원의 증거조사 및 재정신청권자의 즉시항고 내지 재항고(제262조 제4항 전문)를 통하여 달성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범죄혐의의 수준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공소제기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인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충분한 유죄의 확신이 없는 경우'까지 예외적으로 소추를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사법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 영역은 공소제기가 되더라도 어차피 유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장치라는 점에 본질이 있고, 기각결정에 대한 소추제한은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 보호라는 관점에서 기소에 대한 통제장치라는 점에 그 취지가 있다. (4)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예외적 소추허용사유인 '다른 중요한 증거'는 일종의 소송장애사유의 예외로 기능하므로, 피의자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물론, 입법연혁과 입법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 및 체계적 해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고강도의 증거에 한정되어야 한다. 이는 공소취소에 의한 공소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서 재기소 제한의 예외사유(제329조)인 '다른 중요한 증거'의 해석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5) 한편, 재구속의 제한(제208조)에서 '다른 중요한 증거'의 해석 또한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될 정도의 증거'를 의미한다고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구속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인 '유력한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충분한 유죄의 확신이 없는 경우'일 것인데, 그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재구속절차의 반복에 따른 '누층적 개념'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구속, 재재구속이 수차 반복될 경우 재구속에 필요한 범죄혐의 수준을 유죄의 확신에 이르게 할 정도에 수렴하기까지의 어느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불구속수사의 원칙, 구속일회성의 원칙, 피의자 보호의 원칙 등의 측면에서도 재구속의 제한의 예외는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주원 교수 (고려대 로스쿨)
기각
재정신청
증거
형사소송법제262조
이주원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11-11
헌법사건
형사일반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에 관하여
-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 1. 사실관계 청구인(변호인)은 2016년 4월 경 피청구인(수사기관)으로부터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 참여없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여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검찰청 수사과 2호실에 도착하였다. 청구인이 피의자 옆에 앉으려고 하자 피청구인은 내부 운영 지침에 따라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청구인이 항의한 후 피청구인이 요구한 위치보다는 피의자와 좀 더 가까운 곳에 앉아서 피의자를 조력하였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요구에 따라 피의자의 오른쪽 뒤에 위치하여 피의자신문에 임하였고, 당시 다른 수사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별지 1호 서식인 변호인 참여신청서 작성을 요구하여 이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끝난 뒤 피청구인에게 피의자와 그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으나 수사관은 정식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변호인인 청구인은 후방착석 요구행위, 참여신청서 요구행위, 접견불허행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제5조 제1항이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점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신설되었으나,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사유를 ‘정당한 사유’라고 규정하여 제한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입법론적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던 중 2017년 11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검찰수사관이 피의자신문 단계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는 변호인의 기본권인 변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판시를 하였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다수의견을 통해 변호인이 피의자신문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구할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다. 따라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평가하고, 현행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권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3. 판결 요지 및 평석 법정의견은 후방착석행위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강제수단의 발동이 가능한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퇴실을 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로 인정하였다. 이는 대법원의 2008. 9. 12. 선고 2008모793 결정에서 보듯이 변호인의 착석위치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 퇴실을 명한 경우도 있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피의자신문 전 수사기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피의자를 위해 변호하려는 변호인과 피의자 보다 정보적으로 또는 수사 기술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의 상호작용에 의해 수사기관과 변호인의 지위 역시 대등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후방착석행위와 같은 내부지침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변호인들이 이를 불리한 요구인 줄 알면서도 부득이 따르고 있었다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위치 지정에 관해 법적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않음을 알고 있더라도 시정요구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결정에 대해서 환영 성명을 내면서 '헌재 결정은 수사편의만 생각하는 수사기관의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한편 후방착석 요구행위가 단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변호인의 변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규정을 정비하고 전근대적인 수사관행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변론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 왔음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의 법정대리인과 같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에 집중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서 변호인의 변호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조에 힘입어 최근 형사사건 수임 과정에서 피의자 접견을 신청한 ‘예비변호인’에게 검찰과 구치소가 접견을 불허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19. 2. 28. ‘2015헌마1204 변호인 접견불허 위헌확인 등’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인이 되려는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변호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 보장은 물론, 피의자가 가지는 방어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4. 비교법적 검토 형식적으로 보았을 때, 일본의 경우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변호인의 참여권을 법률상 보장하지 않으며 프랑스와 독일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접견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도 체포 또는 구속피의자, 피고인에 한해서 변호인의 참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실무적으로는 경찰이 피의자신문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고 별도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미국의 경우도 Minnick v. Mississippi 사건 이후 피의자가 일단 변호인 접견권을 행사한 후에는 변호인의 입회 없이 조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형식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여러 제한규정을 통해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정당한 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퇴거 또는 후방착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비교형량 하여 그 기준을 달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무부와 경찰청 등은 변호인의 참여권 제한에 대한 실제 사례를 축적하고, 변호인 참여의 과도한 참여권 행사로 인해 수사가 방해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다양한 대처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수사절차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은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발견’, 그리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필연적으로 대립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 정도로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피의자신문에서의 변호인 참여권을 명문으로 규정한 제243조의 2가 신설되었으나, 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에도,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의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이는 피의자들이 변호인을 대동하고 함께 조사받는 것에 대한 무지와 수임료 부담, 수사기관의 촉박한 소환일정으로 미처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채 조사에 임하는 경우, 수입대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사정상 변호사들 스스로 참여를 꺼리는 점 등 다양한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현재 실무에서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는 ‘원칙’이 아닌 ‘예외’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는 변호인 참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는 현행 형소법 규정의 본래 입법취지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즉, 정부와 입법부는 추후 형소법 개정작업을 통하여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 일시 및 장소에 대한 사전통지 규정 등을 신설하는 한편, 피의자 옆 좌석규정을 명문으로 규정하며, 예외적인 참여제한 역시 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 법무부, 경찰청 등은 수사기관과 일반 국민에게 수사절차에서의 변호인 참여제도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검찰수사관
신문변호권
피의자신문
변호인
헌법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2019-03-18
형사일반
망인의 생전의사에 부합하는 처분의 횡령죄 성립여부
1. 사실관계 A는 2004년 12월 경부터 B와 동거하면서 그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B는 2015년 1월 암 진단을 받았다. B는 2016년 3월 간암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자 그 무렵 A에게 “트랙터 등 차량 2대를 팔아 내가 죽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한편, 차량매매상인 C에게 전화하여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A를 통해 차량의 매도위임장과 신분증 등 서류를 전달해주었다. B는 그 직후인 2016년 4월 사망하였다. B의 사망 다음날 C는 위 차량 3대를 4200만원에 매도하였고, 그 대금은 A의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A는 위 돈을 생활비 등으로 소비하였다. 한편, B의 상속인으로 딸 D가 있었는데 B는 암 진단을 받고 딸 D에게 간 이식 절차를 요청하였으나 D는 이를 거절하였다. D는 B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으며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A는 D의 상속재산인 차량 매매대금을 보관 중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혐의로 공소 제기되었다. 위 사건에서 1심은 횡령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시 무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1심 판결(무죄) 망인(B)이 생전에 C에게 차량의 매도를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C의 차량 매도와 그 대금의 처분행위는 유효한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피고인(A)이 망인으로부터 위 차량 대금을 증여받은 것이거나 사인증여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므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횡령행위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단정하기 어렵다. 나. 2심 판결(유죄) 이 사건 차량 매도에 관한 망인의 위임이 있었다거나 위 차량 매도가 망인의 생전 의사에 합치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위임은 민법 제690조에 의하여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고, 위 차량을 포함한 망인의 재산은 상속인인 피해자에게 상속됨으로써 C 내지 피고인은 더 이상 이 사건 차량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매도대금을 송금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이 상속인에게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위 돈을 인출한 것은 상속인에 대한 횡령행위가 된다. 다. 대법원(무죄) (1) 불법영득의 의사의 판단기준과 증명의 정도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데, 이는 내심의 의사에 속한다.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처분행위의 법적 성격 망인이 이 사건 차량 또는 처분대금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무렵 망인과 피고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에게는 이 사건 각 차량이나 그 처분대금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망인이 2016년 4월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상속인인 D가 이사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D는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이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하였다. 3. 평석 가. 판결의 쟁점 이 사건 판결은 언뜻 보면 망인의 사망 다음 날 이루어진 차량 매매행위가 법적으로 위임행위인지 증여의 이행인지 여부가 쟁점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따라 매매대금이 피고인 자신의 돈인지 아니면 상속인을 위한 보관금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임에 해당한다면 보관금을 횡령한 것이 되고 증여에 해당한다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1심과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영득 의사의 존부와 형사판결에서 입증의 정도를 언급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법리적으로 증여에 해당한다면 그것으로 횡령이 성립하지 않음이 충분하고,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가 차량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인인 D에게 망인으로부터의 증여를 원인으로 대금지급 청구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였다면 법원에서 이를 과연 증여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는데 이 사안은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매도위임장과 차량매매업자 C의 진술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정도의 증거로 민사소송에서 증여사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항소심 판결은 아마도 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런 점을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사사건은 권리의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그리고 범죄사실의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를 요구한다. 즉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는 말의 의미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을 수 있다. 나.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제출된 증거자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 또는 그 매매대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횡령 혐의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되어야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은 형사재판에서의 증명력과 내심의 의사에 대한 평범하지만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고 생각된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피고인이 망인과 10여년간 사실혼 배우자로 생활한 점, 망인이 딸에게 간이식을 요청하였으나 딸이 거절한 점, 사망 당시 망인의 곁에는 피고인만이 남아 있었던 점 등의 정황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4. 결어 어떤 사건이 민사냐 형사냐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사건의 구조적 일체성에 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도출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그 목적과 취지가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이고,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그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피고인의 이익과 재판제도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은 형사재판의 정의(正義)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횡령
사실혼
증여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9-01-14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헌법사건
형사일반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의 헌법불합치결정
- 헌법재판소 2018. 3. 20, 2015헌바370, 2016헌가7 결정 - [헌재결정요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영장주의에 위반되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평석요지] 위 법률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주거 등 수색에 관한 영장주의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영장주의의 예외는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주거 등 수색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6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의 해석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 2, 제200조의 3, 제201조 또는 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1.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등을 수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피의자를 신문·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피의자 수사는 피의자의 신체수색, 피의자의 체포·구속·검증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한 주거 등 수색이라는 용어로 개정하여야 한다. 영장 없이라 함은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 없이 라는 의미이다.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으며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이미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하여야 한다.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였으나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도 주거수색에 관하여 사후영장을 요하지 아니한다. 체포영장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후 체포현장에서 피의자의 신체를 수색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주거 등 수색은 수색의 필요성이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 즉 수색의 필요성이 수색의 허용요건이다. 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함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피의자의 처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주민의 진술이 있는 경우는 피의자의 처가에 대한 수색의 필요성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 2. 헌재결정의 요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의 이론구성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에 대하여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헌법 제16조,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사전에 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는 수색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하여야 할 긴급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 할 수 있다는 점, 이러한 경우에도 별도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면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고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는 데에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 등에 비추어 체포영장의 집행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는 점,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을 허용한다면 수색장소의 특정 및 이에 대한 법관의 심사절차가 생략되므로 일반영장에 의한 포괄적 강제수사를 허용하는 셈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위에서 본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이라함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을 가리킨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이유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만 소명되면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한다. 다만 향후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늦어도 2020년 3월 31일까지는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한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 영장주의의 예외를 명시하는 것으로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대상조항 (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37조에도 존재한다)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만이라도 이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을 지적하여 둔다. 위 시한까지 개정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0년 4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한다.” 3. 헌재결정에 대한 비판 헌법재판소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 수색에 앞서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수색영장 없이 주거 등에 대한 수색을 허용한다는 것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주거에 관한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6조에 위반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즉 영장주의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영장주의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위헌조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것은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이므로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주거 등 수색에 관하여 사전 수색영장이 필요 없음은 물론 사후 수색영장도 필요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 2에 관한 부분은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규정을 위반하지 아니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수색영장이 발부된 후에 은신처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수색영장에 피의자의 현재지를 특정할 것을 요구하게 되면 수색영장의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인 경우에는 그 피의자의 발견을 위한 수색에는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피의자가 은신하고 있는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하여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는 주거 등에 대한 수색영장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백형구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위원)
형사소송법제216조제1항제1호
피의자수사
체포영장
주거수색
백형구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위원)
2018-09-27
정보통신
형사일반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 대법원ㅤ2013.11.28.ㅤ선고ㅤ2010도12244ㅤ판결 - I. 사실관계 및 판결 요지 ○○시 △△동장 직무대리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시장 공소외 1에게 ○○시청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하여 △△ 1통장인 공소외 2 등에게 ○○시장 공소외 1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사건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시청 소속 공무원인 제3자가 권한 없이 전자우편에 대한 비밀 보호조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전자우편을 수집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것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② 이때 법원이 그 비교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및 그 정도, 증거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그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문장 번호는 필자)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전자우편을 발송한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일응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할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사건 전자우편은 ○○시청의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송·보관되는 것으로서 그 공공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 이 사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행위는 (구)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행위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관권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 피고인이 제1심에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서, 이 사건 전자우편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자유가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II.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효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원래 수사기관, 즉 국가의 위법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과의 연계가 없는 사인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경우 이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사인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기망’(형사소송법 제309조) 등을 행하는 것은 바로 범죄를 구성하며, 이를 통하여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사인에 의한 시민의 의사결정을 강박·왜곡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이용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사인의 행위는 동법 제14조의 적용으로 해결된다. 먼저 사인이 타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기통신을 감청하거나, 사인이 전기통신 중인 일방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 감청하는 경우 등은 불법감청이다. 예컨대,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자신의 아내와 무속인 간의 대화나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은 증거능력이 없으며(대법원ㅤ2001. 10. 9.ㅤ선고ㅤ2001도3106ㅤ판결), 이용원을 경영하던 피고인이 경쟁 미용실을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할 목적으로 자신의 이용실에서 지인에게 경쟁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게 하고 그 내용을 녹음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02.10.8. 선고 2002도123 판결). 다음으로 사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도 금지된다. 셋째, 이상의 두 경우 외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대사인적 효력은 2007년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해석문제로 귀결된다. 평석대상 판결은 바로 이러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III. 판례분석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 문제를 최초로 검토한 판결은 1997년 등장한다(대법원 1997.9.30. 선고 97도1230 판결). 이 사건에서 남편으로부터 간통죄로 고소를 당한 피고인이 기소되었는데, 간통의 상간자(相姦者)가 피고인과의 간통현장에서 공갈목적을 숨기고 피고인의 동의 하에 피고인의 나체사진을 찍은 것이 수사기관에 압수되어 간통죄의 증거로 제출되었다. 대법원은 나체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상술한 평석대상 판결의 논지 중 ①을 제시하였다. 반면 파기된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사진촬영은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인이 부정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하여 촬영한 사진을 국가기관이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본권에 대한 새로운 침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7.4.9. 선고 96노5541 판결). 원심판결이 사용하고 있는 ‘피고인의 인격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개념은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원용한 것이다[34 BVerfGE 238 (1973)]. 두 번째 판결로 2010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ㅤ2010.9.9.ㅤ선고ㅤ2008도3990ㅤ판결). 이 사건에서 간통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 남편이 별거중인 아내의 주거에 침입하여 혈흔이 묻은 휴지들 및 침대시트를 수집한 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원심은 남편이 아내의 주거에 침입한 시점은 아내가 그 주거에서의 실제상 거주를 종료한 이후이고, 위 감정의뢰회보는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증거이고, 이를 증거로 사용하여 아내의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아내가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상술한 1997년 판결의 논지를 유지하면서, 원심을 확정하였다. 동 판결의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근거조문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법원은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증거배제의 가능성을 완전 봉쇄하지는 않았고, 독일 연방대법원의 접근법[19 BGHSt. 325 (1964); 34 BGHSt 397ff (1987)]과 유사한 비교형량론을 통하여 증거배제가 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평석대상 2013년 판결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판결의 근거조문으로 삼았는데, 상술한 두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도,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하는 종합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판결문 문장 ②). 대법원이 2007년 ‘김태환 제주지사 사건’ 판결을 통하여 수사기관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기준을 밝혔다면, 평석대상 판결을 통해서는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기준을 확립한 것이다. IV. 맺음말 사인이 수집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문제는 이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적용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저자는 대법원이 제시한 비교형량론에 동의한다. 즉, 사인에 의한 위법행위로 획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과 형벌권 실현이라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공익이 현저히 더 큰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1997년 판결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나체사진의 경우는 증거사용으로 인하여 침해된 인격권이나 사생활에 비하여 형사소추의 공익이 현저히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나체사진이 중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점은 분명한 반면, 나체사진을 사용하여 입증하려는 범죄는 당시 위헌논란이 계속되고 있던 간통죄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1973년의 1월 31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처럼 이익형량을 불허하는 ‘핵심영역’을 인정할 것인가이다. 예컨대, 일기장에는 시민의 가장 내밀한 프라이버시가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는 이유로 형사사법권 실현이라는 공익과의 형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과도하다. 오히려 일기장에 담겨 있는 범죄관련 내용에 따라 증거능력에 대한 개별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자의 전자우편 수집 행위
증거
증거능력
전자우편
비밀보호조치
사생활
조국 서울대 로스쿨
2017-04-20
형사일반
검사만 항소한 경우 피고인의 상고 제한 문제
I. 서론 현행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는 피고인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상고할 수 있다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대법원 판례는 검사만이 항소한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법령위반 등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은, 형사소송법상 명확히 상고이유로 법령위반에 대해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대법원 판례로 위 규정에 반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제한할 수 있는 가이다. II. 사실관계 청구인은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는 농지법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2012년 5월 11일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12노214)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상고하였으나, 상고심(대법원 2012도6819)은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을 뿐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 피고인은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1호를 검사만이 항소하였을 뿐이고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들로서는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9월 2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Ⅲ. 헌재 결정요지 현행 형사소송법은 상고심을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자 사후심으로 규정하여, 상고심의 심판대상을 항소심 심판대상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사항 이외의 사유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대상으로 하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상고심의 법률심 및 사후심 구조에 따라 심판대상이 되었던 법령위반 사유를 다시 상고심에서 주장할 수 없도록 상고를 제한함으로써 재판의 신속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있다. 모든 사건의 제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는 법관에 의한 사실적·법률적 심리검토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고, 피고인이 제1심 재판결과를 인정하여 항소심에서 다투지 아니하였다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상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형사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항이라도 항소심 판결에 위법이 있는 경우 대법원은 그 위법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라고 판단한 때에는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으므로, 항소심 판결 자체의 위법을 시정할 기회는 피고인들에게 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Ⅳ. 평석 1. 비판적 검토 (1) 심판대상의 오인 문제 당초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한정위헌을 구하는 것으로서, 법원이 형소법 제383조 제1호 상고 사유를 법적 근거 없이 축소, 제한 해석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1호를 “검사만이 항소하였을 뿐이고 피고인들은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으로서는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이었다. 즉, 형사소송법 제383조 그 자체 내지 이를 만든 국회 입법권 행사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헌재는 청구인의 심판청구 본질을 외면한 채 형소법 제383조 입법 그 자체에 대해 형사항소심 및 상고심의 구조와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형사상고심에서 어떠한 경우를 상고이유로 정할 것인지 등은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형사소송법의 체계, 형사사법절차의 이념, 재판의 적정·신속 및 소송경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입법재량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입법형성이 현저히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것으로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하면 족하다며 심판대상을 엉뚱하게 잘못 선정하여 결과적으로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다. (2) 법체계 내지 구조와 법해석으로서 기본권을 제한을 쉽게 정당화 할 수 있는지 여부 현행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명확하게 법령위반을 상고이유로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법체계 내지 구조로서 상고를 제한하는 판례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법률에서는 권리 행사에 관해 어떠한 제한이 없음에도 법 해석으로 그 규정에도 없는 제한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새로운 입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원의 법 해석권한을 남용한다면 이는 명백히 권력분립원칙에도 위배될 것이다. 법은 법에 있는 그대로 문언해석을 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헌재의 위 판시와 같이 법체계 내지 구조를 들어 임의로 해석이 가능하도록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사법부의 자의적 해석으로 어떠한 기본권 침해도 정당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국회 입법권 잠탈 문제 이 사건과 같은 형벌조항이나 조세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엄격하게 법문을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할 수는 없다. 헌재 역시 유효한 법률조항의 불명확한 의미를 논리적·체계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보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해석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법률상의 근거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에는 존재하였으나 실효되어 더 이상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법률조항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나 법률의 부존재로 말미암아 형벌의 부과나 과세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을 법률해석을 통하여 창설해 내는 일종의 입법행위로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 죄형법정주의,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2009헌바123·126 등)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기존의 헌재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법원이 형사소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고이유를 아무런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제한하여 국회 고유의 입법권을 명백히 침탈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1심의 하자가 아닌 항소심 고유의 하자 역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한 점을 정당화하게 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항소심 고유의 하자를 다툴 기회마저 박탈됨으로서, 너무나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4) 국민의 기본권과 법원의 시혜(은혜)적 판단은 다르다. 이 사건에서 헌재는 기각 이유 중 하나로 상고심의 직권판단을 통해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피고인의 입장에서 항소심의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권리와 시혜적 판단과는 엄연히 다르다. “법원이 판단하여야 한다”와 “법원이 판단하고 싶으면 한다”는 법적 결과론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하고 싶으면 한다”로서 “하여야 한다”를 시정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고를 기각한 이유는 법학적 관점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사실 모든 형사사건의 피고인들의 목적은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 판결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1심에서 억울한 점이 있어도 이를 인정하고 빨리 선처를 받아 풀려나고 싶어 한다. 이 사건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억울한 측면이 있었지만 항소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그때서야 억울한 점을 다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1심에서 다투지 않고 검사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대법원에 법령위반 등의 상고이유로 다툴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 내지 재판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2. 정리 우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1호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을 때를 상고이유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항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령위반 등의 사유가 상고이유가 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는 명백히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입법권에 대한 권력침탈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과 헌재가 내세우고 있는 법체계 내지 구조적 해석으로서 기본권 제한 내지 침해 가능성을 정당화 한다면 사법부의 법체계 내지 구조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앞으로도 우리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법의 한 구절도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데 법체계 내지 구조까지 기본권 침해의 판단근거로서 삼는다면 결과적으로 판단권자마다 서로 다른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재판권 남용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선량한 국민 전체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됨을 명심해야 한다.
항소
형사소송법제383조제1호
2017-01-19
형사일반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 재심규정의 해석과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원칙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상해 및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2014. 1. 28. 병합심리결정과 함께 위 사건들 공소장 부본 등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으며, 제1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2014. 5. 9.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하는 제1심판결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2013초기105 판결). □ 그 후,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공소장 부본 등이 자신에게 송달되지 않아 재판에 불출석하였음을 이유로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1심은 2014. 10. 15.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항소권을 회복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 한편 피고인은 별건의 사기, 횡령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2015. 4. 8. 위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4. 8. 선고 2014고단2906, 2014고단3192(병합) 판결).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기존 증거조사의 결과와 추가로 조사한 증거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창원지방법원 2015. 10. 1. 선고 2014노2376, 2015노847(병합) 판결). □ 대법원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진행된 창원지방법원 2014. 5. 9. 선고 2013고단76, 2014고단141(병합) 판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바, 원심으로서는 위 사건들에 대해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에 다시 판결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551 판결). 2. 대법원 판결 취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의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여 인용된 경우라도, 그 사유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피고인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원심판결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과 피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1심 판결을 병합하여 항소심에서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재심사유가 있는지를 살피지 않고 새로이 공소장 부분 등을 송달하는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리 및 판단을 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 13호의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불출석 한 상태에서의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평석 (1)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적법절차원칙은 실체진실주의와 함께 형사소송법 전반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구성하고 있는 원칙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서 적법절차원칙을 헌법상 일반원칙으로 규명하고 있고, 헌법 제12조 제1항 이외에도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통해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원칙을 표명하고 있는 여러 헌법적 가치들 중 모든 국민이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판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앞에서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재판, 즉 피고인이 공판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여 구술변론에 의해 답변과 반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고인에게 공소장을 송달하여 공소사실을 알려주고 공판기일을 통지하여 공판기일에 출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수적(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공시송달의 방식으로 공소장이 송달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가 진행되어 확정된 1심판결과 병합되어 항소심에서 심리, 판결된 항소심 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판결은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재심 규정'이라 한다.)에서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특례 규정'이라 한다.)에 의하여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를 뒷받침 하는 판결이며, 최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진행, 확정된 경우에도 소송촉진특례법 제23조를 유추 적용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판결 참조). (2) 소송 경제적 측면과 관련하여 헌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제27조 제3항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규정하고 있다. 무익한 절차의 반복을 피하고, 같은 절차 내에서 효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심리를 하는 재판부 뿐만 아니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차후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특례규정 역시 이러한 소송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파기환송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소송 경제 도모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병합하여 징역 2년의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고 따라서 위 사건에 관하여 다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하는 등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다음 그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사건에 관한 원심에서의 진술 및 증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의 심급 이익과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한다는 측면에서는 물론 의의가 있으나, 기존 원심에서 행해진 증거조사의 결과를 모두 무효화시키고 새로이 증거조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한 뒤 기존의 증거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하는 것이 심리결과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무익한 절차의 반복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피고인이 어떠한 사유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재판에 불출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대법원 및 파기된 원심 판결들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은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결론에 더더욱 이러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출석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소송촉진특례법 제27조의 재심규정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원칙에 방점을 두어 내려진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을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실체진실발견 및 이를 뒷받침 하는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는 같은 결론을 가져오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체발견과 적법절차원칙이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두 가지 커다란 축이 서로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시송달
소송촉진특례법
재심
2016-02-23
1
2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미르의 전설’ 게임 로열티 소송…대법 “준거법은 중국법” 파기환송
판결기사
2024-06-06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부동산노동
현행 연명의료중단제도의 개선 방향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