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 급성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이 발병했더라도 이를 모두 업무상 재해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황모(2005년 사망)씨의 아내와 전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김모씨, 송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4두1218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씨의 아내와 김씨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퇴직근로자와 유족 등 5명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발병했으니 산재로 인정해 달라"며 2007~2008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5명 가운데 '확산공정'과 '습식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했지만, '평탄화공정'과 '백랩공정' 업무 등을 맡았다가 백혈병 등을 얻은 황씨 등 3명에 대해서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3명이 2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산재를 인정받은 2명은 공단이 상고를 포기해 2014년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를 말하기 때문에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면서 "상고한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에서 노출된 유해물질이 해당 질병을 유발했거나 그 진행을 촉진했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그 밖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과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따라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여부와 노출 정도를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판결"이라며 "따라서 근로자들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와 기존 질병 유무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근로자별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다르게 판단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