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가 있는 의료인은 10년 동안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옛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44조 1항과 제56조 1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준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근무지 변경 조치를 받은 인천 모 병원 공중보건의 A씨 등이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3헌마585 등)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성범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의료인은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관련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문제의 조항은 과거 성범죄 전력만으로 앞으로 같은 유형의 범죄를 앞으로 다시 저지를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이는 성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성범죄를 저질렀어도 개별 범죄의 경중에 차이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도 마찬가지"라며 "해당 조항은 각 행위의 죄질에 따라 다른 제재가 필요함을 간과해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고 있어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 제한에 있어 재범의 위험성 및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며 "10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개별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2012년 5월 의대 재학시절 준강제추행죄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A씨는 이듬해 4월 공중보건의로 임용돼 인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