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공사대금 95억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를 대리해 수십억원을 방어한 로펌이 "수임료 2000만원은 너무 적다"며 국가를 상대로 추가 보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재판장 이동욱 부장판사)는 A법무법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약정금소송(2020가합528450)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부산해양항만청과 도급계약을 맺고 부산신항 핵심 교량 중 한 곳을 완공한 B건설사는 2009년 국가를 상대로 공사대금 95억85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A법무법인은 수임료 2000만원에 소송을 대리하기로 국가와 계약을 체결했다.
1심 법원은 2011년 "국가는 B사에 95억여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국가는 총 112억여원을 가지급했다. 이후 A법무법인은 항소심에서 국가가 지급해야 할 금액을 64억여원으로 낮췄고, 대법원은 2019년 이를 확정했다.
가지급 금액 중 51억여원을 B사로부터 반환받는 데 기여한 A법무법인은 2020년 국가를 상대로 "2억7000여만원을 추가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2018년 제정된 법무부 변호사 보수 규정 제10조는 '사실관계나 법리적 쟁점이 복잡해 소송수행을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등 제3조 내지 8조의 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보수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로펌이 사건 수임 때 법무부와 맺은 계약이 걸림돌이 됐다. 당시 계약에는 만약 공사대금소송이 1심에서 끝나지 않고 2심과 3심이 진행되더라도 별도의 추가 보수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보수 2000만원으로만 계약
추가 보수 요구할 수 없다”
재판부는 "국가와 A법무법인은 당초 소송 수행에 대한 보수를 2000만원으로 정했고, 2·3심 소송 진행 시 별도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A법무법인은 계약에 따른 보수만 국가에 청구할 수 있다"며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한 정도를 넘어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더라도 추가보수를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법무법인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무보수로 수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해 국가에 추가보수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계약 당시 소장 등을 통해 소송의 규모, 난이도 등을 파악해 보수를 정하는데 동의했을 것으로 보이고, 소송경과 등에 비춰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소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훈령인 변호사 보수 규정은 공법상 법률관계 내부에 관한 준칙 등을 정할 뿐 대외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들이 합의한 계약의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이 규정은 위임계약 체결 뒤인 2018년에 제정돼 위임계약 체결 당시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도 훈령에 따라 A법무법인에 대한 보수를 정할 의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