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집단행위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한 법률 규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8일 2009년 시국선언에 참가했다 징계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공무원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1헌바32)에서 재판관 7: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공무원이라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으로 공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는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가 현실정치에 개입하려 한다거나, 정파적인 것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공무원의 집단적인 의사표현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제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확보 역시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는 점에서 공무원의 집단적인 정치적 표현행위가 공익을 표방한다고 해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청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내고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익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축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또 "정치적 표현행위가 제한되는 공무원을 직무·직급·근무시간 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등에 관한 법률 제3조도 재판관 4(합헌):3(각하):2(위헌)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2011헌바185).
재판부는 "교원이 교육현장 이외에서 정치적 표현행위를 하더라도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가치관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며 "교원노조라는 집단성을 이용해 행하는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박한철·김창종·강일원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고 "교원노조법 규정은 교원노조 자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이지 조합원인 교원 개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라며 "시국선언의 주체는 교원노조가 아니라 시국선언 성명서에 서명한 교원 전체이고 비조합원인 교원도 참여했고, 교원노조법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별도의 제재규정이 없어 교원노조법 규정에 대해 위헌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교원들의 징계처분 취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각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정미·김이수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인해 교원의 정치활동이 일부 제한될 수 있지만, 정치활동이 제한되는 장소·대상·내용은 학교 내에서의 학생에 대한 당파적 선전교육과 정치선전, 선거운동에 국한해야 하고, 그 밖의 정치활동은 교원에게도 보장돼야 한다"며 교원의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인들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로 2009년 6월 18일 1차 시국선언에 참가해 촛불시위 수사, 비정규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독선적 정국운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비판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감으로부터 정직과 해임 처분을 받자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내고,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