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전달자와 수뢰(受賂)자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도 증뢰(贈賂)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되지 않는다는 항소심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최근 부천시 체비지를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해 달라며 경찰관에게 6000만원을 교부한 혐의(제3자 뇌물교부)로 기소된 김모(52)씨에 대한 항소심(☞2011노2616)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와 함께 뇌물을 교부한 이모씨에 대한 재판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지만, 뇌물 전달자인 경찰관과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재판기간에는 정지되지 않는다고 봐 시효 5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필요적 공범, 그 중에서도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도 공소시효의 정지규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공범이라는 명칭을 강학상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법적·논리적 근거 없이 공소제기 효력의 인적 범위를 넓히게 되는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형법 제253조1항은 공소가 제기되면 시효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2항은 공범 가운데 1인에 대한 시효정지는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다른 공범자에게 효력이 미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의 일종인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 상호간에는 공범이나 방조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다"며 "대향범 상호간에는 범죄구성요건이나 죄질이 같지 않고 법정형도 별개로 규정돼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강학상 필요적 공범, 특히 대향범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범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제253조2항의 공범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범인 공동정범, 교사범, 방조범, 간접정범만을 의미하고, 강학상 필요적 공범 중 형법의 공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대향범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축업자인 김씨는 2005년 2월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씨와 함께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부천시 소유 체비지 405.3㎡를 인수하기 위해 부천중부서 정보과 경찰관에게 담당 공무원에 전달해달라며 6000만원을 교부했고, 경찰관은 이 가운데 2000만원을 도시과 도시행정팀장에게 전달했다.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기소돼 2007년에 모두 징역 1~3년형이 확정됐으나, 김씨는 2011년 6월 뒤늦게 공소제기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