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회사에 삼성 갤럭시 핵심기술을 유출하려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직원 사건이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이 명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석명권을 행사해 심리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배임수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17853).
A 씨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로 디스플레이용 OLED 재료를 개발·생산하는 B사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거래업체로부터 B사의 설비를 이용해 디스플레이 성능 평가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수행해 평가결과를 건네고 현금 600만원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또 중국에 있는 동종업체에 이직하기로 마음먹고 부하직원을 시켜 B사의 산업기술을 몰래 빼내 중국 OLED 개발회사인 C사 소속 이모씨에게 산업기술 파일과 함께 'R 도판트'라는 반도체 재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 씨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씨에게 산업기술 관련 파일을 보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A 씨가 'R 도판트'를 이씨에게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문언상 재산상의 이익이 아닌 재물이 업무상 배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면서 "A 씨가 B사의 재료를 빼돌려 이를 이씨에게 보내 주는 행위는 물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체물로서 재물인 재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이를 업무상배임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A 씨는 피해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업체로 이직을 추진하면서 그 외국회사를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피해회사의 산업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하기까지 했다"며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배임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항소이유서에서 '재료를 넘겨준 행위는 기술유출의 한 방법이고, 기술유출로 인한 무형의 손해와 이익이 있는지 판단하여야 하는바, A 씨가 피해회사의 재료를 넘겨줌으로써 피해회사의 기술을 넘겨준 것이라는 이유로 업무상배임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며 "B사, C사의 사업 분야 및 관계, A 씨가 송부한 재료의 성격, 이 부분 공소사실의 내용 및 검사가 항소이유서에서 주장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의 취지가 A 씨가 재료를 송부함으로써 그 재료에 포함된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유출한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이해될 여지가 있고, 따라서 공소사실의 기재가 명료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검사에 대해 석명권을 행사해 그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 그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 없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했다"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위 무죄 부분에는 필요한 석명권 행사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