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 이전사업에 따른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공사를 시행할 때에는 전신주 이전 비용을 통신사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이한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평택시가 케이티(KT)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 항소심(2012나3151)에서 원고에게 5억32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택시 팽성읍 원정리 진입도로 확장·포장 공사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 시행으로 초래될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차량의 소통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도로공사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필요하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로 인해 필요하게 된 부대공사인 통신시설 이설공사의 비용은 도로법 제77조2항, 제76조에 의해 도로공사 원인제공자에게 전부 부담시킬 수 있다"며 "KT가 도로법에 따라 통신시설 설치에 따른 점용료를 감면받아 왔더라도 도로법 제77조1항 단서를 적용해 부대공사비용을 KT에 부담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로법 제77조1항 단서는 전기통신시설 등과 관련해 도로 점용료를 감면받아 온 사업자는 도로공사로 인한 시설 이전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도로관리상 필요에 의한 것이면 도로법 제77조1항 단서가 적용돼 부대공사 비용은 도로점용자가 부담하지만, 도로공사가 다른 공사로 인해 필요하게 된 것이라면 부대공사 비용은 도로법제77조2항, 제76조에 따라 원인제공자인 다른 공사 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택시는 2009년 1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32조에 따라 기지주변 가로망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국방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원정리 일대에 진입도로 확장·포장공사에 착수했다. 평택시는 KT에 전신주와 광케이블 이전을 요구했으나, KT는 원인행위를 한 국방부가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평택시는 KT와 이후에 소송을 통해 정산키로 합의하고 같은해 11월 이설공사비 5억3200만원을 지급했다. 평택시는 지난해 4월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KT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