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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건
"코로나19 관련 이태원 기지국 접속자 통신 정보 수집 가능토록 한 감염예방법은 합헌"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 이태원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자들의 통신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정보 수집 행위 자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 수집이 종료됐고 정보가 모두 파기돼 권리 보호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감염병 예방과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감염병의심자 등에 관한 인적 사항 수집을 허용하는 구 감염예방법 제76조의2 제1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20헌마1028)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25일 기각했다. 헌재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그 감염 경로, 증상 및 위험성,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할 방역조치의 형태, 범위, 강도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방역조치를 보건당국이 전문적 판단재량을 가지고 신속하고 적절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판대상조항은 보건당국이 전문성을 가지고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 상황이나 위험 정도,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여부 등에 따라 정보 수집이 필요한 범위를 판단해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유연한 대처를 통해 효과적인 방역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의 수집을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해 그 목적과 대상을 제한하고 있고, 정보수집에 관한 사후통지 등 절차적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의 효과는 제한적이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적시의 방역대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손실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인 점에서 그 공익의 혜택 범위와 효과가 광범위하고 중대한 만큼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0년 4월 29일 저녁 8시부터 5월 5일 오전 8시 사이에 이태원에 있는 한 업소 근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가운데 30분 이상 체류한 자의 통신정보 제공을 질병관리본부 등에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SKT, KT, LG유를러스에 자료 요청을 했고, 날짜별 접속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서울시에게 전달한 후 모두 파기했다. 서울특별시장은 받은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통지를 발송했고, 이 같은 문자를 받은 A 씨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2020년 7월 헌법소원을 냈다.
감염예방법
코로나
정보수집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박수연 기자
2024-04-30
헌법사건
코로나19 관련 '종교행사 출입자명단 제출 거부·거짓 자료 제출'로 기소유예… 헌재, '처분 취소'
코로나19 확진자가 참석한 종교행사 출입자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거짓 명단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방역 당국의 출입자명단 제출 요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과 그 시행령이 정한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감염예방법상 '역학조사'로 볼 수 없어 거부나 거짓 명단 제출 행위가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역학조사에서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25일 이 같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 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2021헌마1174)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 씨는 모 선교회가 운영하는 수련기관은 B 센터 소속 간사이다. 공범인 C 씨는 센터의 교육집행위원장, 또 다른 공범인 D 씨는 센터의 선교사다. B 센터는 2020년 11월 27일부터 이틀간 행사를 개최했는데, 출입자 중 1명이 약 5일 뒤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상주시는 같은 날 C,D 씨를 상대로 센터에 출입한 사람들과 종사자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약 10일 뒤 상주시장 명의로 요청 공문이 송달됐다. A 씨는 공범들과 공모해 3일 자 시장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역학조사를 거부하고 D 씨와 공모해 출입자 일부가 누락되고 실제 출입하지 않은 사람의 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제출해 역학조사에서 거짓의 자료를 제출하고 역학조사 담당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감염예방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범죄사실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에 2021년 9월 A 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C,D씨에게는 2022년 11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헌재는 "공범들의 판결에서 대법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침익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그 거부·방해 행위 등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벌 법규의 구성요건적 성격도 가지기 때문에 감염병의 전파를 방지할 필요성 또는 긴급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역학조사의 개념을 감염병예방법 관련 법령 문언을 벗어나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제출 요구한 자료(명단)의 내용이 '감염병 환자 등'의 인적 사항 등에 관한 사항이어야 하지만 상주시장 측이 제출 요구한 이 사건 명단은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하였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접촉자'의 인적 사항 등에 관한 것이고, 역학조사는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등의 방법에 의해야 함에도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는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학조사서를 이용한 설문조사나 면접조사 방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는 감염병예방법에서 규정하는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응하지 않았다거나 사실과 다른 자료를 제출했다고 하여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다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헌재는 청구인의 위계공무집행방해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회
종교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코로나
감염예방법
박수연 기자
2024-04-30
형사일반
[판결]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주범, 2심서 징역 18년…1심보다 형량 3년 늘어
<사진=연합뉴스>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이 섞인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마시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범은 1심보다 형량이 3년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 안승훈·심승우 고법판사)는 3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길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2023노3480). 범행에 함께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는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필로폰 공급책 박모 씨와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 씨에게는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10년,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해외에 거점을 둔 특정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이 국내 학원 밀집지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삼아 시음행사를 가장해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그 부모를 협박해 금전을 갈취하려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다음,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실제 실행에 옮긴 사건"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범죄일 뿐만 아니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주범 길 씨의 범행에 대해선 "마약음료 100병을 직접 제조하고 설문지 복사 및 배송 등 범행의 실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미성년자를 오로지 영리 취득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 점, 마약음료에는 1병당 최소 1회 사용량의 3.3배에 달하는 0.1g가량의 필로폰이 함유된 것으로 보이는 점, 마약음료를 건네받은 13명 중 이를 마신 9명은 당시 15~17세의 미성년 학생(아동)이었던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범 길 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함께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미성년자들에게 투약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마약음료를 마신 미성년자들의 부모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려 했다. 그는 제조한 마약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의 무료시음 행사인 것처럼 속여 미성년자 등에게 이를 마시도록 해 영리목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했다. 피해자는 청소년 13명, 학부모 6명이다. 이를 복용한 청소년 피해자 중 6명은 환각 증상이 발현되기도 하는 상해를 입었다. 이후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로 하여금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투약을 신고하겠다고 학부모를 협박하도록 했다. 김 씨는 변작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위장하는 중계기와 유심칩 등을 이용·관리하며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 박 씨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은닉하고 길 씨가 이를 수거하도록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범행 이후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최고조에 달해 피해자들이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임은 자명하고, 마약 투약으로 인한 신체적인 자각 증상 외 부정적인 영향은 다방면으로 나타날 수 있어 앞으로 피해자들이 감내해야 할 피해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강남학원가
마약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한수현 기자
2024-04-30
행정사건
[판결] 공직자들 검증하는 '공직후보자능력검정' 민간자격 등록 거부한 행안부 처분…법원 "공직후보자 검증은 국가가 해야"
행정안전부가 공직자를 검증하는 민간자격 등록을 거부한 것은 적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직후보자 검증은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맡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2월 2일 한국정책거버넌스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민간자격 등록거부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2023구합52796)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한국정책거버넌스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민간자격 등록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을 통해 행정안전부에 공직후보자 능력검정 민간자격 등록을 신청했다. 한국정책거버넌스가 신청한 민간자격의 명칭은 '공직후보자능력검정'으로서, 공직선거 후보 또는 예비후보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공직수행 능력을 확인,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행안부는 2021년 11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장에게 공직후보자능력검정이 자격기본법 제17조 제3호인 '선량한 풍속을 해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 관련되는 분야'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민간자격 등록불가 회신을 했다. 이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장은 한국정책거버넌스 이메일을 통해 민간자격 등록 검토 결과, 회신 문서 및 민간자격 등록불가 통지 내용 등을 첨부해 이 내용을 안내했다. 한국정책거버넌스는 이 처분을 받은 뒤 행안부에게 2021년경부터 2022년경까지 행안부 또는 그 소속 부서장이 의뢰한 법률자문과 관련한 사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 협조요청한 내용 및 그 답변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2022년 2월 일부 정보에 대해서는 비공개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한국정책거버넌스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등록거부처분을 했다"며 행안부의 처분에는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등록거부처분 과정에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근거법령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설령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한국정책거버넌스가 처분에 불복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감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것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 업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 존립의 근간이 되는 선거제도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분야에 관한 것이므로 행안부가 자격기본법을 근거로 민간자격 등록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공직후보자
민간자격등록
선거
공직자
한수현 기자
2024-04-28
민사일반
[판결] 재산관리인 없이 북한주민 상속소송 맡은 로펌 “남북가족특례법 따라 보수약정 무효”
로펌이 북한 주민과 위임·보수 약정을 체결한 뒤, 업무 수행 후 성공보수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해당 보수약정은 무효지만, 위임 약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4일 A 법무법인이 B 씨 등을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2023다29867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2년 3월 C 씨가 사망하자 그 상속인은 한 달여 뒤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다. B 씨 등은 2015년경 고(故) D 씨에게 자신들의 C 씨에 대한 상속재산 일체에 관한 처분과 관리, 변호사 선임, 소송 권한 등을 위임했다. 위임을 받은 고 D 씨는 2016년 초경 A 로펌과 친생자확인소송,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과 보수약정을 체결했다. 수임인이 소송이나 화해, 합의 등을 통해 분쟁을 해결한 경우 위임인은 수임인에게 성공보수로 ‘총 상속 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전’을 지급해야 하고, 친생자확인 및 상속회복 청구 소송 등의 결과로 수령하는 돈에서 성공보수를 먼저 지급하도록 약정하는 내용이었다. A 로펌은 이후 B 씨 등을 대리해 친생자확인소송, 상속재산분할심판 등을 수행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B 씨 등을 포함한 상속인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 A 로펌은 화해에 따른 B 씨 등의 상속지분 평가액이 각 196억2426만6000원 상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보수약정에 따라 그 30%에 상응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은 “해당 보수약정은 B 씨 등의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체결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며 “나아가 보수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위임약정도 민법 제137조에 의해 무효”라면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는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보수약정이 무효인 것은 맞지만,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는 위임약정을 체결·유지하려는 가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위임약정까지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되어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남북가족특례법상의 북한 주민 상속·수증재산 등 관리제도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법률행위가 재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면서 보수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위임약정에 대해선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북한 주민인 B 씨 등으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A 로펌에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 아니라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A 로펌과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로펌
상속
남북가족특례법
위임약정
보수약정
위임
성공보수금
보수
박수연 기자
2024-04-28
형사일반
[판결] 휴대폰 압색 후 대검 서버에 무관 정보 보관하며 다른 사건 수사에 영장 없이 활용… 대법 '위법수집증거' 재확인
수사기관이 휴대폰을 압수수색한 뒤 대검찰청 서버에 해당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별건 수사에 영장 없이 활용한 것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재확인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3050). 검찰수사서기관인 A 씨는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는 내용의 부정청탁을 받은 뒤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수사기관은 다른 사람의 사건에서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이 사건 범죄사실 혐의와 관련된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를 발견했다. 이후 수사기관은 약 3개월 동안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D-NET, 대검찰청 서버)에 그대로 저장해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증거를 수집했다. 수사기관은 녹음파일 발견 후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혐의사실로 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집행하지 않았고, 해당 영장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자 다시 1개월여 뒤 동일한 내용의 영장을 추가로 발부 받았다. 수사기관은 두 번째와 세 번 영장을 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초 녹음 파일을 기초로 증거를 수집하다가, 세 번째 영장을 발부 받은 때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때 해당 영장을 집행해 대검 서버에 저장돼 있는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압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있어 무관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며 "다만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해 해당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해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해서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했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녹음파일 등과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세 번째 영장의 집행 이후에 수집된 증거들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과 항소심은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휴대폰
압수수색
위법수집증거
증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박수연 기자
2024-04-26
헌법사건
헌재, '지방의원 선출된 전역군인에 연금 지급 정지'…옛 군인연금법 '헌법불합치'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전역한 군인이 지방의회 의원에 취임했을 때 퇴역연금의 전체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는 옛 군인연금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군인연금법 제27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22헌가33)에서 재판관 8(헌법불합치)대 1(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29년간 군인으로 복무하다 중령으로 퇴직한 이후 군인연금법에 의해 월 340여만 원을 지급받아오던 A 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2018년 7월에 취임해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월 270여만 원을 지급받았다. 그러던 중 퇴역연금 수급자가 선거에 의한 선출직 공무원에 취임한 경우, 그 재직기간 중 해당 퇴역연금 전부의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는 구 군인연금법이 2020년 6월 11일 시행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2022년 5월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2020년 7월부터 지급되지 않은 퇴역연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이 조항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당했다. 그러자 이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조항이 위헌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2022년 9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2022년 1월 비슷한 취지로 퇴직 공무원이 퇴직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한 옛 공무원연금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것을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했다. 당시 헌재는 "연금을 대체할 적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전액 지급을 정지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과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헌재는 지급정지제도의 본질 및 취지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과 다르게 판단해야 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과 군인연금법상 퇴직연금은 모두 퇴직한 후 생계 및 부양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다"며 "퇴직연금 수급자와 퇴역연금 수급자가 동일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의원으로 취임한 경우에 지자체로부터 지급받는 의정비가 동일하고, 전자는 공무원연금법상 지급정지 조항의 적용을 받고 후자는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아 연금 지급이 전부 정지된다는 사정이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지방의회의원에 취임한 퇴역연금 수급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다만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받게 되는 보수가 기존의 연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연금 전액의 지급을 정지하는 것에 있으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개선입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만일 심판대상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면,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의 효력이 당해 사건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그 적용을 중지하기로 한다며 "당해 사건에서는 개정된 신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선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앞서 2022년 공무원연금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때도 합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지방의회 의원은 임기 동안 퇴직연금을 지급받지 못하지만, 매월 보수를 지급받으므로 경제적 불이익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급정지 조항은 법익 균형성 원칙이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군인
퇴역연금
군인연금법
전역
한수현 기자
2024-04-25
형사일반
[판결] 미성년자 성착취물 1900개 제작… 초등교사 징역 13년 확정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1900여개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사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에게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등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1180). 초등학교 교사인 A 씨는 2020년 11월~2021년 2월 아동·청소년 피해자 3명에게 성착취물 촬영을 지시하고 이를 전송받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성착취물 제작 과정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유사강간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상습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 혐의로 징역 8년, 미성년자 의제 유사강간 혐의로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추가 혐의가 발견됐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A 씨가 2015년 2월~2021년 1월 121명에게 같은 방식으로 범행해 1910개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이다. 항소심은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고,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등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상습을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2020년 6월 신설됐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생기기 전의 행위는 이전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개정 규정 이전의 부분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은 허가될 수 없고, 이는 추가기소의 대상이 될 뿐"이라며 "항소심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그대로 허가해선 안 되고, 개정 규정 이후(2020년 6월 이후) 부분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만 허가했어야 하므로 개정 규정 이전 부분은 추가 기소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변경을 허가하지 않은 혐의 부분을 별건으로 추가 기소했고, 이 부분에는 징역 5년이 1심에서 선고됐다. 대법원에서 파기된 부분과 새로 기소된 부분을 병합해 심리한 수원고법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 등 관련기관 10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성착취물
유사강간
아동
청소년
박수연 기자
2024-04-25
의료사고
행정사건
[판결] 독감 예방접종 열흘 뒤 돌연 희소성 신경질환 진단 받았다면…"접종, 증상 간 인과관계 인정"
<사진=연합뉴스> 독감 예방접종 후 갑자기 희소성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면, 예방접종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서울고법 판단이 나왔다. 1심에서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형진·박영욱 고법판사)는 18일 A 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신청 반려 처분 취소소송(2022누50771)에서 원고패소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5년 10월 전북 남원의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맞고 열흘 뒤부터 양쪽 다리 근력저하 증상으로 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고, 2016년 11월 지체(하지기능)장애 4급 결정을 받았다. A 씨는 독감 예방접종 전에는 특별히 다른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2015년 12월경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1항에 따라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질병청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길랭-바레 증후군 간의 관련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정책연구용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A 씨의 신청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다"고 통지했다. 2017년 7월 질병청은 "이상반응이 출현한 시간적 순서에 백신 접종과의 근접성이 있으나 예방접종 이전에 어지럼증으로 신경과 지료를 받은 기록이 있고, 임상 양상 면에서 길랭-바레 증후군의 진단 기준과 일치도가 떨어진다"며 예방접종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이의신청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 제기 이후 A 씨가 사망하게 되면서 배우자 및 자녀들이 소송절차를 이어받았다. 1심은 A 씨의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질병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는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A 씨의 증상이 발생한 사이에는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으로 예방접종이 길랭-바레 증후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질병청도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한 가지로 길랭-바레 증후군을 예시하고 있다"며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일부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길랭-바레 증후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A 씨의 증상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예방접종 전 감기 증상을 보인 적이 없고, 오히려 A 씨의 감기 증상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질병청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A 씨의 감기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정의는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이 원인불명이라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결국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각 제시했는데, 감정 소견을 배척하고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볼만한 별다른 사정 역시 없다"고 부연했다.
독감
질병관리청
인과관계
예방접종
한수현 기자
2024-04-23
행정사건
“같은 브랜드 편의점 250m 內 출점 안돼”
같은 브랜드 편의점끼리 250m 안에 신규 출점할 수 없도록 하는 ‘거리제한 룰’에 대해 법원이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반한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과잉 출점을 막고 점주들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영업지역 보장’을 형해화시키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꼼수 약관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형진·박영욱 고법판사)는 18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BGF리테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2023누45653). CU 가맹본부는 2020년 9월 A 씨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경기 부천시에서 편의점을 출점했다. 해당 가맹계약에는 가맹본부가 점포로부터 도보 통행 최단 거리를 기준으로 A 씨 점포로부터 250m 내 CU점(직영점 포함)을 신규로 개설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만 거리제한 기준 안이더라도 기존 가맹점사업자가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할 수 있고,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의 동의를 얻는다면 다른 CU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CU는 2021년 5월 기존 가맹사업자인 B 씨에게 A 씨가 운영하고 있는 점포와 약 278m 거리에 있는 점포를 폐점하고 약 230m 거리에 있는 점포로 재출점하는 것을 승인했다. 온라인 지도로 봤을 때 세 블록 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두 점포간 거리는 보통의 걸음으로 3분도 채 걸리지 않고, 자전거로는 1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CU는 A 씨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면서 영업지역 내 ‘출점동의서’에 서명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A 씨는 거부했다. 이후 A 씨는 CU에 “점포 인근으로 이동 출점을 위해 공사 중인 B 씨의 점포에 대한 공사 중지 등을 요구하며 모범거래기준의 준수를 촉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CU는 A 씨에게 “해당 지점은 가맹계약에 따라 본인의 거리제한 기준 내에서 폐점 후 재출점 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뒤 A 씨에 대한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B 씨의 새로운 점포에 대한 재출점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5월 “CU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밖에 위치하고 있던 기존 가맹사업자의 매장을 영업지역 안으로 이전해 재출점한 행위에 대해 경고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CU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CU 측은 “공정위의 ‘편의점 업종 모범거래기준’을 신뢰해 그에 따라 가맹계약을 체결했다”며 “B 씨 점포에 대한 재출점 행위는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위의 경고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내지 이전이라는 행위로 인해 (A 씨 점포와 같은) 점포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그 영업권 보호에도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 점포는 극단적으로 다른 점포와 가까운 거리에 재출점이나 이전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가맹사업법 제12조의4 1항에서 영업지역을 설정하도록 한 입법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가맹본부인 원고가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가맹사업거래의 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인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가맹점의 재출점 내지 이전을 허용하는 가맹계약 조항은 약관에 해당하고, 이러한 약관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취지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4는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가맹본부가 자신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사업자의 피해를 확산시킬 우려가 많으므로 외형상 그러한 행위유형(영업지역 침해)에 해당하면 일단 공정한 가맹사업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행위자인 가맹본부에게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CU는 공정위가 2012년 발표한 모범거래기준에 '거리제한 기준 안'이더라도 기존 가맹점사업자가 폐점 후 재출점하거나 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신뢰하고 가맹계약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보장하는 가맹사업법 제12조의4가 신설된 2013년 8월 13일 이후에는 현재의 가맹사업법에 따라야 한다”며 CU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인해 영업지역을 보호하는 가맹사업법 제12조4가 신설된 이후에도 각종 특약으로 제한거리 내 예외 입점을 허용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계는 가맹본부의 지위가 압도적이어서 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라고 할 수 있다”며 “가맹점사업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이 판결은 무분별하게 확대돼 타 업체 간, 같은 업체 간 경쟁이 심한 편의점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공정거래
편의점
가맹점
한수현 기자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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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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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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