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과정에서 받은 부정한 돈에 대해 배분 방법이나 액수 등을 판단할 재량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돈을 받아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이더라도 공직선거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부정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임기중 충북도의회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형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도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9도6655).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임 도의원은 지난해 4월 16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건물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박금순 전 청주시의원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시의원은 자신이 6·13 지방선거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란 소문이 돌자 변재일 당시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측근인 임 도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임 도의원은 며칠 뒤 박 전 시의원에게 돈을 돌려줬고, 박 전 시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판이 시작되자 임 도의원을 제명했다.
임 도의원은 재판에서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단순히 돈 전달 부탁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금품수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2001도2819, 2006도986, 2009도834)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제공'은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으로 한정 해석할 것은 아니다"며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으면,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도 법이 정한 '제공'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도의원이 박 전 시의원으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당시 그는 돈을 변 위원장에게 전달할지 여부나 금액, 방법 등에 관한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었다"며 "임 도의원이 단순히 돈을 전달하기 위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2심도 "임 도의원은 인맥을 통해 변 위원장에게 공천을 청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단순 전달자에 불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행위는 공천단계부터 금권 영향력을 원천봉쇄하려는 공직선거법 입법취지를 훼손해 죄질이 나쁘다"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