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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결정] 법원, 교육시설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
법원이 학원과 독서실 등 교육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A씨 등 5명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2021아13365)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중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은 본안 판결 선고일까지 효력을 정지한다"며 일부인용 결정했다. 학원·교습소 단체인 함께하는사교육연합(함사연) 측은 지난달 17일 학원과 스터디 카페, 독서실 등을 방역패스 적용시설에 포함시키고 만 12~18세 청소년들에게 이를 의무화하는 당국 조치에 반발해 특별방역대책후속조치처분 취소소송(2021구합5307)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재판부는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합리적 이유 없이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평등원칙을 선언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기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의 국민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위헌·위법한 조치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학원 등을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으로 인해 A씨 등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방역패스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백신 미접종자 중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해 진학시험, 취직시험, 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이나 직업교육 내지 직업훈련을 수행하려는 사람은 그 시설을 이용한 학습권이 현저히 제한되므로, 사실상 그들의 교육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에 해당한다"며 "의사에 관계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백신 접종이라는 개인의 신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 강제받는 상황에 처하게 돼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는 백신미접종자 집단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미접종자는 자신의 연령과 건강상태, 코로나 백신 접종의 효용성,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현재까지 백신 접종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미접종자들의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이용마저 제한해 그들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직접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기 위해선 현재의 방역지침에 의하더라도 이용시간 동안엔 원칙적으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하는 등 코로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적용받고, 학원·독서실 등의 운영자들도 그러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려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려는 백신미접종자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 감염율과 위증증률 등이 현저히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역패스
코로나
백신
한수현 기자
2022-01-04
행정사건
[판결] 부당한 업무지시 다툰 후 쓰러져 숨진 안전유도원 '산재' 인정
부당한 업무지시에 맞서 말다툼을 한 후 쓰러져 숨진 안전유도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20구합5379)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에서 2019년 6월부터 안전유도원으로 근무하면서 트레일러 등 대형 자재차량이 안전하게 현장에 진입·진출하도록 유도하는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20년 2월 B씨는 근무 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B씨의 사인은 뇌지주막하 출혈로 밝혀졌다. A씨는 "B씨가 사망 직전 공사 현장 팀장과 업무 관련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다는 말다툼을 하는 업무상 돌발상황이 있었고, 이후 동료와 다툰 일을 얘기하다가 쓰러져 숨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B씨가 기존에 고혈압 증상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업무로 인해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B씨는 사망 직전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직속상사인 팀장으로부터 받았는데, 1개월 단위로 연장계약을 체결해 근무하는 단기계약직이었던 사정상 재계약이 되지 않을 위험을 각오하며 팀장과 정면으로 충돌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직후에 쓰러져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업무로 인해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거나 기존의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진행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의 업무내용과 전반적인 업무환경, 특히 사망 직전 팀장과 심한 갈등상황을 겪었던 것이 B씨의 신체적인 소인과 겹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뇌지주막하 출혈을 발생하게 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B씨는 업무상 사유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B씨 사망 8개월 전 측정한 혈압은 정상혈압 기준보다는 다소 높지만 고혈압의 진단기준보다는 낮고, 사망 무렵에 혈압수치가 정상혈압 기준보다 다소 높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러한 건강상태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업무환경과 무관하게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사망 직전 업무상 문제로 상급자인 팀장과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며 다퉜고, 계약직 신분 등에 비춰 그 다툼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사망 직전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면서 뇌동맥류가 파열돼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 선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부당업무
말다툼
사망
업무상재해
한수현 기자
2021-12-30
행정사건
[판결] 백신 조달방법 변경이후 수급상황 파악 미진했다면
질병관리청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대상 백신의 조달방식을 변경하면서 수급상황에 대한 파악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조달청이 담합행위 등으로 인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제약업체인 A사와 대표 B씨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2021구합50963)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5년 5월 체결한 계약에 따라 C사로부터 폐렴구균 백신(PCV10가)을 공급받아 국내에 독점 유통하고 있었다. 이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개별구매(제3자단가 방식)로 공급됐다. 이에 따라 경쟁입찰에서 조달계약업체로 선정된 A사는 보건소 물량만을 공급했고, 민간위탁 의료기관은 개별적으로 백신을 확보해 필수접종 사용물량에 대해 정부로부터 조달단가로 환급받았다. 이후 질병관리청은 민간개별구매에 따른 백신 수급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7년 7~11월 4차에 걸친 민관협의체 회의 및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차에 걸친 실무추진반 회의를 거쳐 2019년 1월 백신에 총량구매 및 사후현물공급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정기간 사용될 필수접종 물량을 일괄구매해 민간위탁 의료기관에서 실제 사용한 물량을 사후에 현물로 채워주게 됐다. 조달청 처분은 재량이탈·남용으로 취소해야 조달청은 2019년 1월과 2월 두 번에 걸쳐 질병관리청을 수요기관으로 설정해 총량구매·사후현물공급방식으로 백신의 입찰을 공고했는데, 각각 A사의 단일입찰로 유찰됐다. 이에 조달청은 2019년 3월 다시 입찰을 공고했다. 이때 C사는 백신 도매상 D씨에게 이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할 것을 부탁했고, A사에 그 사실을 전달했다. 이후 D씨는 입찰에서 예정가격 초과로 탈락했고, A사가 조달계약업체로 결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해 5월 이러한 행위 등을 담합행위로 고발했고, A사는 2020년 8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조달청은 2021년 1월 A사와 대표 B씨를 상대로 "경쟁입찰에서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해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했다"며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A사와 B씨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원소승소 판결 재판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는 담합행위를 한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기간을 6개월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반행위의 경위 등을 고려해 법령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제재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백신의 조달방식 변경으로 정부가 민간위탁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물량까지 일괄구매하게 됨으로써 이전의 입찰 수량과 비교해 입찰 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수급이 불안정해지거나 독점 유통업체가 있는 경우 입찰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위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는 담합행위로 얻은 이익이 크지 않고, 담합행위의 내용과 횟수 등을 고려했을 때 처분의 제재기간을 정할 때 (A사에 대한) 감경요소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조달청의 처분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표 B씨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에서는 부정당업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면서 제재처분기간 등 다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며 "법인이 부정당업자에 해당하는 경우 부정당업자의 대표자 개인은 부정당업자와 구별되는 별개의 권리주체이고, 부정당업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당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누군가에게도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위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며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않은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처분대상을 규정한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판시했다.
조달청
질병관리청
백신
한수현 기자
2021-11-22
형사일반
[판결] 초등생 관자놀이 누른 교사… 대법원 "아동학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숙제검사를 하다가 교사가 학생의 관자놀이를 누른 행위는 교육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1도10396). 모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A씨는 2019년 3월 교실에서 숙제검사를 하다 양 주먹으로 한 학생의 관자놀이 부분을 세게 눌러 신체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수업태도가 불량하다며 휴대폰을 학생 얼굴에 갖다 대면서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동을 취하면서 부모님에게 찍어 보내겠다고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앞선 범행에 대해서는 4대 3의 의견으로, 두번째 범행에 대해서는 6대 1의 의견으로 유죄 평결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피해아동의 어머니와 다른 아동의 어머니의 1심 법정진술의 경우, 피해아동, 같은 반 다른 아동 및 그 다른 아동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다는 말을 전하는 부분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는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16조 2항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는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진술자인 피해아동 등과 같은 반 다른 아동, 그 다른 아동의 어머니가 이러한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해아동의 어머니 등의 1심 법정진술 중 각 원진술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는 과제나 학습 내용을 마치면 게시판에 자석 스티커를 붙이기로 약속하는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이 스티커 붙이기를 잊어버리는 경우 '기억을 잘 하자'는 의미에서 기억과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신체부위인 관자놀이를 눌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칙이 특별히 자의적이라거나 교육상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A씨가 아동들의 관자놀이를 누르는 행위를 한 것은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자 하는 교육적 동기와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업시간에 아동이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너의 이러한 행동을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말하며 휴대전화로 그 아동을 동영상 촬영하려고 한 행위는 아동의 부적절한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추후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상담 등을 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록 당시의 상황에서 교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 목적상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거나 그 자체로 현저히 부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체적 학대행위와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아동학대
교사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박수연 기자
2021-11-01
행정사건
[판결] 화재진압 중 부상당해 동료 수혈 받고 간암 걸려 자살한 소방공무원
화재 진압 중 큰 부상을 입어 급하게 동료로부터 수혈을 받았다가 간암에 걸린 후 투병 중 자살한 소방공무원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처분 취소소송(2021두3060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1984년 화재 진압 중 전기에 감전돼 쓰러지면서 유리파편이 우측대퇴부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A씨는 당시 출혈이 심해 수술 과정에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고, 동료 B씨의 혈액을 수혈받게 됐다. 그런데 이후 B씨가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로 밝혀졌다. B씨는 2003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A씨 역시 2011년 간암 등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다 증상이 악화되자 2013년 6월 초 퇴직했고 그로부터 약 3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7월 서울행정법원은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유족에게 다음 달 순직유족 보상금 가결 결정을 통보했다. A씨 유족은 2019년 5월 인사혁신처에 'A씨는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며 관련 유족급여 지급을 요구했지만, 인사혁신처가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2016년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개정 전 사용하던 '순직'이라는 용어를 '위험직무순직'으로 변경하고, 공무상 사망한 공무원을 '순직공무원'으로 정의했다. 이후 공무상 재해를 입은 공무원과 그 가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재해보상 제도의 발전을 위해 공무원 재해보상에 관한 분야를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해 별도로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했다. 유족승소 원심확정 공무원 재해보상법도 변경된 용어를 토대로, 제3조 1항 4호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위험직무순직공무원'으로 규정했다. 다만 부칙 제16조에서 법 시행일 전의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에 관하여는 종전의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를 따르도록 했다.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1항 2호는 '순직공무원이란 1호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危害)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공무상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라목에서 '소방공무원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 중 입은 위해'를 들고 있었다. 대법원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을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입법목적과 개정 경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요건 판단에 관해서는 종전 공무원연금법에 따르지만, '위험직무순직' 용어의 사용에 한해 현행법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렀고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면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2심도 "A씨는 유리파편이 대퇴부에 관통돼 입은 부상의 치료과정에서 간암 등을 얻어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결여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러한 자살은 간암 등 질병이 주된 원인이기에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것"이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자살
소방공무원
간암
위험직무순직공무원
박수연 기자
2021-10-25
형사일반
[판결] 장기간 치료 요하는 정신질환으로 판단 제대로 못해 군사교육 소집 불응했다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때문에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해 병무청에서 통지한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거부하고 군사교육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것을 병역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병역법 제88조가 규정하고 있는 입영이나 소집을 기피·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2020도16680). 선고유예란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2년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이던 A씨는 2019년 3월 19일 "2019년 4월 18일 오후 2시까지 육군훈련소 사회복무요원 소집에 응하라"는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3일이 경과할 때까지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소집통지를 받을 당시 병무청 담당자로부터 이미 2차례 연기신청을 해 사회복무요원 소집 업무 규정상 더이상 연기가 불가능하고 병역처분 변경 신청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받았다. 하지만 A씨는 군사교육 등 의무이행 연기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소집업무 규정은 병역법 시행령 등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는 규정이라고 단정하고, 병무청이 질병치료 후 복무에 복귀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해 해당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연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해, 안내를 받았음에도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았다. 병무청 담당자는 같은 해 3월 18일과 4월 17일 A씨의 어머니와 수차례 통화해 군사교육 소집에 응하지 않으려면 A씨로 하여금 꼭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설득에도 A씨는 아랑곳 하지 않았고, 이에 병무청은 2019년 5월 병역법 위반으로 A씨를 고발했다. ‘소집·기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해당 재판부는 "2014년 척추질환 4급을 판정받았던 A씨는 2017년 3월 사회복무요원 복무 시작 후 4월 요추 염좌 등 상해를 입었고 5월에는 해당 상해에 대해 공상·공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으며, 6월 군사교육으로 훈련소에 입소했다가 허리통증이 심해져 자살 시도를 하는 등 훈련이 어려워 약 일주일만에 퇴소했다"며 "2017년 7월부터는 대학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로부터 충동장애, 우울증 등을 진단받았으며, 이후에도 자살시도를 해 응급실에 가거나 병원에서 자살 위험성 중상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징역형 선고유예 원심 파기 이어 "A씨는 군사교육 소집을 두 번 연기했다가 군사교육 소집 시 연기횟수 제한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연기를 허용하지 않는 병무청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스스로 단정해 담당자로부터 안내받은 병역처분변경신청을 강하게 거부했고, 병무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후에야 결국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해 2020년 5월 신체검사에서 신경증적 장애로 5급 판정을 받고 같은 해 6월 소집해제되기에 이르렀다"면서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의 영향으로 군사교육 소집통지를 받은 당시 안내받은 병역처분 변경 신청을 거부하고 군사교육 소집에 응하지 못한 것은 A씨의 책임으로 볼 수 없으므로, 병역법 제88조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씨의 소집불응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불응
소집통지
군사교육
병역법
정신질환
박수연 기자
2021-10-18
민사일반
[판결] 추운 날씨에 실외서 과도한 업무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근로자가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해당 근로자가 평소 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21두3768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30여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2014년 7월 A씨는 2015년 3월부터 비정기적으로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등 일용직 근로를 해왔다. 그는 2017년 3월 B조합이 시행한 공공근로사업인 '수목제거사업'에서 4일간 일용직으로 일하고, 그 이튿날부터 10일간 역시 B조합의 공공근로사업인 '나무주사사업'에 참여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첫번째 공공근로사업에서 일할 당시 작업장인 강원도 철원군의 기온은 평균 영하 2.1도~ 영상 2.0도, 최저기온은 영하 9.4도~5.6도, 최고기온은 영상 2.2도~10.9도였다. A씨는 두번째 공공사업 투입 첫날 오전 8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임야 작업장에서 소나무 천공작업을 하고 점심식사 후 작업장으로 돌아오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 평균 기온은 영상 4.5도,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최고기온은 영상 14.9도였다. A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하천 주변에서 잡목을 기계톱으로 벌목한 후 낫으로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산지에서 약 9㎏짜리 천공기(예초기 엔진)을 메고 이동해야 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무산소성 뇌손상'이었고, 직접 사인의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는 이전에 고혈과, 불안전 협심증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 패소 원심 파기 2심은 "당시 꽃샘추위가 있었고 A씨가 급격한 신체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14명의 평균연령이 65세였고, 공공근로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근로의 강도가 과중했거나 A씨가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작업 후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작업을 위해 이동할 때 사고가 났고, 당일 최고 기온이 14.9도였던 점을 볼 때 A씨의 기저 심혈관 질환이 과로와 스트레스, 추운 날씨에 의해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이 유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못 취하고 무거운 천공기를 메고 산을 오르면서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을 수 있고, A씨가 직전 공공근로사업과 해당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른 시간부터 영하의 추위에 실외에서 작업을 한 점을 고려하면 추운 날씨에 한 작업이 그의 심근경색 발현 위험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고혈압, 불안정 협심증, 좌심실부전 등의 기존 질환이 있었지만, 기존 질환은 잘 관리되고 있었고 정기적인 운동부하검사에서도 협심증 재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으며 증상이 호전 중이었고, 2016년 일반건강검진결과에서도 정상경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은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안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현돼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A씨가 객관적인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과로
과도한업무
업무상재해
박수연
2021-09-27
형사일반
[판결] '주 52시간 초과 근무 시킨 혐의' 구영배 큐텐 대표, 항소심도 벌금형
회사 직원에게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구영배 큐텐 대표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해당 직원은 과중한 업무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1부(김예영·장성학·장윤선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에게 최근 1심과 같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2020노2671). 구 대표는 상시근로자가 240명에 달하는 온라인 쇼핑몰 '큐텐(Qoo10)의 대표로서 2014년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직원 A씨에게 법정근로시간인 총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입사 2년차 직원이었던 A씨는 해당 기간 동안 오전 9시 20분께 출근해 다음 날 오전 6시 50분에 퇴근하는 등 총 64시간 20분을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과중한 업무에 따른 괴로움을 호소하며 같은 해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후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2018년 7월 A씨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반면 구 대표는 재판과정에서 "A씨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6개국에 현지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대부분의 기간을 해외에 체류해 A씨의 업무량을 구체적으로 파악 또는 관여할 수 없었다"며 "원심이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미필적 고의 및 근로기준법 위반의 죄책을 인정한 것은 법 문언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회사에서는 구 대표나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연장근로를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중한 업무량을 부과하고 이를 수행토록 하는 방식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이뤄졌다"며 "구 대표는 이 사건 발생 당시에도 수시로 전사 사업회의를 개최해 관리자들을 상대로 각 부서별 업무를 배분하거나 보고를 받아 전체적인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대표는 특히 이 사건 회사와 같은 인터넷 벤처기업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가 당연시 돼 온 경제·사회·문화적 상황 아래에서 위법성에 대한 뚜렷한 인식 없이 기존의 잘못된 노무 관행을 좇다가 미필적 고의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비록 A씨의 개인적 질환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A씨가 사망에 이르러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유족은 현재도 구 대표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대표는 A씨의 사망 이후 회사 안에서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과중업무
초과근무
큐텐
이용경 기자
2021-09-24
행정사건
[판결] 6년간 용광로 근처서 교대근무하다 심장질환 사망했다면
기준치를 상회하는 온도와 소음이 발생하는 용광로 근처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야간근무 중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부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20구합74078)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3년 4월부터 C사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용광로 부근에서 용해된 원료의 주입상태를 확인해 주입기로 용해액에 첨가제를 배합하고 시료용 쇳물을 채취·검사하는 업무를 했다. 이 공장에서는 24시간 용광로가 가동됐는데, A씨가 일하던 작업장의 용광로 부근 온도는 섭씨 약 35도에 이르렀고, 평균 소음은 만성적 소음 수준인 82데시벨(dB)에 달했다. 작업장 내에 선풍기와 이동식 냉방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A씨는 화상 방지를 위해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방화 무릎보호대와 방화 앞치마를 착용한 상태에서 근무했다. 2019년 8월 자정 무렵 야간 근무 중이던 A씨는 회사 공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A씨의 사인은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는 "남편이 과로와 교대업무 등의 영향으로 질환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B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회사에서 6년 이상 매주마다 주야가 바뀌는 교대제로 근무했는데, 야간근무자의 근무시간이 주간근무자와 동일하게 9시간으로 정해졌음에도 휴식시간은 절반뿐인 30분이었다"며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어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주는 야간근무의 특성상 이러한 형태와 강도의 교대근무를 장기간 견뎌온 A씨는 일반적으로 주간근무만 한 사람보다 훨씬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A씨가 2009년경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았지만 정기적으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필요한 의약품을 처방받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질병을 관리해왔다"며 "A씨가 일하던 작업장의 온도와 소음 수준도 기준치를 상회해 업무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신체적 피로와 스트레스의 정도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여 기존 질병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격하게 악화되다가 야간근무라는 부담이 주어져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야간근무
사망
업무상재해
교대근무
용광로
한수현 기자
2021-09-20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전합 "산업재해 인과관계 증명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다"
대법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9일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7두4593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사 근로자인 A씨는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해 품질을 검사·관리하는 업무 등을 맡았다. A씨는 2014년 4월 동료직원과 함께 10여분간 개당 5㎏ 가량 나가는 박스 80개를 한번에 2~3개씩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한 뒤 쓰러졌고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이 "A씨의 사망원인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유족 측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끝에 기존 판례에 따라 유족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1항은 업무상 재해 인정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같은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해당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사고와 질병 등을 유형별로 세분해 인정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전환해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재해를 사업주의 책임영역으로 합리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재형, 박정화, 김선수, 이흥구 대법관은 "입법자료를 바탕으로 입법경위와 과정을 보면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의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근로자
산업재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박수연 기자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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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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