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여러 집회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합240).
전 목사는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이후 10년이 경과하지 않아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전 목사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경기 비상구국기도회와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 등 각 집회에서 확성장치를 이용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또 문재인 퇴진 범국민대회에서 '문재인은 간첩' 또는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했다'며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전 목사 측은 "이 사건 수사는 애초부터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표적으로 삼아 외부의 청탁 또는 압력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며 "이러한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는 그 자체로 위법해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거나 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과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이 사건 수사 개시의 경위, 혐의 범죄의 성격, 실제 수사 진행의 경과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당시 수사기관의 업무처리가 현저히 이례적이었다거나 그 합리성을 도저히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 위법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진 유·무죄 판단에서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1항에 의해 보장되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지만,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므로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이를 제한함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의 근간과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법을 함부로 확장해석해서는 안 되고, 표현의 자유가 이른바 숨 쉴 공간을 둘 수 있도록 그 제한 법령의 적용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성부와 관련한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 것인지 여부'와 '특정 개인 후보자를 전제하지 않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만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체계에 따르면 선거운동은 특정한 개인 후보자의 존재가 요구되고, 이는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각 집회에서 피고인이 지지했다는 '자유우파 정당'은 그 의미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그 외연의 범위를 확정할 수 없고, 그에 해당되는 실제 정당을 명확히 특정할 수도 없다"면서 "각 집회에서의 발언은 그 발언 시점에 아직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정당의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고,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 개념의 전제가 되는 특정 후보자가 존재하지 않은 점에서 여전히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그 발언의 맥락 등을 고려하면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의 의미로 이해되거나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일 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허위 사실에 기초하거나 이를 전제하지 않은 나름의 검증 결과로 제시된 표현들까지 형사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법리에 비춰 피고인은 자신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피해자의 정치적 행보 혹은 태도에 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일 뿐, 이를 증거에 의해 입증이 가능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전 목사는 이날 무죄가 선고된 직후 곧바로 풀려났다. 전 목사의 변호인은 "이번 판결은 정치적인 비판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명확히 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지난 8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서울 광화문에서 광복절 집회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던 전 목사는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 9월 재차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전 목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