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한 직원에 대해 사내규정보다 긴 장기간 대기발령 상태를 계속 유지한 것은 위법하므로 이 기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 양시훈, 정현경 판사)는 지난 19일 A 씨(소송대리인 황현대 변호사)가 B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21나201422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B은행은 A 씨에게 64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B은행 지점장으로 일하던 A 씨는 브로커에 의한 사기 의심 대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2017년 7월 인사대기 조치를 받았다. 이후 B은행은 A 씨에게 정직 3개월 및 1억 8000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는 징계를 내렸고, A씨는 이에 반발해 징계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A씨는 1,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이 판결은 2019년 12월 확정됐다.
그러자 B은행은 2020년 4월 A 씨에 대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취소하고, 감봉 3개월로 수위를 낮춰 다시 징계했다. 이에 A 씨는 재차 불복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상고심 재판중이다.
이 과정에서 내내 대기발령 상태였던 A 씨는 B은행 감사팀이 징계 과정에서 일부 서류를 조작하고 이를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며 정직 처분과 대기발령 조치로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은행 규정상 단일한 사유를 근거로 한 대기발령은 최장 1년 6개월까지만 가능한데, 보직 제한은 대기발령에 부수해 이뤄지거나 그보다 경한 행위에 대해 이뤄지는 처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A 씨에 대한 장기간의 보직 제한 조치는 다음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A 씨를 장기간 업무수행에서 배제하는 고정적 조치로 변질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B은행이 별도의 징계사유 등 대기발령 또는 보직 제한의 사유가 없이 A 씨에 대해 최초 대기발령일인 2017년 7월부터 2019년 1월 이후까지도 직무 미부여 조치를 계속 유지한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그 직위에 상응하는 근로제공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에 대한 장기간의 보직 제한 조치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위법·무효로 봐야 한다"며 "B은행은 급여, 명절상여금, 휴가보상금, 성과상여금 등 직무 미부여 유지 조치로 인한 미지급 임금 총 64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조작됐다는) 보고서 및 면담서에 일부 기재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나 이는 실수 내지 착오로 보이고, 이러한 부분만으로는 해당 보고서 및 면담서 전체를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에게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