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과 임금협상 때문에 과로에 시달리다 쓰러져 사지가 마비된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는 한화 노조위원장 김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2016구단60907)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4년도까지는 협상 시한을 정하지 않고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협상이 진행됐는데, 2015년도에는 정부의 방산원가 책정시일이 정해져 사측에서 임금상승분을 원가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조에 2015년 3월 31일까지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요구했다"며 "김씨가 발병한 날은 사측이 임단협 체결시한으로 요청한 다음날로, 이날까지도 노조 각 지부별 의견 차이로 지부들간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고, 회사 사장은 김씨에게 직접 임단협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노조 위원장인 김씨로서는 지부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매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고, 사측이 제기한 마감시한과 종전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통상임금 산입,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큰 쟁점이 있어 김씨가 받은 스트레스는 통상적 업무상 스트레스를 넘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기존에 앓던 고혈압·뇌동맥류가 직무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발병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2013년 6월부터 한화 노조위원장을 맡은 김씨는 2015년 초 사측과 임단협 체결을 위해 협상을 했다. 협상은 다른 해에 비해 난항을 거듭했고, 김씨는 2015년 4월 노조 건물 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가 마비됐다. 김씨는 같은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