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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살해한 정유정, 무기징역 확정
<사진=연합뉴스>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5)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24도5087).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6일 오후 5시 40분경 부산 금정구에 있는 또래 여성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유정은 과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학부모인 것처럼 속여 살해할 대상을 물색한 뒤 수업을 받을 학생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의 집에 방문했다. 이후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시신 일부를 유기했는데, 혈흔이 묻은 여행 가방을 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과 항소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범행의 동기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수연 기자
2024-06-13
[판결] '등산로 살인' 최윤종,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선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하려다 여성을 무차별 폭행, 살해한 최윤종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4-3부(재판장 임종효·박혜선·오영상 고법판사)는 1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2024노378). 또 1심과 마찬가지로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 30년, 10년간의 정보공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릇된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흉악 범행을 준비·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범행을 중지하고 생명을 침해하지 않을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도 살인에 이르러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고통을 헤아릴 수 없고, 유족과 지인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 안전과 법 제도, 신뢰에 대한 위기도 촉발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반성문에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있지만, 건강 등 불편을 호소하는 것으로 유가족과 피해자에 최소한의 죄책감이 있는지 의문을 잠재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최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자는 검사의 주장에도 수긍할 만한 면이 있다"면서도 "우리 국가는 신체의 자유 및 재산, 사람의 생명이라는 헌법적 가치 보호를 근본적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기징역은 20년 경과 후 가석방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피고인에게는 가석방을 엄격히 제한해 무기징역의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징역이라고 해도 수감된 지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향후 사실상 종신형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씨는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신림동 목골산 등산로에서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피해자 A 씨를 무차별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현장에 방치됐다가 주민의 신고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이틀 뒤 숨졌다.
홍윤지 기자
2024-06-12
[판결] 대형로펌 파트너변호사도 근로자… 法, "산재 대상 맞다"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파트너 변호사여도 로펌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주요 경영 사항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면 근로자에 해당돼 과로사한 경우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숨진 변호사 A 씨의 배우자 B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2022구합82813)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변호사는 1998년부터 판사로 재직하다가 2016년 대형로펌에 입사해 2018년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을 맡아왔다. A 변호사는 2020년 6월 광주고법 재판정에서 변론하던 중 법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B 씨는 공단 측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공단 측은 A 변호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변호사는 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 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속한 적이 없고 오히려 운영위에서 지정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로펌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하고 휴가와 출장, 사건 수임 등에 있어서도 내부 규정을 준수했고 △근무 내용을 매일 타임시트를 통해 입력했는데 이는 로펌이 근무상황을 관리하는 자료였을 뿐 아니라 △로펌에서 매달 급여를 받고 근로소득세도 납부했으며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했던 점 등을 근거로 A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비록 법인으로부터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전문적인 지적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변호사 업무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A 변호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은 근로 시간을 바탕으로 과로도 인정하고 과로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발병 전 A 변호사의 주간 업무시간은 약 59시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약 56시간으로 상당히 과로했다"며 "당초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로 파기되고,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둔 단계에서 중요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부정적인 상황을 연달아 겪으면서 큰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사들의 관심이 쏠린 사건까지 항소심 변론 종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사건마저 패소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마지막까지 승소를 위한 논리와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과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수연 기자
2024-06-12
[판결] "막걸리 상표에서 '영탁' 떼라"… 가수 영탁, 막걸리 상표권 분쟁 최종 승소
<사진=연합뉴스> '영탁 막걸리'라는 상품표지를 두고 막걸리 제조사와 법적 분쟁을 벌여온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 씨가 대법원에서 일부승소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1일 박 씨가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지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2024다228920) 상고심에서 예천양조 측의 상고이유서 부제출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일부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사소송법 제427조에서는 상고인이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적지 않은 때에는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429조에서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때에는 변론 없이 판결로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예천양조는 2020년 1월 '영탁'이라는 막걸리 상표를 출원하고 같은 해 4월 영탁 측과 1년간 모델계약을 맺었다. 이후 예천양조는 2020년 5월 '영탁막걸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예천양조와 영탁 측은 광고모델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며 갈등이 불거졌고, 영탁 측은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예천양조 측이 막걸리 제품에 '영탁'이라는 상표를 사용한다"며 2021년 9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예천양조가 '영탁'이라는 표지를 막걸리 제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함으로써 일반수요자나 거래자가 박 씨와 예천양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하게 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며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예천양조가 '영탁'이라는 표지가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 양도, 대여, 수입 등을 해선 안 되고 이미 제조한 막걸리 제품에서도 해당 표지를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제3자가 점유 중인 막걸리 제품에 대한 폐기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유지했다. 이후 예천양조 측은 상고했으나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한수현 기자
2024-06-12
[판결] “내게 한만큼 갚겠다” 문자 무조건 협박은 아니다
자신에 대해 엄벌 탄원서를 낸 동료 교수에게 '내게 한 만큼 갚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보복 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립대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피고인이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를 협박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나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 또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법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10386). 대전의 한 사립대 교수로 근무하던 A 씨는 피해자 B 씨의 소개로 대학 강사를 거쳐 교수로 재직하게 됐다. A 씨는 2016년 5월 B 씨를 비롯한 동료 교수 8명에게 충남 소재 토지의 분양과 관련해 C 씨를 소개했고 C 씨는 토지를 분양받으면 자신이 토지를 개발, 매각해 추후 얻게 될 수익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B 씨 등은 2016 ~ 2017년에 토지 분양대금 2억4705만 원을 C 씨의 회사에 입금했다. 그러나 B 씨 등은 2019년경 "해당 토지를 분양받았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분양대금 상당액을 편취당했다"며 C 씨를 고소했다. 또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0년 9월과 2021년 3월 수사기관에 "A 씨도 편취액 상당 부분(1억3000만 원)을 가져갔다"며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사가 A 씨와 C 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나 2024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A 씨는 탄원서 내용을 알게 됐고,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21년 10월 22일 저녁 B 씨에게 '탄원서를 읽었다. 제게 한 만큼 갚아 드리겠다. 답장 부탁드린다. 화요일 날 연구실로 찾아뵙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문자를 받은 B 씨는 회신을 하지 않았고 A 씨도 B 씨의 연구실을 방문하진 않았다. 이틀 뒤 C 씨는 해당 대학 교원인사과 과장에게 전화로 B 씨의 연구비 횡령 등 각종 사학비리를 제보했고 이후에도 이메일로 구체적인 사학비리 내용을 전달했다. A 씨와 C 씨는 모두 A 씨가 사전에 이 제보에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실제로 A 씨가 관여한 사정도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함, 지위 등의 상호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며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춰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이거나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에 해당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 위반의 죄에서 '행위자에게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그 증명의 정도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엄격한 증명에 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자메시지 내용이 추상적이고 A 씨가 B 씨의 교수직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는 데다가 △A 씨가 이후 B 씨에 대해 이뤄진 비위 행위 제보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추후 사기죄 무죄를 확정받게 된 A 씨의 입장에선 (당시) 피해자의 엄벌 주장이 몹시 억울하고 서운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수연 기자
2024-06-12
[판결] 불심검문 경찰 매달고 운전… 미란다 원칙 안 알렸어도 적법한 공무집행이다
도로에서 검문중인 경찰 <사진=연합뉴스> 도주 우려가 있는 피의자에게 경찰이 ‘미란다 원칙’과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유형력을 행사해도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는 판결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의사실 사전 고지의 예외’에 해당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향정),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추징금 535만 원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2023도9870). A 씨는 2015년 8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도로를 승용차로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차 번호판 도난신고가 접수돼 있고 자동차 의무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차량 운전석 옆에 서서 신분을 확인하던 경찰관 B 씨는 A 씨에 대해 향정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하차를 요구했다. A 씨가 하차 요구에 응하지 않고 문을 잠근 뒤 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자 B 씨는 운전석 창문으로 몸을 들이밀어 A 씨의 상체와 팔을 붙잡고 운전석 문을 열고 차 시동을 끄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A 씨는 그대로 차량 속도를 높여 B 씨를 운전석에 매단 채 약 100m를 주행하다 B 씨를 도로 바닥에 떨어뜨려 다치게 했다. 재판에서는 경찰이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의 이유, 변호인 선임권리 등 이른바 ‘미란다 원칙’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을 A 씨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하차를 요구하며 제압하려 한 것이 ‘적법한 직무집행’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 씨에게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을 고지하지 않은 채 팔을 붙잡거나 차 시동을 강제로 끄려고 시도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정한 불심검문의 범위를 벗어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당시 재판장 김우수 부장판사, 김진하·이인수 고법판사)는 A 씨가 급속 페달을 밟아 언제든 도주할 수 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경찰관에게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사전에 체포영장 발부 사실 및 피의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원칙의 예외라고 판단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체포영장을 소지할 여유 없이 우연히 피의자를 만나게 된 경우로,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피의사실의 요지와 체포영장이 발부됐음을 고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인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며 "경찰관이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피고인을 체포하려고 시도했다고 해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급속을 요하는 때’의 피의사실 고지는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이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달아나는 피의자를 쫓아가 붙들거나 폭력으로 대항하는 피의자를 실력으로 제압하는 경우에는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고지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단 붙들거나 제압한 후에 지체 없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피고인의 도주를 저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피고인에 대해 피의사실 요지 등을 고지하지 못하게 됐던 것이 인정됨에도, 사전 고지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피의사실 요지 등을 고지하지 않은 채 체포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아간 것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체포 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홍윤지 기자
2024-06-12
[판결] 법원 "공동 병원장 자격정지 받으면, 해당 병원 의료급여 청구할 수 없어"
여러 명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한 사람만 의사 자격이 정지되더라도 병원 전체가 의료·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A 씨 등 의사 4명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1두58202). A 씨 등은 B 씨와 공동으로 2011년 12월부터 부산에 한 정형외과병원을 개설·운영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부터 2014년 11월경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식대가산금 공단부담금 총 8400만 원을 편취해 형법상 사기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각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18년경 B 씨가 단독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8년 8월부터 3개월 동안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했다. 이후 A 씨 등은 B 씨를 공동원장에서 탈퇴한 것으로 하는 허가사항 변경을 신청했다. 이후 해당 기간 내 발생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약 6억 원을 평가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평가원은 B 씨가 자격정지 상태였기 때문에 공동원장인 병원으로서는 급여를 청구할 자격이 없다며 A 씨 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 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B 씨를 배제한 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인인 A 씨 등에 대해 요양급여, 의료급여가 실시된 이상 처분기간에 이뤄진 의료행위는 요양급여, 의료급여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평가원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료법 제66조 제3항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해 의료법상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말하는데 의료기관 개설자가 다수인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여러 명이 공동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1인의 개설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로 처분을 받은 이상, 그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66조 제3항을 적용하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나머지 공동개설자의 영업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공동개설자들로서도 1인의 개설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행위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그와 공동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 제66조 제3항이 적용되리라는 점은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수현 기자
2024-06-10
[판결] 해커 공격으로 11만명 개인정보 유출…법원 "정보보호 보호조치 기준 위반 과징금 처분 정당"
해커의 공격으로 인해 11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온라인 쇼핑몰이 사회 통념상 기대 가능한 정도의 정보보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는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4월 18일 A 사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2022구합6644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판매하는 A 사는 B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다. 해당 쇼핑몰은 2022년 9월경 해커의 공격으로 11만9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사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들에게 6번에 걸쳐 유출통지를 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출 사실에 대해 신고했다. 개보위는 4개월가량 A 사의 개인정보 취급·운영 실태 및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뒤 A 사가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4억6457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 사는 "사고 당시 보편적 정보기술 수준에 비춰 업종·영업 규모에 상응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했고, 직접 관리하는 대표 도메인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관리하는 쇼핑몰 관리용 도메인의 문제로 발생한 사고다. 과징금 처분은 너무 과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보위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사가 운영한 침입방지시스템(IPS)에는 암호화된 트래픽을 탐지, 차단할 수 있는 인증서가 설치되지 않아 암호화돼 송수신되는 유해 트래픽을 탐지할 수 없었고, 해커의 관리용 도메인 접속이 탐지되지 않았다"며 "A 사가 사고 당시 쇼핑몰에서 수집·보관하는 개인정보에 대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의 보호조치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수현 기자
2024-06-10
[판결] 채무자회생법상 면책 결정… 大, "중앙선 침범 사고라고 해서 면책되지 않는 중대한 과실로 단정 어렵다"
중앙선을 침범하는 교통사고로 사망 등 사고를 낸 운전자가 나중에 법원에 파산·면책 신청을 해 면책 결정이 확정된 경우,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한 보험사의 채권이 면책 대상 채권자 목록에 포함됐다면 면책을 받을 수 있을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상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면책채권으로 규정돼 있는데, 대법원은 이때 '중대한 과실'을 행했는지 여부를 개별 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선 1차로로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이고,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하지도 않은 등 사정을 고려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5월 17일 재단법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 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소송(2023다30827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운전자 A 씨는 1997년 1월 오전 10시 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고가도로의 편도 3차로 중 1차로 진행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오던 피해 차량을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은 사망했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B 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사업에 따른 보상금 4500여만 원을 지급한 뒤 A 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A 씨는 2002년 6월 이 청구를 인낙했다. B 사는 소멸시효 중단과 연장을 위해 A 씨를 상대로 다시 소를 제기했고 2012년 9월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A 씨는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해 법원에서 2015년 6월 면책 결정이 확정됐는데, A 씨가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 B사의 이 사건 채권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B 사로부터 이 사건 채권을 양수하고, A 씨를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한 비면책채권인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할 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쉽게 예상 가능한데도 그러한 행위를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뜻한다"며 "이때 채무자에게 채무자회생법상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사고가 발생한 경위, 주의의무 위반의 원인 및 내용 등과 같이 주의의무 위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A 씨는 고가도로 1차로로 주행하던 중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려다가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이고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하지도 않았으며 △피해자들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정은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중한 정도'에 관한 것으로서 채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박수연 기자
2024-06-09
[판결] '문자 해고' 당한 부주지 스님…"사찰 지휘·감독 받았다면 근로자에 해당"
사찰 관리·행정 업무 등을 한 부주지 스님이 재단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고 업무상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A 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3구합59186). 1963년 설립된 A 법인은 불교 근본교지를 받들고 교리를 보급하는 종교재단이다. B 씨는 2021년부터 A 법인이 소유한 서울 소재 한 사찰의 '부주지' 스님으로서 행정 업무 등을 수행했다. 2022년 6월 A 법인은 B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즉각 사찰에서 퇴거하라"며 해고 통보를 했다. 법인이 사찰을 서울 양천구에 인도했는데도 B 씨가 재단의 퇴거명령을 거부하고 욕설을 하는 등 스님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으며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켜 부주지 및 주지 직무대행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B 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A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지노위 처분에 불복한 B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B 씨는 A 법인과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게 타당하다"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법인 측은 재심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다. A 법인 측은 "B 씨에게 매달 지급된 돈은 스님의 종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시금' 형태로 지급된 것이고, B 씨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찰 측의 지휘·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 법인은 또 "B 씨의 업무 내용과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가 사전에 지정돼 있지 않아 사찰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B 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는 A 법인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 법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 법인이 B 씨의 업무 내용 상당 부분을 지정했으며 B 씨가 업무 내용에 따라 일을 했다고 판단했다. B 씨의 직위인 '부주지'는 주지 스님을 보좌해 사찰관리와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하는 직위인데, 그 명칭 및 기능상 업무가 이미 상당부분 정해져 있는 상태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A 법인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B 씨에게 상당한 지휘와 감독을 했다고 봤다. B 씨는 사찰관리와 행정 업무를 수행하며 A 법인의 전무이사에게 관련 내용을 온라인 메신저로 보고했는데, 전무이사가 답장을 통해 구체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던 것을 보면 B 씨에게 업무의 세부적 내용을 지휘·감독했다고 봐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B 씨가 당초 매월 300만 원을 지급 받다가 2021년 8월경부터 매월 200만 원을 A 법인으로부터 직접 지급 받았는데, 이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지급된 것이 아니라 B 씨가 사찰관리업무 및 행정업무 등을 수행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B 씨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B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A 법인이 B 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한 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자메시지에 의한 해임통보가 ‘서면’ 통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법인 측이 B 씨에게 서면통지를 할 수 없었다거나 서면 통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A 법인 측이 법이 정하고 있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의무를 위반해 절차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홍윤지 기자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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