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서울 이태원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자들의 통신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정보 수집 행위 자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 수집이 종료됐고 정보가 모두 파기돼 권리 보호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감염병 예방과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감염병의심자 등에 관한 인적 사항 수집을 허용하는 구 감염예방법 제76조의2 제1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20헌마1028)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25일 기각했다.
헌재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그 감염 경로, 증상 및 위험성,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할 방역조치의 형태, 범위, 강도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방역조치를 보건당국이 전문적 판단재량을 가지고 신속하고 적절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심판대상조항은 보건당국이 전문성을 가지고 감염병의 성질과 전파 정도, 유행 상황이나 위험 정도,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여부 등에 따라 정보 수집이 필요한 범위를 판단해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유연한 대처를 통해 효과적인 방역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의 수집을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의 차단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해 그 목적과 대상을 제한하고 있고, 정보수집에 관한 사후통지 등 절차적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의 효과는 제한적이나, 인적사항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적시의 방역대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손실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인 점에서 그 공익의 혜택 범위와 효과가 광범위하고 중대한 만큼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2020년 4월 29일 저녁 8시부터 5월 5일 오전 8시 사이에 이태원에 있는 한 업소 근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가운데 30분 이상 체류한 자의 통신정보 제공을 질병관리본부 등에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은 SKT, KT, LG유를러스에 자료 요청을 했고, 날짜별 접속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서울시에게 전달한 후 모두 파기했다. 서울특별시장은 받은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통지를 발송했고, 이 같은 문자를 받은 A 씨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2020년 7월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