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선거인 매수죄의 객체인 선거인은 예비후보자가 출마할 지역에 선거인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는데도 국회가 개선입법에 늑장을 부려 선거구 자체가 없어진 '선거구 공백기'에 일어난 선거인 매수행위라도 새로 생길 선거구의 선거인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이뤄졌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모(57)씨는 친구인 조모씨가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자 2016년 2월 충남 아산시의 한 식당에 주민 24명을 초청해 조씨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식대 61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임씨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선거인 매수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해 법률 공백 상태에 있었으므로 금품을 제공받는 상대방이 당해 선거구의 선거인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상고심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30조 1항 1호는 매수죄의 상대방인 '선거인'에 관해 '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는 사람'에 한정하지 않고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까지도 '선거인'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은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 현재 당해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있는 선거권자에 한정되지 않고,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 이전이라 할지라도 주민등록현황, 연령 등 제반 사정을 기초로 다가올 선거일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선거인으로 될 수 있는 사람이면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가 부정한 경제적 이익 등으로 선거에 관한 개인의 자유의사를 왜곡시키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데 있음을 고려하면, 다가올 선거일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매수행위로써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의 선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매수죄의 상대방인 '선거인'에 해당한다"며 "매수행위 당시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돼 있어야 하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씨가 향응을 제공한 상대방인 고모씨 등은 당시 이미 19세에 이른 사람들로 모두 조씨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출마하려는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었으므로, 다가올 선거에서 조씨가 출마할 지역의 선거인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