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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33599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5민사부 판결 【사건】 2017가합533599 손해배상(기) 【원고】 1. 최AA, 2. 김BB, 3. 최CC,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준영, 허정택, 법무법인 동화 담당변호사 신윤경 【피고】 1.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2. 이DD, 3. 김EE, 피고 1, 3의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종혁 【변론종결】 2020. 11. 11. 【판결선고】 2021. 1. 13. 【주문】 1. 가. 피고 대한민국은 1) 원고 최AA에게 1,309,798,280원 및 그 중 1,200,000,000원에 대하여 2020. 11. 11.부터 2021.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2) 원고 김BB에게 250,000,000원, 원고 최CC에게 5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11. 11.부터 2021.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피고 이DD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가.항 기재 각 돈 중, 1) 원고 최AA에게 261,959,656원 및 그 중 240,000,000원에 대하여 2020. 11. 11.부터 2021.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2) 원고 김BB에게 50,000,000원, 원고 최CC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11. 11.부터 2021.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다. 피고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가.항 기재 각 돈 중, 1) 원고 최AA에게 261,959,656원 및 그 중 240,000,000원에 대하여 2020. 11. 11. 부터 2021. 1. 13.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2) 원고 김BB에게 50,000,000원, 원고 최CC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11. 11.부터 2021.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가. 원고 최AA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1,487,847,475원 및 그 중 108,766,704원에 대하여는 2010. 2. 27.부터, 1,2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7. 8. 3.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돈 중 각 297,569,495원 및 그 중 27,533,340원에 대하여는 2010. 2. 27.부터, 24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7. 8. 3.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원고 김BB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250,000,000원을,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돈 중 각 5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0. 8. 12.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다. 원고 최CC에게, 피고 대한민국은 50,000,000원을,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돈 중 각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0. 8. 12.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최AA에 대한 수사 1) 2000. 8. 10. 02:07경 ◇◇시 ○○동 소재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운전기사 유FF이 살해당하는 사건(이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라 한다)이 발생하였다. 원고 최AA은 당시 ◇◇시 ○○동 소재 ○○다방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2000. 8. 10. 03:00경 위 범행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로 ◇◇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서 참고인진술을 하였고 같은 날 오후경 전북지방경찰청에서 범인 몽타주를 작성하였다. 2) 원고 최AA은 2000. 8. 11. 오전경 김GG의 지인이 운영하는 △△에 있는 다방에서 일을 하기로 하여 김GG, 김HH과 함께 ◇◇에서 △△으로 이동하였는데 ◇◇ 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원고 최AA의 소재를 추적하여 2000. 8. 12. △△으로 찾아와 김GG, 김HH을 조사하겠다며 ◇◇으로 데려갔고, 같은 날 원고 최AA에게 참고인조사를 받으러 ◇◇으로 오라는 전화를 하였다. 이에 원고 최AA은 2000. 8. 12. 23:00경 △△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음날인 2000. 8. 13. 01:00경 ◇◇역에 도착하여 ◇◇경찰서 소속 형사반장인 피고 이DD을 포함한 경찰 3명을 만났다. 피고 이DD 등 경찰들은 원고 최AA을 영장 없이 여관으로 데려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관한 혐의를 추궁하였고, 원고 최AA으로부터 살인 자백 취지의 진술을 받아 같은 날 04:10경 여관을 나왔고, 바로 원고 최AA과 함께 ○○다방에 들러 원고 최AA이 사건 당일 입었던 우의를 증거물로 압수하였다. 3) 원고 최AA은 2000. 8. 13. 04:40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긴급체포되어 구금되었으며, 다음날인 2000. 8. 14.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경찰들은 원고 최AA을 데리고 ◇◇에서 △△으로 이동하여 2000. 8. 13. 09:00 원고 최AA이 사건 당일 입었다는 의복 등을 압수하였고 17:00경 원고 최AA과 함께 ◇◇경찰서로 돌아왔다. 경찰들은 2000. 8. 13. 17:00경부터 ◇◇경찰서에서 원고 최AA을 조사하여 21:00경까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고 2000. 8. 16. 22:00경 위 ○○다방 주방에 있던 식칼 1개를 범행도구로 지목하고 압수하였다. 경찰들은 2000. 8. 20.까지 원고 최AA을 조사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자백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나. 원고 최AA에 대한 유죄판결 1) 원고 최AA은 2000. 8. 30.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살인죄와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로 기소되었고 2001. 2. 2.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2000고합127호)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 원고 최AA은 2001. 2. 3. 위 판결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 2001노76호로 항소하면서 유무죄를 다투지도 못한 채 단지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삼았고, 위 법원은 2001. 5. 17. 원고 최AA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징역 10년을 선고하였고(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같은 날 원고 최AA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다가 2001. 6. 4. 미결구금일수가 조금이라도 더 형기에 산입되도록 하기 위하여 상고를 취하함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후 원고 최AA은 9년 넘게 복역하다가 2010. 2. 26. 가석방되었다. 다. 원고 최AA에 대한 재심판결 및 형사보상결정 1) 원고 최AA은 2013. 4. 2. 광주고등법원 2013재노3호로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6. 11. 17.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원고 최AA의 수사기관에서의 자백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이하 ‘재심무죄판결’이라 한다)은 2016. 11. 25.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고 최AA은 광주고등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하였는데, 2017. 7. 24. 위 법원은 원고 최AA에 대하여 839,376,000원의 형사보상금 지급결정(광주고등법원 2017코2)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17. 8. 2.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수사 및 유죄판결 1) ◎◎경찰서 소속 경찰 황II은 2003. 6. 초경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이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내사한 결과 임JJ으로부터 친구 김KK(개명 전: 김LL)이 위 사건의 진범인데 숨겨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고 2003. 6. 5. 김KK으로부터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같은 날 김KK, 임JJ을 긴급체포하여 검사로부터 긴급체포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검사가 2003. 6. 7. 김KK, 임JJ에 대하여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여 같은 날 김KK, 임JJ이 석방되었고, 김KK과 임JJ은 2003. 6. 10.부터 ○○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 본드 중독 등으로 입원하였다. 김KK과 임JJ은 2003. 6. 22.경부터 종전의 자백 진술을 번복하고 범행을 부인하였고, 이에 경찰 황II 등 ◎◎경찰서 경찰들은 참고인 조사, 증거물 수사 등 보강수사를 한 후 2003. 7. 9. 구속수사의견의 종합수사결과보고를 작성하였으며 2003. 7. 21. 검찰에 김LL, 임JJ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검사 정NN로부터 구속영장을 접수하지 말라는 구두 지휘를 받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못하였다. 이후 김KK, 임JJ에 대한 피의사건은 사실상 수사가 중단되었다가 2006. 4.경 검찰에 혐의없음 불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고 담당검사였던 피고 김EE은 2006. 7. 25. 김KK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하였고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 그런데 위와 같이 2016. 11. 17. 원고 최AA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선고되자, 같은 날 김KK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었고, 2016. 12. 6. 강도살인죄로 기소되어 2017. 5. 25.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2016고합170호)에서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 및 김KK이 항소하였으나 2017. 12. 1.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고, 김KK이 상고하였으나 2018. 3. 27. 상고가 기각되어 같은 날 제1심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보도자료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19. 1. 17.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상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고 심의한 결과, “① 무고한 원고 최AA 기소 및 공소유지: 원고 최AA은 경찰에 체포돼 여관 감금,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검찰로 이첩된 뒤에도 두려움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살인 범행을 자백하였는바, 검사는 기록상 확인되는 목격자 진술 등 택시강도 정황이 원고 최AA의 자백과 배치되는 점, 원고 최AA의 휴대폰 통화내역 및 피해자 운행 택시 타코미터 기록이 자백과 부합하지 않는 점, 원고 최AA이 입었던 옷에서 혈흔반응이 없었던 점 등 보강수사를 통해 의문점을 해소하고 원고 최AA의 진범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었어야 함에도, 당시 검사는 형식적이고 부실한 수사를 토대로 원고 최AA을 살인혐의로 기소하였으며, 이 때문에 15세 소년 원고 최AA이 10년을 억울하게 복역하였다는 점에서 그 과오가 인정되고, ② 진범 김KK 불구속 지휘 등 부실 수사지휘: ◎◎경찰서가 진범 김KK을 체포해 자백을 받았으나, 검찰은 신병지휘 당시, 김KK이 범행을 시인한 상태였던 점, 함께 검거된 조력자 임JJ 또한 범행을 시인하였고, 김KK과 임JJ의 진술 내용 상당 부분은 경찰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꾸며내기 어려운 매우 구체적인 범행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던 점, 김KK의 진술이 원고 최AA 수사 당시 확보된 부검 결과 등과 부합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김KK을 구속 수사함이 상당하였음에도 검사는 김KK에 대한 신병 확보 필요성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한 과오가 인정되며, 검사는 이후에도, 김KK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못하게 하거나 현장 압수수색영장을 부당히 기각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지휘를 반복하였으며, 그 지휘내용상 증거법적 오류가 확인되는 등, 부실한 수사지휘로 본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되는 결과를 야기하여 결국 원고 최AA이 조기에 누명을 벗지 못하였고 진범 김MM도 제때 죗값을 치르지 못하였으며, ③ 진범 김MM의 혐의 없음 처분: ◎◎경찰서는 2004. 6.경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 이후 김KK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였다가, 2006. 1.경 수사지휘를 건의하였고 이때에도 검사는 이전 지휘검사에게 사건 내용 및 성격 등을 문의하지 않았고, 김KK, 임JJ 등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속단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토록 지휘했으며, 김KK과 원고 최AA을 형식적으로 1회 대질조사 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2006. 7. 25. 김KK을 ‘혐의 없음’ 처분하였는바, 2016년 김KK을 구속기소할 당시 확보된 증거관계와 2006년 김KK을 ‘혐의 없음’ 처분할 당시 증거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 검찰의 ‘혐의 없음’ 처분에 따라 원고 최AA이 무고함을 벗을 기회를 놓친 채 4년을 더 복역하고 만기 출소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검사의 과오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관여된 검사들의 과오가 중대하다고 보았고,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실효적인 이행방안 수립·시행, 본건 재심대응 과정의 적정성 파악 등을 권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3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황II의 증언, 원고 최AA, 김BB에 대한 각 본인신문결과, 피고 이DD에 대한 일부 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들은 원고 최AA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 및 감금하고 폭행 및 폭언을 하여 자백을 강요하였고,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검사들은 진범인 김KK과 친구 임JJ이 경찰에서 한 자백이 신빙성이 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용한 보강수사를 지휘하는 등 부실한 수사지휘를 하여 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되었으며, 검찰에 송치된 후에도 김KK과 원고 최AA을 형식적으로 1회 대질조사 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김KK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들 및 검사들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최AA은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쓰고 10년간 구속되어 그 기간 동안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 및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그의 모친인 원고 김BB와 그의 여동생인 원고 최CC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이DD은 원고 최AA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 및 감금하고 폭행 및 폭언을 하여 자백을 강요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고, 피고 김EE은 김KK에 대한 부실한 수사로 진범인 김KK을 혐의없음 처분하여 원고 최AA이 억울한 누명을 벗을 기회를 박탈하였는바,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 대한민국 가) 원고 최AA에 대한 경찰 수사의 위법성 여부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이DD을 포함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경찰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원고 최AA을 여관에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원고 최AA으로부터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내어 긴급체포하고, 원고 최AA을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은 상태로 수시로 폭행하고 폭언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증거를 만드는 등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원고 최AA에 대하여 당시 시대적 상황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아니한 위법한 수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 최AA이 당시 15세의 미성년자였고 보호자도 없는 상태에서 피고 이DD을 포함한 3명의 경찰들과 함께 여관에서 3시간 넘게 머물렀던 점, 피고 이DD은 원고 최AA을 여관에 데려다주고 나오는데 원고 최AA이 무릎을 꿇고 스스로 자백을 했다고 진술하나, 목격자로 진술하기 위하여 ◇◇역에 온 원 최AA이 갑자기 스스로 사람을 죽인 범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허위로 자백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원고 최AA은 살인죄로 기소된 후 1심 법정에서부터 여관에서 폭행당하여 어쩔 수 없이 자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당시 원고 최AA과 함께 △△에 갔다가 공범으로 수사를 받았던 김GG, 김HH 또한 수사 당시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점, 앞서 본 자술서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원고 최AA은 사실상 여관방에 구금되어 경찰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범인으로 추궁당하자 공포에 떨며 포기하는 심정으로 자백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 최AA이 여관방에서 작성한 자백 취지의 자술서의 내용을 보면,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내용은 직접 경험한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두 장 분량으로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반면에 정작 살인의 동기, 경위나 범행방법에 관한 내용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중 택시가 오는 것을 무시하고 커브를 틀었다가 택시기사 아저씨가 욕을 해서 말다툼을 하다가 택시기사 아저씨가 저를 때려서 화가 나 오토바이 의자 밑에 있는 칼을 꺼내 택시기사 아저씨 어깨를 잡고 칼로 찔렀다”는 취지로 6~7줄로 간단히 기술되어 있을 뿐이고, 기재된 내용 중 범인만 알 수 있는 범행도구, 구체적인 범행방법에 관한 내용이 기소된 범죄사실의 내용과 전혀 다른바, 자술서의 위 부분은 경찰들의 폭행, 폭언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작성한 내용으로 보인다. ③ 원고 최AA이 2000. 8. 19.경에 이르러서야 ○○다방에 있는 식칼을 이용하여 범행을 하였다고 진술하기 시작하였음에도 위 식칼에 대한 압수는 그 이전인 2000. 8. 16.에 이루어졌다. 당시 경찰들은 원고 최AA의 진술에 기초하여 위 식칼을 압수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몸에 난 상흔에 맞는 적절한 범행도구를 탐색하여 위 식칼을 임의로 압수한 후 원고 최AA을 폭행하여 범행도구를 ○○다방에 있는 식칼로 진술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④ 모친인 원고 김BB는 형사사건의 1심 법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고 최AA이 구속된 후 면회를 갔을 때 처음에는 자기가 했다고 하다가 2~3일 이 지난 다음에 면회를 갔을 때는 자기가 안그랬다고 했다. 형사계에서 면회할 때 형사계 옆에 대기실처럼 생긴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 원고 최AA을 데리고 가서 때리는 소리가 났고, 그 다음에 원고 최AA을 보니 얼굴과 목이 빨긋빨긋한 상태로 울고 있었다. 형사들에게 ‘원고 최AA이 안그랬다고 한다’라고 말하니 다음부터 면회를 안시켜주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 최AA은 2000. 8. 13. 새벽에 ◇◇역에 도착한 이후부터 여관방, ◇◇경찰서, △△을 오가며 계속하여 조사를 받은 점, 원고 최AA은 경찰들이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았고 조사를 받을 때마다 다른 증거들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걸레봉으로 맞고 뺨을 맞고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였다고 진술한 점,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보면, 공범 유무, 택시정차경위, 택시기사와 실랑이하는 경위와 과정, 택시진입과정, 택시기사를 칼로 찌른 행위, 칼의 형상과 입수경위, 도주 경로 등에 관한 진술의 내용이 계속 변화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이DD 등 경찰들은 원고 최AA을 3~4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공범, 범행도구, 범행방법에 관한 진술을 하도록 추궁하며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 나) 검사의 수사지휘 및 불기소의 위법성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진범 김KK 피의사건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및 불기소처분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고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김KK과 임JJ은 ◎◎경찰서에서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기 전 가족들과 충분한 면담 시간을 가졌고 조사 중 수사관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요청에 따라 담배를 피울 기회가 주어지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신문 당시 경찰관들은 진술의 임의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조사과정을 녹음하였고, 김KK, 임JJ의 자발적인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나갔다. 임JJ은 조사를 마친 후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에 자필로 “제 친구 LL이를 선처해주세요. 제가 그 당시 LL이를 설득하여 자수 하도록 했어야 되었는데, 그러지 못해 지금은 많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 친구를 선처 해 주세요.”라고 기재하였다. 김KK과 임JJ의 자백 취지 진술은 범행 경위, 방법, 범행 전·후의 상황, 느낌 등 범행 당시와 전후 정황의 주요 부분에 있어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그 내용이 시간적, 장소적으로 자연스럽고, 합리적이었으며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진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분, 즉 “칼로 찔렀을 때 칼이 뼈에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라는 범행 실행 순간에 느낀 가해자의 신체적 감각에 관한 진술, 1차 범행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범행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관한 진술 등 일반적으로 택시강도 살인사건에 공통적으로 있을법한 전형적인 정보를 넘어 이 사건만이 가지는 특유의 정보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김KK과 임JJ의 위 진술은 원고 최AA 수사 당시 확보된 부검 결과 등과도 부합하였다. 검사는 김KK, 임JJ에 대한 긴급체포를 승인하였다가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김KK의 자백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구속 수사함이 상당하였음에도 김KK, 임JJ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였다. ② 임JJ은 5회(참고인조사 1회, 피의자조사 4회)에 걸쳐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백 취지 진술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하였다. ◎◎경찰서 경찰들은 불구속 수사지휘를 받은 이후 참고인 오QQ 등 진술조사, 범죄현장 및 임JJ의 전 주거지 주변 조사, 목격자 조정문, 피해 택시차량 타코미터 기록 분석 등을 수사하였고 김KK이 범행에 사용한 칼을 수색하고자 쓰레기매립장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신청하였으나 검사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칼에 대한 특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였다. 이후 경찰은 김KK의 최초 자백진술내용과 현장주변 및 범행 전후 김KK이 이동한 경로가 일치하는지에 대한 확인 수사, 피해 택시차량 타코미터 기록 분석, 참고인 양OO 등 진술조사 등 보강수사를 하였음에도 검사는 김KK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못하게 하거나 현장 압수수색영장을 부당히 기각하였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지휘를 반복하는 등 부실한 수사지휘로 본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③ ◎◎경찰서는 2004. 6.경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 이후 김KK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였다가 2006. 1.경 수사지휘를 건의하였는바,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장기간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었음에도 당시 검사 김EE은 이전 지휘검사에게 사건 내용 및 성격 등을 문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KK과 임JJ이 경찰에서 자백 진술을 번복하기는 하였으나, 경찰에서의 최초 자백진술의 내용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꾸며내기 어려운 매우 구체적인 범행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고, 임JJ으로부터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참고인들이 여럿 존재하고 있었으며, 현장 목격자인 권PP의 진술, 피해자의 부검결과, 타코미터 기록 등이 원고 최AA의 범행수법과는 부합하지 않고 김KK의 자백진술과 상당히 부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사로서는 최소한 김KK을 조사하여 최초 자백진술의 신빙성을 재차 확인하는 등의 보강 수사를 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서로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전혀 일면식이 없는 김KK과 원고 최AA을 대질시켜 김KK에게는 왜 허위자백을 하였는지를 묻고 원고 최AA에게는 진범인지 아닌지만 묻는 방식으로 형식적인 1회의 조사를 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2006. 7. 25. 김KK을 혐의 없음 처분하였다. ④ 원고 최AA에 대한 재심무죄 판결의 자료와 검사가 2016년 김KK을 구속기소 할 당시 확보된 증거관계, 2006년에 김KK을 ‘혐의 없음’ 처분할 당시 증거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였고 김KK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사로서는 증거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였다면 김KK에 대한 유죄판결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검사는 기록에 나타난 증거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의견서를 그대로 원용하여 김KK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2) 피고 이DD 앞서 인정된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 이DD은 원고 최AA을 여관방에 데려가 폭행하고 겁을 주어 허위로 자백을 받아내고 경찰서에서도 수일간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원고 최AA의 허위자백 외에는 객관적으로 부합되는 증거가 없음에도 오히려 부합되지 않는 증거들에 끼워 맞춰 자백을 일치시키도록 유도하는 등 수사기관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위법수사를 하는 등 잔인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피고 김EE 앞서 인정된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김EE은 진범 김KK의 최초 자백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위 자백에 부합하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의 부검결과 등 다른 자료들이 있음에도 증거관계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취지의 의견서만을 취신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바, 비록 전임자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경찰서의 수사를 저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진범에 대하여 불기소결정을 한 담당검사로서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고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 불기소처분은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 대한민국, 김EE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 대한민국, 김EE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각 불법행위 시점은 원고 최AA에 대한 수사가 있었던 2000. 8.경과 김LL이 자신의 범행을 최초로 인정하였던 2003. 6.경 내지 피고 김EE이 검사로서 원고 최AA과 김LL을 대질신문하였던 2006. 6.경인바, 이 사건 소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각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10년 이상이 경과한 2017. 5. 16.에서야 비로소 제기되었으므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2) 살피건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대한민국, 이DD의 불법행위일은 물론이고 피고 대한민국, 김EE의 불법행위일을 김KK에 대한 볼기소처분일인 2006. 6.경으로 보더라도 그로부터 10년이 도과한 후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가 제기되었음은 계산상 명백하다. 그러나 한편, 2016. 11. 24. 원고 최AA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원고들은 그로부터 6개월 내인 2017. 5. 16.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고들이 피고 이DD, 김EE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피고 대한민국 및 피고 대한민국의 기관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한 피고 김EE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피고 대한민국, 김EE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 김EE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구금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최AA은 다방 종업원으로 재직하던 중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구금기간 동안 소득을 얻지 못하였는바, 체포된 날인 2000. 8. 12.부터 가석방된 날인 2010. 2. 26.까지의 도시 일용노동자 보통인부 수준의 소득 상당의 일실수입은 아래 표1 기재와 같이 총 108,766,704원이 되고, 위 108,766,704원에 대한 2010. 2. 27.부터 형사보상결정 확정일인 2017. 8. 2.까지 연 5%의 법정이율에 따른 이자는 40,407,576원[= 108,766,704원 × 0.05 × {7+(157/365)}]이 된다. 2) 위자료 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 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 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고, 이 사건처럼 공무원들의 인권침해행위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 그 행위의 불법성의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9831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원고 최AA에 대한 체포 및 가혹행위의 경위, 구금 당시 나이, 가혹행위의 정도, 선고형 및 구속기간, 구금기간 중 진범이 발견되었음에도 누명을 벗지 못한 경위, 석방된 이후 재심이 개시되어 무죄판결을 받기까지의 경위, 이 사건 불법행위 이후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상당한 정도로 변동하였으므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되, 이에 따라 불법행위 시부터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되는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원금의 액수를 적절히 증액할 필요가 있는 점, 국가가 국민 기본권 수호를 못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 대하여는 오히려 합리성 없는 위법한 불기소처분을 한 이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가 국가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의하여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막중한 필요가 있는 점, 원고들이 입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피해는 원상회복되거나 결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달리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금전으로나마 피해의 일부라도 위자할 수밖에 없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피고 대한민국이 지급할 위자료를 원고 최AA 20억 원, 모친인 원고 김BB를 2억 5천만 원, 여동생인 원고 최CC을 5천만 원으로 각 정하고,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 가담정도, 당시 역할, 지위 등을 고려하여 피고 대한민국이 지급할 위자료 중 각 20%에 해당하는 금액(원고 최AA 4억 원, 원고 김BB 5천만 원, 원고 최CC 1천만 원)으로 정하며, 각 지연손해금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인정한다. 3) 형사보상금의 공제 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은 “이 법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절차에서 억울하게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자는 공무원의 귀책사유를 증명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고, 공무원의 귀책사유를 증명할 필요 없이 형사보상을 받는 방법을 통하여 간편하고 신속하게 그 피해를 구제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형사보상제도가 마련된 취지에 비추어 손해배상에 앞서 형사보상을 먼저 받은 자에게 불이익이 생겨서는 안 되고 손해배상과 형사보상 모두가 동일한 피해에 대한 손해전보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같이하는 점 등에 비추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 관련 규정에 의하여 먼저 받은 형사보상금을 공제함에 있어서는 이를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액 공제에 준하여 민법에서 정한 변제충당의 일반 원칙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을 당시의 손해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과 원본의 순서로 충당하여 공제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되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형사보상금의 수령일을 기준으로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아니한 위자료 원본의 액수가 이미 수령한 형사보상금 액수 이상인 때에는 재산의 번잡을 피하기 위하여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그 위자료 원본에서 우선 공제하여도 무방하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 최AA에 대한 확정된 형사보상금 839,376,000원은 일실수입 원본 108,766,70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는 40,407,576원에 먼저 충당되고, 나머지 690,201,720원(= 839,376,000원 - 108,766,704원 - 40,407,576원)은 위자료 원본 20억 원의 일부에 충당되어 결국 위자료 1,309,798,280원(= 2,000,000,000원 – 690,201,720원)이 남게 된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최AA에게 1,309,798,280원 및 그 중 원고 최AA이 위자료로서 구하는 1,200,000,000원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11. 11.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김BB에게 250,000,000원, 원고 최CC에게 5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11. 11.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측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피고 이DD, 김EE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각 돈 중 원고 최AA에게 각 261,959,656원(= 현재 남아 있는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금 1,309,798,280원 × 20%) 및 그 중 원고 최AA이 구하는 240,000,000원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11. 11.부터 피고 대한민국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측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김BB에게 각 50,000,000원, 원고 최CC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0. 11. 11.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성호(재판장), 배온실, 신예슬
위자료
손해배상
형사보상
약촌오거리살인사건
국가손해배상
2021-01-13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107189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0가단5107189 손해배상(기) 【원고】 이AA,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호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수행자 도○○ 【변론종결】 2020. 10. 27. 【판결선고】 2020. 12. 8.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8,833,525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4. 23.부터 2020. 12. 8.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8,833,525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4. 2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검사는 수첩(아래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증거목록 28번, 사본만이 증거로 제출되었다, 이하 ‘이 사건 수첩’이라 한다)을 원고가 작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 수첩의 기재 내용과 이에 일치하는 피해자들의 신고 내역 등으로 범행 일시와 피해자, 편취금액 등을 특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공소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로 원고를 2014. 12. 2. 체포하고 같은 달 10. 구속 기소하였다(울산지방법원 2014고단3786호, 이하 위 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나. 관련 형사사건의 1심인 울산지방법원은 2015. 7. 9. ‘원고가 이 사건 수첩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필체 등과 이 사건 수첩의 필적의 동일성 여부를 법원의 감정을 통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검사가 법원의 문서송부촉탁 등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위 수첩 원본을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증거조사 및 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바, 위 수첩 사본 등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다만 1심은 2015. 5. 29. 원고에 대하여 보석허가 결정을 하였다). 다. 이에 검사가 불복하여 울산지방법원 2015노806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7. 4. 14.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을 대조하여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하게 증거를 취사선택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당심에 이르러 검사가 이 사건 수첩 원본을 제출함에 따라 이루어진 문서감정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사건 수첩의 대부분 필적과 원고의 필적은 상이한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김BB의 사무실에 합류하기 전에 김BB과 그 공범들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고,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위 판결(이하 ‘이 사건 무죄판결’이라 한다)은 2017. 4. 22.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이 사건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2017. 5. 26. 울산지방법원에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2019. 2. 21. ‘원고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26,850,000원을 지급한다’는 형사보상결정을 받았고(울산지방법원 2017코49), 위 결정은 2019. 3. 14. 확정되어 피고는 원고에게 형사보상금(이하 ‘이 사건 형사보상금’이라 한다)을 모두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검사의 구속기소행위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요지 검사는 원고와 함께 체포되었던 김BB과 그 공범들은 배제하고 원고, 임CC 중 한 명이 이 사건 수첩을 사용한 범인이라는 예단을 가지고 위 수첩에 대한 필적 감정을 의뢰하면서 대조 대상을 원고와 임CC의 필체로 한정하였고, 김BB과 그 공범들이 범행에 사용한 다른 증거물과 이 사건 수첩의 연관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범인으로 특정하여 구속 기소하였다. 이러한 검사의 행위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위 검사가 소속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 등이 있을 때에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후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검사의 구속 및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구속 및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검사가 관련 형사사건으로 원고를 구속 기소하기 직전인 2014. 9. 4. 원고는 동종 범행(보이스피싱)인 사기미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던 점, ② 원고와 함께 체포되었던 김BB, 배DD은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김BB의 사무실에 원고와 임CC이 오면서 이 사건 수첩이 든 상자를 가져왔다.’는 취지로 일치하여 진술하였던 점, ③ 이에 검사는 대검찰청 문서감정관에게 ‘이 사건 수첩이 원고와 임CC 중 누구의 필적인지’에 대한 필적감정을 의뢰하였고, 원고의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회신을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를 구속 기소한 검사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증거제출 거부행위에 대하여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법원이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하였고, 관련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도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4845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원고의 변호인은 이 사건 수첩과 원고 및 배DD, 홍EE(김BB의 공범이다) 등이 작성한 문서 사이의 필적 감정을 위하여 이 사건 수첩 원본이 첨부된 원고, 김BB, 배DD, 홍EE 등이 재판받아 확정된 기록(울산지방법원 2014고단892, 1168호 사건 기록)의 문서송부촉탁 및 필적 감정을 신청하였고, 1심 법원은 위 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울산지방검찰청에 위 기록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하였는데,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2항 제3호(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이유로 이 사건 수첩 원본 등에 대한 문서송부에 응할 수 없다고 회신하였던 사실, ② 1심 법원은 원고의 변호인이 재차 압수물송부촉탁(검사가 문서송부촉탁에 응하지 아니하자 압수물송부촉탁을 신청하였다. 이러한 신청 취지에는 압수물 대출 취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및 필적 감정을 신청하자 울산지방검찰청에 압수물송부촉탁 또는 압수물 대출 신청의 방법으로 이 사건 수첩 원본의 제시(제출)를 명하였는데, 검사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 ③ 이 사건 수첩 사본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신청되었고 위 수첩 원본이 첨부되어 있는 울산지방법원 2014고단892, 1168호 사건은 종국되었으며 원본과 사본을 특별히 구별할 이유도 없으므로(위 수첩 원본의 제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에게는 열람 또는 등사 등에 관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검사가 위 수첩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할 국가안보,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 등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아무런 사유가 없는 점, ④ 검사는 이 사건 수첩의 기재 내용과 이에 일치하는 피해자들의 신고 내역 등으로 범행 일시와 피해자, 편취 금액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특정하였고, 원고, 임CC의 필체와 위 수첩의 기재 내용을 비교·분석한 대검 문서감정결과에 의하여 원고를 범인으로 특정하였는바, 위 수첩 원본과 이에 대한 법원의 필적 감정은 원고의 무죄를 뒷받침할 수 있거나 적어도 법관의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달리할 만한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중요 증거이거나 중요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결국 위 수첩의 기재 내용이 원고의 필적인지 아닌지가 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이는 법원의 필적 감정 결과로 가려질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⑤ 그럼에도 검사는 관련 형사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이 사건 수첩의 원본을 제출하지 않다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원본을 제출하였고, 그에 따라 문서감정이 이루어진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위 수첩의 대부분 필적과 원고의 필적은 상이한 필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법원이 위 수첩 원본의 제출을 명한 이상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그러한 결정에 지체없이 따랐어야 함에도 약 7개월 동안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증거의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와 같은 증거제출 거부행위(이하 ‘이 사건 증거제출 거부행위’라 한다) 당시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과실도 있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위 검사가 소속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항소심에서의 공소유지행위에 대하여 1) 원고의 주장 요지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이 사건 수첩은 김BB과 그 공범들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어 원고가 진범이 아닌 사실이 밝혀졌을 뿐 아니라 김BB, 배DD은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위증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원고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원고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위 검사가 소속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김BB, 배DD 등이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진행 중인 2016. 11. 30. 관련 형사사건의 1심에서 위증을 하였다는 혐의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으나(울산지방법원 2016고단4197호), 김BB, 배DD 등에 대한 위 사건의 1심 판결은 원고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7. 4. 27.에야 비로소 선고되었던 점, ② 원고와 김BB 등이 모두 이 사건 수첩의 작성자가 서로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원고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거나 항소심에서 이 사건 수첩 원본에 기재된 필체가 원고의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가 제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심지어 김BB, 배DD은 위 2016고단4197호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공소유지와 관련하여 검사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 가.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원고가 2014. 12. 2.부터 2015. 5. 29.까지 179일간 구금되어 있었던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고, 앞서 2의 나.항에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구금과 이 사건 증거제출 거부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구금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그 액수에 대하여 보건대, 원고가 구금기간 동안 도시일용노임 상당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상 보통인부의 시중노임단가(2014년 하반기 86,686원, 2015년 상반기 87,805원)에 의하여 일실수입을 산정하면, 합계 15,683,525원(= 2014. 12. 2.부터 2014. 12. 31. 86,686원 × 30일 + 2015. 1. 1.부터 2015. 5. 29. 87,805원 × 149일)이 된다. 나. 정신적 손해(위자료) 위법한 이 사건 증거제출 거부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무죄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약 7개월이나 되는 기간 동안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는데 곤란을 겪었다고 할 것이고, 그 결과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그 액수에 대하여 보건대, 원고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기까지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되었고, 그 중 179일간이나 구속되어 있었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원고의 인격적 가치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원고의 무죄를 입증할 핵심적이고 유일한 증거인 이 사건 수첩 원본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1심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위법의 정도가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점 등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원고의 직업, 연령, 환경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2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다. 형사보상금의 공제 형사보상법 제6조 제1항은 ‘이 법은 보상을 받을 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 관련 규정에 의하여 먼저 받은 형사보상금은 공제되어야 하고, 이를 공제함에 있어서는 이를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액 공제에 준하여 민법에서 정한 변제충당의 일반 원칙에 따라 공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형사보상금을 손해액 원본에 충당한다고 하고 있고 피고도 그러한 변제충당방식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으므로, 위 형사보상금을 손해액 원본에서 공제하면 남은 손해액은 8,833,525원(= 일실수입 15,683,525원 + 위자료 20,000,000원 - 형사보상금 26,850,000원)이 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8,833,525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7. 4. 2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8.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구
국가배상법
검사
위법행위
증거제출거부
2021-01-08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05092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 판결 【사건】 2016가합505092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1, 10. 그의 소송수계인 송○○, 11. K, 12. L,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강원 【피고】 일본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성 법무대신 카미카와 요코(上川陽子) 【변론종결】 2020. 10. 30. 【판결선고】 2021. 1. 8.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0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1) [각주1] 원고들 대리인은 2020. 10. 30. 제4회 변론기일에서 2020. 10. 2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중 변경된 청구취지를 위와 같이 정정하여 진술하였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일본제국2)의 한반도 침탈, 조선인 강제 동원 및 전쟁의 종결 1) 일본제국은 1910. 8. 22. 대한제국과 사이에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한 후 조선총독부를 통하여 한반도를 지배하였다. 일본제국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하여 동아시아 지역이 전시체제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본제국은 1941년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전선은 동아시아를 넘어 남양군도 및 남태평양 일대까지 확대되었다. 2) 일본제국은 이러한 전쟁으로 인하여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1937. 8.경 ‘국민정신총동원 실시요강’을 마련하였으며, 1938. 4. 1. 「국가총동원법」을, 1939. 7. 8. 「국민징용령」을 제정·공포하였고, 1941. 11.경에는 「국민근로보국협력령」에 의하여 14세 이상 25세 미만 미혼여성들에게 1년 중 30일 이내 국민근로보국대에 협력하도록 하였다.3)1930년대 말부터는 일본제국이 점령 중이던 한반도 내에서 남녀를 포괄하고 보도, 의료, 근로 등 여러 분야에서 ‘정신대’를 동원하여 왔는데 1944. 8. 23. 일왕(日王)은 ‘여자정신근로령’을 칙령으로 공포하여 위 ‘정신대’를 공식화하였다. 1939. 9.부터는 ‘모집형식’에 의하여, 1942. 2.부터는 ‘관(官) 알선방식’에 의하여, 1944. 9.경부터 ‘징용령 방식’에 의하여 정신대 등 조선인 동원이 이루어졌다. [각주2] 1868년의 메이지 유신으로 성립되어 1947년의 현행 일본국 헌법이 채택될 때까지 일본 열도에 존재했던 국가로서 피고의 전신이다. [각주3] 국민근로보국협력령은 1943. 12. 개정되어 14세 이상 25세 미만의 미혼여성에 대한 동원기간이 30일에서 50일로 늘었고, 1944. 11. 개정되면서 14세에서 40세 미만의 배우자 없는 여성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3) 일본제국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은 1945. 8. 6. 히로시마에, 같은 달 9.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다음, 같은 달 15. 낮 12시 쇼와 히로히토(昭和裕仁) 일왕(日王)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종결되었다. 나. ‘위안부’4)동원 과정 1) 일본제국의 위안소 설치 및 ‘위안부’의 동원 가) 위안소 설치 ‘위안소’는 1932년 상해사변 시 일본군 병사에 의하여 강간사건이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현지인들의 반발과 성병 등의 문제로 이어지자 그 방지책으로 일본해군이 설치한 것이 최초였고, 중일전쟁이 전면적으로 개시된 후 일본제국은 전선의 확대와 더불어 군인들의 관리를 위하여 ‘위안소’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는 군인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제공함으로써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에서 이탈하려는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불만을 유화시키며, 특히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식민지 여성을 ‘위안부’로 둠으로써 군의 기밀이 새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1937년경부터 일본군이 점령 중이었던 중국 등 전쟁지역에 위안소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1941년 이후 일본군이 점령하는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지역까지 군위안소가 설치되었다. [각주4] 태평양전쟁 무렵 일본군의 성적 욕구 등의 해소방안으로 동원된 여성들의 명칭은 ‘정신대(挺身隊. 근로정신대와 구별된다)’, ‘처녀공출’, ‘보국대’, ‘근로대’, ‘종군위안부(從軍慰安婦)’ 등의 명칭으로 불리다가, 1990년경 한국정신대연구회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위 명칭 또한 남성으로부터 당한 명백한 성적 피해를 남성에 대한 ‘위안행위’라고 개념짓는 것으로 보아 “성노예”, “전쟁노예”, “군대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명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라고 칭한다. UN 인권소위원회의 맥두걸(Gay McDougall)은 1998년 ‘Systematic Rape, Sexual Slavery aid Slavery-like Practices during Armed Conflict’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군 위안소를 ‘강간 센터(Rape Center)’ 또는 ‘강간 캠프(Rape Camp)’로, 위 여성들을 ‘성노예(Sexual Slavery)’로 지칭하였다. 위와 같이 여러 명칭이 혼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 판결에서는 원고들이 칭하는 대로 위 여성들의 명칭을 ‘위안부’로, 그들이 거주하던 군대 영내 또는 영외 수용시설을 ‘위안소’로 통칭하기로 한다. 일본제국 육군은 1937. 9. 29. 육달(陸達) 제48호로 물품판매소 규정인 「야전주보규정(野戰酒保規程)」을 개정하여 군 영내 주보(전쟁 중 군 영지 내에 군인, 군속 등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매점)에 위안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고, 1943. 7. 18. 「영외 시설규정」에서 중대 이상의 주둔지로서 군인·군속 전용의 특수위안소를 군 영외에 설치할 수 있되 위탁경영하는 것으로 정함으로써, 군 영내·외에 위안소를 설치할 근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일본군이 1938. 5. 펴낸 「전시복무제요」에서는 “성병에 대한 적극적 예방법을 강구하고 위안부 위생시설을 완비함과 동시에, 군이 지정한 이외의 매춘부 및 지역의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한다.”는 내용이 기재되기도 하였다. 나) 위안부 동원 일본제국은 자국 및 점령지의 여러 국가들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여 여러가지 방식으로 전장지에 설치된 위안소에 ‘위안부’들을 동원하였는데, ① 여성들을 폭행, 협박, 납치하여 강제로 동원하는 방식, ② 지역 유지, 공무원, 학교 등을 통하여 모집하는 방식, ③ ‘취직시켜 주겠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기망하여 모집하는 방식, ④ 모집업자들에게 위탁하는 방식, ⑤ 근로정신대, 공출 제도를 통한 동원방식 등을 이용하였다. 2) ‘위안부’ 수송 및 위안소 운영 과정에서의 일본제국의 역할 일본군 사령부는 모집된 ‘위안부’들을 한반도 밖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수송을 위하여 ‘위안부’들에게 무료 도항증, 국외 이동을 위한 신분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등 민간업자들의 ‘위안부’ 수송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일본군인이나 일본경찰들이 직접 ‘위안부’들을 전선으로 수송하는 업무를 맡아 이행하였다. 위안소의 관리는 일본군이 직접 하거나 일본제국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민간업자들이 하였다. 민간업자에게 위탁할 경우 일본군은 민간업자의 개업 여부, 설비 마련, 개업 시간, 이용요금, 이용자의 피임 기구 사용 의무 등을 정하는 방식으로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에 관여하였다. ‘위안부’들의 건강관리(다만 이는 성병의 예방, 진단과 치료 등에만 국한되었다)는 주로 일본군 군의(軍醫)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위안부’가 도주하는 경우 일본군이 직접 추격하여 도주한 ‘위안부’를 다시 위안소로 끌고 오거나 사살하기도 하였다. 3) 원고 등의 개인별 ‘위안부’ 동원 과정 및 위안소 생활 가) 원고 A는 19**년 경북 성주군 성주읍에서 출생하여 19세에 대구로 이사하였는데, 1941. 10.경 친구의 집에 40세 가량의 일본인과 조선인5)남자들이 찾아와 원고 A에게 “서울로 취직시켜 주겠다.”고 권유하였다. 원고 A는 서울에서 취직하여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벗어나 자립하고자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원고 A가 서울에 도착한 뒤로 조선인 남자는 취직할 곳이 서울이 아니라면서 서울역에서 위 원고를 기차에 태웠고, 위 원고는 중국 삼강성(三江省)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가게 되었다. [각주5] 원고 등이 표현한 대로 기재한다. 이하 3)항에서는 같다. 원고 A는 위안소에서 27명 정도의 한국인 ‘위안부’들과 지내면서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평일에는 5~6명, 주말과 공휴일에는 15~16명의 일본군에 의하여 성행위를 강요당하였다. 나) 원고 B는 19**년 강원도 정선군에서 출생하여 철원으로 이주한 후 ‘가○○토 기○코’로 창씨개명 하였는데, 1942년 심부름을 가던 중 길에서 군인 복장을 한 남자에 의하여 강제로 끌려가 차에 태워졌다. 원고 B는 그 길로 중국 길림성(吉林省) 혼춘(琿春)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가게 되었다. 원고 B는 위안소에서 주 1회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면서 많을 때는 하루에 40여 명의 일본군인들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당하는 ‘위안부’ 생활을 하였다. 위안소에서는 군인들로부터 종종 폭행을 당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귀의 고막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기도 하였다. 다) 원고 C은 19**년 상주시에서 출생하였다. 1943년 일본군이 ‘처녀 공출을 한다’, ‘보국대롤 뽑는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 친구집으로 피해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일본인 순사들이 집으로 찾아와 원고 C의 이름이 기재된 징용문서를 전해주고 갔고, “베짜는 곳으로 간다.”고 하는 말을 듣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트럭 뒷좌석에 실려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원고 C은 ‘오○다’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 후 중국 심양으로 이동하였다가 중국 장춘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정기적으로 성병예방주사를 맞으면서 하루에 7~8명의 일본군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원고 C이 있던 위안소는 일본군의가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하였고, 일본군 간부의 부인이라는 일본인 여자가 위안소를 전체적으로 관리하였다. 원고 C은 이곳에서 군인들에게 머리카락이 제대로 나지 않을 정도로 정수리 부분을 맞는 등 갖은 폭행을 당하였다. 원고 C은 당시 10대 중반으로 어리고 몸이 약하여 자주 열이 나고 아팠는데 일본군인들은 원고 C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면 안된다며 산에 유기하고 불태워 죽이려고도 하였다. 라) 원고 D은 19**년 부산에서 출생하였는데 1942. 7.경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 모르는 남자들에게 강제로 끌려가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 원고 D은 중국 길림성(吉林省) 연길(延吉)에 도착한 이후 쇠창살이 설치된 수용소에 수용되어 이름을 ‘도○코’로 바꾸고 일본군이 사용하던 비행장을 확대하는 공사에 동원되어 일을 하였는데, 공사장에는 인부들이 도망하지 못하도록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여러 차례 일본군인들으로부터 강간과 폭행을 당하였다. 얼마 후 일본군인들이 원고 D을 인근의 위안소로 보냈고 원고 D은 위안소에 수용되어 하루에 30~40명에 이르는 일본군인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원고 D이 일본군인들의 성적인 요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들로부터 흉기를 이용한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다. 결국 원고 D은 매독이라는 성병을 앓게 되었고 606호 주사6)를 정기적으로 맞아도 잘 낫지 않자 수은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 치료 이후로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원고 D은 위안소에서 탈출하다가 일본군에 의하여 위안소로 다시 끌려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 때 귀를 얻어맞아 귓병을 앓게 되었으나 치료를 받지 못하여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각주6] ‘살바르산’으로 매독 등 성병 치료에 주로 쓰이는 주사제였다. 마) 원고 E은 19**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였고 1941년 친구가 “중국 바느질 공장에 들어갈래?”라고 제안하자 당시 빈한한 가사를 돕기 위하여 친구와 함께 중국에 있는 공장으로 가는 줄 알고 ‘위안부’ 모집책을 따라 기차를 타고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 원고 E을 포함한 조선여성들이 탄 기차가 중국에 도착한 이후 위 원고는 군인들의 인솔에 따라 중국 흑룡강성(黑龍江省) 목릉(穆稜) 인근의 위안소로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주 1회 일본군의로부터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606호 주사를 맞으면서 하루에도 15명 이상의 군인들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하여야 했고, 위안소를 관리하는 관리인들과 군인들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시간이 날 때면 군인들의 의복을 빨고 바느질하는 등의 일을 하였고, 일본군 부상병들을 위문하기 위한 노래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원고 E은 위안소에서 아프거나 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위안부’ 생활을 견디지 못하여 위안소를 탈출하는 ‘위안부’들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바) 원고 F은 19**년 평양에서 출생하였고, 20세 때 “공장으로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위안부’ 모집책을 따라 중국 흑룡강성(黑龍江省) 동녕(東寧)으로 가게 되었으며, 그곳의 위안소에 수용되었다. 위안소의 관리인은 조선인이었으나 위안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군인이었다. 일본군인들은 위안소 관리인으로부터 ‘표’를 사서 입장하였고, 그 표를 ‘위안부’에게 주면 ‘위안부’들이 이를 관리인에게 가져가서 계산을 하는 방식이었다. 주 1회 일본군의로부터 산부인과 검진을 받았고, 군인들을 적게 상대하거나 병이 나서 일본군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면 관리인 등으로부터 체벌을 받았다. ‘위안부’ 생활 중 원고 F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일본군 장교가 빚을 갚아줄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여 동녕의 위안소를 나오게 되었다. 원고 F은 출산 이후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중국인에게 맡기게 되었고 또다시 팔려갈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석문자(石門子) 위안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임신을 하게 되어 위안소를 나오게 되었다. 원고 F은 위안소에서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거나 도망한 ‘위안부’들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사) 원고 G은 19**년 아산시에서 출생하여 1943. 11.경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하여 혼인을 하였으나, 남편이 혼인 다음 날 강제징용을 당하였고, 원고 G도 그로부터 2~3일 후에 일본순사에 의하여 강제로 기차를 타게 되었다. 부산에서 일본 시모노세끼(下関市)로 이동한 후 ‘도구다이’ 부대에 도착하여 의복으로 군복을 지급받았고, 이후 하루에도 20~30명에 이르는 일본군인들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시작하였다. 낮에는 방공호로 도망하였다가 밤에는 위안소로 돌아오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하다가, 군함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위안부’ 생활을 지속하게 되었다. 위안소에서는 옷이 칼로 찢겨나가거나 흉기로 폭행을 당하였고, 그로 인한 상처가 영구적으로 남게 되었다. 아) 원고 H은 19**년 충북 제천에서 출생하여 1945. 2.경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말에 전교생의 축하를 받으며 일본으로 떠났다. 오까야마 비행기 군수물자 공장으로 동원되어 그곳에 수용되었으며, 이 때 일본군인들의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 원고 I는 19**년7)전북 임실군 관철리에서 출생하여 1943년경 일본군들이 소녀들을 잡아들인다는 소문에 지인의 집에 숨어 지내다가 동네 공무원이 “어디(광목 공장)로 가면 밥도 잘 먹고 한다.”고 말하면서 끌고 가자 억지로 따라 나서게 되었고, 기차와 배를 갈아타면서 ‘야스시마’ 남양군도의 위안소로 가게 되었다. 일본군인들이 위안소에 찾아왔고, 원고 I가 울면 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각주7] 원고 I의 경우 주민등록상 출생연도와 피해자 증언 인터뷰 자료(갑 제23호증의 1)에 기재된 출생연도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차이가 적지는 않으나, 원고 I가 출생할 무렵에는 주민등록법이 시행되기 전이고 일제강점기와 이후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출생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 소실되어 그 무렵 출생한 국민의 경우 실제 출생 시기와 달리 주민등록이 된 경우가 다수 있으므로, 원고 I의 진술에 따라서 출생연도를 기재한다. 차) J은 19**년 안동시에서 출생하였는데 1943년경 일본순사들에 의하여 강제로 끌려가 일본 북해도로 가게 되었다. J은 그곳에서 ‘가○○마 원○’라고 이름을 바꾸고 공장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갔으나 군대 영내에서 100여 명의 여성들이 단체로 생활하면서 군인들의 밥과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고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였으며, 이를 피하면 군인들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였고, 폭행으로 다리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기도 하였다. 카) 원고 K은 19**년 대구에서 태어났는데, 1944. 10.경 일본군인으로부터 취직 권유를 받았다. 원고 K이 이를 거절하였음에도 강제로 끌려가 중국 만주의 위안소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본군인들의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하였다. 타) 원고 L는 19**년 경남 남해군에서 출생하였는데 1938년경 사촌과 함께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던 중 일본군인에게 강제로 끌려가 일본 나고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중국 만주로 보내져 만주에 있는 일본군 소대 앞 위안소에서 20여 명의 ‘위안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고, 공휴일에는 여러 명의 일본군인을 상대하는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하였다. 원고 L가 있던 위안소는 일본군 여군들이 관리하였고, ‘위안부’들이 위안소에서 도주하는 경우 잡히면 총살을 당하였다. 파) 원고 A, B, C, D, E, F, G, H, I, K, L 및 J(이하에서는 ‘원고 등’이라고 칭한다)은 위안소라는 단체숙소에서 각자 하나의 방을 배정받았고, 하루에 한 두 끼니 정도의 배식을 받았으며, 일주일에 한 번 일본군의들로부터 성병에 걸렸는지 여부 등 산부인과 검사를 받았다. 성병 등 산부인과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그 외의 질병은 전혀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이질 등 전염병에 걸린 ‘위안부’들은 격리되거나 유기되었다. 식사는 매우 부실하여 풀을 뜯거나 콩깻묵을 섞어 밥을 해먹었고, 군인들이 입다 낡은 군복 등을 세탁하여 입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군인들의 성적 욕구의 대상이 되었고 주말은 더 많은 군인들이 찾아왔으며 그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을 때에는 그들로부터 무참히 폭행을 당해 심각한 상해를 입기도 하였다. 위안소에는 관리인이 있어서 ‘위안부’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였으며, ‘위안부’들이 아프거나 반항하여 일본군인들의 성적인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경우 ‘위안부’들을 폭행하기도 하였다. ‘위안부’들이 도주할 경우 일본군이 그들을 추격하여 살상하거나 다시 위안소로 끌고 들어왔으며, 도주에 성공한 ‘위안부’가 있으면 남은 ‘위안부’들에 대한 감시가 더욱 엄격해졌다. 원고 등은 위안소 관리인 등으로부터 별다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며, 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정도의 소액이었다. 다. 종전 이후의 원고 등의 생활 1) 종전이 되자 일본군은 ‘위안부’들을 위안소에 그대로 두고 퇴각하였다. 원고 등은 종전 여부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위안소 근처 지역에서 헤매다가 전투상황을 고스란히 겪거나, 맨몸으로 생계를 부지하기 위하여 갖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고 등은 대부분 곧바로 고향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2) 원고 등은 혼인을 하지 못하거나, 혼인을 하더라도 원만한 혼인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였으며, 고향에 돌아온 경우에도 부모나 가족들이 이들을 부끄럽다고 여기곤 하여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과거를 떳떳하게 말할 수 없어 남편이나 자녀들에게도 ‘위안부’ 생활에 관한 과거에 대하여 함구하여 온 경우가 많았다. 혼인 후 남편에게 “왜 결혼 전에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느냐.”며 질책을 당한 원고도 있었다. 3) 원고 등은 육체적으로는 위안소에서 당한 상해나 질병, 성병의 후유증을 겪어 건강을 해쳤고, 육체적 고통 외에도 정신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었으며 정상적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대체로 빈곤하게 생활하였다. 라. 일본제국이 종전 무렵까지 가입한 국제협약 등 1)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Convention with Respect to the Laws and Customs of War on Land, 이하 ‘헤이그 육전협약’이라고 한다]이 체결되었는데, 일본제국은 1911. 12. 13. 위 협약을 비준하였다. 위 협약 제3조는 ‘부속서상의 의무를 위반한 교전당사자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교전당사자는 개별전투원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A belligerent party which violates the provisions of the said Regulations shall, if the case demands, be liable to pay compensation. It shall be responsible for all acts committed by persons forming part of its armed forces)’고 규정하고 있으며, 부속서 제46조에는 ‘가족의 명예와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Family honour and rights, the lives of persons, and private property, as well as religious convictions and practice, must be respected)’라고 규정되어 있다. 2) 백인노예매매의 억제를 위한 국제조약 일본제국이 1925년 비준한 ‘백인노예매매의 억제를 위한 국제조약’(Intemational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the White Slave Traffic)8)에서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미성년의 여성 또는 소녀를 부도덕한 목적을 위하여 모집, 권유 또는 유괴한 사람은 그의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를 구성하는 각각의 행위가 다른 국가들에 의하여 저질러졌다고 하더라도 처벌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주8] 일본에서는 ‘추업(醜業)을 목적으로 하는 부녀매매 금지에 관한 국제조약’으로 부르기도 한다. 3)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 및 노예협약 국제연맹은 1921. 9. 30.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the Traffic in Women and Children)을 채택하였는데, 일본제국은 위 조약을 1925년경 비준하였다(다만, 이 때 식민지인 한반도 지역, 대만 지역, 요동반도 이남 조차지에 대한 적용을 유보하였다). 위 조약에 의하면,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 산업의 목적으로 미성년(21세 이하) 여성을 설득, 유혹, 납치하는 어떤 행위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범죄가 된다. 또한 국제연맹은 1926. 9. 25. ‘노예협약’(Slavery convention)을 채택하고, 1927. 3. 9. 이를 공표하였는데, 위 협약은 ‘노예’를 ‘소유권에 수반하여 일부 또는 모든 권한이 행사되는 자의 지위 또는 상태’라고 정의한 다음 노예 해방, 노예거래 금지, 강제근로 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국제관습법으로 발전하였다. 4)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국제노동기구(ILO)는 1930년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ILO Convention 29)을 채택하였고, 일본제국은 1932. 11. 21. 위 협약을 비준하였다. 위 협약에 의하면 강제노동을 단기간 내에 폐지하고 폐지할 때까지 과도기라고 하더라도 여성은 전적으로 제외하여야 하며, 근로기간과 시간을 한정하고 상당한 보수 및 산업재해를 보상하며 건강한 조건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5) 일본제국의 구 형법 일본제국의 국내 및 한일합병조약에 따라 당시 한반도에 적용된 형법(일본제국 법률 제45호, 1907년 제정, 이하 ‘피고의 구 형법’이라고 한다) 제226조에서는 ‘국외 이송 목적 약취·유인·매매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었다.9) [각주9] 현행 일본 형법 “所在国外に移送する目的で、人を略取し、又は誘拐した者は、二年以上の有期懲役に処する.”(국외로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괴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 피고의 성립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1946. 11. 3. 일본국 헌법이 공포되었고, 현행 피고가 성립되었다. 바. 종전 이후 대한민국과 피고 간의 전쟁 문제에 관한 합의 사항 1)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체결 태평양전쟁 종전 후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연합국과 피고는 1951. 9. 8. 미국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평화조약(이하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조약 제4조 (a)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위 조약 제2조에 규정된 지역에 존재하는 피고 및 그 국민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을 상대로 한 청구권과 피고에 존재하는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 소유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의 피고 및 피고의 국민들에 대한 청구권의 처리는 피고와 위 지역의 통치 당국 간의 특별 협정이 규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였다. 2) 대한민국과 피고 간 국교정상화를 위한 조약과 부속협정의 체결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체결된 후 대한민국 정부와 피고 정부 사이에 1965. 6. 22.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의 하나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하 ‘청구권협정’이라고 한다)이 체결되었는데, 청구권협정은 제1조에서 “피고가 대한민국에 10년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제2조에서는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정하였다. 청구권협정은 1965. 8. 14.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준 동의되고, 1965. 11. 12. 일본 중의원 및 1965. 12. 11. 일본 참의원에서 비준 동의된 후 그 무렵 양국에서 공포되었고, 양국이 1965. 12. 18.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되었다. 3) 청구권협정 이후 대한민국의 조치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지급되는 자금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적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1966. 2. 19.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이어서 보상대상이 되는 대일 민간청구권의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함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1971. 1. 19.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청구권신고법’이라고 한다)을 제정하였다. 청구권신고법에서 정한 신고대상은 ‘1947. 8. 15.부터 1965. 6. 22.까지 일본국에 거주한 일이 있는 자를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이 1945. 8. 15. 이전에 피고 및 일본국민에 대하여 가졌던 청구권 중 피고에 의하여 군인·군속 또는 노무자로 소집 또는 징용되어 1945. 8. 15. 이전에 사망한 자’만으로 한정하였고 ‘위안부’ 피해자들은 그 신고대상이 되지 않았다. 사. 피고의 공식 담화 1993. 8. 4.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관방장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이른바 종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재작년 12월부터 조사를 진행해왔으나 이 번에 그 결과가 정리되었으므로 발표하기로 한다. 아. 대한민국과 피고의 추가 조치 1) 대한민국은 1993. 6. 11.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10)을 제정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각주10] 그 후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하 ‘위안부피해자법’이라고 한다. 2) 피고는 1994. 8. 31.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當市) 총리의 ‘총리담화’를 통하여 피고 정부는 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훼손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으로 인도적 견지에서 개별적인 위로금이나 정착금을 지급할 수 있고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아시아여성발전기금의 조성 등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 대한민국은 2005. 1.경 청구권협정과 관련한 일부 문서를 공개하였다. 그 후 구성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원회’라고만 한다)에서는 2005. 8. 26.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 정부와 군대 등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으며, 사할린 동포 문제와 원폭 피해자 문제도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공식의견을 표명하였는데, 위 공식의견에는 아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1) 대한민국 정부와 피고 정부는 2015. 12. 28.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는 발표를 하였다. 2) 2016. 7. 28. 피고의 예산으로 전액 출연한 돈을 사용하여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되었으며, 출연금 중 일부가 생존 피해자 또는 사망 피해자의 유가족 중 각 신청자에게 지원금으로 지급되었다. 차. 원고 등의 위안부피해자법에 따른 생활안정지원대상자 결정·등록 원고 등은 1993년경부터 2001년경까지 사이에 위안부피해자법에 의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여성가족부장관에 의하여 생활안정지원대상자로 결정·등록되었다. 카. 일부 원고 등의 사망 및 일부 소송수계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원고 A는 2014. 6. 8.에. 원고 B는 2017. 7. 23.에, 원고 F은 2018. 12. 5.에, 원고 G은 2016. 7. 10.에, 원고 H는 2018. 2. 14.에, J은 2015. 6. 11.에, 원고 L는 2016. 12. 6.에 각 사망하였고,11)J의 자녀인 원고 송○○이 그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2, 4, 5 내지 7호증, 13 내지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각주11] 당사자가 사망하였으나 소송대리인이 있어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아니한 경우(민사소송법 제238조, 제233조 제1항) 원칙적으로 소송수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고, 소송대리인은 상속인들 전원을 위하며 소송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며 그 사건의 판결의 당사자 표시가 망인 명의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은 상속인들 전원에 대하여 효력이 있게 된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54160 판결 등 참조). 2. 원고들의 주장 원고 등은 일본제국이 침략전쟁 중에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운영하였던 ‘위안부’ 제도의 피해자들이다. 일본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침략전쟁 수행을 위하여 ‘위안부’ 제도를 마련하여 운영하였고, ‘위안부’가 필요해지자 당시 식민지로 점령 중이었던 한반도에 거주하던 원고 등을 유괴하거나 납치하여 한반도 밖으로 강제 이동시킨 후 위안소에 감금한 채로 상시적 폭력, 고문, 성폭행에 노출시켰다. 그 과정에서 원고 등에게 제대로 된 임금이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이 하 ‘이 사건 행위’라고 통칭한다)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 등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으므로, 일본제국의 후신으로서 동일성이 있는 피고에게 그 위자료의 일부로서 각 100,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 3. 재판권 유무(국가면제의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법 이론의 흐름 1) 국가면제에 관한 전통적 국제법 이론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이하 ‘국가면제’로 통칭한다)는 국내법원이 외국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하여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으로서 국가는 그의 행위와 재산에 관하여 외국의 재판권에 강제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바, 이는 주권을 가지는 모든 국가들은 서로 평등하며 독립적이라는 국가의 기본적 원리 또는 ‘대등한 자는 다른 대등한 자에 대해 지배권을 갖지 못한다’(par in parem non habet imperium)는 원칙 등에 근거하고 있다. 국가면제 개념은 주권평등원칙의 귀결로서 상호주의 관점에서 외국의 권위를 인정해 줌으로써 국가가 우호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19세기 말까지 널리 지지되었다. 2) 제한적(상대적) 국가면제 이론의 대두 국가면제 개념은 19세기 말부터 서서히 제한되면서 다수의 국가에서는 사법적(私法的)·상업적 행위 등에 대하여는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국내법을 마련하거나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 여기에 반인륜적·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국가면제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나. 이 사건 행위가 사법적 행위로서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대법원 판결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다16766 판결 등 참조). 나) 헌법재판소 결정 국제관습법상 국가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지 않는 사법적(私法的)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2) 판단 원고들은 일본제국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원고 등이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하고 있는바, 우선 이 사건 행위가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사법적(私法的) 행위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행위 중 일부에 민간업자들이 관여하였고, 그에 따라 일부분 그들의 상업적 이익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도 보이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행위는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사법적, 상업적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주권적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12) [각주12] 워성턴 D.C. 연방지방법원 판결(Hwang ○○○○ Joo v. Japan 172 F.Supp. 2d 52. 2001)에서도 황○주 등 ‘위안부’들이 피고가 점령한 대한민국 내에서 “끌려갔고”, “일본군인 및 특정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계획, 명령, 수립, 통제된 사전계획에 따라”, “일본군이 소유하였거나 일본군이 ‘위안부’를 수용하기 위하여 지은 임시 시설물”에 거주하면서 “일본군의 성노예생활”을 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하는데 대하여, ‘위안부’들이 주장하는 피고의 행위는 상업적 행위가 아니고, 여기에 일본군이 성행위의 대가로 돈을 냈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을 상업적 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의 군사력을 동원한 “특이한 주권적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일본제국이 달성하려던 목적은 일본군인들의 신체적·정서적 안정, 군대의 효율적인 통솔과 통제 등으로 보이며, 군대의 보유와 지휘는 국가의 행위 중 가장 권력적 행위 중 하나에 해당한다. ② 원고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행위에는 군대 외에도 여러 국가기관들이 관여하였는바, 위와 같은 국가기관들이 사경제주체로서의 이익달성 등을 목적으로 상대방과 동등한 지위에서 이 사건 행위들을 자행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행위의 배경에는 당시 일본제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기한 법령의 정비, 예산의 배정 등이 있었다. 다. 주권적 행위에 대한 재판권 유무에 관한 판단 1) 논의의 전제 대한민국 성문법에 의하여 국가면제의 예외 사유를 정하지 아니하였고, 대한민국이 유효하게 비준한 국제조약이나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조약이 없는 이상 일본제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국제관습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적인 흐름을 먼저 검토한 다음 이를 판단하기로 한다. 2)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협약 및 각 국의 입법 동향 등 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협약 유럽공동체의 국가들은 1972. 5. 16. ‘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European Convention on State Immunity, 이하 ‘유럽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UN총회는 UN 국제법위원회(ILC)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2004. 12. 2. ‘유엔국가면제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States and Their Property, 이하 ‘유엔협약’이라고 한다)을 채택하였는데, 유럽협약13)및 유엔협약14)에서는 예외적인 경우에 국가면제를 부인하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각주13] 유럽협약에서 면제를 부인하는 사유로는 ① 법정지국을 채무이행지로 하는 계약에 관한 소송, ② 법정지국에서 공급되는 노무를 내용으로 하는 고용계약에 관한 소송, ③ 법정지국에 근거를 둔 회사 등의 단체에 참가하는 소송, ④ 법정지국에서 상공, 금융업을 하는 영업소 활동에 관한 소송, ⑤ 법정지국에서 보호되는 무체재산권에 관한 소송, ⑥ 법정지국에서 생긴 불법행위에 관한 소송, ⑦ 법정지국을 중재지 또는 준거법국으로 하는 중재의 효력 등에 관한 소송 등을 열거하여 정하였다. [각주14] 유엔협약에서 면제를 부인하는 사유로 ① 상업적 거래, ② 고용계약, ③ 사망, 신체침해 및 재산상 침해(제12조, 원문은 다음과 같다. Unless otherwise agreed between the States concerned, a State cannot invoke immunity from jurisdiction before a court of another State which is otherwise competent in a proceeding which relates to pecuniary compensation for death or injury to the person, or damage to or loss of tangible property, caused by an act or omission which is alleged to be attributable to the State, if the act or omission occurred in whole or in part in the territory of that other State and if the author of the act or omission was present in that territory at the time of the act or omission: 관계국들 간에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국가는 타국의 권한 있는 법정에서 자국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주장되는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한 사망 기타 인적 피해 또는 유형의 재산상의 피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에 관한 소송에 있어서 관할권 면제를 원용할 수 없다. 단, 이는 그 작위 또는 부작위가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그 타국의 영토상에서 발생하였으며 그 작위 또는 부작위의 주체가 그 작위 또는 부작위의 발생 당시에 그 영토상에 있는 경우에 한한다), ④ 재산의 소유·점유 및 사용, ⑤ 지식 및 산업재산권, ⑥ 기업 또는 기타 단체에의 참여, ⑦ 국가에 의해 소유 또는 운영되는 선박, ⑧ 중재합의의 효과 등을 열거하여 정하였다. 나) 각 국의 입법동향 미국은 1976년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 FSIA)을 제정하였는데 위 법률에서는 상업적 활동, 국제법에 위반하여 취득된 재산과 관련된 소송, 상속 또는 증여에 의하여 취득된 미국 내의 재산에 대한 권리 또는 미국 내에 소재하는 부동산에 대한 권리에 관한 소송, 외국에 의하여 또는 외국이 고용한 직원의 직무수행과정에서 취하여진 불법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원인이 되어 미국 내에서 발생한 인적 피해 또는 사망에 대하여 그 외국을 상대로 금전배상이 청구되는 경우,15)외국 소유의 선박을 상대로 제기된 해사소송으로서 그 외국의 상업적 활동과 관련된 경우 등에 있어서는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영국은 1978년 「국가면제법」(State Immunity Act)을 제정하였고, 일본도 2009년 「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外国等に対する我が国の民事裁判権に関する法律)을 제정하였으며, 싱가포르도 1979년 「국가면제법」(State Immunity Act)을 제정하였는데, 위 각 법률에서는 예외적으로 국가면제가 배제되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에서도 국가 면제의 예외를 정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각주15]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Chapter 97. - Jurisdictional immunities of foreign states §1606(a)(5) not otherwise encompassed in paragraph (2) above, in which money damages are sought against a foreign state for personal injury or death, or damage to or loss of property, occurring in the United States and caused by the tortious acts or omission of that foreign state or of any official or employee of that foreign state while acting within the scope of his office or employment; except this paragraph shall not apply to - (A) any claim based upon the exercise or performance or the failure to exercise or perform a discretionary function regardless of whether the discretion be abused, or - (B) any claim arising out of malicious prosecution, abuse of process, libel, slander, misrepresentation, deceit or interference with contract right. 다) 유엔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라고 한다) 판결 등 (1) 이탈리아인 Ferrini는 1944. 8. 4. 독일군에 체포되어 독일의 군수공장에서 1945. 4. 20.까지 강제노역을 하였으나 전쟁포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자 1998년에 이탈리아 Arezzo 지방법원에 독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독일의 국가면제 원용 주장을 인정하여 소를 각하하였으며, 항소심법원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법원은 2004. 3. 11. 강행규범을 위반하는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국가의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였고, 이에 하급심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2) 독일은 2008. 12. 23. 위 Ferrini 판결 이후에도 이탈리아 내에서 독일을 상대로 제기된 다수의 사건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거듭되자 ‘독일이 국제법상 누리는 국가면제를 존중하지 않는 이탈리아의 재판 실행에 의한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탈리아를 ICJ에 제소하였는데, ICJ는 2012. 2. 3.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서는 유럽 협약과 유엔협약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국제관습법에 의하여 이탈리아에게 독일에 대한 재판권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전제로, ‘국가면제는 UN헌장 제2조 제1항이 천명하여 국제법 질서의 기본적인 원칙의 하나인 국가의 주권평등원칙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현재의 국가실행에 깊숙이 자리 잡은 국제관습법의 일반원칙으로 채용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즉, ICJ는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은 무력충돌 상황에서 국가의 무장병력 및 관련 기관에 의한 개인의 생명, 건강, 재산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 절차에서도 적용되므로, 독일에 대한 재판권의 면제를 부인한 이탈리아 법원의 결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ICJ는 국가면제 원칙은 절차적인 요건으로서 국제인권법이나 무력충돌에 관한 법 위반사실이 중요하다는 실체적 주장에 의하여 면제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한 국가가 다른 국가로부터 재판을 면제받을 권리는 그 국가가 국제적인 책임을 지는지 여부 및 배상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분리되는 문제로서 국가면제가 배상의 확보를 위한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ICJ 판결 이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2014 10. 22. 국가면제의 국제관습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사법에의 접근권을 근간으로 하는 이탈리아 헌법 질서의 기본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국내법 질서에 수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3) 판단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국가면제의 국제관습법에 의하더라도 위 국제관습법이 국가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재판권이 면제되므로 주권을 가진 국가라면 예외 없이 타국의 재판권의 행사에서 면제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일정한 경우에는 그 예외가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위 기초 사실에 앞서 본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는 위 기초 사실 및 아래의 제5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계획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며, 당시 일본제국에 의하여 불법점령 중이었던 한반도 내에서 우리 국민인 원고 등에 대하여 자행된 것으로서,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판청구권은 기본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에 대한 구제 또는 예방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다른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성격을 가진다[헌법재판소 2018. 12. 27. 선고 2015헌바77, 2015헌마83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공허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재판받을 권리는 다른 실체적 기본권과 더불어 충분이 보호되고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또한 1948. 12. 10. UN총회에서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에서도 제8조에서 ‘모든 사람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당하였을 때, 해당 국가 법원에 의해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기본권 규정에 비추어 보면,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실효적인 권리인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지극히 신중하여야 한다. ② 국가면제는 실체판단에 들어가기 이전에 재판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 적용되는 이론으로서 절차적 요건에 관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절차법은 실체법상의 권리와 상태를 가장 잘 구현하도록 구축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절차법은 실체법질서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절차법이 불충분하여 실체법상의 권리 실현이 제한되거나 실체법질서가 어느 정도 변용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실체법상의 권리나 질서가 형해화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③ 국가면제 이론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다.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협약, 유엔협약 등 국제협약에서 절대적 국가면제 이론에서 벗어나 일정한 경우 국가에 대한 재판권을 면제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 영국의 「국가면제법」, 일본의 「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 싱가포르의 「국가면제법」 등 여러 국가의 국내법에서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 예외사유를 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이러한 변천은 국제법 체계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④ 국가면제 이론에서는 ‘무력분쟁(전쟁) 수행 중’에는 예측불가능한 손해 발생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때에 행하여진 행위에 대하여는 재판권이 면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태평양전쟁의 전선은 중국, 동남아시아, 남양군도 등이었고 당시 한반도는 전쟁의 장소가 아니었다. 따라서 일본제국이 ‘위안부’ 동원을 위하여 원고 등을 기망, 납치, 유괴한 행위는 ‘무력분쟁 수행 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⑤ 1969년 체결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53조는 ‘일반 국제법의 절대규범은 그 이탈이 허용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성질을 가진 일반 국제법의 추후의 규범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는 규범으로, 전체로서의 국제공동사회가 수락하여 인정하는 규범’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국제사회의 합의에 비추어 보면 국제법규에도 상위규범인 ‘절대규범’과 하위규범 사이에 구별이 있으며, 하위규범은 절대규범을 이탈하면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이때 절대규범의 예로서 ILC의 2001년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책임 협약 초안(Draft Articles on Responsibility of States for Internationally Wrongful Acts)’ 해설에서 거시한 침략금지, 노예제 및 노예무역 금지, 제노사이드(genocide, 집단학살) 금지, 인종차별 및 인종분리 금지, 고문금지, 무력충돌 시 국제인도법의 기본원칙, 민족자결권 등을 들 수 있겠다. ⑥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그 결과를 고려하여야 할 것인데, 해석의 결과 심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러한 해석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통상 이를 위하여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이 동원되고, 이러한 해석방법이 헌법 규정과 법의 원리에 부합하고 이를 최대한 실현하는 합헌적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가 된 국가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하였을 경우까지도 이에 대하여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불합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할 것이다. ㉮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고, 그러한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고, 또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어떤 사회생활규범이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고 하기 위하여는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사회생활규범은 비록 그것이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법적 규범으로 삼아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면제가 관행으로 정착된 국제관습법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인도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까지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관습법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국민에 대하여 인도에 반하는 중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 여러 국제협약에 위반됨에도 이를 재재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불합리하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까지도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국제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에도 원고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는 드러나지 아니한 채 한일 양국간 배상이나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스스로 입을 열어 피고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부터 논의의 쟁점이 되었고, 피고는 관방장관 담화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일본군이 ‘위안부’ 제도를 운영하였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보상 혹은 배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에 ‘위안부’ 피해자들은 피고의 법원에 여러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되었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 또한 같았다. 대한민국 정부와 피고 정부 간의 청구권협정과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또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괄하지 못하였다. 협상력이나 정치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하는 개인에 불과한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소송 외에 구체적인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⑦ 국가면제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고 함부로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절대규범(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하여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하여 형성된 것은 아닐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해석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함이 상당하다. 4. 국제재판관할권 유무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에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 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국재재판관할을 결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그리고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 내지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이익 중 어떠한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지 여부는 개별 사건에서 법정지(法庭地)와 당사자의 실질적 관련성 및 법정지와 분쟁이 된 사안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삼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459 판결 등 참조). 이 때 예측가능성은 피고와 법정지 사이에 상당한 관련이 있어서 법정지 법원에 소가 제기되는 것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6다33752 판결 참조). 또한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적 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동아시아와 남양군도에 이르기까지 침략전쟁을 벌이고 있던 일본제국이 그 군대의 운영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당시 불법적으로 점령 중이던 한반도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강제로 납치하거나 또는 유인, 기망하여 ‘위안부’ 생활을 강요한 행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 달라는 취지로서,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민법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는 점, ② 위와 같은 일련의 불법행위 중 일부가 대한민국 영토인 한반도 내에서 이루어진 점, ③ 피해자들인 원고 등이 대한민국 국민이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점, ④ 이 사건 행위가 이루어진 위안소 등의 물적 증거는 시간의 경과와 전쟁 등으로 거의 소실되었고, 위안소 운영자 혹은 이용자들의 인적 증거 또한 거의 남아있지 아니하며, 앞서 본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의 기초자료, UN 인권위원회에서의 조사보고서 등의 자료가 이미 발표되었으므로 피고 현지 등에서의 증거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 등 외에 여러 ‘위안부’ 피해자들은 피고의 국내 법원, 미국의 법원 등 세계 여러 국가의 법원에 위와 같은 일본제국의 불법행위를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줄곧 청구하여 왔는바, 원고들의 생활근거지인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리라는 것을 피고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⑥ 국제재판관할권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이 피고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당연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⑦ 달리 소송당사자의 공평 내지 재판의 적정,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에게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들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5.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준거법의 결정 이 사건에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준거법은 법정지인 대한민국에 있어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준거법의 결정에 관한 규범(이하 ‘저촉규범’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앞서 본 인정 사실에 따르면 피고의 불법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등의 법률관계는 구 섭외사법(1962. 1. 15. 법률 제996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같다)이 시행된 1962. 1. 15. 이전에 발생하였다. 구 섭외사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대한민국의 저촉규범은 1912. 3. 28.부터 일왕(日王)의 칙령 제21호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의용(依用)되어 오다가 군정법령 제21호를 거쳐 대한민국 제헌헌법 부칙 제100조에 의하여 현행법령으로서 대한민국 법질서에 편입된 일본의 법례(法例)(1898. 6. 21. 법률 제10호)이다. 원고 등의 청구권이 성립한 시점에 적용되는 위 법례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과 효력은 불법행위 발생지의 법률에 의하는데(제11조), 이 사건 불법행위지는 대한민국과 중국, 피고, 남양군도 등에 걸쳐 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판단할 준거법은 대한민국법, 중국법, 일본법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묻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는지 여부는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판단하기로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참조). 나아가 제정 민법이 시행된 1960. 1. 1.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적용될 대한민국법은 제정 민법 부칙 제2조 본문에 따라 ‘구 민법(의용 민법)’이 아닌 ‘현행 민법’이다. 2) 이 사건 행위가 불법행위인지 여부에 판한 판단 가) 앞서 본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일본제국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 침략전쟁의 수행과정에서 군인들의 사기 진작 및 민원 발생의 저감, 군인들에 대한 효율적 통솔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른바 ‘위안부’를 관리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이를 제도화하여 법령을 정비하고 군과 국가기관에서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워 인력을 동원, 확보하였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위안소’를 운영하였다. 10대 초중반에서 20세에 불과하여 미성년이가나 갓 성년이 된 원고 등은 빈한한 가사를 돕기 위하여 “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등 민간업자 또는 일본제국의 공무원들의 기망에 속아서 지원하거나, 강제로 납치되거나 위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위안부’로 동원되었다. ‘위안부’로 동원된 이후 원고 등은 일본제국의 조직적이고 직·간접적인 통제 하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군인들의 성적 행위의 대상이 되었고, 그 횟수도 하루에 수십 차례에 이르렀음 만큼 참혹하였다. 어린 나이의 원고 등과의 성행위를 위하여 원고 등이 수용된 방에 군인들이 줄을 섰고, 이에 이용시간의 제한이 있을 정도였다. 원고 등은 가혹한 성행위 그 자체로 인한 상해뿐만 아니라 늘 성병과 원치 않은 임신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했고 안정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산부인과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상시적 폭력에 노출되었고 제대로 된 의복과 식사를 보급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자유도 제압당하고 감시 하에 생활하였다. 나) 피고의 현행 헌법(1946. 11. 3. 공포) 제98조 제2항에 의하면 ‘피고가 체결한 조약 및 확립된 국제법규는 성실히 준수’하여야 하는데 현행 헌법 제정 전이라고 하더라도, 위 조항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서의 당연한 의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이므로 현행 헌법 성립 전의 일본제국 또한 조약 및 국제법규를 성실하게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행위는 일본제국이 그 당시까지 비준하였던 ① 헤이그 육전협약 제3조, 부속서 제46조상의 ‘가족의 명예와 권리를 존중하여야 할 교전당사자의 의무’를 위반하여 가족의 구성원인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여 그 명예와 권리를 존중하여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며, ② ‘백인노예매매의 억제를 위한 국제조약’에서 금지한 성매매 및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납치,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조항16)을 위반하였고, ③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금지 조약’상 미성년 여성을 기망, 납치하는 행위를 한 것이며, ④ 국제연맹의 ‘노예협약’상 노예해방규정(국제연맹 하의 임시노예제위원회에서는 노예를 ‘소유권에 수반하여 일부 또는 모든 권한의 행사가 제한되는 자의 지위 또는 상태’라고 보고 있기는 하나, 앞서 본 UN 인권소위원회의 맥두걸 보고서에서는 ‘위안부’를 ‘성노예’로 보고 있으며, 당시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하여 일부 또는 모든 권한의 행사가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이들을 ‘성적인 노예’로 보는 견해가 다수 있다)을 위반한 것이고, ⑤ ILO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에서 여성의 강제노동을 즉시 폐지하기로 한 조항을 위반하였으며, ⑥ 당시 일본제국의 공무원들은 피고의 구 형법 제226조 등을 위반하였고 일본제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조하였다. [각주16] 원문은 다음과 같다. “Article 1 The Parties to the present Convention agree to punish any person who, to gratify the passions of another: (1) Procures, entices or leads away. for purposes of prostitution, another person, even with the consent of that person: (2) Exploits the prostitution of another person, even with the consent of that person:”[이 협약의 당사국은 다른 사람의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는 자를 처벌하는 데 동의한다. (1) 비록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성매매를 목적으로 사람들 조달, 유인 또는 인도하는 행위, (2)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성매매를 착취하는 행위] 다) 1946. 1. 19. 공표된 극동국제재판소 헌장(일명 도쿄재판소 헌장) 제5조 (c)에서는 노예화 등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인도에 반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17)이를 범한 전쟁범죄자들을 소급하여 처벌하였으며 1945. 11.에 시작된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 헌장 제6조 (c)에도 같은 규정이 있다.18) [각주17] 원문은 다음과 같다. “Article 5 (c) Crimes against Humanity: Namely, murder, extermination, enslavement, deportation, and other inhumane acts committed against any civilian population, before or during the war, or prosecutions on political or racial grounds in execution of or in connection with any crime within the jurisdiction of the Tribunal, whether or not in violation of the domestic law of the country where perpetrated Leaders, organizers, instigators and accomplices participating in the formulation or execution of a common plan or conspiracy to commit any of the foregoing crimes are responsible for all acts performed by any person in execution of such plan.” [각주18] 원문은 다음과 같다. “Article 6 The Tribunal established by the Agreement referred to in Article 1 hereof for the trial and punishment of the major war criminals of the European Axis countries shall have the power to try and punish persons who, acting in the interests of the European Axis countries, whether as individuals or as members of organizations, committed any of the following crimes. The following acts, or any of them, are crimes coming within the jurisdiction of the Tribunal for which there shall be individual responsibility: (C) Crimes against Humanity: namely, murder, extermination, enslavement, deportation, and other inhumane acts committed against any civilian population, before or during the war, or prosecutions on political, racial or religious grounds in execution of or in connection with any crime within the jurisdiction of the Tribunal, whether or not in violation of the domestic law of the country where perpetrated.” 라) 위 인정 사실에 이 사건 행위 당시의 국제조약, 일반적인 국제관습법과 일본제국의 국내법, 전후 전쟁범죄에 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헌장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앞서 인정한 이 사건 행위는 당시 일본제국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론 앞서 본 일본제국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등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제국의 후신으로서 동일성이 인정되는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과거 일본제국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을 위한 강제적인 인력 동원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하여 원고 등을 기망하거나 강제로 연행하여 ‘위안부’로서의 생활을 강요하였고, 특히 원고 등은 나이 어린 여성들임에도 가족과 헤어져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박탈당한 채 위험하고 혹독한 환경에서 성행위를 강요당하였다. 원고 등은 그 과정에서 수없이 폭행당하였고, 기아와 상해, 질병 외에도 수시로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종전 이후에도 ‘위안부’이었다는 전력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두고두고 큰 정신적 상처가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 등은 이후의 삶을 정상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없었다. 더구나 위와 같은 경험은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씻지 못할 회한으로 남았음이 명백하다. 이러한 가해행위의 불법성의 정도와 원고 등의 당시 연령 및 ‘위안부’로 고통받은 기간, 당시의 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등 원고 등이 입은 피해의 정도, 원고 등이 귀국 후에 겪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불법행위 이후 상당한 기간 피해복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적어도 원고 등에 대하여 각 100,000,000원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19) [각주19] 원고 등이 당시 10대 초중반에서 20세에 이르는 어린 나이였고, 일본제국의 회유와 기망에 속아 일자리인 줄 알고 지원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감언에 속아 형식적으로라도 본인의 지원을 받아 등원되었는지, 그렇지 않고 강압적인 방법에 의하여 동원되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자료 액수를 달리하지 아니하며, 원고 등이 100,000,000원을 한도로 일부 청구를 하는 이상 그 이상의 위자료 액수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다만,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 시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라. 보론 - 청구권 소멸 여부에 관한 판단20) 1) 청구권협정에 의한 청구권 소멸 여부 가) ‘위안부’로 동원된 한국인들의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이 위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청구권협정의 체결로 소멸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각주20] 원고들이 ‘청구권협정’ 및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에도 불구하고 원고 등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에서 이를 직접 다투고 있지 않더라도 보충적으로 위 주장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앞서 본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①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일본제국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다. ② 청구권협정의 체결 경과와 그 전후 사정에 의하면, 청구권협정은 일본제국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③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피고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아니하다. ④ 청구권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피고는 일본제국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본제국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대통령이나 관계 행정부서의 의견이 사법부의 판단을 구속할 수는 없으며, 국가가 조약을 체결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함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근대법의 원리와 상충되고, 국가가 조약을 통하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민 개인이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고려하면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조약 체결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이외에 국민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인데, 청구권협정에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⑥ 민관공동위원회는 2005. 8. 26.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2)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에 의한 청구권 소멸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위 합의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합의에 의하여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① 외교부는 2017. 7. 31. 장관 직속으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원장 1명, 부위원장 2명, 민간위원 3명, 외교부 위원 3명)를 설치하여, 위 합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였는데, 2017. 12. 27. 위 태스크포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위 합의에 대하여, ‘양국 외교장관 공동 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며, 그 성격은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고 보았다. ② 위 합의가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 발표와 정상의 추인을 거친 공식적인 약속이기는 하지만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나 주로 쓰이는 조문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합의의 효력에 관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법적 권리·의무를 창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③ 헌법 제60조 제1항에서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73조는 대통령에게 조약체결권을 부여하고 있고, 헌법 제89조 제3호에서 조약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합의는 한일 양국 간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문제이자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관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간이한 내용의 조약으로서 관행에 따라 처리되는 고시류조약과 같이 조약번호를 부여하거나 고시하지도 않았으며, 이 점은 피고도 마찬가지이다. ④ 위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 여부를 대한민국 정부에 위탁한 바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별도의 위임이나 법령의 규정 없이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처분할 수 없으므로 위 합의에 의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맞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⑤ 위 합의는 한일 양국간 ‘위안부’ 문제에 관하여 국가 대 국가로서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음을 선언하는 데 그친 것이라고 보인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곤(재판장), 김경선, 전경세
일본
위안부
2021-01-08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211795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8가단5211795 손해배상(기) 【원고】 1. 강AA, 2. 양BB, 원고들 주소 파주시,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원 담당변호사 박동훈 【피고】 대한민국,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58(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소송사무제1과),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수행자 공○○(서울고등검찰청 소속 공익법무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남훈 【변론종결】 2020. 11. 17. 【판결선고】 2020. 12. 22. 【주문】 1. 피고는 원고 강AA, 원고 양BB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4. 4. 16.부터 2020. 12. 2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의 3/4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강AA, 양BB에게 각 4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4. 4. 1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발생 (1) 인천-제주간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던 여객운송사업자 주식회사 ◇◇◇해운(이하 ‘◇◇◇해운’이라 한다)은 2013. 3. 14.경 인천지방해양항만청으로부터 해상여객운송사업 계획변경 인가를 받아 인천-제주 항로에서 세월호의 운항을 시작하였다. (2) 세월호는 2014. 4. 15. 21:00경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 ○○고 학생 등 총 447명의 승객을 승선시킨 뒤 제주도를 향하여 출항하였다가, 2014. 4. 16. 08:48경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145° 방향의 우현 변침을 시도하던 중 선체가 좌현 측으로 급속히 기울어지면서 전도되었고, 수 시간 후 완전히 침몰하였다. 위 사고로 인하여 세월호에 승선하였던 승객과 승무원 476명 중 304명(실종자 포함)이 사망하는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였다(이하 ‘세월호 사고’라 한다). (3) 소외 망 이CC(남, 197*. 10.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회사 업무로 제주 출장을 다녀오기 위하여 세월호에 승선하였다가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중 1인이다. 나. 피고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 (1)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연안경비정 1**정의 정장으로서 서해지방경찰청 상황실로부터 해양경찰청 ‘해상수색구조 매뉴얼’에 근거한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되었음을 통보받고, 2014. 4. 16. 09:30경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한 김DD은, 2014. 10. 6. “직무집행상의 주의의무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로 세월호에 탑승중인 희생자 30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이 구조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업무상과실치사등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14고합436호). (2) 위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은 2015. 2. 11. 김DD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2014. 4. 16. 09:30경부터 09:44경까지 사이에 1**정 방송장비나 세월호 갑판에 승선한 1**정 승조원을 통해 승객 퇴선 유도를 하지 아니한 것이 업무상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공소사실의 일부에 해당하는 직무집행상의 주의의무위반 사실에 대하여만 유죄를 인정하면서, 세월호 4층 후미에 있는 SP-1, 2, 3 선실에 탑승하였다가 사망한 희생자 56명에 대하여만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위 1심법원의 판결에 의할 경우 망인은 위 56명의 범위에 들지 않은 관계로,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는 김DD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유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3) 그러나 위 형사사건의 제2심법원은 2015. 7. 14. 김DD의 직무집행상 주의의무위반 인정 범위를 1심판결과 달리 폭 넓게 인정하면서 망인을 포함한 303명(사망이 확인된 304명 중 선체 외부에 있다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추락하여 사망한 양EE 제외)에 대하여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유죄를 인정하였고(광주고등법원 2015노177호), 위 2심판결은 2015. 11. 27. 대법원의 상고기각판결(대법원 2015도16610호)로 확정되었다. 다. 망인의 가족관계 (1) 망인은 2009. 4. 24. 소외 강FF(1978. 1. 15.생)와 혼인하여 자녀 1명(남, 이GG, 200*. 5. **.생)을 두었고, 소외 이HH(194*. 3. **.생), 김II(195*. 3. **.생)는 망인의 친부모, 소외 이JJ, 이KK은 망인의 동생들이며, 원고 강AA(194*. 11. **.생), 양BB(195*. 6. **.생)은 망인의 장인, 장모이다. (2) 원고 강AA는 2006년경부터 주식회사 에○○서비스 소속으로서 파견된 업체의 경비업무에 종사하여 왔는데, 심장질환으로 인하여 2012. 8. 31.경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게 되였고, 망인과 망인의 처인 강FF는 2012. 8. 16.경부터 원고들과 세대합가를 하여 원고들을 부양하며 함께 거주하여 왔다. 라. 망인 유족들이 피고에 대하여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진행 경과 (1) 망인의 처와 자녀인 소외 강FF, 이GG는 2015. 9. 23. 다른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피고 및 주식회사 ◇◇◇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60627호, 이하 ‘1차소송’이라 한다), 위 소송의 1심법원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연안경비정 1**정의 정장인 소외 김DD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다음, 그 위자료 액수로 망인 본인에게 200,000,000원, 배우자 강FF에게 80,000,000원, 아들 이GG에게 20,000,000원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1)위 1심판결에 대하여는 강FF, 이GG를 포함한 해당 원고들과 ◇◇◇해운이 항소하여 현재 서울고등법원 2018나2047920호로 계속중이다. [각주1] 위 1심판결은 그 외에 친족 중 친부모에 대하여는 각 40,000,000원, 동거 형제자매에 대하여는 각 10,000,000원, 분가한 형제자매에 대하여는 각 5,000,000원, 동거하는 (외)조부모에 대하여는 각 10,000,000원, 동거하지 않는 (외)조부모에 대하여는 각 5,000,000원, 외삼촌, 이모에 대하여는 각 5,000,000원의 위자료 기준을 정하고, 개별적인 사정을 감안하여 위자료 액수를 정하였다. (2) 망인의 친부모와 동생들인 소외 이HH, 김II, 이JJ, 이KK은 2018. 9. 4. 망인의 사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189584호, 이하 ‘2차소송’이라 한다), 위 소송의 1심법원은 망인의 친부모인 이HH, 김II에게 각 25,000,000원, 동생들인 이JJ, 이KK에게 각 5,000,000원과 이에 대한 2014. 4. 16.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1심판결에 대하여 이HH, 김II가 항소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25911호) 2020. 5. 15.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세월호피해지원법 및 국가배상법)의 주요 내용 세월호가 침몰함에 따른 참사로 인하여 희생된 사람을 추모하고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 등에 대한 신속한 피해구제와 생활 및 심리안정 등의 지원을 통하여 피해지역의 공동체 회복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5. 1. 28.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약칭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되고 2015. 3. 29.부터 시행되었는데, 세월호피해지원법 및 국가배상법의 주요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피고의 국가배상책임의 발생에 대한 판단 가. 피고 소속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위법행위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김DD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인 1**정의 정장으로서 세월호 승객들에 대한 구조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① 세월호 사고 현장 도착 이전 세월호와 교신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구조지휘를 하지 않았고, ②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한 09:30경부터 09:44경까지 세월호 선장 또는 선원과의 교신을 통한 승객 퇴선유도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③ 09:30경부터 1**정의 방송장비를 이용한 승객 퇴선유도 및 1**정 승조원에 의한 갑판에서의 승객 퇴선유도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구조업무를 담당하는 해양경찰관이 과실로 인하여 현저히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함으로써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위와 같은 김DD의 직무상 위법행위와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 인정 여부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는 피해자의 범위를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3호), 민법 제752조는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자의 손해발생책임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들은 세월호피해지원법이나 민법 제752조의 규정에 의하여 입증책임이 완화되는 친족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입증하여야만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살피건대, 망인은 원고들의 딸인 강FF와 2009. 4. 24. 혼인하였는데, 망인과 강FF는 원고들의 나이 및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2012. 8. 16.경부터 원고들을 봉양하기 위하여 원고들과 세대합가를 하여 함께 거주하여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점 및 원고들의 나이, 건강상태, 경제적 여력 등 제반사정을 더하여 보면 망인의 장인, 장모인 원고들도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소속 공무원 김DD의 직무집행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망인의 장인, 장모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도과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된다 할 것인데, 원고들은 세월호 사고 발생일인 2014. 4. 16.부터는 피고 소속 공무원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인식하였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8. 10. 8.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단기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다. (2) 관련 규정 및 법리 국가배상법 제8조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국가배상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진행하는 것이지, 가해자에 대한 형사판결의 확정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다402 판결), 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김DD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이 2015. 2. 11.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304명 중 세월호 4층 후미에 있는 SP-1, 2, 3 선실에 탑승하였다가 사망한 피해자 56명에 대하여만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유죄로 인정하고 망인을 포함한 나머지 사망자들에 대하여는 업무상과실치사의 유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김DD에 대한 위 형사사건의 제2심법원이 2015. 7. 14. 위 1심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망인을 포함한 사망자들 303명에 대한 김DD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던 사실, 이후 김DD이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그 상고가 기각된 대법원 판결은 2015. 11. 27. 선고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피고 소속 공무원 김DD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인 2014. 4. 16. 원고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행위의 내용 및 위법성 여부, 망인에 대한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 등을 알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의 사망에 대한 김DD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2015. 11. 27.에서야 그 손해 및 가해자를 확정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에 대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2)는 2015. 11. 27.부터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완성 주장은 이유 없다. [각주2] 세월호피해지원법 제15조의2에서 정한 소멸시효에 관한 특례규정은 2014. 11. 11.까지 수습되지 아니한 희생자에 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만 적용되는데, 망인은 이에 해당하는 희생자가 아니므로 위 특례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나. 책임범위제한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세월호 사고의 주된 책임이 ◇◇◇해운의 임직원들과 세월호의 선장·선원들 및 망 유LL의 일가에 있고, 그 외에도 사고의 발생 또는 피해의 확대에 책임이 있는 세월호의 화물적재, 고박 업무를 처리하는 계약을 체결한 회사 등도 사용자책임을 부담함으로써 ◇◇◇ 해운 등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피고만을 세월호 사고 관련 불법행위자로 특정하여 청구한 이 사건에서 피고의 책임비율을 정함에 있어 세월호 사고 등에 관하여 책임 있는 관련 주체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책임의 소재와 정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의 부담 부분을 고려할 때 피고의 책임 범위는 상당 부분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비록 이 사건 청구를 함에 있어 피고를 상대로만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망인의 사망과 관련된 공동불법행위자들 중 한 명인 피고에 대하여 그 내부적 분담 부분에 상당하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위자료를 그와 같이 나누어 청구할 수도 없으며,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13900 판결 등),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범위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맞고(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특히 대형재난사고는 당연히 기대되는 안전성의 결여가 빚은 대형 참사로, 피해자의 과실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고, 가해자의 불법성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매우 크며, 다수의 피해자에게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고, 사고발생의 원인과 책임 소재의 규명 및 배상과 관련된 분쟁이 오랜 기간 계속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 고통이 심하게 가중되게 되는 점, 대형재난사고는 그 영향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중대하고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재발가능성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국가·사회적 신뢰저하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에 대한 예방의 필요가 크다는 점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는 위와 같은 대형재난사고의 전형적인 특수한 사정 즉, ① ◇◇◇해운 임직원들은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변침 과정에서 복원력이 상실되는 이례적인 형태의 사고를 야기하였고,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하였으며, 1**정 정장 김DD은 승객들의 퇴선유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는 등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망인을 비롯한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세력을 기다리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던 점, ② 세월호 사고로 인해 원고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세월호 사고 이후 장기간 사고발생의 원인과 책임 소재 및 배상과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어 온 점, ④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큰 점 등의 사정이 있으므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세월호피해지원법에 의하여 설치된 심의위원회에서 희생자 1인당 위자료를 100,000,000원(유가족에 대한 위자료 포함)으로 결정하고 일부 유가족들은 이에 동의하여 위 위자료를 수령하면서 피고와 동의한 일부 유가족들 사이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던 점, 심의위원회는 피해자에게 세월호피해지원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배상금과 별도로 300,000,000원(국비 50,000,000원, 국민성금 250,000,000원)의 위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여 위 금액 상당의 금원이 망인의 유족들에게 위로지원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 국가배상법 제3조 제5항 및 국가배상법시행령 제5조에 의하면 사망에 대한 위자료에 관한 기준에 관하여 특별한 가감 사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장인, 장모 및 시부모에 대하여는 형제자매와 같은 수준(피해자 본인 위자료 20,000,000원의 1/8)의 위자료를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이전에 망인의 처 및 자녀가 피고를 상대로 1차소송을 제기하여 망인, 배우자 및 자녀의 위자료로 합계 3억 원이 인정되었고, 망인의 친부모 및 형제자매가 피고를 상대로 2차소송을 제기하여 위자료로 합계 6,000만 원이 인정된 점, 망인이 원고들과 동거하게 된 경위 및 기간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 강AA, 양BB의 위자료를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강AA, 양BB에게 각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4. 4. 16.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근
위자료
세월호
세월호특별법
2021-01-04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23139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민사부 판결 【사건】 2017가합23139 손해배상(기) 【원고(선정당사자)】 1. 강AA, 2. 김BB, 3. 김CC, 4. 김DD, 5. 안EE, 6. 양FF, 7. 임GG, 8. 최HH, 9. 최II, 원고(선정당사자)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연 담당변호사 배영근, 변호사 지현영 【피고】 1.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이○현, 소송수행자 강○○, 유○, 2. 중화인민공화국, 법률상대표자 환경보호부 부장 리○○ 【변론종결】 2020. 11. 13. 【판결선고】 2020. 12. 11. 【주문】 1. 원고(선정당사자)들의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소를 각 각하한다. 2. 원고(선정당사자)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들 및 선정자들에게 각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들과 선정자들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 미세먼지의 개념 및 발생원인 1) 미세먼지의 개념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粧子狀 物質)을 말하며,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먼지의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1)나 이하인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된다. 미세먼지는 다시 지름이 l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뉘는데, PM10(이하 ‘미세먼지’라 한다)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 ~ 1/7 정도의 크기이고, PM2.5(이하 ‘초미세먼지’라 한다)는 머리카락의 약 1/20 ~ 1/30 정도의 크기이다. [각주1] 마이크로미터, 1⁻⁶m와 같은 길이의 단위 2) 미세먼지의 발생원인 미세먼지는 굴뚝 등 배출원에서부터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경우(1차적 발생)와 배출원에서는 가스 상태로 나온 미세먼지 생성 물질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경우(2차적 발생)로 분류된다.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이 대기 중의 수증기, 암모니아와 결합하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가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2차적 발생에 해당한다. 다. 미세먼지의 측정 및 현황 1) 미세먼지의 농도 측정 현황 및 방법 피고 대한민국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공단은 2004. 4.부터 전국의 대기오염측정 망에서 측정되는 대기오염물질 관련 자료를 수집·관리하는 대기오염정보관리시스템(NAMIS)을 구축하였고, 2005. 12. 28. ‘에어코리아’라는 전국실시간대기오염도공개홈페이지(wvvw.airkorea.or.kr)를 만들어 위 대기오염정보관리시스템에 수집된 정보를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6. 12. 기준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의 345여개 측정소에서 측정되고 있고, 에어코리아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 측정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방사선 또는 빛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간적접으로 측정하는 방법(베타선 흡수법, 광산란법)과 미세먼지의 질량을 직접 저울로 수동 측정하는 방법(중량농도법)이 있다. 2) 미세먼지와 기상, 계절과의 관계 미세먼지는 기상 상황과 연관이 있고 계절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봄에는 이동성 저기압과 건조한 지표면의 영향으로 황사를 동반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비가 내리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빗방울에 씻겨 제거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다른 계절에 비해 기압계의 흐름이 빠르고 지역적인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난방 등 연료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이 되면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3) 우리나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현황 [각주2] PM₂.₅는 2015. 1. 1.부터 대기환경기준 항목으로 추가됨 4) 우리나라의 대기환경기준3)달성 현황 [각주3] 환경정책기본법 제12조 제2항,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제2조 [별표 1] 제1항에 따라 설정된 기준 [각주4] 측정소 수는 대기오염물질별 총 측정소(유효측정소, 연간 총 시간 중 75% 이상의 시간 데이터가 확보된 측정소) 개수를 의미함 라. 대기오염과 관련한 피고 대한민국의 정책 등 1)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2013. 11. 5.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전반적으로 개선 추세이나 2013년 국민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고농도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향으로 국가 대기질 예보제 도입, 국내 오염원 관리, 대기과학분야 연구개발 확대, 중국과의 환경분야 국제협력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미세먼지 현황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였다. 2)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2013. 12. 9. 환경부, 기상청, 식약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매일 예보, 예보주기 확대, 예보지역 전국 확대, 예보대상 물질을 초미세먼지, 오존까지 조기 확대(2014. 5.까지), 예보전파 채널 다양화, 미세먼지 경보제 조기 확대(2015. 1.부터), 대기질 예보 협업 T/F 구성·운영, 제1차 한·중·일 대기분야 정책대화 개최 확정, 한·중 환경기술협력 간담회 및 포럼에 민관 합동대표단 파견, 한·중 공동 환경기술 실증화 지원센터 구축, 2014년부터 한중일 미세먼지 영향규명 연구 착수 및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 등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3) 피고 대한민국의 국토교통부는 2013. 12. 31. 택시발전법안과 관련하여 환경성이 대폭 개선된 EURO-6 경유 승용차가 출시되는 2015. 9.부터 경유 택시에 대해서도 화물차나 버스 수준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고, 다만 LPG 택시의 경유 택시로의 전환은 1만 대로 제한하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4)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2014. 1. 14. 미세먼지 및 황사 예보의 정확도 개선 및 대국민 서비스 제고를 위하여 2014. 2. 14.부터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을 기상청에 설치·운영한다고 발표하였다. 5) 한·중·일 환경장관은 2014. 4. 28.부터 같은 달 29.까지 대구에서 개최된 제16차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 등에 의한 대기오염의 예방 및 저감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6) 환경부, 기상청, 안전행정부는 2014. 5. 12. 환경부의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7) 한·중 미세먼지 연구단이 2015. 6. 10. 발족되었다. 8) 피고 대한민국은 2016. 6. 3. 정부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발표하였다. 위 대책을 통하여 기존계획을 앞당겨 시행하고 신규대책을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거쳐 제2차 수도권대기환경기본계획의 목표를 3년 앞당겨 조기달성하고(20㎛/㎥ 달성 2024년 → 2021년), 10년 내에 유럽 주요도시의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서울 기준 2015년 23㎛/㎥ 2026년 18㎛/㎥)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내배출원의 과학적 저감, 미세먼지·CO₂ 동시저감 신산업 육성, 주변국과의 환경협력, 예·경보체계 혁신, 전 국민이 미세먼지저감에 참여하되 서민부담 최소화를 그 기본방향으로 하며,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 강화, 경유버스 단계적 대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저감, 신산업 육성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9) 환경부장관, 서울특별시장, 인천광역시장, 경기도지사는 2016. 8. 4.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에 등록된 노후경유차 104만 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제도(Low Emission Zone)를 시행하기로 하고 협약을 체결하였고, 서울특별시는 2017년부터,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는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10) 환경부는 2016. 12. 26.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와 함께 수도권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2017년부터 차량 2부제 등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11) 환경부는 2017. 7. 17.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합동으로 2016. 5. 2.부터 같은 해 6. 12.까지 수행한 한미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에서 2016. 5. 2.부터 2016. 6. 12.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의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 48%로 나타났고, 국외의 경우 중국내륙 34%, 북한 9%, 기타 6%로 분석되었다고 발표하였다. 12) 피고 대한민국은 2017. 9. 26. 관계부처 합동으로 ① 발전부분에서 석탄화력발전비중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며, 발전용 에너지(유연탄, LNG) 세율체계 조정을 검토하고, ② 산업부분에서 총량제 대상지역을 수도권에서 충청, 동남, 광양만권까지 확대하고 대상 물질도 확대하며,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질소산화물(NOx) 부과금을 부과하며, 사업장 감시를 확대하고 중소사업장 지원을 하고, ③ 수송부분에서 노후 경유차를 점진적 퇴출 추진하고, LPG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며, 선박 및 건설기계 관리를 강화하고, ④ 생활부분에서 도로청소차량 보급을 2배 확대하고, 건설공사장 비산먼지 관리를 강화하며, 농촌 불법소각 차단 지원책을 강화하는 등으로 2022년까지 2014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량의 30%를 저감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13) 피고 대한민국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예산을 2017년 482억 원에서 2018년 934억 원으로 증액하였고, 건설기계 저감장치 관련 예산을 2017년 23억 원에서 2018년 432억 원으로 증액하였다. 14) 피고 대한민국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18. 1. 11. 산업통산자원부고시 제2018-05호로 2022. 6. 준공을 목표로 포스파워 삼척화력 1, 2호기 발전소 건설사업(설비용량: 21,00MW, 사용연료: 유연탄)과 관련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였다. 15) 환경정책기본법상 대기환경기준과 관련하여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1995. 1. 1.부터 시행되어 측정자료가 발표되었고, 그 기준이 2007. 1. 1.부터 연간 평균치 50㎛/㎥이하, 24시간 평균치 100㎛/㎥이하이다. 초미세먼지는 2014년부터 예보와 경보를 하였고, 초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은 연간평균치 25㎛/㎥이하, 24시간 평균치 50㎛/㎥이하에서 2018. 3. 27.부터는 연간평균치 15㎛/㎥이하, 24시간 평균치 35㎛/㎥이하로 변경되어 미국,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16)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2018. 4. 6., 2018. 3. 22.부터 2018. 3. 27.까지의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에 대한 원인을 수도권 집중측정소의 관측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2018. 3. 22. 59%로 출발한 중국 등 국외 영향이 23일 69%까지 높아진 이후 점차 낮아져서 25일부터 27일까지는 32% ~ 51% 수준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17) 피고 대한민국은 2018. 11. 8. 관계부처 합동으로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저공해자동차로 인정받은 경유차(95만 대)의 인센티브(주차료, 혼잡통행료 50% 감면)를 폐지하고, 저공해경유차 인정기준을 삭제하는 등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기로 하였다. 18) 피고 대한민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 1. 21. 신규 석탄발전소의 진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석탄발전 6기는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하며,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2022년까지 조기 폐쇄하고, 환경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3월 ~ 6월)에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발전연료 세제를 개편하며, 석탄발전 단가를 높이기 위해 환경비용을 급전순위(給電順位)5)반영하는 환경급전(環境給電)을 도입하는 내용의 적극적인 ‘석탁발전 감축 정책’을 발표하였다. [각주5] 전기를 공급하는 우선 순위 19)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2019. 11. 4. 수도권 이외에 중부권, 동남권, 남부권을 대기관리권역으로 추가 설정하고, 권역별로 맞춤형 대기환경관리를 추진하며, 확대되는 권역 내에 위치한 690여개 오염물질 다량배출 사업장에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를 확대 시행하고, 자동차 및 건설기계의 배출가스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며, 생활 주변 소규모 배출원 및 기타 배출원을 관리하는 내용의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기관리권역법’이라 한다) 하위법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20)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 11. 20.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모두 2000년부터 2017년 기간 장기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감소 추세임을 확인하였다. 2017년을 대상으로 대기질 모델 기법을 이용하여 초미세먼지에 대한 3국 주요 도시의 국내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자체 기여율은 연평균 기준으로 한국 51%, 중국 91%, 일본 55%로 나타났으며, 2017년 연평균 기준으로 중국 배출원에 대한 우리나라 3개 도시에 대한 평균 영향은 32%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물질 국제공동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인정근거] 피고 대한민국: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 9, 10, 14, 15, 17, 19, 24, 57, 105, 106, 107, 108, 10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3, 5 내지 54, 58, 6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 중화인민공화국: 공시송달 판결(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3호) 2. 관련 규정 별지 2.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3.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직권으로 원고들의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각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중국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도 32% 이상임에도,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은 그 책임을 회피하고 이에 관한 정보도 비공개 및 공유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중재판정과 협약, 2001년 UN국제법위원회(ILC)의 “위험한 활동에서 야기되는 월 경성 손해 예방에 관한 규정 초안” 등에 의하여 확립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일종인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No Harm Rule)’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과 연대하여 원고들 및 선정자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우리나라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하여 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 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본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들의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이 사건 각 청구는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하여 국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원고들 및 선정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서,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사경제 주체로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에서 미세먼지 등 많은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이러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로 인하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원고들 및 선정자들이 손해를 입고 있음에도 이에 관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관련 정보도 비공개하거나 공유하고 있지 않으며 국제법규의 일종인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 중화인민국공화국이 이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이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대한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책임 회피, 정보 비공개 및 공유거부 등 행위의 본질과 성격 및 그 법적성질에 비추어 볼 때, 그 행위는 사경제적 또는 상업적 성질을 가지는 사법적(私法的) 행위라기보다는 공법적(公法的) 행위로서 주권적(主權的) 성격에 가까워,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으로 부터 면제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민사 및 상사사법공조조약 제6조에 따른 주권침해 등을 이유로 반송한 것이 일종의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응소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사견에 불과할 뿐 소장 부본 등을 반송한 것을 두고 본안에 응소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각 소는 우리나라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인지 여부(부가적 판단)6) 설령 우리나라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할 경우,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하여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본다. [각주6] 이 부분은 우리나라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본안에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나, 이 부분에서 일괄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원고들은 UN국제법위원회에서 제정한 ‘위험한 활동에서 야기되는 월경성 손해 예방에 관한 규정 초안(Draft Articles on Prevention of Transboundary Harm from Hazardous Activities)’ 제6조에서 월경성 손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활동에 대해 발원국(State of origin)에 사전허가제(prior authorization)를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위 조항에서 도출되는 이른바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No Harm Rule)’은 다양한 국제협약, 선언 등으로 인정됨으로써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되었고,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이 일반적으로 승인되는 국제법규의 지위를 가진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하여 환경손해를 야기하지 않을 책임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들의 주장 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 연평균의 경우 환경기준(50㎛/㎥)을 만족하였다고 하나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기준 수치인 20㎛/㎥를 두 배나 초과하는 수치이다. 피고 대한민국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대책도 없고,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경우 월평균이나 연평균 수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농도(일평균 100㎛/㎥ 초과) 횟수일 것인데, 그 횟수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환경기준의 도입도 주변국에 비해 늦었고, 그 기준도 유럽이나 선진국에 비해 느슨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경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하고 있다. 미세먼지(24시간 기준)의 경우 달성률이 30%이하이고, 초미세먼지의 경우 달성률이 최근에는 거의 0%에 가깝다. 또한 미세먼지 측정소 중 높이 기준을 충족시킨 곳이 71개소 뿐이다. 초미세먼지 측정소는 측정소도 부족하고, 위치 또한 관리하기 편한 곳 위주로 설치되어 있다. 나) 원고들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제약받고 있고, 헌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권도 제한받고 있다. 피고 대한민국은 헌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원고들을 포함한 국민이 미세먼지 없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깨끗한 공기를 향유할 권리는 사람의 생명·건강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함에 있어 필수적이기 때문에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인정된다. 피고 대한민국은 국민의 깨끗한 공기를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환경정책기본법, 대기환경보전법, 대기관리권역법,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세먼지법’이라 한다) 등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특히 환경정책기본법 제1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에서 미세먼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이는 국민 개개인의 직접적인 보호를 위한 규정에 해당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경우 환경기준 달성률이 10% 내외에 불과하고, 이러한 수준이 10년 이상 장기간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였으므로, 깨끗한 공기를 향유할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환경기준의 현저한 미달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다) 석탄화력발전부분에서의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하여, 석탄화력발전부분은 전국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발생원이 소수여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관리 수단인데, 피고 대한민국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등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여 가동하고 있고, 2017. 12. 29. 고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정격용량이 향후 더 늘어갈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은 2012년경부터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약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 방치를 함으로써 환경기준을 지속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위법이 있다. 라) 산업시설에서의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하여, 측정대행업체가 배출시설 측을 고려하여 측정값을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고,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면제시설의 경우 굴뚝 자동측정기기의 설치를 면제하고 자가측정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하여 배출량의 산정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목재, 부생가스, 바이오가스 등 배출계수가 정해지지 않은 연료의 연소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산정되지 않고 있고, 사업자가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에 가동시간 및 운영기록부 등을 제대로 입력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어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을 통한 오염물질 배출량 조사 및 규제 등의 실효성이 떨이지고 있으며, 제철업계의 고로 브리더(furnace bleeder) 개방시 대기오염물질이 같이 방출됨에도 2019. 4.경 문제될 때까지 이를 전혀 관리하지 않는 등 피고 대한민국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산업시설에서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에도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한 개선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기업체들의 대기오염물질 방출을 장기간 묵인해왔다. 이는 피고 대한민국의 부작위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마) 경유차와 관련하여,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대기오염물질을 압도적으로 많이 배출하는데 피고 대한민국이 경유차에 주는 세제 혜택 때문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선택하는 유인이 되었고, 적극적인 클린 디젤 정책을 통하여 저공해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지정하고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는 등 경유차 지원정책을 펼쳤으며, 경유택시를 도입하는 정책을 시도하는 등으로 현재 자동차 중 경유차의 비율이 약 50%에 육박하게 되었다. 피고 대한민국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지원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그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 설정제도(LEZ)를 도입하고서도 이에 관한 시행 및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화물차의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경유 가격 인상분 100%를 국가에서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화물차 유가보조금 제도를 지금까지 방치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에게 경유차 증가 정책 추진,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사업,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 설정제도의 운용상의 과실 및 위법성이 있고, 화물차 미세먼지 배출에 관한 관리·감독의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 바) 원고들과 선정자들은 별지 3. 선정자별 피해현황 기재와 같이 미세먼지로 인하여, 천식이나 알러지가 생겼고, 매일 미세먼지 예보나 현황을 체크하고 마스크를 구입하여 착용할지를 고민하며, 외부 활동이 많은 직업의 경우 직업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야외 활동을 포기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며,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었다. 사) 환경오염 피해에 관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하여는 특별법인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가 우선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 대한민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자로서 환경정책기본법 상 환경오염의 원인자이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나 위법성과 무관하게 원고들과 선정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아) 설령 환경정책기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2008. 2. 25.) 이후 위와 같은 공무원의 계속적인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원고들 및 선정자들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2)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 가) 서울이 다른 선진국들의 주요 도시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되어 있어 단위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반면, 지리적 위치, 기상여건 등은 더 불리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원고들은 일부 연도의 몇몇 일평균 달성률을 가지고 전체적인 환경기준 달성률이 낮다고 주장하나, 연평균 달성률은 훨씬 높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모두 감소 추세에 있다. 대기오염측정소는 원칙적으로 지상 1.5m 이상 10m 이하에 설치하고, 불가피한 경우 외부조건에 최대한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하여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환경부의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 따라 설치되었다. 도시 대기오염측정소는 원칙적으로 주변에 건물이나 수목 등의 장애물이 없고 그 지역의 오염도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선정하여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 따라 설치되었다. 나) 피고 대한민국은 대기오염을 예방하여 대기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경정책기본법, 대기환경보전법, 구 수도권 대기환경에 관한 특별법, 대기관리권역법, 미세먼지법 등을 제정하고 개정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정관리 및 사업법 개정으로 일반인도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미세먼지법 개정으로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의 설치·운영규정 강화, 정책영향 분석 기능 추가, 정부출연기관, 대학교 등 조사·연구기관을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로 지정·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였으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하였고,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교실에 공기정화설비 및 미세먼지 측정기기를 설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으로 대중교통의 주기적인 실내공기질 측정과 지하역사의 실내공기질 측정기기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친환경차의 보급 촉진을 위한 제도를 확대하고, 노후 건설기계에 대한 저공해조치 명령과 저공해 조치에 따른 예산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고, 대형사업장의 굴뚝자동측정기기 측정결과가 실시간 공개되며, 그 외에도 대기관리권역법,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 등이 제·개정되어 미세먼지에 관한 대책이 강화되었다. 다)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미세먼지에 관하여는, 전력생산과 관련한 석탄화력발전 비율은 큰 변동이 없고, 삼척포스타워 1, 2의 경우 지역의 수용성 및 LNG 전환 부적합 등을 고려하여 부득이 최고 수준의 환경관리를 조건으로 석탄화력발전으로 진행한 것이며, 피고 대한민국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갑 제19호증)에 따라 2022년까지 노후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지하기로 하였고(이중 4기는 이미 폐지 완료되었다), 추가로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LNG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하여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수립·시행하여 왔다. 라) 산업시설에서의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측정대행업체의 허위성적서 발행 등 위법행위를 적발하여 왔고, 대기오염방지시설이 면제되는 경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부생연료 배출계수를 정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단계적으로 정하고 있고,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 자료 입력 문제는 환경부 훈령이 개정되어 개선되었으며, 고로 브리더 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제철업계에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해당함을 분명히 하였다. 마)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과 관련하여, 경유차 비중은 2019년 36.9%까지 낮아졌고,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제도적으로 제작차배출가스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였으며, 경유는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고, 경유값에 따라 유류비용이 높아지는 운송업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조치를 취한 것이다. 클린디젤 정책도 친환경 자동차 정책인 그린카(Green Car)정책에 따라 채택하였으나 미세먼지나 디젤게이트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2018년 공식 폐기하였다. 경유택시 도입 정책이 채택되었으나 택시용 디젤 차량이 생산되지 않아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 되었다. 노후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사후관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므로 중앙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고,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 제도(LEZ)의 수립 및 운영에 관하여는 지방자치단체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비수도권 등록차량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유가보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바) 환경 문제의 특징을 고려하면 환경 문제에 관한 국가작용의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입법부나 행정부에게 폭 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거나 그 전문적 판단 또는 선택된 규제수단의 실효성 등에 대한 결정을 가급적 존중하여야 한다. 사) 원고들이 주장하는 공기청정기, 마스크 등 구입비용은 재산상의 손해에 관한 것이고 위자료의 명목으로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원고들이 미세먼지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신적 고통이 일반적 참을 한도를 넘어 위자료로 배상될 정도에 이른 것인지에 관한 입증이 없다. 아) 법령위반과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직무의 사익 보호성이 없으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환경기준은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원고들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환경기준은 행정목표로서 법적 구속력이 있지 아니하다. 나.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 구 환경정책기본법(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은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당해 사업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2011. 7. 21. 법률 제10893호로 개정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 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환경정책기본법의 개정에 따라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이하 ‘환경오염’이라고 한다)으로 인한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환경오염으로 확대되었으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책임의 주체가 ‘사업자’에서 ‘원인자’로 바뀌었다. 여기에서 ‘사업자’는 피해의 원인인 오염물질을 배출할 당시 사업장 등을 운영하기 위하여 비용을 조달하고 이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으로 사업장 등을 사실상·경제상 지배하는 자를 의미하고, ‘원인자’는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 활동을 위하여 자기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행위나 물건으로 환경오염을 야기한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환경오염이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자는 일반적으로 원인자에 포함된다.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사업자나 원인자는 환경정책기본법의 위 규정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321 판결 등 참조).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에 대한 특별 규정으로서(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판결 등 참조),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피해자가 그 원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다. 따라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그 원인자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5다23321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다35802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92026, 292033, 292040 판결 등 참조). 국가배상법이 정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권력적 작용뿐만 아니라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지만 단순한 사경제의 주체로서 하는 작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2다10691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환경정책기본법의 제정 목적과 관련 규정들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의 원인자는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을 위하여 자기의 영향을 받은 사람의 행위나 물건으로 환경오염을 야기한 자이고, 위 원인자는 그 범위가 워낙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여 그 범위가 무한히 확대될 수 있으므로, 환경오염을 직접적으로 일으켰거나 사업활동을 위해 자신의 영향을 받는 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피고 대한민국이 환경정책기본법 상 원인자에 해당하는지 보건대, 먼저 원고들도 피고 대한민국이 직접적으로 자기의 행위에 의하여 환경오염을 발생시켰음을 전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는 아니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이 간접적으로 사업활동에 의하여 미세먼지라는 환경오염을 야기한 자인지 살핀다. (1) 살피건대, 환경정책기본법의 목적은 환경보전에 관한 국가의 책무 및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는 데에 있고(제1조),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하기 위하여 환경보전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를 지며(제4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전시책에 협력할 의무 및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줄이고, 국토 및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으며(제6조), 사업자는 그 사업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오염 및 환경훼손을 스스로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 및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전시책에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제5조). 그리고 환경오염이란 사업활동 및 그 밖의 사람의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방사능오염, 소음·진동, 악취, 일조 방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등으로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제3조 제4호). 이와 같은 환경정책기본법의 제정 목적, 규정 내용과 그 체계에 비추어, 환경정책기본법 상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주체로서 원인자가 될 수 있는 자는 사업자 내지 국민 및 사경제 주체로서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규정한 것으로 민법의 불법행위 규정에 대한 특별규정일 뿐, 사경제 주체로서의 국가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어, 위 국가배상법의 특별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2) 그런데 피고 대한민국을 경제적인 영리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사업자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발생이 피고 대한민국이 사경제 주체로서 운영하는 사업장의 사업활동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거나 피고 대한민국의 사업활동을 위해 자신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발생시킨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 대한민국을 환경정책기본법 상 원인자로 볼 수 없다. 3) 소결 그러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특별규정으로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을 우선 적용하여야 한다거나 피고 대한민국을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원인자로 보아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에 기초하여 청구하는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더 살피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1)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가) 법령 위반에 관한 판단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 피고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법령을 위반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국가가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손해를 방지하여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하며, 국가의 소속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정한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가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았어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국가는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다36280 판결 등 참조).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환경권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승인하고 있으므로, 사법(私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에 관한 위 규정만으로서는 그 보호대상인 환경의 내용과 범위, 권리의 주체가 되는 권리자의 범위 등이 명확하지 못하여 이 규정이 개개의 국민에게 직접으로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사법적 권리인 환경권을 인정하면 그 상대방의 활동의 자유와 권리를 불가피하게 제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사법상의 권리로서의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그에 관한 명문의 법률 규정이 있거나 관계법령의 규정취지나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본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상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환경정책기본법, 미세먼지법, 대기환경보전법, 구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대기관리권역법 등 대기환경기준 관련 법령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등이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국가에게 일정한 대기환경기준에 따라 대기수준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관련 규정은 국민에게 쾌적한 대기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원고들 및 선정자들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①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보전이 국민의 건강한 생활의 향유뿐 아니라 국토의 보전과 항구적인 국가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국가 및 환경관련 사업의 시행자가 환경을 보다 양호한 상태로 유지·조성하도록 노력하고,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현재의 국민으로 하여금 그 혜택을 널리 향유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미래의 세대에게 계승될 수 있도록 함을 기본 이념으로 천명하고(제2조), 국가가 환경보전을 위하여 적절한 환경보전계획을 수립·시행할 책무(제4조 제1항) 및 개발사업에 따른 국토 및 자연환경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하여 당해 행정계획 또는 개발사업으로 인하여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책무(제7조의2 제3항), 생태계 또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그 적정성이 유지되도록 할 책무(제12조 제1항)를 부과하였다. ② 미세먼지법은 미세먼지 및 미세먼지 생성물질의 배출을 저감하고 그 발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국가로 하여금 미세먼지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무(제3조), 미세먼지관리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할 책무(제7조)를 부과하였다. ③ 대기환경보전법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이나 환경에 관한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절하여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하여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환경부장관에게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할 책무(제11조),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원 및 배출량을 조사할 책임(제17조), 일정한 구역의 경우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총량을 규제할 책무(제22조)를 부과하며, 배출시설의 설치와 관련한 신고, 허가 및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의 의무부과(제23조, 제25조, 제26조)를 규정하고 있다 ④ 대기관리권역법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 등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시책을 추진하고, 대기오염원을 체계적이고 광역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국가가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무(제4조),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의 수립(제9조),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관리(제15조 내지 제25조), 자동차배출가스 억제(제26조 내지 제30조), 건설기계, 선박 등의 배출가스 억제에 관한 책무(제31조 내지 제36조)를 부과하였다.7) [각주7] 구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대기관리권역이 아닌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외에 그 내용이 대동소이하므로 자세한 조문을 설시하지 아니한다. (3) 소결 따라서 설령 피고 대한민국의 환경정책기본법 등 환경 관련 법령상 의무 소홀로 국민이 환경기준에 미달한 미세먼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과 선정자들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의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환경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법성에 관한 판단 설령 앞서 본 환경 관련 법령이 직접 원고들과 선정자들의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규정으로 볼 경우, 피고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미세먼지 관련 직무집행을 함에 있어 법령을 위반한 위법성이 있는지 살핀다. (1) 관련 법리 행정청의 전문적인 정성적 평가결과는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그 판단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그 당부를 심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누6634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4두10432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등 참조). 여기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증명책임분배의 일반원칙에 따라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등 참조).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대한민국의 담당공무원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객관적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다하지 못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나 행정입법 등이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직무 집행상 위법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 대한민국은 환경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권력분립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국민에 의해 직접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고 국민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사법부는 이를 제한적으로만 심사할 수 있을 뿐이다{헌법재판소 1997. 1. 16. 선고 90헌마110, 136(병합) 결정 등 참조}.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이 환경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를 법원이 심사할 때에는 피고 대한민국이 국민의 기본권적 법익 보호를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 하는 과소보호금지 원칙의 위반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②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현대 사회에서 사회공동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 없고, 환경권도 재산권, 직업 수행의 자유, 기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여러 이익들과 비교형량되어야 할 것이며, 미세먼지 배출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미세먼지 수치가 참을 한도를 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③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 연평균의 경우 2018년 이후 90% 이상 환경기준을 만족하였고 점점 개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 수치인 20㎛/㎥보다 두 배 이상 초과하는 50㎛/㎥인 점은 사실이나 각 나라와 도시의 환경기준은 각 도시의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발전 정도, 지리적 요건, 기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여야 하는 것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④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수치는 서울 연평균, 일평균의 경우 거의 대부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 수치가 점차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 있고, 피고 대한민국이 2018년 초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기존의 25㎛/㎥에서 15㎛/㎥으로 강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기준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기준, 즉 환경행정에서 정책목표로서 설정된 기준이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1다91784 판결, 헌법재판소 2017. 12. 28. 선고 2016헌마45 결정 등 참조). ⑤ 피고 대한민국은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석탁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배출량 감축을 위하여 사업장 배출허용기준 강화, 먼지 배출 관리 강화, 오염물질 배출허용총량 단계적 감축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처리 및 조기 폐지 계획을 수립하고 노후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제, 상한 제약 등의 실시로 석탄화력발전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점차 감축되고 있다. ⑥ 산업시설에서의 미세먼지배출과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측정대행업체의 위법행위를 적발하여 왔고, 대기오염방지시설의 설치 면제는 대기환경보전법 제26조 제1항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각 호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 하에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도 환경부장관 등은 오염물질을 채취하거나 검사할 수 있고, 배출허용기준 위반에 대해서는 개선명령, 조업정지 명령, 배출부과금, 배출시설의 설치허가 취소, 과징금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권한 행사가 실시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면제의 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생연료 배출계수를 정하는 문제는 부생연료가 대기 오염 물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 그 배출계수를 정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연구 및 다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바, 이러한 연구 및 검토를 거쳐 부생연료 배출계수를 점차적으로 정하고 있다.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 자료 입력 문제는 행정적인 문제에 불과하고, 입력 확인 및 관리에 관한 환경부 훈령 개정으로 감사원 지적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로 브리더 개방 문제는 피고 대한민국이 뒤늦게 발견한 측면이 있으나 해당 행위가 문제된 이후 법위반임을 인식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⑦ 경유차와 관련하여,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피고 대한민국은 제작차배출가스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 경유 값의 결정은 환경적 문제 이외에 운송업계의 운송비, 서민의 생활비 등 여러 다른 요인과 비교형량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친환경성과 연료 효율이 우수한 자동차인 그린카 정책의 일환으로 2009년 추진한 클린디젤 정책의 경우에도 미세먼지 문제 및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2018년 공식 폐기되었다. 경유 택시는 생산되지도 않아 사실상 도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⑧ 피고 대한민국은 전반적으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하여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왔고, 국내 미세먼지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2) 피고 대한민국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가) 관련 법리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6436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일차적으로 그 위험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에서 정하여진 대로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때라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2다53995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0다95666 판결 등 참조).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의회민주주의하에서 국회는 다원적 의견이나 각가지 이익을 반영시킨 토론과정을 거쳐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통일적인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입법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국회의원의 입법행위는 그 입법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같은 맥락에서 국가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헌법에 의하여 부과되는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입법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사안에 한정하여 국가배상법 소정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구체적인 입법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애당초 부작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5611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먼저,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미세먼지 방지 조치 등에 대하여 법령에 명시적으로 작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는지 보건대, 비록 피고 대한민국 또는 환경부장관 등 담당 공무원이 각종 환경 관련 법령이 부과하는 책무 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 미흡하거나 부족한 조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그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였다거나 이러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다음으로, 법령에 명시적으로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 공무원에게 미세먼지 발생 등에 대한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환경기준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 수치인 20㎛/㎥보다 두 배 이상 초과하는 50㎛/㎥인 사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수치는 서울 연평균, 일평균의 경우 거의 대부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 즉,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현대사회공동생활을 함에 있어 불가피하게 수반될 수밖에 없는 점,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는 연 평균 환경기준을 대부분 달성하고 있는 점, 피고 대한민국이 2018년 초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기존의 25㎛/㎥’에서 15㎛/㎥으로 강화한 점, 우리나라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수치가 점차 개선되어 가는 추세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다거나 발생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무원에게 관련 법령에 없는 조치를 함으로써 미세먼지로 인한 위험을 배제할 작의위무를 인정할 수 없다. (3) 마지막으로, 국회 또는 행정부가 미세먼지 없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법률 또는 행정입법을 제정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혀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살피건대, 헌법 또는 상위 법령에 의하여 국회 또는 행정부에 대하여 미세먼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그 입법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고의 또는 과실로 위와 같은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나 증거가 전혀 없다. (4)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의 부작위로 인한 법령 위반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여 각 각하하고,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명산(재판장), 윤지상, 권순현
손해배상
중국
재판관할권
미세먼지
2020-12-14
민사일반
군사·병역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77893
부당이득금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 판결 【사건】 2018가합577893 부당이득금 【원고】 1. 임AA, 2. 조BB, 3. 임CC,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도현택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수행자 ○○○ 【변론종결】 2020. 8. 21. 【판결선고】 2020. 10. 16. 【주문】 1. 피고는, 가. 원고 임AA에게 874,895,000원 및 그 중 375,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11. 10.부터, 499,895,000원에 대하여는 2020. 5.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나. 원고 조BB, 임CC에게 각 291,631,000원 및 그 중 125,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11. 10.부터, 166,631,000원에 대하여는 2020. 5.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각 지급하라. 2. 피고는 2020. 5. 1.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대한 피고의 점유 상실일 또는 원고들의 소유권 상실일까지 원고 임AA에게 월 11,637,000원, 원고 조BB, 임CC에게 월 각 3,879,000원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 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1963. 5. 11.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원고 임AA는 3/5, 원고 조BB, 임CC는 각 1/5의 비율로 이를 공유하고 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임야 중 별지 감정현황상세도 표시 가 내지 카⁸에 군사용 도로, 벙커, 교통호, 참호, 철조망, 육군표석, 국방부표석 등 군사시설(이하 ‘이 사건 군사시설’이라 한다)을 설치하고 이를 점유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감정인 전DD의 측량감정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과 판단 가.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임야를 점유·사용함으로써 그 사용이익 상당의 이익을 얻고 원고들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의 점유 개시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3. 11. 6.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한 피고의 점유 상실일 또는 원고들의 소유권 상실일까지의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부당이득반환의 범위 1) 나아가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의 액수에 관하여 살피건대, 감정인 김EE의 임료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야의 임료 상당액은 2013. 11. 6.부터 2020. 4. 30.까지 기간에 대하여는 합계 1,458,159,050원이고, 2020. 5. 1. 이후의 경우에는 2020. 1. 1.부터 2020. 4. 30.까지의 임료 상당액 월 19,395,610원과 같은 액수일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설령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이 사건 임야 전체가 아니라 이 사건 군사시설이 점유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3, 12, 15 내지 2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전DD의 측량감정결과, 감정인 김EE의 임료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임야 전체의 면적인 67,463㎡ 중 이 사건 군사시설의 면적은 5,652㎡로서 전체 면적의 약 8.4%에 불과하나, 123개에 이르는 이 사건 군사시설과 이 사건 임야를 관통하는 군사도로 등이 이 사건 임야 전체에 광범위하게 산재하여 설치되어 있고, ② 피고는 이 사건 임야에서 매년 주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임야 일대가 군사보호시설구역으로 설정된 거점 전투진지로서 전시 대비용 군사시설이라는 이 사건 군사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군사시설이 설치된 부분 이외의 토지 부분에 대하여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장애가 있어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임야 곳곳에 국방부 표석과 육군 표석을 설치하여 군사시설부지로서 피고가 점유하며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점, ⑤ 피고는 이 사건 임야 인근에 “이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무단 출입을 금지함. 무단 출입을 하거나 훼손 및 절취 시 형법 제329조 군용물 절도죄에 의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함”이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설치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 또는 제한하고 있는 점, ⑥ 피고 산하 군부대에서도 “이 사건 임야는 사단 작전지역 내 남북으로 발달된 77번 자유로를 통제하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전시 활용성을 고려해 정기적인 거점 전투진지 공사를 통해 진지를 보완하고 있으며, 전술훈련을 통해 작전계획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음. 향후에도 본 지역은 작전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되며 전시 임무가 변경되지 않는 한 반드시 점유되어야 함”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임야를 국가에서 매입할 것을 건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군사시설을 점유함으로써 이 사건 임야 전체를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1) 원고 임AA에게 874,895,000원(= 1,458,159,050원 × 3/5, 1,000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및 그 중 375,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8. 11. 10.부터, 499,895,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0. 5.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 조BB, 임CC에게 각 291,631,000원(= 1,458,159,050원 × 1/5) 및 그 중 125,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8. 11. 10.부터, 166,631,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0. 5.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2) 2020. 5. 1.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한 피고의 점유 상실일 또는 원고들의 소유권 상실일까지 원고 임AA에게 월 11,637,000원(= 19,395,610원 × 3/5), 원고 조BB, 임CC에게 월 각 3,879,000원(= 19,395,610원 ×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주(재판장), 김원목, 김희진
부당이득
임야
군사시설
2020-12-07
헌법사건
국가배상
헌법재판소 2014헌마1175, 2015헌마860(병합), 2017헌마1067(병합)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헌법재판소 결정 【사건】 2014헌마1175, 2015헌마860(병합) 재판취소, 2017헌마1067(병합)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청구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선고일】 2020. 11. 26. 【주문】 1.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망 제▷▷(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들 혹은 형제자매들로서, 망인이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으나 2011. 3. 5.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2012. 1. 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2014. 2. 27.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3다201660). 환송 후 항소심은 2014. 8. 21. ‘원고들은 망인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1. 3. 5.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1. 5.에 소를 제기하는 등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청구인들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4. 11. 27.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4479). 청구인들은 2014. 12. 26. 위 대법원 2014다224479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나.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1. 9. 3.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10. 11.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2011. 10. 22. 이 결정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2. 5. 2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4. 8. 28. ‘원고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위 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13나2008449),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15. 7. 23.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3797). 청구인은 2015. 8. 21. 위 대법원 2014다223797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7. 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다.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 이□□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0. 1. 21. 재심절차에서 위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행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 이□□과 그 가족인 나머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청구인들이 청구인 이□□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일 및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각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상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6. 10. 27. 항소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3다35290). 환송 후 항소심은 2017. 4. 7.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나209674), 청구인들이 상고하였으나 2017. 8. 24.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다18583). 청구인들은 2017. 9. 2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과 위 대법원 2017다18583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3797 판결,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18583 판결(이하 모두 합하여 ‘대상 판결’이라고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기본권 기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면서 헌법소원에서 보충성 원칙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법치주의 원리에 근거하는 체계정당성에도 반한다.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원의 재판’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국가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기산점을 민법상 시효정지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로 한정하여 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상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 대상 판결의 사안은 공무원들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하여 청구인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피해자인 청구인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채무자인 국가를 위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큰 점, 재심무죄판결 등 확정일까지는 현실적인 권리행사가 불가능하였으므로 객관적 장애사유가 해소된 후에 소멸시효 기간에 유사한 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큰 점,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등이 확정된 후 형사보상청구를 하는 등 권리행사를 태만히 하지 않은 점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 대법원 판례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상당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한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이 입법작용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종전에 각급 법원에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배척될 경우 본래의 권리행사기간을 보장하는 관행에 대한 신뢰를 침해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며, 형사보상 청구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구 형사보상법 제7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비하여 권리행사기간을 더 제한하는 것으로서 매우 부당하다. 대상 판결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 재산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4.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2014헌마1175 및 2015헌마860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참조).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추가 또는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 또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9. 7. 30. 2007헌마870 참조).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2020. 7. 7.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이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 또는 2014. 11. 27.(2014헌마1175 사건) 및 2015. 7. 23.(2015헌마860 사건)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각 청구된 것이어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2017헌마1067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판단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청구인들은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대상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상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한편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청구되었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러한 점에서도 부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들인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위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중 법정의견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나,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청구 중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며, 대법원 2014다224479(법정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는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는 심판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의미만을 갖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전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초의 청구에 의하여 확정된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224479 판결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014다223797, 2017다18583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1) 현행 법제도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고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의 반대의견 참조). (2)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바 그 같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기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과 실현,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외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체가 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녔음에도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그에 대한 비판을 제압하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처럼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실제로 행하거나 그에 협조하는, 말 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통치체제가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은 그 체제가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의 작동방식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같은 체제 하에서는 그러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문제가 진지하게 처리될 수가 없다.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훼손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주의 체제가 정상화된 이후일 것인데, 이때 과거의 총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할 재판이 예컨대 통치행위이론이나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평면적인 법 논리에 의지해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그러한 재판은 헌법이 상정한 사법의 역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하는 것은 각 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으로 인해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도록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헌법을 보호하고 입헌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며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이 되어야 한다. (3)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다. 대상판결에 대한 판단 (1) 결국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므로(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만약 이에 해당한다면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2) 먼저, 대상판결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2010헌바70등 결정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였으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국민의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국민투표권,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는 긴급조치의 발동요건을 결여하였으며, 영장주의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위헌인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던 사실, 2010년대에 위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어 그에 대한 무죄판결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된 사실, 청구인들은 위 무죄·면소판결의 확정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사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던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사실이 인정된다. (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은,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을 통해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3) 다음으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28조와 제29조 제1항에서 그 특칙으로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규정함으로써, 형사피의자·피고인으로 구금되어 있었으나 불기소처분·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및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경우에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보상청구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재산권으로서의 보호 필요성뿐만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작용 및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된 국민의 구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관련 기본권의 보호를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헌법 제28조, 제29조 제1항은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법률에 의해 구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할 수 있고, 입법자로부터 폭넓은 판단재량을 부여 받은 법원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 그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의 구체적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절차 및 공권력행사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에 의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는 이에 대해 보상 및 배상을 할 것을 헌법에서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에 관한 입법과 재판은 단지 그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상당한 정도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에 준하는 6개월’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므로 대한민국의 소멸시효항변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판결이다.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남용의 법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그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채권자의 금전지급청구에 대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소멸시효남용론’은 1980년대 우리 민법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법원이 소멸시효남용의 유형을 정립함으로써 법원에서도 그 법리가 확립되게 되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이후 2005년 여·야의 합의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등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의 진실규명 범위로 규정되자,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밝혀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하나의 권리구제절차로 정착되게 되었다. 그런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5년간(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제2항)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1970년대에 주로 발생하였던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개념 정의에 따라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이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이 정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에 부합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함으로써, 소멸시효남용론의 적용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즉, 경찰 수사관들이 피해자를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한 결과 피해자가 구속 기소되어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하였는데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1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비로소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진실규명결정을 통하여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고문행위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법원에 의하여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른 점, 과거의 유죄판결이 고문 등으로 조작된 증거에 기초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을 밝히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그 원인된 수사와 공소제기 및 판결의 전과정에 이르는 수사관, 검사, 법관 등 관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기타 여러 다른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빨라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8. 3. 18.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자료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고, … 이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심대한 반면 피고의 위자료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정리하였던 것이다. (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은 주로 반정부 또는 민주화 투쟁을 억압할 목적으로 국가가 수사관들을 이용하여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안으로 민주헌정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법행위였고, 이에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되고 국가가 사건을 조작·은폐하여 진실규명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나, 그 위법행위로부터 수십 년 후에 설립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비로소 진상이 밝혀지고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반 불법행위·소멸시효의 법리로는 공평·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2009다103950 판결 등을 통하여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보아 배척하여 왔던 것이다.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을 다루고 있으나,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즉,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으나, 2010년대에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들은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피고 대한민국은 그 불법행위 발생(1970년대)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손해배상이 청구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한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던 종래의 법리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제시하고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으로 ‘재심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라는 기준은 2013년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법리이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그로 인해 동일한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동일한 대리인에 의해 동일한 날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에도 구체적인 형사보상결정문의 송달 차이로 그 확정일이 달라진 경우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에 대한 판단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서로 달라진 사례들도 발생하게 되었고, 특히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에 관한 법리나 그에 관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컸었다. 기록에 의하면, ① 2014헌마1175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1. 3. 5.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11. 14.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2012. 1. 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② 2015헌마860 사건의 청구인은 2011. 9. 3.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고 2011. 10. 22.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5. 2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③ 2017헌마1067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0. 1. 29. 재심판결이 확정되고 2010. 7. 29. 형사보상결정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4. 22.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대상판결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이 인정됨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되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① 2012. 1. 5., ② 2012. 5. 25., ③ 2011. 4. 22.은 모두 위 2013년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의 시점이었고, 그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피해자가 그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법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에 의한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기에, 그 기준에 맞춰 법률전문가인 소송대리인(법무법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청구인들에게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신의칙의 적용은 개별사건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고 일괄적으로 ‘어느 시점으로부터 6개월’과 같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 입법작용이 아닌 재판작용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채무자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채권자는 ‘상당한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할 것이나, 그 상당한 기간의 기준을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민법상 시효정지 사유는 법정대리인의 부재(제179조), 의무자와의 신분관계(제180조), 권리의 특성(제181조), 천재 기타 사변(제182조)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사정이 야기된 데에 채무자·채권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임에 반하여,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속하는 유형들은 모두 일정 정도 채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이므로, 양자는 그 성격이 달라 시효정지기간을 그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에 준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재판에 대하여 따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의 결과로 불이익 내지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 절차에 따라 자신의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도록 함이 법이 예정하는 바이므로 그와 같은 시정을 구하지 아니한 결과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으며, ‘재심’도 그러한 시정절차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재심으로 유죄판결이 취소되기 전에는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법률상 장애가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1973. 10. 19. 중앙정보부 청사에서 발생한 최○○ 교수 사망사건에 대해 2002. 5. 27.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유족들은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국가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한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소멸시효 제도는, … 원칙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변제자의 이중변제를 피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권리자가 아니거나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진정한 권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시효제도는 권리자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근거 없는 청구를 받았을 때 사실의 탐지 없이 방어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주려는 데 있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시효제도의 본질론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도 시효소멸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한 다음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는바(서울고등법원 2006. 2. 14. 선고 2005나27906 판결), 과거사 사건에서 시효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이러한 지적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관철하는 일차적인 주체로서,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법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하며, 법원은 그 재판작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므로, 헌법의 수호와 기본권의 보장은 제도적으로 독립된 헌법재판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법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참조). 대상판결이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적용한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의 법리는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지는 국가를 통상적인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일반 사인(私人)과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표면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일반 사인과 달리 ‘국민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간과한 것이며(헌법 제10조 후문),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그 존립가치로 하는 국가가 고의적·조직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장기간 은폐·조작한 경우를 일반 사인 간의 통상적인 불법행위 사안과 동일선상으로 봄으로써,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라는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 법리 적용이라고 할 것이다(헌법 제11조 제1항). 사정이 이러하다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과거사 사건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그 법리가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판단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결국 대상판결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유신정권
긴급조치
용공조작사건
2020-11-26
의료사고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고등법원 2020나2011849
손해배상(기)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 판결 【사건】 2020나2011849 손해배상(기)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1. 배A, 2. 김B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1. 대한민국 【피고, 피항소인】 2. 사회복지법인 C재단, 3. ◇◇대학교병원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8. 선고 2016가합532797 판결 【변론종결】 2020. 9. 24. 【판결선고】 2020. 11. 26.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원고 김B이 이 법원에서 확장하거나 추가한 피고 대한민국, ◇◇대학교병원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 원고들과 피고 사회복지법인 C 재단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 원고들과 피고 ◇◇대학교병원 사이에 생긴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각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 배A에게 200,000,000원, 원고 김B에게 10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 11. 26.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들은 이 법원에서 망 김D 시체 처리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청구와 관련하여, 망 김D과 원고 배A의 청구 부분을 취하하였고, 이에 따라 제1심판결 중 위 청구 부분은 실효되었다. 원고 김B은 이 법원에서, ①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망 김D의 메르스 감염과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청구 및 망 김D 시체처리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청구를 각 확장하였고, ② 피고 ◇◇대학교병원에 대하여 망 김D 시체처리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를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배A에게 26,000,000원, 원고 김B에게 24,000,000원을, 피고 사회복지법인 C재단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각 돈 중 원고 배A에게 22,800,000원, 원고 김B에게 13,200,000원을, 피고 ◇◇대학교병원은 피고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위 각 돈 중 원고 배A에게 15,200,000원, 원고 김B에게 18,8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 11. 26.부터 이 사건 2020. 8. 5.자 항소취지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셈한 돈을 각 지급하라(이 법원에서 ① 원고들은, ⓐ 피고 대한민국, 사회복지법인 C재단에 대하여 망 김D의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위자료, ⓑ 피고들에 대하여 망 김D의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② 원고 김B은, 피고 대한민국, ◇◇대학교병원에 대하여 망 김D 시체처리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의 각 지급을 구하고 있다). 나. 피고 대한민국 주문 제1항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2.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3. 피고 재단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4. 피고 ◇◇대병원에 대한 청구에 관하여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문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이하에서 사용하는 약어는 제1심판결에서와 같다).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부분] ■ 제10면 제17행, 제30면 제12행, 제31면 제12행, 제33면 제17행, 제34면 제11, 18행, 제35면 제16행, 제36면 제20행의 각 “이 법원의”를 “제1심 법원의”로 고쳐 쓴다. ■ 제18면 제11행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을 “앞서 든 증거들에, 을가 제5, 10호증, 을나 제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로 고쳐 쓴다. ■ 제19면 제3행의 “실제로”부터 “제공하였다.”까지를 “실제로 6. 1.에 메르스 민관 합동대책반 회의에서 확진 환자의 일자별 병원 경유 경로를 메일로 제공하기로 합의한 뒤 6. 4.부터 감염내과전문의 및 감염관리실에 위 정보를 제공하였다.”로 고쳐 쓴다. ■ 제19면 제12행부터 제20면 제11행까지를 삭제한다. ■ 제20면 제12행부터 제24면 제9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마.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1)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지연하고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로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과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5. 19. 1번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하기 시작하여 5. 27. 14번 환자가 망인과 같은 E병원 응급실에 내원하기 이전에 그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그를 추적하여 격리조치할 수 있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더하여, 을가 제24 내지 27, 29, 30, 33호증, 을나 제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지연하고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14번 환자는 5. 15.부터 5. 17.까지 사이에 F병원에서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E병원 의료진은 5. 18. 10:00경 서울특별시 강남구 보건소에 1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신고하였다. 따라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진단검사와 역학조사가 적기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1번 환자와 14번 환자의 접촉’ 및 ‘망인의 14번 환자로부터의 메르스 감염’이 차단되거나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었다. ② 질병관리본부에서 5. 28.에 접촉자 범위를 확대하여 조사한 것은 6번 환자가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훨씬 강함을 인지하고 난 후에야 가능했던 것이다. 1번 환자의 확진 시점인 5. 20.경에는 당시까지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 전파양식 등에 비추어 메르스 환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자에 한하여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세계보건기구의 메르스 지침(2014. 7. 14.자)에도 메르스의 밀접접촉자에 관하여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하거나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과 함께 일한 사람, 메르스 환자를 방문하거나 메르스 환자와 근접 공간 안에 함께 있었던 사람, 메르스 환자와 근접 거리에서 함께 일하거나 같은 환경을 공유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함께 여행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동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산된 6. 30.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쓴 사람에 대해서도 메르스 진단 검사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는 메르스 유행 이전에는 메르스가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는 것을 전제로, 메르스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이 전파될 수 있는 공간(같은 방, 병실, 밀폐공간, 밀접한 공간 등)에 머문 경우에만 메르스 밀접접촉자로 파악하여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③ 1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 당시의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에 의하면,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확진 또는 의심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자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로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14번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지정되어 추적조사 되고, 이로 인하여 14번 환자와 망인과의 접촉이 차단되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에서는 일상적 접촉자를 ‘밀접접촉자 외에 메르스 감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 혹은 환자의 분비물이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예: 결혼식, 장례식, 교회, 학교에서의 같은 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8110호와 1번 환자가 입원하였던 8104호는 엘리베이터실 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여 있었으며, 감사원의 의뢰에 따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CTV 분석결과에서도 1번 환자와 14번 환자가 엘리베이터 등에서 접촉한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14번 환자가 일상적 접촉자로 지정되고, 이를 통하여 14번 환자와 망인과의 접촉이 차단되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④ 망인은 5. 27.부터 5. 29.까지 사이에 E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4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 판정 및 14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그 이후에 이루어졌다. 또한,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E병원의 협조를 얻어 CCTV롤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14번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파악한 다음 그 접촉자의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여 연락을 취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 메르스의 잠복기가 5일(최소 2일에서 최대 14일)이며, 치명률은 약 40%에 이르는 점,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고,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하여는 대증적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CCTV 분석 등의 방법으로 1번 환자를 통해 14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까지 실시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에게 메르스 조기진단 및 치료의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나아가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갑 제8호증, 을다 제12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메르스에 감염되어 6. 7.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E병원 및 ◇◇대병원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로 인해 메르스 관련 증상이 소실된 점(이후 망인에 대한 메르스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 양성과 음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죽은 바이러스 조각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의 메르스 감염은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그 구제 항암화학요법(Salvage chemotherapy)1)이 시작된 시점은 재발된 악성림프종의 예후에 영향을 줄 만큼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망인의 경우 재발한 림프종이 구제 항암화학요법 이후 매 주기 마다 치료효과 반응의 지속시간이 짧아 불응성(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림프종)으로 보이는데, 이는 치료과정에서 불충분한 치료나 치료 지연이 환자의 예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④ 일반적으로 말초 T세포 림프종은 재발된 경우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망인은 기저질환인 말초 T세포 림프종의 재발로 인해 항암치료를 받았음에도 림프종이 호전되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과 망인이 림프종 치료를 제대로 시행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것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각주1] 구제 항암화학요법(Salvage chemotherapy)이란 일차 항암제치료(first-line chemotherapy)에 실패한 경우 다음 단계로 시도하는 항암화학요법을 총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일차 치료보다는 효과를 볼 확률이 떨어지나, 종양에 따라서는 구제 항암화학요법으로도 일부의 환자에서 완치가 될 수 있다. 바. 소결론 결국 피고 대한민국 산하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를 지연하고,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거나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이러한 과실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내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위 주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 제26면 제1행의 “6. 3.”, 제27면 제12행의 “6. 1.”을 각각 “6. 4.”로 고쳐 쓴다. ■ 제28면 제13행의 “② 폐렴의”부터 제17행의 “보이는 점”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② E병원 의료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4번 환자의 응급실 내원 당시,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14번 환자가 G병원에서 결핵검사[도말(AFB) 검사]를 받은 후 음성이라는 검사결과를 지참한 상태여서 결핵의 가능성도 낮게 보았으며, 담당 주치의 김H 또한 폐결핵보다는 폐렴을 의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폐렴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휴지나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게 함으로써 다른 환자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에 따라 E병원 의료진은 14번 환자로 하여금 비말 차단용 마스크(N95)를 착용하도록 하여 비말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였던 점, ④ 14번 환자의 담당 주치의였던 김H은 14번 환자에 대하여 폐결핵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격리병상을 요청하였는데, 당시에는 E병원의 여건상 격리병상에 여유가 없어 14번 환자에게 격리병상이 배정되지 못하였던 점(이후 5. 28. 14번 환자에게 시행한 결핵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14번 환자의 경우 ‘일반 병실’ 입원이 가능한 것으로 분류되었다) ■ 제29면 제1행부터 제8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3) 망인에 대한 메르스 검사 지체 여부 살피건대, 망인은 5. 27. E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부터 호흡곤란과 발열증상(림프종의 재발로 인한 증상으로 보인다)을 보였고, 6. 2. 오전부터 6. 4. 17:00경까지는 열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 등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6. 4. 21:00경 이후 다시 발열이 시작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에, 을나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당시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 대상인 ‘메르스 의심환자’는 확진환자와 밀접접촉이 있고,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과 같은 임상 증상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망인이 6. 2. 격리 조치된 것은 14번 환자와의 밀접접촉이 인정되기 때문이 아니라 14번 환자와 엑스레이 검사실을 같이 사용하였다는 이유에서였고, 망인이 14번 환자의 밀접접촉자로서 메르스 검사대상에 해당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질병관리본부에서도 망인을 14번 환자의 밀접접촉자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등을 종합해보면, E병원 의료진은 6. 5. 이전까지 망인을 유전자 검사(PCR) 대상인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E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발열과 같은 임상증상 등을 근거로 림프종 악화에 따른 암성 발열이라고 추정하여 진단하면서 별도로 유전자 검사(PCR)를 하지 않다가, 망인이 스테로이드 투약 중단 이후에 다시 발열 증상을 보이자 6. 5. 유전자 검사(PCR)를 시행한 것을 두고 메르스 검사를 지체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제36면 제13행의 “약제라 할 수 있는 점” 다음에 아래 ④, ⑤항의 내용을 추가하고, 제36면 제18행의 “3)”을 “4)”로 고쳐 쓴다. ④ 망인과 같이 메르스 감염과 림프종이 함께 발병한 환자를 치료한 임상보고를 찾기 어렵고, 혈액학적 독성과 구내염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 엽산의 복용을 권장하고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림프종의 항암치료에 있어서 엽산을 사전에 처방하지 않으면 프랄라트렉세이트를 투약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사항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의학적 근거도 부족한 점, ⑤ 망인은 림프종 악화에 따른 면역기전 용혈성 빈혈이 심화되고 있었으므로, 엽산을 미리 투여하였다고 해서 그 혈소판 수치가 프랄라트렉세이트 투약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5. 시체처리에 관한 자기결정권 침해 주장에 관하여 가. 원고 김B의 주장 망인은 사망 당시 메르스 임상증상이 거의 소실되었고 감염력이 매우 낮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피고 대한민국은 법률적 근거 없이 메르스 환자의 시체에 관하여 “시체를 비닐로 싼 방수용 시체낭에 넣어 밀폐된 관에 배치, 시체 부검금지, 시체 화장처리 등”의 처리방법을 정하여 놓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망인의 시체를 처리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사망 당시 메르스 감염상태 및 화장 이외의 다른 시체처리 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망인의 화장처리를 결정하고 그 절차에 관하여만 설명한 뒤 망인의 시체를 화장하였다. 이로써 피고 대한민국, ◇◇대병원은 공동하여 망인의 제사주재자인 원고 김B의 망인 시체처리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나. 판단 1) 살피건대, 갑 제8호증, 을가 제18, 19호증, 을다 제1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서의 원고 배A 본인신문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10. 12. 시행된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 결과 망인이 양성으로 판정되었고 발열 증상도 있었으나 호흡기 증상인 기침과 가래가 없어 메르스 감염환자의 임상양상과는 달랐고 유전자 검사(PCR) 값이 경계값에 해당하여 이는 죽은 바이러스 조각의 발견에 따른 결과로 보이는 점2)등을 근거로, 망인이 보인 발열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저질환인 악성림프종에 기한 것으로 보고 메르스 감염력이 거의 0%에 가까울 것이라고 판단한 사실, ② 망인이 사망한 후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방수천으로 망인의 시체를 감싸고 바디백에 넣어 밀봉한 후 표면을 소독한 뒤 화장처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각주2] 죽은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자 조각이 몸속에 있다가 호흡기 상피세포의 탈락과 함께 호흡기로 배출되어 위 유전자 조각이 PCR 검사로 발견된 것이라고 보았다. 2) 그러나 을가 제20 내지 22호증, 을다 제1, 3, 5, 8, 12, 13, 18, 26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김B이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대한민국과 ◇◇대병원이 망인의 제사주재자인 원고 김B의 시체처리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사망 직후 원고 김B의 법정대리인 원고 배A에게 부검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였고, 감염관리팀 직원이 부검 없이 화장의 방법으로 인한 장례절차를 설명한 뒤 메르스 전파 예방을 위한 사후 처치를 진행하였다. ② 망인의 사망 당시 메르스 대응지침(2015. 6. 7. 제정 제3-3판)에 의하면, 메르스균이 시체에 남아 있는 경우에 부검을 하게 되면 부검의를 통해 또는 공기 중으로 전파될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검이 금지되어 있다. 메르스 감염관리지침(2015. 6. 30.)에서는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발열 증상자는 확진 환자에 준하여 사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확진 환자의 시체는 유족과 협의된 시점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요원을 병실에 투입하여 시신을 밀봉, 소독, 입관을 진행한 후, 원칙적으로 감염 예방을 위해 화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매장의 방법으로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인의 보호복착용 등 감염예방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여 권고하지 않고 있다. ③ 피상속인의 시체처리에 관한 제사주재자의 자기결정권은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취지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망인의 사망 이후인 2015. 12. 29. 개정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환자 등이 사망한 경우(사망 후 감염병병원체를 보유하였던 것으로 확인된 사람을 포함한다)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그 시신의 장사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제20조의2 제1항 참조). ④ 망인은 피고 ◇◇대병원에 재입원할 당시 림프종 악화에 따른 발열 증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호흡기 증상과 같은 메르스 의심 증상은 없었으나, 그와 같은 증상이 없다고 하여 감염력이 소실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망인은 면역계 질환으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었으므로, 망인의 상태 변화에 따라 감염성 및 전파가능성이 변화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 ◇◇대병원의 감염내과 의료진은 10. 12. 기자회견 당시 ‘망인의 경우 거의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100% 감염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였고, 실제로 망인은 10. 13.부터 기침이나 호흡곤란과 같은 호흡기 증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⑤ 망인이 피고 ◇◇대병원에 재입원한 후 시행된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에서는 양성과 음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발열증상이 계속되었으며, 11. 22.에는 메르스 유전자 검사(PCR)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뿐만 아니라 흉부 CT검사에서도 새로운 폐침윤 양상이 발견되었다. 이에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폐렴이 새로이 발생한 것으로 보면서 메르스의 재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항바이러스제인 칼레트라(Kaletra)를 다시 투약하기 시작하였다. ⑥ 11. 24. 개최된 피고 ◇◇대병원의 제4차 감염관리위원회 회의에서, 피고 ◇◇대병원 의료진은 ‘현재 망인의 전파가능성은 낮으나, 망인의 면역상태 저하 등으로 감염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음압격리실에서 감염관리를 지속해야 할 상황’으로 파악하고,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하기로 하였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 결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원고 김B이 이 법원에서 확장하거나 추가한 피고 대한민국, ◇◇대병원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철우(재판장), 김형진, 원종찬
삼성생명
메르스
서울대병원
2020-11-26
부동산·건축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단5292777
손해배상(국)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가단5292777 손해배상(국) 【원고】 1. 김AA, 2. 안BB,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드맵 담당변호사 남기룡, 차지훈 【피고】 1.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수행자 ○○○, 2. ◇◇시, ◇◇시 ○○로 *** (○○동, ◇◇시청), 대표자 시장 ○○○,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구,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김형수 【변론종결】 2020. 9. 15. 【판결선고】 2020. 10. 27.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112,359,551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0.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시 ○○면 ○○리 산** 임야는 1917. 12. 25. 사정등록 되었고, 1924. 4. 8. 분할되어 산**-1 내지 산**-4로 나뉘어졌으며, 그중 산**-1은 1953. 3. 3. 다시 분할되어 산**-1과 산**-5 내지 산**-34로 나뉘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산**-1(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관한 지적공부에 그 면적이 2단(1,983㎡)으로 기재되었다. 나. 원고들은 2015. 10. 5. 정CC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 및 같은 리 ***-3 과수원 1,666㎡(이하 통틀어 ‘이 사건 매수토지’라 한다)를 합계 820,000,000원에 매수하고(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2015. 11. 11. 각 1/2지분씩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시장은 2019년경 이 사건 임야의 실제 면적이 1,483㎡임에도 불구하고 그 면적이 1,983㎡로 잘못 표시되었음을 발견하였고, 2019. 11. 1.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임야대장을 정정하고자 하니 신청해 주기 바라며, 신청이 없을 경우 등록사항정정 대상토지라고 등록된다’는 취지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야의 면적을 1,483㎡로 정정하는 등록사항정정신청을 하도록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① 이 사건 임야에 연접한 ◇◇시 ○○면 ○○리 산**-6 임야에 대하여 1954년경 같은 리 ***-2로 등록전환시 피고 대한민국 소속 지적공무원이 지적측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 등으로 이 사건 임야의 실제 면적이 1,483㎡임에도 불구하고 지적공부상에 l,983㎡로 잘못 표시하였고, 피고 ◇◇시 소속 지적공무원은 2019년경까지 이와 같이 잘못된 지적공부를 그대로 승인하여 비치하여 왔다. 원고들은 2015. 11.경 이 사건 임야를 정CC으로부터 매수할 당시 이 사건 임야의 면적이 1,983㎡인 것으로 믿고 매매가액을 평당 742,873원으로 계산하여 매수하였는데, 이 사건 임야의 실제면적이 1,483㎡임을 알았더라면 실제면적을 기준으로 매매가액을 정했을 것이므로 감소분인 500㎡(약 151.25평)에 상응하는 매매가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② 지적공부등재에 관한 사무는 국가사무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지적공무원의 위와 같은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고, 위 사무는 피고 ◇◇시에 위임된 기관위임사무로서 피고 ◇◇시가 비용을 부담하는 사무인 바, 피고 ◇◇시도 국가배상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과 함께 소속 지적공무원의 위와 같은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입은 손해인 112,359,551원1)(= 감소된 임야 면적 151.25평 × 1평당 매매가액 742,873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각주1] 112,359,541원의 오기로 보인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착오로 작성된 지적도,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구 지적법(2009. 6. 9. 법률 제977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4조]에 따른 정정의 대상에 불과하여 이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는 지적공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착오로 기재된 부분을 제외한 정당한 토지만을 표상하는바(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42823 판결 등 참조), 토지의 면적을 지적공부에 등록시 공무원의 착오로 실제 면적보다 많은 면적이 등록되었다가 지적공부의 정정으로 공부상 면적이 줄어든 경우, 그 공부상 감소된 면적은 실제로는 그 대지에 관하여 인정되지 않는 면적인데 절차상의 실수로 잘못 기재하여 공부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이고, 이를 정정한 것은 그 토지에 관하여 실제로 존재하는 면적으로 바로잡은 것에 불과한 것이지 이로 인하여 그 토지 소유자가 공부상 감소된 면적만큼 실제로 토지를 상실하였거나 또는 당연히 취득하였어야 할 토지를 취득하지 못한 것은 아니며, 토지 소유자가 그 토지를 매수할 당시 단위면적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산정함으로써 그 감소된 면적에 해당하는 만큼의 매매대금을 더 지급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지적 공부의 정정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다34702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574조에서 규정하는 수량을 지정한 매매라 함은 당사자가 매매의 목적물인 특정물이 일정한 수량을 가지고 있다는 데 주안을 두고 대금도 그 수량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토지의 매매에 있어 설령 목적물을 지적공부상 평수에 따라 특정하고, 단위면적당 가액을 결정하여 이에 공부상의 면적을 곱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토지의 매매를 수량을 지정한 매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당사자가 그 지정된 구획을 전체로서 평가하였고 평수에 의한 계산이 하나의 표준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것이 당사자들 사이에 대상토지를 특정하고 대금을 결정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보일 때에는 이를 가리켜 수량을 지정한 매매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3. 6. 25. 선고 92다56674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65189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들의 손해발생 여부 1) 위 기초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야에 관한 지적공부상 면적과 실제 면적의 차이인 500㎡(= 1,983㎡ - 1,483㎡) 부분은 절차상의 실수로 잘못 기재됨으로써 공부상으로만 존재하던 것일 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바, 지적 공무원의 이와 같은 실수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임야 중 500㎡에 해당하는 부분의 소유권을 상실하였다거나 당연히 취득할 수 있었던 위 토지 부분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또한 갑 제1, 5, 6호증의 각 기재, 증인 박DD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과 정CC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매목적인 토지를 지적 공부상 면적에 따라 이 사건 임야 1,983㎡, 같은 리 ***-3 과수원 1,666㎡로 특정하고, 단위면적당 인근 토지 시세인 평당 70만 원 내지 80만 원 중 75만 원에 공부상의 면적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매매대금으로 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는 이 사건 매수토지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매매계약이 수량을 지정한 매매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중개인인 박DD와 함께 이 사건 매수토지 전체를 수회 돌아보며 인접한 도로 및 주변 개발상황에 따라 가치를 평가한 점, 원고들은 임야도 및 현장의 작물식재 현황 등으로 이 사건 임야의 경계선을 식별하고 특정한 점, 이 사건 매수토지에는 이 사건 임야와 같은 리 ***-3 과수원 등 지목이 다른 토지가 혼재되어 있는 점, 이 사건 임야와 같은 리 ***-3 과수원의 당시 공시지가는 차이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 사건 매수토지를 전체로서 평가한 결과 매매대금을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수량을 지정한 매매계약임을 전제로 그 감소된 면적에 해당하는 만큼의 매매대금을 더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명재권
손해배상
매매계약
토지대장
2020-11-17
민사일반
국가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48267
손해배상(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 판결 【사건】 2019가합548267 손해배상(기) 【원고 겸 망 심AA의 소송수계인】 1. 조BB, 2. 조CC, 3. 조DD,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바른 담당변호사 이정호, 김준호 【피고】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추○○,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황순철 【변론종결】 2020. 9. 9. 【판결선고】 2020. 10. 28.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6,666,666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9. 9.부터 2020. 10. 2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5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63,333,333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8.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대통령 긴급조치 발령 및 망 조EE에 대한 긴급조치위반 유죄판결 1) 1975. 5. 13. 구 대한민국 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따라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가 발령되었다. 2) 망 조EE(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75. 8. 19.경 긴급조치위반으로 체포·구속된 후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3)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은 1975. 12. 2.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망인에게 긴급조치 제9호 제7항, 제1항 가호를 적용하여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하였고(위 법원 75고합77호), 이에 대하여 망인과 검사가 각각 항소를 제기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976. 3. 4. 원심판결의 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망인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하였으며(위 법원 75노1701호), 그 무렵 위 항소심판결(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다. 4) 망인은 확정된 위 유죄판결에 따라 수형생활을 하다가 1977. 2. 18. 형 집행 종료로 출소하였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와 관련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1)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병합)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고,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2) 대법원은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이고,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재심청구 및 무죄판결 1) 검사는 2017. 11. 6.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은 2018. 6. 26. 2017재노167호로 망인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2019. 1. 17.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망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망인의 가족관계 등 1) 망인은 1990. 9. 9. 사망하였고, 망인의 유족으로 배우자인 심AA, 자녀인 원고들 및 조CC가 있는데, 조CC는 1979. 11.경 사망하였다. 2) 한편 심AA도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인 2020. 2. 1. 사망하여 원고들이 망 심AA의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조○○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를 상대로 망인이 구속된 때로부터 사망한 때까지의 ○○전기공업 주식회사(이하 ‘○○전기공업’이라 한다)의 재산상 손해로서 3억 원(= 연 매출 2,000만 원 × 15년)과 위자료로서 망인 2억 5,000만 원, 망 심AA 3,000만 원, 망 조CC 2,000만 원, 합계 6억 원(= 3억 원 + 2억 5,000만 원 + 3,000만 원 + 2,000만 원)을 원고들의 상속지분에 따라 안분한 각 2억 원 및 원고들 본인들의 위자료로 각 2,000만 원을 합한 각 2억 2,000만 원(= 2억 원 + 2,200만 원) 중 일부로서 각 63,333,333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1)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대통령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2) 망인은 영장 없이 범죄사실의 요지 및 변호인의 선임권 등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채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되었고, 망인의 가족인 원고들과 망 심AA는 체포·구속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하는 등 망인의 체포·구금과정에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아니하였던 점, 망인은 위헌적인 긴급조치 제9호가 적용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따라 1975. 8. 19.경부터 1977. 2. 18.경까지 550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 망인이 운영하던 ○○전기공업 주식회사 (이하 ‘○○전기공업’이라 한다)가 폐업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는 긴급조치 제9조에 기초하여 망인에게 불법행위를 범하였다. 3) 망인은 수사과정 중 가족 및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배제된 채 자백을 강요받고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며 장기간 구금되었던 점, 수사기관은 망인에게 허위자백을 강요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사실적을 위해 최FF, 정GG를 망인에게 접근시켜 함정수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수사기관은 망인에게 불법행위를 범하였다. 나. 판단 1)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의 불법행위 불성립론 종래 대법원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하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긴급권을 가지는데, 대통령은 위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는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당해 국가긴급권을 행사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5611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고, 최근에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참조). 나) 불법행위의 성립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당해 국가긴급권을 행사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적이고 중대하게 침해된다는 사정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행하여진 것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 개개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유신헌법 제43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유신헌법 제46조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② 한편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은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행위’와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을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를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긴급조치 제9조의 내용은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령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③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또는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명백히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④ 나아가 유신헌법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4·19의거 및 5·16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의 기본질서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4. 2. 결정 89헌가113 참조). 그런데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강화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를 막으며,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도 명백히 반하는 내용이다. 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헌법상의 기본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도 반하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유신헌법에 의하더라도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된다. ⑥ 이처럼 우리 헌법을 전체적으로 해석할 때 대통령의 정치적 성격의 행위(통치행위)도 결국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이상 통치행위 또는 정치행위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마땅히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가 구체적인 쟁송의 대상이 된 경우에 법원은 그것이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영역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손해발생책임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 이에 기한 망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징역형의 집행은 모두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이고, 그 발령행위는 집행행위를 당연히 예정하고 있으므로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수사, 영장 없는 구속, 위법 수사절차에 의해 수집한 증거에 터잡은 유죄판결 및 징역형 집행행위, 이로 인한 수감 등의 피해는 위와 같은 위법·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인하여 망인 및 그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재산상 손해 살피건대, 갑 제8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은 1973. 7.경 ○○전기공업을 설립하였고, 망인이 구속될 당시 ○○전기공업을 운영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망인의 구속 및 수감 등으로 인한 공백이 사업운영에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였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으나, 위 인정사실만으로 피고의 망인에 대한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인하여 ○○전기공업이 운영되지 아니하여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 입증이 구체적으로 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자료 (1) 관련 법리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직업·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사회적 지위·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대법원 2009. 12. 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기산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 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책무가 있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53419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의 취지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국가인 피고가 망인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가 중대하고도 명백한 점, ② 망인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수사·재판을 받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구금되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망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운영하던 사업에도 어느 정도 지장을 초래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망인이 국가의 조직적인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음에도 그에 대한 배상이 상당기간 지연된 점, ④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개시된 때로부터 약 40년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통화가치에 상당한 변화가 있으므로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와 같이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위자료 원본을 산정함에 있어 특별히 참작할 필요가 있는 점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들을 참작하여, 망인의 정신적 손해는 5,000만 원으로 정하고, 그의 배우자인 망 심AA에게는 1,000만 원, 직계비속인 망 조CC와 원고들에게는 각 500만 원을 정신적 손해로 인정한다. 4) 상속관계 망인은 1990. 9. 9. 사망하였고, 그의 직계비속인 망 조CC는 1979. 11.경 사망하였으며, 그의 배우자인 망 심AA는 이 사건 소가 계속 중이던 2020. 2. 1. 사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당시 상속인이었던 망인의 직계비속인 원고들이 망인의 위자료 5,000만 원, 망 조CC의 위자료 500만 원, 망 심AA의 위자료 1,000만 원 합계 6,500만 원을 그 상속지분(원고들 각 1/3)대로 상속하였고, 그 금액은 각 21,666,666원(= 65,000,000 / 3)이다. 5)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위자료 26,666,666원(= 고유 위자료 500만 원 + 상속 위자료 21,666,666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 종결일인 2020. 9. 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20. 10. 2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나아가 원고들은 2019. 7. 31.자 청구취지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인 2019. 8. 1.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므로 보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수사와 재판을 받은 때와 이 사건 변론종결 시 사이에 약 40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 중 위 인정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욱(재판장), 문중홈, 백현민
불법행위
박정희
대통령
긴급조치
유신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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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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