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판결
【사건】 2020가합548720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 등
【원고】 A 노동조합
【피고】 B 노동조합
【변론종결】 2021. 9. 30.
【판결선고】 2021. 12. 2.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노동조합의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A(이하 ‘C’이라 한다)은 「법률구조법」 및 그 밖의 법률이 정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법률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C은 김천시에 주된 사무소(본부)를 두고,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지방법원 소재지에 18개 지부를, 지방법원지원 소재지에 41개 출장소를, 시·군법원 소재지에 73개 지소를 각각 두고 있다. C은 법률구조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법률구조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법률구조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이하 ‘소속변호사’라 한다)를 두고 있고, C의 직원은 변호사, 일반직, 서무직, 계약직 등으로 구분된다(이하 소속변호사를 제외한 직원을 ‘소속직원’이라 한다).
2) 원고는 C에 근무하는 직원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으로, 1988. 12. 17. 설립총회를 열고 1988. 12. 21.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C의 일반직, 서무직, 무기계약직, 임시직 근로자 560여명이 원고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3) 피고는 C에 근무하는 변호사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으로, 2018. 3. 5. 설립신고를 마치고, 2018. 6. 22.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받았으며, 소속변호사 80여명이 피고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나. 관계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법률구조법」 및 C의 「직제규칙」, 「위임전결규정」, 「소속변호사의 인사 및 복무규칙」, 「인사규칙」, 「직원근무평정규정」, 「회계규칙」, 「회계규칙시행규정」, 「회계업무처리지침」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관계 규정’의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10, 25호증, 을 제1, 2,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 소속 조합원들 중에서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은 출장소, 지소의 최고 책임자로서 해당 출장소, 지소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므로,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의 참가를 허용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노동조합 결격요건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 이에 주위적으로 피고의 설립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가 노동조합의 지휘에 있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 지부장 등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C의 출장소, 지소는 지부의 산하기관으로 지부에 종속되어 있어 지부의 지휘·감독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뿐이고,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은 독자적으로 업무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들의 참가를 허용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어긋나지도 않으므로, 피고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확인의 이익에 관한 직권 판단
가. 복수 노동조합의 설립이 현재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 하에서 복수 노동조합 중의 어느 한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스스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제29조의2, 제29조 제2항 등),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 결정이 없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며(제41조 제1항), 쟁위행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는(제29조의5, 제37조 제2항) 등 법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위와 같은 제약에 따르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당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하였음을 들어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설립이 무효일 경우 원고만이 C의 노동조합으로서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교섭 및 체결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 바, 원고로서는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앞서 본 노동조합법상 제약에 따르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제4호 단서 (가)목에 의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는 노동조합 참가가 금지되는데, 그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여기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하고,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 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등과 같이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그 업무 내용이 단순히 보조적·조언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업무의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자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규약 제7조 단서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를 조합원에서 제외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지부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만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은 피고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원고는 이러한 변호사들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쟁점은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2, 14 내지 18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C의 「직제규칙」 제6조, [별표 2] 기구표는 출장소를 지부의 산하 기구로, 지소를 출장소의 산하 기구로 표시하고 있다. 또한, 「회계규칙」 제6조, 제8조, 「회계규칙시행규정」 제2조, [별표 1]은 행정관리부, 각 지부, 법문화교육센터를 회계 단위로 정하면서, 회계단위 이외의 부속회계는 직제에 따라 소속된 회계단위에서 관장하도록 하고, 회계단위별로 회계담당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에 독립된 회계단위를 구성하지 않는 출장소나 지소에서는 일상경비 등의 지출이 필요하면 「회계업무처리지침」에 따라 그 출장소, 지소가 소속된 지부의 지부장이 임명한 회계관계직원에게 자금 배정을 요청하여야 하고, 지부에서 자금이 전도되면 이를 집행한 후 전도금지출액 보고서 등을 작성하여 지부에 제출하여야 하는바, 출장소장이나 지소장이 독자적으로 해당 출장소, 지소의 예산 편성 및 집행 등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C의 「직원근무평정규정」에 의하면, 지소장은 해당 지소의 소속직원에 대한 근무평정권자가 아니다. 출장소장은 해당 출장소에 4 내지 5급인 고객지원팀장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출장소 소속 5급인 일반직에 대하여, 해당 출장소에 4 내지 5급인 고객지원팀장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출장소 소속 6급 이하인 일반직에 대하여 근무평정을 하지만, ① 출장소장이 근무성적평정자로서 근무평정을 하는 것과 별도로 출장소장의 상급 또는 상위감독자인 지부장이 근무성적확인자로서 해당 직원에 대한 근무평정을 하는 점, ② 출장소장 및 지부장이 이러한 평정결과를 종합하여 평정단위별 서열명부를 작성하여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 제출하면, 근무성적평정위원회는 평정단위별 서열명부 외에 평정단위기관의 법률구조실적, 개인실적과 위원회에서 제시된 평정 대상 직원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평정점을 부여하고 있는 점, ③ 출장소장이나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 받은 변호사가 근무성적평정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각 출장소 소속 5급인 일반직 또는 6급 이하인 일반직에 대한 근무평정의 권한 및 책임은 궁극적으로 출장소장이 아니라 지부장 내지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 귀속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C의 「인사규칙」에 의하면, 승진 등 인사관리제도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되며, 위원은 소속변호사와 부·실·팀장 중에서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사장이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를 인사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출장소장이나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해당 출장소나 지소 소속직원의 승진 등을 결정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
라) 또한, 「인사규칙」에 의하면 소속직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은 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되며, 위원 중 내부위원은 본부 부·실·팀장 중에서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소속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소속변호사가 관여할 여지가 없음이 규정상 명백하다. 따라서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가 해당 출장소나 지소 소속직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인사규칙에 의하면 이사장은 출장소장에게 해당 출장소 소속직원의 채용시험 실시에 관한 권한을 위임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최종합격자의 결정 및 통보는 이사장이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출장소장이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자체적으로 소속직원의 채용시험을 계획하여 실시하는 경우에도, 본부 소속 인사부서로부터 응시자격, 가산특전대상자 및 가산점 비율표, 시험방법,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 합격자 결정의 기준,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 위원의 수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침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출장소장은 해당 출장소 소속직원의 채용절차에서 이사장 내지 본부의 지시에 따라 서류시험과 면접심사를 시행하는 것일 뿐, 이를 두고 출장소장이 이사장으로부터 위 소속직원에 대한 임면권을 위임받아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바) C의 「위임전결규정」과 「소속변호사의 인사 및 복무규칙」은 출장소 내지 지소 소속직원의 휴가·출장·조퇴·외출 등에 대하여, 고객지원팀장은 출장소장·지소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그 외 일반직 5급 이하 직원들은 고객지원팀장의 전결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직원의 배치에 관하여 고객지원팀장이 업무분장을 하고, 출장소장·지소장이 업무분장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출장소장·지소장이 상위직급자인 지부장 등을 보조하여 출장소 내지 지소에 소속된 고객지원팀장 등의 기본적인 근태상황과 업무분장 등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에게 해당 출장소나 지소 소속직원의 급여, 후생, 복지, 전보 등의 주요한 근로조건을 결정할 실질적인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볼만 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사) 「법률구조법」 제5조에 의하면, C은 법률구조업무와 관련하여 법인 명의로 소송에 관한 행위, 행정처분의 청구, 그 밖의 법률사무에 관한 대리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소속변호사가 자신의 명의로 소송에 관한 행위 그 밖에 법률사무에 관한 대리행위를 하여야 한다. 이에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라 하더라도 법률구조업무와 관련하여 위임받은 소송업무 등을 직접 수행하고, 출장소나 지소에 소속 변호사가 1명만 배치되어1)소속변호사가 소송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출장소장이나 지소장의 보직을 겸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소속변호사가 출장소나 지소로 전보되어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았다 하여 그러한 보직을 부여받지 않은 다른 소속변호사와 업무 내용이나 근로조건 등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업무 수행과 조합원 활동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각주1] C은 18개 지부, 41개 출장소, 73개 지소를 두고 있고, 소속변호사는 2020년 1/4분기 기준으로 정원 132명, 현원 106명이다(갑 제1호증).
다. 소결론
이와 같이 출장소장, 지소장의 보직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피고가 이들의 참가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명수(재판장), 김미경, 김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