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9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담합
검색한 결과
15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허가의 승계,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
Ⅰ. 事實關係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임의경매사건에서 하○○ 소유의 잡종지 4필지와 그 지상 건물 1동 및 같은 곳에 설치된 주유소 시설을 경락받아 2001. 3.2. 그 대금을 완납하고, 같은 달 10일 피고에게 석유판매업자 지위승계신청을 하여 같은 달 14일자로 수리되었다. 그런데 하○○는 2001. 3.2. 유사석유제품 판매로 적발되었고, 피고는 원고가 하○○의 석유판매업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날 30일 원고에게 위 유사석유제품판매에 대한 과징금 7,500만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기각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Ⅱ. 大法院 判決의 要旨 [1] 석유사업법 제9조 제3항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석유판매업의 적극적 등록요건과 제5조가 규정하는 소극적 결격사유 및 제7조가 석유판매업자의 영업양도, 사망, 합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매 등의 절차에 따라 단순히 석유판매시설만의 인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석유판매업자의 지위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업 등록은 원칙적으로 대물적 허가의 성격을 갖고 또 석유판매업자가 같은 법 제26조의 유사석유제품 판매금지를 위반함으로써 같은 법 제13조에 따라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은 사업자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사업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지위승계에는 종전 석유판매업자가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 제재처분의 승계가 포함되어 그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해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을 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같은 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과징금은 해당 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행정상의 제재 및 감독의 효과를 달성함과 동시에 그 사업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일반 국민의 불편을 해소시켜 준다는 취지에서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되는 것일 뿐이므로, 지위승계의 효과에 있어서 과징금부과처분을 사업정지처분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2] 석유사업법 제26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엄중하게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그 위반에 따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지위승계 사유의 하나인 경매는 석유판매시설에 대해만 이루어질 뿐이고 경매로 말미암아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가 강제되는 것은 아닌 점, 석유판매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는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의 위반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는 점, 위 과징금은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될 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 및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특히 경매에 의한 지위승계에 있어서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의 보장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Ⅲ. 評釋 대상판결은 허가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된 이후에 원 사업자의 위법사유를 들어 승계인(경락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다. 비록 대상판결이 나온지 이미 수년이 지났으나, 주제와 관련하여서는 가장 최근의 판결이라는 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와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문제가 학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고시의 행정법문제(2009 제53회 행정고시)로도 출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평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 글에서는 허가의 개념과 승계가능성을 다룬 후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와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문제를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검토하고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기로 한다. 1. 許可의 槪念과 承繼可能性 일반적으로 강학상의 허가라 함은 공익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자연적 자유를 법으로 금지시켰다가 개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그 금지를 해제시키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예방적 금지 또는 허가유보하에 금지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허가제도는 실무상으로 개인의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행사와 직접적이고도 불가분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건축 및 영업활동을 위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허가를 취득한 이후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이러한 활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허가를 양도하거나 상속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의 일반적 견해는 허가의 종류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허가의 요건이 물건이나 시설의 안전 및 상태에 집중되는 대물적 허가(예 : 건축허가, 식품위생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그 승계가 가능한 반면, 허가요건이 사람의 지식·기술·경험 등 주관적 사정에 제한되는 대인적 허가(의사면허, 운전면허 등)의 경우에는 승계가 불가능하며, 허가요건이 사람의 주관적 사정과 물건의 객관적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는 이른바 혼합적 허가(예: 액화석유가스충전 사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 요소의 변경에는 신고를 요한다고 한다. 대물적 허가의 경우에도 승계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승계는 관련 개인의 기본권행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허가관련 법률들 역시 “영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법인이 합병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상속인 또는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영업자의 지위를 승계한다”라는 전형적인 형태의 승계규정을 두고 있다(예: 식품위생법 제39조 1항). 또한 허가영업의 양도·양수 등의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에 지위승계에 대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 制裁的 處分事由의 承繼 허가관련 법률들은 예외 없이 공익확보를 위하여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다양한 공법상의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고,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영업의 정지 및 허가의 취소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허가취득자들이 영업 등의 활동 중에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아직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게 허가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 행정청은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이유로 양수인(경매의 경우에는 경락인)에 대해 영업의 정지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발할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대물적 허가에 있어서 제재적 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 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를 인정하여 양수인에 대해 발하여진 제재적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왔다(大判 1986. 7.22. 선고 86누203 ; 2001. 6.29. 선고 2001두1611). 예를 들어 대법원 1986. 7.22. 선고 86누203 판결은 양도인의 부정휘발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발하여진 석유판매업허가취소처분을 대물적 처분이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으며 대상판결에서도 양도인의 유사석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며 이에 따라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부과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한다. 과연 대물적 허가가 승계되기 때문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도 자동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가? 또한 이러한 영업정지 및 허가취소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과연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가? 이러한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는 행정법이론상 이른바 公法上 義務의 승계문제에 속하고 있다. 3. 公法上 義務의 承繼論 전통적으로 公義務는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계약에 의하여 이전되거나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점차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실무상으로 발생되는 절차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위법건축물에 대한 철거의무의 승계가능성이 부인될 경우에 위법건축물의 소유주는 자신의 철거의무를 피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있으며, 행정청은 또 다시 새로운 소유자에게 철거명령을 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소유자는 구 소유자에 대한 철거명령이 불가쟁력이 발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늘날 지배적인 견해는 公義務의 승계가능성 여부를 의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公義務가 의무자의 개인적인 성격과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그에 의하여만 이행될 수 있는, 즉 일신전속적인 의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승계가능성을 부인하는 반면, 원래의 의무자 개인과 독립하여 이행될 수 있는 의무에 대해는 그 승계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승계가 가능한 의무로는 대물적 하명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나 타인에 의하여 이행될 수 있는, 즉 이행이 대체가능한 의무가 열거되고 있다. 그러나 승계가능성이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특정화 되어야 한다. 행정청의 상대방이 법률에 의하여 규정된 추상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단지 행정청에 의한 구체적인 의무부과의 가능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승계문제가 제기되지 못한다(Mutius/ Nolte, DOV 2000, S. 1), 또한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된 의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승계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것이 오늘날 다수설의 견해이다(鄭夏重, 行政法槪論, 90면). 이와 같은 公義務의 승계론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에서 양도인은 유사석유판매를 금지시키는 구 석유판매업법 제26조를 위반하였는 바, 이는 법률에 규정된 추상적 의무의 위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제재적 처분사유)에 근거하여 행정청은 영업정지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림으로써 사업자 개인에게 구체적인 공법상 의무(영업정지의무 등)를 부과하게 된다. 사실관계에서 원사업자 하○○의 추상적 의무위반이 있었을 뿐, 그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제재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승계될 어떠한 구체적인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사업자가 위반한 법령상의 유사석유판매업금지의무는 사업주 자신만이 이행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승계가능성 자체도 없는 의무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허가가 대물적 허가라는 이유 이외에도 제재적 행정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어떤 위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경락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의 적법성을 인정을 하였다. 그러나 사업자의 위법사유에 대해 부과되는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 영업정지처분은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바, 이러한 부작위의무는 타인이 대신 이행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그 승계가 당연히 부인되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전혀 어떠한 위법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를 승계시켜 양수인에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은 그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그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경락인에 대한 제재처분을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이러한 제재처분은 위법행위를 한 원사업자에게 내려져야 하지 지위승계인인 경락인에게 행해져서는 안된다. 경락인이 받는 불이익에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서울고법 2002누13101) 과도한 채무로 인하여 토지 등의 재산권이 경매에 넘어간 종전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는 행정청의 업무해태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양수인에게 전가시키는 비윤리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허가영업자의 지위승계는 허가의 효과를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전의 사업자가 행한 제재적 사유까지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도인의 영업활동 당시에 시설 등이 법령에 위반되고 그러한 위반상태가 양수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이를 사유로 양수인에게 시정명령 등 제재적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바 이는 새로운 처분으로서 의무의 승계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에서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로 인하여 자신에게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制裁的 處分의 效果의 承繼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양수인에게 승계시켜 양수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여온 실무관행은 심각한 민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 법률들은 영업허가의 승계규정에 추가하여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규정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78조 및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제8조 등에서는 “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영업자에게 행한 행정제재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간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며, 행정제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존속하는 법인에 대해 행정제재처분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양수인이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 양수하거나 합병할 때에 그 처분 또는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 대해도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양도인에게 발한 시설상의 하자를 이유로 내려진 시설개선명령은 대물적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의무이행이 대체가 가능하여 승계가 가능하지만, 영업정지명령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신전속적 의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승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신전속적인 의무에 대해 법률이 승계를 인정한 이유는 행정실무상의 문제점, 즉 양도인은 자신에 대해 내려진 제재적 처분의 효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영업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명의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실제로는 양도인이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도 종 종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업양도·양수의 신고에 있어서 불수리처분을 하거나 사후단속을 통하여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법률들은 제재적 처분의 효과의 승계로 인하여 발생되는 원고의 기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그 입증책임을 양수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법규정들은 영업정지 등 일신전속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를 부인하되 담합에 의하여 양도·양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승계를 인정하도록 변경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담합의 입증책임은 행정청이 부담하도록 규정해야 할 것이다.
2009-08-27
공정위의 과징금감액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대상적격
Ⅰ. 서 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감액처분 자체에 대해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부적법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는바, 본 판결의 시사점, 특히 판시 중 ‘별도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관해 논의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Ⅱ.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사실관계 (1) 원고 등 5개 정유사의 군납유류 구매입찰 담합건에 대해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 등 5개 정유사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0년 10월17일 시정명령, 수명사실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림. (2) 그 중 과징금납부명령에 대해 원고 등 5개 정유사가 이의신청을 하자 피고는 2001년 2월28일 원고에 대해 과징금부과율 2.5%를 적용해 17,820,000,000원을 부과하는 등으로 과징금을 재산정함.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 2001누4803호로 위 이의신청결과 재산정된 과징금납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2002두5627호로 상고했음. 대법원은 2004년 11월12일 선고로 ‘원고가 입찰담합에 참여자로서 가담한 부분에 관한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가 입찰계약을 체결한 부분보다 낮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재량권 일탈, 남용의 처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함. (3) 피고는 위 파기, 환송사건인 2005누489호 소송이 계속 중인 2004년 12월29일 원고가 단순 참가한 부분에 대해 1.9%의 과징금부과율을 적용해 당초 과징금 중 일부를 취소함으로써 14,369,000,000원의 과징금액이 남게 되었음. (4) 이에 원고는 2004년 12월29일자 감액처분 자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위 과징금부과율 1.9%도 과다하다는 이유로 주위적으로는 위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는 위 감액처분 자체의 취소를 구함.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 판결은 “과징금 감액처분으로도 아직 취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이 위법하다 하여 다투는 경우 항고소송의 대상은 당초 부과처분 중 감액처분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고 남은 부분이고, 감액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는 감액처분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별도의 쟁송수단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당초 과징금 부과처분 중 취소되지 않고 남은 부분인 14,369,000,000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이 서울고등법원 2005누489호로 계속 중인 사정 등을 감안하면, 이와 별도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주위적겳뭔炷?청구에 관한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겳뭔炷?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여 같은 취지로 소각하 판결을 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함 Ⅲ. 평 석 1. 과징금 부과처분의 직권취소 및 변경 종래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면 비로소 과징금을 재산정하는 방식을 취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법원에서 과징금 부과처분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이 선고되면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기존 부과금액 중 대법원 판결 취지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금액을 취소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공정위 2004. 12. 29.자 제2004-385호 의결 3개 정유사업자의 과징금 재산정의 건, 2007. 4. 10. 제2007-228호 의결 A㈜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 직권취소에 대한 건 등). 이는 장기간 행정소송에 따른 처분의 불확정한 상태를 조기에 확정하고, 고등법원 확정판결 선고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발생하게 될 과징금 환급가산금 증가로 인한 국고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2. 과징금 감액처분의 대상적격 행정처분, 특히 조세 감액경정처분과 관련해 종래 판례는 일관되게 “감액경정처분은 당초처분의 일부 효력을 취소하는 처분으로,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정처분으로 인하여 감액되고 남아있는 당초의 처분”이라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7. 10. 26. 2005두3585 판결 외 다수). 이에 대해 학설은 판례가 역흡수설 또는 일부취소설을 따른 것이라는 등의 논의를 해 왔고, 2002년 12월18일 개정 국세기본법 제22조의 2에 “세법의 규정에 의하여 당초 확정된 세액을 감소시키는 경정은 그 경정에 의하여 감소되는 세액 외의 세액에 관한 이 법 또는 세법에서 규정하는 권리겴퓜グ喚瓦?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 한편 공정거래법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과징금을 재산정겙㉭輪求?처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과징금 부과처분과 변경된 감액처분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문은 없고, 이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과징금 감액처분은 당초 부과된 과징금의 일부를 취소함으로써 피심인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봄이 타당함은 조세소송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징금 부과처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과징금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소제기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조세소송의 그것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하에서 “감액처분 자체의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의미하는 바에 관해 살펴보고자 함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3.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대상적격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 (1) ‘특별한 사정’에 관한 종래 논의 종래 조세소송에 관한 판례들은 감액경정처분 자체에 대해 별도의 소송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감액경정처분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하여 그에 대하여 별도의 쟁송수단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유보를 하고 있다(대법원 1996. 7. 30. 95누6328 판결 등). 판례 중에는 감액경정처분이 국세심판소의 결정취지에 어긋나거나 혹은 그 결정 자체에 위법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유가 있으면 감액경정처분도 독립하여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듯한 판시를 한 것도 있으나(대법원 1982. 3. 9. 80누253 판결 등), 위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경우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밝히고 있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과징금 감액처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 조세의 감액경정처분에 대하여 판례가 ‘특별한 사정’을 비교적 좁게 파악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세부과처분은 법령의 적용에 의해 과세표준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부과액이 기계적으로 계산된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처분의 경우에는 위반행위에 의해 취득한 이득의 규모,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회수 등을 의무적으로 참작하도록 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이 폭넓게 개입된다는 점이 과세처분의 그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관련매출액 200억원, 기본 과징금부과율 5%, 조사단계 협조를 이유로 한 임의적 감경율 20% 기준으로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고등법원에서 관련매출액을 200억 원으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선고된 이후 관련매출액은 50억원으로 줄였지만 기본 과징금부과율을 10%로 올리고 임의적 감경은 없는 것으로 하여 과징금을 5억원으로 감액하는 처분을 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고등법원의 판결에서 과징금부과율에 대한 아무런 판단이 없었다면 감액처분은 판결의 취지에 저촉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과징금이 5억원으로 감액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액처분 시 적용된 기본부과율 및 임의적 감경율 산정이 재량의 일탈겞꼬?등으로 위법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이 경우에는 감액처분을 다시 소송으로 다툴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물론 이 경우에도 그 대상이 되는 과징금은 감액처분 후 잔존하는 5억 원이 된다). 실제로 최근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산정, 감액한 과징금납부명령이 여전히 파기환송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액수 또한 과다해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5. 11. 30. 선고 2004누24457 판결, 현재 대법원 2006두675호로 계속 중). 당초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의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 원고로서는 상고이익이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상고하지 않는 한 소송이 종료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는데, 그 후에 과징금 감액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취소소송이 확정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액경정처분을 하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감액처분을 하는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 경우에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가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재량권을 정당하게 행사해서 당초의 과징금을 감액한 적정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감액된 과징금부과처분도 다시 재량의 일탈겞꼬?등의 사유로 위법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액처분이 종전 처분에 대한 일부 취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감액처분 자체에 재량의 일탈겞꼬育繭遮?위법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별도의 소송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는 감액처분에 대한 불복의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액수 산정의 재량이 부여되고 있는 과징금부과처분에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과징금액의 일부를 취소하는 감액처분을 한 경우에, 그 감액처분 자체에 재량의 일탈, 남용과 같은 위법사유가 존재한다면 원칙적으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하여 별도의 쟁송수단의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본 판결의 사안과 같이 당초 처분 중 잔존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다투는 별도의 소송이 제기돼 있다는 등의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해서는 무효확인 내지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Ⅳ. 결 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감액처분의 영역에서도 조세부과처분 등과의 통일적 이해를 바탕으로 당초처분과 변경처분의 관계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판결문에서 감액처분 자체에 대한 불복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과징금 부과처분의 광범위한 재량성을 고려해서 보다 합리적인 불복 기회를 보장해 주는 사례가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8-06-02
2001년2월8일 東京고등재판소 제19민사부 판결, 2000년(ネ)제2915호 부당
일본의 사적독점의금지및공정거래확보에관한법률(우리나라의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해당한다. 이하 ‘독점금지법’이라 한다)은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으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형사상으로는 형벌을 가할 수 있고,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우리나라 법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이나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 특히 과징금과 함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동경고등재판소가 독점금지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과징금, 형벌 및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동시에 인정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관심을 끌었다. 2001년 2월8일 東京고등재판소 제19민사부 판결, 2000년(ネ)제2915호 부당이득 본소·반소항소사건{(判時1742호 96항) 현재 상고심 계류중이다}에서는 담합에 의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 무효가 된다면 그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지, 담합행위라는 하나의 독점금지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벌금·부당이득 반환이라는 3중의 제재를 받는 것이 현대법의 대전제인 공평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위 사건은 피고들이 수년간에 걸쳐 담합하여 사회보험청이 지명경쟁입찰의 방식으로 발주한 스티커 입찰의 수주예정자를 미리 결정하는 등의 협정을 한데서 비롯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에 대하여 과징금의 납부를 명령하였고, 그 과징금의 부과가 확정되었다. 또한, 피고들은 그 종업원들과 함께 경매입찰방해죄(일본형법 제96조의3)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아가, 원고(국가=사회보험청)는 피고들의 담합에 의한 계약이 미풍양속위반 등에 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면서, 피고들에 대하여 부당이득금반환청구로서 적정가격에 의한 계약금액과 이미 지불된 금액과의 차액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①원고가 위 계약을 추인하였고, ②원고의 담당자는 입찰이전에 담합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信義則)위반이며, ③원고는 계약에 따라 대금을 지급할 당시 이미 대금채무의 부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채변제(非債辨濟)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원고의 미지불 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하였다. 동경고등재판소는 판결에서 “입찰제도의 취지 자체로부터 보아도 담합에 의한 입찰은 당연히 무효이고, 이에 근거한 계약은 미풍양속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할 필요 없이 당연히 무효에 해당한다. 담합에 의한 입찰을 무효로 함은 원고의 계약담당관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설령 원고의 계약담당관이 담합을 용인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담합에 의한 입찰을 유효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 한편,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청구제도와 과징금제도는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 손실을 입고 있는 자가 있는 경우에 그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과징금 제도에 의해 방해되는 결과가 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위 판결은 일응 “미풍양속위반 여부를 별도로 검토할 필요 없이 당연히 무효에 해당한다”라고 함으로써 종래 일본의 판례가 지지해 온 미풍양속위반을 이유로 한 상대적(제한적)무효설을 취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사실관계나 판결의 취지를 볼 때 고등재판소가 그간의 입장을 변경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겠다. 다른 한편, 카르텔 행위에 의한 부당한 경제적 이득의 박탈이 과징금 부과의 중요 목적이라고 할 때,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위 판결은 현대법의 이중처벌금지 내지 공평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2002-12-19
부당공동행위에 있어 합의의 존재 추정방법
Ⅰ. 원심(서울고법 1999.4.28, 선고 98누10686, 98누11214(병합))의 내용 원고 동서식품 주식회사(이하 원고 ‘동서식품’이라 한다)와 원고 한국네슬레 주식회사(이하 원고 ‘한국네슬레’라 한다)는 국내 커피 제조·판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로서 1997. 7. 1.부터 1998. 1. 12.까지 사이에, 원고 한국네슬레가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하면 뒤따라 원고 동서식품이 그와 경쟁하는 자사제품의 판매가격을 원고 한국네슬레의 그것과 동일하게 책정하여 인상하는 방식으로 각 커피제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사실과 이와 같은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하는 정황사실을 인정하여 피고가, 법 제19조 제5항에 의하여, 원고들이 국내 커피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법원의 원심판결에 대한 판단 법제19조(5)항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이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공동행위참가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하는 정황사실을 추정요건인 간접사실로 전제한 것은 법제19조(5)항의 적용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과 관련하여 원심이 사실상 추정방법에 의한 입증방법으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사실상 추정) 방법을 채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예를 들고 있는 그 정황증거들로서는 합의의 입증에 충분하지 않다. 증거가 지니는 의미 내지 가치를 잘못 해석·평가한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도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쟁제한성’을 결여하였음이 분명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에 대하여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원고들간의 합의를 추정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분석 및 평가 (1) 당연위법의 원칙의 채용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당공동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여 왔다(물론 부분적으로는 합리의원칙을 보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 참가자가 비진의의사표시를 한 경우, 참가자가 시장참여자중 일부분인 경우 등). 그러나 이는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경쟁법의 시행초기인 1900년대 초부터 상당한 기간동안에는 합리의원칙을 사용하다가 법원이 장기간의 칼텔사건의 심리를 통해 경험이 축적되면서 칼텔사건에 있어 일정 유형의 경우에 사업자가 공동행위에 관하여 합의를 하면 이를 실행하고 그 결과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어김없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되었고 따라서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구태여 경쟁제한성을 찾아내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법원은 또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개별사건마다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그러한 경험도 없이 곧바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또한 개별사건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한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관되게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무에서도 원칙적으로 합리의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2) 법제19조(5)항의 합의추정의 법구조와 관련하여 원심(서울고법)은 법제19조(5)항의 적용을 위해 정황사실들로서 합의를 추정하고자 하였고 이는 법제19조(5)항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다. (3)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추정방법(사실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원심(서울고법)은 공동행위 참가사업자인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수입원두 가격 및 적용환율에 차이가 있고 기타 제조경비 등 원가구성내력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판매가격이 상호 동일하게 책정된 사실을 정황증거로 들어 원고들의 가격인상행위는 원고들 사이의 합의 내지는 적어도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케 한다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과점시장에서 사업자는 경쟁사업자가 책정한 가격에 적절히 대처하기 마련이고, 이 때 어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가격을 모방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되면 상호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 없이도 독자적으로 실행에 나갈 수 있을 것이므로, 과점시장에서 경쟁상품의 가격이 동일·유사하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 사업자들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과점시장에서의 가격의 상호의존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 공동참가사업자인 두 회사는 번갈아가며 동율로 가격을 인상하였다. 물론 이와같은 가격의 동조인상 그 자체는 과점시장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상폭이나 인상율이 동일한 경우에는 동업자간에 암묵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양자는 당해 가격인상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고가품으로 보이기 위한 가격인상이 가격인상의 합리적인 사유가 되는가. 원고 동서식품은 맥심커피 200g들이 가격을 종전 4,350원에서 4,750원으로 인상하여 경쟁제품인 원고 한국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 175g들이 가격인 4,450원 보다 300원 높게 책정한 사실, 이후 양사는 상호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이 사건 가격인상이 이어진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 한국네슬레의 가격을 그대로 쫓아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원고 동서식품으로서는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별도의 내부검토자료나 시장분석자료 등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동서식품이 그러한 자료 등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써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단위가격 4,350원 짜리 상품에서 400원을 인상(약 10% 인상)하여 4,750원을 받음으로써 고급품질로 소비자에 인식되어 판매량이 증가하였다는 원고측의 주장과 10%의 가격인상으로 1년만에 5.1% 증가한 사실이 고가품으로의 소비자의 인식도의 변화에 의한 판매량의 증가라고 주장하는 원고측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미 수십년간 소비자에 인식되어온 동일 상품에 대하여 단순한 가격의 변동에서 소비자가 저가품을 고가품으로 인식전환이 가능할 것인가, 가격변동에 의해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10%의 가격변동이 소비자의 인식을 저가품에서 고가품으로 바꿀 수 있는가. 또한 1년이라는 장기간이 경과한 후에 판매량이 5.1% 증가한 사실을 가지고 특정 사유(가격인상에 의한 고가품으로의 인식전환)에 의한 결과로 판매량이 증가하였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법원은 이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도 없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순한 사실의 적시만의 주장으로 가격인상의 합리성을 인정하고 있다. 3)사후의 정보교환은 합의의 추정을 위한 정황증거가 되지 못하는가. 원고들의 지점 영업직 직원 사이에서 이 사건 가격 인상내용 중 일부에 관한 정보가 팩스로 세차례 정도 오고간 사실은 그 목적이 가격담합을 위한 사전 정보교환에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지점 직원들이 위 팩스를 주고받은 시점은 모두 가격인상일 내지 인상결정일 이후로서 그 내용이 이미 지점이나 거래처에 공개된 때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지점 영업직 사원간의 위와 같은 팩스 교신사실을 가지고 원고들간의 합의 내지 암묵적인 양해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동업자간에 가격인상에 대한 의견개진, 가격인상의 시기, 인상율, 예정가격 등 장래의 가격에 관한 사항에 대해 상호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하며(암묵적 합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정보교환을 통하여 가격을 제한하는 암묵의 합의가 있거나 공통의 의사가 형성된 경우에는 위법성이 인정된다. 본건 사안에서는 여러차레 동율의 가격인상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격인상 이후의 통지라도 장래를 위한 것일 수 있으며 사후통지는 또한 담합의 확인작업일 수도 있다. 4)대법원이 원심(서울고법)에서 긍정한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한 것은 결과적으로 Posner의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이론을 받아들여 사안에서 원고의 가격인상이 암묵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과점시장하에서의 상호의존성의 결과에 의한 가격인상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전제로 사안을 판단하고 있을 뿐 과점시장의 상호의존성이론을 채용한 이론적 근거나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4) 법제19조(5)항상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추정방법(법률상 추정)의 법리적용과 관련하여 1)경쟁제한성의 여부판단의 시기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 제19조 제5항에 기하여 사업자들의 합의를 추정하기 위하여 입증되어야 하는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은 합의가 추정되기 이전의 상태에서의 ‘경쟁제한성’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그 ‘경쟁제한성’ 유무는 사업자들의 합의가 없는 상태를 상정하여 판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법제19조(5)항을 단순히 문리적 및 기계적으로 해석한 결과로서 타당치 않다. 법제19조(5)항에서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란 공동행위 참가자가 합의를 하고 실행을 하여 그 결과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합의의 실행을 전제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성립의 요건은 공동행위의 성립과 경쟁제한성이다. 공동행위의 성립에서 입증이 어려운 것은 합의의 존재이고 법제19조(5)항은 바로 이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보충적으로 인정한 제도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경쟁제한성의 판단시기를 합의가 없는 합의 이전의 상태를 상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제19조(5)항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2)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당해행위가 그 자체로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법 제2조 제8의 2호 참조)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제한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한 위와같은 대법원의 견해는 시장참여자의 행태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인 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서 보다 더 중시해야 할 것은 시장참여자의 구조적 측면이다.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하므로 공동행위참가자의 시장에서의 지배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도 이를 간과하고 있다. 판례가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하나씩 하나씩 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3)대법원은 사안에서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이 사건 가격인상은 경쟁사보다 값이 다소 싸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던 당시 국내 커피시장의 특이한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원고들간의 경쟁이 시장에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보여질 뿐, 그로 인하여 당시 국내 커피시장이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와같은 경쟁제한성 여부의 판단방법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같이 시장참여자의 행태적 측면을 중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부당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에서 경쟁은 有效競爭으로 이해하며 따라서 유효경쟁의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다양한 유효경쟁의 기준에 의한 시장에서의 구체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참가자의 합의된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참가자집단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야 하는데 이 점이 바로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제한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 먼저 공동참가자집단의 市場에의 影響力의 크기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違法性을 판단해야 한다. 공동참가자집단에 시장지배력이 없다면 위법성(경쟁제한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안에서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는 우리나라 커피시장에서 複占을 하고 있다. 양사는 완전한 시장지배자이다. 이 경우에는 공동행위참가자가 복점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시장구조기준에서의 유효경쟁을 침해한 행위가 되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경쟁제한 가능성이 있는 법정의 합의된 행위유형을 실행한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시장효과를 평가하지 않아도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적 효과를 야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공동참가자측에서 공동행위가 경쟁촉진적이었음을 입증하여야 위법성을 부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공동참가자인 양사는 시장에서 가격만 인상하였을 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어떤 시장에서의 행동도 없다. 복점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일정간격으로 인상하는 것이야 말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된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자유롭고 시장에의 제품의 공급이 원활하여 제품의 품질이 제고되고 가격이 인하되어 소비자복지가 향상되는 것(소비자잉여의 증대)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쟁의 감소는 그 반대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양사의 커피시장에서의 복점과 가격인상은 부당공동행위의 성립요건인 경쟁제한성을 침해한 것이므로 양사를 부당공동행위자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결 론 대법원은 본건 사안에서도 당연위법의 원칙을 채용하였으며 다만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을 부인하여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사안에 법제19조(5)항의 경쟁제한성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사안에서의 양사(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의 커피시장에서의 커피가격인상은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하여 역시 이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정황증거에 의한 합의의 추정방법에 있어서는 대법원이 과점시장에서의 상호의존이론을 채용함으로써 그 자체는 경제이론의 선택의 문제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나 법제19조(5)항의 적용문제에 있어서는 경쟁제한성의 판단에 있어 일부의 요소만 검토하였고 고려해야만 하는 중요부분이 고려되지 않음으로써 결국 충분한 검토없이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002-04-18
1
2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