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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도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의 소송관계
1. 사실 공사수급인 원고는 도급인 피고를 상대로 공사계약에 따른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원고 승계참가인(이하 '승계참가인')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산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뒤, 제1심 소송 계속 중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면서 승계참가신청을 하였다. 원고는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았으나 승계참가한 부분의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제1심은 인정된 정산금채권 전부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으로 인하여 모두 승계참가인에게 이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승계참가인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인용하였다. 승계참가인과 피고는 제1심판결 중 패소부분에 대해 항소하였고, 원고는 항소하지 않았다. 원심 계속 중 원고는 부대항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승계참가인의 전부명령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원고의 부대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유의 요지 승계참가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과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다른 다수당사자 소송제도와의 정합성, 승계참가인과 피참가인인 원고의 중첩된 청구를 모순 없이 합일적으로 확정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송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동안에 제3자가 소송목적인 권리의 전부나 일부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참가한 경우,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으면서도 소송탈퇴, 소 취하 등을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동의하여 원고가 소송에 남아 있다면 승계로 인해 중첩된 원고와 승계참가인의 청구 사이에는 필수적 공동소송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67조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2002년 민사소송법 개정 후 피참가인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그 소송절차에서 탈퇴하지도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가 통상공동소송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2다1672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5850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다113455, 113462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연구 (1) 승계참가라 함은 소송계속 중에 계쟁물이 양도되었을 때 그 양수인이 그 때까지 형성된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소송절차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권리와 의무는 표리관계이므로 권리의 양수인은 물론이고 실체법상 채무의 승계인도 종전 소송수행과정에서의 유리한 소송상태를 이용하기 위하여 이 참가 방식으로 참가할 수 있다(제81조). 판례는 채권의 경우에도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하다고 하였다(대법원 1996.6.28. 선고 94다50595 판결). 그러므로 채무의 승계는 별론으로 하고라도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된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므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동관계에 있다할 수 없고 대립·견제의 관계에 있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전 판례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사이에서 대립·견제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공동관계에 있으므로, 만약 피승계인 원고에 대한 승계참가가 이루어졌으나 피고의 부동의로 원고가 탈퇴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의 청구와 승계참가인의 청구는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통상의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7.9. 선고 2002다16729 판결). 그러나 피승계인 원고가 승계참가인의 승계사실 자체를 다투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3면소송이 성립함은 물론이지만 그렇지 않고 승계를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채권의 귀속에 관하여서 양도인과 양수인의 지위는 동일채권자의 지위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로 대립·항쟁하는 관계에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2)(가) 2002년 민소법 개정 이전에는 채권의 귀속 자체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채권양도인인 원고가 채권양수인인 참가인이 소송에 참가할 때 참가를 다투었느냐는 형식에 따라 통상의 공동소송과 독립당사자참가 소송으로 구분하였다. 그 이유는, 2002년 개정 민소법 이전에 독립당사자 참가인은 원·피고 양쪽에 대하여 필수적으로 다 참가를 하여야 독립당사자참가가 가능한데 원고가 참가인의 채권양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확인할 이익이 없게 된다면 원고에 대하여 참가를 할 수 없어 양 쪽 참가가 불가능하므로 그 경우에는 참가인은 피고에 대한 개별적 소송 밖에 할 수 없게 되고, 이것을 피고의 입장에서 볼 때 참가인과 원고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는데 당시에는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 규정이 없었던 이유에서 이를 통상의 공동소송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채권에 관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대립·견제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2002년 개정 민소법 이후에는 독립당사자 참가에서 한 쪽 참가(제79조 제1항)가 가능하고, 예비적·선택적 형식으로 공동소송(제70조 제1항)을 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견제의 실체법적 관계는 그대로 소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가 다투지 아니하는 승계참가를 한 참가인과 원고의 관계를 구태여 실체법적 법률관계에 맞지 않는 통상의 공동소송관계로 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예컨대 채권양수인은 독립당사자소송의 한 쪽 참가에 의하여 채무자에게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고, 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채권양도인인 원고와 선택적 원고로서 양수금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경우에나 제79조 제2항이나 제70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에 대한 특별규정인 제67조가 준용됨으로써 채권양수인과 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 채권양도인인 원고와의 사이에서도 채권의 귀속에 관한 합일·확정의 소송관계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현행 민사소송법 하에서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관계 (가) 예를 들어 소송 계속 중에 원고는 채권양도인, 참가인은 채권양수인, 피고는 채무자로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여금청구사건에 참가인이 승계참가를 하였는데 원고가 채권양도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소송에 탈퇴하지 않은 경우를 가정한다. 제1심에서 심리한 결과 채권양도 계약이 무효이어서 양도채권은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로 원고 전부 승소, 참가인 전부 패소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고 참가인만 항소를 제기한 경우에 통상의 공동소송설에 의하면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승소판결은 제1심에서 확정되고 항소심에서는 참가인과 피고의 소송만 계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항소심의 심리에서 채권양도계약이 유효로 판명되더라도 참가인 승소판결만 가능하고 제1심에서의 원고 승소판결은 취소할 수 없다. (나) 그 결과 피고는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채무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채권자인 원고와 참가인에게 중복채무를 부담한다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승복할 수 없는 결론은 어떤 법적 방법에 의해서도 시정할 수 없다. 즉, 이것은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물론 그 채권양도계약이 변론 종결 이후의 사유도 아니어서 청구 이의의 사유(민사집행법 제44조)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 이 사건에서도 통상공동소송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부적법하여 원고의 청구는 제1심에서 청구기각 판결은 확정되었고, 참가인의 청구는 원심에서 청구기각 판결로 확정됨으로써 양도채권의 귀속자는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라) 합일확정설(독립당사자참가의 경우나 선택적공동소송은 모두 제67조를 준용하므로 이를 통합하여 '합일확정설'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에 의하면 원고의 부대항소는 적법하지만 그렇지 않고 부대항소가 없더라도 피고의 항소 유무를 떠나 사건 전부가 항소심에 이심되어 합일·확정 판결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마) 승계참가에서 통상공동소송설을 따르는 경우의 이와 같은 모순은 채권양도에서 채권자체의 귀속의 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오해가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승계참가는 채권의 귀속에 관한 대립 ·견제의 실체법적 본질이 반영되어야할 것이므로 합일확정설에 따라 '승계참가 이후 피참가인이 승계참가를 다투지 않고 소송에서 탈퇴하지도 않는 경우'의 소송구조는 필수적 공동소송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강현중, 민사소송법(7판) 900면은 일찍이 이를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종전 통상의 공동소송설을 변경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타당하다.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승계참가
통상공동소송
필수적공동소송
강현중 변호사 (前 사법정책연구원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
2020-02-1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교환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
1. 사실관계 ① 학교법인 ○○학원은 그 소유의 서울 강북구 소재 이 사건 부동산에 위치한 대학교를 원고 소유의 파주시 소재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으로 이전하기로 하였다.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결과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이었다. ② ○○학원은 2016년 8월 30일 교육부장관에게 위 대학교의 위치변경계획승인을 신청하였는데, 교육부장관은 2017년 1월 20일 ○○학원에게 '○○학원과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상호 교환하되, 그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원고가 ○○학원에 무상 출연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승인하였다. ③ 이에 따라 원고와 ○○학원은 2017년 2월 2일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을 교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원고는 위 승인조건에 따라 감정평가 차액을 ○○학원에 무상 출연하였다. ④ 원고는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인 57억4340만7000원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하여 취득세 등을 신고하면서 취득세 등을 면제받았으나, 면제유예기간 내인 2017년 9월 14일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어 2017년 10월 10일 피고에게 취득세 과세표준을 57억4340만7000원으로 하여 취득세 등 합계금 2억6419만6710원을 신고·납부하였다. ⑤ 그 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이 무상 출연액을 제외한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라는 이유로, 2017년 10월 31일 피고에게 신고·납부 세액과의 차액을 감액하여 달라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가. 지방세법 제10조 제1항 본문은 '취득세의 과세표준은 취득 당시의 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취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규정한 '취득 당시의 가액'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등 과세물건을 취득하는 데 든 사실상의 취득가액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두240 판결).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 상당액은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것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들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은 그 감정평가액 상당인 30억9755만6000원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가 ○○학원에 증여한 위 감정평가 차액 상당액이 취득가격에 포함되는 간접비용인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7. 7. 26. 대통령령 제282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평석 가. 취득세 과세표준인 '취득가격'의 법리 구 지방세법의 위임에 따라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0. 9. 20. 대통령령 제22395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82조의2 제1항 본문은 '취득가격은 취득의 시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해당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거래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직접비용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간접비용의 합계액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각호에서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제1호), 할부 또는 연불조건부 계약에 따른 이자 상당액 및 연체료(제2호), 농지법에 따른 농지보전부담금, 산지관리법에 따른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제3호), 취득에 필요한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로 지급하는 용역비·수수료(제4호),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 약정에 의한 취득자 조건 부담액과 채무인수액(제5호),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비용에 준하는 비용(제6호)을 들고 있다. 이러한 '취득가격'에는 과세대상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거래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으로서 직접비용인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은 물론 그 이외에 실제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으로 지급되었다고 볼 수 있거나(취득자금이자, 설계비 등) 그에 준하는 취득절차비용(소개수수료, 준공검사비용 등)도 간접비용으로서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나, 그것이 취득의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과세대상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가격에 포함된다고 보아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6두61907 판결 등). 나. 취득세 과세표준인 간접비용 관련 사례 대법원은 사업자가 수용에 따라 토지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지장물보상금 및 이주비 등 보상금(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누4155 판결), 주택분양보증수수료(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9두12150 판결), 아파트의 신축·분양사업과 관련된 차입금 및 분양대금 등의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자금관리를 신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 신탁수수료(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3075 판결), 취득일 이후 공사비(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두7681 판결)는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분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신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사업성 검토 등을 포함한 컨설팅 용역비(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두22034 판결), 환지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지급한 토지의 지목변경 또는 그 지상의 건축물 신축 등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35844 판결)은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간접비용인 '건설자금에 충당한 차입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금융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자산을 취득하는 데에 사용할 목적으로 직접 차입한 자금의 경우 그 지급이자는 취득에 소요되는 비용으로서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만, 그 밖의 목적으로 차입한 자금의 지급이자는 납세의무자가 자본화하여 취득가격에 적정하게 반영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차입한 자금이 과세물건의 취득을 위하여 간접적으로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투자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취득세 과세표준에 합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4두46935 판결). 다. 대상 판결의 의의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과 취득세 과세표준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따라 취득세 과세표준이 되는 '취득가격'에는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직접비용 외에 그 물건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급된 비용인 간접비용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비용이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것이어서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면 해당 물건의 취득시기 이전에 그 지급원인이 발생 또는 확정된 것이라도 이를 해당 물건의 취득세 과세표준으로 볼 수 없다.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학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30억9755만6000원이고,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교환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은 57억4340만7000원으로 원고 소유의 부동산이 고가였다. 부동산 교환거래는 등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부동산 교환거래라면 원고가 ○○학원으로부터 그 차액을 지급받아 정산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장관은 오히려 원고가 ○○학원에게 위 감정평가액의 차액 상당액을 무상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하였고, 그 조건에 따라 원고는 ○○학원에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을 무상 출연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 자체의 가격은 감정평가액인 30억9755만6000원이지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세 과세표준에는 지방세법령의 규정에 따라 해당 물건 자체의 가격인 위 감정평가액에 간접비용인 중개수수료, 취득자 조건 부담액 등이 포함된다. 원고가 ○○학원과 부동산을 교환하면서 ○○학원에게 무상 출연한 감정평가 차액 26억4585만1000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대금 외에 교육부장관의 승인조건에 따라 지급된 비용이다. 즉, 원고가 위 차액을 ○○학원에게 무상 출연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위 차액은 취득 대상이 아닌 물건이나 권리에 관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문언상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의 '취득대금 외에 당사자의 약정에 따른 취득자 조건 부담액(제5호)'이나 '이에 준하는 비용(제7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아무런 근거도 밝히지 않고 위 차액을 위 각 호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취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의문이다. 오히려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취득세
부동산
과세표준
부동산교환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2020-02-10
부동산·건축
행정사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한 경우 사업시행계획 실효여부
1. 대법원 판결 요지 및 문제의 소재 가. 대법원 판결 요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문제의 소재 위 판결 사안에 기초해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의 실효 여부 및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이후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서가 접수된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등이 실무적으로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서 다소 상반되는 판례의 경향을 확인해보고, 이에 대한 법리적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2.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된 것인지 여부 가. 정비사업 시행기간의 제규정 도시정비법은 제52조 제1항 각 호에서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시 기재해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본 항 제5호는 ‘사업시행기간 동안 정비구역 내 가로등 설치,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등 범죄예방대책’을, 제13호는 ‘그 밖에 사업시행을 위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을 각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7조 제2항 제1호는 ‘사업시행기간’을 다시 시·도 조례로 정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제8조에서는 '사업시행기간'이 아닌 '사업시행 예정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나. 사업시행기간에 대한 판례의 동향 1)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7월 3일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는 사업시행기간 경과로 실효되며, 그 후에 실효된 사업시행인가를 변경 인가해 그 시행기간을 연장했다고 하여 실효된 사업시행계획의 인가가 효력을 회복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될 수는 없고, 다만 사업시행변경인가도 시행자에게 정비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설정해 주는 처분인 점에서는 당초의 인가와 다를 바 없으므로 사업시행인가고시에 정해진 사업시행기간 경과 후에 이뤄진 변경인가고시도 그것이 새로운 인가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그에 따른 효과가 있다 할 것"이라고 했다(2013구합18018). 이 판결에 대한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사업시행기간은 제1차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2007년 9월 3일부터 48개월)의 경과로 종전 사업시행계획(제1차 내지 제5차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처분은 실효됐다고 판단된다"고 해 사업시행계획은 사업시행기간의 경과로 실효된다는 제1심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2014누58558).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2015년 8월 27일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했다(2015두41920). 2) 반면, 2015년 8월 21일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사업시행계획은 추후 수립될 관리처분계획과는 달리 조합원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항을 직접 규정하는 것이 아니고, 추후 장기간에 걸친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변경될 것이 어느 정도 예정돼 있다. (중략) 도시정비법 제30조에서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점, 또한 '사업시행기간'은 시·도 조례가 정하는 사항이므로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는 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 제1호에서 '사업시행기간'을 '정비사업의 종류·명칭'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의 종류·명칭'은 사업시행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도시정비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사업시행기간'을 사업시행계획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 (중략)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하는 경우 당해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고 그 이후에는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는 사업시행변경계획을 수립할 수도 없다고 한다면 사업시행계획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뤄진 후속행위들까지 모두 무효가 됨으로써 정비사업의 계속 추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수 이해관계인들의 권리관계에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사업의 시행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관할관청의 인가가 있어야 비로소 사업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한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9호의2, 제6항 본문, 제28조 제1항, 제5항의 규정에도 반한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에 있어서 사업시행기간은 사업시행자가 당해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장차 정비사업을 시행할 예정기간을 의미할 뿐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까지 의미한다고 볼 법령상·해석상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구합52845).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사유에 더해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해진 사업시행기간은 향후 시행될 사업에 관한 일응의 예정기간을 의미하고,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유효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2015누57118). 또한 상고심인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에 의해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한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계획 및 그에 기초해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해 사업시행기간이 도과했다 하더라도 사업시행기간의 만료로 인해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실효된다고 볼 수 없고, 유효하게 수립된 사업시행기간 내에 이뤄진 토지의 매수·수용을 비롯한 사업시행의 법적 효과가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해 무효로 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6두34905 판결). 이후 대법원은 2017. 6. 19. 선고 2015다70679 판결에서도 "사업시행기간이 사업시행계획의 효력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됐다는 것만으로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됐다고 볼 수 없고, 2차 분양신청과 제2차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해 이를 다시 확인했다. 다. 소결 1) 위 나. 1)항의 판례와 2)항의 판례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2)항의 판례의 입장에 아래와 같은 추가적인 이유로서 사업시행계획의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라도 사업시행인가가 실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동법 시행령에서 사업시행기간을 대해 시·도 조례에 위임하는 규정을 뒀는데, 관련 시·도 조례인 충청남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보더라도 제8조에서 '사업시행 예정시기'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즉,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기간’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접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 및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바, 지역에 따라서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사업시행기간을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업시행기간은 정비사업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또한, 정비사업 표준정관은 제6조에서 '사업기간'을 규정하면서 사업기간을 '조합설립인가일부터 법 제57조에서 규정한 청산업무가 종료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존재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도 모두 사업시행과정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사업시행계획 작성 시 사업시행자가 명시해 둔 사업시행기간만을 유독 유효기간이 있는 독자적 사업시행기간이라고 보고 이 기간이 지나면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성질과도 맞지 않다 할 것이다. 4) 위 나.항에서는 판례가 대립하고 있으나, 나. 1)항의 대법원 2015두41920 결정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했는 바,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라도 기존의 사업시행계획은 실효되지 않는다는 나. 2)항의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 및 '대법원 2016두34905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3.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하는지 여부 위 다.항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되지 않고 법적 효력을 유지한다면 유효한 직전 사업시행변경계획에 기초해 수립된 차후의 사업시행변경계획에는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시행기간 연장만을 위한 사업시행계획 변경신청’이라고 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마무리 사견으로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된 경우 사업시행계획 자체의 효력이 소멸한다고 가정할 때 정비사업조합이 사업을 진행하던 중 임직원의 실수로 사업시행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사업시행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지금까지의 사업시행계획을 폐지해야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러한 결과는 정비사업시행의 구성원인 정비사업 구역의 조합원들조차 원치 않는 결과라고 할 것이며, 오히려 도시정비법상 필수적·의무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사업시행기간을 정해 사업시행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다시 작성해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기존의 사업시행 계획의 재작성 및 사업시행기간 연장 등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만을 가중시킬 뿐, 시의성이 중요한 정비사업에 있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사업시행기간
도시정비사업
김래현 변호사 (법무법인 현)
2020-01-30
민사일반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을 동거·간호한 배우자의 기여분
[대상 결정] 1. 사실관계 가. 피상속인(1918년생 남자)은 1940년 10월 1일 청구외인(1916년생 여자)과 혼인하여 그 사이에 청구인들 9명을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1971년 초 상대방 A(1944년생 여자)를 만나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상대방 B, C를 자녀로 두었다. 피상속인은 청구외인이 1984년 7월 26일 사망하자 1987년 5월 16일 상대방 A와 혼인신고를 하고 2008년 3월 1일 사망할 때까지 피상속인 소유의 주택에서 함께 살았다. 나. 상속재산으로는 부동산 13건 시가 합계 약 32억원, 상속채무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등 5억원이 있다. 특별수익액은 청구인들 중 3명이 각 1억5900만원, 1억6300만원, 9500만원이고 상대방 A는 5억1200만원, 상대방 B와 C는 각 3억8100만원 상당이다. 다. 피상속인은 2003년 3월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5년 동안 여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10여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상대방 A는 그 대부분의 기간 피상속인을 간호하였다. 라. 상대방 A는 2002년 10월경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2007년 12월경 담도암 판정을 받았으며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2014년 8월 8일 사망하였다. 2. 제1, 2심의 경과 피상속인 상속재산의 적정한 분할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본심판청구에 대하여 상대방들은 상당한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였음을 주장하면서 30%의 기여분을 반심판으로 구하였다(다만 피상속인의 자녀들인 상대방 B, C의 기여분 청구는 여기서의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제1, 2심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상대방 A가 피상속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상대방 A는 피상속인의 배우자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인 공평을 기하여야 할 정도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대방 A의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다수의견의 요지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언상 가정법원이 배우자의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에서 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에게 기여분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는 잘못이 없다. 나. 소수의견(조희대 대법관)의 요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심결정은 기여분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연구] 1. 배우자의 부양행위와 기여분 대상 결정의 소수의견은 ① 다수의견이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2005년 3월 31일 개정 민법의 입법 취지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구별해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8조의2의 문리적·체계적 해석에 맞지 않고 ② 부부가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것과 동거하고 부양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배우자에 대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③ 배우자의 기여분은 부부공동형성재산의 청산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배우자와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분을 공평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고 ④ 배우자의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인구 고령화, 핵가족화, 노인 돌봄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1008조의2 제1항의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는 부양행위의 여러 태양 중 하나이고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1차적 부양의무로서 성년의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보다 더 높은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러한 행위가 신분관계로부터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이 문리적으로나 법률의 일반적인 규정 형식이나 다른 상속 규정들과의 체계적 해석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또한 기여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위하여 법정상속분을 수정하는 요소라면 동거나 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분 인정 여부를 법원이 후견적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사회 현실의 변화에 따라 배우자 기여분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기여분 인정보다는 '부양의 특별성'에 대한 해석과 구체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법원의 실무에 의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고려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 의견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배우자의 상속분 가. 기여분과 특별수익 인정에 관한 실무 경향 종래 상속재산분할을 담당하는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매우 엄격한 경향이 있었고 기여자가 배우자인지 혹은 자녀인지 등 신분상의 지위에 따라 기여분 인정 여부를 달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 하급심에서는 기여분 인정에 관하여 엄격성이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산적인 기여뿐 아니라 피상속인을 간호하고 부양하는 것과 같은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에 대하여도 기여분을 인정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서울가정법원 2018. 4. 16.자 2014느합30039 심판, 서울가정법원 2018. 9. 10.자 2016느합93 심판, 부산가정법원 2018. 11. 22.자 2016느합200041 심판 외 다수). 나아가 배우자의 기여분이 직계비속 등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기여분보다 인정되는 빈도와 비율이 대체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한편 배우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기여의 대가로 평가될 수 있다면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는 실무례도 보인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는 이유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결(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참조, 다만 위 판결은 기여분을 고려할 수 없는 유류분반환청구에 관한 것이다) 등을 근거로 한다. 나. 상속에 있어서 배우자 보호에 대한 논의 이러한 실무례는 이혼의 경우와 비교하여 상속의 경우 현재의 법정상속분만으로는 배우자 보호에 미흡하므로 생존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자는 입법론과도 어느 정도 생각이 맞닿아 있다. 2014년 법무부 민법 개정 시안에서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배우자 몫으로 우선 공제하는 규정(배우자의 선취분)의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한편 2018년 7월 13일 공포된 일본의 개정 상속법에서는 배우자의 상속분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일방 배우자가 타방 배우자에게 거주용 부동산을 유증·증여한 경우 그 부동산은 배우자의 특별수익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일본 개정 민법 제903조 제4항 참조). 다. 대상 결정의 기여분 판단 대상 결정은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이 전체 특별수익액의 30%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부양 비용을 피상속인의 수입으로 충당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상대방 A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상속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동거하였고 자신 역시 고령임에도 오랜 기간 80대가 넘는 피상속인의 병시중을 한 점, 상대방 A도 피상속인의 간호 중 암에 걸려 결국 사망하게 된 점, 상대방 A의 특별수익액은 간주상속재산 가액의 11% 정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여분을 인정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더구나 대상 결정의 다수 의견이 무형의 비재산적 기여행위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하급심 실무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해당 사안에서는 상대방 A의 기여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3. 결론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그 자체로 기여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부양의 '특별성'을 인정할 만한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상 결정의 다수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상 결정이 부양행위와 같은 무형적 기여행위에 관한 기여분 청구를 배척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기여행위의 '특별성'을 판단하는 법원의 실무가 중요할 것인데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긴밀해진 부부관계에서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동거·간호와 같은 부양행위를 기여분으로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실무가 필요하다.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상속
간병
유산
부양의무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2020-01-02
정보통신
행정사건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취약점도 과징금 부과 대상인가
2016년 2,500만 건의 고객정보를 유출 당한 인터파크에게 방통위는 44억 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액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이다(참고로 민사에서 최대 배상금액을 기록한 소송은 단연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다). 인터파크는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서울행정법원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소송에서는 인터파크의 법위반행위와 해킹 간 인과관계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다. 법원은 방통위 처분을 지지하면서 “유출사고가 난 이상 이것과 법위반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본고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파크가 당한 해킹의 유형은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이다. 이는 해커가 특정 목표 대상을 정한 후 그 허점을 집요하게 노려 침입하는 기법이다. 해커는 인터파크 직원 A의 가족사진을 가지고 화면보호기(SCR 파일)를 만들고 여기에 악성코드를 심어 A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면서, 마치 A의 친동생이 보내는 것처럼 발신 이메일 주소를 위장하고 동생의 어투까지 흉내냈다. A는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보호기의 확장자가 EXE가 아니라 SCR이라서 A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첨부파일을 열었을 것이나, SCR 파일도 악성코드 유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정 공격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악성코드는 백신에도 탐지되지 않는다. 해커는 악성코드를 감염시킨 A의 PC를 거점으로 삼아 DB 관리자 직원 B의 PC에 원격 데스크탑 접속했다. 당시 B가 퇴근한 시간이었는데, 그때까지 DB 서버와의 접속이 유지된 터미널이 B의 PC에 그대로 떠 있었다고 한다. 자동 로그아웃(이하 ‘idle timeout’)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커는 DB 서버에 손쉽게 침입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인터파크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바로 이번 사고이다. 정보통신망법의 위임을 받아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의 내용을 정한 방통위 고시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idle timeout 설정을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법상 의무를 위반하면 그 자체로 과태료, 개인정보 유출까지 되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부수적으로, A의 PC를 손에 넣은 해커가 인터파크 사내 네트워크를 스캔했더니 업무용 파일서버가 발견되었다. 거기에는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있었다. 직원들이 수많은 인터파크 서버들의 접속계정을 외우기 어려워 이를 메모해둔 것이었다. 다만, 개인정보가 유출된 DB 서버의 접속 패스워드는 여기에 없었다고 한다. 즉, 패스워드 장부 노출이라는 법위반행위와 개인정보 유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방통위는 idle timeout 미설정은 물론 및 패스워드 장부 노출까지 모두 처분원인사실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터파크는 행정소송에서 idle timeout 미설정은 APT 해킹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나아가 패스워드 장부 노출과 개인정보 유출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파크를 패소시킨 1심 및 항소심 법원은 인과관계 자체가 과징금 부과 요건이 아니라고 근거법률을 해석했다. 개정 전 법조문은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구조로서 '미조치'가 '유출'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명확했다. 이와 달리 2014년 개정된 법조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유출' 한 경우로서 법상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유출'이라는 결과와 '미조치' 행위가 인정되기만 하면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해킹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즉 ‘인과관계’ 없는 사업자의 위반행위까지 과징금 처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법해석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사료된다. 민사와 형사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행위와 인과관계 없는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형법 제17조(인과관계) 및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모두 ‘인과관계’를 법적 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요구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이다. 행정상의 제재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찬가지이다. 행정상 금전제재는 크게 과징금과 과태료로 나뉜다. 일반론적으로, 단지 절차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질서벌의 일종인 과태료(가벼운 제재)가 부과되는데 그치는 반면, 행정목적을 침해하는 결과까지 야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벌의 일종인 과징금(무거운 제재)이 부과된다. 정보통신망법 또한 이 체계에 따라 과태료와 과징금의 각 구성요건이 차등되어 있다. 사업자가 단지 idle timeout과 같은 법상 조치를 불이행한데 그쳤다면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지만(제76조 제1항 제3호), 더 나아가 개인정보 유출(해킹)이라는 결과까지 야기했다면 관련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제64조의3 제1항 제6호). 해킹을 당했다는 결과에 대해 사업자에게 과징금이라는 법적 책임을 지우려면, 마땅히 사업자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사료된다(만약 해킹과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굳이 행정질서벌을 운영할 필요가 없으니 과태료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균형에 맞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도록 개정 전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는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누출’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함으로써 미조치가 해킹의 원인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3. 11. 21.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서 “현재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 등 침해사고 발생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위반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움” 이라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 부과요건 중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할 것이 제안되었다. 참고로 이때까지는 개인정보 유출(해킹) 사고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전력이 없었다(2014. 6. 26. 비로소 첫 과징금 사건인 KT 마이올레 사건의 방통위 처분이 내려졌다). 위 방통위가 제안한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제64조의3 제1항 제6호 개정안은 독자적인 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대신 2014. 5. 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안법안의 일부로서 반영되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안법안의 의안원문 및 이에 관한 국회 검토보고서, 소관위 회의록 등 가운데 ‘인과관계’ 입증 없이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재는 어디에도 없다. 즉, ‘인과관계’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라도 되었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그 당시는 신용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사실이 2014. 1. 8.자 검찰 발표에 의해 알려진 이래 국회에서 앞 다투어 개인정보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시점이어서, 위 대안법안에는 무려 18건의 발의안이 통합되어 있었다(예컨대 300만 원 이하 법정손해배상 규정도 이 때 신설된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의 의도에 ‘인과관계’ 요건 삭제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으며, 만약 진정한 입법의도가 그러했다면 위헌 소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인과관계’를 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요건과 균형이 맞지 않게 된다. 정작 본인의 정보를 유출 당한 이용자는 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업자의 과실과 해킹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행정청은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보다 현저히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졌음에도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이라는 공법적 제재를 손쉽게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지, 응보와 억지가 피해배상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향후 만약 행정청이 ‘인과관계’ 요건 입증을 생략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번 판결이 해석한 입법의도와는 오히려 반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별도로 인과관계 요건을 입증하는데 곤란을 겪어 이용자 구제에 흠결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만약 본고의 주장에 따라 ‘인과관계’를 여전히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요건으로 해석할 경우, 인터파크 사건에서 두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는 존재하는가. 제1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곧 “Idle timeout 조치를 취했을 때 인터파크가 당한 유형의 APT 해킹을 통상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점철된다. 이는 세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 여지가 있는 문제이다. 인터파크 사건의 경우, 해커가 DB 관리자 B의 PC(관리용 단말기)에 원격 데스크탑으로 접속해보니 마침 B가 퇴근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로그아웃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다. 이와 달리, 위 망분리 프로그램 및 DB 서버 접속 터미널에 최대접속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해커가 B의 PC에 접속했을 때 위 터미널이 로그아웃 된 상태였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해커가 DB 서버에 침입할 수 있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예컨대 해커가 B의 PC에 키로거 등을 용이하게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커로서는 수고스럽더라도 위 PC에 키로거를 심어 내부망 ID·PW 및 DB 서버 ID·PW를 도청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경우 idle timeout 조치를 했었더라도 해킹은 막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싸이월드 판결은 DB 서버 계정 ID·PW가 해커에게 이미 도청당한 상태에서 idle timeout 설정은 무용지물이라는 이유로 그 미설정과 해킹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바 있었다. 달리 가정하여, 만약 해커가 B의 PC 제어권한을 완전히 탈취하지 못했거나, 또는 해커의 관점에서 우연히 접속해 본 B의 PC가 DB 관리자의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DB 서버 접속 터미널이 idle timeout 되지 않고 그대로 떠 있었던 것이 해킹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적어도 두 번째 처분사유와 해킹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DB 서버의 관리자 비밀번호는 문제된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에 쓰여 있지 않았고, 해커는 다른 경로로 DB 서버에 침입했으므로, 위 패스워드 장부 엑셀파일이 노출된 것은 DB 서버 해킹의 원인과 무관하다. 해킹과 인과관계 없는 위반행위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터파크의 입장에서는 다른 경로로 해킹을 당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해킹의 원인이 아닌 행위에 대해서까지 경한 과태료 대신 중한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 셈이다. 요컨대, 정부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이것을 과징금 부과요건에서 뺀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정부의 역할은 침해사고 원인조사의 실효성을 높임으로써 해킹과 ‘인과관계’ 있는 취약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현장에서 밝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고시는, idle timeout과 같은 지엽적인 의무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로그(Log) 보존 등 사고조사에 꼭 필요한 조치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개인정보유출
과징금
인터파크
전승재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2019-12-23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기업법무
민사일반
진술보장 조항의 본질은 무엇인가?
1. 사실관계와 소송경과 ○○오일뱅크(매수인)는 1999년 4월 2일 △△에너지(대상기업)의 주주들(매도인들)로부터 대상기업의 주식들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들은 '대상기업이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보장'을 했다. 그런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납유류 구매입찰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기업이 매수인을 포함한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법위반사실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로 인해 대상기업은 벌금과 과징금, 기타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출하게 되고, 이에 매수인은 매도인들의 위와 같은 진술보장에도 불구하고 대상기업이 담합행위에 가담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었다며, 매도인들의 진술보장 위반으로 인해 대상기업이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사실(담합 사실)에 대한 매수인의 악의와 상관없이 매도인의 책임이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악의의 매수인이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계약협상시 반영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계약 이후 뒤늦게 매도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의 적용은 사적 자치의 원칙 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에 비춰 볼 때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위 환송판결 이후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둘러싸고 다시 상고가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대상판결)에서는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장 조항을 위반한 것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일종의 채무불이행책임에 해당하며, 진술보장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이 함께 있다면 진술보장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하고, 진술보장 조항만이 존재하고 그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따로 없다면 민법 제390조를 비롯한 관련 규정들에 따라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 진술보장의 의의 및 쟁점 진술보장은 '계약의 일방당사자로 하여금 계약의 법적 유효성과 자신에 대한 일정한 사항 내지 정보를 진술하게 하고 그 내용의 진실성을 보장토록 하는 조항'을 말한다. 진술보장과 관련해서는 샌드배깅(sandbagging)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는 '매수인이 M&A 과정에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지 아니한 채 거래를 종결하고는 그 이후에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묻는 것'을 이른다. 19세기 미국 뉴욕의 갱들이 언뜻 보기에 해로울 것 같지 않은 샌드백을 살상무기로 사용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이러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는 Pro-sandbagging rule과,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이 있는 경우 매도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Anti-sandbagging rule로 그 입장이 갈린다. 3. 진술보장에 관한 국내외 논의 미국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불법행위법에 기한 책임으로 보기도 하고, 계약법에 기한 책임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전자는 진술보장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중시하는 것으로서 Anti-sandbagging rule과, 후자는 계약당사자 간의 위험분배를 중시하는 입장으로서 Pro-sandbagging rule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주마다 입장이 다른데, 델라웨어주에서는 Pro-sandbagging rule을 원칙으로 삼고 있음에 반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Anti-sandbagging rule을 따르고 있다. 또, 뉴욕주에서는 원칙적으로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나, 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유보해 두지 아니한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CBS Inc. v. Ziff-Davis Publishing Co. 판결; Gali v. Metz 판결). 일본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해 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특약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일본의 하급심 판결들 중에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정보제공의무 내지 설명의무위반에 기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례들도 존재한다(東京地裁 平成19. 7. 26; 東京地裁 平成23. 4. 19). 그리고 샌드배깅에 대한 대표적인 판결 사례로서 아루코 사건(東京地裁 平成18. 1. 17)과 나스야 사건(東京地裁 平成27. 9. 2)에서는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매수인의 선의·무중과실'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진술보장의 문제를 법상 하자담보책임과 이에 대한 손해담보의 문제로 보아 2002년 개정 독일민법(BGB) 제442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악의의 매수인에 대해서는 매도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 역시 매도인의 책임이 배제된다. 다만, 매수인의 중과실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손해담보의 인수를 하였거나 하자를 고의적으로 감춘 경우에는 매도인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에 관해, 약정하자담보책임설, 채무불이행책임설, 손해담보계약설 등이 주장되어 왔는데, 다만 샌드배깅의 문제는 법적 본질과의 논리적 연관성 관점에서보다는 신의칙 내지 공평의 이념 혹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샌드배깅에 있어서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책임은, (i) 매수인의 악의·과실과 무관하게 성립한다는 견해, (ii) 매수인의 악의·중과실의 경우에 부정된다는 견해, (iii) 매매가격 반영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으로 갈리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진술보장 위반책임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악의의 매수인도 진술보장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4. 평석 및 결론 (1) 진술보장 위반책임의 본질 M&A계약도 하자담보책임으로 규율하는 독일민법의 태도나 매매된 기업의 성상 중 진술보장이 정한 수준에 미흡한 부분은 당장 가액조정되어야 할 흠이라고 보는 실무계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진술보장 위반 사실을 하나의 하자로 관념하는 것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진술보장 조항은 M&A계약 뿐만 아니라 사채인수, 대출 등 금융계약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금융계약에서는 매매대상 자체가 존재한다 보기 어렵고 그 진술보장의 내용도 계약대상의 성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변제자력, 신용 등 차주의 주관적 사정에 관한 것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하자의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설은 M&A계약에 국한해서는 가장 설득력이 높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진술보장 조항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견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넓은 관점에서 진술보장 조항은 하자담보가 아니라 계약상 의무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바, M&A계약에서는 적정한 매수가격 산정을 위한 매도인의 정보제공의무를, 금융계약에서는 채무자의 변제자력 파악 및 안정적인 자금회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차주의 정보제공의무를 정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러한 정보제공의무라는 부수적 의무를 위반할 때 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을 구성한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볼 때, 대법원이 진술보장 제도에 관한 국내법상의 독자적인 법리를 구축해 진술보장과 우리법 체계를 가장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는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채택하고 이에 관한 계약해석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향후 진술보장 조항의 해석 및 운용에 있어 그 의의가 매우 크다. (2) 샌드배깅의 문제 대법원은 Pro-sandbagging rule을 지지하는 근거로서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진술보장의 원래적 기능은 매도인의 실사를 보충하는 데 있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정보제공의 기능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 게다가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이라는 것도, 당사자 간에 당장 확정할 수 없는 잠재적 위험 내지 손실을 성실한 협상 하에 지혜롭게 대비해 나가는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이지, 매수인이 악의인 사실을 묵비하여 분쟁상황을 야기시키는 경우 이를 정당화하는 당위법칙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샌드배깅의 문제에 대하여 진술보장의 위험분배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현재 대법원의 접근 방식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샌드배깅 문제는 진술보장 조항의 위험분배 기능보다는 정보제공 기능의 측면에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은 어디까지나 정보제공 관계의 기초가 되는 상호신뢰의 관점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매도인에 대한 비난가능성과 잘못된 정보임을 알고도 이를 악용 또는 방임한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서로 비교해 비난가능성이 더 큰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샌드배깅에 대해서는 Anti-sandbagging rule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매도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아니하되, 매수인에 대한 비난가능성보다 매도인에 대한 그것이 더 클 경우, 즉 매도인이 고의적으로 진술보장 위반사실을 은폐한 경우이거나 매수인이 악의에까지는 이르지 않고 (중)과실에 그치는 경우에는 종래의 불법성 비교이론과 유사한 맥락에서 매도인의 책임을 긍정해야 할 것이다. 임철현 변호사 (두산그룹 법무실 부장)
주식양수도계약
손해배상청구
기업인수
한화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임철현 변호사 (두산그룹 법무실 부장)
2019-11-0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외국납부세액공제
1. 쟁점의 정리 지방세법 제103조의19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은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각 사업연도의 소득'이라는 말의 의미는 법인세법 제14조제1항에서, '각 사업연도에 속하는 익금 총액에서 손금 총액을 뺀 금액'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제15조에서, '익금'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한 수입을 익금으로 보되 몇 가지 경우를 특별히 익금가산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익금가산 항목 중에서 법인세법 제15조제3항제2호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에 상당하는 금액은 세액공제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익금에 넣는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적용으로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가 그 소득의 원천지국에 납부한 외국법인세액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의 규정에 따라 내국법인이 법인세 세액공제(이른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에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 부분이 가산된다. 이렇게 계산된 법인세 과세표준이 바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된 금액'으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이다. 여기에다가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지방세법 제103조의20제1항)을 곱하여 법인지방소득세액이 산출된다. 여기서 납세자들은 지방세법상 법인지방소득세 단계에서 법인세법 제57조제4항과 같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도 법인세법상 과세표준을 동일하게 가져와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의 외국법인세액이 가산되도록 함은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법인지방소득세 감액경정을 구하였고 이를 거부한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하여 다투는 사건이 여러 건 진행중이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그러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법문대로 해석할 것인데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상 법인세법에 따른 의제익금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법 2017. 12. 20. 선고 2017구합68067 판결). 반면, 대상판결은 1심과 달리 아래 요지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시 익금산입된 외국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배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두50000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①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제57조는 동일한 소득에 대한 국가 간의 중복과세를 방지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감경하려는 취지가 있고, 법인세법 제15조제2항제2호는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인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을 익금으로 보는 데에는 이에 대한 세액공제가 뒤따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② 만일 법인지방소득세에서 외국법인세액이 세액공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익금에 포함시킨다면 오히려 법인세법 제57조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액공제를 전제로 의제되는 익금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③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은 그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 원고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이 사건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받을지 손금에 산입할지 선택할 수 있었으나,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택 권한이 없었다. 3. 평석 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문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법인세 과세표준과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위 규정의 문언은 그 자체 의미가 분명한 것으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지 법인세법 제13조의 '방법에 따라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별도로 계산하라는 뜻이 아니다. 설령 후자에 의한다 해도,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었다면, 법인세법 제13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란 공제된 간접외국납부세액이 과세표준에 가산되는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상판결의 해석은 이 지점에서 여전히 논란을 남긴다). 결국 대상판결의 해석론이란 법문언의 자연스런 문언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방향의 결론을 바라고서'문언에도 없는 의미를 부가해야만 나오는 소위 '목적론적' 해석일 뿐이다. 당초 법문언의 의미가 애매하지 않은데도 목적론적 해석을 동원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되기 어렵다. 나.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입법의도 대상판결도 법규정의 문언상 의미가 대상판결의 결론과 조화되지 않음을 의식한 듯, '입법취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작 처분 근거법령인 지방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를 외면하고 법인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만 강조하고 있어 문제이다. 처분의 근거규정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은 2014년 1월 1일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어 들어왔다. 당시 입법자료와 정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법개정의 배경과 취지를 알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拙稿,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가부', 조세법연구, 25-2, 2019.8.,143쪽 이하). 쟁점 관련 부분만 요약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의한 취득세율 인하로 초래되는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② 그래서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를 종전의 부가세에서 독립세로 전환시키되 과세표준은 소득세,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그대로 공유한다. ③ 개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종래 소득세법 단계에서 적용되던 공제, 감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이러한 공제, 감면 규정을 폐지하여 지방세수 확보를 도모한다. 근거규정의 입법의도는, 법인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지방세법상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입법자의 입법의도와 어긋난다. 다. 대상판결은 왜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을까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국제적 이중과세방지의 문제, 납세자의 선택권 침해를 거론한다. 이로 보건대 법원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때 초래될지 모를 불합리를 우려하여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인세에 대하여도 정책상 필요에 따라 순자산 증감과 무관한 익금산입, 익금불산입, 손금산입, 손금불산입이 적용된다. 예컨대 접대비, 기부금,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이 그것이다. 순자산의 증감과 과세표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 등은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은 경우를 전제로 하여 법인지방소득세에서의 과세표준을 실제 소득보다도 늘려 잡겠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늘려 잡는데 아무런 정당성의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0% 내지 25%, 법인세법 제55조)이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 내지 2.5%, 지방세법 제103조의20)보다도 훨씬 높으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에서 과세표준이 증가되더라도 법인세에서 받은 세액공제 혜택에 비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의 혜택이 법인세법과 지방세법의 개별법 단위에서 각각 관철되어야만 한다는 헌법적 근거가 없고, 입법재량이 그러한 한계 내에 묶여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오히려 납세자는 법인세법 제13조의 규정과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법인세 및 지방세의 궁극적 부담을 고려하여 법인세 단계에서 세액공제와 손금산입 중 최종 세부담의 차원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다. 지방세법 개정은 납세자가 종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택권의 의미를 변경하여 최종적 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납세자의 선택권 축소를 문제시하면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과 달리 해석하는 것은 법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런 논리를 연장하면 세부담이 증대되는 모든 법개정은 일단 잘못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설령 법문언에 따른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이는 법개정이나 위헌법률심판 절차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근거 규정의 문언을 함부로 어의와 달리 해석해서는 아니된다. 기본적으로 조세부담 증대 혹은 감소의 입법이 정당한지 여부는 정책의 문제이고 이는 입법부가 담당할 영역이지 사법부의 영역이 아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반대한다.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2019-10-31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있어서 이주지연 조합원의 손해배상 범위
1. 사실관계 A조합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일부 토지와 건물(이하 '종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A조합의 조합원이었다. A조합은 2012년 1월경 조합설립인가를, 2014년 3월경 사업시행인가를, 2015년 6월경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관할 행정청은 2015년 6월 18일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이후, B는 2015년 7월경 A조합을 상대로 위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2016년 6월경 B의 위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이에 대해 B가 항소하였으나 2016년 12월경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조합원이었던 B의 이주기한은 2015년 10월경까지였으나, B는 2016월 7월경에야 A조합에게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였으며, A조합은 B의 종전 부동산 인도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사업비용이 증가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 B의 무변론으로 원고 A조합의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어 그 판결을 취소하고,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A조합의 청구를 기각한 주된 이유는 주로 이 사건 사실관계의 특수성에 근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B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따라 종전 부동산 인도의무 부담 여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통상인인 B가 위 행정소송의 결과를 쉽게 알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B의 인도지연에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또한 B의 종전 부동산은 사업지구 내 공원부지로 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B가 종전 부동산을 인도하기 전에 철거공사가 진행되었으며, 이주기한이 도과하고 나서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사실 등을 고려하여, A조합의 손해와 B의 인도지연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 판결이유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판결에서는 B가 다툰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바가 없으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A조합 정관에 의거하여 B의 인도지연 행위 자체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B의 인도지연과 A조합의 사업지연 사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B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며, 특히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환송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환송판결의 취지대로, B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A조합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였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B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였던 사정이나 A조합이 예정된 사업기간 내에 정비사업을 마친 사정 등을 손해배상액에 대한 '책임제한 사유'로 고려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총계 5억 2000여만 원의 사업비용 증가분을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A조합의 손해액으로 보면서도, B의 책임을 10%로 제한하였으며, 이러한 파기환송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5. 10. 선고 2018나56334 판결, 이하 '대상판결')에 대하여 B는 재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송달로 확정되었다. 3. 평석 가. 환송판결은 B의 인도지연에 의한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요지의 법리를 설시하였다. 하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A조합에게 법원이 손해액에 관하여 석명하도록 명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증명을 촉구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증명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적어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의 최대한도인 액수가 드러날 정도의 증명은 이루어지도록 한 후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법원이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취지에 따라 대상판결은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하였는데, 특별히 B의 인도지연 외에도 A조합 사업지연에의 공동 원인이 있었다고 보이는 여러 사정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제한 법리'로 B의 책임범위를 10%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의 결론은 구체적인 입증 없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판단을 법원의 재량 사항에 도맡겨 버리는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나. 특히, 사안에 따라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와 다른 요인에 의한 손해를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가능할 것인데, 바로 이 사건의 경우가 위와 같이 손해의 구분이 능히 가능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에서는 B의 인도 이전에 이미 사업구역 내에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고, 예정 사업시행기간 내에 준공, 사용허가, 조합원 입주까지 사업이 모두 완료되었으며, B의 인도지연 외에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4000여 명의 교통영향평가 재심의 요청이 있는 등 다양한 사정이 개입되기도 하여, A조합이 주장하는 사업비용 증가의 손해액이 모두 B의 인도지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정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하여 시공사는 종전 부동산 철거지연 등에 따른 추가비용을 특정하여 A조합에 청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으므로, 시공사가 언급한 위 추가비용에 대한 석명이 이루어졌다면 B의 인도지연에 따른 특정 손해액이 밝혀질 여지도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입증과정을 확인하는 것보다 손쉬운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결론을 내렸다. 다. 대상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여 결론을 내리고자 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가능해 보이는 이 사건에서마저 구체적 손해액에 대한 석명 없이 판단한 결론이 확정되었는바, 이후 정비사업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언제나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있기만 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 심리 없이) 조합이 주장하는 손해 및 그 손해액은 존재하는 것이 되고, 다만 법원의 재량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는 방식으로 후행 판결례들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결론이 반드시 불합리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때는,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에 대하여 심리 노력을 다 하였음에도 손해액 입증이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하지 아니하고 그 때 그 때 법원의 재량으로 손해액을 적절히 제한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판단은 임의성을 떠나서 사회정의와 형평에 기초하는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량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액의 입증부담을 상당히 더는 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려는 피고에게 입증 부담이 전도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우려가 있을 수 있고, 조합측은 우선 손해를 과장하여 청구하고자 할 유인도 가지게 되므로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사업에서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이 발생하는 모든 사건에 대상판결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사료되며, 법원이 손해배상책임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에는 입증 노력을 다하여도 인과관계 있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임을 심리하고 이를 판결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하지 아니한다면,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의 재량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손해배상 제한의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으나, 정비사업에 개입되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정비사업이 시행될 때에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해액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업 진행 과정의 제반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체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법리로 인도지연한 소유자의 책임범위를 정하였다. 이러한 판결 내용은, 정비사업에서 사업의 지연을 가져오는 요소에는 수없이 다양한 것들이 있어 일부 소유자의 인도지연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가려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단을 도모하였다는 데에도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경우에까지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자유심증주의에 반하거나, 주장하는 자의 입증책임을 부당히 경감시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부동산 소유자의 인도지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있어서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법리는 손해액 입증이 노력을 분명하게 다 하였음에도 이러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재건축정비사업
이주지연
오경빈 변호사 (법무법인 KCL)
2019-10-24
가사·상속
친권 일부 제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1. 들어가면서 이혼 소송은 이혼 자체도 문제지만 재산분할과 함께 미성년자의 양육이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은 이혼, 위자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재산분할 등에 대하여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거나 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은 먼저 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부모 일방으로 정할 수 있고,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 있으며, 양육자를 부모 공동으로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여 양육자의 친권 행사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조정으로 가능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2. 사건의 경과 가. 부부가 서로 미성년자의 친권자와 양육자가 되겠다고 본소 및 반소 제기 A(남)와 B(여)는 2013년 혼인신고를 하였고, 2016년 자녀 X가 태어났는데, 혼인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A가 2018년 이혼(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포함)소송을 제기하자 B도 이혼과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여 서로 자신이 미성년자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양육자를 모로 정하면서 친권자는 부모 공동으로 하되, 비양육자인 부의 친권을 일부 제한 A와 B는 갈등 정도는 크지 않았지만 서로 X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되기를 원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와 함께 생활하는 B(모)는 X와 A(부)의 면접교섭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B는 가정법원의 면접교섭센터를 통해서만 X와 A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면접교섭이 원활하지 않았다. 재산분할에 대하여도 입장 차이가 커서 좀처럼 합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A가 재산분할과 양육비에 대하여 양보를 하면서 X의 양육자를 B 단독으로 하되, 친권자는 A와 B 공동으로 하자고 하면서 A의 친권 중 양육자인 B의 친권 행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제한해도 무방하다고 하여 합의가 이루어져 이혼 및 재산분할과 함께 "① X의 양육자를 B로 지정한다. ②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하되,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한다"고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 다. 이혼 및 친권자지정신고 조정이 성립된 후 A는 조정조서에 의하여 S구청에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하는 취지가 기재된 신고를 마쳤다. 라. 친권 일부 제한 기입 거부 이와 같은 이혼 및 친권자지정 신고에 대하여 S구청 가족관계등록팀은 친권 상실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친권 일부 제한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조정조서에 X의 친권자를 A와 B 공동으로 지정한 부분만 기재하고, A의 친권 중 일부 제한한 부분은 X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이에 A는 S구청의 감독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공무원 처분에 대한 불복(가족관계등록비송)을 신청하였다. 3. 대상 결정의 판단 가. 서울가정법원은 아래 주문과 같이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재하는 것을 허가하였다. 가족관계등록비송 사건이라 구체적인 이유는 없고 '이 신청은 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간략히 기재되어 있다. 나. 주문 (1) 등록기준지(생략) 사건본인 X의 공동친권자 부 A에 대한 서울가정법원 2018너*** 사건의 조정조서 제3항에 따른 친권 일부 제한 취지를 기입하지 않은 S구청장의 처분을 취소하고, (2) 위 주문 가항 기재 사건본인 X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일반등록사항란의 친권란에 '[친권제한사항] 부 A의 친권 중 거소지정권, 여권발급·재발급 및 출입국에 관한 권한, 의료·전학 및 이사에 관한 권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다만, A가 X에게 증여한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제외한다)을 제한'을 기록하는 것을 허가한다. 4. 결정의 해설 가. 혼인취소나 혼인무효는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확립되어 있다. 나. 종래 친권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권리라는 견해, 권리이자 의무라는 견해, 의무적 성격을 강조하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지만, 친권은 임의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와 학계의 견해가 수렴하고 있다. 사견은, 친권은 부모가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가 포함된 '권한'이라고 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혼시 친권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실무상 다툼이 없다. 한편, 친권 상실은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야 하고,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의 지배적인 견해이고, 종래 법원실무제요에서도 그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친권 일부 제한'과 '친권 일시 정지'는 2014년 10월 15일 민법 일부 개정으로 새로 도입되었고, 2015년 10월 15일부터 시행되었다. 친권 일부 제한 등이 새로 도입된 이후 법원실무제요는 아직 개정되지 않아 이에 대하여는 실무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친권의 일부 제한은 (친권 상실과는 달리) 반드시 친권자인 부모의 비행에 대한 제재만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비행 등이 없더라도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친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 다. 이혼시 비양육자도 친권자로 지정하면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 친권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 A가 비양육자이지만 양육자와 함께 친권자로 지정되면서 양육자의 불편을 제거하고 미성년자의 복리를 고려하여 친권 일부 제한에 동의한 것은 친권자의 지위를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는 이혼 후에도 친권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친권자로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과 임무를 하다겠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양육자인 B가 친권자로 A와 B 공동으로 지정될 경우 불편할 뿐만 아니라 X의 복리에 반할 여지도 있어서 그와 같은 범위 내에서 A의 친권 중 일부를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서 적극적으로 친권자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라. 미성년자를 둔 부모가 이혼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할 수 있다.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부모 일방이 이혼 후에도 적극적으로 친권자로 지정되면서도 양육자인 다른 부모 일방의 친권 행사 및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취지로 합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즉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된다면, 이혼 후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마. 근래 가정법원에서는 이른바 객관식 소장 모델을 제시하고, 조정전치주의를 실질화하는 등 이혼소송을 순화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이혼소송에서는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주된 쟁점은 미성년자의 양육에 관한 것(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과 재산분할에 관한 것이다. 부모 일방이 친권상실 사유에 해당될 정도로 비행의 정도가 크거나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할 경우 미성년자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시 양육자는 부모 일방으로 지정하더라도 친권자를 부모 쌍방으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면 적어도 미성년자와 관련된 분쟁은 순화될 여지가 많다. 그런데, 이혼시 부모 쌍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되, 비양육자인 부모 일방의 친권을 제한하는 것이 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반드시 별도로 심판을 거쳐야 한다면 양육자는 비양육자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친권자를 공동으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바. 법리적인 측면에서나 현실적인 측면에서나 이혼시 친권자를 부모 공동으로 지정하면서 비양육자의 친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조정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대상 결정의 의의 가. 대상 결정은 친권 일부 제한이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조정에 의한 친권 일부 제한이 미성년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어 미성년자의 기본증명서를 통하여 공시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선언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나. 친권 일부 제한 제도가 도입된 후 법원실무제요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친권 일부 제한이 민법에서 친권 상실과 관련하여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친권 일부 제한이 반드시 판결이나 심판에 의하여야 한다는 일부 해석론을 배척하고, 조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친권 일부 제한이 이혼시 친권자 지정을 포함하여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향후 법원실무제요 개정작업에도 반영되고, 가족관계등록 예규나 선례 등으로도 반영되어 규범적 효력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양육권
친권
친권일부제한
엄경천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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