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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절차 진행을 위한 주식취득이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요지 ]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무상감자를 위해 주식을 취득한 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하고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하는 등 주식취득 경위와 목적, 워크아웃절차의 진행경과를 종합해보면, 주식비율의 증가분만큼 회사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은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에 대한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으로 평가될 경우 과점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사실관계 A사는 전자부품제조 및 조립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소외 1은 A사의 대표이사, 원고는 소외 1의 처이다. A사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구조조정법’)에 따른 기업구조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 절차에서 A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A사의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등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고, 재무적 투자자이자 대주주들(이하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특별약정 체결 이전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 등의 의안을 가결하였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위와 같은 협의회의 요구를 거부하자, 원고는 협의회의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보통주 등(이하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이로 인해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 소외 1, 원고의 모친 소외 2의 주식보유비율은 59.96%에서 76.2%로 16.24% 증가하였다. 그 후 원고와 소외 1은 주채권은행에 주식포기각서, 주식처분위임장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각 작성하여 교부하고, 협의회와 A사, 주채권은행, 소외 1은 주요주주 동의서, 경영권포기각서 등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며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은 즉시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A사는 경영정상화에 실패하여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피고는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주식보유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이유로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7조 제5항에 따라 A사가 소유한 부동산 및 차량 등 과세대상 물건의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원고에게 주식증가분(16.24%) 상당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은 협의회에서 가결한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직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함과 동시에 협의회와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의회는 A사의 경영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 주식 비율의 증가분만큼 A사의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간주취득세 납세의무 제도의 의의와 취지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여부는 해당 주식 취득 전후의 제반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3. 평석 가. 관련규정 구 지방세법 제7조 제5항 본문은 ‘법인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기본법 제47조 제2호에 따른 과점주주가 되었을 때에는 그 과점주주는 해당 법인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구 지방세기본법(2013. 1. 1. 법률 제11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호에 정한 바와 같이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은 “이미 과점주주가 된 주주가 해당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여 그가 가진 주식의 비율이 증가된 경우에는 그 증가분을 취득으로 보아 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취득세를 부과한다. 다만 증가된 후의 주식 비율이 그 증가된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 5년 이내에 해당 과점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최고비율보다 증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간주취득세 제도의 취지 부동산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한 당해 법인에 부과하는 취득세는 그 법인이 실물부동산을 취득한 데 대한 과세이다. 그런데 간주취득세는 법인의 주식 등을 인수함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과세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의 과점주주에 대해 그 법인의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점주주가 되면 해당 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임의처분하거나 관리·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되어 실질적으로 그 재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담세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다.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과점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이때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라 함은, 실제 법인의 경영지배를 통하여 법인의 부동산 등의 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행사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두19501 판결). 그러나 실질과세의 원칙 중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는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입장에서 취득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주명부상의 주주 명의가 아니라 그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1두26046 판결). 그런데 구 회사정리법에 의한 정리절차개시결정으로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처분권 등이 관리인에 전속하는 경우에는 과점주주가 되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취득세 납부의무가 있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그러나 경영권이 대표이사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사실상 이전되었다는 사정은 법인 내부의 경영권이 이동된 것에 불과할 뿐 지배력 행사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고, 또 부도가 발생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는 사정도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될 뿐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5354 판결). 한편, 주식취득과 함께 지배권까지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면 주주나 과점주주가 되는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두24842 판결). 그러나 주주권의 실질적 증가 없이 주식취득의 형식이나 외관만 갖추고 있다면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 곧바로 과점주주로서 납세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의 원심은 구조조정법에는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약정체결을 강제하거나 주주권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워크아웃절차 진행은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과점주주가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주식취득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주식포기각서의 제출 등 그 후의 사정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구조조정법에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제반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 법률상 절차 내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지배와 관련 없이 주식을 취득하고 그 후 주식취득의 목적이 실현되었다면 간주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주식비율의 증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간주취득세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고 있다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법률상 주주권 행사제한 여부는 물론 주식취득 전후 제반사정까지 두루 살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2008두849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주식취득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과점주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대상판결이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대상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간주취득세 납세의무자를 부담하게 될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워크아웃
취득세부과처분
과점주주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2018-12-27
형사일반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대법원 판결평석
I. 서론 보건의료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가라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다양한 법적 그리고 정책적 논쟁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 명의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가 정책적 논쟁이라면,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경영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과연 헌법합치적일 수 있는지가 주요 법적 논쟁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 헌법 차원의 법적 논쟁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법적 논쟁은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이다.1)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내린 2018도3672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 새로운 법해석론 차원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각주1]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의료법 해당 규정의 헌법합치성 판단은 동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두가지 법적 논쟁은 완전히 독립되고 분리된 논쟁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접촉면을 갖고 있는 논쟁이라고 하겠다. II. 복수개설금지 조항의 변천 및 법원의 해석 이 글에서 분석하려는 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 개설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변천 과정을 가볍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2년 개정 이전의 복수개설 금지 조항 및 법원의 해석 해당 규정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2012년 2월 1일 현재의 내용으로 개정이 되었는데, 개정되기 직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구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1994년 1월 7일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처음 등장한 위 조항은2)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고,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3) [각주2]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위치는 의료법 제30조 및 제33조 제2항을 거쳐 지금의 제33조 제8항에 이르고 있다.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의 변천에 관하여는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각주3]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위 조항에 담긴 “개설”의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은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그 소속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여 급료를 지급하고 그 영업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는 등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나, 다른 의사의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의사가 새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일부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4) [각주4]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만 빌리고 자신의 자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는 경제적 의미에서 의료기관의 중복개설이라고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타인의 명의를 빌린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의 의료행위에만 전념하고 있다면 이를 의료기관 이중개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한 견해가 유력하다.5) [각주5] 장연화,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제한에 관한 고찰,” 법학연구, Vol. 12, No. 2 (2009), pp.279–300 2. 2012년 개정 법률 및 법원의 해석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1994년 제정 이후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조문번호나 문구의 변경과 같은 형식적인 개정만을 거쳐오다가, 제11대 국회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에 대한 다른 개정안과 통합 가결되어 2012년 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이를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이라고 부른다.) 제4조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②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제33조 (개설 등) ⑧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가. 2016년 대법원 판결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적용한 리딩 케이스로는 2016도11407 판결 (이하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병원을 운영하던 甲과 B병원을 운영하던 乙 2인의 의사가 각자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자 명의 변경을 통하여 甲은 B병원을, 乙은 A병원을 각자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악화된 乙의 부채사정으로 인하여 A병원의 재산에 대하여 乙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해오자 A병원의 개설자를 다시 乙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丙으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이후 丙은 A병원에 출근하여 진료업무를 전혀 수행한 바 없고, 乙은 甲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A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甲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甲은 자신의 B병원 직원을 A병원에 출근하도록 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임금지급, 물품 구매 등 지출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직원을 통하여 A병원의 수익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 “이미 자신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를 고용하여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그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하고, (B)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사가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의료법 제33조 제5항 등에 따른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또는 다른 의사의 면허증을 대여받아 그 의사 명의로 개설자 명의변경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위 의사로서는 중복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보다시피 (A) 부분은 앞에서 본 이전 대법원 판례와 차이가 없다.6) 그러나 (B) 부분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신설된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조항을 적용한 첫 대법원의 판결이므로 선례로서의 의미가 큰데,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새로 추가된 행위 태양인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7)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법원은 甲이 A병원을 자신의 B병원과 함께 중복하여 운영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이와 같은 기준은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 처음 제시된 기준이지만,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 규정8) 위반사건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운영” 기준과 같은 내용이다.9) [각주6]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도256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도4652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각주7]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5는 동 판결의 의미를 “추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 등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주도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였다면, 이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동 판결이 요구하는 “종전 개설자 배제”라든가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의 요소를 생략하고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각주8] 의료법 제33조 제2항 [각주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30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한다.”) 나. 2018년 대법원 판결 그런데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비교하여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상고심과 하급심 판결문에는 나타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부터 A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甲은 2013년경 乙과 지분투자 및 공동 운영 합의를 맺고 乙이 자금을 투자하여 B치과를 개설하여 진료를 하되 甲은 회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甲은 또한 2014년경 丙과 동업계약 및 지분 협의 계약을 맺었는데, 그에 따라 丙이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갑은 C치과에 30% 정도의 지분만 보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1심은 甲이 乙이나 丙의 명의를 대여하여 B치과 또는 C치과를 개설 및 운영하였다거나, B치과 또는 C치과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비의료인을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각 개설하여 운영하였고,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라고 판시하였고, (나) “그와 구분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시설·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았다. 특히 (다)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운영자로서의 지위 유무, 즉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 과정,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목된 다른 의료인과의 관계, 자금 조달 방식,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 구조, 실무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주체, 운영성과의 분배 형태, 다른 의료인이 운영하는 경영지원 업체가 있을 경우 그 경영지원 업체에 지출되는 비용 규모 및 거래 내용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기준 하에 대법원은 甲에 대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 원칙 위반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다. 2016년 판결과 대상 판결의 비교 의료기관 중복 “개설” 금지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의 (A) 부분과 대상 판결의 (가) 부분을 비교하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 반면 양 판결에 나타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은 외견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위 (B) 부분)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핵심을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에 둔 반면, 대상 판결은 (위 (나) 부분)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이라는 요소를 명시하지 아니한 채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경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상 판결은 또한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둘 이상의 의료기관이 의사 결정과 운영성과 귀속 등의 측면에서 특정 의료인에게 좌우되지 않고 각자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의료인이 단순히 협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넘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위 (다) 부분). 이와 같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새로운 운영자로 인하여 종전 개설자가 배제되고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가 단절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대상 판결은 종전 개설자의 운영이 배제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제반사정을 기초로 여전히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결론적으로 그렇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 즉, 대상 판결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에 관하여 2016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해석을 한다는 입장 - 을 취한다. 그 논거는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제시하기로 하고, 그렇게 보지 않을 경우, 즉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볼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먼저 지적하겠다. III. 대상 판결이 판례 변경이라고 볼 경우의 문제점 1. 판결의 시점 우선 대상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법률 실무가들에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과 관련하여 국내 사법부 최고심급의 결정 또는 심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의사를 병원장으로 고용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형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를 앞두고 있다.10) 또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반하고 수규범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6년 3월 10일 공개변론이 열린 바 있고 그 결정이 머지않아 내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태이다.11) [각주10] 법률신문 뉴스 2016.6.14.자 “'월급 병원장 고용' 여러 병원 개설한 의사 유·무죄…대법원 전합 회부” [각주11] 2015헌바34 의료법 제4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상황이 이러하다면 피고인 구속 사건도 아닌 마당에 머지않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적용 대상인 판결을 굳이 내릴 필요가 없었다. 잠재적인 재심의 대상을 늘려 오히려 소송경제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지어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의 판결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필요가 과연 있었는가 의문이 생긴다. 2. 소부(小部)에서의 판례 변경 대상 판결이 합의체를 통하지 않고 소부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하되, 다만 같은 항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사건을 먼저 심리하여 의견이 일치된 경우에 한하여 그 부에서 심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이 그 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판시한 의견을 변경하는 것임에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하였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이고,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의 ‘법률에 의하여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12) [각주12] 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1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이루어진 대상 판결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취지라고 본다면 이는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위반을 면하기 어렵다. 3. 피고인에게 불리해진 판례의 소급 적용 만약 대상 판결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라고 볼 경우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결과적으로 확대된 처벌 기준의 소급효이다.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비하여 복수개설 금지조항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에는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에 따라 처벌 대상이 대상이 아닌 행위가 대상 판결 이후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판례의 변경으로 인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확대되는 경우, 판례 변경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가 변경된 판례 하에서 비로소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은 마치 형벌조항을 소급적으로 입법하는 것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판례 변경의 소급효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판례변경은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법 제1조의 소급효 금지가 준용되지 않아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사판례 변경도 허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13) 대법원은 자신의 종전 2016년 판결을 수규범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대상 판결을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각주13] 대법원 1999.7.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9.17. 선고 97도3349 판결. 그러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를 비판하는 형법학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14)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여 행동에 옮긴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고 헌법질서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판례 변경이 소급효 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수규범자의 신뢰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주14] 예컨대 조기영, “판례변경과 소급효금지의 원칙”, 「동북아법연구」, 제11권 1호 (2017. 5). 물론 종전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불가벌이라고 믿었던 수규범자의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위조한 문서를 복사한 문서는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15) 문서를 위조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를 보호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준강도죄의 기수 여부를 폭행·협박행위 기준에서 절취행위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16)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신뢰한 행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형사판례 변경의 소급효와 관련하여 독일에서의 논의를 촉발시킨 음주운전의 처벌기준 강화 판결17) 역시 수규범자들이 기존 판례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에 맞춰 음주를 한 후 운전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피고인의 신뢰이익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수규범자가 변경 이전의 판례를 신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뢰가 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18) [각주15]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6] 대법원 2004.11.18. 선고 2004도5074 전원합의체 판결 [각주17] BGHSt 37, 89. 당시 독일 형법 제316조는 음주로 인하여 자동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한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때 혈중알콜농도가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운전불능상태인지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 없이 의학적인 연구 등을 기초로 판례가 기준을 정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독일연방법원은 1966년 이래로 0.13%로 유지해 온 혈중 알코올 농도의 기준치를 0.11%로 하향 조정하면서 판례 변경 이전에 혈중알콜농도 0.12%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처벌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서보학, “형사판례변경과 신뢰보호”, 「경희법학」, 제34권 (1999), pp.345–346 [각주18] 이동진, “판례변경의 소급효,” 民事判例硏究, No. 36 (2014), pp.1168. 그렇다면 신법상의 복수개설 금지조항에 관한 2016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가? 실제로 수규범자인 의료인이 동 판결을 인식하고 이를 신뢰하였다는 전제하에, 그러한 신뢰는 별로 의문의 여지 없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반시 형사처벌이 따르는 행정법규는 재판규범이자 행위규범이다. 그러나 수규범자들이 평소 모든 관련 법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개개의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수규범자에게 동등한 정도의 규범력을 갖는 행위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어떤 행정법규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법률가도 아닌 수규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준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어떤 행정법규는 규제기관에 의하여 적용되기 전까지 수규범자들이 그 존재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 운영 금지 조항은 2012년 의료법 개정 시 처음 삽입되기는 했으나 그 모태가 되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은 2000년대에 들어와 그 위반을 이유로 많은 의료인들이 기소가 되는 바람에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고자 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이 이미 인식하고 신중히 분석하고 있었던 규정이고, 동 조항을 해석한 판례19) 역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료인들에게 합법적인 경영방식의 준거로 작용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한 지위를 차지했을 것임이 당연하다. 즉 2016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일선에서의 다수의 의료인들은 합법적이라는 믿음 하에 진료는 의료기관 개설 명의자에게 맡기고 자본 투자나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법상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의 기준을 제시한 2016년 대상판결을 신뢰한 의료인들의 신뢰이익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한다. [각주19] 위 각주 4의 판례. 그런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한 의료인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비단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하여 환수하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 환수액은 의료기관이 거둔 수익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금액 전액이고 심지어는 환자 본인부담금마저 포함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파산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 되기도 한다.20) [각주20] 예컨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를 구한 2014구합11526사건에서는 환수급액이 74억원에 달하여 의료인인 원고가 파산에 이를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수규범자들인 의료인들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동 판결이 허용하는 형태로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해 왔다면, 그러한 수규범자들의 신뢰이익은 더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데, 대상 판결은 그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 없이 신법상의 중복개설 금지조항의 위반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판례를 신뢰한 의료인들을 형사처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새로이 노출시키고 있으므로 부당하다. 4. 자기 모순적인 기준 제시 서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맺을 수 있는 협력의 형태를 개념적으로 분류해보면, 아무런 자본 투자 없이 수수료를 목적으로 자문제공이나 경영지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의료기관에 자본 투입을 통하여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투자자의 관여에는 다양한 정도와 형태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가 예컨대 학연이나 혈연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피투자자의 병원 운영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투하자본이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를 바라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피투자 의료기관의 운영을 모니터하고 너무 모험적인 운영을 방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에 대한 투자의 경우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이사 선임 등을 통하여 피투자 기업이 건실한 경영을 하는지 감독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는 이상 - 지금까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기관 이중 개설·운영 금지 조항이 투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거니와, 대상 판결 자제도 의료법상 허용되는 동업의 형태로서 “단순히 헙력관계를 맺거나 경영지원 혹은 투자를 하는 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 자신이 자본을 투자한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감시 또는 감독권한을 보유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는 위법한 복수 의료기관 운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를 배제하지 않더라도 예컨대 개설 명의자와 공동으로 경영사항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한 경우조차 의료법에 위배되는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에 해당할 여지를 만들었다. 대상 판결 스스로가 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경영지원 혹은 투자”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를 위법이라고 보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IV. 대상 판결의 올바른 이해 지금까지 나열한 대상 판결의 문제점들은 대상 판결이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취지라고 볼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고, 간단하게 치유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기교적 조치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대상 판결은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1심과 이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2심의 결론은 상반되지만, 1심과 2심의 판결문을 보면 각 법원이 적용한 의료기관 중복 운영의 법리는 다르지 않다. 즉, 1심과 항소심은 동일하게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이 개설·운영하고 있는 기존 의료기관을 인수하여 … 종전 개설자를 배제하고 그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시하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21) [각주21] 2016.12.2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4214 및 2018.2.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노9. 다만 1심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항소심은 증언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 甲이 乙의 명의를 빌려 B치과를, 丙의 명의를 빌려 C치과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위 각 치과를 운영함에 있어 그 시설과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숙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사실을 인정하여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즉, 1심과 2심 결론이 상반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해석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사실인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사의 항소이유도 법리오해가 아니라 사실오인이었다.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1심과 2심 가운데 항소심을 지지하면서 “1의료인 1개설·운영 원칙 위반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고 있는데, 상고이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어떤 법리 오해를 상고이유로 제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1심과 2심이 모두 동일하게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르고 있고 사실 판단만을 달리한 경우라면, 대상판결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비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관한 대상 판결의 위 (나) 및 (다) 판시가 기존 2016년 대법원 판결의 어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여전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상 판결이 의료기관 중복 운영에 필요한 개념 요소로서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운영행위”를 제거한 듯하나, 이는 판결문에 생략되어 있을 뿐, 여전히 2016년 판결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V. 향후의 바람직한 절차 진행 지금까지 의료인은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정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조항의 해석을 살펴보았는데, 동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야기한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공개 변론까지 열렸고, 이러한 공개 변론이나 다양한 논문을 통해 합헌성 논쟁 및 의료 정책론 차원의 논쟁이22)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에 계류된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형사사건들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송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각주22] 설령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가 위헌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정당한 정책인가 하는 논쟁이다. 의료인이 1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너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라는 의료인의 책무와 상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위협이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가 좋은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와 (김준래, “네트워크병원과 의료기관 복수 개설ㆍ운영 금지 제도에 관한 고찰,” 의료법학, Vol. 17, No. 2 (2016), pp.281–313), 1명의 경영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업무의 효율,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으므로 복수개설 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김선욱 and 정혜승, “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 조항의 위헌성 -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8항을 중심으로 -,” 의료법학, Vol. 16, No. 2 (2015), pp.295–326) 충돌한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에 계류된 제33조 제8항 위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합헌 또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다면,23) 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법리를 섬세하게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기준을 완화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신뢰하여 합법적이라고 믿고 타 의료기관의 경영에 참여한 의료인이 부당하게 형사상 또는 행정처분을 통한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24) [각주23]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법률 해석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영향은 법원이 향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해석함에 있어 합헌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각주24] 형사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기존의 판례를 신뢰한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영, “被告人에게 不利한 判例變更과 遡及效禁止의 問題,” 동아법학, No. 38 (2006), pp.39–98 등. 이렇게 하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에 대하여 무죄가 인정되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도 면하게 될 것이다.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의료법제33조제8항
복수의료기관
병원
이원복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2018-12-21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한 경우 사채상환 손실의 손금산입 여부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9월 26일 및 2007년 3월 30일 전환가액을 ‘1주당 13만 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A홀딩스(이하 ’소외 회사’)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원고는 2008년 8월 29일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 기준환율에 따른 188억2900만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만4838주(1주당 액면가액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만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현물출자 계약(이하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년 9월 23일 증자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억2900만원과 장부가액 135억2600만2338원(= 액면가액 152억3040만원 - 전환권조정잔액 9억3427만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억7011만9679원)의 차액인 53억299만7662원(이하 ’쟁점 금원’)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된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경정청구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산입하고, 2010년 8월 10일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3억원 및 환급가산금 약 4860만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1년 6월경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피고에게 환급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년 7월 1일 원고에게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및 환급가산금을 다시 부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가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전환사채의 전환과 같이 회계처리를 한 점, 당초 전환조건에서 정한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산정하였고 전환권의 행사시기만 앞당겼을 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상 알 수 있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령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평석 가. 관련규정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환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은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이를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 제3호는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자산은 장부에 계상한 출자가액 또는 승계가액’을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실질과세원칙의 취지 및 적용요건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이 규정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한 경우 전환권행사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전환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서 원/엔 환율변동에 따라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될 주식 수나 전환사채의 원화상환액이 변동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환사채 발행 당시 환율은 약 800원 정도였지만 현물출자 당시 약 990원에 달했다.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어, 원고와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게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 없는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그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 행사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을 전부 손금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현물출자 방식의 채무의 출자전환은 주식의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거래이나 기존채무가 상환된다는 측면에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법 기본통칙 19-19… 38 제2항은 매입소각할 목적으로 자기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발행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사채할인발행차금 미상각액 포함)은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 제3항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은 손금항목에 해당된다.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음으로써 위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상 위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취득가액)과 장부가액(발행가액)의 차액인 쟁점 금원은 전부가 순자산 감소액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쟁점 금원(53억299만7662원) 중 이미 세무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이루어진 전환권조정잔액(9억3427만7983원)을 제외한 나머지 43억6871만9679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엔 환율상승으로 소멸한 부채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이 증가하여 원고의 순자산은 그 차액 상당액이 감소함으로써 사채상환손실이 발생하였다. 즉, 위 43억6871만9679원은 발행일과 현물출자일의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35억9860만원), 사채할인발행차금(7억7011만9679원)이고, 이는 모두 손금항목으로서 회계상 이를 손금으로 인식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방지를 위해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 받은 경우 그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이를 전환권 행사가 아니라 현물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또한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받은 경우 사채상환손실은 손금인정이 가능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환사채
법인세
현물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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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19
상사일반
골프장 부동산 공매에서 회원 계약 승계 인정 여부
-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A회사에게 회원보증금을 내고 이 사건 골프장에 회원으로 가입한 자들이다. 나. A회사는 이 사건 골프장을 건설하여 운영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B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B은행과 사이에 이 사건 신탁부동산(골프장 부지 및 건물 5동)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은행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다. 그 후 A회사가 대출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자 B은행은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대한 공매절차를 진행하였는데, 위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소외인이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B은행은 피고1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1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라. 피고1은 피고2 등과 피고3을 우선수익자로 하여 이 사건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2에게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마. 원고들은 피고1을 상대로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그 보증금의 반환을, 피고2와 피고3을 상대로는 위 골프장 부지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및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 이것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이라고만 한다) 제27조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하여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도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담보신탁을 근거로 한 공매나 수의계약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에서 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보아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인정하였다. 3. 평석 체육시설법 제27조는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어 체육필수시설의 소유권이 바뀌는 일정한 경우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7조(체육시설업 등의 승계) ①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그 상속인, 영업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合倂)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체육시설업의 등록 또는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제17조에 따라 회원을 모집한 경우에는 그 체육시설업자와 회원 간에 약정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승계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절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 따른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에게는 제1항을 준용한다. 1.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의한 환가(換價) 3. 「국세징수법」·「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 재산의 매각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절차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에서 부동산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이를 동법 제2항 제4호의 특정승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보인다. 첫째, 법률규정을 해석하기 위하여는 입법 목적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체육시설법은 1994년 1월 7일 법률 제471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30조 제1항에서 체육시설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었고, 2003년 5월 29일 법률 6907호로 일부개정되며 동조 제2항을 신설하여 자연인의 사망, 법인의 합병, 영업의 양도·양수 외에 ‘필수시설을 인수한 자’도 체육시설업의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그 범위를 확정하였으며, 위 규정은 2007. 4. 11. 법률 제8349호로 전부개정되며 제27조로 개정되었는데, 그 기본적인 취지는 체육시설의 회원 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법률 제6907호 일부개정 이유),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부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 역시 2010. 12. 30. 유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질의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에 의한 공매절차 역시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 소정의 절차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하였으며(안건번호 10-0419), 대법원 역시 이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체육시설법 제27조 제1항의 영업양도를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5379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50113 판결 등 참조). 둘째, 골프장 등 체육시설법상의 체육시설의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신탁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이에 따라 신탁법에 의한 공매절차를 통하여 체육시설이 처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통상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회원을 모집하게 되고(체육시설법 제17조), 회원들이 낸 입회금이 골프장 건축에 사용되고 있는데, 부동산신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들이 입회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상실하게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며, 이러한 문제는 체육시설업자가 체육시설 조성에 투입하는 자기자본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회원들의 권리를 제한하며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신탁법상의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의 경우를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의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절차 등과 구분하여야 할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절차 자체에 대해 법률에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고 법원 등이 그 절차를 주관하는 등의 근거를 갖추었을 때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같은 항에서 명시적으로 이와 같은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1 내지 3호까지의 절차에서도 이미 임의매각이나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육시설에 관한 담보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채무자인 위탁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재산의 공매 등과 같은 강제환가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넷째, 대상판결에 따라 거래의 안전이 침해될 염려도 없다. 체육필수시설을 부동산담보신탁에 따른 공매나 수의계약에 의해 취득하려는 자는 회원권, 입회금반환채무의 존재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17조,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의2, 제19조는 회원모집의 시기, 방법, 절차와 모집 총금액, 회원모집계획서의 제출, 회원모집결과의 보고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하려는 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나 체육시설에 대한 실사 등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에 손익을 미리 계산하여 인수가격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이 체육시설법 제27조 제3항, 제1항에 의하여 보호받는 회원은 체육시설법 제17조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회원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4다10213 판결, 대법원 99다20513 판결 참조)까지 감안하면,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체육필수시설에 관한 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된 다음 그 계약에서 정한 공매나 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일괄하여 이전되는 경우에 그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가 승계된다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입회보증금에 대한 반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나 입회보증금반환채무의 승계를 고려하지 않고 체육필수시설을 인수한 자(이 사건의 경우 인수대금은 약 14억원이나 승계되는 입회보증금반환채무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신탁공매처분된 골프장 회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후속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부동산담보신탁의 경우 대상판결로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사례를 놓고 동일한 다툼이 일어날 여지는 여전히 있다. 체육필수시설의 인수자에게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시키는 것은 인수자, 다른 채권자, 담보권자, 우선수익자 등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입법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체육시설법 제27조 제2항 제4호와 같은 포괄적 규정을 삭제하고, 동항 제1 내지 3호와 같이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입법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골프장
공매
체육시설의설치및이용에관한법률
입회보증금반환청구
조건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11-15
노동·근로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인가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방송연기자는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점, 방송연기자의 노무제공(방송연기)이 방송사업의 필수적 요소이면서 방송사업을 통해서만 방송연기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방송연기자의 업무가 방송사의 역할과 대본 등으로 결정되고, 연출감독 등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진행되는 점, 출연료는 기본적으로 방송연기라는 노무 제공의 대가인 점 등을 이유로 설령 방송연기자 중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그 소득이 방송사로부터 받는 출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더라도 방송연기자와 방송사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보면,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므로,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준별하는 종래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요건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 사건의 경위 대상판결은 교섭단위분리의 자격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1988. 1. 21.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개 지부를 설치하여 조합원 약 438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편 본 건 방송사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근로자가 설립한 5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2. 4. 9.부터 방송사와 출연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자 방송사가 창구단일화 등 법적 쟁점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였다. 이에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3년 1월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하였다. 교섭단위분리신청의 전제로 신청 주체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임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방송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가 문제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방송연기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로 구성된 연기자 노동조합은 신청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연기자 노동조합에게 신청적격이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지지하였다. 3. 근로자의 준별 가.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등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등). 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이해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은 특정의 사용자와 근로자의 현실적인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동조합법은 현실적인 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등의 보장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양자의 실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견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구별하고 있다. 다만 그 논거에 따라 (i) 노동조합법은 노동 3권의 보장을 위한 법률이므로 그 대상을 현실적인 취업자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 (ii) 노동조합법은 노무제공관계의 형성에서 종속성에 주목하는 것이므로 종속성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 (iii) 노동 의사를 중시하여 고용될 의사를 가진 자 또는 이에 준하여 생활하고 있거나 그렇게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단결하여 그 노동·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열어 줄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견해로 나뉜다. 다. 대법원은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위 2005다64385 판결)에서 노동조합법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의미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별개로 골프장 캐디 사건(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과 학습지교사 사건(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를 준별한 판례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 종래 제시한 6가지 요소 즉,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재차 확인하면서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도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는 ‘상당한’ 지휘·감독보다 완화된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존재하면 충분하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방송연기자가 연기 과정에서 일정한 재량(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재량은 방송사가 지정한 역할과 대본, 연출감독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 연출감독자가 요구하는 연기의 적합성이나 완성도에 의하여 제한 받거나 수정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방법과 달리 6가지 판단기준을 종합하여 검토하되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취업자격이 없고 기존 근로계약의 존속도 보장되지 않으며 장래 근로관계의 설정 역시 어려운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에서 나타난 바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도 위와 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방송연기자는 특정 방송사에 전속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일시적, 간헐적으로 출연계약을 맺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인 6개의 주요 요소 중 소득의존성 요소(①항)나 사용자 전속성 요소(④항)가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연기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여기에는 종래 연기자 노동조합과 방송사가 여러 차례 단체교섭을 하면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왔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서로 이의가 없었던 사정이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등을 고려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존재하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무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방안으로 산업재해 및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 노동회의소 설립, 표준계약서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일부는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개별 인정기준 중 일부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도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노동조합
방송연기자
교섭단위분리재심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18-11-08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정상이윤 건설원가에 포함 여부
-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4다17206 판결 - [대상판결 요지] 구 임대주택법(2008. 3. 21. 법률 제89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①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의 의미를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로 해석하는 이상, 정상이윤이 해당 임대주택의 건설에 실제로 투입한 비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② 구 임대주택법 제3조, 구 주택법(2007. 4. 20. 법률 제8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은 모두 임대주택의 건설, 공급 및 관리에 관하여 임대주택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택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에 이윤이 포함되었다 하여 임대주택의 실제 건축비에도 이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상이윤이 실제 건축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요지](서울고등법원 2014. 1. 24. 선고 2013나24315)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 당시 시행되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 제15조 제1항과 관련된 별표 2를 보면 공공택지 공급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 중 그 밖의 공사비 항목에 이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공공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은 이 사건 각 아파트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설원가 산정에 있어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건설원가 산정 시 정상이윤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임대사업자는 정상이윤을 얻을 기회도 없이 항상 손해를 감수하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형평에 맞지 않으며, 피고가 주장하는 정상이윤의 액수가 과다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위 항목 역시 건설원가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1. 사실관계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가 1999년 11월 2일~2000년 10월 18일까지 최초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고, 구 임대주택법 상 법정 임대의무기간이 5년인 공공건설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였다. 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들(원고)은 법정 임대의무기간 5년이 경과하여 당해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을 받은 후, 당해 분양전환가격은 구 임대주택법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을 초과한 것이어서 그 초과한 금액은 부당이득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에게 그 반환을 청구하였다. 2. 본 판례평석의 주안점 위 사건은 구 임대주택법령에 정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구체적인 택지비 산정, 자기자본비용 포함 여부 등 여러 가지의 쟁점이 있지만, 본 판례평석에서는 지면관계상 과연 임대사업자의 정상이윤이 분양전환가격에 반영되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에 관한 부분에 국한하기로 한다. 3. 판례평석 가. 관련 근거 규정의 차이 구 임대주택법 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에 관하여는 구 임대주택법령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구 주택법 제3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위 대법원 판시는 옳다고 본다. 왜냐하면,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 7. 31. 제정)은 구 주택법 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분양주택에 대한 기본형건축비를 전제로 한 것이고,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는 1999년 1월 28일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로 최초 고시되었고, 구 임대주택법 상 입주자모집 공고 당시의 주택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건축비의 상한기준인 것으로,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위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건설교통부령 제575호, 2007.7.31. 제정)은 2005년 1월 8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내 건설, 공급하는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인 공동주택에 대하여 원가연동제를 기반으로 하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후, 2007년 4월 20일 구 주택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외의 민간택지에서 건설, 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되면서 제정된 것으로, 건설교통부의 발주 용역 결과물인 2005년 3월 9일자의 새로운 건축비 산정기준 수립 연구(주관연구기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유섭, 강태경, 허영기, 안방률, 위탁연구기관 : 한국감정원, 김양수, 박차현, 김기홍)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표준건축비는 국토교통부장관(건설교통부장관)이 1999년 1월 최초로 고시한 이래로 몇 차례 개정 고시되었는데, 이는 주거전용면적기준을 세분하여 건축비의 상한가격(주택공급면적에 적용)의 구체적인 수치를 천원/㎡ 단위로 고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특히 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 2008. 12. 9. 일부 개정)는 국토해양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유섭, 강태경, 안방률, 백승호, 박원영)에게 용역 발주한 결과물인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2008. 9. 23. 발간등록번호:11-B090023-000289-01)에서 제시된 표준건축비 총 3개안 중 제1안이 채택되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가장 최근의 표준건축비고시(국토해양부고시 제2016-399호, 2016. 6. 8. 전부 개정)는 2009년 이후 생산자 물가,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여 기존의 표준건축비(국토해양부고시 제2008-707호)를 5% 인상한 것에 불과하다. 나.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 그런데 본 저자가 최근 ‘판례와 함께 하는 임대주택 관련법 해설(2018. 6. 29. 발행)’이라는 저서를 집필하면서, 나름 검토한 공공건설 임대주택과 관련된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등을 살펴보았는바, 관련 판결 등에서 위 표준건축비고시에 표시된 수치가 과연 어떠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편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건축비의 상한가격인 표준건축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근거에 의하여 산출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바, 여기에는 주택건설사업자의 이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이윤은 직접공사비 중 재료비를 제외한 금액과 간접공사비 및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에 9.0%의 요율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에 낙찰률 88%를 곱한 금액으로 특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고시는 건축비의 상한가격을 단위 당 수치로 표시하고만 있을 뿐이지만, 그 수치가 산출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또한 기실 법원(法源)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표준건축비의 연원 최초로 고시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1999. 1. 28. 건교부고시 제1999-19호)는 1998. 12. 30. 그 이전의 주택분양가원가연동제시행지침이 폐지되었음에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하여 만큼은 여전히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는 원가연동제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1999.1.28. 개정) 제3조의3(매각가격의 산정기준) [별표 2]가 신설된 것이다. 참고로 구 임대주택법상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최초 입주자 모집 당시의 주택가격의 연원 중의 하나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1976. 7. 6. 전부 개정) 제11조 [별표 3]에도 이윤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 대상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한편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 판결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하고 표준건축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이래, 기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 등과 관련하여 여전히 현재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응당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의 내용이 일응의 준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위 논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본 대상 대법원 판결과 같이 막연히 실제 투입한 건축비라는 문구 자체만을 기준으로, 정상이윤은 실제 투입한 건축비에 포함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이 입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결국,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관한 분양전환가격 등 관련 소송에 있어서, 당해 재판부가 실제 투입한 건축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 궁극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위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분양가
건설원가
공공임대주택
건축비
임진욱 변호사(법무법인 한길)
2018-10-18
조세·부담금
파산·회생
세법상 가산금의 파산절차 내에서의 지위
-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다216444 판결 -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 대한민국은 A회사가 국세를 체납하자 2010년 9월 10일 A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하였다. A회사는 2010년 11월 23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같은 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원고는 2012년 7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2013년 4월 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체납세액에 관한 교부청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3년 4월 15일 체납세액 중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세금을 모두 변제한 다음 이를 이유로 위 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체납액이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가 원고가 2013년 12월 5일 나머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자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원고는 뒤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파산선고일 이후에 발생한 가산금으로서 재단채권이 아닌 후순위파산채권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나머지 세금에 대한 주장은 본 평석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생략한다) 피고를 상대로 뒤에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직무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 파산 선고일 이전에 발생한 세금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를 파산선고 후에 지체하여 생긴 위 세금에 대한 가산금채권 역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입법 취지, 국세징수법상 가산금의 법적 성질,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국세나 지방세에 기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가산금은 후순위파산채권인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 괄호 안에 있는 규정에 따라 재단채권에서 제외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파기 후 환송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다). II. 쟁점 및 논의의 실익 기본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절차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채권인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고,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채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는 공익적 목적 등 정책적 이유에서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같은 조 제2호는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서 그 징수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을 포함하며, 제446조의 규정에 의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도 재단채권에 포함된다. 파산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채권추심절차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하는 회생절차보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이념이 강하게 관철된다. 이에 반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그리고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배당받아야 한다. 파산채권은 배당순위에 따라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 일반 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뉜다. 채무자회생법 제446조는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및 위약금 등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파산채권들은 모두 일반 파산채권이 된다. 이 중 후순위파산채권은 일반 파산채권에 대하여 배당을 통한 변제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후순위파산채권까지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리하면 그 성립이 파산선고 전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가산금도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전까지의 가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에 따라,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 중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2호 단서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라 각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 역시 재단채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어왔고,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III. 그동안의 논의 1. 견해의 대립 이에 관해서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재단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후단에 따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연체료 채권과 관련하여 이를 재단채권으로 보는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반면(2003헌가6 결정),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전단과 관련하여서는 가산금을 재단채권에 포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보았다(2006헌가6 결정). 2. 실무의 태도 구 파산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산금이 재단채권이라는 입장을 취하였고(2009다95539), 당시 실무례는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에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법인파산실무, 제4판, 박영사, 제349~350면). IV. 검토 1. 가산금의 성격 가산금은 본세가 납부기한까지 납부되지 않는 경우 미납분에 관한 지연배상금의 의미로 부과되는 부대세의 일종이다(90누2833 판결 등). 2.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조문의 괄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파산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도 일단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같은 조 제4호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되므로(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가산금 채권은 여기의 재단채권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 파산법과 달리 제2호에서는 같은 호의 재단채권에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함을 명문화한 반면, 제4호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할 실익이 생긴다. 제2호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인 조세채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단채권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고 본래적 의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제4호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가산금은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분석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이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가산금이 지연손해금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입법 당시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열거하려다가 실패하였고, 후순위파산채권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 주로 과태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구 파산법 조문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의 재단채권 중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만 후순위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우선시하여 이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후순위파산채권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 이를 재단채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성질을 띠고 있는 가산금은 위 제2호 본문 괄호에 따라 재단채권이 아닌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 가산금의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interest)의 개념 속에 넣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율인 지연이자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가산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다른 지연이자와 분리하여 도산절차 내에서도 별도로 취급하여 우대함은 부당하다(국제적으로는 조세채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실제 이를 폐지 내지 축소한 입법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본래 후순위파산채권에서 ‘후순위’라 함은 파산채권 간의 우선 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재단채권과의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닌데 위와 같이 후순위파산채권을 재단채권에서 제외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에 비추어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V. 결론 결론적으로 위 가산금 채권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 입법론으로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파산채권
재단채권
회생
세금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2018-06-04
지식재산권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발명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후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2. 청구항 분석을 통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은 ‘유리염기 또는 산부가염의 형태의 하기 일반식 (I)의 (S)-N-에틸-3[(1-디메틸아미노)에틸]-N-메틸-페닐-카르바메이트 및 전신 경피투여에 적합한 약학적 담체 또는 희석제를 포함하는 전신 경피투여용 약학조성물’ 이다.(그림) 발명의 특허성 판단에 적용될 기준을 찾기 위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성격을 위 청구항의 기재에 의하여 파악하면, 이 사건 특허발명은 그 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의 발명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의약물질의 쓰임새로서 그 권리범위를 특정하는 요소로서 경피투여라는 용도가 그 부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의약용도발명이다. 3.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 가. 구성의 곤란성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통상의 발명과 같은 의미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필요한지는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소송실무상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의약용도발명을 통상의 발명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제1설),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이 없고 예외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제2설), 의약의 용도별로 개별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판별해야 한다는 견해(제3설) 등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은 선택발명에 관한 판시(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등)와 같이 구성의 곤란성에 관한 아무런 언급 없이 효과의 현저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살피건대, 의약의 용도발명은 선택발명에서의‘후행물질’을 ‘용도’로 바꾼 것일 뿐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마찬가지로 ‘발명’즉‘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 아닌 ‘발견’에 대하여 정책적인 이유로 특허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점, 의약개발 과정에서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통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는 경험칙이 존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제2설 또는 제3설을 따를 경우,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구성의 곤란성이 없다는 점은 민사소송법상 사실상의 추정의 하나로서 일응의 추정에 해당하므로, 당해 용법용량의 한정을 방해하는 취지의 기재나 기술적 편견 등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특허권자가 주장,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이 최초로 문제된 사안에서, 특허법원 2017. 2. 3. 선고 2015허7889 판결(대법원 2017. 6. 29.자 2017후547 판결로 상고기각)은 투여용량 등을 최적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 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나. 효과의 현저성 대상판결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효과의 현저성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규정된 유용성과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우리나라 특허법상 산업상 이용가능성에 대응되는 미국법상의 유용성이 있다고 하여 진보성 판단 시 곧바로 효과의 현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의 현저성 없이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의약 발명의 경우 인체에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체에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발명의 목적이자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쉽게 진보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효과의 현저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견해가 가능하다. 의약용도발명은 명세서에 선행발명과 비교될 수 있는 발명 효과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실험자료 또는 대비결과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추후 입증이 가능한 선택발명과 달리, 효과에 대한 추후 입증이 불가능하다. 이는 선택발명에서 효과는 구성이 아닌 반면, 의약용도발명에서의 용도는 그 자체가 구성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차이다. 4. 대상판결의 검토 가. 대상판결은 비교대상발명 1, 4 및 경피흡수제의 공지, 공연실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리바스티그민의 경피흡수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다만, 경피흡수성의 예측가능성은 화합물 사이의 침투율 등 경피흡수성의 실증적 대비 등 당해 기술분야에서 사실문제로서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이 부분 대법원 판시는 별도의 사실이나 증거는 적시하지 않고, 논리학상 RA7의 높은 지질용해도 등의 성질은 경피흡수성에 대한 관계에서 참인 명제의 충분조건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 원심의 판단과 결론을 달리하였는바, 그 논증과정이 향후 투여용량, 방법에 관한 사안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대상판결은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도출할 수 없고,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 판시는 의약의 용도발명에서 원칙적으로 구성의 곤란성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견해(제2, 3설)에 따를 때, 구성의 곤란성의 존재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와 관련하여 다소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즉, 통상의 기술자가 경피투여 용도를 쉽게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특허를 무효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이를 주장, 증명하는 것으로 심리, 판단이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다. 대상판결은‘경피투여 용도는 출원일 당시의 기술수준이나 공지기술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도는 발명을 한정하는 구성이고 용도 자체를 바로 효과로 보기는 어려운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기재된 작용효과인 경피투여하였을 경우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활성에 대한 장기간의 일정한 억제 활성이 유지되며, 활성의 시작은 느린데 이것은 화합물의 안정성(tolerability)를 생각할 때 특히 유리하다는 점을 실험결과를 통한 정량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대비 대상으로 삼아 비교대상발명들과 효과상 차이를 비교,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의약이라는 물건발명에서 구성으로 한정된 투여용법, 투여용량에 관한 진보성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하였는바, 이는 용량발명 등 의약용도발명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진보성 판단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의약용도발명이 발명의 본질상 선택발명과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및 의약개발 과정에 존재하는 경험칙에 비추어 정당한 판시로 이해된다. 다만 각국의 산업발달 단계, 특허의 본질과 제도적 기능에 대한 이해, 특허를 둘러싼 정책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여 진보성의 수준과 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결론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에서는 구성의 곤란성 유무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가 분명치 않고 효과의 현저성 판단에서도 대비 대상을 삼은 효과가 적절한지 또한 효과의 이질적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근거와 논증이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진보성
특허발명
의약용도발명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8-04-10
금융·보험
파산·회생
공동근저당권자가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물상보증인 소유의 다른 목적 부동산의 채권최고액이 감축되는지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관계 가.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선행절차인 회생절차 내에서 회생담보권자의 지위에서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의 환가대금으로부터 41억원을 우선변제 받았다. 나. 그럼에도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후행 공매절차에서 당초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라는 이유로, 채권최고액 71억5000만원에서 위 41억원을 공제하지 않은 채 다시 우선 배당받음에 따라 후순위권리자인 원고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 다. 이에 원고가 2부동산에 관한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이 감액되었어야 함에도 감액하지 않고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자신에게 귀속되었어야 할 돈이 피고에게 귀속되었다며,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초과수령분(피고가 후행절차에서 배당받은 돈 - 당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 41억원 감액한 잔존 채권최고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 1심과 원심에서 모두 원고가 승소하자 피고가 상고하였다. 2. 판단의 요지 민법 368조는 공동근저당권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한 경우는 물론이며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공매 절차, 수용 절차 또는 회생 절차 등에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도 적용된다.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동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는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을 민법 368조 1항에 따라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으며, 공동근저당권의 각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이른바 누적적으로 배당받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이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각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368조 1항 및 2항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 등의 환가절차를 통하여 공동담보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 그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에 관하여는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며,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공동근저당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는 피담보채권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최초의 채권최고액에서 위와 같이 우선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으로 제한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는 채권최고액을 넘는 피담보채권이 원금이 아니라 이자·지연손해금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평석 대상판결에서는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채무자 소유의 1부동산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동근저당권의 다른 목적 부동산인 물상보증인 소유의 2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도 확정되는지 등도 문제되지만(이에 관하여는 구 회사정리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하여 확정설을 취한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6649 판결이 있다), 주로 문제되는 것은 선행 회생절차에서 피고가 우선변제 받은 액수만큼 2부동산에 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는지 여부이다. 이에 관하여는 거래관계가 계속되는 이상 근저당관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고, 채권자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가 아니므로, 채무자로부터 임의의 변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았더라도, 나머지 공동담보물에 대한 채권최고액이 감액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위 견해에 의할 경우 공동근저당권자에게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한 이익을 주고, 후순위저당권자 등에게는 근거 없이 불이익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나머지 담보물에 대하여는 채권최고액에서 이미 배당받은 만큼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판례는 최근의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0637 판결을 비롯하여 감액긍정설에 따른 것이 다수이지만(대법원 2006. 10. 27. 선고 2005다14502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68012 판결), 공동근저당권의 목적 부동산이 일부씩 나누어 순차로 경매가 실행되는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가 선행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원본 및 이자·지연손해금의 합산액이 결과적으로 채권최고액을 넘더라도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관한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다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72318 판결이 있어 통일되지 않았다. 동시배당이든 이시배당이든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 할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는 안분의 전제가 되는 채권액이 특정되어 있을 것을 필요로 하는데, 저당권은 이미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어 있고 등기까지 되어 있지만,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채권최고액만 등기되어 있을 뿐이어서,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부담할 금액을 안분하기 전에 피담보채권의 확정이 필요하다. 어느 범위의 채무를 피담보채무의 범위에 넣어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된 것인데,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가 안분부담할 채무를 정하는 문제로까지 전개되게 된다. 아무튼 대상판결은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문제로, 가령 갑 부동산 위에 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동일한 근저당거래를 확대하기 위하여 다시 최고액을 3000만원 증액할 필요가 있어 을 부동산을 추가담보로 제공하면서 공동근저당권의 등기를 하지 않은 경우 민법 368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일본에서는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1971년 민법 개정으로 공동근저당권 등기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고,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권으로 하여 공동근저당권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즉 일본 민법은 누적적 공동근저당권을 원칙으로 하여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공동저당의 등기를 한 경우에 한하여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서 공동저당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98조의18, 398조의16).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누적적 근저당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통설은 누적적 근저당 자체는 인정하되, 다만 어디까지나 공동근저당이 아닌 별개의 근저당으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 공시 자체가 별개의 근저당권으로 등기되어 있어 후순위권리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는다거나 거래의 안전을 해하지 않으므로 민법 368조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이에 의하면, 공동근저당의 취지가 등기된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원칙적으로 순수공동근저당권으로 해석하여 민법 368조가 적용된다고 보고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면서도 공동근저당관계를 등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누적적 근저당으로 보게 된다. 어쨌거나 결국 문제는 공동근저당에 대한 누적적 배당의 가부 즉, 공동근저당의 경우 그 목적부동산 중 일부가 제3자에 의하여 현금화되어 그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 받은 경우, 나머지 공동근저당권의 목적부동산에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실제로 앞서 본 대로 다시 채권최고액 만큼 변제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후순위담보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인이 없고 공동저당물이 모두 채무자 소유인 때에는 이러한 결론이 부당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이해관계인이 있는 경우 이러한 결론은 매우 부당하다. ① 공동근저당권을 누적적 근저당권과 같이 취급하게 되면 공동근저당권 등기는 그 의미를 잃게 되고, 극단적인 경우 공동근저당권자는 항상 타인으로 하여금 저당권을 실행하게 하고 자신은 배당절차에만 참가함으로써 채권최고액만큼 수차 배당받을 수 있어 우선변제권을 수차 행사할 수 있게 되고, ②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일부 부동산에서 먼저 변제받더라도 나머지 공동근저당부동산에서 다시 배당받을 수 있다면 민법 368조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③ 채무 없이 책임만 지는 물상보증인은 어느 경우라도 자신의 책임한도가 채권최고액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누적적 배당을 허용하게 되면 공동담보물 전체가 물상보증인 소유인 경우 물상보증인이 채권최고액만큼 수차에 걸쳐 누적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저당권에 있어서 후순위근저당권자가 존재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담보물의 현금화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경우, 피담보채권이 동시에 확정된다고 볼 것인가는 별론, 적어도 당초 설정된 채권최고액을 초과하여 누적적으로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회생
채무자
근저당권
공동근저당권
손흥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8-02-13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부존재 증명의 정도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51689 판결 - 판결요지: 연대보증인 교체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졌고, A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고, 명의신탁자들과 명의수탁자들이 친족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 당시 원고 등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요지: 조세회피목적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세회피목적 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1. 사실관계 원고와 그 배우자 甲은 2008년 5월 甲이 대표이사로 있던 A 회사의 발행 주식을 乙(원고와 甲의 자녀), 丙(甲의 누나), 丁(甲의 사촌동생의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하고 명의개서를 마쳤다. 피고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2012년 7월 명의수탁자들인 乙, 丙, 丁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원고와 甲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A 회사가 실제로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와 甲은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②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은 조세를 체납하고 있었고, 주식을 양도한 외관에 의하여 과점주주 및 제2차 납세의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③ 설령 원고 주장의 강제집행 회피,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한 경영상 필요 등 여러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와 甲이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연대보증인을 甲에서 乙로 교체하는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② 명의수탁자들은 원고 및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A 회사는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고,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으며, 甲에게 이미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원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이미 부도처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평석 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에 있어 조세회피목적의 의의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행정벌인데 세금 형식으로 부과된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하여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만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결국‘조세회피목적’은 위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 증명에 대한 판례의 동향 당초 대법원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배척되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누1532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다수).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은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판결은“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기존의 엄격한 입장으로 회귀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은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302 판결, 2011. 3. 24. 선고 2010두24104 판결), 대체로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1933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두6988 판결 등 다수).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다. 대상판결의 입장 원심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위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다음,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등의 판시를 인용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차이 외에도 대상판결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흐름이 다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있어서 향후 배당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주의 구성이 명의신탁 전후로 유사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회피목적도 없다고 보았다. 이는 장래 배당의 가능성을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결의 흐름과 분명히 구별된다. 라. 조세회피목적에 조세의 징수를 면할 목적도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에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다는 사정을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본 원심판결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체납 등의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한 상태에서 주식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당초 집행가능하였던 재산이 은닉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대상판결은 이를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회피란 개념적으로 과세요건의 충족을 벗어나는 행위, 즉 조세의 확정을 회피하는 행위로 이해된다(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년, 106면 등). 따라서 조세 확정 이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조세 징수의 곤란은 원칙적으로 조세회피라는 개념에 포섭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조세를 체납 중인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하여 이를 조세회피목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징수의 면에서도 체납자의 명의신탁은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조세의 징수에는 아무런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체납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재산의 보유 및 제3자에 대한 처분과정에서 발생하는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체납상태가 아닌 명의수탁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 회피 여부가 문제되는 조세는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또는 이를 보유 및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무자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뒤 그 대금은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폭탄업체를 이용한 금지금 거래)에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양자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대상판결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두38621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상판결이 단순한 1회성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래 대법원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는 ‘조세회피목적’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상판결을 비롯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위 규정의 위헌성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증여세
조세회피
명의신탁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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