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1998. 5. 8.경부터 1998. 6. 23.경까지 사이에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이뉴스(Inews)상에 개설한 인터넷 신문인 ‘팬티신문’에, 음란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甲, 乙의 홈페이지 및 丙이 미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지오시티스(geocities)상에 개설한 홈페이지에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음란사진과 음란소설을 게재하고 있는 이들 사이트에 바로 접속되도록 하여 위 ‘팬티신문’에 접속한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영상 및 문언을 공연히 전시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는 음란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는 것까지 음란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법 2001. 2. 15. 선고 99노4573 판결). 검사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 판 결 요 지 -
인터넷사이트에 링크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이를 이용하여
별다른 제한없이 음란한 부호 등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
를 조성한 경우 그러한 행위는 전기통신 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II. 판결요지
구 전기통신기본법 48조의2(2001. 1. 16. 법률 제6360호 부칙 5조 1항에 의하여 삭제되기 전의 규정이며,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5조 제2항 제2호에 해당한다)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반포·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인터넷상의 링크란 하나의 웹페이지 내의 여러 문서와 파일들을 상호 연결하거나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웹페이지들을 상호 연결해 주면서 인터넷 이용자가 마우스클릭이라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다른 문서나 웹페이지에 손쉽게 접근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마우스 클릭행위에 의하여 다른 웹사이트로부터 전송되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로서는 자신이 클릭함에 의하여 접하게 되는 정보가 링크를 설정해 놓은 웹페이지가 아니라 다른 웹사이트로부터 전송되는 것임을 인식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링크를 이용하여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한 부호 등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조성되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평 석 요 지 -
음란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특히 전시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더구나 초기화면 링크행위를
처벌할지 여부는 법관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III. 판례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성풍속을 해하는 죄 중에서는 음란서적, 음란필름, 음란한 물건, 음란한 행위 등과 같이 그 자체로서 사람의 오관에 직접 작용하는 것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하여 형법 제243조 이하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 및 음란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음란한 필름은 그 자체로는 사람의 오관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영사기를 통해 오관에 작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음란서적이나 음란물 보다는 음란정보나 동영상 등이 이전의 음란물을 대체하게 되었다. 따라서 음란물에 대한 규제대책도 인터넷의 음란정보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터넷상의 정보들이나 인터넷상의 행위들은 기존의 개념들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의 개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행위유형들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란한 정보나 영상들은 디스켓이나 CD 등에 담기기도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컴퓨터화면을 통해 직접 감상하거나 전달, 배포,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음란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의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도 형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판례는 “음란한 영상화면을 수록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을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행위에 대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 제243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도3140 판결). 이 판결이 명백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포함시키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형법 제243조 이하에서 규정된 문서, 도화, 필름, 물건 등은 사람의 오관에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등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것은 형법해석의 엄격성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전의 ‘전시(展示)’라는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그 자체에서 음란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음란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링크해주는 행위를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종전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서라도 인터넷상에 범람하는 음란정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1) 개념확장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전시(展示)라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개념을 확장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간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안에 있다면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문제는 생기지 않고, 합리적 해석 여부의 문제만이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는 전시(展示)라는 문언에 인터넷 링크방식이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좌우가 될 것이다.
(2) 원심의 판결이유
수원지법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링크(link)’의 방식에는, 다른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링크하는 방식과 다른 웹사이트에 속하는 개개의 문서나 파일에 링크하는 방식이 있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신문에다가 음란한 부호 등이 게재되거나 음란한 부호 등이 수록된 파일들이 존재하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을 링크하여 두었을 뿐이므로, 이는 위 웹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거나 알려준 것에 불과하여, 이를 들어…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음란한 부호 등이 게재되거나 음란한 부호 등이 수록된 파일들이 존재하는 웹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는 것까지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하는 것으로 본다면,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란한 부호 등이 위치하고 있는 주소를 전시하는 것도 처벌하게 되는 결과 그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하였다(수원지법 2001. 2. 15. 선고 99노4573 판결).
이는 음란 웹사이트의 음란정보나 영상 등에 바로 접속하는 방식의 링크는 전시라고 할 수 있으나, 음란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접속하게 하는 방식은 전시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보인다.
(3) 대법원의 판결이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음란 웹사이트에 링크된 경우 마우스 클릭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의해 음란 웹사이트의 음란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접근 시간이 짧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전시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미 음란한 부호 등이 불특정?다수인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는 다른 웹사이트를 링크의 수법으로 사실상 지배·이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전시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링크기술의 활용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제도를 전제로 하여 신설된 위 처벌규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 근거의 한 예로, 이용자가 피고인이 만들어 놓은 사이트에서 ‘free photo’ 표지를 클릭하면 곧바로 ‘persiankitty’라는 외국의 웹사이트 초기화면이 나오고, 그 초기화면에는 서양여성의 음부가 드러난 음란영상과 함께 일부의 음란영상을 무료로 더 볼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든다.
3. 대상판결의 평가
오늘날 전체 인터넷 사이트의 3분의 2 이상이 음란사이트라고 할만큼 음란범죄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정보는 그 양과 질에서 이전 어느때보다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형법해석의 범위를 넓혀서라도 음란범죄를 규제하려고 하는 대상판결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음란사이트에 링크시킨 것만으로 음란 부호를 전시하였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대상판결이 밝히고 있듯이 음란사이트에 링크하도록 한 것으로는 형식적으로 전시에 해당한다고 어려운 점이 있다. 대상판결은 실질적 의미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전시의 개념을 넓히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형법에서는 보장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보다는 형식적 확실성을 중요시한다. ‘실질적’이라는 개념이 구체적 타당성있는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형법해석에서는 이와 같이 신축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만약 오프라인 세계에서 서점주인이 ‘음란 잡지를 원하는 사람은 주인에게 문의하시오’ 혹은 ‘음란서적은 서랍안에 있습니다’라고 팻말을 써붙인 경우 이를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행위도 형식적으로는 전시라고 할 수 없어도 실질적으로는 전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란 사이트의 음란정보나 영상에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한 경우에는 실질적 의미의 전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화면에 링크되도록 한 경우에는 형식적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되기는 매우 어렵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음란 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연결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시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면, 동 사이트의 초기화면이 아니라 동 사이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음란정보나 영상 등을 문제삼았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persiankitty라는 사이트를 문제삼으면서 그 사이트에 있는 음란정보나 영상보다는 초기화면에 서양여성의 음부가 드러난 음란영상과 함께 일부의 음란영상을 무료로 더 볼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든다.
이는 비록 초기화면에 링크하도록 되어 있지만 초기화면에도 음란영상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음란정보나 영상에 링크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함으로써, 초기화면에 링크하도록 하는 것을 전시행위라고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감소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persinakitty의 초기화면에 있는 영상들을 음란영상이라고 본다면 거의 모든 성인사이트들은 음란영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음란범죄는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고 특히 전시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 음란물이나 음란정보를 전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의 보호법익은 선량한 성풍속과 청소년의 보호라고 할 수 있다. 즉, 청소년의 건전육성을 위해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이고, 성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음란정보에 노출되지 않도록’하기 위해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경우 일반 사이트에서 링크된 경우 뿐만 아니라 음란정보 사이트에서라도 음란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에 따른 클릭을 해야 하고 그것도 대부분 여러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음란정보에 노출되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고, 특히 다른 사이트의 초기화면을 링크시킨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초기화면에 링크시킨 행위를 처벌해야 할 것인가는 법관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국회를 통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더라도 전시행위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당해 법률에 ‘전시’ 이외에 ‘링크’(혹은 적절한 번역어)라는 행위유형을 추가하여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따라서 음란정보에 관한 한 ‘음란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인터넷의 특성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음란정보의 연못’ 정도에서 사용하던 방법은 ‘음란정보의 바다’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