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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자동차에 대한 절도죄
1. 들어가는 말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문제는 주로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그 소유권변동방법으로 사용하는 부동산물권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등기와 유사한 등록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등기·등록제도를 이용한 명의신탁의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이용될 수 있으며 자동차명의신탁에 대한 민·형사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의 하나로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인 신탁자가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와의 명의신탁계약으로 수탁자명의로 등록된 것을 이용하여 수탁자가 제3자에게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승락을 하고 이에 제3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아 위 승용차를 명의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제3자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어떠한 형사법적 문제가 발생하는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사례에 놓여있는 본질은 자동차명의신탁의 경우 그 소유권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 소유권의 여하에 따라 수탁자자가 행한 수탁자동차에 대한 처분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유효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 2007년 1월11일 선고 2006도4498 판결에서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동 판결은 절도죄와 사기죄의 부분에 대하여 각각 판단하고 있으나 아래에서는 절도죄의 부분에 대하여 고찰하기로 한다. 2. 사실관계 먼저 피고인은 경기 (차량번호 생략) 매그너스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에 불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 6월16일 16시경 A회사 사무실 앞길에서, 열쇠공을 통해 위 피해자가 주차해 둔 위 승용차의 문을 연 후 그대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 위 피해자의 소유인 위 승용차 시가 930만원 상당을 절취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2006. 6. 15. 선고 2006노670 판결에서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의하면, 자동차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해야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그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2005. 11. 10. 선고 2005도6604 판결 각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져갈 당시인 2004. 6. 16.경 위 승용차는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로 등록된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승용차는 위 일시 경 위 공소 외 2의 소유이며, 한편 그 증거나 피고인과 공소 외 2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 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더욱이 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승용차의 구입 및 등록 경위에 비추어 보면 공소 외 2는 이 사건 승용차를 등록할 당시부터 위 승용차에 대한 처분권한을 딸인 피고인에게 일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가져간 행위는 그 소유자의 승낙에 기한 것으로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대법원 1968. 11. 5. 선고 68다1658 판결, 1970. 9. 29. 선고 70다1508 판결 등 참조),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 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며(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0도576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승용차는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공소 외 2로부터 위 승용차를 가져가 매도할 것을 허락받고 그녀의 인감증명 등을 교부받은 뒤에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위 피해자 몰래 가져갔다면, 피고인과 공소 외 2의 공모·가공에 의한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우선 이 사건 승용차가 피해자 공소 외 1이 구입한 것으로 위 피해자의 실질적인 소유이고, 다만 장애인에 대한 면세 혜택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 외 2의 명의를 빌려 등록한 것으로서 양자가 명의신탁관계에 있을 뿐인지, 아니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위 피해자로부터 단독으로 증여를 받거나 또는 그 밖에 위 피해자의 아들로서 피고인의 사실상의 전 남편이던 공소 외 3과 공동으로 증여를 받은 것인지 등부터 심리한 뒤 위와 같은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평 석 이 사례는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가 자기의 명의로 자동차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등록을 한 후 명의상의 소유권자가 자신의 승낙 하에 제3자에게 이를 매도하도록 승낙하여 명의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이를 다른 사람에 매매한 경우 그 형사책임이 어떠한가에 관하여 논제를 주고 있다. 자동차가 그 소유권에 대한 공시방법으로 등록을 요구하고 있으며 부동산의 등기와 유사하게 그러한 명의를 자동차원부에 등록한 때 소유권이 인정된다. 부동산등기에서 명의신탁이 인정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동자등록명의를 이용하여 실소유자가 명의상의 등록자에게 그 자동차에 관한 명의신탁에 허용되며 이는 유효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동차 명의신탁관계에서 실소유자가 자기의 명의로 자동차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등록을 한 후 명의상의 소유자가 자기의 의사로 명의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이를 처분하도록 승낙한 후 이를 다른 사람에 매매한 경우 명의상의 소유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는 형사법상 어떠한 지위에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는 명의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승낙이라는 의사표시를 받았지만 명의수탁자가 이러한 자동차명의신탁에 있어서 당해 자동차에 대한 진정한 처분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처분권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만일 명의수탁자가 진정한 소유권자라면 이에 대한 처분의 의사표시는 유효한 의사표시로 되고 따라서 이에 기하여 행한 처분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로 되어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의수탁자가 단지 진정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만 빌려주는 관계로서 인정되는 경우 신탁자가 진정한 소유자로 되고 명의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하여 보관 내지 점유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에 명의수탁자가 행한 당해 자동차에 대한 처분의 승낙의 의사표시는 처분권한이 없는 자의 의사표시로서 유효한 의사표시가 아니며 진정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결국 명의수탁자와 신탁자사이의 명의신탁관계는 소유권자가 누구에게 귀속하는가라는 문제에 귀착된다. 이 사례는 본질적으로 명의신탁관계에서 2자형 명의신탁관계에 해당하며 신탁자(공소 외 1)와 외형상 수탁자(공소 외 2)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피고인)가 존재하므로 3자형 명의신탁의 형태로 보여 질 수도 있으나 수탁자로부터 당해 자동차처분에 대한 승낙을 받은 자는 실질적으로 명의수탁자와 이해관계가 별개인 제3자가 아니라 수탁자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수탁자와 동일한 범주에 속하며 따라서 이는 제2자형 명의신탁이다. 신탁자와 수탁자라는 2자형 명의신탁에서 신탁자와 수탁자와의 관계는 당자사사이의 대내관계만이 존재하므로 명의신탁계약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있으며 명의상의 소유자인 수탁자에게 있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동 대법원판결에서 판시한바 내용 즉, 자동차나 중기(또는 건설기계)의 소유권의 득실변경은 등록을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 그와 같은 등록이 없는 한 대외적 관계에서는 물론 당사자의 대내적 관계에 있어서도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그 소유권을 그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그 등록명의자 아닌 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다는 취지와 같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행한 신탁대상인 자동차에 대한 처분승낙의 의사표시는 실소유자가 아니므로 진정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당해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실소유자인 신탁자의 소유로 되며 수탁자가 행한 이에 대한 처분의 승낙은 자기의 소유물이 아닌 타인의 소유물에 대한 처분의 승낙이 된다. 따라서 유효한 승낙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어떠한 형사법적 평가가 주어지는가. 만일 수탁자가 스스로 신탁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 처분했다면 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처분하는 경우이므로 횡령죄가 된다. 그러나 자기가 처분하지 않고 이를 처분하도록 타인에게 승낙하여 승낙을 받은 자가 처분한 경우 이는 별도의 고찰이 필요하다.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이를 신탁자 몰래 가져간 경우 타인의 동의 없이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경우에 해당하여 절도죄로 이해하기 쉬우나 이 경우 수탁자가 자기가 보관 중인 신탁자의 자동차를 처분하도록 승낙을 하고 이에 기하여 승낙받은 자가 이를 가져 간 사례로서 수탁자의 주도적 행위에 기해 수탁자로부터 승낙 받은 자가 이에 가공한 경우이다. 이러한 점에서 판단한다면 이 사례는 횡령죄가 성립함이 타당하고 수탁자와 승낙 받은 자는 횡령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그 주요한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자동차명의이전에 필요한 수탁자명의의 인감증명을 수탁자가 자신의 인감증명 등을 주면서 처분의 승낙을 한 점에 비추어 어디까지나 수탁자의 행위에 수탁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자가 가공한 행위로 보는 것이 보다 행위의 본질상 타당하다. 자동차절도의 경우 명의이전에 필요한 수탁자의 인감증명은 본질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순히 자동차의 점유를 침해한 경우도 절도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현재 자동차에 대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와 점유자인 수탁자의 승낙 없이 임의로 가져가는 경우이므로 이는 우리형법상 재산 죄의 논리구조로 보아 절도죄가 성립할 수 없으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형법논리에 타당하다. 따라서 명의신탁대상인 자동차의 소유권이 수탁자에 있으며 수탁자의 처분의 승낙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견해와 동 소유권이 실소유자인 신탁자에 있으며 이에 대하여 행한 수탁자의 처분의 승낙은 유효하지 않으며 수탁자와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의 처분행위는 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이라는 대법원의 견해도 모두 타당하지 않다. 물론 이 경우 실소유자인 신탁자에게서 수탁자로부터 처분의 승낙을 받은 자가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타인의 재물이 아닌 자기소유의 재물에 해당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실소유자인 신탁자의 처분의 승낙을 받은 경우 이는 유효한 승낙이므로 결론은 같다. 이러한 취지에서 살펴본다면 수탁자의 승낙에 의하여 행한 피고인의 신탁자소유의 자동차처분행위는 공동가공에 의한 횡령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함이 보다 타당하다.
2008-01-21
손익상계,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 인정여부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1) A증권회사는 B보증보험회사와 A증권회사의 직원인 甲을 피보증인으로, A증권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는 신원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甲이 고객 乙로부터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아 계좌를 관리하던 중 과당매매행위를 하여 乙에게 과당매매수수료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2) 이에 乙이 A증권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함에 따라 A증권회사는 乙에게 합의로 그 손해를 배상하고 B보증보험회사에 그 합의금 전부를 보험금으로 청구하였으나, B보증보험회사가 수수료 수익 상당의 손익상계 및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주장하며 거절하자 이 건 소송을 제기했다.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원보증보험의 지급할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해 책임이 제한되는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내지 구상채무인지(이하 변상책임이라 함) 아니면 사용자가 입은 손해 전부인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원보증보험의 성질을 파악함에 있어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과 ‘보험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귀착된다. 2. 대상판결의 요지(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다15949 판결) 가. 거래수수료의 손익상계 주장에 대하여, 신원보증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 중 피보험자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보상하기로 약정한 부분은 피보험자의 피용인인 피보증인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게 된 결과 피보험자가 그 제3자에 대하여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손해보험 중에서도 일종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영업책임보험은 영업주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에 대비하여 영업주의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위험을 보험자에게 전가함으로써 기업유지의 안전을 꾀하는 데 그 효용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당매매행위로 인하여 증권회사가 예상치 않게 과당수수료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에 그로 인하여 잃게 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영업책임보험의 본질과 보험의 공공성에 부합되고 한편 증권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거래 수수료를 증권거래소에 대한 수수료, 직원에 대한 인건비 및 성과급, 증권회사의 물적 설비 유지·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증권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함으로 과당매매로 인한 수수료 상당의 수익을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신원보증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인 회사에게 피보증인인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보험자의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에 비추어 신원보증법 제6조 제3항 또는 신의칙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신원보증보험약관에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절도,강도,사기,횡령,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보통약관과 피용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를 담보하는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이 있는바, 대상판결은 피보증인인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과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중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혀 증권회사가 사용자로서 고객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이므로 이는 신원보증보험 약관 중 피보증인이 피보험자에게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상의 간접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다30206 판결 참조). 나. 손익상계 및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보험금감액 인정여부 (1) 영업책임보험성 여부 대법원 판결(대상판결 및 위 2002다30206판결 참조)은 신원보증보험의 간접손해를 담보하는 부분은 영업책임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영업책임보험은 보통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자기를 위한 보험’임에 반하여, 신원보증보험은 보통 피용자가 자신의 위법행위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 사용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변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사용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어서 영업책임보험과는 그 목적 및 구조에 있어 상이하다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은 단체계약특별약관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보험계약자가 된 경우이므로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으로서 영업책임보험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 경우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및 사용자가 신원보증보증보험을 체결하는 목적은 피용자의 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자신이 입은 손해의 전보가 아니라 그 손해에 대한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담보 받고자 체결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영업책임보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 보증보험은 ‘보험성’과 ‘보증성’을 겸유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법률문제에 있어서 구체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해서 보험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보증의 법리로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부분은 보증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증보험은 민법상의 보증처럼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경제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상의 손해보험이나 책임보험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것이다. 대법원도 ‘보증보험은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보증보험은 주채무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대법원 99다53483판결 참조) 또한, 보증보험이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의 당연한 귀결로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본질적으로 보증책임과 같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97다1013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도 ‘보증보험의 일종’으로서 다른 보증보험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할 것이므로 담보하는 손해는 보증성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3) 변상책임의 범위와 구상권의 조화 대법원은 “민법 제441조 이하에서 정한 보증인의 구상권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95다46265판결 참조), 신원보증보험 보통약관 제13조에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보증인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다만 보험자가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대위권(구상권)제한특별약관이 당연적용되어 구상권이 없다. 따라서 보험자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에 지급보험금 전부에 대하여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는바, 보통약관상의 손해에 대하여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하여 책임이 제한되는 손해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부담하지만(대법원 95다52611판결,대법원 69다887판결 참조)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을 강조하여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대해서는 손익상계나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용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변상책임을 넘어서서 변상책임을 이행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다. (4)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29023 판결과의 통일적 해석 추가위험부담특별약관(Ⅰ)에 의하면 보험자는 피보증인이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의 직접손해 또는 피보험자가 위의 사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간접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판결·감사원의 판정·기관장의 변상명령에 의해 피보증인에게 변상책임이 있다고 확정된 경우에 보험금지급책임이 있는 바,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 2005다29023판결은 “피보증인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판결로서 그 변상책임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는 것을 말하며, 피해자가 사용자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받은 확정판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신원보증보험의 보증성에 입각한 것으로서 신원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손해가 피용자의 사용자에 대한 변상책임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만약 대상판결처럼 신원보증보험의 보험성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서 담보하는 손해를 해석한다면 여기에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의 확정판결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결 론 신원보증보험은 보증보험으로서 주채무를 담보하는 것이고, 신원보증보험의 주채무는 피용자가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 부담하는 변상책임이라 할 것이므로 주채무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산정함에 있어서 인정되는 손익상계나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은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보험자의 보험금산정에 있어서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이 과당매매 수수료 상당의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 신원보증보험을 영업책임보험적 성격으로 설시한 것은 부당하지만, 다른 한편 과당매매수수료는 직원의 과당매매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득의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수수료에 대한 손익상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보통 증권회사의 직원이 과당매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증권회사에게도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에서도 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내지 신의칙에 의한 책임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1-14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Ⅰ.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사기 등의 죄로 기소되었다. 1심법원은 피고인이 공판에 출석하지 않자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따라 피고인불출석 상태에서 공판을 진행하여 2007. 4. 5.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항소하였다. 1심법원은 피고인항소 후 소송기록이 아직 1심법원에 그대로 있을 때인 같은 달 17.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2심법원은 변호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취소 결정을 하였는데, 그 결정 이유는 본안 판결을 선고한 1심법원은 판결 선고 후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Ⅱ. 대법원의 결정 요지 이에 검사는 재항고하였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결정을 하였다.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착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심법원의 결정에는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Ⅲ. 이 사건의 쟁점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 소송기록이 원심법원에 있을 때의 피고인 신병 결정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105조와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내용이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대한 결정은 소송기록이 원심법원에 있는 때에는 원심법원이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구속, 구속기간 갱신, 구속취소, 보석, 보석의 취소, 구속집행 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의 결정은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이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칙은 위 법률과 달리 원심법원의 권한으로 ‘피고인의 구속’과 ‘보석취소’를 인정하고 있는데 위 규칙의 법률저촉 여부가 쟁점이다. Ⅳ. 대법원규칙 제정권 (1) 대법원규칙 제정권의 인정이유 먼저 위 규칙이 위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항인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원심법원의 권한으로 인정한 것이 법체계상 가능한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헌법이 대법원에 규칙제정권을 부여한 이유로는 ⅰ)사법권의 자주성확보 목적과 ⅱ)기술적, 합목적적 고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대법원규칙 제정권의 인정 이유는 사항별로 다르다. 이를 분석해 보면, 법원 내부규율 사항, 재판사무의 분배 등 사무처리 방법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권리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법부의 내부사항으로서 입법부, 행정부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고 사법권의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사항에 대한 규칙 제정권은 사법권의 자주성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은 단순히 사법부 내부에 그치지 않고 국민인 소송관계인까지도 구속하는 것이므로 법률 또는 법규명령으로 제정해야 할 사항으로 국회입법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며 사법권의 자주성, 독자성이 강조될 사항이 아니다.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명백히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며 법관뿐 아니라 소송관계인인 국민, 변호사, 검사를 구속하는 것이므로 사법권의 자주성을 강조할 수 없다. 헌법 제12조는 신체구속에 관하여 엄격한 법률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이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대법원규칙의 독자성, 자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2) 위 규칙의 법률저촉여부 특정 형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권한은 그것이 본안에 관한 권한이든 구속에 관한 권한이든 그 사건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어 상소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소멸되고, 다른 법률규정이 없으면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사건이 완전히 판사의 손을 떠나는(당해 법원의 권한이 종료하는) 것은 심급제도의 원칙적 모습이다. 사법절차는 가급적 이러한 심급제도의 원칙적 모습대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이런 의미에서 예외적 특별규정인 셈인데 법률이 예외적 특별규정을 마련하면서도 그 규정에는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이 규정 이외에 원심법원이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어떠한 법 규정도 없다. 그렇다면 원심법원은 이런 경우 ‘피고인 구속’이나 ‘보석취소’를 할 수 없음이 분명하고 하위법규로 그러한 권한을 부여할 수도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하위법규인 형사소송규칙이 그 권한을 부여한 것은 법률에 정면으로 저촉된다. (3) 위 법률의 규정 취지 이 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은 위 법률이 ‘피고인 구속’과 ‘보석취소’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입법권자의 진정한 의사가 아닌 입법적 실수라고 보는 경우에만 가능한 결론이다. 그러나 위 법률의 명문상의 표현은 입법자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가 반영된 규정이다. 위 법률은 원심법원이 할 수 있는 피고인 신병에 관한 결정으로 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와 그 정지의 취소에 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상소법원에의 소송기록 도착의 신속 또는 지연이라는 법원 행정사무 상의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피고인이 신병에 관한 유리한 결정을 장기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입법자의 배려이거나(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의 집행정지의 경우) 법원이 기왕의 결정의 연장선상에서 지체 없이 내려야 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기술적 사항을 정한 것(구속기간의 갱신, 구속의 집행정지의 취소)이라고 본다. 피고인에게 가장 불이익한 ‘구속’과 ‘보석취소’는 법률이 원심법원의 권한 중에서 명백히 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명백한 사정이 없는 한 법 문언 자체를 입법자의 의사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Ⅴ. 원심법원의 ‘구속의 필요성’ 여부(이하 설명은 ‘보석취소의 필요성’에 대하여도 대동소이하다) 대법원은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의 필요성’을 이 사건 결정의 주된 이유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첫째, 재판진행을 위한 出席確保 측면이다. 항소심은 제1심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요건이 대폭 완화되어 있다. 즉 항소법원은 무변론 항소기각할 수 있고, 2회 불출석시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 피고인이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소송절차참여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나, 피고인이 적법한 소환을 받고 출석하지 않는데도 피고인을 구속하여 출석시켜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권리행사의 강제’에 해당한다. 모름지기 권리행사를 강제할 필요는 없다. 권리행사의 강제는 형사소송의 당사자주의적 성격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상고심은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고, 피고인 소환을 요하지 아니하며 피고인은 출석하더라도 변론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심 재판을 위한 출석확보는 더더욱 그 필요성이 없다. 둘째, 증거인멸 염려 측면이다. 원심법원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을 것이며 그 증거는 법원의 소송기록과 부속자료로서 확보되어 있는 것이므로 증거인멸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기 어렵다. 즉 인멸될 수 없는 증거다. 굳이 증거인멸행위를 가상해 본다면 1심법원의 증인을 회유, 강압하여 증언 번복을 약속받고 그를 항소심의 피고인 측 증인으로 신청하여 1심 증언의 번복을 이끌어 내는 행위가 될 것인데, 이러한 방식으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극히 어려울 뿐 아니라 이러한 피고인의 행태에 대하여는 항소법원이 증거신청 기각 등으로 적절히 대응하면 되는 것으로서 항소법원에 맡겨진 문제고, 1심법원이 항소법원의 재판을 앞서 걱정하여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셋째, 執行確保 측면이다.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해 두는 것은 집행확보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확정된 형은 지체 없이 즉시 집행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원심법원이 집행확보 차원에서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야 한다. 물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재판확정 전의 모든 형태의 구속을 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존중되어야 할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이다. 또한 상소법원은 원심법원과 양형의견을 달리하여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로 족하다고 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위 형사소송법 105조는 심급제도를 존중하여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불이익한 ‘구속’과 ‘보석취소’의 권한을 원심법원에 부여하지 않았다고 본다. Ⅵ. 결 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은 그 필요성이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설령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대법원규칙으로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것으로 운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명백한 국회 입법사항이다. 결국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은 법률에 명백히 저촉되므로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7-09-20
행정소송에서의 대상적격 및 피고적격의 혼란과 그 해결방안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개요는 원고 A(온라인게임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가 위 원고를 청소년보호법에 의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고시한 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하여 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취소하도록 청구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보호법 제10조의 해석상 자신의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이 정당하고 적법하며 이건 자신들의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고 사전처분이나 행정청 내부의 고지나 통보행위에 불과하여 행정처분이 아니고 이건 청소년유해매체물결정을 다투려면 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고시를 그 대상으로 하여 다투어야 한다고 본안전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측은 피고의 처분이 행정처분이며 이 사건 피고를 대상으로 한 행정처분취소송이 적법하다고 주장을 하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던 것이다. 2. 관련 법령의 현황 원칙적으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원칙적으로 청소년보호법 제8조(구법 제7조)에 의하여 청소년위원회가 결정하지만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한 심의기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해당기관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하고 유해매체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하면(청소년보호법 제8조 제3항) 이를 청소년위원회가 이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하게 된다. 한편 청소년보호법 제8조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2 및 동시행령 16조의3에 의하여 이 사건 사이트와 같이 인터넷이나 기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청소년보호법이외의 다른 법령인 위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여 청소년위원회가 아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하여 심의대상이 되고 그 심의 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면(청소년보호법 제10조) 이를 청소년위원회에 통보하여 고시토록 하면 이를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하게 되어 있다. 2. 연구 대상판결의 요지 결론적으로 위 판결은 구 청소년보호법(2004. 1. 29. 법률 제7161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및 동시행령에 따르면 피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이 행정소송상 행정처분이어서 소송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가.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 내용, 형식, 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심의기관으로서 원고가 개설, 운영하는 A라는 인터넷사이트에 대하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하여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고, 그 통보서에 이 사건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 피고에게 결정취소를 요청을 하도록 하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의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기각하기도 한 사실, 피고의 요청에 의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가 A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한 사실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피고의 결정은 피고 명의로 외부에 표시가 되고,이의가 있는 때에는 피고에게 결정취소를 구하도록 통보를 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 점, 피고의 결정에 따른 고시요청에 기하여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실질적 심사없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고시를 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당해 매체물에 관하여 구 청소년보호법상의 각종 의무가 발생하는 점, 피고는 이 사건 결정을 취소함으로서 구 청소년보호법상의 각종 의무를 소멸시킬 권한도 보유하고 있는 점 등 관련 법령의 취지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이 사건 결정은 항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연구대상판결의 의미와 검토 가. 행정처분여부의 판단기준 우선 이건 판례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여부의 판단기준에 대하여 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 내용, 형식, 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②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③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④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판단기준으로 참작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그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 구 청소년보호법상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의 처분성여부 위 행정처분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4가지의 일응의 판단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은 이 사건 피고의 결정이 행정법상 행정권 내부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 통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고 그 불복도 피고에게 직접하도록 되어 있고, 당사자인 원고도 피고를 처분청으로 여기고 피고의 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한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피고의 위 결정이 행정청 내부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 통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행정처분이며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에 대한 불복은 피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상대로 해야 함을 확인하여 준 것이다(대법원 1967. 6. 27. 67누44판결 및 홍정선저 행정법특강 제3판 584쪽 참조). 다. 피고선정의 문제 또한 이 사건의 판시는 일응 행정소송에서 처분성에 대한 소송물(소송대상)의 적격만을 다투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실무상 소송물도 문제가 되고 중요한 논점이지만 실제 위 판결의 실익 및 본질은 소를 제기하는 국민이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에게 있어서는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및 고시 및 기타 행정청의 처분 및 결정에 있어서 과연 어떤 기관을 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할 것인가의 문제다. 행정소송법 제13조 (피고적격) ①취소소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한다. 즉 위 사건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지정으로 자신의 권리에 불이익을 입은 원고가 피고를 청소년위원회로 하여 소를 제기하면 청소년위원회의 행위를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피고로 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결정을 행정소송으로 다투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의 필자도 현재 행정법원에서 이 사건 원고와 같은 내용의 온라인게임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인 B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바 소송제기당시 과연 어느 행정청을 피고로 하여 어느 행정청의 행위나 결정을 대상으로 하여 소를 제기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검토를 수차례 하다가 결국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하여 현재 변론이 진행 중이다. 라. 해결방안 (1) 입법상 해결방안 위와 같이 행정소송 제기시에 과연 해당처분의 실질적인 발령권자 및 결정권자가 어느 기관이며 피고를 누구로 선정해야 하는지는 원칙적으로 각 법령에 명시를 하거나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없게 분명히 규정을 해야 할 것인데 입법의 불비 및 흠결로 이 사건과 같은 혼란 및 다툼이 있게 되었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도대체 관련 법령의 해석상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나 행정법원의 판사님들까지도 과연 국민이 어느 기관의 어느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이 애매하고 논쟁이 분분할 정도라면 이 사건 청소년보호법은 그 흠결이 중대하고 국민의 권리구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잘못된 입법인 것이며 그러하다면 위 법 및 다른 행정입법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나 혼란이 없도록 원칙적으로 입법에서 명백히 규정을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일 것이다. (2) 행정실무상 해결방안 또한 당장 국회의 공전 및 국회의원들의 인식부족으로 기타 사정으로 입법상의 해결이 지연되거나 불가하다면 해당 행정처분에 참여하고 관여하는 행정청들이 합의 및 논의를 하여 해당 행정처분에 대하여 법적으로 다투려면 어느 행정청을 상대로 하여 어느 결정에 대하여 취소소송 등을 해야 하는지 해당 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게 명확히 통지 및 고지를 하여 주는 것이 혼란을 방지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고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합당하다고 할 것이다. (3) 해석상·소송기술상 해결방안 행정소송상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14조의 피고경정제도를 이용하여 그 잘못을 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면 행정소송법에 특별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규정이 된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을 이용하여 과연 어느 행정청이 피고가 될지 애매하고 모호한 경우 두 개의 행정청 모두를 피고로 하여 주관적, 예비적·선택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은 2007. 6 .26. 2007마515결정에서 민사소송법제70조제1항에 의하며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이 가능하며 위 법조문 해석상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의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의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거나 공동소송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청구가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청구와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① 실체법상 양립할 수 없는 관계뿐 아니라 ② 소송법상 양립을 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이 된다고 하면서 소의 주관적·예비적 병합을 인정을 하였다. 또한 행정소송에서 원고가 착각 및 혼동을 하여 피고선정을 잘못한 경우에는 추후에 진정한 행정소송상 피고가 확정된 후에 원고가 피고경정이나 수정, 청구취지 변경을 하면 원고가 잘못된 피고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하여 제소기간 준수여부를 산정하여 주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와 국민의 권리구제라는 행정소송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4. 결 론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처분의 판단기준을 밝힌 판결이며 어떠한 행정처분 및 결정에 여러 행정청이 관여 및 개입을 할 경우 과연 어느 행정청의 어떠한 처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를 선택할 것인지의 기준을 설정하여 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국민이 원고가 되어 행정소송 제기시에 피고 및 대상처분의 선택에 혼동이나 논란이 없도록 국기기관들이 최대한 입법상·해석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임시적으로는 민사소송법에 새로이 도입이 된 소의 주관적·예비적·선택적 병합이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일거에 분쟁을 해결하는 하나의 소송기술상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생각건대 위와 같은 아이템중개사이트가 아이템 범죄방지 및 사기방지, 아이템 범죄발생시 증거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는 현재의 현실에서 위 사이트들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을 한다면, 국가적·사회적으로 더 보호를 받아야 하고 사회경험도 부족한 청소년들을 게임아이템과 관련한 범죄의 충동으로 내몰거나 게임아이템 관련범죄의 피해지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하여 오히려 청소년보호에 역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사료 된다.
2007-09-10
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위임범위를 초과한 타인의 현금카드 사용 현금인출의 형사적 죄책
I.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피해자로부터 그 소유의 현금카드로 20,000원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게 되자 이를 기화로 농협지점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에 위 현금카드를 넣고 권한없이 인출금액을 50,000원으로 입력해 그 금액을 인출한 후 그 중 20,000원만 피해자에게 건네주어 나머지 30,000원을 취득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3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아 컴퓨터사용사기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II. 법원의 판단 1심법원은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는 항소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30,000원을 절취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그러나 원심법원은 이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절도죄에 있어서 절취란 재물의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자의 지배를 배제하고 자신의 지배를 옮겨놓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인데, …(현금)인출자가 현금카드 소유자의 승낙에 의하여 일단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았다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설사 하자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금지급기 관리자인 은행 등으로서는 현금카드 소유자의 계산으로 적법하게 예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현금카드를 절취한 때와 같이 현금카드 자체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경우와 달리 피고인이 예금명의인인 공소외인으로부터 위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일응 부여받은 이상 이를 기화로 그 위임 범위를 벗어나 추가로 금원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현금지급기 관리자로서는 예금명의인의 계산으로 인출자에게 적법하게 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현금지급기 관리자에게 예금명의인과 그로부터 현금 인출을 위임받은 자 사이의 내부적인 위임관계까지 관여해 그 위임받은 범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그 인출행위를 승낙하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법원이 입장을 유지하면서,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해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형법 제347조의2의 컴퓨터등사용사기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III. 대상판례의 해석 1. 기존 판례와 모순 되는가? 대상판결은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인출한 50,000원 중 위임받은 20,000원을 제외한 30,000원을 취득한 부분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보았다. 그러나 타인명의의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한 기존의 판례(대판 2003. 5. 13. 2003도1178)는, 현금은 재물이지 재산상 이익이 아니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조문상 ‘재물’을 객체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판례가 바뀐 것인가? 대상판례가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려고 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면 판례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모순된 판결이 병존하는 것인가? 대상판결은 이상의 의문점을 풀어주는 상세한 논리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2. 초과 인출된 30,000원은 ‘재물’인가? 대상판결에서 피고인은 타인의 신용카드를 절취해 이용하는 것처럼 이용권한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카드소지인으로부터 현금을 인출할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그 위임의 범위를 초과하여 50,000원을 인출하고 차액인 30,000원을 취득하였다. 만약 위임의 범위를 초과한 30,000원을 ‘재물’로 보면 기존의 입장에 따라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해야 할 것인데, 대상판결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추측컨대, 대상판결은 피고인은 카드소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20,000원을 넘어서 현금인출기에 인출금액으로 50,000원을 입력하였을 때 카드소지인의 통장에서는 카드소지인이 본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했던 범위인 20,000원을 초과하여 30,000원의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바로 피고인이 획득한 재산상의 이익이며 이후의 현금 취득은 형법상 불가벌의 행위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권한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타인의 계좌로부터 자신의 통장계좌로 일정 금액을 계좌이체한 후 그 통장으로부터 해당 금액을 인출한다고 한다면, 계좌 이체한 시점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할 뿐 이후에 자신의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한 때에 별도의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과 유사한 논리이다. 3. 위임범위를 초과한 현금인출은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는가? 기존 판례들은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는 정당한 소지인에 대하여만 현금을 인출할 의사라고 보았다. 그래서 설사 비밀번호를 맞게 입력하였다 하더라도 정당한 소지인이 아닌 경우에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을 뽑아간 것이라고 보아 절도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의 피고인은 카드소지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정당한 소지인이다. 문제는 위임의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것인데, 대상판례의 원심은 위임의 범위를 초과하였더라도 일단 카드소지인이 위임을 받은 이상 위임범위를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민법상 ‘표현대리’(表見代理)의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즉, 위임을 받은 자는 얼마를 인출하건 간에 정당한 소지인이므로 현금지급기 관리자가 피고인에게 현금을 내어준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피위임자인 피고인의 현금인출은 정당하며, 다만 피고인은 카드소지인에게 30,000원이라는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다. 이와 달리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를 정당한 소지인이 위임의 범위 내에서 인출하는 경우에만 현금을 내어줄 의사라고 좁게 해석한다면, 나머지 30,000원에 대하여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지급기에서 30,000원을 뽑아낸 것이므로 기존 판례와 같이 절도죄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가 카드와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는 소지인이라고 할지라도 위임의 범위를 초과하였는지 여부까지 따지며 현금을 지불할 의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판결의 제1심 법원은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를 첫 번째 방식으로 이해한 반면, 대상판결은 두 번째 방식으로 이해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러한 입장은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그 카드를 갈취 또는 편취하여 예금을 인출한 경우 이를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가 점유하고 있는 현금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이다(대판 1996.9.20. 95도1728 판결; 대판 2005. 9. 30. 2005도5869 판결). 3. 피해자는 누구인가? 한편, 이러한 해석을 피해자가 누구인가의 문제와 연결시켜볼 필요가 있다. 권한의 위임이 없는 경우에는, 카드소지인의 계좌에 마이너스가 생기더라도 그 피해가 카드소지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현금지급기 관리자에게 귀속된다. 즉, 피해자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즉, 은행)이므로 현금지급기로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현금을 뽑아낸 것에 초점을 맞춰 의사에 반한 재물취득으로서 절도죄가 된다. 반면, 카드소지인이 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위임한 경우-또는 피고인이 카드 소유자를 협박하거나 기망하여 카드를 갈취 또는 편취한 경우-에는 피해자는 카드소지인이다.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입력한 이상 50,000원을 내어주면 되고, 현금지급기 관리자는 피해가 없는 것이다. 피고인은 위임의 범위를 초과하여 50,000원을 인출금액으로 입력함으로써 카드소지인에게 30,000원의 채무부담이라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자신은 30,0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다. IV.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일견 기존판례와 모순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기존 판례와 모순 되지 않게 ‘선해’할 수 있으며, 독자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물론 판단을 내린 대법관들이 위와 같은 논리에 입각하여 판결을 내린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대법원은 컴퓨터사용사기죄의 법정형은 절도죄의 법정형 보다 높은데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객체에 재물을 포함시켜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에 반하기 때문에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행위객체에 ‘재물’을 포함시키지 않는 해석을 견지하고 있다. 그 결과 타인의 신용카드를 자신의 계좌에 이체시킨 경우 외에는 거의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타인의 위임이 있는 현금인출의 경우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므로 절도죄가 부정되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립 여부만이 남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데 그 의미가 있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표현대리’의 원리를 활용하여 컴퓨터등사용사기죄 구성요건의 적용범위를 넓히고자 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절취한 타인의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이를 현금자동지급기에 사용하여 직접 현금을 인출한 행위가, 현금을 인출하지 않고 다른 계좌로 이체하거나 위임범위를 넘어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 보다 가벼운 처벌에 처해지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리고 컴퓨터부정사용이라는 동일한 행위수단이 사용되었으나 취득한 재산의 형태에 따라 적용 법조를 달리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컴퓨터사용사기죄의 객체에 재물을 추가할 법개정은 여전히 필요하다.
2007-04-30
공서양속에 반하는 이자약정에서 임의로 지급된 초과 이자의 반환청구
[판결취지] 금전소비대차계약과 함께 이자의 약정을 하는 경우, 양쪽 당사자 사이의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그 이율이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서 현저하게 고율로 정해졌다면, 그와 같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 약정은 대주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인 부분의 이자 약정을 원인으로 차주가 대주에게 임의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통상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재산 급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된다고 해석되므로(대법원 1993.12.10. 선고 93다12947 판결 등 참조),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평 석] 1. 금전소비대차에서 행하여진 이자약정이 공서양속에 위반하는 것을 이유로 일부무효인 경우에는 차주가 그 무효부분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하였어도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번 대법원판결의 취지에 찬성한다. 필자는 1998년 초에 폐기되기까지 시행되던 이자제한법(이하 「종전의 이자제한법」이라고 한다) 아래에서도 임의로 지급된 제한 초과의 이자에 대하여 차주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그와 입장을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다수판결과 같이 굳이 불법원인급여에서의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을 적용하여 그 결론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고, 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민법 제746조 단서에서 명문으로 정하는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는 결론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사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채무자가 그 법 소정의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임의로 채권자에게 지급한 경우에, 채무자는 이를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하여 판례가 일관하여 이를 부인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음은 소수의견에서 밝히는 대로이다. 나아가 大判 62.4.26, 4294민상1542(集 10-2, 248)이 채무자가 채권자와 합의하여 제한초과의 이자채권을 상계한 경우에도 그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당시의 다수설은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하여 판례의 태도에 찬성하였다. 이 입장에서는 나아가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하면 오히려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되는 폐해를 가져온다고 하거나, 또는 일단 임의로 지급한 이자를 나중에 반환청구하는 것은 선행행태에 모순되는 것으로서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기도 하였다. 3. 판례가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 위와 같은 태도를 취한 것에는 일본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 일본의 舊 利息制限法(1877년 제정)은 그 제한에 위반하는 약정의 효력에 대하여 “재판상 무효인 것으로 하고 각 그 제한까지 삭감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2조). 여기서 ‘재판상 무효’의 의미에 대하여는 논의가 있었으나, 판례는 초과이자의 지급은 소구할 수 없으나 임의로 지급한 것의 반환도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이자제한법이 제정되기 전에 시행되던 利息制限令(1911년 制令 제13호)은 제한 위반의 이자약정은 「무효」라고만 규정하였음에도, 日政時代 이래 판례는 그 적용에 있어서 위의 일본판례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고, 이는 종전의 이자제한법 아래서도 견지되었다. 그 후 일본에서는 1954년에 ‘이식제한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제한초과의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다(제1조 제2항). 그런데 그 후 일본의 最裁判(大法廷) 1964.11.18(民集 18, 1868)은 위 규정은 반환청구에만 적용이 있으며 제한초과이자는 원본에 충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最裁判(大法廷) 1968.11.13(民集 22, 2526)은 위와 같이 초과지급부분을 원본에 충당하여 가서 결국 원본이 완제된 후에는 이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유는 위의 규정은 원본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본채권이 없어지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위 규정은 “판례입법이라고 할 일련의 판결에 의하여 사실상 개정된 것에 가깝게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林良平 등, 債權總論, 제3판(1996), 56면). 4. 생각해 보면, 불법원인급여는 급부가 범죄를 조장한다든가 도덕관념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또는 그러한 행위의 지속)를 유인하는 등으로 급여의 원인에 윤리적인 비난을 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제한이율을 넘는 이자를 지급하여서라도 금융을 얻으려 하였던 차주가 그 약정대로 이자를 지급한 것에 윤리적인 비난가능성이 있다고 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니 그의 이자지급에 무슨 「불법의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의 판례에 반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제한초과의 이자가 임의로 지급되더라도 “그 불법원인은 이자수령자에게만 있을 뿐”이라고 하여(민법 제746조 단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제한초과의 이자를 지급한 것은 단순한 비채변제로서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환청구를 인정한다고 해서 서민들의 신용획득을 막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오늘날의 사정 아래서는 입증되지 아니한 가설에 그친다. 오히려 채무자를 과도한 이자의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종전의 이자제한법의 입법취지는 제한초과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도 그에게 반환청구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관철되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는 同法의 보호를 받고, 오히려 이자를 약정대로 지급한 채무자는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은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는 이 경우 채무자의 초과이자지급이 단순한 비채변제라고 해도 채무자는 그 지급의무가 없음을 알면서 이를 지급하였으므로 그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민법 제742조 참조). 그러나 비채변제의 반환청구가 배제되려면, 변제자가 지급 시에 채무의 부존재를 확정적·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단지 채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나 그것을 인식하였어야 했다는 과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설령 변제자가 채무 없음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해도 채무자가 변제해야 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으면 반환청구는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데, 그 합리적 사정이란 통상 전형적인 힘의 불균형이 있으면 긍정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상에 대하여는 民法注解[XVIII], 39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5.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어 이자 제한의 강행규정이 없어진 이상 이제 과도한 이자에 대한 규율은 민법 제103조의 문제가 되었다. 물론 민법 제104조의 적용도 고려될 수 있으나, 그 주관적 요건을 주장·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통상 민법 제103조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외국의 예를 보면, 원래 이자제한법이 없는 한편 우리 민법 제103조와 제104조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그 민법 제138조 제1항, 제2항으로 두고 있어서 우리의 법상태에 가장 가깝다고 할 독일의 경우에도, 과도한 이자에 대한 판단기준은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라고 한다(우선 Palandt, BGB, § 138 Rn.25(65.Aufl., 2006, S.129) 참조).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러한 과도한 이자를 이유로 위 민법 제138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경우(이른바 폭리적 소비대차 Wucherdarlehen 또는 과도한 이자약정 uberhohte Verzinsung)에는 이번의 대법원판결이 과도한 이자약정부분만을 무효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자약정을 포함하여 소비대차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주가 바로 원본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고 借主는 약정기한까지 원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러한 민법 제138조 제1항의 적용으로 의도하는 차주의 보호가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貸主는 그에 대하여 아무런 이자도 청구하지 못하며, 이는 이자약정(이 역시 무효인 것이다)에 기하여서는 물론이고 부당이득을 이유로 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대주가 이제 과도이율이 아니라 통상적 이율에 의하여 산정한 원본 사용료 상당의 금전의 지급청구를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음을 승인하는 것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법의 구조를 거부하는 불법원인급여제도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판례(BGH NJW 1989, S.3217 등)의 태도이고 학설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견해이다(우선 Larenz/Canaris, Lehrbuch des Schuldrechts, Bd.II/2, 13. Aufl.(1994), § 68 III 3 c (S.163f.) 참조). 그리고 독일에서는 위와 같이 양속 위반을 이유로 무효인 소비대차에서 차주가 이미 지급한 이자는 당연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우선 Palandt, 전게서, § 817 Rn.10(S.1212), Rn.21(S.1213)를 보라). 위와 같은 폭리적 소비대차는 이자를 지급하였고 이제 그 반환을 구하는 차주의 입장에서는 애초 독일민법 제817조 제2문에서 정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異論이 없다. 독일민법 제817조는 그 제1문에서 “급부의 목적이 수령자가 그 급부를 수령함으로써 법률상의 금지 또는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게 되는 것인 때에는 급부수령자는 반환의 의무를 진다”고 하고, 이어서 제2문은 “급부자도 역시 이러한 위반을 범하게 되는 때에는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제812조 제2문이야말로 불법원인급여로 인한 반환청구 배제를 정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는 것이다(이와 같이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규정에서 원칙/예외의 구성은 우리 민법 제746조와는 반대이다). 그런데 폭리적 소비대차의 경우에 借主는 동 제1문에서 정하는 바의 위반을 범한 것이 아니므로, 위 제2문의 ‘역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Larenz/Canaris, 전게서, 동소 참조). 6. 우리의 경우에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되 과도한 이자약정에 대하여 과도한 부분에 한한 무효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 법원의 일부무효법리 운용의 실태에 비추어, 또한 이자제한에 관한 법적 규율의 역사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태도이다. 그런데 그 경우에 그 무효인 부분에 해당하는 이자가 이미 지급되었으면 借主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야 함은 이자제한법이 있거나 없거나 다를 바 없으며, 이는 독일의 예에 의해서도 뒷받침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수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차주에게도 「불법의 원인」이 있는데 그 불법성의 정도가 貸主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러한 이른바 위법성비교론은 이번 판결이 말하는 대로 大判 93.12.10, 93다12947(集 41-3, 319)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이래 大判 97.10.24, 95다49530(공보 하, 3570)(사기도박의 피해자가 도박채무의 변제로 유일한 재산인 주택을 양도한 사안); 大判 99.9.17, 98도2036(공보 하, 2267)(포주가 보관 중인 윤락녀의 화대를 임의소비하여 횡령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청구할 수 없으므로 포주가 애초부터 그 금전의 소유자라고 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등에서 적용되어, 불법원인급여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필자도 그 자체에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된 폭리적 이자약정의 경우에는 독일에서와 같이 그 불법성이 폭리를 취하는 측에게만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7. 한편 국회는 2007년 3월 6일에 이자제한법을 통과시켜 약 9년만에 이자에 대한 일반적 규제를 부활시켰다. 그 중에는 “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 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2조 제4항). 이 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나, 그 시행 전에 성립한 대차관계도 그 시행일 후부터는 이 법에 따라야 한다(부칙 제1항, 제2항). 그러므로 실제 사건에서 위의 새로운 이자제한법 규정에 의한 원본충당이 아니라 이 대법원판결이 밝힌 반환청구 허용의 법리가 적용되는 예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대법원판결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효과 일반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서양속의 위반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는 暴利型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 그러한 유형에서는 비록 민법 제104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103조의 적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보다 일반화하면, 이러한 폭리형 법률행위로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는 자신이 행한 급부를 부당이득을 이유로 폭리자에 대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으며, 불법원인급여는 그 청구를 배제할 사유가 못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법 제104조가 직접 적용되는 경우에도 타당함은 물론이다.
2007-04-02
부동산소유권 보존등기말소청구를 통한 소송사기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
Ⅰ. 사건경과와 논점 소송사기란 민사소송에서 “법원을 기망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 등을 얻고 이에 기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다른 ‘삼각사기’(Dreieckbetrug)의 대표적인 예이다. 대상판결에서 피고인들은 한국전쟁 당시 등기부와 지적공부가 멸실돼 무주 부동산이 된 국유지를 가로채기로 공모하고, 일당 한 명을 원고로 내세워 허위로 위조한 매도문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위 토지가 원고의 피상속인의 소유이고 국가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보전등기말소의 소송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대상판결의 1심과 원심은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소송사기 기수에 해당한다고 보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의 유죄를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하였다. 이는 소유권보존등기 명의자를 상대로 그 보존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설령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말소될 뿐이고 이로써 원고가 당해 부동산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회복 또는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566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몇 가지 점에서 소송사기와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경우 원고(피고인)는 그로 인해 어떠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둘째는 부동산소유권 보존등기말소청구를 통한 소송사기의 경우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기수시기의 문제이다. 이하에서는 이상의 쟁점을 중심으로 대상판결을 분석하기로 한다. II.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 존재 여부 대상판결과 같이 소송사기의 피고인이 원고가 되어 피고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는 경우, 원고(피고인)는 부동산등기법 제29조에 따라 등기명의인의 등기 말소를 신청하고, 이것이 이루어지면 승소확정판결문을 가지고 부동산등기법 제130조 제2호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렇지만 확정판결의 주문에는 피고인(원고)에게 부동산등기법 제130조 제2호에 따른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변경판결과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변경판결인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566 판결은 “피고인이 그 자신이 아닌 타인명의로 등기명의인들을 상대로 그들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말소등기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사 그 타인이 승소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등기명의인들의 등기가 말소될 뿐이고 이로써 그 타인이 위 부동산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회복 또는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을 기망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니 위와 같은 말소등기청구소송의 제기만으로는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소유권보전등기말소소송의 승소만으로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편취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도 이 점에 대하여 동의를 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송사기에서 원고(피고인)가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된다. 대상판결의 경우 원고(피고인)은 승소판결을 통하여 자기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지위’, 즉 “타인의 협력 없이 자신의 의사만으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었고, 이것이 판결주문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하여 원고(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사실상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형법상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 개념은 사법(私法)적인 의미가 아니라 사실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러한 해석은 허용되는 확장해석이다. III. 실행의 착수시기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변경판결은 타인이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말소등기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여도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법원을 기망하여 “타인의 협력 없이 자신의 의사만으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면 사기죄의 기수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는 바, 당연히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를 있었음을 전제한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확정판결을 얻어낸 경우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재물인 부동산을 편취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으로는 평가할 수 있고, 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비로소 피고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가능하게 되므로 실행의 착수시점은 소송을 제기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생각건대, 피고인은 말소등기의 확정판결을 부동산등기법 제130조 제2호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판결로 이용하여 최종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것을 목표로 하면서 말소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인 바, 피고인의 범행계획에 의하면 소 제기 시점에서 범죄적 의사가 당해 구성요건의 보호법익을 위태롭게 할만 행위 속에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바로 이 때를 소송사기죄의 실행의 착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IⅤ. 기수시기 1.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 그런데 소송사기의 기수시기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나뉘게 된다. 반대의견은 사기죄의 기수를 부정하고 미수만을 인정하는데, 그 근거로는 첫째,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확정판결문은 별도의 등기신청절차를 통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0조 제2호의 서류로 삼아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는 확정판결 자체의 효력이 아니므로 이러한 지위를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음으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자기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함으로써 부동산을 편취할 범의가 있는 자가 상대방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승소확정판결을 얻은 후 더 이상 범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또는 스스로 범행을 포기한 경우에도 미수가 아니라 기수로 처벌해야 하므로 이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수의견은 말소등기청구의 승소판결확정을 통해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면 이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기수가 된 것으로 파악한다. 명시적 언급은 없지만, 이후에 별도로 등기신청절차를 거쳐서 피고인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얻는 것은 넓은 의미의 재물편취를 위한 행위로 파악하는 듯 하다(대법원 1970.12.22. 선고 70도2313 판결 참조). 2. 평가―반대의견 비판 반대의견의 지적처럼, 소유권이전등기청구나 금전지급청구를 명하는 승소확정판결과는 달리, 말소등기청구의 승소확정판결 자체는 등기말소의 효과만을 가진다. 그러나 말소등기의 승소확정판결을 가지고 등기소에 가서 등기를 신청할 경우 등기소는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피고인 명의의 보존등기를 경료하여 주어야 할 것이고, 판결 자체로서 갖는 효력, 즉 기판력, 집행력 및 형성력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실질적인 판결의 효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판결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전등기청구를 명하는 확정판결의 경우에도 등기소에 등기의 이전을 신청해야 등기부상의 등기명의가 이전되고(부동산등기법 제29조), 집행권원을 부여하는 확정판결의 경우에도 집행법원에 집행을 청구해야 현실적으로 금원을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소유권이전등기청구나 금전지급청구를 통한 소송사기와 말소등기청구를 통한 소송사기의 기수시기를 다르게 보려는 반대의견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반대의견이 주목하는 피고인이 상대방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승소확정판결을 얻은 후 더 이상 범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또는 스스로 범행을 포기한 경우와, 이전등기청구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내고 등기소에 이전등기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스스로 범행을 포기한 경우, 또는 금전지급청구 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아내고 집행법원에 집행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스스로 범행을 포기한 경우 사이에 차이를 두어야 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상의 사정은 양형에서 고려하면 될 것이고, 말소등기청구에 의한 소송사기의 경우에만 특별히 그 미수를 인정할 필요는 없다. Ⅴ. 결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소송사기에 관해서 실행의 착수조차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기존의 83도1566판결은, 피고인의 범행계획이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등기하는 것이고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이를 위한 직접적인 행위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친 처벌의 공백을 만든 판결이었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피고인의 말소등기청구의 소제기를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로 본 것은 타당하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이전등기청구소송이나 금전지급청구소송과 말소등기청구소송의 판결의 내용의 차이를 주목하며 당해 사건에서 사기죄의 기수를 부정하였지만, 부동산 편취의 의사로 허위로 부동산소유권 보존등기말소청구를 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아직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보존등기를 경료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대상 토지의 소유권에 대한 방해를 제거하고 그 소유명의를 얻을 수 있는 지위라는 재산상 이익을 이미 취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승소확정판결이 확정된 때에 소송사기가 기수가 되었다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이 타당하다.
2006-10-09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동등론과 금반언의 법리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3다1564판결에서 ‘특허권자가 무효심판절차에서 침해장치에 존재하는 구성요소를 제외하는 것으로 주장하여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면 후일 특허침해소송에서 이 구성요소가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금반언의 원칙을 인정한 것이다. 1. 동등론(The Doctrine of Equivalents) 가. 동등론이란? 청구항의 권리범위는 1차적으로는 청구항을 문언상으로 해석함으로써 결정된다. 피고의 침해물건이나 침해장치가 원고의 청구항의 권리범위와 완전히 일치할 때에는 이를 문언상의 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청구항을 침해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고 이를 동등론에 의한 침해라고 한다. 이 동등론에 의한 특허를 무단으로 복제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이 원칙은 특허발명에 대한 확실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기 위하여도 존재한다. 나. 동등론의 적용의 한계 그러나 이 동등론은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정당한 범위 이상으로 확장할 수는 없다. 동등론과 청구항의 기능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기본개념인 청구항은 특허권자가 가지는 권리범위를 확정함과 동시에,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넘는 행위는 특허침해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예측가능성을 일반대중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구항의 해석이 문언상의 범위를 벗어나서 더욱 넓게 청구항을 해석하게 되면 일반대중이 가지는 예측가능성을 파괴한다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동등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의하여야 할 점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의 목표 즉, 발명자를 정당한 청구항의 권리범위 내에서 보호함과 동시에, 다른 발명자, 경쟁자 그리고 일반대중에게 특허가 금지하는 것에 대하여 분명한 공시를 하는 것이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조화를 시키는 것이다. 2. 특허심사과정의 전취지에 의한 금반언의 법칙(Prosecution History Estoppel) 가. 금반언의 법칙의 의의 이 원칙은 청구항을 해석하는 일반적인 원칙으로서 특허출원인이 심사관의 거절에 응하여 자신의 청구항을 수정하거나 청구항의 일부분을 포기함으로써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제한하였다면 후일 특허출원인이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원래대로 해석하여 포기하였던 권리범위를 다시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금반언의 법칙의 존재근거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유는 a) 경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 b) 심사관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 c) 항변사유로 보는 견해, d) 특허출원인이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 e) 특허권자를 구제하는 절차가 종결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우리 대법원은 위 d)의 견해에 입각하여 특허출원인이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보았다. 다. 금반언의 원칙과 동등론 특허심사과정의 전취지에 위한 금반언의 원칙은 동등론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청구항이 해석된 후 문언상의 침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동등론에 특허침해가 인정되면 이 원칙은 이 동등론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 1) 절대적 부정설 (Absolute Bar) 그러나 이 원칙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청구항을 좁게 변경한 이유를 참작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금반언의 원칙을 적용하여 심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에 위배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가 Warner-Jenkinson 이전의 통설이었고 Festo에서 CAFC의 견해였다. 예컨대 심사관이 선행기술을 원용하여 거절결정을 하자 이에 응하여 특허출원자가 X와 Y라는 2가지의 한정사를 추가하였다고 가정하자. 피고의 침해장치는 그 중 X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나머지 Y에는 저촉되었다. 특허권자는 Y만을 한정사로 청구항에 추가하였어도 선행기술을 회피할 수도 있었는데 불필요하게도 X를 추가하여 청구항을 변경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도 그 변경한 사유를 참작하지 않고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어 피고의 침해장치는 원고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 우리 대법원도 위 판례에서 위 절대적 부정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위 판시에서 ‘특허출원인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제1항의 제1구동부의 구성에 대한 무효심판절차에서 무효의 증거로 일본국 공개특허공보에 기재된 발명이 선행기술로 제시되자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하여 위 청구항을 정정하면서 의식적으로 한정사를 추가한 것은 청구범위를 감축함에 의하여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서 그 후로는 금반언의 원칙에 의하여 이를 확장하여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추정설 (Rebuttable Presumption) 그러나 청구항이 특허심사과정에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동등론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특허권자에게 특허의 발급가능성과 관련이 없이 청구항의 보정이 이루어졌다고 주장 입증하여 성공하면 동등론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근래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침해행위자가 특허심사과정에서 특허권자의 주장에 비추어보면 자신의 침해장치는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그 입증책임이 특허권자에게 이전되어 특허권자는 특허출원과정에서의 진술은 특허의 발급가능성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주장 입증하여야만 청구항의 권리범위가 제한당하지 않고 침해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추정설은 절대적 부정설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서 심사관이 청구항이 선행기술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특허의 발급을 거절한 경우 이에 응하여 특허출원인이 청구항을 변경했다고 하여도 특허권자가 반드시 동등론에 의한 주장을 금지당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례 1. Warner-Jenkinson 사건 위 특허의 청구항은 ‘200~400까지의 압력에서 6~9 사이의 pH를 가지고 투입된 염료로부터 불순물을 여과하는 장치’에 관한 것이다. 특허심사과정에서 심사관이 pH 9 이상에서 작동하는 기존의 여과방법에 대한 특허를 선행기술로 원용하면서 거절을 하였다. 이에 응하여 특허출원인이 위 선행기술과 구별하기 위하여 ‘6~9 사이의 pH’라는 한정사를 추가하여 청구항을 변경하였다. 피고의 침해장치는 역시 200기압에서 500기압 사이에서 pH 5에서 작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청구항을 변경하면서 pH의 상한선만을 pH 9 이하라고 변경하기만 하였다면 피고의 침해장치는 동등성의 권리범위에 포함되어 침해행위가 성립할 수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특허권자는 과잉으로 청구항을 변경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선행기술을 피하기 위해 상한선에 대한 한정사를 추가한 사실은 분명히 인정된다. 그러나 특허권자가 하한선을 제한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불분명하다. 이렇게 불분명한 경우에는 특허가능성과 관련하여 청구항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력을 번복하기 위하여 특허권자는 자신이 하한선에 대하여 한 청구항의 변경이 특허의 발급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원칙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심사관의 거절사유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부당한 것이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또한 심사관이 특허를 거절한 이후에 넓은 권리범위를 가진 청구항이 취소되고 좁은 권리범위를 가진 청구항이 수정 없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에도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변경된 청구항과 관련된 청구항도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관련된 청구항에 사용된 용어는 변경된 청구항의 용어가 가지는 의미에 관하여 동일하게 해석되어 동일한 권리범위를 갖는다. 사례 2. Festo 이 사건에서 원고 Festo는 피고의 장치가 자신의 특허를 동등론에 의하여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자신의 장치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링 모양의 덮개’는 원고의 특허 청구 제9항이 주장하는 ‘한 쌍의 링’과는 다른 것으로서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이를 반박하였다. 원고의 청구 제9항은 재심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한 쌍의 링으로서 중앙의 덮개를 관통하는 축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탄력성이 있는 뚜껑을 형성하여 실린더의 액체가 누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작용을 하는 장치’라는 기재가 삽입되었다. 또한 특허심사기록에서는 ‘한 쌍의 링이 피스톤에 끼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자신의 장치가 가지는 알루미늄 ‘Sleeve’는 특허권자가 변경한 ‘자성이 있는 Sleeve’가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Festo에서 미연방대법원은 Warner-Jenkinson의 추정설을 취하여 청구항을 변경한 것은 어느 경우에나 특허의 발급 가능성과 관련하여 청구항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았다. 3. 결론 이 금반언의 원칙은 특허권자가 특허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대로 청구항의 권리범위를 해석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칙은 청구항이 변경된 경위를 묻지 않고 무조건 동등론의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여서는 않 된다. 따라서 청구항이 특허심사과정에서 변경되게 된 이유가 특허의 발급가능성과 관련하여서 이루어진 경우에만 이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를 가리지 않고 가혹하게 금반언의 원칙을 적용하면 특허심사과정에 있었던 진실을 왜곡시키고 특허심사의 원활성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구항의 용어가 불명확하게 기재된 경우에 이를 명확하게 수정한 경우에는 이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불명확한 용어를 명확하게 수정한 것인지 아니면 실체적인 변경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어느 사유로 청구항을 변경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무조건 금반언의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안 되고 왜 청구항을 변경하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특허출원인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특허출원인이 선행기술을 회피하기 위하여 청구항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을 할 기회를 부여하는 추정설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인다.
200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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