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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노동·근로
민사일반
파산·회생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파견법상 권리에 미치는 영향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1. 사안의 개요 A 회사는 1993. 9. 17. 설립되어 원청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및 그 자회사인 D 회사로부터 광산 채광업무를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고, 근로자 갑은 2012. 3. 1. A 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다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당시 계열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2013. 10. 17. 회생절차개시결정, 2014. 3. 18. 회생계획인가결정을 각 받았다.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고용청구권 및 금전채권(파견법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회생채권신고를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관리인 역시 원고를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의 위 회생절차는 2015. 3. 6. 종결되었다. 한편 B회사는 2008. 5. 22. 컴프레서 운전용역 등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역시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로부터 원청 사업장 내 컴프레서, 펌프, 보일러 등의 운전 및 점검업무 등을 하청받아 수행한 회사이다. 근로자 을은 2008. 6. 1. 에, 근로자 병은 2014. 12. 26.에, 근로자 정은 2016. 8. 13.에 각각 B회사에 입사해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위한 파견업무를 수행하였다. 근로자 갑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와 더불어, 원청 소속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비해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한 것이 파견법 제21조 제1항의 차별에 해당하고 이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근로자 을, 병, 정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기한 직접고용청구 및 고용의무 불이행(즉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각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 관련 소송의 개요, 다만, 원고 정의 경우 위 직접고용청구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소일부취하 하였다. 이하 위 근로자 갑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함께 ‘대상판결’이라 한다. )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평석 주제와 직접 관련없는 당사자 및 사실관계는 요약 내지 생략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의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20나1108 등 판결)은, 위 파견근로자들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형성권이 아닌 청구권이기는 하지만 재산상의 청구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고,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기해 직접고용청구권이 불성립하거나 소멸한다는피고 주장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었더라도 이후 회생절차 종결결정의 효력이 발생하면 파견근로자는 다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의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 그 시행령 제2조의2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같은 법리에 기해 대법원은, 1) 원고 을은 주식회사 삼표시멘트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기 전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파견근로자이므로 위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해 소멸하였고, 더 이상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직접고용의무에 터잡아 회생절차개시 후의 직접고용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2)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의 성립요건은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 충족되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 병의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이를 전제로 한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3) 다만 원고 정은 회생절차가 종결된 후인 2016. 8. 13.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가 적용되지 않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원고 정에게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갑의 경우 항소심에서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의 권리소멸 등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아니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이에 대한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의 직접고용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다만 사용사업주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으면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파견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구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사용사업주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차별적 처우를 해소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한다고 전제한 다음,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상기 손해배상청구권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의 회생채권 또는 동법 제181조의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본안전 항변을 배척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파견법 제6조의2의 권리장애 및 권리소멸 효과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조항은 2006. 12. 21.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본래 1998년 제정된 파견법(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고용관계를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의제조항에 대해 사용사업주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위 개정법 시행일인 2007. 7. 1. 이후부터는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여야 한다’는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위 개정법의 적용 대상인 파견근로자는 직접고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같은 권리는 청구권인가 형성권인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학계에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현재는 사용사업주는 물론 파견근로자 역시도 아래에서 살펴볼 이른바 ‘10년 손해배상’을 주장하기 위해 대부분 청구권설을 지지하는 듯하다. 다만 이같은 파견법상 권리가 청구권이라면 다른 일반채권과 마찬가지로 이행의 문제가 남게 되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고용의무 이행이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을 포함한 파견근로자의 제 권리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바, 적어도 대상판결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필자가 알기로는 이에 대한 학계 및 실무상의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먼저 파견근로자의 고용청구권 자체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각호의 사유가 회생절차 개시결정일 이전부터 있었다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에 기해 회생채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원심은 직접고용청구권은 단순히 근로계약관계 형성의 법률효과를 가져올 뿐인 점,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공익채권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직접고용청구권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채권양도인인 회생채무자에 대해 채권양수인이 갖는 양도통지 이행청구권(대법원 2016마5082 결정), 골프회원권(대법원 89다카4113 판결)과 같은 계약상 급여청구권(비금전채권)에 대해서도 회생채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 점,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는 고용의무가 이행된 후 그에 터잡아 발생하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이 공익채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보다 선행하는 고용청구권 자체의 성질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이는 직접고용청구권이 회생채무자의 재산감소와 직결되는 권리임을 더욱 명확히 보여줄 뿐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동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호는 직접고용청구권 자체의 회생절차상 취급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이라고 평가된다. 대상판결은 위 파견법 조항이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①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②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고 ③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리하였다. 요컨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의 직접고용청구권에 대해서는 권리장애적 항변이 되고, 회생개시 이전에 이미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사용사업주는 위 조항을 근거로 권리소멸 항변을 할 수 있음이 명확해졌다.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영향도 검토해야 나. 회생개시결정 전부터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차별이 반복되어 온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 한편 고용청구권 자체의 법적 성질과는 별개로,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전부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해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고용의무 또는 동법 제21조의 차별이 계속되어 온 경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채권 또는 개시후기타채권(채무자회생법 제181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 당시만 해도 하청 소속 근로자들은 주로 원청과의 묵시적 근로관계(소위 위장도급)를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파견법에 기한 권리주장은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주장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2006년 파견법이 개정되면서 고용 의제가 아닌 고용의무 규정이 도입되자, 이에 착안해 고용의무 불이행 또는 비교대상 정규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별(불법행위)을 원인삼아 파견근로기간 동안 차별받은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대법원은 이미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로 하여금 비교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파견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일부가 이행되지 않은 것이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는 다소의 의문이 있다. 파견근로자 입장에서는 계약상 권리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침해된 법익이 없는 바, 이같은 경우에도 불법행위와의 경합을 인정한다면 계약법 영역과의 준별이 분명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생절차개시 전부터 사용사업주의 재산상 청구권(즉 고용의무 또는 차별해소의무)의 불이행이 있기 때문에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관계에 있는 때에는 그 계속으로 회생절차개시 이후에 발생하고 있는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3호에서 말하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1. 12.선고2002다53865 판결 참조) 이 문제에 대해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은,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 온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관리인은 그 차별적 처우를 해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차별적 처우를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며 그 손해는 날마다 발생하는 것이므로, 관리인의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파견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제179조 제1항 제5호의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하므로 공익채권이라는 이유로, 원고 갑의 손해배상채권이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또한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29601 판결)은, 앞서 본 원고 을, 병의 고용의무가 소멸하거나 발생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회생채권 내지 개시후기타채권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파견근로자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를 고용의무 불이행(채무불이행)에서 찾든 차별해소의무 위반(불법행위)에서 찾든 간에, 그 요건사실인 근로자파견관계가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성립해 있었다면 청구권의 주요한 발생원인은 회생절차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 갑과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간의 근로자파견관계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전에 성립해 그 이후까지 계속되었다고 보았음에도, 회생절차 관리인이 위 원고를 차별 처우한 것이 회생절차 이전의 차별과 별개인 ‘새로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바, 이 부분 판시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채무자회생법 제251조 본문에서 이른바 실권제도를 둔 것은, 절차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였음에도 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한 권리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점과 뒤늦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권리자로 인하여 회생계획의 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사정은 하청업체인 A, B 회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다만 당초에는 묵시적 근로관계 주장에 집중한 나머지 파견법상 권리주장에 소홀하였던 것이므로,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보아도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 다. 보론 - 파견법위반(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요건 및 소멸시효 백보를 양보하여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개시 이전부터 계속된 파견관계에 기해 그 후에도 임금을 차별한 것이 ‘새로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사용사업주가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회생절차개시 여부를 불문하고, 사용사업주가 파견법 제21조의 차별금지를 위반한 사안이라면 일반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용사업주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려면 파견관계 내지 임금 차별에 대해 사용사업주(또는 관리인)의 귀책사유 내지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불법행위를 청구권원으로 삼는다면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당연하게도 피해자인 파견근로자에게 있다.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파견근로자의 권리주장은 점차 직고용에서 손해배상청구로 그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용사업주와의 고용관계가 의제된 경우에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3년) 범위 내에서 임금차액 자체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만, 고용의무 내지 차별금지의무에 터잡아 불법행위로 구성할 경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라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의 범위 내에서 소급해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즉 파견근로자는 동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도과만 면한다면, 계약상 권리보다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심지어는, 구 파견법에 기해 고용관계가 의제된 파견근로자조차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위 3년 이전에 발생한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대법원 2021다213477 판결)의 원심에서는,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전의 기간에 발생한 원고 갑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로 인해 소멸하였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다. 원심 및 대상판결은 원고 갑이 위 소제기일로부터 3년 전 당시에 차별적 처우를 당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피고 회사의 위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는 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은 파견법위반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 제766조 제2항의 장기 소멸시효 규정까지 적용된다고 판시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법 제21조, 민법 제750조를 근거로 10년간의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서는 곤란하다.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그보다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찰 담합을 원인으로 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되지만, 장기 소멸시효는 국가재정법 제96조에 따라 5년으로 적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결론 및 향후 과제 그간의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주로 원청과 하청, 하청근로자 간의 법률관계가 진성 도급관계인지 아니면 근로자파견관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고, 특히 원청회사 사업장 내에서 원청의 일을 도급주는 형태인 소위 사내하청이 파견관계인지 여부, 컨베이어벨트 바깥의 이른바 간접공정에 속한 경우에도 파견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자주 문제되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산업분야 및 사업장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원청 회사에서 파견으로 볼 만한 기준 내지 요소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생산라인 내지 인력구조 자체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도 어렵다. 결국 사내도급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라면 앞으로도 불법파견에 관한 리스크를 일정 부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받은 파견근로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그 권리행사의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학계 및 실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은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 파견법상 권리 역시 변경 내지 소멸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비단 대상판결의 주식회사 삼표시멘트뿐 아니라, 불법파견이 문제되는 완성차업계 및 조선업계 등에서는 장기간 업황부진 등으로 회생을 면하기 어려운 회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청구권 및 그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판단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다만 파견법 제21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지, 특히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관리인의 고의·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파견법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장기 소멸시효는 무엇인지 여부는 향후 해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파견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 및 그 효과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소멸시효
임금채권
임금차별
불법파견
변재휘 변호사(법무법인 동헌)
2023-08-13
형사일반
[한국행정법학회 행정판례평석] (2)「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 판단과 위법성 판단
Ⅰ. 판례평석의 배경과 쟁점의 소재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많은 자유에 대한 제한 현상이 행정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를 둘러싼 자유의 제한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동법상의 역학조사거부에 대한 대법원과 원심의 판결을 소개하고, 역학조사의 성격과 위법성 판단기준 등과 관련하여 비판적인 판례평석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대상판결은 형사법원의 처분 등에 대한 선결문제 심사문제를 담고 있으며, 형사법과 행정법의 학문접경지대의 간학문적인 영역에 위치하여 행정법적 쟁점을 많이 담고 있다. 소송물이론과 비례의 원칙, 행정절차 등 쟁점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규명하고 있지 못한 대법원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Ⅱ. 사실관계 '○○○○○ 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라고 한다)는 △△△△△회(명칭 생략)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이다. 2020년 11월 27일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이 사건 센터에서 '□□□□□□ 역량 개발 행사'(이하 '이 사건 행사'라고 한다)가 개최되었는데, 이 사건 행사에 참석한 공소외 1이 2020년 12월 3일 대구광역시 ◇◇구보건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고 한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센터 시설을 관리하던 피고인 1은, 2020년 12월 3일 상주시의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 담당자인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행사 기간에 이 사건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위 각 명단을 합하여 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고 한다)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 1은 2020년 12월 4일 이 사건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도 피고인 2와 공모한 대로 이 사건 '명단의 제출을 거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상주시장의 '역학조사를 거부'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역학조사 거부로 인한「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고 한다) 위반죄로 기소되어 유무죄 판결에 대한 심리를 받게 되었다.[1] [각주1] 저자가 공소사실의 취지를 요약하였음을 밝힌다. 대법원은 코로나 시대에서는 법치주의에충실하되, 보다 행정법과 보건·위생법 등 개별분야에 대하여 법리검토의 전문성을 심화하여 판결할 수 있도록 심리방식과 내용을 개선하여야 한다. Ⅲ. 대법원 판결요지[2] 1. 침익적 행정행위와 행정형벌의 구성요건에 대한 엄격해석의 원칙[3]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헌법 제13조 제1항).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그중에서도 특히 형벌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명확하여야 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될 정도의 의미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 될 수 있으므로[4], 불명확한 규정을 헌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5] [각주2]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7290 판결 [각주3]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저자가 역시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부기하였음을 밝힌다. [각주4] 헌법재판소 2016. 11. 24. 선고 2015헌가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각주5]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도2642 판결 참조 2. 감염병예방법의 역학조사에 관한 구성요건과 행정형벌 규정의 해석의 범위 감염병예방법상의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의한 활동을 말하고, 여기에는 관계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따라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의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의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항, 제2항과 제29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6] [각주6] 필요한 범위 내의 판결요지만 적시하기로 한다.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하는 ‘거부’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3. 원심판결의 하자에 대한 법리상의 검토 (1) 원심판결인 대구지법 2022. 5. 26. 선고 2021노3395 판결은 상주시장 측의 위와 같은 요청을 거부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7] [각주7] 저자가 원심판결을 축약하였다. (2) 그러나,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상주시장 측의 이 사건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항, 제2항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Ⅳ. 이 사건 판결에 대한 평석 1. 행정형벌에서 요건이 되는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가부 (1) 형사법원에서 처분의 위법성 판단가능성과 선결문제 형사법원이 처분의 위법성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는지 선결 문제가 걸려있다. 다수설에 의하면 처분의 구성요건적 효력으로 논의된다. 행정소송법 제11조에서 형사법원의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없지만, 다수설과 판례는 처분의 위법성을 심사하여 형벌부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8] [각주8]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4도12230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도16109 판결, 대법원 1992. 8. 18. 선고 90도1709 판결 등 (2) 범죄의 개방적 구성요건 행정형벌의 요건은 개방적 구성요건이다. 행정형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형벌의 요건이 되는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행정법적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 역학조사 명령이 위법하다면 거부하더라도 무죄를 판결하여야 하고, 반대로 역학조사 명령이 적법하다면 이에 대한 거부는 유죄로 판결하여야 할 것이다. (3) 처분의 소송물과 법원의 처분의 위법성 심사 범위에 대한 비판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소송물은 견해의 대립이 있지만, 처분의 위법성일반이라고 보는 것이 다수설과 판례[9]의 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를 심리함에 있어서 처분의 위법성일반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것은 소송물에 관한 오해를 하고 있다. 행정소송의 소송물은병합 사건이라 하더라도 처분의 위법성일반이므로 대법원은 역학조사의 위법성 전반에 관한 법률을 검토하였어야 한다. [각주9] 대법원 2004. 3. 18. 선고 2001두194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8796 판결, 대법원 1990. 3. 23. 선고 89누5386 판결, 대법원 1989. 4. 11. 선고 87누647 판결 등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역학조사 명령의 위법성을 다음과 같이 검토해 보았어야 한다. 대법원은 보다 행정법과 연결된 문제 있어서 전문적인 법리를 검토할 수 있도록 성숙하게 발전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2.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 판단을 위한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 심사기준 (1) 역학조사의 성격 역학조사는 행정법상 행정조사에 해당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에 의하면 역학조사는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거나, 감염병 여부가 불분명하나 발병원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행정청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하도록 하고 있다. 역학조사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임의조사가 아니라 권력적 사실행위인 강제조사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동법 제18조 제3항에 의하면 1호상의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2호상의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3호상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는 동법 제79조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학조사는 그 자체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수인하명과 순수사실행위가 결합된 합성행위로서 전체적으로 행정소송법 제2조의 처분과 동일한 성격에 해당하는 기타 행정작용에 속한다. 역학조사를 명령의 형태로 발부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의 행정행위로서 처분에 해당하게 된다. (2) 역학조사의 내용상의 위법성과 비례의 원칙 등 역학조사와 같은 행정조사는 실정법상으로는 「행정조사기본법」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행정조사는 법률의 우위원칙상 동 법 등을 위반해서는 안 되고, 나아가 법률의 규정이 있어야만 하는 법률유보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역학조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8조에 규정이 있다. 그밖에도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 행정조사가 과잉조사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동법은 제4조 제1항에서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도록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동 규정은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도록 목적구속성의 원칙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나 원심은 단순히 역학조사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만 심리해서는 안 되고,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관하여 법리를 검토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3) 역학조사의 절차상의 위법성과 감염병예방법 및 행정조사기본법 준수 등 역학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제9조 내지 제13조상의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수행될 수 있다. 「행정조사기본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역학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제17조상의 서면에 의한 사전통지, 제24조 등에 의한 조사결과의 통지 등의 절차준수가 적법절차의 원리상 요구된다. 대법원이나 원심은 역시 이 부분을 포함하여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걸쳐 심리하였어야 한다. Ⅴ. 결론 대법원은 코로나 시대에서는 법치주의에 임하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하며, 보다 행정법과 보건·위생법 등 개별분야에 대하여 법리검토의 전문성을 심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대법원이나 원심이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거부죄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역학조사명령이 있었는지 여부만 심리해서는 안 되고, 역학조사의 위법성 일반에 관하여 보다 행정법적으로 전문적인 법리를 검토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성봉근 교수(서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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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근 교수(서경대)
2023-03-09
금융·보험
민사일반
민법 제923조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과 민법 제974조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부양의무
1. 사실관계 및 대법원의 판결 소외 망 A는 1993년 피고와 혼인하여 자녀로 B(1993년생)와 C(1997년생)를 둔 뒤 1998년 이혼하였는데, A가 2011년 추락 사망하여 피고는 2012. 6. 27. B, C의 친권자로서 A의 사망보험금으로 약 1억7000만 원을 원고(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하였다. 그 후 A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져 원고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2012. 12. 27. B와 C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2015년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었고, 원고는 그 직후 채무자 B와 C, 제3채무자 피고, 피압류채권 ‘B와 C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반환청구권’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으며, 위 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권이므로 피압류채권으로서 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추심명령이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B는 성년이 된 후 피고의 반환의무를 면제하였거나 B(자녀)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C의 보험금은 피고가 모두 소비하였으므로 반환할 보험금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상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원심의 부가적·가정적 판단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 가. 부모와 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가 민법 제974조 제1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대법원 1994. 6. 2.자 93스11 결정,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대법원 2017. 8. 25.자 2017스5 결정). 그런데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에 대하여는 친권자의 의무라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직계혈족간 부양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974조 제1호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민법 제975조와 관계에서 ‘부양을 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부모가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이런 이유로 종래 민법 제974조 제1호가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라고 해석하는데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친권자는 자녀가 그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을 관리할 권한이 있는데(민법 제916조),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하면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여야 한다(민법 제923조 제1항). 여기서 관리의 계산이란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던 기간의 그 재산에 관한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결산하여 자녀에게 귀속되어야 할 재산과 그 액수를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 친권자가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는 경우 그 자녀의 재산으로부터 수취한 과실은 그 자녀의 양육, 재산관리의 비용과 상계한 것으로 본다는 민법 제923조 제2항의 규정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에서 지적하다시피 친권자는 자녀의 특유재산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임의로 사용할 수 없음은 물론 자녀의 통상적인 양육비용으로도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고, 친권자가 자신의 자력으로는 자녀를 부양하거나 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친권자의 자산, 수입, 생활 수준, 가정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현저한 양육비용이 필요한 경우 등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자녀의 특유재산을 그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 결국 부모는 부양받을 미성년 자녀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가 발생하는데, 그 근거는 민법 제974조 제1호 직계혈족 간 부양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특별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민법 제923조 규정이 우선 적용되므로 민법 제97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판시를 한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의도하지 않은 성과라 할 만하다.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3. 피압류 적격에 관한 판단 : 일신전속권인지 여부 가. 친권자의 특유재산반환의무는 민법 제923조 제1항의 계산 의무 이행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재산 관리 권한이 소멸한 때 발생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녀의 친권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재산적 권리로서 일신전속적인 권리가 아니므로 자녀의 채권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나. 자녀의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소송법이나 가사소송규칙 그 밖의 법률에서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가사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사사건으로 지방법원에서 심리 재판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4. 피압류채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직권조사사항 :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한다고 하여야 할 것(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23888 판결 등)이므로 당사자적격에 관한 사항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고(대법원 1994. 9. 30. 선고 93다27703 판결 등) 변론주의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나.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B가 2012. 8. 22. 성년에 달한 후 묵시적으로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근거로 B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소멸되었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채권을 대상으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B가 성년에 달하기 2개월 전에 피고가 법정대리인(친권자)으로서 보험금을 수령한 점, B가 성년에 달하고 4개월 후 원고가 B와 미성년자인 C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점을 고려하면 B가 특유재산반환의무를 면제하거나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은 원고의 보험금을 회수하려는 일련의 노력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다.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의 존부 (1) 대법원은 C의 특유재산반환청구권과 관련하여 A가 사망한 2011년부터 2017년 군입대 전까지 C는 피고 및 피고의 재혼 남편 X와 함께 살아온 점, 피고가 소득활동을 하였으나 교육비, 생활비를 포함하여 C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보험금에서 충당한 점, 피고의 재혼 남편 X가 C의 2017년 1학기 대학등록금을 대신 지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C가 성년에 달하여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발생한 2017. 7. 2. 무렵에는 피고가 C의 양육비 등으로 보험금을 모두 소비하여 C에게 반환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란 며느리와 시부모 관계, 사위와 장인·장모 관계, 계친자 관계(계부와 처의 자녀 사이, 계모와 남편의 자녀 사이)를 의미한다. 물론 직계혈족간은 부모자식간, 조부모와 손자녀간 등 직계혈족 사이를 의미한다. 한편,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피고의 재혼 남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C와는 민법 제974조 제1호에서 정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 해당하여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 만약 피고가 사망하였다면 배우자 관계가 소멸하여 (X가 재혼하지 않는 이상) X와 B, C는 단순 인척 관계에 불과하므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양의무가 발생하지만(대법원 2013. 8. 30.자 2013스96 결정), 피고가 생존해 있는 한 X는 B, C와 생계를 같이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이므로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한편, X는 피고의 남편으로서 부부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X와 피고가 공동으로 부담하므로 X가 C를 부양한 것은 민법상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C는 부당이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는 자신의 재혼 남편 X가 C를 부양한 것을 이유로 C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의무의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5. 결론 특유재산반환청구사건은 가사사건이 아니라 일반 민사사건이므로 대법원이 상고기각으로 자판을 할 것이 아니라 파기환송하여 사실심에서 B와 C의 피고에 대한 특유재산반환청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실 심리를 한 후 판단하도록 했어야 한다. 특유재산반환청구권이 일신적속권이 아니라는 판시만 한 것은 법률심으로서 대법원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방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친권 소멸 후 자녀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고, 간접적으로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데 일조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본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반환청구권
재산관리
친권자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12-18
민사일반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1. 사실 및 논점 (1)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2003가합15269호로 피고를 상대로 원고가 피고에게 1997년 2월 말경 6,000만 원, 1997년 4월 초경 1억 원을 각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여금 1억 6,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하여, 2004년 11월 11일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받고 2004년 12월 7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년 11월 4일 위 대여금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피고를 상대로 1억 6,0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직권으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 소의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것이 논점이다. 2. 대법원판결이유의 요지 (1) 다수의견의 요지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그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 소의 형태로서 항상 전소와 동일한 이행청구만 시효중단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중단을 위해서 오로지 전소와 소송목적이 동일한 이행소송만 제기되어야 한다면 채권자가 실제로 의도하지도 않은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실체 심리가 진행됨으로써 채무자는 전소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사유를 조기에 제출하지 아니할 수 없어 법원은 이에 관하여 불필요한 심리를 하여야 하며, 채무자는 중복된 이행판결로 말미암은 이중집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질적인 채권의 관리·보전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채권자 또한 자신이 제기한 후 소의 적법성이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였는지 여부라는 불명확한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효중단을 위한 후 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채권자는 위 두 가지 형태의 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보다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는 편익이 생긴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로서 이행소송과 함께 해석을 통하여 다른 형태의 소송을 허용하고자 한다면, ‘청구권 확인소송’으로 충분하다.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를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받아들일 수는 없다. 청구권 확인소송은 전소 판결의 소송목적이자 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그 자체를 대상으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청구권 확인소송과 비교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큰 이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청구권 확인소송을 허용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는 확인의 이익을 비롯하여 법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3. 논점의 전개 (1) 상고심의 심리범위 대법원이 판단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상고이유에 대한 것이 아니고 직권으로 판단한 것이므로 상고심의 심리범위에 속하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상고심에서도 직권심리사항에 관해서 사실심리가 가능한 이상(제434조)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후소의 형태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원칙(제259조)의 적용범위 문제라고 한다면 직권심리가 가능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위 대전판은 상고기각의 결론을 달리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재판상의 청구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할 뿐 청구인용판결의 경우에는 그 종류를 물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므로 이행소송 이외에도 확인소송이 청구인용판결로 되었다면 당연히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문제는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할 수 있느냐이다. (3)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 재판상청구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점은 민법 제168조 제1호와 민법 제170조 제1항의 사유이므로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만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위 민법규정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다름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판례는 민법 제211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고가 소유자인 피고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물건에 관하여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극적 확인주장은, 법적 3단 논법의 대전제인 물권법정주의(민 제185조)의 적용을 받는 민법 제211조라는 법규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판 2012. 6. 28. 2010다81049 참조)고 하였다. (4) 청구권확인소송의 문제점 채권자가 전소로 이행청구를 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재차의 이행청구소송이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 이유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해서이다. 따라서 시효중단 목적이 없는 중복된 이행청구소송이나 청구권확인소송은 2중 제소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권확인소송은 시효중단을 위한 범위에서만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그렇지 않은 청구권확인소송은 허용되기 어렵다. (5)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 원고가 이미 확정력 있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집행권원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없는 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 또한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을 경우, 예컨대 임의경매신청 등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경우(대판 1991.12.10. 선고 91다17092 참조) 등에는 동일한 소송목적에 대한 소의 반복 제기를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이 임박하고, 소제기보다 간편한 민사집행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을 허용하여야 하며, 그 경우의 확인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부존재하는 부적법한 확인소송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독일 연방통상대법원(BGH) 판례에 따르면, 부적법한 확인하는 소라고 하더라도 실질적 권리자에 의해서 제기되는 한(BGH NJW 2010, 2270 Rn. 3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중단된다(BGH NJW-RR 2013, 992 Rn. 28; NJW 2004, 3772;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고 하였다. 다만 채권이 단지 도산절차에서의 신청에 의해서만 회수될 수 있을 때에는, 확인하는 소로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BGH NJW-RR 2013, 992 Rn. 28; BeckOK ZPO/Bacher, 31. Ed. 1.12.2018, ZPO § 256 Rn. 13.2.). 4. 결론 (1)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의‘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독일 판례상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확인소송의 기능은 분쟁의 예방에 있는데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소송이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멸시효에 관한 분쟁해결 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관계의 분쟁에 관한 확인소송이 아니어서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2) 다만 법률상 확인소송으로서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이나 소제기보다 간단한 민사집행 방법이 부존재하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여 영구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대전판 2018.7.1., 2018다22008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충분한 변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가 따르게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시효완성의 임박성이 있는 시점에 시효중단을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만 소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더 간단한 시효중단 방법이 있는 지 등 민사집행 방법의 부존재 요건을 살피도록 설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대여금
지연손해금
소멸시효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2019-02-18
행정사건
행정소송에서 법해석에 관한 행정존중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두55490 판결 1. 대상판결의 판시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행정존중의 필요성 법치주의 하에서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가 이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행정청도 법률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법해석을 하게 되고, 법률을 해석,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행정이나 사법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행정청의 법해석, 적용에 대하여 법원이 사법심사를 하는 것은 행정의 적법성을 담보한다는 취지에서 행정청에 의한 법적용 과정을 신중한 절차를 통하여 한 번 더 검토, 심사하는 데 있는 것이지 오로지 법원만이 법해석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행정소송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박정훈, 행정법의 체계와 방법론, 박영사, 2010, 103, 104면 참조). 뿐만 아니라 오늘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정의 활동 범위는 종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그 영향력도 증대됨에 따라 행정이 행정수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공익을 실현하는 것을 존중하면서 사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에 법원으로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행정청의 법적용 작용을 존중함으로써 행정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도 적법성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법원은 사법심사의 적절한 수준을 결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법심사에서 심사강도가 논의되고 있다. 나. 행정존중의 2가지 입장 법원에 의한 행정존중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다음과 같이 2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행정청의 법해석이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내려진 것이어서,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적절히 고려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일정한 조건하에서 행정청의 판단이 최종적인 것으로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법해석 권한이 당해 사건에서 법원에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행정부와 사법부의 법해석 권한의 분배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김은주, 미국 행정법에 있어서 Chevron 판결의 현대적 의의, 공법연구 37집 3호,2009, 315,316,325면 참조). 미국법에서는 법원이 행정청의 법해석을 심사할 때 두 단계의 분석 즉, 법률의 의미가 명확한지 여부를 심사하여 명확한 경우에는 규정의 명확한 의미를 적용하여야 하고, 그 의미가 모호한 경우에는 법원이 행정청의 해석이 불합리한 경우, 임의적 또는 자의적이거나 법규정에 명백히 배치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의 견해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이른바 ‘Chevron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Paul Daly,A Theory of Deference in Administrative Law,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p.18 참조). 다. 행정존중의 근거 행정존중의 근거로는 법률에서 행정기관에 법해석의 권한을 위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Chevron 판결에서 “의회가 창설한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행정청의 권한은 필수적으로 정책과 공백으로 남겨진 것을 채우는 규칙제정을 암묵적으로 또는 명백하게 의회가 부여하는 것이다. 만일 의회가 명백하게 행정청이 채워야 할 공백을 남겨두었다면 그것은 행정청에게 규정을 통해서 구체적인 법률조항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을 분명하게 위임한 것이다. 때때로 구체적인 사안에 관한 행정청에 대한 입법부의 위임은 명백하기보다는 암묵적이다” 라고 판시하여 의회의 명시적, 묵시적 권한위임을 들고 있다(황의관, 미국사법부의 행정청 법률해석에 대한 사법적 존중에 관한 연구, 미국헌법연구 24권 1호, 2013, 409면 참조). 라. 행정존중의 구체적 적용 행정존중은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안에 관련된 법해석에 부여하는 것이므로, 행정존중의 근거는 당해 사안에 적용되는 법률 규정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최종 법해석 권한이 부여되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1) 불확정개념 법률에 의한 (법해석) 권한위임의 대표적인 경우로서 법률에서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불확정개념으로 규정하고 하위 법규정에서 행정기관에 그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이 경우에 속한다. (2) 행정청의 전문성 명시적으로 처분요건 보충에 관한 권한위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행정존중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행정청에 법해석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로서 행정청의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두21120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대법원 2000. 10. 27. 선고 99두264 판결 등에서 행정존중의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3) 결과예측의 불확실성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두46783 판결은 ‘자연환경ㆍ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도 동일한 판시를 하고 있다. (4) 기타 그밖에 영미법에서는 처분과정에 복잡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제출을 거친 경우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마. 행정존중에 의한 사법 심사기준 (1)불합리성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사법 심사기준으로 ‘불합리성(unreasonableness)’이 사용되고, 불합리성을 구성하는 내용으로 비논리성, 불비례성, 법위반, 차별취급, 설명할 수 없는 정책변경 등을 들고 있다(Paul Daly,전게서 p.143 참조). (2) 현저한 불합리성 대상판결에서는 ‘현저한 불합리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저한 불합리성’이라는 개념은 불합리성이 중대하다는 의미인지 명백하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중대·명백하다는 의미인지 불분명한 점이 있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현저하다고 볼 것인지도 알 수 없어 ‘현저한 불합리성’은 객관적 심사기준으로서 곤란한 점이 있다( Paul Daly,전게서 p.175,176 참조). (3) 비례의 원칙 비례의 원칙이란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ㆍ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으로서(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10096 판결 참조), 전자를 필요성의 원칙, 후자를 균형성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는 불합리성 심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불합리성 심사에서는 필요성을 요하지 아니한다. 즉 행정청은 합리적인 해결책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이 허용되는 것이지 최소한의 선택이 요구되지 않는다. 또 균형성에 관한 평가는 법원과 행정청 사이에서 다르게 이루어질 수 있어 법원의 판단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갈음하게 될 여지도 있다. 이와 같이 비례의 원칙은 불합리성 심사보다는 훨씬 강화된 심사기준이므로 행정존중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적용함에는 적절한 고려가 필요하다. 바. 행정존중에 의한 심리방식 대상판결의 원심은 환경오염 발생 우려 여부에 관하여 감정까지 거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반하여 대법원은 신청지의 위치, 환기구, 마을, 저수지의 존재 등 경험칙의 수준에서 피고의 판단이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다른 감정의견만으로 행정청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성을 심사기준으로 사용함에 따른 적절한 심리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3. 결론 법원이 수권법률에 의하여 행정청에 의사결정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경우에까지 법해석에서 행정청의 의사를 대체하는 것은 재판규범인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감정에까지 이른 것은 법원이 유일한 법해석 기관으로서 법해석에 관한 한 얼마든지 행정청의 의사를 번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상판결은 행정존중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시하고, 나아가 사법 심사기준과 그에 따른 심리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환경오염
행정존중
감정
손태호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8-05-29
민사소송·집행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의 법률관계
-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다60982 판결 - 판결요지 제3채무자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와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 중 어느 한쪽의 청구에 응하여 그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그 변제 부분에 대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른 집행공탁을 하여 면책될 수도 있다.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2항에 따라 추심한 금액을 바로 공탁하고 그 사유를 신고하여야 한다. 평석요지 대상판결이 종전의 해석을 변경하여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을 허용하고 그 후속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실무상의 오랜 애로가 해소되었다.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에도,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선후를 불문하고 공탁이 허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1. 사실관계 채무자인 A회사는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1억원의 임대료 채권(이 사건 채권)을 가지고 있다. 평택세무서가 2010. 11. 24. 국세 11억3000만원 징수를 위하여 이 사건 채권 전부에 대하여 체납압류를 하였다. B가 2012. 8. 7. 최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로서 이 사건 채권 중 2500여만원에 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원고가 2012. 9. 10.과 10. 23. 두 차례로 나누어 최우선변제권 있는 임금채권자로서 합계 5500여만원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B와 원고가 각각 별소로 위 압류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하여, B가 제기한 소가 2013. 10. 24. 먼저 확정되었고, 원고가 2012. 10 5. 피고를 상대로 선행 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지급명령 신청을 하여 그 본안절차 제1차 변론기일에 후행 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지급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피고가 판결선고 시까지 항쟁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아 소촉법 특례이율 적용시기를 선고기일 다음날로 한 사실상 원고 전부 승소의 판결을 하였다. 원심은 동일 채권에 대하여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도 민사집행 압류채권자는 압류한 채권을 추심할 수 있고, 체납압류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집행에 의한 압류 및 추심절차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 등의 제1심 판결 이유를 원용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가 체납압류 후의 추심명령은 체납압류와 경합하는 범위에서는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제3채무자인 피고로서는 A회사에 대한 임대료채무 1억원을 공탁할 수도 없고, 평택세무서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도 없어 체납처분권자인 평택세무서에만 이행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상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도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 및 추심명령을 할 수 있고,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는 제3채무자를 상대로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3채무자는 압류 및 추심명령에 선행하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있어 서로 경합된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 없고, 또한 민사집행절차에 의한 압류가 근로기준법에 의해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임금 등 채권에 기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을 내세워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의 추심청구를 거절할 수도 없다. 다만 제3채무자는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와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 중 어느 한쪽의 청구에 응하여 그에게 채무를 변제하고 그 변제 부분에 대한 채무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으며, 또한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따른 집행공탁을 하여 면책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하면 국세징수법에 따른 배분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을 추심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36조 제2항에 따라 추심한 금액을 바로 공탁하고 그 사유를 신고하여야 한다. 4. 평석 가.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과 배당절차 가능 대상판결의 쟁점은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후행 민사집행압류에 기한 추심의 가부와 제3채무자가 집행공탁을 통하여 면책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전자에 관하여 학설은 부정설과 긍정설로 입장이 나뉘어 있고, 판례는 그 동안 긍정설을 전제로 판단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이 명시적으로 긍정설의 입장임을 밝혔다. 후자에 관하여, 동일한 채권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선행하고 강제집행에 의한 압류가 후행하는 경우에 일반 제3채무자는 누구에게 채무이행을 하여야 할지 몰라 심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배당절차를 통한 공정한 배당순위의 결정이 필요하여 공탁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판례는 “현행법상 국세체납절차와 민사집행절차는 별개의 절차로서 양 절차 상호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으므로 한 쪽의 절차가 다른 쪽의 절차에 간섭할 수 없는 반면, 쌍방 절차에서 각 채권자는 서로 다른 절차에 정한 방법으로 그 다른 절차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동일 채권에 관하여 양 절차에서 각각 별도로 압류하여 서로 경합하는 경우에도 공탁 후의 배분(배당)절차를 어느 쪽이 행하는가에 관한 법률의 정함이 없어 제3채무자의 공탁(변제공탁이나 집행공탁)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라고 하여 허용하지 않아 왔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다3686 판결 등). 이 경우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에 의한 집행공탁을 인정한다면 공탁 이후의 배당절차에 체납압류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현행법상 그것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탁선례[2-287]도 체납처분압류 후에 강제집행압류가 있는 경우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의한 공탁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다만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5179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제3채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 압류의 경합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보이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로 보아 민사집행법 제248조에 따른 공탁을 허용하고 배당절차를 진행하여 권리자를 확정하는 일부 실무례가 있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체납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을 허용하고 그 후속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실무상의 오랜 애로가 해소되었다. 우리나라는 체납처분절차와 민사집행절차를 조정하는 법률이 없어 동일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양자가 경합하는 경우의 문제를 현재로서는 해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대상판결이 종전의 해석론을 변경함으로써 양자가 경합하는 경우의 법률관계가 대부분 정리된 것이다. 집행공탁이 허용된다는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29591 판결과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33842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88112 판결의 병존에 따른 혼란도 말끔히 정리되었음은 물론이다. 2011. 4. 4. 법률 제10527호로 국세징수법이 개정(2012. 1. 1. 시행)되면서 체납절차에도 배당요구제도와 유사한 배분요구제도가 도입되고(68조의2), 압류채권자 등도 배분대상에 포함된 것(81①ⅸ∼ⅶ)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다른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발령된 압류·가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의 집행공탁 후에야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배당요구로서의 효력이 인정한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87502 판결과 그 맥락이 연결된다. 한편, 제3채무자가 집행공탁을 함으로써 면책될 수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집행법원이 배당절차를 집행함으로써 절차를 종료시킬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되는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203833 판결이 “민사집행절차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채권자뿐만 아니라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의 지위도 민사집행법상의 배당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채권자의 지위로 전환된다고 할 것이어서,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채권자가 공탁사유신고 시나 추심신고 시까지 민사집행법 제247조에 의한 배당요구를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배당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하여 집행법원이 위의 사유신고에 따라 배당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절차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실무상의 후속조치로서 대상판결 등의 내용을 자세히 반영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압류와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가 있는 경우의 공탁절차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행정예규 제1060호]이 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 중이다. 나.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체납처분압류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도 문제되는데, 가압류의 존재만으로 공탁의 요건을 충족하고(민집 297), 공탁을 통하여 제3채무자를 면책시킬 필요성이나 이후의 배당절차에 체납처분권자가 참여하는 문제도 체납처분압류와 민사집행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므로, 이 경우에도 그 선후를 불문하고 공탁이 허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관한 종전의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다33842 판결 등이 폐기되지 않았지만, 이는 구 민소법 사안이어서 인 것으로 보인다.
압류채권
민사집행
집행공탁
체납압류
2016-12-19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후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임차인의 보호
1. 사안의 개요 논의와 관계되는 범위에서 대상판결의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甲이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던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다음날 乙이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丙 주식회사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이 요구된다(이하 '판시①'). (2) 甲이 최고가매수신고인에 불과한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 그 다음날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므로 파기한다(이하 '판시②'). 3. 검토 가. 판시①에 대한 검토 (1) 판시①은 이미 여러 판결에서 설시가 되어 왔기 때문에 판례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이지만, 그 문언 자체에서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하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사례들을 통하여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범위 내에서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므로 소유권 외에도 전세권 등 주택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함하는 물권(이하 '소유권 등'이라 하고 소유권 등을 가지는 자를 '소유자 등'이라 한다)이 여기의 적법한 임대권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등 판결은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소유자 등에 대한 채권을 가지는 데 불과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으나, 주택에 관한 채권적 권리만을 가지고 있는 자로부터 임차한 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대항력이 생기는 민법의 기본 원칙(제621조)의 예외로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채권인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한 것이다{민일영, 주택경매에 있어서 임차인보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04년) 23면 참조}. 그렇다면 임대인은 임차권 등기를 해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 전제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항력을 인정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3) 보다 근본적으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해당 주택을 임차한 자가 대세적인 권리를 취득한다는 것은 임대인이 자기 권리 이상을 처분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권리의 이전에 관한 일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소유자 등으로 하여금 타인(임대인)이 자기 권리를 처분하는 것을 용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가 지켜져야 하나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권리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보호되면 충분하고, 임대인의 권리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임차인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4) 따라서 판시①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의 사용수익에 관한 물권을 가지는 임대인과 사이에, 그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포함된다"라고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2007다38908 등 판결이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나. 판시②에 대한 검토 임차인의 보호에 기울어 있다고 생각되는 판시①과 달리 판시②는 오히려 임차인의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준다. (1) 판시②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甲이 인도 및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날부터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甲이 丙보다 앞서 우선변제권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다면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전혀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임대권한이 없는 자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는 이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임대권한을 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丙이 乙의 소유권 취득 당일 근저당권을 취득한 이상 甲은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과 같이 보는 것은 가령 丙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타당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고, 기존의 판결례들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나아가 ㉡의 입장을 취할 때에도 甲이 丙보다 후순위라도 우선변제권을 갖기는 하는지 여부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는데, 긍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나 대상판결에 대한 필자의 결론에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상세는 생략한다). ㉡과 같이 이해하는 것은, 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 등이, 소유권자가 타인에게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임차하여 계속 거주하기로 약정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사안에서, '주민등록은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날로부터 임대차를 공시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는 것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익일부터'라고 본 것과 일관되는 면이 있다. 입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대항요건을 갖추는 시점과 대항력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둠으로써 임차인의 보호에 의도적인 공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도 및 주민등록 시에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유사한 취지로 민일영, 전게 논문 97면 등 참조). 이렇게 개정이 되면 甲이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도 甲은 乙의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도 및 주민등록이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가지는 것은 이들 요건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행하여질 경우 그 선후 결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대비한 것이다(민일영, 전게논문 96면 및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23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대항력 발생 시기에 관한 규정은 인도 및 주민등록 시점의 불명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용되면 충분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 따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후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경우 대항력 발생 시기는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날의 다음날 0시와 임대인의 소유권 등 취득 시점 중 나중에 오는 시점으로 보면 되지, 더 나아가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날에 새로이 인도와 주민등록이 있는 것처럼 보아 그 다음날을 기준으로 다른 등기와의 선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8361 등 판결 및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58026 등 판결은 임차인이 인도 및 주민등록을 갖춘 후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사안에서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즉시'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는데, 이들 판결도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위 99다59306 판결 등에서도 기존의 소유자였던 임차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甲은 인도 및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상 확정일자를 받은 날의 다음날 0시 이후로서, 乙이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므로, 그 후에 근저당권을 취득한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15-08-10
선박보험계약에서의 영국법의 적용범위
Ⅰ. 사실관계 가. 주식회사 신흥은 2006. 5. 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로부터 이 사건 선박 등을 리스하고, 2006. 6. 2. 한화손해보험(주)와 피보험자 : 소유자(owner) 한국캐피탈, 관리자(manager) 피고, 보험기간 : 2006. 5. 26. 12:00부터 2007. 5. 26. 12:00까지, 보험목적물 : 선체 및 기관, 보험가액 : 16억2,000만원 등으로 정하고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은 신흥(주)가 2006. 7. 2.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다. 신흥(주)는 2007. 5. 2.에 이르러서야 KOMOS(한국해사감정)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6월 목포항을 떠나 태안반도 인근 모래채취구역으로 예인되던 중 505 현성호와 충돌하는 1차사고를 당하였고, 그 후 같은 해 6. 27. 제2대양호와 충돌하는 2차사고를 당하였다. 라. 신흥(주)는 위 각 충돌사고로 이 사건 선박이 손상되자 200. 7. 3.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선박수리업자로부터 수리를 한 후, 2007. 7. 27. 한화손해보험회사에게 위 각 충돌사고로 인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 1억7509만9100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자는 신흥(주)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warranty)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 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그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근래 156인의 판사들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관한 성명서와 관련하여 사법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법원은 해상보험사건에 특유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해상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영국보험자협회의 해상보험약관에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되어 있고,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 중 대법원 1991.5.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을 비롯한 대부분은 대법원판결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을 전면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류적 판결과 다른 취지의 판결이 속속 판시되고 있다. "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만 의한다"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된 사건에서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은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나 보험자의 설명의무와 같은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항"에는 우리나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하고,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은 "협회선급약관상의 표준규격선박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보험자인 원고에게 지체 없이 위반의 사실을 통지하고 보험료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하며, 보험계약자가 계속담보를 받는 사유의 발생을 알았음에도 보험자에게 지체없이 이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더 이상 계속담보조항에 따른 보험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은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에 관하여 의사설을 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 선박보험실무에서 통용되고 있는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고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를 적용하였고(이 판결의 평석으로는 한창희, 해상보험약관의 구속력, 최기원편 상사편례연구(Ⅶ)), 박영사, 2007, 248면 이하 참조), 이 글의 연구대상판결인 해상보험상 난제인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대상판결에 대하여서는 법원이 주류적 판결과 달리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해상보험사건은 영국법준거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약관규제법과 같은 우리나라 강행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견해(석광현, 외국법제로의 과도한 도피와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법률신문 3926호)가 제시되고 있고, 국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해상보험분야에서 판결의 목적인 정의와 형평의 구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인 영국해상보험법제와 우리법의 조정과 관련한 법원의 고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해상보험에서 전통적인 워런티개념의 현대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이 판결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일 것으로 판단된다. 2. 영국 보험법상 최악의 특징인 워런티의 개혁논의 워런티는 보험자가 워런티에 관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는 워런티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그 사유와 시기와 관련 없이 보험자는 바로 그 시점부터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의 주요관심사인 보장범위의 정확한 한계획정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여 왔다. 그러나 (1) 워런티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고, (2)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손해발생 전에 그 위반이 교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교정되어 워런티가 충족되었다는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워런티의 효과의 지나친 엄격성에 대한 완화노력이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법원(法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법과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가. 영국 영국에서는 소비자보험의 영역에서 워런티의 효과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법률개정위원회는 수년간의 검토를 거쳐 워런티가 중요한 위반이 아닌 한 워런티로 분류되어서는 아니되고, 그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권고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에게 서면으로 워런티의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금융감독청의 보험영업행위준칙(ICOBS) 제8.1.2조는 워런티위반과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영역은 보험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소비자보험의 변화에 상당한 정도 영향을 받고 있고, 2003년 국제선박보험약관은 위반하였더라도 치유가 허용되는 조항(제10·11·32조),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에 대해서만 면책으로 하는 조항(제14조 제3항) 등을 두어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고 있다. 나. 미국 미국은 해상보험분야는 연방법원의 관할이고 연방 해상보험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으며, 해상보험에서 영국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의 1955년의 Wilburn Boat사건 이전에는 영국법원의 판례가 미국법원에 의하여 선례로 인정되었지만, 이 판결 이후에는 주법의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주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Wilburn Boat사건판결에 대하여 튜레인 대학교의 데이비스 교수는 "해상법의 전국적 통일에 역행하는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고, 그랜트와 블랙(Grant and Black)은 "일관되게 문제가 있고 환상에 젖은 것"이라고 하였으며, 커리(Currie)는 불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하였다. 3. 선박보험사건에 영국법의 적용범위 이 연구대상판결은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여 약관 전체 조항의 편입을 부정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이후 5년만의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로 워런티가 해상보험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의 제외대상인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판결에 따라 워런티에 관하여 법원(法源)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우리의 약관규제법에 해당하는 불공정계약조항법(Unfair Contract Terms Act)은 보험약관에는 적용이 없고,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에는 설명의무나 워런티의 엄격성을 제한하고 있는 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연구대상판결은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인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타당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석광현교수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국의 해상보험법을 전면적으로 우리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던 대다수의 판결방향을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수정하고 있고, 미국의 Wilburn Boat사건이후 나타나고 있는 법적 안정성의 파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 5년의 간격을 두고 대법원은 두 판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해상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와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영국법이 아닌 우리 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비추어 옳다고 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4. 맺음말 워런티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가장 매력없는 개념으로 전세계에서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항에서 이 연구대상판결이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점에서 법원의 고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본 것은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반하는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해상보험의 국제성과 우리사법(司法)인프라의 미비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지만, 판결의 목적이 정의와 형평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해상보험에서 영국법과 우리법의 조정은 향후에도 해상보험을 연구하는 학계와 실무계가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라고 판단된다.
2012-02-20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공무수탁사인의 행정주체적 지위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事案과 經過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 1, 2 주식회사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 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위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그 지상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3 주식회사와 행정대집행 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4. 2. 5.부터 2004. 2. 9.까지 사이에 피고 2를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삼아 피고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피고 3 주식회사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이 사건 토지상의 공장건물 내부에 있던 영업시설물 등을 반출함과 아울러 공장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반출물건 중 일부와 철거잔존물을 파주시 교하읍 ○○리에 있는 적치장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여기서의 행정대집행의 위법을 내세워 토지공사와 그의 직원 및 토지공사와 철거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책임을 구하였다. Ⅱ. 判決要旨 한국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2007. 4. 6. 법률 제83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한국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 바, 한국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問題의 提起 여기서 문제는 공무수탁사인인 격인 토지공사에 대해 통상의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마냥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런 제한 없이 즉, 경과실의 경우에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0. 4. 선고 2006나37894(본소), 2006나37900(반소)판결)은 한국토지공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의하면, 피고 토지공사가 토지개발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법 제89조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 권한을 피고 토지공사에 위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대집행 권한을 위탁받은 피고 토지공사는 그 위탁범위 내에서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토지공사는 물론 기타의 피고(토지공사의 대집행실무책임자, 위탁받은 민간업체 및 그 대표자) 역시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직접적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공무수탁사인격인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단순한 공무원이 아닌 행정주체로 봄으로써, 고의나 중과실과 같은 귀책사유의 제한을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즉, 경과실만으로도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간단치 않는 문제가 있다(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공무수행상의 민간전문가의 문제는 졸고, 행정법집행에서의 민간전문가의 참여, 공법연구 제40집 제1호(2011.10.) 참조). Ⅳ. 公務受託私人의 法的 地位 1. 行政主體說의 問題點 종래 독일의 'Verwaltungstrager'를 행정주체로 옮겼다. 독일의 문헌이 공무수탁사인 역시 'Verwaltungstrager'의 일종으로 들기에 자연 공무수탁사인에 대해서도 행정주체적 지위를 부여하여 왔다. 법에서 권리(법)주체는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행정주체설을 단순 대입하면 공무수탁사인의 경우 귀속주체인 이상 그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은 국가배상차원에선 그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논증이 성립한다.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과 관련한 이런 인식(행정주체=배상책임주체)은 별다른 의문 없이 보편적으로 문헌에서(최근의 예로 정하중,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법률신문 제3965호(2011.9.5.); 박균성, 공무수탁자의 법적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51면 이하;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제15집 제1호, 2010.6, 189면 이하)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김중권, 2010년도 주요 행정법(행정)판결의 분석과 비판에 관한 소고, 안암법학 제35호, 2011.5.31., 96면 이하. 홍준형 교수 역시 행정주체설에 대해 강한 의문을 피력한다. 동인, 사인에 의한 행정임무의 수행 : 공무수탁사인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2호(2010), 639면). 그런데 기왕의 논의는 조직법상의 의미, 작용법상의 의미 그리고 책임법상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았다.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주체가 되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법인, 공재단처럼- 간접적인 국가행정의 일환이 되나, 이는 조직법상의 의미이다(Klement, Hochstrichterliche Rechtsprechung zum Verwaltungsrecht: Ungereimtes in der Beleihungsdogmatik des BGH, VerwArch 2010, 112(119); Maurer, Allg. VerwR, 2009, §21 Rn.11). 작용법의 차원에선 그것은 고유한 직무담당자(Amtstrager)이다. 즉, 공무수탁사인은 헌법 제29조와 국가배상법 제2조상의 직무를 집행한다. 직무담당자로서 공무수탁사인을 설정하면, 그의 행위에 따른 법적 효과는 당연히 위탁자(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귀속하며, 이는 국가책임법의 차원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 즉, 공무수탁사인에게 공임무를 위탁한 자가 공무수탁사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진다. 사실 행정절차법은 물론 행정소송법상으로 공무수탁사인이 행정청마냥 동일하게 피고가 되기에 행정주체설이 결정적으로 한계가 가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주체설에 사로잡힌 나머지 행정소송상의 이런 취급을 소송수행상의 편의상의 것으로 오해하였다. 2. 獨逸에서의 論議 독일의 경우 통설(Maurer, Allg. VerwR, §23 Rn.59, §26 Rn.43; 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16f.; Freitag, Das Beleihungsverhaltnis, 2004, S.25)과 판례(BGHZ 49, 108(115); BGHZ 122, 85(87))는, 그들 판례에서 전개된 위탁이론(Anvertrauenstheorie)과 그들 기본법상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공공단체만이 규정되어 있는 점에 의거하여, 공무수탁사인에게 위탁한 행정주체('Verwaltungstrager')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본다. 그 결과 공무수탁사인은 국법적 의미에서의 공무원이나 행정보조인과 동일하게 설정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선 일부문헌에서 반대주장이 제기되었다. Frenz는 기본법 제34조의 책임이 사법의 권리주체에게도 이전될 수 있음을 들어, 고권적 권능을 독립되게 행사하는 공무수탁사인이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였다(Ders., Die Staatshaftung in den Beleihungstat bestanden, 1992, S.148ff.). 즉, 공무수탁사인에로의 책임의 원칙적인 이전이 독립된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의 법적 지위의 논리적 결과라고 본다(Frenz의 반론에 공감하여, Schmidt am Busch는 민간의 자원을 가능한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위하여, 그리고 -바뀐 국가임무에 상응하여- 필연적인 행정단위의 독자성을 감안하여 책임을 공무수탁사인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ers., Die Beleihung: Ein Rechtsinstitut im Wandel, DOV 2007, 533(542)). 반대론에 의하면 임무수행과 관련하여 제1차적 권리보호(행정소송)이든 제2차적 권리보호(국가책임)이든 동일인을 피고로 삼을 수 있다. Ⅴ. 公務受託私人이 賠償責任主體가 될 수 있는가? 배상책임주체와 관련해서, 우리의 경우 -독일과는 마찬가지로- 헌법이 국가와 공공단체만을 규정하고, 우리의 국가배상법제에 해당하는 독일 민법 제839조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지만 국가배상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하고 있다. 설령 행정주체로서의 공무수탁사인을 인정하더라도, 그는 처음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요컨대 배상책임은 신분법적 의미상의 공무위탁적 고권주체와 관련이 있다. 나아가 배상책임주체가 이처럼 명문화된 이상, 독일에서의 반대주장이 우리에게 통용되는 데는 극복될 수 없는 장애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배상책임주체차원에서 전개한 것은 깊이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물론 원심은 토지공사(피고1)를 비롯한 피고(피고2-피고 토지공사의 업무 담당자, 피고3-피고 토지공사와 사이에 용역계약을 체결한 법인, 피고4-그 법인 대표자)를 국가배상법의 차원에서 -판례가 인정하는-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가능성에 의률하여 접근한다. 특히 대법원은 토지공사를 행정주체이자 원(1차)공무수탁사인으로 설정하기에, 그 토지공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자 및 그의 대표자를 마치 복(2차)공무수탁사인이자 그 집행공무원으로 보는 셈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사인인 이들을 국가배상책임에 의률하여 접근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을뿐더러,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과 비교하여 요구되는 과실정도가 높다. 사실 판례는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인 경우 해당 법인과 그 업무담당자를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그런데 법인이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면 직무행위의 기준이 되는 직무담당자는 그 수탁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자(그 법인의 직원)이지 결코 해당 법인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직무담당자는 반드시 자연인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GH, Urt. v.22.2.2006, NVwZ 2006, 966; BGHZ 170, 260(266 Rn.18)). Ⅵ. 맺으면서-誤解의 軸 직무담당자의 공무원적 지위인정은 공권력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귀속 즉, 국가책임을 성립시키기 위함이다. 결코 그의 개인적 책임을 국가배상법차원에서 묻기 위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사안을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의 능부차원에서 접근하였고, 그 결과 -대상판결이- 공무수탁사인을 국가배상법에 위배되게 배상책임주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2009.10.21.의 국가배상법개정에서 공무수탁사인을 명시적으로 공무원과 병렬적으로 규정하였다. 개정전의 사안이지만, 그에 관한 행정주체적 접근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실 이 모든 요령부득의 논증은 국가배상법의 본지에서 벗어나 가해공무원의 직접적 배상책임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본질마저 오해하게 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비롯되었다. 이 판결을 극복하지 않고선 우리 네 국가책임법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하겠다(이런 사정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159면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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