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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I. 문제의 제기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은 1974.12.21.에 최초로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1995. 7. 1.부터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토지, 건물)은 증여의제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금은 주식을 타인명의로 주주명부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의제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에 명의신탁재산을 증여로 의제하는 규정이 위헌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 4차례에 걸쳐서 헌법재판이 이루어졌으나 위헌 결정은 나지 아니하였다(헌법재판소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 헌법재판소 1998.4.30. 선고 96헌바87, 97헌바5·29(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2헌바66 결정; 헌법재판소 2005.6.30. 선고 2004헌바40, 2005헌바24(병합) 결정). 과세당국은 위헌논란이 일 때마다 법률규정을 강화 내지 보완하였고, 대법원 또한 거의 모든 경우에 증여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해석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식 등에 대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지면 증여세 과세를 피할 길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명의신탁이 있게 되면 무차별적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계속되었다. 연구대상결정도 구 상속세및증여세법(1998. 12. 28. 법률 제5582호로 개정된 후 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1항 본문과 단서 제1호, 제2항, 제5항은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및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체계정당성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하였다.(반대의견 있음) 아래에서는 연구대상결정을 소재로 하여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을 검토하여 본다. II.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의 위헌성 1. 실질과세원칙의 위배 여부 연구대상 결정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로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하나 수긍할 수 없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본질적으로 증여가 아닌 경제적 거래를 세법상으로는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므로, 이것은 조세의 이름을 빌려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있는 경제적 거래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원칙적 귀속자인 실질소유자가 아니라 명의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가 허용된 경우는 있지만(예컨대 1994.12.21. 개정전의 구소득세법 제7조),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일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을 법률규정으로 발생시켜서 조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과세소득 내지 담세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규정으로 담세력을 창출시켜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리켜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라는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2. 조세평등주의의 위배 여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내지 이익이 아니라 단순히 권리의 외양만을 취득하여 담세능력이 없는 명의수탁자를 재산을 실질적으로 증여받은 자와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여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명의수탁자를 자의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조세가 담세능력 내지 경제적 급부능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반대의견 참조) 한편,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본질은 조세가 아니라 형벌 내지 행정벌이다. 그렇다면 명의신탁을 주도하여 위법성의 정도가 심한 명의신탁자에게 제재로서의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벌성의 정도가 훨씬 약한 종범 내지 방조범에 불과한 명의수탁자에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위의 위법성에 상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근거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이런 점에서도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 가. 수단의 적합성 내지 피해의 최소성 여부에 대하여 (1) 연구대상결정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은 물론이고 증여세 이외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에 대하여서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더라도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에 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수긍할 수 없다. (2) 조세는 주기능 내지 본래적 기능인 재정수입의 확보 이외에도 경기조절, 특정 경제활동의 조장 또는 억제, 소득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형평의 추구 등 여러 가지 부차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어느 경우이든 간에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인 형벌·벌금·과료·과태료 등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실질적 담세력이 전혀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본질은 형사벌 내지 행정적 제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형사처벌 내지 행정적 제재의 조세화」인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의 본질에 위반되는 것이고 그 입법목적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3) 증여세가 형사처벌 내지 과징금에 비하여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 뿐만 아니라 가령 처벌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벌금형을 받는 데에 그친다. 한편,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을 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부동산가액, 위반 기간,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였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징금이 유연하게 부과된다. 이에 비하여 세무조사 과정에서 주식의 명의신탁 사실이 밝혀져서 세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부동산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는 예보다 현실적으로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증여세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서 최고 50%의 세율로 중과세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증여세 부담이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보다 수증자의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는 수단이라는 견해는 피상적 고찰이라고 할 것이다. 나. 법익의 비례성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하여 증여세가 아닌 다른 조세를 회피하는 경우에 대하여서까지 지나치게 고율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납세의 공평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담세능력이 전혀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막중한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게 되는 과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법익간의 균형성을 잃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 건 결정의 반대의견) 4. 체계정당성의 위반 문제 가령 어느 주주가 그 소유의 주식 중 일부를 타인(명의수탁자) 명의로 등재하여 둠으로써 배당소득세를 수십만원 회피하였다고 하여, 아무런 재산상 이득도 얻은 바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수천만원 내지 때에 따라서 수억원을 과세하는 것을 가리켜 입법재량의 범위 내이고 체계정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회피하려는 조세와는 그 세목이 전혀 다르고 세율도 가장 높은 증여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훨씬 넘은 것이고 체계정당성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III.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의 해결방안 1. 근본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은 실질과세의 원칙 및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고, 법체계의 정당성에도 어긋나며 최소침해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규정이므로 폐지하여야 한다. 2. 입법적 해결방안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규정을 전체적으로 폐지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조세회피의 목적”을 “증여세회피의 목적”으로 고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을 이용한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아울러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의 본질이 조세의 외형을 빌린 제재 내지 처벌이라고 본다면, 수증자를 제2차납세의무자로 함은 모르되 주된 납세의무자로 하는 것은 부당하고 반사회성이 두드러진 증여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3. 합리적 해석방안 (1) 종전까지의 대법원의 주류적 태도는,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추상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은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두2192 판결;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두13649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2) 대법원의 경직된 태도와 달리 학설 및 일부 하급심판례는, 조세회피와 관련 없는 명의신탁행위의 중요한 의도가 따로 있고 부수적으로 조세부담의 경감이 있는데 불과한 경우에는 조세회피의 목적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된다든가, 조세회피의 의도가 현실화되지 않고 나아가 조만간 그러한 결과가 분명하게 예상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과 같이, 조세회피목적의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문제점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였다. (3) 그런데,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7733판결은, 주식의 명의신탁이 상법상 요구되는 발기인 수의 충족 등을 위한 것으로서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이 있는 경우에는 위 명의신탁에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취지에 따른다면, 명의신탁을 하게 된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거나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매우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은, 현실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아니 하였더라도 잠재적인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이상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있다고 보아서 증여로 의제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온 종전 판례의 주류적 흐름과 모순된다고 여겨지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요컨대, 위 판결은 그 사건에 나타난 유별난 사실관계 하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한 그간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명의신탁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장래의 조세경감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의제 과세요건인 조세회피목적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시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하다. 이 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IV. 결론 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다른 세목에 비하여 조세정책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전혀 담세력이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것이고, 증여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조세를 사소하게 회피하였거나 심지어 잠재적 회피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그 수십배 내지 수백배에 달하는 과도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잘못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조세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보복 내지 제재수단으로 쓰이거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처벌 내지 경고 수단으로 오·남용된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예는 드물다고 보이나 그 대신에 조세를 정책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정치적 또는 정책적 목적으로 조세의 기능을 남용하게 되면 국민들의 조세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고 저항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입법자가 원래 의도하였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조세 본연의 모습만 잃어버리게 될 우려가 크다. 하루라도 빨리 조세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입법되고 운영되기 바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에 현행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 2의 규정은 조만간에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만약 위 규정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해석론을 통하여 불합리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은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보다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
2006-08-14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국회법상의 수정안
1. 사건의 개요 정부가 2005.3.24. 政府組織法中改正法律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改正案에는 ① 財經部 등 4개 부처에 複數(2명)의 次官을 두기로 하는 내용, ② 統計廳과 氣象廳을 차관급 기구로 格上시키기로 하는 내용, ③ 國防部 소속으로 防衛産業廳을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 ④ 建交部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 의안은 즉시 소관위원회인 行自委에 回附되었고, 행자위는 이 의안과 기왕에 행자위에 제출된 관련 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한 후 委員會代案을 마련하여 본회로 넘겼다. 위원회대안이란 위원회가 본회로부터 회부받은 의안과 수정안, 관련된 의안이 있으면 그 의안과 수정안, 위원회 자체의 수정안, 의원들로부터 추가로 제출된 수정안들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안을 말한다. 위원회종합안인 셈이다 {국회선례집 278면 이하, 김교창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2005) 264면}. 이 委員會代案에는 정부가 제출한 改正案의 내용 중 ①과 ②만이 들어있다. ③과 ④는 빠졌다. 위원회가 ③과 ④는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회에 2005년 6월 30일 위 代案이 議案으로 上程되었다. 본회에 상정된 議案은 이 代案 하나뿐이다. 본회로 보면 이 代案이 原案이다. 이 議案의 審議 중에 議員 33人(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③을 修正案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議長이 이를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본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부치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자 議長은 이 수정안과 아울러 ①과 ②가 들어 있는 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 의원 21人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③은 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를 수정안으로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그 청구원인이다. 憲裁는 冒頭의 判決要旨를 내세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기각결정에는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판결요지에 대한 評釋을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의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관한 會議進行法(會議法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Rules of Order)을 알아본 후 이 事案에서 修正案으로 다루어진 것이 과연 會議法상의 修正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된 의안에 관한 國會法의 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2. 議案과 修正案 사이의 關聯性 어떤 議案에 대하여 그 내용을 關聯性(Germaneness)을 지니는 범위에서 변경하자고 提議하는 안이 修正案이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는 의안과의 사이에 보완적인 것, 경쟁적인 것 및 적대적인 것 등이 있다{Robert’s Rules of Order(Perseus Books, 2000, 이하 RR이라 약함) 130 - 132p, 김교창 전게 149면 이하}. 그 예는 이 사안에 관한 다음 항에서 들기로 한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만이 수정안으로 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수정안으로 될 수 없다. 이를 關聯性의 原則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천여년에 걸쳐 英美의 議會에서 형성되었고, 會議法의 일반원칙으로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관련성의 원칙은 同一한 議案 再提出禁止의 원칙(RR 325ff, 김교창 전게 57면, 107면), 一事不再議의 원칙(國會法 제92조, RR 72p, 김교창 전게 107면)과 함께 會議體가 다룰 議案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會議法의 일반원칙이다. 이미 제출 내지 상정되거나 임시적으로 처리(회부 또는 연기)된 議案과 동일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재제출될 수 없고, 이미 최종적으로 처리(가결 또는 부결)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再議할 수 없다.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이면 동일한 의안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며 동일한 의안이 아니다. 역으로 위 두 개의 원칙에 해당하는 여부가 관련성의 存否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RR 130-131p, 김교창 ‘修正動議에 관한 연구’ 辯護士 (35)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9면 이하, 김교창 전게 167면 이하}. 관련성의 원칙은 條理로서 法源으로 된다고 볼 수도 있고, 法文의 해석에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3. 이 事案의 修正案이 會議法상의 修正案인 與否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 개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네 개가 하나의 의안으로 倂合되어 제출되었으나, 이 네 개는 각 別個의 議案이다. 이 네 개 중 ① 또는 ②만이 제출되어 있는 때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될 수 있고, ① 또는 ②만 제출되어 가결되거나 부결된 뒤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되고 審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가결 또는 부결로 ① 또는 ②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여지지 아니한다. ③과 ① 또는 ②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방위산업청의 신설과 ① 또는 ②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따라서 ③은 분명히 ①이나 ②에 대한 수정안이 아니다. 別個의 議案이다. 이를 수정안으로 보고 본회에 상정하여 처리한 것은 의장이 會議法을 위반한 것이다. 수정안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①, ②에 대한 수정안을 몇 개 예로 든다. ①에 대한 수정안으로 ㈎ 複數(2명)의 次官을 두되 1명은 政務次官, 1명은 事務次官으로 정하자, ㈏ 복수의 차관을 두기로 할 바에는 2명이 아니라 3명으로 增員하여 두기로 하자, ②에 대한 수정안으로 ㈐ 統計廳과 氣象廳을 국장급 기구로 格下시키기로 하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위 수정안들 중 ㈎는 보완적인 것이고, ㈏는 경쟁적인 것이며, ㈐는 적대적인 것이다. ①에 대한 수정안 중 가령 의장이 ㈎를 먼저 표결에 부쳐 ㈎가 가결되면 ㈏와 의안 중 ①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다. ㈎로 이 사항에 대한 본회의 의사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와 ㈏가 모두 부결되면 의장은 끝으로 의안 중 ①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97조는 이런 회의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憲裁는 국회법에 수정안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冒頭의 판결요지를 내놓았다. 그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條理를 찾아보아야 하고, 條理도 못찾으면 그 범위를 文理的, 論理的, 歷史的, 體系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憲裁는 이런 그의 職務를 遺棄하였다. 헌재가 내놓은 판결요지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재의 해석은 우리의 상식에도 벗어난다. 다행히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에 따라 이 판결요지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바란다. 會議法에 위반되었다고 이 ③의 가결이 당연히 무효라고 필자는 말하지 아니한다. 관련성의 원칙은 회의법 중 細部規則에 속한다. 이런 세부규칙은 회의체가 그 효력을 一時停止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 ③을 본회가 별개의 의안으로 제출받아 심의하였다면 위 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위반하고 그것이 나아가 다른 瑕疵를 이끌어내었다면 그 瑕疵의 정도에 따라 ③의 가결은 무효로 판정될 수도 있다. 다음 항에서 이 점을 살핀다. 4. 위원회가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議案 우리 국회법은 委員會中心主義를 취하고 있다{金哲洙 憲法學槪論(博英社, 2001) 941면, 朴奉國 國會法(博英社, 2000) 283면}. 모든 의안은 제출된 뒤 위원회로 회부되고 그 심사를 마쳐야 의장이 본회에 상정할 수 있다(국회법 제81조 내지 제85조). 특히 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法司委를 거치게 되어 있다(동 제86조). 위원회에 回附된 이 事案의 議案에는 위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그 중 ①과 ②만 본회에 附議하고, ③과 ④는 본회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원회가 본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안은 議長이 본회에 附議할 수 없다(국회법 제87조 제1항). 예외적으로 위원회의 그런 결정이 본회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議員 30人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의장이 본회에 附議할 수 있다(동 단서). 그런 요구가 없으면 그 의안은 廢棄된다(동조 제2항). 이들 국회법에 의하여 ③은 이미 폐기되었다. ③은 같은 會期 중에 再提出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修正案이 아닌 ③을 수정안이라고 제출받아 처리하였고, 나아가 국회법의 위 조항들을 위반하였다. 그 위반의 정도는 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을 묵살한 정도에 달한다. 그 조항들은 국회법의 骨格을 이루고 있는 조항들이다. 그렇다면 憲裁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어야 한다. 憲裁의 판결요지에 반대의견을 표한다.
2006-07-06
도시계획변경입안 제안에 대한 거부의 처분성여부
Ⅰ. 원심판결(광주고법 2003. 1. 23. 선고 2002누1945 판결)의 요지 원심은 광주 북구 우산동 190-8번지선 13,619.5㎡(이하 '이 사건 시설부지'라 한다)가 도시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고 2000. 1. 28. 법률 제62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구 건축법시행령(1992. 5. 30. 대통령령 제13655호로 개정되고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1항 제2호, 구 광주직할시북구건축조례(1993. 6. 1. 개정된 것) 제23조 제11호에 의하여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의 건축이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그 지상에 도시계획시설로서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을 설치하도록 한 피고의 1993. 6. 17.자 도시계획시설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1999. 2. 27. 이 사건 시설부지의 일부를 낙찰받은 원고가 그 부분의 도시계획시설폐지 등을 포함하여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입안제안한 2002. 1. 4.자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02. 1. 11.자 회신으로 그 변경입안이 불가함을 밝힌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 입안제안신청을 도시계획입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에 해당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처분성여부의 물음과 관련한) 요지 구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되어 2002. 2. 4. 법률 제6655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도시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제한을 줄이기 위하여, 도시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0조),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1조)에 관한 규정과 아울러 도시계획 입안권자인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이하 ‘입안권자’라 한다)로 하여금 5년마다 관할 도시계획구역 안의 도시계획에 대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제28조), 도시계획입안제안과 관련하여서는 주민이 입안권자에게 ‘1. 도시계획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 2.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및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도시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첨부’하여 도시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고, 위 입안제안을 받은 입안권자는 그 처리결과를 제안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20조 제1항, 제2항) 등과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으로서는 입안권자에게 도시계획입안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원고의 신청에 대한 피고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간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변경 입안신청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問題點의 提起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은 본안에서의 판단이 서로 다를 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기본 출발점에선 동일하다. 특히 대법원은 종래의 거부처분 인정의 공식에서 요구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논증하여 이를 거부처분인정의 착안점으로 삼았다. 대상판결은 거부처분인정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심장하다. 1984년의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계획변경신청권을 부인하였고, 1999년의 대법원 1999.8.24. 선고 97누7004판결은 구「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현「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상의 민원접수 및 통지의무가 민원인에게 실체적인 신청권을 성립시키진 않음을 들어, 민원접수(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변경신청)에 따른 불허통지를 거부처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판례와 대상판결의 의의를 연계시켜 朴正勳 교수는, ⅰ) 84누227판결과 관련하여 20년 동안 도시계획·국토이용계획의 분쟁에 관한 행정소송을 봉쇄한 장벽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 ⅱ) 97누7004판결과 관련하여 민원에 대한 통지의무와 도시계획입안제안에 대한 통지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에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거부처분의 요건으로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 자체를 포기하여야 할 시점이 임박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동인, 행정판례 반세기의 회고-행정소송·국가배상·손실보상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판례의 성과와 발전방향(한국행정판례연구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심포지움), 2005.11, 발표문 74면}. 대상판결의 취지를 쫓는다면, 도시계획변경입안의 ‘제안’에 관해 신청권이 인정되는데, 하물며 도시(관리)계획변경에 관해선 당연히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大法院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判決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착안점으로 삼아 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을 例外的으로 認定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진일보하였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상세는 졸고,「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의 例外的 認定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Ⅹ, 2005, 21면 이하 참조). 이런 한계가 계획변경신청권의 일반적 인정을 가져올 대상판결에 의해서 극복된 셈이긴 하나, 계획변경신청권의 인정문제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반면 대상판결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법리적 희생-가령 준비행위나 절차행위를 완료된 행정처분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 인한 전면적 사법통제가능성-이 그보다 월등하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에서 소송대상은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이기 때문이다. 통상의 거부처분의 경우에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행정처분)인 점에서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 등은 사안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논증하였다. 여기서 거부처분 인정과 관련한 통상의 논의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대상판결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李宣憙, 도시계획입안 신청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권자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2004.4.28. 선고 2003두1806 판결: 공2004상, 913), 대법원판례해설 제50호(2004년 상반기), 149면 이하 참조). Ⅳ. 拒否處分認定의 公式에 관한 論議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의 의의는, 계획변경신청권의 존부의 물음을 넘어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 즉, ‘신청권’의 존재를 요구한 점에 있다.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거부처분과 관련한 판례 는 물론 행정심판의 공식이 되고 있다(84누227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李鴻薰, 「도시계획과 행정거부처분」, 행정판례연구 Ⅰ, 1992, 115면 이하 참조). 한편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신청권을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 즉, 실질적 권리(청구권)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기에, 기실 신청에 대한 단순한 응답요구권(이른바 형식적 신청권)만으로도 거부처분의 근거점인 신청권의 존재가 인정된다(한편 나아가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이 긍정되면, 이는 형식적 신청권 역시 긍정하는 셈이 되기에, 별도로 형식적 신청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金南辰/金連泰, 행정법Ⅰ, 2006, 687면). 엄밀히 보자면,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을 그대로 전승한 판결들과는 상반된다고 판단될 정도로 기본태도에 차이가 있다. 신청권의 존부에 연계하여 거부처분여부를 판단하는 원칙적 태도상의 문제점은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을 통해서 가실 수 있기에, 동판결의 취지가 설령 조리에 의탁하여 실현될지언정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요망된다. Ⅴ. 拒否處分認定의 公式과 事案과의 不一致 요컨대 거부처분의 성립(인정)요건은 대상행위의 처분성과 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이다. 행정처분이 아닌 행위에 대한 신청이 거부되었다고 하여 거부결과만을 갖고서 이를 처분으로서의 거부 즉, 거부처분으로 삼을 순 없다. 사안의 경우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의 제안’에 대한 거부가 문제된다. 기왕의 공식에 비추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여야 한다.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의 법적 성격은 도시(관리)계획의 수립절차를 바탕으로 가늠될 수 있다. 이 절차의 최종 결과물인 ‘도시계획시설변경계획결정’은 분명히 행정처분이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행해진 ‘입안결정’은 아직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은 점에서 일종의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이다.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기에, 도시계획의 입안의 상황과 완료(확정)의 상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 자칫 쟁송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관할이 사실상 침범당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이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 신청권의 존재에 덧붙여 ⅰ)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할 것, ⅱ)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킬 것을 요구한 이래로, 이런 양식은 패턴처럼 되었다. 일단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정의에 의거한 듯 한 점은 호평되어지나,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우선 ⅰ)과 ⅱ)가 독립되게 요구될 정도로 서로 본질적으로 나누어질 대상인지 의문스럽다. 신청대상행위가 ⅰ)의 요건을 충족하면, 그것의 거부는 당연히 ⅱ)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ⅰ)과 ⅱ)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이 판결이 현행법상의 처분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의문스럽다(후술 참조). 96누14036판결의 논증은 기본적으로 기왕의 판결과 궤를 같이 하지만(동지: 洪準亨,「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행정판례연구 Ⅷ, 2003, 97면 주3), 그것의ⅰ)의 요건은 처분정의와는 분명한 間隙이 있다. 요컨대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에 의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인 이상, 여기에 거부처분인정공식을 대입할 순 없다. Ⅵ. 非處分的 行爲의 申請에 대한 拒否의 處分性 與否 독일의 경우에도 과연 직무활동의 실행과 그 거부가 동일한 법적 성질을 갖는지가 다투어진다. 특히 사실행위의 거부와 관련하여, 다수는 사실행위실행에 관한 결정은 원하는 급부와의 관계에서 단지 비독립적인 부속물에 불과하고 아무런 법적 구속력있는 규율을 가지지 않음을 근거로 처분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도 상당하며, 판례 또한 그 경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이에 관해선 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Aufl., 2001, §35 Rn.56, 87c). 우리의 경우 판례가 논증한 거부처분공식에서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을 요구하거니와,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1호상의 처분정의-‘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의하더라도, 거부행위가 처분성을 가지려면 신청대상행위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이어야 한다(“그 거부”). 따라서 행정행위(처분)가 아닌 사실행위나 공법계약체결의 거부는 거부처분이 될 수 없다. 다만 이런 거부행위가 처분정의상의 준처분적 부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여 처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될 법하다. 그러나 자칫 본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경우에도 전형적인 처분으로서의 거부처분으로 換置시켜선 아니 된다. 그런데 준비행위처럼 종국적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논증마저 통용될 수 없다. Ⅶ. 맺으면서-經路依存性(path dependency)으로부터의 탈피- K. Ladeuer가 말했듯이, 행정행위는 행정법에서 생존의 명수이다. 사전결정(예비결정)이나 부분인허, 잠정적 행정행위는 전형적인 행정행위의 종국적, 본원적 성격에 견주어 다분히 목적론적으로 인정되어 제도화된 것들이다. 따라서 ‘입안’을 ‘확정된 것’에 견주는데 의견의 일치가 모아지지 않는 이상, 전자에 후자의 논의를 대입하는 것은 倒置的 論證이다. 그리고 ‘입안제안’의 거부를 신청권을 매개로 거부처분으로 等値시킨 대상판결로 인하여, 일련의 과정으로 행해질 행정활동의 경우에 자칫 매단계마다 법집행이 난맥에 처해질 수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朴正勳 교수의 지적처럼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이 인정될 우려가 있다. 또한 계획형성의 자유(이른바 계획재량)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요컨대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함과 더불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을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때, -기왕에 또는 장차에- 수립되어 결정된 도시계획을 권리구제의 목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초기조건에의 민감성(senstivity to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듯이, 처분성인정의 물음에 원고적격의 물음을 혼입시키는 것이 문제의 根源이다. 이 물음에 대한 典範인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행정소송법의 전면개정(1984.12.15.)에 따른 “84년 체제”에 명백히 반한다. 따라서 이것과의 결별에 행정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진 않다.
2006-03-27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시적(時的)적용범위
1. 관계법령 국민건강보험법[1999. 02. 08. 법률 제5854호로 제정] 제73조 (보험료 등의 징수순위) 보험료 등은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기타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 다만, 보험료 등의 납부기한 전에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의 설정을 등기 또는 등록한 사실이 증명되는 재산의 매각에 있어서 그 매각대금 중에서 보험료 등을 징수하는 경우의 그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부칙 제1조 (시행일) 이 법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부칙 제4조 및 제5조의 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1999. 12. 31. 개정) 제9조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취득 등에 관한 경과조치) ③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 제13조 (다른 법령과의 관계) ① 이 법 시행 당시 다른 법령에서 종전의 의료보험법 또는 국민의료보험법을 인용하고 있는 경우에 이 법 중 그에 해당하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갈음하여 이 법 또는 이 법의 해당 규정을 인용한 것으로 본다. 의료보험법[1999.02.0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58조 (보험료의 징수우선순위)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 구 국민연금법[2000. 12. 23. 법률 제62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연금보험료의 징수의 우선순위) 연금보험료 기타 이 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의료보험법에 의한 보험료와 동순위로 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원고(중소기업은행,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소외 주식회사 와이이통상(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의 소유이던 부동산에 관하여 2001. 9. 7. 채권최고액을 2억 8,000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고, 피고(국민연금관리공단,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2002. 9. 30. 소외 회사가 1998. 10.분 이래로 계속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른 압류등기를 마쳤다. 나. 원고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03타경5026호로 부동산임의경매신청을 하였고, 이에 따라 위 법원은 임의경매절차를 진행하여 2004. 4. 30. 배당기일에 매각대금 등에서 집행비용을 공제한 실제 배당할 금액 99,422,952원 중 1순위로 교부권자인 피고에게 위 저당권 설정일 이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것으로서 소외 회사가 체납한 1998. 10.분부터 2001. 7.분(납부기한은 매 익월 10일)까지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28,203,590원을, 홍성군에게 805,180원을 각 배당하고, 2순위로 원고에 대하여 70,414,182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에 대한 위 배당액 중 1998. 10.분부터 2000. 5. 분까지의 체납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에 관하여 이의를 진술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대전지방법원 2005. 4. 14. 선고 2004나10051 판결)의 요지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의 순위는 국세 및 지방세에는 우선하지 못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단서에 의하여 이미 납부기한이 도래한 경우에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 우선하는 반면(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참조), 위 시행일 이전에 설정된 전세권·질권 또는 저당권에 대하여는 위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에서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하고 있고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조세채권,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보다는 후순위로, 일반채권보다는 우선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배당기일에 이의한 피고의 국민연금보험료 및 연체금 합계 15,676,735원의 납부기한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 이후인 2001. 9. 7. 설정된 원고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이상, 피고의 위 보험료 및 연체금 채권이 원고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24394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의료보험법 및 국민의료보험법에 의하여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제58조(이하 ‘구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국세 및 지방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되어 있을 뿐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는 두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법률 시행 당시에는 납부기한이 경과된 연금보험료라 하더라도 일반채권에는 우선하나 저당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해석된다. 구법에 의한 연금보험료 등의 징수우선순위가 위 해석과 같고,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가 위 법 시행 당시 이미 납부기한이 경과된 보험료 등의 징수에 관하여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일인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에 의해 담보되는 채권에 우선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그 저당권 등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설정된 경우에도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연금보험료 등은 저당권 등의 등기, 등록일자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일 전인지, 후인지를 불문하고 저당권 등의 피담보채권보다 후순위에 선다.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1)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제13조 제1항, 구 국민연금법 제81조를 종합하면,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이하 ‘국민연금법상의 연금보험료’를 편의상 ‘보험료’라고만 한다)가 납부기한 전에 설정된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하 ‘저당권, 전세권 등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을 편의상 ‘저당권 등’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그 납부기한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과 기타 일반채권에 우선하게 됨은 의문이 없다. 예를 들면 납부기한이 2000. 8. 10.인 보험료는 2000. 9. 1.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으나, 설정일이 2000. 8.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후순위 권리자로 배당받아야 한다. (2)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에 대해서는,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의료보험법 58조 등이 위 각 법에 의하여 징수하여야 할 보험료 및 징수금의 순위에 관하여 국세 및 지방세의 다음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징수절차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달리 국세우선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등을 준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실무상 저당권 등이 보험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고(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Ⅱ 496쪽, 497쪽), 판례의 입장도 동일하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428판결).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4. 10.인 보험료는 2000. 3. 1. 설정된 저당권 등은 물론, 설정일이 2000. 5. 1.인 저당권 등에 대하여도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없다. (3) 문제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저당권 등에 우선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은 “보험료 기타 국민연금법에 의한 징수금의 징수의 순위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13조가 시행된 2000. 7. 1.부터는 그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한 관계에서 그 납부기한이 저당권설정등기일자보다 앞서는 경우에는, 그 납부기한이 2000. 7. 1. 이전에 도래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이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였고(위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납부기한이 2000. 3. 10. - 6. 10.인 보험료가 2000. 10. 14.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은 위 2002나4263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위 2003다27481 판결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과 조화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 편에는 이 부분에 관한 기재가 없어 실무례는 여전히 통일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었다. 원심판결은 위 2003다27481 판결을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설정일이 2000. 7. 1. 이후인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종전의 판결을 사실상 변경하였다. 나. 검토 (1)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의 내용에 의하면, 원심판결이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 국민건강보험범 시행 전에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였으나(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2000. 7. 1.부터 보험료는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지 후인지에 관계없이(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이를 편의상 ‘제1논거’라고 한다). ?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관한 규정으로(원심판결 중 밑줄 그은 부분 참조) 이에 의하면, 보험료는 설정일이 2000. 7. 1. 전인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할 수 없다(이를 편의상 제2논거‘라고 한다). ? 따라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하지 못하나,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 (2)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법이 시행될 경우 그 법이 시행일 이후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를 근거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가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는 보험료의 징수순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적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고, 동법 부칙 제1조는 동법의 시행일이 2000. 7. 1.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및 동법 부칙 제1조가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대하여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으로부터 곧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가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하여는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종의 논리의 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떠한 법이 그 시행일 이전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경과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목적론적, 역사적 해석의 도움을 받아 문언의 흠결을 보충하여야 할 것인데,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은 바로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의 효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과규정에 해당한다. 원심판결이 제시한 ‘제1논거’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법률관계를 경과규정인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고려하지 않고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심판결의 ‘제2논거’는 무엇보다도 법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원심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이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대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는 저당권 등에 대한 기재가 전혀 없고 2000. 7. 1. 전에 납부기한이 도래한 보험료의 징수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제2논거’와 같이 해석할 여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3항과 관계없이 원심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것에 비추어 보면 위 ‘제2논거’는 원심판결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불가결의 근거라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와 동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분리하여 해석한 것으로 인한 일종의 논리적 부산물이라 할 것이다. (3)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부칙 제9조 제3항은 상호 연관 하에 해석되어야 한다. 이에 따르면,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2000. 7. 1. 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하고(의료보험법 제58조, 구 국민연금법 제81조 등), ? 납부기한이 2000. 7. 1. 이후인 보험료는 그 납부기한 후에 설정된 저당권 등에 우선하며(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동법 부칙 제1조), ? 납부기한이 2000. 7. 1. 전인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의료보험법 제58조가 적용되므로(동법 부칙 제9조 제3항) 2000. 7. 1. 이후에 설정된 저당권에 대하여도 우선하지 못한다. (4) 이와 관련하여 원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이 어떠한 이유로 대상판결과 다른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원심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 및 창원지방법원 2003. 4. 11. 선고 2002나4263 판결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9조 제3항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주장내용에 포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재판부도 그 존재를 간과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원고가 위 부칙 제9조 제3항을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고의 청구원인은 대상판결의 내용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이와 같이 원심 재판과정에서는 위 부칙 제9조 제3항에 관한 당사자의 실질적인 공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결이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과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대법원 판결이 하급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이 제3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위 2003다27481 판결과 같이 확립된 원칙이 존재하지 아니하던 영역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경우, 그 판결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고, 법원공보에 수록되지도 않은 판결이라 하여도 하급심의 입장에서 그와 반대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추측에 불과하지만, 만약 위 2003다27481 판결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한다면, 원심판결의 결론은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5. 마치며 민법은 저당권 등에 대하여 설정일 이후의 담보권이나 일반 채권에 우선하여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개별법에서는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은 저당권 등에 우선하고, 당해세는 소액임차보증금채권과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 최종 3년간의 퇴직금채권에 대해서는 후순위이나 역시 저당권 등에 대해서는 우선한다. 이러한 특별규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액임차인, 임금채권자의 보호, 조세징수의 편의 등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기는 하나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경매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최선순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거나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은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다액의 임금채권이나 조세채권의 존재로 인하여 신청채권자가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명백히 경매신청인에게 가혹하다 할 것이다. 의료보험법 제58조가 보험료의 징수순위는 조세를 제외한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에 의하면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종래 보험료가 저당권 등에 우선하지 못한다고 해석되어 왔던 것은 이와 같은 담보권자 보호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 역시 담보권의 효력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적용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담보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해석이 바람직하고, 그 규정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보험료가 담보권에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27481 판결을 둘러싼 실무상 혼란을 정리하고 보험료의 징수순위 및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2005. 12.경부터는 경매업무의 대부분이 사법보좌관에게 이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그 전에 그에 관한 논란이 해소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005-11-21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와 담보책임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는 A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회사에 대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들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실시되었다. 원고는 거기서 이들을 경락받아 경락대금을 완납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고는 이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9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그 금액은 공탁되었다. 그런데 그 후 제3자 甲이 이 사건 건물은 애초 A 회사가 아니라 甲의 소유로서 A 회사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물론 원고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공탁된 배당금에 대한 피고의 출급청구권은 피고가 원인 없이 이득한 것이라고 하여 그 양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 후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양도하였다. 原審(大邱高判 2003.9.25, 2002나9203)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절차는 그 개시 당시부터 채무자 소유가 아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강제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탁된 배당금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8억9천여만원의 청구권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判決趣旨]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1993. 5. 25. 선고 92다15574 판결 등 참조).” [評釋] 對象判決은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명문에 반하고, 또한 종전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지므로, 찬성할 수 없다. 1. 이 사건은 채무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져서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나 원래 그 경매목적물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이어서 경락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事案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원심판결이 정면에서 설시하는 대로 경매의 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한 경우로서 채무자가 이를 취득하여 경락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우선 위의 사실관계가 경매의 목적물이 애초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大判 76.4.27, 75다2322(要集 민 I-2, 940); 大判 82.12.28, 80다2750(集 30-4, 171) 등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경우에 진정한 소유자가 매수인 또는 매도인을 상대로 그 명의의 소유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서 정하는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우선 民法注解[IX], 28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다른 한편 민법 제578조 제1항은 “競賣와 賣渡人의 擔保責任”이라는 표제 아래 “競賣의 境遇에는 競落人은 前8條의 規定에 의하여 債務者에게 契約의 解除 또는 代金減額의 請求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기서 정하는 ?전8조의 규정? 중에 제570조가 포함됨은 그야말로 계산상으로도 명백하다. 따라서 위의 사실관계에서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문제되어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대상판결이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의 소유에 속한 경우와는 별개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 對象判決이 들고 있는 두 개의 참조판결은 대상판결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서,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될 수 없다. (1) 우선 大判 91.10.11, 91다21640(集 39-4, 27)은, 강제경매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그 절차에서의 경락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경락인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인데, 이러한 경우는 제578조 및 제570조 내지 제577조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책임의 발생요건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원고를 위한 구제수단은 담보책임 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판결과의 관련에서 의미 있는 것은, 그 판결이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서의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시하여서, 명확하게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 판시도 경매의 무효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역시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는 것을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보면 이 판결에서 '경매절차 자체'의 무효를 운운하는 것은, 그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대로 그 절차를 시동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채무명의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경매의 절차적 추행과 관련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것이고,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것과 같이 말하자면 경매에 '공신적 효과'가 없다는 그 실체적 효력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못할 바 없다. (2) 또한 大判 93.5.25, 92다15574(공보 1386)은, 근저당권의 설정자가 목적물인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원래의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그에 기하여 新建物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경락받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의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상실한 신건물에는 효력이 없고,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은 물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도 민법의 규정 어디를 보아도 그로부터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정함을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大判 93.5.25.도 앞의 (1)에서 인용한 大判 91.10.11.의 설시를 그대로 반복하여,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확인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는 종전의 재판례들은 오히려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경매목적물이 강제경매의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밝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위와 같은 경우에 담보책임을 긍정한다고 보아야 할 재판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大判 88.4.12, 87다카2641(集 36-1, 153)이 중요하다. 이 판결은, 甲 소유의 부동산이 甲 앞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乙이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가 丙을 위하여 원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임의경매에서 원고가 경락을 받은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결국 경매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는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계약해제에 따르는 원상회복으로서 경락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쟁점은 오히려, 피고와 같은 物上保證人이 민법 제578조 제1항에서 1차적으로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여진 '채무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물상보증인이 동조상의 채무자에 해당함을 긍정하고, “경락인이 그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였으면 물상보증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이에 대한 찬성평석으로 梁彰洙, “他人 所有 物件의 競賣와 物上保證人의 擔保責任”, 판례월보 216호(1988.9), 38면 이하(同, 民法硏究, 제2권(1991), 231면 이하에 再錄) 참조).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언필칭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서 경락인은 경매채권자에 대하여 그가 배당받은 금액의 반환을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서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민법 제578조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 위의 大判 88.4.12.와 같이 물상보증인, 즉 민법 제578조 제1항의 법문으로 말하면 ?경매채무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4.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의 소유에 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해결로서는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배당채권자에 대하여 일반부당이득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1차적인 담보책임자로서의 '채무자'는 특히 그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무자력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제578조 제2항에 의하여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로부터 그가 배당받은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對象判決과 같은 태도에 찬성하기 어렵다. 혹 문제의 핵심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뒤엉키는 '경매의 무효'(사실 그 의미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의 다양한 경우들에 있어서 이를 간명하고 형평에 맡게 처리할 방도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보다 근원적인 論究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경매절차의 효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입장(최근의 예를 들면 閔日榮, “競賣와 擔保責任의 法理 ―임차주택의 경매를 중심으로”, 法曹 568호(2004.1), 5면 이하)에서도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에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은 쉽사리 취할 것이 아니며, 또 민법 제578조가 立法論的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그 法意에 대하여는 우선 위의 梁彰洙, 民法硏究, 제2권, 238면 이하 참조).
2004-09-06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재검토
I. 들어가는 말 최근 대법원은 한 농부의 고속도로상에서의 알몸시위에 대하여 공연음란죄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통상 알몸시위의 경우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해왔던 실무관행에 반하는 판결로 대법원이 어떠한 근거에서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이 ‘음란성’을 내포하지 않는 ‘알몸노출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으므로 이와 구별되는 공연음란죄의 규율대상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II.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 재검토1. ‘사회유해성’에 기초한 ‘음란성’의 재정의(再定義)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와 학설은 ‘음란성’을―일본 최고재판소의 영향[日最判, 昭和 27. 4. 1; 32. 3. 13] 아래―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하여 성적 수치심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대판 1982. 2. 9, 81도2281; 대판 1987. 12. 22, 87도2331; 대판 1995. 2. 10, 94도2266; 대판 1995. 6. 16, 94도2413; 대판 1997. 8. 22, 97도937). 그런데 이러한 정의에는 ‘보통인’, ‘수치심’, ‘성도덕’ 등 쉽게 확정짓기 어려운 개념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의 성적 수치감과 도덕감 보호라는 측면만이 부각되어 있고 ‘사회유해성’의 정도와 구체적 발현양태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음란성’(obscenity)에 관한 미국 판례의 입장은 참조할 가치가 있다. 이에 대한 지도적 판결인 1973년 ‘Miller v. California 판결’[413 U.S. 15 (1973)]에 따르면 ‘음란성’은 ‘성행위를 명백하게 노골적인 방식으로(in a patently offensive way) 묘사 또는 서술’하는 ‘하드 코어’(hard core)적인 요소가 있을 때 인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a) “정상이건 변태이건, 그리고 실제이건 가장된(simulated) 것이건 간에 궁극적인 성행위를 명백하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하는 것, (b) 자위행위, 배설기능, 생식기의 음란한 노출 등을 명백하게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41호는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그렇다면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우리는 성욕의 자극 또는 충족이라는 ‘경향’이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알몸노출이나 알몸질주(‘streaking’) 등은 공연음란죄의 대상이 아니라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이며, 공연음란죄는 사람의 성욕을 자극·흥분시키는 것으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 예컨대 동성·이성간의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는 정상이건 변태이건, 실제적이건 가장된 것이건 상관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2.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입법형식 한편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이 단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라고만 되어 있어, 그 구성요건표지의 내포와 외연이 어디까지인지 법문 그 자체로는 파악할 수 없고 전적으로 해석적용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이 점은 외국 입법례와 비교를 통하여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독일 형법은 타인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노출행위’를 처벌함(제183조)과 동시에, 공연히 성행위를 하여 의도적 또는 의식적으로 성적 수치심의 침해를 야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제183a조를 두고 있다. 우리 형법상의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 제183a조는 공연한 성행위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한편 미국 ‘모범 형법전’(Model Penal Code)은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성기노출’(indecent exposure: 제213.5조)과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의 목적이 행위자에게 결여되어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 즉‘공연음란행위’(open lewdness: 제251.1조)를 경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는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규정되어 있고, 양자 모두는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목도되어 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또는 그를 경악시킬 수 있음을 알면서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의 점을 고려할 때 현행 공연음란죄의 문언은 포괄적이고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하위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공연음란죄의 구성요건에서 공연음란행위가 영리의 목적으로 행해지거나 공공의 또는 타인의 혐오감을 현저히 일으킬 것이라는 구성요건요소가 부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 『형사법개정자료 (VI), 형법개정의 기본방향과 문제점』, 1985. 12. 30, 62-63면; 임웅, 『비범죄화의 이론』, 법문사 (1999), 93면]. III. 판례검토1. 1996년 ‘연극 미란다 사건’―대판 1996. 6. 11, 96도980 이는 ‘미란다’라는 명칭의 연극공연행위가 공연음란죄의 음란행위에 해당하느냐에 관련한 판결이다. 문제의 연극에서 완전나체의 여주인공과 팬티만 입은 남자주인공은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뒹구는 장면을 연기하고, 이어 폭행 당한 여주인공이 음부까지 노출된 채 창틀에 묶인 상태에서 남자주인공이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을 7 내지 8분간 연기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여주인공의 완전나체행위, 주인공간의 가학적·노골적 성행위 묘사 등을 볼 때 정상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그 호색적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하다고 보았고, 주인공이 보여주는 삶의 몰가치성과 삶에의 의지라는 사상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작에도 없는 장면의 각색·과장이 위 주제를 표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파악하면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확정하였다. 상술하였듯이 판례가 근거하고 있는 ‘음란성’에 대한 정의에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판례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본다. 문제의 연극에서 가상의 것이기는 하나 분명한 성행위와 자위행위가 연기되었다는 점, 영화나 연극에서 통상 전개되는 배우들간의 정사 장면과 달리 문제의 연극의 경우 연기가 관객석과 4-5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졌기에 자극 정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연극은 ‘명백하게 노골적인 방식으로’(Miller, 413 U.S. at 24) 성행위와 자위행위를 묘사하였기에 음란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2000년 ‘알몸시위 사건’―대판 2000. 12. 22, 2000도4372 그런데 최근 한 농부의 고속도로상의 알몸시위에 대하여 공연음란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어 주목을 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도중 앞에 운전하던 사람이 진로를 비켜주지 않자 그 차를 추월하여 정지시킨 후 그 차의 운전자를 때려 상해를 가하였는데,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피고인은 시위조로 사람이 많이 있는 가운데 완전 알몸상태로 바닥에 드러눕거나 돌아다녔다. 원심은 공중 앞의 알몸노출은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공연음란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앞에서 보았듯이 대법원은 ‘음란성’ 여부를 보통성인의 성적 수치감과 도덕감 보호라는 관점에서만 판단하기에, 공연히 옷을 벗고 알몸이 되어 성기를 노출하면 당연히 공연음란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못하다. 대법원의 논지에 따르면 형법상의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피고인의 알몸시위와 성기노출이 보통인의 성적 수치감을 해쳤을지는 모르나, 사회유해성이 심각한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자극행위, 즉 ‘음란행위’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알몸시위는 공연음란죄의 행위태양에 포괄될 수 없으며, 단지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일 뿐이라고 본다. IV. 맺음말 사회의 기층에서는 성개방이 만연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적으로는 보수적 성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성문화 속에서 ‘성풍속에 관한 죄’를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인가는 미묘한 문제이다. 형법의 도덕형성적 역할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역할은 특정 행위의 ‘사회유해성’과 실정법체계상의 구성요건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의 ‘알몸노출죄’가 우리 법체계에서 병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양자는 분명히 사회유해성의 양과 질에서 상이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성욕의 자극 또는 충족이라는 ‘경향’이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알몸노출이나 알몸질주 등은 경범죄처벌법의 대상이며, 공연음란죄는 사람의 성욕을 자극·흥분시키는 것으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예컨대 동성·이성간의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대법원 2000. 12. 22, 2000도4372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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