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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확정판결과 한정위헌결정 문제
1. 머리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소위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선고된 한정위헌결정은 제75조 제7항 소정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정된 소송사건에 대한 재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 12. 18.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에 관한 2002헌바1 사건에서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라고 하는 한정위헌결정을 8:1로 선고하였다. 이하에서는, ①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 부분(이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이라 한다)의 위헌성 문제, ②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및 ③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 판 결 요 지 - "구 의료보험법 제41조 1항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정위헌 결정 2. 관련법률조항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①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청구인은 1999. 11. 6. 혈중 알콜농도 0.131%의 음주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자신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로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그것이 이 사건 심판대상 소정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5. 4.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일단 위 금액을 반납한 다음 자신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면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심판대상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제1심에서 패소하여(울산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구2303 판결)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부산고등법원 2002. 12. 6. 선고 2002누417 판결)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 - 평 석 요 지 -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4. 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 문제 가. 다수의견의 논거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더라도 이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경우에 해당한다. 경과실의 범죄로 인하여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하고, 의료보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수 국민의 우연한 위험에 대하여 그 보호를 거절하는 것이 되어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된다. 나. 검토 (1) 재산권 침해여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그 요소로 판시하고 있으나, 기본권의 보호정도는 그 종류와 내용에 따라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기본권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과잉금지의 원칙은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전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이다.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된 재산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의 성질도 아울러 갖고 있고, 그 내용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한에 관하여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를 완화하여 적용함으로써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이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한 것은, 의료보험급여 대상자인 자가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빈발하여 보험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대법원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해석하여(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1994. 9. 27. 선고 94누9214 판결) "범죄행위"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따라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 있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 중과실에 의한 사고 역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구분하여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의 재정형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법원이 "범죄행위" 부분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사회보장증진의 책임을 들어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자에 경과실에 의한 경우를 포함하여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을 사회적 기본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결어 이 사건 결정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합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5.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가. 견해의 대립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의하여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문언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범위를 정하는 법률해석에 불과하고,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법원에 전속하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대한 존중과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자제를 위한 것이고,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도 기속력이 인정되듯이 헌법재판소결정의 효과로서의 법률문언의 변화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도 위헌심사의 한 유형으로서 기속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1997. 12. 24. 96헌마172?173 결정 참조). 이와 같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행 헌법조문과 부속법령에서 추론되는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이념적으로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있는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나. 검토 (1)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배 현행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최고헌법기관으로서 상호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에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헌법 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법원에 계속된 사건에 따른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2항). 이처럼 최종적인 헌법해석권한이 양분되어 있으나, 그로 인하여 헌법해석내용이 상이한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이와 같이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헌법해석권한을 양분한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는 무엇일까. 이는 양기관이 상호 경쟁?견제를 통하여 헌법을 보장하고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함과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종래의 심급제도를 넘어 초상고심화하여 법원의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을 제외한 것도 바로 위와 같은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2) 법원의 법률해석권 헌법 제101조에 의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의 본질은 구체적 분쟁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법령의 의미와 내용 및 적용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즉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을 하기에 앞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관하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헌법률심판에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확인된 법률해석의 위헌성 확인에 기속력이 인정되면 이는 법원의 구체적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을 제한하게 되어 사법권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그 기속력의 인정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이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위헌심판제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5조도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7조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니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한 기속력과 효력상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등한 지위를 갖는 우리 헌법하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효력이 상실된 법률만이 기속력을 갖는다고 하는 헌법정책을 확인하는 규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그로 인하여 일정한 기간의 경과나 법률의 개정으로 효력의 상실, 즉 법률 문언이 변경되는 점에서 한정위헌결정과는 그 의미를 달리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를 굳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현행 헌법상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3) 국회의 입법형성권과 법적 안정성 문제 만약 한정위헌결정에 기속력을 인정하여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의 제거효를 인정하게 된다면, 추후에 그 법률해석 기준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도 이를 시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이 변하여 국회가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경우에도 입법정책적인 재량권이 제한되어 국회의 입법형성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과 사법적 자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6.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 가. 법적 불안정의 야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결과적으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합헌으로 결정하였어야 할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법적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나.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만약 한정위헌결정도 확정된 당해사건에 대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당사자로 하여금 통상적인 불복절차에 따라 상급심에서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법률해석에 대한 심사를 받으려는 시도를 방임하거나 조장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구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에 의하여 보장되는 현재의 사법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침해 구 국민의료보험법과 의료보험법을 통합하여 2000. 7. 1.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재정이 과거보다 건실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재정 상태는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게 되면 장래 의료보험재정이 악화되어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입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여,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
2004-02-12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Toxic mold소송
얼마전 TV 뉴스시간에 무너져 내린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천정속에 곰팡이가 가득 슬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벽, 천정, 환기Duct 등에 생긴 곰팡이를 Mold라고 한다. 집안 곰팡이 때문에 질병 ... 보험사에게 3천2백만불 배상 평결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mold제거지침 제정.. Mold는 10만여종이 있는데 이중 Stachybotrys라는 곰팡이의 포자는 myc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뿜어내서 이를 흡입한 사람에게 발열, 두통, 복통, 피부병, 천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폐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까지 한다. 이와 같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Stachybotrys와 Memnoniell라는 곰팡이를 Toxic Mol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아픈 경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집안에 Mold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하며, 환자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당장 이사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같이 Toxic Mold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은 Toxic Mold 때문에 질병을 얻게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유명한 Toxic Mold 소송은 75만불 상당의 저택 소유자가 Fire Insurance Exchange보험사를 상대로 주택보험증권상 수리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주택소유자인 Ballard부부는 동파된 파이프에 의한 누수 피해로 여러차례 집을 수리하고 주택손해배상에 기하여 보상청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중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실내공기질컨설턴트(indoor air quality consultant)인 Holder씨로부터 주택에 Mold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공기샘플을 취하여 세균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이를 실시한 결과 Stachbotry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Holder씨는 Ballard부부에게 즉시 이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Ballard부부는 세간을 몽땅 그대로 놔둔채 집을 나와 새로이 임대한 집으로 이사한 후 소송을 제기 하였다. 2001. 5. 7. 배심원들은 주택교체비용 등 실제손해배상으로 620만불, 위자료로 500만불,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200만불, 변호사 비용으로 890만불을 평결하였다. (Ballard v. Fire Insurance Exchange, No.99-05252 Travis Co., Texas, Dist. Ct.) 이에 FIE보험사는 항소하였고 텍사스주 항소법원은 실제손해액 400만불정도만을 인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과 위자료는 파기하였다.(Ronald Allison/Fire Insurance Exchange v. Fire Insurance Exchange/Mary Melinda Ballard and Ronald Allison, 98S.W.3d 227) 판결액이 3,200만불에 달하는 위 Ballard평결이후 거의 만여건에 달하는 Toxic Mold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상당수의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Delaware주 대법원은 아파트 임차인이 누수 및 Mold로 인하여 천식 등 질병을 얻게 된 경우에 내려진 104만불 손해배상판결을 확정하였고(New Haverford Partnership v. Stroot, 772 A.2d 792), 미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동부지원은 Mold로 인한 피해를 수리해 주지 않은 보험회사에 대하여 1,800만불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을 감액하여 300만불을 선고하였다.(Anderson v. Allstate Insurance Co., 2000 U.S. Dist. Lexis 22171, 20848) 화해사례로는 쟈니카슨쇼의 공동진행자였던 Ed McMahon이 파이프 파열수리를 게을리한 보험사로부터 700만불의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최근 공개되었다.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건물의 Mold제거지침(Mold Remediation in Schools and Commercial Buildings)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환풍Duct를 청소하도록 권고하는 지침(Should You Have The Air Ducts in Your Home Cleaned)을 배포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를 본받아 속히 Toxic Mold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기질 검사와 Mold제거공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높여주기 바란다.
2003-06-05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교통사고 일실수익 계산방법
Ⅰ. 차액설과 평가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거나 장해가 남았을 때의 일실수익손해를 어떻게 계산할 것이냐에 대하여는 사고 이전과 비교하여 소득의 감소가 생기면 그것을 배상해줘야 하고 사고 이전이나 이후나 소득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일 때는 손해가 없다고 보아 일실수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차액설(差額說)과 사고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소득이 줄어들었느냐로 따지지 않고 노동력상실이 있을 경우 그만큼 손해를 인정하는 평가설(評價說)이 있다. Ⅱ. 대법원 판결의 태도 1. 대법원 1990.11.23.선고 90다카21022 판결 “이 사건 사고 당시 8급 국가공무원이었던 원고는 사고 후에도 휴직 또는 면직처분 등을 받음이 없이 원심변론종결시까지 2년 이상 계속 같은 부서에 근무하면서 종전에 받던 보수와 동일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지만…원고가 이 사건 사고 후에도 종전직장에 계속 근무하면서 종전과 다름없는 보수를 지급받고 있는 것은 원고의 공무원으로서의 업무수행능력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원고가 사고를 당한 후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면서 연장근무를 하는 등 노동능력 감퇴로 인한 직무수행능력의 감퇴를 극복하기 위해 원고 자신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건강상태가 지속된다면 권고사직 내지는 직권면직 등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염려가 있으나 아직까지 그와 같은 불이익처분을 받지 않는 것은 동료직원들이 원고가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분야를 대신 처리하여 주고 원고는 가벼운 단순업무를 처리하는데 그치는 등 동료직원들 및 상사의 배려에 힘입은 것으로서 장래에 승진, 승급 기타 급여 등에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없지 않다는 것인바, (중략) 한편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 및 후유증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의 32퍼센트를 상실하였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원고는 그가 종사하고 있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고…원고가 후유장애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같은 직장에서 종전과 다름없는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신체훼손으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 1995. 12. 22.선고 95다31539 판결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후에도 계속하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에도 후유장해로 인하여 가득수입의 감소를 가져올 개연성은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신체기능의 장해가 생긴 것이 인정될 경우에는 달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장해정도에 상응한 수입상실의 재산적 손해도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사고 이후 현실적인 수입금액의 감소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신체장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더욱 노력한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의 현실적 수입금액에 감소가 없었다 하여 위 인정과 같은 신체기능의 장해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아무런 일실수입이 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라고 한 서울고등법원 1995.5.26. 94나39781호 판결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Ⅲ. 최근의 재판실무 경향 1. 서울지방법원의 손해배상전담부를 비롯하여 전국의 대부분 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태도에 따라 후유장해가 남았을 때의 노동력상실에 대하여는 사고 이후 소득이 줄었느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평가설에 의해 노동력상실률만큼 일실이익 손해를 인정하는 것이 굳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2. 그러나 입원기간에 대한 휴업손해에 대하여는 서울지방법원의 손해배상 전담부에서는 2000년까지는 입원기간 동안은 노동력상실률 100%로 보아 휴업손해 100% 다 인정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지방의 일부 판사들은 입원기간 중에 월급을 받았다면 소득의 감소가 없으니 손해도 없지 않느냐는 보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원기간 중 못받은 월급만큼만 휴업손해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3. 그러나 2001년부터 서울지방법원 손해배상전담부 판사중 일부가 차액설의 입장을 따르는 듯 하더니 2002년에 들어서서는 어떤 판사는 과거의 경향대로 평가설에 입각하여 입원기간중 월급을 받았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휴업손해 100%를 다 인정해주고, 어떤 판사는 차액설에 따라 입원기간에 월급을 받았으면 손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장해률만큼의 일실이익만 인정하겠다고 하고, 어떤 판사는 두 가지 견해의 중간을 택해 입원기간 중 절반 정도만 휴업손해 100%를 인정하는 식으로 나눠진 것으로 여겨진다. 4. 이에 대하여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입원기간 중에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을 안 하고 월급받는 사람은 회사에 미안하여 마음의 짐을 지게 되고, 연월차 휴가를 모두 다 당겨 쓰기에 나중에 실질적으로 연월차휴가비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며, 연월차 휴가기간을 초과하여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그로 인해 인사고가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해 승진이나 호봉승급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뒤쳐지게 되고, 나중에 퇴원하여 직장에 복귀하게 되면 그 동안 밀린 일을 커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입원기간 동안의 공백을 다른 동료직원들이 대신 해준 것에 대하여 밥이나 술을 대접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빚을 갚아야 하는 등 심리적 부담감이 막대하므로 월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손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직간접적인 손해를 평가하여 일실이익손해를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함과 아울러 나아가 “회사로부터 월급을 못받았으면 휴업손해를 다 인정받을 수 있는데 반하여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만큼의 휴업손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직원이 입원해 있기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월급을 준 회사가 손해를 보고, 그 반면에 보험회사에서는 휴업손해를 배상해줘야 함에도 차액설에 따라 손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보험회사의 부당이득이 된다. 결국 법원에서 입원기간중 월급 받은 피해자에 대하여 차액설에 따라 휴업손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보험회사에는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피해자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월급이 나왔느냐 아니냐 하는 우연한 결과에 따라 손해액이 달라져서는 아니되고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입원기간에 대하여는 당연히 휴업손해 100%를 인정하고 피해자가 휴업손해 배상을 받은 후 그 돈을 회사에 반납하든지 말든지 하는 것은 회사와 피해자의 내부적 문제일 뿐이다(어떤 회사는 피해자가 반납하겠다는 월급을 받는 곳도 있을 것이고 어떤 회사는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충성한 것에 대한 특별상여금으로 생각하고 그냥 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입원기간 중에 월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휴업손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해 왔다. Ⅳ.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80778 판결 1. 대법원 판결의 내용 중 입원기간 중 노동력상실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입원기간 중 월급을 받았을 때의 휴업손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생긴 경우에 그 피해자는 그 신체장애 정도에 상응하는 가동능력을 상실했다고 봄이 경험칙에 합치되고, 피해자가 종전과 같은 직종에 종사하면서 종전과 다름없는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직장이 피해자의 잔존 가동능력의 정상적 한계에 알맞은 것이었다는 사정까지 나타나지 않는 한, 피해자의 신체훼손에도 불구하고 바로 피해자가 재산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대법원 1996. 4. 26. 선고 96다1078 판결 참조), 2)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그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률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 기능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직종이나 타직종의 전업가능성과 그 확률 기타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기 위한 보조자료의 하나인 의학적 신체기능장애률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사실인정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경우에 법관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데 불과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앞서 열거한 피해자의 제조건과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되어질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 39320 판결 참조). 3) 원심은, 원고 이○○의 입원기간 동안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00%로 평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입원기간 동안 직장에서 받은 급여가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위 판결이유를 다시 정리한다면 1) 교통사고로 다친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그 장해에 상응하는 만큼 노동능력상실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상실률만큼은 재산상 손해(일실이익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2) 노동력상실률을 적용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는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해률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참작하여 규범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기에 입원기간 중의 신체장해률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장해률은 나중에 신체감정서에서 기재된 %만큼이 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입원기간 중에는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었던 기간이기에 직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였기에 실질적으로는 사고 당시에 근무하던 직종에서는 100% 노동력상실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노동력상실률을 100%로 평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입원기간 동안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더라도 (평가설에 따라) 월급 받은 것을 휴업손해에서 공제시키지 않음이 옳다. Ⅴ. 맺음말 (1) 입원기간 동안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이후에는 장해률만큼을 제외한 나머지만큼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평가설의 입장이다. 입원기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장해률에 관계없이(나중에 장해가 남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원기간에는 노동력상실 100%라고 해야 하고 입원기간은 물론이고 퇴원한 이후에도 일관되게 평가설에 따르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에 입원기간에 월급을 받았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노동력이 상실된 100%에 대한 휴업손해를 모두 다 인정해야 하고, 퇴원 이후에는 신체감정결과 인정되는 장해률만큼의 일실이익손해를 인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2) 위 대법원 판결은 수십년간 논쟁이 이어져 온 차액설과 평가설의 대립의 계속에서 드디어 입원기간에 대하여도 100% 노동력상실을 인정함과 아울러 평가설에 따라 월급을 받았느냐 못받았느냐를 따지지 않고 휴업손해 100%를 다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3) 물론 입원기간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간이어야 한다. 충분히 (물론 불편하긴 하겠지만 본인이 노력할 경우) 직장에 복귀하여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무작정 병원에 눌러앉아 입원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에는 입원기간 중 일부는 노동력상실률 100% 기간이라고 인정되지 못할 것이고 장해률 %만큼만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부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입원하는 것이 적당하고 어떤 경우를 불필요한 입원이라고 볼 것이냐에 대한 분쟁이 꼬리를 이어나갈 것 같다.
2002-11-28
강간치상죄와 강간 고소의 취소
I. 사건개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해자 강모(여, 25세)는 사건 당일인 2000.11.19. 공소외 장○○양, 이○○양과 만났다가 피고인과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던 장양을 따라 이양과 함께 서울 용산구한남동 소재 하얏트호텔 내 지하에 있는 ‘헤리콘 가라오케’주점에 저녁 9시30분경 도착해서 먼저 양주와 맥주 등을 시켜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있던 중 11시30분경 피고인이 늦게 도착하여 합석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이미 폭탄주 6잔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피고인이 도착한 이후 다시 폭탄주를 3∼4잔을 더 만들어 마셨으나 약간 취한 상태였을 뿐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다른 두 여성 앞에서 키스를 하는 등 피해자와 피고인은 두 여성이 민망하여 자리를 피할 만큼 가까워졌다. 피해자는 02.:40경 피고인과 함께 위 주점을 나와 피고인의 차를 타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수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와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하고 성관계를 갖게 되었는데, 이후 피해자가 술을 더 마시러 가자는 피고인의 제의를 거절하고 집에 가겠다면서 차에서 내리려고 하여 이를 만류하는 피고인과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3대 정도 때렸다(이후 피해자는 2000.11. 19. 경찰에 강간치상의 범죄사실을 신고한 후 경찰관에게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가, 그 다음날인 2000. 11.20. 피고인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다음 피고인과 합의하고, 그후 “이 사건 전체에 대하여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이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민·형사상의 책임도 묻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II. 평 석 1. 대법원 판결의 論理構造 이 사건은 유명 연예인이 관련된 강간치상 사건으로서 판결결과에 대하여 세인의 관심이 컸던 사건이다. 피고인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상고심에서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았다.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01. 11.28. 선고 2001도852 판결)은 피고인이 승용차 뒷좌석에서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하여 갑자가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뺨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목을 누르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채증법칙 위배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참조). 즉 원심은 공소제기된 강간치상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강간부분을 부인하고 동시에 치상의 점에 대해서도 특별한 치료를 요하는 정도의 상해로 보지 않음으로써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강간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강간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치상의 점 및 강간의 점에 부합하는 그 판시의 각 증거들은 다른 증거들을 종합한 판시 각 인정사실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강간치상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의 내용을 사실상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동시에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강간치상죄의 공소사실 중 치상의 점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함은 이에 대한 원심의 판결이유와 같으므로 이를 그대로 인용하기로 하는 바, 결국 피해자의 이 사건 상해가 피고인의 강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을 강간치상으로 처벌할 수 없고 피고인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여부만을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피해자가 이 사건 공소제기 전에 이 사건 고소를 취소하였음은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과 강간치상죄를 인정한 1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였다(공소장변경 요부와 관련한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 1988.3.8. 선고 87도2673 판결 참조. 그러나 이 판결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대상판결과 그 성격이 다르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을 요약하면 결과적 가중범이면서 비친고죄인 강간치상죄에서 먼저 중한 결과인 치상의 점을 검토한 다음 이를 부인하고, 나머지 부분인 강간죄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지만 친고죄인 점을 들어 소추조건인 고소가 공소제기 전에 취소된 것을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내린 것이다. 여기에는 강간치상죄로 공소제기된 경우에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도 강간 성립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이론적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형사소송에서의 몇 가지 관점을 기준으로 하여 이 판결에 대한 검토를 하기로 한다. 2. 結果的 加重犯의 成立要件과 判斷順序 결과적 가중범은 基本犯罪를 범하여 경험칙상 예견가능한 重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형이 가중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은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제15조 제2항)고 하여 결과적 가중범의 형식을 인정하고 있다.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본범죄가 실현되고, 둘째 기본범죄로 인하여 중한 결과가 발생하여야 한다. 이처럼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의 결합형식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의 우연한 혹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기본범죄 안에 내재되어 있는 잠재적 위험성의 실현을 근거로 형을 가중하는 범죄형태이다. 이러한 전형적 위험성이 현실화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중한 결과가 기본범죄로부터 직접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內的 關聯性의 存在). 그러므로 결과적 가중범의 성립여부를 검토하려면 먼저 기본범죄의 성립여부를 검토하고, 이것이 인정된다면 중한 결과의 발생여부를 검토한 다음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의 관련성을 검토하는 것이 유형적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판례의 경우 먼저 강간죄 성립여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만일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강간치상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구조는 기술한 바와 같이 기본범죄인 강간죄 성립여부가 아니라 중한 결과에 해당하는 치상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다음에 강간죄의 성립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 가중범에서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간의 관계를 내적 관련성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두 죄의 단순한 결합관계로 취급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두 죄를 상상적 경합범으로 처리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형을 가중하는 결과적 가중범 규정의 정당성에도 맞지 않는다. 3. 被告人의 利益 强姦致傷罪로 기소된 사건에서 중한 결과에 해당하는 치상의 점은 인정할 수 없으나 강간사실은 인정되는 경우에 고소취소로 인하여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면 공소기각판결을 내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강간사실은 인정되므로 강간치상죄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지 못하였다고 해서 특별히 불이익한 판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간치상죄로 공소제기된 사건에서 치상의 점은 인정되지 않지만 강간사실은 인정되어서 강간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가능한 상황에서 고소가 1심 판결 선고 전에 취소되어 불가피하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대법원 1988.3.8. 선고 87도2673 판결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강간치상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치상의 점에 관하여 증명이 없는 경우에 법원이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 강간죄만을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리고 만일 이 경우 제기된 고소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법원은 강간죄만에 대한 유죄판결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유사한 사안에서 중한 결과인 치상은 물론이고 기본범죄인 강간사실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취소를 이유로 무죄판결 대신에 공소기각판결을 하는 것은 피고인의 이익에 심대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강간사실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취소를 근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는 것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외면이라고 보여진다. 4. 結論: 刑事訴訟의 目的 형사재판은 정의와 형평의 기조 아래서의 實體的 眞實의 발견과 適法節次의 준수를 목적으로 한다(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판결). 즉 형사소송에서 법원은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도1283 판결,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2089 판결 등 참조). 적법절차의 준수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충돌상태에 있을 때에 실체적 진실발견의 절차적 한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하며,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이 형사소송의 주목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위 대상판결은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 범죄사실의 무죄를 인정하면서도 굳이 형식적 소송조건인 고소취소가 있었음을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하고 있다.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체적 사실관계보다 절차적 사실관계를 더 중시한 태도로서 타당하지 않고 피고인의 이익과도 배치된다. 더군다나 비친고죄인 강간치상죄에 대하여 피고인이 기본적 범죄사실인 강간을 부인하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형사재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법원은 非親告罪에 해당하는 강간치상죄로 적법하게 공소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는 심판대상을 강간치상죄 전체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비록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로 이루어진 결과적 가중범의 구성요건을 분리하여 치상의 점을 부인하는 방식을 통하여 친고죄인 강간죄를 심판대상으로 삼았더라도 강간사실 조차 부인된다면 공소제기된 강간치상죄 전체에 대한 판단으로 돌아와 전체범죄에 대한 무죄판결을 하는 것이 결과적 가중범의 본질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절차적 사실관계만을 앞세워 판단한 것으로서 소극적인 재판권의 행사이고,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로서 형사소송의 근본목적에도 부응하지 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02-09-09
명의개서미필주주의 의결권행사
【사실】 “이 사건 주주총회 당일 10:00경 주주총회가 개최되었는데, 피고회사의 직원들과 시그마창투(시그마창업투자 주식회사)측 사이에 원고(대표이사)의 위 명의개서되지 아니한 주식 49,889주…에 대한 주주총회 참석자격을 인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언쟁이 있었으나 위 49,889주에 대하여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으며, …원고의 의사진행에 따라 제1호 안건(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승인의 건)과 제2호 안건(결손금처리계산서안 승인 및 회사 회생의 건)이 각 상정되자, 일부 주주들이 원고에게 회사 부실경영과 불분명한 지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주주들과 원고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면서 의사진행이 지연되기 시작하였으며, 원고는 제3호 안건(이사 및 감사 선임의 건)에 대하여 안건 철회를 요구하였으나 일부 참석자들의 반대로 안건 철회가 여의치 않게 되자,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피곤하다며 주주총회 연기를 선언하고 총회장을 떠나려 하였지만 일부 참석자들이 제지하는 바람에 총회장을 떠나지 못하였으며, 다시 다음 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자고 주장하였으나 일부 참석자들의 반대로 결국 원고의 제3호 안건 철회안을 놓고 표결을 하게 되었는데, 1,161,465주의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하는 주주는 567,450주(48.8%), 반대하는 주주는 594,015주(51.2%)로 원고의 철회안은 부결되었고, 이에 일부 주주들이 이사 5명과 감사 1명의 선임을 요구하자 원고는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퇴장하였으나, 594,015주의 주주가 속회를 결의하여 임시의장으로 시그마창투의 대표이사인 김인선(현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을 선출하고 회의를 진행하여 참석한 549,015주(발행주식 총수의 40.9%)의 주주 전원의 동의로 위 김인선 및 소외 오세윤, 박익환, 이규호, 주경섭을 이사로, 소외 이영직을 감사로 각 선임한 후 … 폐회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주주총회의 주주총회결의부존재확인을 청구하여 제소하였다. 【판지】 “상법 제337조 제1항의 규정은, 기명주식의 취득자가 주주명부상의 주주명의를 개서하지 아니하면 스스로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실질상의 주주를 회사측에서 주주로 인정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다카14714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주주총회의 사회를 보던 피고 회사 총무과장이 주주총회 참석장을 소지하지 아니한 주주 유숙자의 주식 3만 주에 대한 주주총회 참석자격을 인정할 경우에는 원고의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49,889주도 같이 인정하여야 한다고 말하였으나 시그마창투 측의 반대로 등록을 포기하여 결국 그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정당하며,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 회사가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주식 49,889주에 대하여 원고를 주주로 인정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위 49,899주에 관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도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기각…” 【해설】 1. 본 판결에서 제기된 주주총회의 의사진행에 관한 여러 문제들 가운데 여기서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에 의한 의결권행사의 가능성에 대하여 검토해보기로 한다. 본 사안에서 문제된 제3호 안건 철회안에 대하여 1,161,465주의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찬성하는 주주는 567,450주(48,8%), 반대하는 주주는 594,015 (51.2%)주로 원고의 철회안이 부결되었는데, 원고의 명의개서 아니한 49,889주에 대하여 의결권행사가 허용되었으면 찬성하는 주주의 주식 수가 607,339주로서 반대하는 주주보다 다수였을 뻔했다. 그러므로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에 의한 의결권행사의 가능성”이 본 소송 승패의 한 계기가 되었다. 2. 상법 제337조 제1항은 “기명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株主名簿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식 양수인은 株主名簿에 명의개서 하기 전에는 會社에 대하여 주주권의 내용인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제369조), 신주인수권(제418조), 이익배당청구권(제462조), 대표소송제기권(제403조) 등의 행사를 주장할 수 없다. 3. 그러면 회사측에서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여 의결권 등을 행사하게 할 수 있을까. ① 否定說은 독일의 통설에 따라 회사와 주주와의 관계를 주주명부의 기재에 의하여 획일적으로 확정해야 하므로, 회사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양수인에게 주주권을 행사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소수설이지만 상당히 유력하다[양승규/박길준, 상법요론 제4판 1997, 324면 ; 서정갑/이기남, 개정회사법, 1989, 281면 ; 김정호, 상법강의(상) 제2판, 2000, 489면 ; 최기원 신회사법논 제10대정판, 박영사 2000, 303면-304면 ; 강위두, 회사법 전정판, 형설출판사 2000은 株主名簿의 기재에 자격수여적효력과 면책적 효력을 인정하면서도(304면-305면 및 342면), 권리행사자를 주식양도당사자에게 맡겨 실질상의 주주가 名義改書를 할 때까지는 명의상의 주주를 권리행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부정설)는 견해이다(347면)]. ② 肯定說은 주주명부가 다수의 끊임없이 변하는 주주를 파악하려는 會社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임으로 주주명부의 기재에 면책력이 인정되지만 회사가 이 면책력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책임 하에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풀이한다. 이 견해가 통설(정동윤, 회사법 제6판, 법문사 2000, 276면 ; 손주찬, 상법(상) 제10정증보판, 박영사 2000, 727면 ; 정찬형, 상법강의(상) 제3판, 박영사 2000, 669면 ; 채이식, 상법강의(상) 개정판, 박영사 1996, 111면)이며 판례(대판 1989.7.11, 89다카5345 ; 대판 1989.10.24, 89다카14714. 日本에서는 판례는 일관하여 긍정설이다 : 最判 昭30(1955).10.20.은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양수인에게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사안이다)이다. 부정설에 따른다면 원고의 청구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할 것이다. 부정설은 이론상 양수인이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법률관계는 회사와 무관하게 양도당사자간의 행위에 의하여 설정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듯 하다. 그래서 주주명부의 명의개서를 양수인과 회사와의 입사계약이라고 풀이하고 당사자간의 계약에 의해서는 양수인은 명의개서청구권만을 취득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식의 귀속은 본래 당사자간에 결정할 문제이고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또는 판결에 의하여 이 결정이 내려졌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가 이에 반대할 이유도 이익도 없다. 그리고 주주명부는 누가 주주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회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이며 회사를 구속하는 취지는 없다. 정책적으로도 부정설은 독일에서 주식분할납입제 하에 미납입주식의 납입의무자를 확정하려는 요청과 한때 학설과 판례를 지배하던 자격수여설이 주주명부 기재에 추정력만 인정하고 면책력을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주식양도계약이 무효로 인정된 주주명부상의 명의인이 참여한 주주총회 결의에는 하자가 있다고 인정되어 발생하는 법률관계의 혼란을 방지할 필요에서, 1965년 주식법 개정에서 제67조에 제3항을 신설하여 획일적 확정설을 입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주식분할납입제 하에서도 회사자본조달의 확보를 위하여 획일적 확정설을 지지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주식분할납입제를 폐지한 법제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이유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면책력은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은 주주명부제도의 취지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가장 기본적인 효력이므로 독일의 자격수여설처럼 법률관계의 혼란을 야기할 염려도 없다. 그러므로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이 면책력을 주권에 인정되는 추정력(자격수여적 효력)과 면책력이 주주명부에 반영·정착된 것이라고 보아 유가증권의 효력으로부터 주주명부의 효력을 도출하려는 학설이 유력하다(鈴木竹雄 ; 竹內昭夫 등). 그러므로 과거의 주권소지인의 신청에 의하여 등재된 주주명부를 현재의 주권소지인에 의하여 정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증권법리설은 명의개서가 일본에서 당초에는 주식양도절차의 일환을 이루었었는데, 점차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으로 순화되어 드디어 무기명증권을 등록하는 제도로 변질했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컴퓨터기술의 발달로 인한 非물질화·無券化·證券不發行의 추세에 비추어 보면 주주명부가 무기명증권을 등록하는 제도로 나타나는 것은 잠정적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와 연결되어 처리되었고 주권의 유가증권성은 주식양도의 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발전한 것이므로, 주주명부의 효력을 주권의 유가증권적 효력으로부터 도출하려는 시도는 본말을 전도할 염려가 있지 않을까. 4.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원고가 회사의 대표이사인데도 그의 명의개서 하지 않은 주식에 대하여 회사가 의결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인정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양수인이 진정한 주주라고 인정하고 이를 쉽게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하여 주주권을 행사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사시켜야 할 의무도 있지 않을까. 주주명부는 회사가 누가 주주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편의를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므로 이러한 증명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회사는 신의칙상으로도 이 양수인을 주주로 취급해야 할 것이다. 즉, 주주명부 기재의 면책력도 무제한은 아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여 회사가 명의주주는 실질주주가 아님을 쉽게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8.9.8, 96다45818). 그러므로 본 사안에서 원고가 명의개서 아니한 주식의 주주임을 회사도 인정했으면(본 판결에서도 이를 인정하였다). 그리고 이를 쉽게 입증할 수 있었으면, 회사는 원고에게 이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주주총회결의에는 하자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 판결에는 이 점에 있어서 특히 위의 96다45818 판결과 일관성이 있는지 의문이 있다.
2001-08-20
주민투표법 미제정의 위헌여부
Ⅰ. 사건의 개요 등 1. 事件의 槪要 (1) 정부는 1998. 12. 울산 울주군 등지에 핵발전소 8기의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울주군수는 세수증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격렬하게 핵발전소의 유치를 반대하여 왔다. (2) 정부는 2000. 9. 산업자원부 고시제2000-88호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신리 일대를 4기의 가압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는 한편, 위 서생면 비학리에 신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라 울산광역시 주민 13만여명은 국회에 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3) 위 서생면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전유치 문제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보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소정의 주민투표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자 2000. 11. 이와 같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주민투표권(참정권), 주민자치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審判의 對象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주민투표)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3. 決定의 要旨 (1)<입법자가 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인지 여부(소극)>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다. 따라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주민감사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2)<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우리 헌법상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국민투표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공무원선거권, 공무담임권)으로 나눌 수 있는바,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Ⅱ. 평 석 1. 住民投票權이 憲法上 參政權이 아닌지 與否 헌법재판소는 주민투표권을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바, 그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헌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성문규정에서 참정권의 근거를 찾는 형식논리에 의존하고 있을 뿐 그 실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이유로 주민투표권을 국민투표권과 달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참정권)로 보지 않는지 및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기본권적 수준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먼저 헌법에서 인정된 참정권으로서의 선거권, 공무담임권 및 국민투표권은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고, 이들 각 기본권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국민인 지방자치단체 ‘주민’으로서도 당연히 갖는 정치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는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한 헌법 제1조 제2항과 조화로운 해석하에서 헌법 제118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인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한 주민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주민투표권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정치)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정치적 기본권(참정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주민참정권의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투표권은 참정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그 자체로서 이미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지방자치단체 구역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국민인 주민’으로서 지역 차원의 투표권 즉, 주민투표권을 갖는 것은 헌법상의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과 성질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1항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주민투표권의 구체적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개별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질 것이지만, 그 개별법률 역시 기본권(참정권) 내지 헌법상의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주민투표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眞正立法不作爲에 대한 憲法訴願의 許容與否 (1) 眞正立法不作爲訴願의 許容要件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있는바, 청구인들이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①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②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례태도이다. (2) 眞正立法不作爲訴願 許容要件의 充足 그렇다면 ‘따로 법률로 정’하지 않고 있는 이 건 입법자의 부작위가 이같은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인가? 먼저 주민투표법의 제정을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입법위임한 것이 아니므로 위 ①의 요건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과 같은 형식의 입법인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상의 명시적 입법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다소 유연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주민투표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의 지방정치에의 참정권의 하나 내지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서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그에 관한 헌법위임규정인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의 근거규정에 따라 제정된 것인 점에서, ‘헌법상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래의 여러 논거에 따르면 ②의 요건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 제118조 및 제1조 제2항의 해석상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하여 (범위를 획정할 수 있는) 이해관계 있는 주민에게 기본권인 참정권에 포함되는 권리로서 지방의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미치는 구체적인 주민투표권이 발생하여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할 것임에도, 입법자가 주민투표법의 제정이라는 입법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입법 당시의 논의과정을 살펴볼 때, 구체적인 근거법률인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1994년 3월 16일이고 보면 이미 그 입법조치의 불이행상태가 7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정도 이상의 지체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즉, 동 조항의 신설 당시는 총선거와 맞물려 공직선거법,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의 제정 또는 개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법률과 함께 진행되던 지방정치 영역에서의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하나였던 주민투표 조항의 형성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시급한 정치일정에 쫓겨 추후 계속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따로 정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의 형식으로 규정하는데 그쳤던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법상의 주민투표 조항의 신설논의가 위 정치관계법과 달리 지방선거 등에 있어서는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같은 합의가 가능하였던 것임을 고려한다면 7년이상의 입법의 지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입법실제를 볼 때,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은 이미 입법과정에서 시급히 제정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따로 법률로 정’하는 입법형식은 단일 법률로 제정하기는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의 규율을 별개 법률로 독립시키고자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라 할 것이므로 당해 ‘다른 법률’은 입법상태의 공백이 없도록 가능한 한 동시에 또는 신속하게 제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따라서 동 조항의 제정으로부터 7년이상 입법이 지체되었다는 것은 합리적 기간을 넘어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예컨대, 최근 2000년 7월 1일 도시계획법이 전면 개정 시행되었는바, 동법 제34조 및 제56조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행위제한 등에 관하여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함과 동시에, 같은 날에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공포 시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입법의 형식이 곧 이를 합리적 기간을 넘어설 정도로 장기간 방치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제까지 입법부작위가 위헌임을 인정하는 「위헌확인」결정을 2건 판시한 바 있다(1994. 12. 29, 89헌마2; 1998. 7. 16, 96헌마246). 특히 헌법재판소는 전문의자격시험불실시 위헌확인등 사건(96헌마246)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법과 대통령령의 위임에 따라 치과전문의자격시험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필요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소원대상인 진정입법부작위로서 위헌”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① 삼권분립의 원칙, 법치행정의 원칙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하에서 행정권의 행정입법 등 법집행의무는 헌법적 의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입법이나 처분의 개입 없이도 법률이 집행될 수 있거나 법률의 시행여부나 시행시기까지 행정권에 위임된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과 같이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법률 및 대통령령이 규정하고 있고 그 실시를 위하여 시행규칙의 개정 등이 행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권이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행정입법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정권에 의하여 입법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헌법에서 유래하는 행정입법의 작위의무”가 있다. ② 상위법령을 시행하기 위하여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를 위헌적인 부작위로 볼 수 없으나, 이 사건의 경우 현행 규정이 제정된 때(1976. 4. 15)로부터 이미 20년이상이 경과되었음에도 아직 치과전문의제도의 실시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합리적 기간내의 지체”라고 볼 수 없고, 법률의 시행에 반대하는 여론의 압력이나 이익단체의 반대와 같은 사유는 지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시행규칙의 문제인 점을 제외하고는 본 사안과 관련하여 그 입법실제, 입법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볼 때 논리적 및 법리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달리 결론에 이른 본 사안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結 論 이 사건 결정은 유사한 선판례가 있음에도 그에 대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이 선판례를 뒤엎는 듯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결정문을 보면 비록 각하 결정이기는 하나 그 논리적 정치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논의의 순서상 진정입법부작위 소원의 허용요건과 관련하여 법령에의 명시적 입법위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스스로 제시한 허용요건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검토조차 엄밀히 하지 아니하고 있으며 또한 주민투표권의 기본권성에 대하여도 형식논리에만 입각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함이 옳았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적어도 진정입법부작위소원의 허용요건을 인정한 후 본안판단에 이르러 -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과 같이 - 주민투표입법의 곤란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인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200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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