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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 차익이 이자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부터 2006년 초반까지 사이에 엔화정기예금의 이자(약 연 0.05%)는 과세대상에 포함되지만 소득세법상 선물환차익(약 연 3.6%)은 비과세되어 3개월의 정기예금으로도 이자율 연 4.31%(세전)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로 고액의 예금고객으로부터 원화를 받아 엔화로 환전하여('현물환거래') 엔화정기예금에 가입시키고('엔화정기예금거래') 거래 당일 예금만기와 일치하는 날의 선물환율을 적용하여 엔화를 매입하는 약정을 함으로써('엔화선도거래') 원금 및 이익금을 다시 원화로 돌려주는 방식의 현물환거래와 엔화정기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함께 이루어지는 거래('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하였고, 예금만기에 고객에게 엔화정기예금의 이자를 지급하면서는 원천징수를 하였으나 선물환거래로 발생한 이익('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소득으로 보아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라 원고에게는 금전의 사용기회가 제공되고 고객에게는 그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보아, 선물환차익까지도 포함한 전체 이익이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 소정의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며 원고에게 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동시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고객들에 대해서는 선물환차익을 금융소득에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을 하였다. 2. 소송경과 피고 외에 다른 과세관청에서도 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한 다수 은행과 고객에 대하여 동일한 논거로 과세를 하였고 이에 대해서 다수의 은행과 고객들이 불복하여 전국적으로 수 십여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상 판례의 사안이 선행사건으로 진행되어 제1심과 원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나 다수의 후행사건에서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은행과 고객간의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선물환계약과 엔화정기예금계약은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이고 선물환계약이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에 포함되어 일체가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물환계약으로 인한 선물환차익은 예금의 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구 소득세법(2006.12.30.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나 제9호, 제13호에 의한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우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규정한 소득에 대하여만 과세하는 열거주의 과세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소득세법상 열거되지 않는 선물환차익이나 외환매매이익은 비과세 소득이 된다. 한편,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제3호 및 제9호에서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을 이자소득의 하나로 열거하면서 2001.12.31.부터는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의 형태인 제13호('쟁점조항')를 신설하여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 역시 이자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의 선물환차익에 대한 과세는 다수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하여 시도된 최대 금액의 과세로서 2005년경부터 6년 이상 실무 및 학계에서 그 과세처분의 적법성이 주요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원심에서는 선물환거래에 대한 커버거래와 선물환거래나 엔화예금거래가 실제로 행하여졌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으나 상고심에서는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개별거래의 진정성을 전제로 이 사건 선물환차익이 쟁점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지가 주로 문제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열거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법 과세체계 하에서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를 위하여 도입된 쟁점 조항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달리 말하면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쟁점 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2.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범위 및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도입 이자란 금전을 대여하여 원본의 금액과 대여기간에 비례하여 받는 돈 또는 그 대체물이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1호),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2호),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3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9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10호) 등을 이자소득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13호)도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포괄적 이자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위 제1호, 제2호 및 제3호 등은 전형적인 이자소득이나 제9호 및 제10호 등은 다른 소득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은 2001.12.31.소득세법의 개정을 통해 유사한 소득은 동일하게 과세함으로써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과세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쟁점조항이 도입되기 이전 판례는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구상권에 포함되는 법정이자가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일종인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고(대법원 2004.2.13.선고 2002두5931 판결), 현행 소득세법 기본통칙 16…1, 2도 장기할부나 지급기일 연장 등에 따른 추가지급금액, 손해배상금에 대한 법정이자 등 그 경제적 기능이 이자에 유사한 경우라도, 거래 내용이 자금의 사용이 아닌 경우는 이자소득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는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회원의 퇴직·탈퇴 전에 지급되는 목돈급여와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은 구 소득세법에서 정한 '예금의 이자'와 성격이 유사하고 담세력도 대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에는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7두18284 판결)고 판시하여 쟁점조항의 성격에 대한 향후 판례의 입장이 주목되었다. 3. 평석: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법적 성격과 선물환차익의 소득구분 대상판례는 우선 선물환차익을 예금의 이자와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상의 현물환거래, 엔화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동일 당사자 사이에 같은 날 동시에 체결되었더라도 엔화의 매매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선물환계약은 자금의 대여거래와는 명백히 구별되므로 이를 예금의 이자소득과 유사하지 않다고 본 대상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직장공제회 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의 경우 자산의 매매가 없으므로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예금의 이자와 유사하다고 본 판례와는 구별된다. 다음으로, 대상판례는 선물환차익이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과 유사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선물환차익은 은행이 고객에게 엔화를 매도한 다음에 90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그 매도금액에 선물환차익 상당을 더한 금액으로 매수한다는 점에서 고객이 얻는 선물환차익은 환매조건부 매매이익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이 제9호가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으로 이자소득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대상판례가 채권이나 증권이 아닌 엔화의 환매차익에 해당하는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같은 항 제9호의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소득과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본 것 역시 정당하다.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대상판례의 태도는 종전 판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에서 세법에 산재하는 포괄적 과세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특정한 거래가 부당행위계산부인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1호 내지 제8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9호를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즉, 납세자의 거래행위가 법인세법 제20조에서 정한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각 호 소정의 부당행위유형 중 제4호와 제9호의 해당성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에서 그 거래행위가 만일 그 제4호에서 정하는 출자자 등으로부터 자산을 시가를 초과하여 매입하거나 출자자 등에게 자산을 시가에 미달하게 양도하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제9호가 정하는 행위유형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5.10.선고 95누5301 판결). 또한 소득세법 부당행위계부인 규정에 관하여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바 있다(대법원 1999.11.9.선고 98두14082 판결). 소득세법 제16조는 쟁점조항에서 소득세법 제1항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사용에 따른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앞서 제1항 제9호에서 이자소득의 명시적 유형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고 규정하였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 함은 금융기관이 환매기간에 따른 사전약정이율을 적용하여 환매수 또는 환매도하는 조건으로 매매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을 말한다고 구체적으로 그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의 체계와 구성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의 경우에는 비록 경제적인 측면에서 금전의 사용대가적 성격이 있지만 채권이나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로 보인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0호의 경우에도 특별히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의 경우만을 이자소득으로 보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5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이란 다른 제한적인 요건과 함께 보험료의 납입일로부터 만기일까지의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고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컨대 만기 11년인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은 위 제10호의 이자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제10호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고, 이러한 소득은 위 제13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전형적인 이자소득과는 달리 이러한 유형의 소득은 제한적으로 이자소득에 편입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그와 달리 소득세법 시행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나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본다면 거래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주의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문언의 의미를 현저히 반감시킬 것이다. 4. 결어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 대법원 2007두18284 판결은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이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적용범위를 다소 넓게 해석하였으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하였다.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에 대해서도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엄격해석의 입장을 견지하였고, 소득구분에 관한 사법적인 잣대에 의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선례적 입장을 취하였으며 또한, 파생 금융상품의 과세문제에 대해서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례의 논거와 결론에 찬동한다.
2011-06-13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2011-02-10
申告制와 관련한 코페르니쿠스적 轉換에 관한 小考
Ⅰ.대상판결의 요지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연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구 건축법(2008.3.21. 법률 제89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의하면, 건축주 등으로서는 신고제 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Ⅱ.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의 終焉의 始作 이상의 전원합의체판결은 그와 다른 취지의 기왕의 판례(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를 모두 변경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써 이제까지 스테레오타입일 정도로 견지하여 온 건축신고반려(수리거부)의 비처분성 및 무의미성은 마침내 終焉을 고하게 되었다. 평소 현하의 申告制를 행정법도그마틱으로선 새로운 어려움인 新苦制로 여겨 기왕을 틀(자기완결적 신고, 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여 온 필자로선(졸저,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109면 이하; 졸고, 행정법상의 신고와 통보, 조해현(편집대표) 행정소송(I), 2008, 683면 이하), -대상판결의 전체 맥락에 대한 매우 한정된 이해를 전제하긴 해도-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적극 환영하고, 신고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판단한다. 이하에선 대상판결의 의의 및 앞으로의 바람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Ⅲ.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인정근거의 상실 이제까지 대표적인 '자기완결적 신고'로 여겨왔던 건축신고의 경우 행정청의 수리는 물론 수리거부 역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수리여하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런 논증을 취하여 온 기왕의 판례(변경대상인 판례)와는 달리, 신고반려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이제 대상판결로 인해 건축신고인으로선 건축신고반려가 내려지면 금지하명으로서의 그것을 먼저 다투어야지 그것을 무시하고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로써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는 그 인정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고의 의제효과를 집중효로 이해하여 건축신고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설정하여 그 신고수리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하급심(서울고법 2009.12.30. 선고 2009누119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4.9. 선고 2009구합1693 판결: 이들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建築申告의 許可擬制效果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837호(2010.5.3.))과 비교하면, 대상판결이 반려에 따른 즉, 반려를 무시하고 신고대상행위를 행한 경우에 예상된 법효과를 논증하면서 그것의 처분성을 인정한 점은 호평할 만하다. 나아가 대상판결이 반려에 대해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매우 돋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약 거부처분이란 표현을 하였으면 신고수리 자체가 의당 처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려의 본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에, 자칫 이를 기화로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반려위반에 따른 법효과의 결부는, 여기서의 반려가 다름 아닌 신고대상행위에 대한 禁止下命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반려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전제로 한- 거부처분으로 인식하여선 아니 된다(다만 여기서 건축신고가 수리된 경우는 건축법상의 허가의제효과로 인해 의제된 건축허가가 다툼의 대상이 됨을 유의하여야 한다. 졸고, 건축허가의제적 건축신고와 일반적인 건축신고의 차이점에 관한 소고, 판례월보 2001.5., 13면 이하 참조). Ⅳ.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문제 종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적법한 신고를 한 이상- 반려(수리거부)는 아무런 법적 의미를 갖지 않으며, 반려에 상관없이 신고대상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선 행정청의 심사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대응 그 자체에 대한 판단근거이지 그것의 요부에 대한 판단근거는 아니다. 그리고 신고의 적법성은 신고자가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전적으로 행정청과 (궁극적으론) 법원이 확인할 문제이다. 비록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법관계의 형성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에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 그렇게 신고제를 이해하면, 행정이 자기임무를 방기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행정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신고제·민간화란 이름으로 슬그머니 포기함으로써, 그에 따른 법·행정의 공백은 고스란히 민간상호간의 다툼에 내맡겨진다. 그리하여 필자는 신고제를 행정청의 심사배제로 이해하여선 아니 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이란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신고에서의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사실 반려의 처분성인정은 신고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한편 현행 건축법은 건축허가에 대해 다른 허가나 신고의 효과가 의제되도록 하고 있는 동법 제11조 제5항이 건축신고에 대해서도 준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의제되는 사항의 소관 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규정한 동법 제11조 제6항 역시 당연히 건축신고의 경우에도 준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신고자는 동법 제11조제5항 각 호에 따라 의제되는 허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기 위하여 해당법령에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신청서 및 구비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동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사정이 이럴진대, 건축신고의 경우에 행정청의 심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든지 그 심사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은 법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건축신고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긍정하지 않고선, 건축법제의 이런 매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Ⅴ. 맺으면서-申告制에 관한 拔本的 改革 건축신고가 기본적으로 허가대상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증명하듯이, 건축신고는 물론 신고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허가제를 代替한 개시통제의 수단이다. 사실 기왕의 신고제의 틀-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은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적 의의를 지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이제는 그 존재이유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일컫는 '수리'에 관한 논의를 도식적으로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허가제에 대비된 -절차적 민간화에 해당하는- 신고제의 본질은, 행정법관계의 형성에서 행정은 일단 뒤로 빠지고 私人에게 먼저 이니셔티브(私人主導)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처럼- 수리 그 자체가 관련 법관계의 형성을 좌우한다면, 그것은 본연의 신고제가 아니라, 변형된 허가제이다. 물론 수리거부에 해당하는 반려만은 금지하명으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제까지 신고제에서 수리와 반려(수리거부)를 연계시켜 접근한 패캐이지 논증이 신고제 誤導의 초기조건이었다. 요컨대 신고제의 유형을 (예방적)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로 나누는 것이 그것의 본연의 모습에 부합한다. 건축신고가 신고제의 대표인 점에서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사한다. 대상판결은 신고제에 관한 拔本的 改革의 시발이다. 다른 영역에서의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 대해서도 대상판결과 같이 향상된 인식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설 자리를 상실한 이상, 다음 수순은 典據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를 하루바삐 修理하는 것이다. 申告制改革의 바람이 서래골에서 불어오길 仰望한다.
2010-12-06
위헌적 과세처분에 대한 사법구제의 논리구조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 공익법인은 이 사건 설립자 등의 현금출연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장학재단으로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법인과 동일인 관련자와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성실공익법인이다. 이 사건 출연자와 그의 특수관계인은 2003. 2. (주)수원교차로 주식의 90%지분(시가 약 180억원 상당; 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을 원고 공익법인에게 기부하였다. 이에 피고는 공익법인이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여 출연받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그 초과부분에 대해 약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2. 소송경과 원고 공익법인은 감사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 결정을 받고, 이어 수원지방법원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3. 판결 요지 위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이 사건 출연자의 주식 출연이 원고 공익법인을 출연주식 발행법인의 지주회사로 만듦으로써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경제력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이 과세요건의 형식적 요건을 만족시켰다고 하더라도 합헌적 법률해석의 요청에 따른 예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Ⅱ. 평석 1. 쟁점 정리 이 사건은 과세단계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던 사건이다. 대학에 대한 거액의 재산기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데다가 증여세의 과세처분으로 기부재산의 약 75%를 조세로 징수 당하게 되리라는 것은 기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고, 이렇게 되는 경우 당초 목적달성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공익법인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출연은 발행주식 총수의 5%를 넘어 선 것이므로 그 초과분에 대하여서는 과세요건을 명백히 충족하고 있었다.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입법의 당부를 떠나 과세를 하여야 할 책무가 있었다. 과세경위와 과세금액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부당한 과세라는 것이 상식적인 인식인데, 법령해석적용권을 가진 법원 과연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인지, 취소하는 경우 과연 어떠한 법리를 어떻게 적용하여 할 것인지가 이 사건의 흥미로운 쟁점이었다. 2. 관련 판결의 입론 (1) 입법취지 및 규정성격에서 접근 이 사건 판결은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출연 시 증여세를 면제하는 법령은 민간단체 또는 개인이 공익사업에 적극적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국가에게 맡겨진 공적 과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에 근거한 것인데, 내국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법인에게 출연할 경우, 위와 같이 증여세를 면제하는 세제를 악용하여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 주식을 출연함으로써 공익법인을 통하여 경제력을 집중시키거나 부를 세습시키는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라고 하였다. (2) 합헌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예외를 인정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규정의 형식적 과세요건에 해당하면 기계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는 것으로 보고 그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헌법규정의 취지나 관련 법령의 입법목적에 심히 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공익법인에게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하는 것이 경제력 집중이나 경제력 세습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아울러 고려하여 그 예외를 인정함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으로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이 사건 출연자는 애초에 이 사건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장학사업에 사용하게 하려는 의사가 있었을 뿐이고, 내국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어려우므로 이 사건 규정의 예외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위헌처분에 대한 사법구제(헌법 제107조 제2항의 법리) (1) 종래의 접근법 종래 대법원은 법률의 형식적인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하여 문제된 법령의 문언에 따른 적용범위를 축소하여 해석함으로써 당해 사건에 대한 적용을 배제함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법률의 합헌적 해석론이라고 한다. 예컨대, 구 국세기본법상 공시송달사유로서 수취인 부재의 의미를 구 국세기본법시행령은 등기우편 송달 및 세무공무원의 2회 이상 방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수취인의 부재'라 함은 납세의무자가 기존의 송달할 장소로부터 장기간 이탈한 경우로서 과세권 행사에 장애가 있는 경우로 한정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0. 10. 6. 선고 98두18916 판결). 이러한 종래의 접근법은 문제된 법령의 형식적 적용범위를 변경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원이 법령에 존재하지 않는 과세요건 또는 면제요건을 창설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하였다. (2)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 적용하면 돼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법원에 대하여 명령, 규칙에 대한 위헌심사 이외에 처분 자체의 위헌적 결과를 시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여 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 동안 이 조항은 전혀 적용되지 않고 법조의 관심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국내에서도 독일의 사례와 우리 헌법의 규정 체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서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법리가 체계화되고 있다(서보국, '합헌적 조세법률을 적용한 과세처분의 위헌적 결과에 대한 납세자의 권리보호 근거로서 헌법 제107조 제2항', 조세법연구 제16권 제1집, 한국세법학회, p.212~255.) 우리나라에서 사법작용에 의한 위헌심사의 유형은 위헌법률 및 위헌적 공권력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가, 위헌명령, 규칙 및 위헌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헌법 제107조 제2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위헌적 처분에 대한 사법구제는 그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처분근거 법령 자체는 위헌이라고 보이지 않지만 그 적용의 결과가 위헌적인 상태가 초래된다면 현대법치국가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어느 행정처분에 대한 근거법령이 위헌이라고 보여지지는 아니하지만 그 적용결과가 헌법에 반하는 위헌적인 것이라면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우를 규정한 것이 바로 헌법 제107조 제2항의 처분에 대한 위헌판단조항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처분의 위헌성은 그 근거법령의 위헌성에서만 구하였고, 그것이 당연한 수순으로만 학계나 실무계에서 인식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제 이 사건은 이러한 처분 자체의 위헌성 판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판결법원은 이 사건 증여처분의 효력을 부인하면서 합헌적 해석이론을 내세워 문언상 과세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어떠한 예외규정도 없는 사안에 대하여 법률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석상의 예외를 인정하였다. 사법기관에 의한 사실상의 입법형성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합헌적 해석이론에 대하여 異論은 있으나 대체적으로 승인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합헌적 해석방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권, 국회의 입법권과의 충돌 내지 저촉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서라도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한 효력부인의 근거를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 규정한 처분 자체에 대한 위헌판단권에 두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이 사건 증여세 과세조항의 위헌성이 인정된다면 위헌판단의 절차로 가야 되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는 과세조항의 위헌성을 따지지 아니하고서도 처분 자체가 헌법질서에 반하는 위헌처분이므로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부과처분은 그 결과가 공익재단에 기부한 재산의 가액의 75% 이상(가산세 포함)을 조세로 부과 당하게 되어, 헌법이 규정한 재산권보장, 비례와 평등의 제원칙에 위배된 것이다. 이러한 조세부과는 이른 바 교살적 혹은 몰수적 효과(Erdrosselungswirkung od. Konsfiskation)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위헌으로 보아야 한다. 실무상 처분 자체가 위헌성을 띠고 있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예컨대,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있어 종업원 등 타인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한 사건에 있어 100억 원이 훨씬 넘는 증여세가 부과된 사건을 들 수 있다. 명의신탁 규제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증여도 아닌 행위에 대하여 세금의 이름으로 부과된 금액은 상식을 초월한다. 어느 형사범죄에 대하여서도 이러한 과중한 금전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위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4차례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위헌소원이 제기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밖에 부동산실권리자등기명의에관한법률에서의 과징금 부과도 사례에 따라 너무 과중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건이 나타나고 있다. Ⅲ. 결어 조세(행정)법령에 있어서의 법률적 규율의 정당성(gesetzliche Regelungswurdigkeit)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에 근거한 처분결과의 정당성까지 담보하여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107조 제2항은 이러한 경우 처분 자체에 대하여 사법적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아직 그 적용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 사건 판결도 결국 처분결과를 재산권보장, 제도의 취지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 처분취소의 근거로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합헌적 해석론에서 찾았다. 향후 이러한 사례에 관하여서는 확실한 헌법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위헌적 행정처분을 사법적 수단에 의하여 바로 차단할 수 있는 "처분 자체의 위헌판단"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상급심의 이 점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정광진 변호사 공동집필)
2010-08-16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발생여부 판단시점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피고 노○○는 2005. 4.1. 김○○,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757 답7,090㎡(약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4,000만원에 매수하고 김○○은 2005. 4.22. 피고 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5,000만원에 다시 매수하였고, 원고는 원고의 딸 강○○를 통하여 2005. 4.28.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은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원고 딸 강○○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김○○과 피고 김○○은 2005. 5. 20.경 원고의 딸 강○○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 역시 이에 동조하여 강○○에게 자신이 김○○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깎아서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강○○로 하여금 원고가 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4,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은 2006. 1.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계약체결일인 2005. 5.20. 당시 시가는 2억9,788만원(7,090㎡×42,000원/㎡)이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들 및 김○○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와 관련하여 2007. 3.23. 김○○으로부터 3,500만원, 2007. 5.31. 피고 노○○으로부터 3,300만원, 피고 김○○으로부터 1,500만원 합계 8,300만원을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받았고, 감정평가결과 현재 공시지가는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다. 2. 하급심 법원 및 대법원 각 판단 가.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26. 선고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4,222만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4,0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20. 당시 시가 2억9,778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인용. 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4,000만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이 및 도매물가상승률 상당 가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제곱미터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재산상 어떠한 손해가 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다. 상고심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한다(대법원 1992. 6.23. 선고 91다33070판결, 대법원 2003. 1.10.선고 2000다34426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고 상고 인용, 원심 판기환송. Ⅱ. 판례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서 손해 발생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언제인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불법행위)이 이루어진 당시보다 사실심 변론종결에 즈음하여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2배 이상 상승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여,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1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수원지법 1심 및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가. 먼저, 원고 청구를 인용한 수원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79다174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자신이 매수한 임야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데도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사실관계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당시까지도 위 사건 대상 임야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서 가격변동이 없거나, 더 낮아진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상 임야의 시가가 당초 매매대금 5억4,000여만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10억여원으로 상승한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수원지법 하급심 인용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 또한 판결 이유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를 직접적으로 따르는 판례는 그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나아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손해액 산정 기준에 관하여 불법행위시라고 판시하며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2003. 1.10. 선고 2000다34426 판례는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목적물이 현존하지 아니함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의 교환가격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할 것인 바, 원심이 이 사건 장외거래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탁○○과 이○○가 원고 최○○로부터 부당하게 주권을 인출 받아 선용자에게 교부해 버린 1995. 10.23.의 주식 시가에 의하여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과 그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손해배상(공)】 청구 사건은 "인근 공동어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준으로 관행어업권의 피해액을 산출함에 있어 어장면적과 어업종사자의 수가 다른 점과 당해 어장의 일부 관행어업권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인근 공동어장에서도 관행어업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공동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단위면적당 평년수익액을 바로 당해 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평년수익액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서 이 사건 쟁점인 불법행위 당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1997. 10.28. 선고 97다26043 판결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 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 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할 손해를 그 시점으로부터 장래 각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여 지연손해금은 그 기준시점 이후로부터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판시하여 본 사안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인적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중간이자 기산점에 관한 판시에 불과하다. 3.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타당성-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로서 손해 발생 여부 판단 시점 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액의 확정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함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심 판시를 뒷받침하는 의미에서 손해의 범위 및 손해액의 산정의 기준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1999. 4.9. 선고 98다27623 판결은 "무효인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여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 당하게 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채무자 명의의 이전등기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근저당목적물인 위 부동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가액은 근저당권이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비슷한 취지에서 대법원 1978. 7.11. 선고 78다626 판결【손해배상】사건에서 "피담보채무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위 근저당권의 불성립으로 근저당권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우선 그 저당채무의 변제기 후이며 그 저당권의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 저당목적물의 시가를 확정해야 하고 그 시가가 위 채권최고액 이상이 될 때에 한하여 채권최고액 상당액을 그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대법원 판시와 같이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기망당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현재 수억원이 상승하여 원고는 오히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을 뿐 손해를 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피고들은 사실심에서 원고에게 "기존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8천300만원 외에 위 매매대금 5억 4,000만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들에게 다시 이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원고도 이 사건 토지 시가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건 토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피고들에게는 단지 위자료로 기 수령한 8,300만원 이외에 추가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여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아무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반면,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형식판단에만 치우쳐 원심을 파기하고 만 것이다. Ⅲ. 결론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발생 여부의 확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 청구는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금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형사 합의금으로 이미 8,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더하여 원고 보유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하여 수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 판단에만 치우쳐 원고에게 추가로 2억4,0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법적 형평성(구체적 타당성)은 물론 일반인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판시대로라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일부 기망을 당하였다고는 하나, 기망(불법)행위 당시보다 변론종결 당시에 지가가 상승한 경우에 기망당한 원고가 대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주장하면서 단지 기망행위에 대한 위자료조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2010-06-21
경원자관계에서의 제척사유해석, 재량권판단과 위임입법 한계
Ⅰ. 문제의 제기 2007. 7.7.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원고법인 산하 ○○대(이하 '원고'라고 함) 등 전국 41개 대학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로 약칭)예비인가신청을 했고 피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하 '피고'라 함)은 2008. 2.15. 25개 대학에 대해 예비인가를 하였다.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원고가 서울행정법원에 예비인가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 패소 후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이 사정판결로 항소기각하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에 대한 로스쿨 인가거부처분의 위법여부에 관한 것이지만 전국 41개 신청대학간은 물론 원고와 같은 서울권역 소속 24개 대학도 상호경쟁관계이므로 실질상 경원자(競願者)소송이다. 경원자소송이란 다수인의 신청을 받아 그 일부에 대해서만 인·허가 등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 인·허가 등을 받지 못한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다투는 항고소송이다. 우리 판례도 제3자효 행정행위에 대한 취소소송의 한 형태로 이를 인정하며 이 건에서와 같이 경원자관계에 있는 경우 각 경원자에 대한 인·허가 등이 배타적 관계에 있으므로 자신의 권익을 구제하기 위하여 타인에 대한 인·허가 등을 취소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다(이 건은 타인에 대한 인·허가 취소청구는 아니었다). 이 판결은 로스쿨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 제10조의 당해심의와 관련하여 제13조 제척사유의 해석문제, 위임입법의 범위·한계의 일탈로 인한 위헌여부 및 지방균형발전을 고려한 인가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인한 위법여부 등에 관해 판단하고 있는 바, 실질상 경원자소송에서의 법적 판단의 적법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사실관계 원고는 2007. 10.30. 피고에게 입학정원 80명의 로스쿨 설치인가신청을 하였고 원고가 속한 서울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에서는 원고를 비롯한 24개 대학이 설치인가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인가처분에 앞서 전국을 고등법원 관할구역단위로 서울권, 대전권,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으로 나누고 로스쿨 인가신청시 공고했던 인가심사기준(교육목표, 입학전형, 교육과정, 교원, 학생, 교육시설, 재정, 관련학위과정, 대학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 등 9개 영역, 66개 항목, 132개 세부항목, 총점 1,000점)에 의해 이화여대 ○○○, 서울대 ○○○, 경북대 ○○○, 전남대 ○○○ 교수 등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 4인 등 13명으로 구성된 법학교육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그 심의결과에 기해 2008. 2.4. 서울권은 서울의 ○○대 등 12개 대학, 경기도의 ○○대, 인천시의 ○○대, 강원도의 ○○대 등 15개 대학, 지방은 부산권 등 4개 권역 10개 대학에 총정원 2,000명을 배분, 40명 내지 150명의 로스쿨 예비인가처분를 하였고 원고 등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게는 별도로 통지하지 않았다. Ⅲ.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이고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는 바, 핵심적인 아래 쟁점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1. 법 제13조(법학교육위원회 위원의 제척사유)는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 1.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 제척규정에 따라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이 된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이하 '교수위원'이라 함)가 교수위원이 소속한 대학을 비롯한 신청대학 전부를 대상으로 예비인가대학과 그 정원을 심의·의결한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법학교육위원회 회의에 관여한 것은 자기가 속한 대학에 대한 관계에서 위 제척규정이 금지한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에 해당하여 위 제척규정에 위반되지만, 교수위원들의 소속대학이 아닌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제척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제15차 회의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제척사유가 있는 위원이 관여한 위법한 처분이 아니다. 2. 로스쿨의 설치인가 등에 있어서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 시행령 제5조가 위임입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3. 피고가 이 사건처분을 함에 있어 원고보다 평가점수가 불과 0.7점이 낮은 서울권역의 ○○대와 (34.9점이 부족한) ○○대에 대해 지역균형을 고려하여 인가를 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Ⅳ. 법률적 쟁점 1. 경원자관계에서의 제척사유의 엄격 해석 문제 이미 19세기에 영국에서는 보통법(Common Law)상 행정절차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심판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배제의 원칙과 '양 당사자에게서 들으라'는 쌍방청문의 원칙이 자연적 정의의 원칙(Principle of Natural Justice)으로서 법원에 의해 확립되었다(김도창, 일반행정법론(상), 1990, 489쪽).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이 원칙은 우리의 각종 절차법이나 심의위원회구성에 관한 자치규범에서 제척규정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우리 판례가 '제척원인이 있는 이해관계자는 당해 직무집행으로부터 제외되어야 하므로 제척원인이 있는 이해관계자가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징계심의는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여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대법원 1995. 4.28. 선고 94다 59882판결 등 참조). 법 제13조 제1호는 로스쿨 인가에 관련된 심사 및 평가기준을 만들고 그 심사기준에 의거해 인가신청대학에 대한 사실조사기능(서면심사 및 현지조사)을 하는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에 대해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인가심사 및 평가의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위 규정은 로스쿨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위원을 인가심사 및 평가업무 즉 '당해심의 관여'에서 배제케 하는 강행규정이다. 위 규정의 '당해심의'에 대해서는 법 제10조(법학교육위원회의 기능)가 '1.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에 관한 사항 2. 법학전문대학원의 폐지 및 변경인가에 관한 사항 3. 개별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에 관한 사항 4.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의 세부기준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법조인의 양성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법학교육에 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부의하는 사항'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척사유있는 교수위원은 법 제10조에 열거한 '당해심의'의 직무집행에서 당연히 제척된다. 법 제10조와 제13조의 입법취지는 부득이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가 법학교육위원으로 위촉된 경우라도 소속 대학이 관련된 제10조 소정의 당해심의에서 제척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위반하여 당해심의에 관여하면 절차적(자연적) 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법규정 위반으로 위법하다. 피고는 당초 행정절차상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를 법학교육위원으로 위촉하지 말아야 했다(신청준비대학을 파악할 수 있었고 위촉위원의 전공·경력 등 면면을 보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교수위원 소속 대학에 대해 심판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득이 위원으로 위촉했다하더라도 법 제10조에 열거된 '당해심의'는 교수위원을 제척시키고 나머지 9명 위원들로 하게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교수위원 4명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인가기준 등(법 제10조 제4호 위반)을 정하고 제15차 회의에서 예비인가 대학 25개를 선정하고(법 제10조 제1호 위반) 각 대학의 정원을 정하도록 했으며(동조 제3호 위반) 이에 기해 원고에게 이 건 처분을 하였다. 대법원은 교수위원들이 소속한 대학을 비롯한 신청대학 전부를 대상으로 예비인가대학선정과 그 정원을 심의·의결한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법학교육위원회 회의에 관여한 것은 자기가 속한 대학에 대한 관계에서 위 제척규정이 금지한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에 해당하여 위 제척규정에 위반되지만,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해심사에 관여한 것이 아니므로'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이유로 위 교수위원들이 인가를 위한 평가 및 심의에 관여한 것은 위 법상 제척사유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한 원심판단이 잘못되었다며 파기 환송하였다. 그러나 인가여부와 정원이 배정된 제15차 회의가 교수위원 소속대학에 대한 심의와 경원자관계인 원고 등 나머지 대학에 대한 심의가 분리되어 행해지지 않은 이상 교수위원이 소속대학과 원고가 대상인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법원은 교수위원 소속대학과 원고를 포함하여 이루어진 '당해심의'관여에 관한 제척사유에 대한 판단시 당해심의가 분리,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이를 분리시켜 교수위원들의 소속대학이 아닌 원고에 대한 심의는 위 제척규정에 위배하지 않았다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사회통념, 경험칙·논리칙에 반하며 실질상 경원자관계에서 제척사유의 엄격판단결여로 법리오해가 아닐 수 없다. 경원자관계는 이해상반관계로 상호 경쟁적·배제적이다. 교수위원들은 자기나 동료의 소속대학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하고 그 외 대학에 대해서는 박하게 평가할 개연성이 높다. 이 건과 같이 실질상 경원자소송에서 제척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교수위원들이 원고소속 교수가 아니므로 원고에 대해서는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극히 좁게 판단할 이유가 없다. 대법원은 교수위원 소속대학이 대상이 된 '당해심의' 관여가 원고에 대해서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형식논리에 기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와 제13조의 연계적 문리해석상 문제가 있으며 경원자관계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척사유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 온 기존판례에도 반한다. 2. 위임입법의 한계 및 재량권 일탈·남용부 등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명령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위임명령의 한계를 정한 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재결 1999. 1.28. 97헌가8, 1998. 4.30. 96헌바70 등 참조). 로스쿨법 시행령 제5조는 "교육과학부장관은 법 제5조 및 제6조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 등에 있어서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규정은 대법원이 위임근거로 본 법 제5조와 제6조의 어디에서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새로 규정한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적 규정이다. 대법원은 지역균형발전의 근거로 헌법 제120조 제2항과 제122조를 들고 있으나, 동규정들은 교육·인재양성과는 관계없는 국토와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 등 물적 자원의 균형개발·이용에 관한 경제질서규정이다(홍성방, 헌법학 3판, 984쪽). 또한 법 제1조, 제2조, 제6조를 지역균형발전을 규정한 시행령 제5조의 상위 근거규정으로 들고 있으나 법제정목적, 교육이념과 인가기준에 관한 것일 뿐 지역균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위임한 규정'이 아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법적용과 해석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해 엄격한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의 기존판결에도 배치된다. 2) 대법원은 상위법의 구체적 위임이 없음에도 '지역균형을 고려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하도록 규정한' 법시행령 제5조는 위헌이 아니고 동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으며 지역균형을 이유로 원고와 경원자관계임에도 점수가 낮은 서울권역내 소외 ○○대, ○○대에 대한 인가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규정 및 위임입법에 관한 기존 판결과 실질상 경원자관계인 이 건에서 재량권행사의 범위가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행정법관계의 법해석원리에도 반한다. Ⅴ. 결론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법리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로스쿨 총정원의 고정 등 정책적 문제로 인해 법리적 판단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한 판결시점에서 피고의 로스쿨 인가처분 전체를 무효화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공익적 이유에서 내린 원심의 사정판결의 당부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파기받은 원심과 이후의 상고심에서 충분히 검토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0-05-10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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