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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임용결격자 임용행위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1. 대법원 2003.5.16. 선고 2001다61012판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 등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여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당연무효인 임용행위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는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또 당연퇴직사유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가 그 이후 사실상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후의 사실상의 근무기간은 공무원연금법상의 재직기간에 합산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누649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두205 판결 참조) 2. 대법원 1987.4.14. 선고 86누459판결 가.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 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무원 관계는 국가공무원법 제38조, 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니라 국가의 임용이 있는 때에 설정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닌 임용당시에 시행되던 법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용당시 공무원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 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 국가가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사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임을 발견하고 공무원 임용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원래의 임용행위가 당초부터 당연무효이었음을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임용처분을 취소함에 있어서는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또 그러한 의미의 취소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당연무효인 임용결격자에 대한 임용행위에 의하여서는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거나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임용자는 위 법률소정의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 - 판 결 요 지 -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 공무원 연금법 등에 의한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다 - 평 석 요 지 - IMF 환란때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대거 해직 시키자 해당공무원은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보다는 퇴직연금청구권 불인정에 더 반발했으며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하였던 바 비록 공무원연금법이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에 내재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돼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Ⅱ. 問題의 提起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다가, 이것이 IMF患亂때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에서 공공부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작업을 통하여 1998. 3. 경부터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 2,400여명에게 임용취소통보를 하여 해직시켰다.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불인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해당 당사자의 반발을, 정부는 89누459판결을 효시로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물리쳤다. 그 이후 당사자들의 물리적인 반발이 격화되어 급기야는 1999.8.31.에 ‘임용결격공무원등에대한퇴직보상금지급등에관한특례법’(법률 제6008호)의 제정을 가져 왔다. 당사자의 반발로 인한 사회문제가 특례법의 제정을 통해 일거에 해소되어 버림으로써 과연 법적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특례법의 명칭에 나타난 ‘퇴직보상금’이 시사하듯이, 이는 법적 물음에 대한 정치적(정치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는 여전히 법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政變시에 불쑥 등장할 법하다. 그런데 비록 정치적 해결책일 망정 관련 법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을까 의문스럽다. 즉, 기왕의 공무원연금법이 제64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급여제한이 이 특례법의 대상자에겐 처음부터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원칙에 대한 이런 단순 명백한 위반은 결코 정치적 정당성만으로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체계위반적 입법의 등장까지 초래한 그 淵源이 바로 대법원의 89누459판결이다. 따라서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은 추후에 충분한 지면에서 살펴보기로 하되, 여기선 그것의 무효성 여부와 이에 따른 퇴직연금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 간략히 論究하고자 한다. Ⅲ. 公務員任用缺格者의 任用行爲의 無效性 與否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가 당연 무효라는 점이 문제발생의 연원이다. 그리하여 86누459판결에 대해서 맨먼저 김남진 교수님이 ⅰ) 사안상의 흠이 임용을 무효로 만들만큼 중대한지 의문스럽다는 점, ⅱ) 그런 임용행위의 취소에 신의칙을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하셨는데, 동인, 공무원임용의 취소와 신의칙, 고시연구, 1987.8 및 동인/이명구, 행정법연습, 2001, 427면 이하 참조. 김성수 교수 역시ⅰ)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행정객체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점, ⅱ) 임용행위 무효론에 입각하여 신뢰보호원칙의 배제는 임용처분이라는 행정행위의 존속을 신뢰한 개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무효도그마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인, 일반행정법, 2001, 310면 이하. 그런데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여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이 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가 일정한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규정한 점만을 갖고서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순 없고, 오히려 소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공무원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9조가 방향추이다. 이 점은 가령 의료법 제8조와 제52조처럼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입법상황과 비교하면 여실하다. 따라서 1949년 8월 12일에 법률 제44호로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40조가 규정한 것에 변함이 없는 현행의 입법상황에선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는 무효로 볼 수밖에 없고, 여기에선 임용취소를 제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애초부터 통용될 수가 없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가 과연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표할 순 있지만, 다른 법률상의 ‘결격사유’ 규정과의 相違함의 정당성을 특별신분관계로서의 공무원근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1990. 6. 25.선고, 89헌마220결정. Ⅳ. 公務員任用缺格者의 退職金請求權 認定 與否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를 당연무효로 판시한 86누459판결 이래로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없이 고수되고 있다. 그리하여 무효인 행정행위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일반적 논의도 여기에 통용된다. 서울행정법원 1999. 2. 2.선고 98구15275판결 그런데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인정이 그 공무원임용결격자와 관련한 모든 법적 물음에서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공무원임용결격자에 대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부정이 바로 이런 논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표적 경우이다. 즉,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설정을 처음부터 용인하지 않을 경우에 그 결격자가 행한 여러 행위의 효과가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배상책임법의 영역에선 이른바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매개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이 열려있다. 그리고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임용결격자의 법적 지위 인정에 접목시켜 그의 旣 受領給與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부정된다고 한다. 류지태, 행정법신론, 2003, 598면; 김성수, 개별행정법, 2001, 55면. 그러나 86누459판결 등은 ‘사실상 공무원’이론이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동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이 국가책임법상 외관주의의 지배의 산물이어서 임용결격자와 피해국민간에 발생한 법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임용결격자의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법적 성격의 규명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법 제1조상의 목적이 가늠자가 된다. 동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적법한 공무원관계의 성립의 전제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이다. 법해석자는 법문의 상호관계, 법문에 규정된 사안과 정상 및 기타 법문의 의미 중에서 중요한 증표로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의미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金亨培, 法律의 解釋과 欠缺의 補充, 고대 법률행정논집 제15집(1977), 13면.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立法者 등의 主觀的 意思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선 벗어나는 客觀的인 規範目的에 바탕을 두고서 법률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法律의 解釋에 있어서 法文에 내재하는 立法趣旨(ratio legis)를 추구한다. 따라서 목적론적 법률해석을 취함으로써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될 수 있기에,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2004-03-08
확정판결과 한정위헌결정 문제
1. 머리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소위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선고된 한정위헌결정은 제75조 제7항 소정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정된 소송사건에 대한 재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 12. 18.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에 관한 2002헌바1 사건에서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라고 하는 한정위헌결정을 8:1로 선고하였다. 이하에서는, ①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 부분(이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이라 한다)의 위헌성 문제, ②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및 ③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 판 결 요 지 - "구 의료보험법 제41조 1항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정위헌 결정 2. 관련법률조항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①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청구인은 1999. 11. 6. 혈중 알콜농도 0.131%의 음주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자신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로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그것이 이 사건 심판대상 소정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5. 4.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일단 위 금액을 반납한 다음 자신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면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심판대상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제1심에서 패소하여(울산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구2303 판결)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부산고등법원 2002. 12. 6. 선고 2002누417 판결)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 - 평 석 요 지 -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4. 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 문제 가. 다수의견의 논거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더라도 이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경우에 해당한다. 경과실의 범죄로 인하여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하고, 의료보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수 국민의 우연한 위험에 대하여 그 보호를 거절하는 것이 되어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된다. 나. 검토 (1) 재산권 침해여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그 요소로 판시하고 있으나, 기본권의 보호정도는 그 종류와 내용에 따라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기본권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과잉금지의 원칙은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전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이다.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된 재산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의 성질도 아울러 갖고 있고, 그 내용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한에 관하여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를 완화하여 적용함으로써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이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한 것은, 의료보험급여 대상자인 자가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빈발하여 보험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대법원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해석하여(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1994. 9. 27. 선고 94누9214 판결) "범죄행위"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따라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 있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 중과실에 의한 사고 역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구분하여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의 재정형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법원이 "범죄행위" 부분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사회보장증진의 책임을 들어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자에 경과실에 의한 경우를 포함하여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을 사회적 기본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결어 이 사건 결정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합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5.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가. 견해의 대립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의하여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문언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범위를 정하는 법률해석에 불과하고,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법원에 전속하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대한 존중과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자제를 위한 것이고,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도 기속력이 인정되듯이 헌법재판소결정의 효과로서의 법률문언의 변화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도 위헌심사의 한 유형으로서 기속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1997. 12. 24. 96헌마172?173 결정 참조). 이와 같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행 헌법조문과 부속법령에서 추론되는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이념적으로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있는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나. 검토 (1)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배 현행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최고헌법기관으로서 상호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에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헌법 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법원에 계속된 사건에 따른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2항). 이처럼 최종적인 헌법해석권한이 양분되어 있으나, 그로 인하여 헌법해석내용이 상이한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이와 같이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헌법해석권한을 양분한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는 무엇일까. 이는 양기관이 상호 경쟁?견제를 통하여 헌법을 보장하고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함과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종래의 심급제도를 넘어 초상고심화하여 법원의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을 제외한 것도 바로 위와 같은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2) 법원의 법률해석권 헌법 제101조에 의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의 본질은 구체적 분쟁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법령의 의미와 내용 및 적용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즉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을 하기에 앞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관하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헌법률심판에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확인된 법률해석의 위헌성 확인에 기속력이 인정되면 이는 법원의 구체적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을 제한하게 되어 사법권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그 기속력의 인정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이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위헌심판제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5조도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7조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니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한 기속력과 효력상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등한 지위를 갖는 우리 헌법하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효력이 상실된 법률만이 기속력을 갖는다고 하는 헌법정책을 확인하는 규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그로 인하여 일정한 기간의 경과나 법률의 개정으로 효력의 상실, 즉 법률 문언이 변경되는 점에서 한정위헌결정과는 그 의미를 달리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를 굳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현행 헌법상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3) 국회의 입법형성권과 법적 안정성 문제 만약 한정위헌결정에 기속력을 인정하여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의 제거효를 인정하게 된다면, 추후에 그 법률해석 기준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도 이를 시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이 변하여 국회가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경우에도 입법정책적인 재량권이 제한되어 국회의 입법형성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과 사법적 자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6.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 가. 법적 불안정의 야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결과적으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합헌으로 결정하였어야 할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법적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나.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만약 한정위헌결정도 확정된 당해사건에 대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당사자로 하여금 통상적인 불복절차에 따라 상급심에서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법률해석에 대한 심사를 받으려는 시도를 방임하거나 조장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구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에 의하여 보장되는 현재의 사법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침해 구 국민의료보험법과 의료보험법을 통합하여 2000. 7. 1.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재정이 과거보다 건실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재정 상태는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게 되면 장래 의료보험재정이 악화되어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입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여,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
2004-02-12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動機說의 검토
I. 판결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2. 7. 1.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은 민사채무불이행에 대한 간접강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산명시신청에 성실히 응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대하여 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위와 같은 형벌조항 대신에 민사집행법상의 특수한 처벌인 監置규정을 신설하여 그 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는 바, 민사집행법 부칙 등 어디에도 그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법률의 변경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免訴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위 범죄사실과 판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II. 사실관계와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자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財産明示申請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명령을 하고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5 제1항에 따라 재산명시기일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2002. 7. 1.부터 민사집행법이 시행되었고, 동법 제68조 제1항 제1호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구 민사소송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명시기일불출석으로 기소되었고, 본건 소송에서는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할 것인지 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의해 신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면소판결을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은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02. 4. 18. 선고, 2001노1264 판결).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본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하였다. III. 문제점 대상판결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의 動機에 따라 法律理念(法的 見解)의 변화에 의한 변경의 경우엔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고, 事實關係의 변화에 의한 변경이면 구법을 적용한다는 종래의 동기설적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을 부과하던 것에서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이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래의 동기설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동기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되풀이하여 노정하고 있다. 동기설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의 문언을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으로 축소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해석에 있어선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게 된다. 그리고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가벌성에 관한 규정에 준용되는데, 위법성 및 책임의 조각사유나 소추조건 또는 처벌조각사유인 형면제사유에 관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유추적용하게 되면 행위자의 가벌성의 범위는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되는 바, 이는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범죄구성요건을 유추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판결)라고 판시하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과 대상판결이 취하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좀더 근본적으로는 원래 限時刑法의 시간적 효력과 관련하여 제시된 이론인 동기설이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원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IV. 평석 원래 動機說(Motiventheorie)은 한시형법의 효력에 관한 독일형법 제2조 제4항의 해석론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법은 행위자에게 유리한 신법의 적용을 규정한 제2조 제3항(우리 형법 제1조 제2항에 해당함)에 대한 예외규정인 제2조 제4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효력을 갖는 법률(한시형법)은 그 유효기간 중에 행해진 범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이 실효한 후에도 적용된다. 단 그 법률이 다른 규정을 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한시형법의 추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형벌권의 확대를 줄이기 위하여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부정하여 신법을 적용하고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변경에 있어서만 구법의 추급효를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벌규정을 축소해석하는 것이 동기설의 등장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설이며, 우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1도10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한시형법의 追及效를 인정하는 규정을 따로이 두지 않고 있어 이 문제를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제1조 제2항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동기설을 채택하게 되면 동기설은 독일형법의 해석에 있어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동기설에 따른 해석은 단순한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넘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 동기설의 취지를 한시형법의 경우를 넘어서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적용함으로써(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도413 판결 참조)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연구가 더 요구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기설은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화인지 사실관계의 변화인지에 관한 명백한 구별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는 법률이념의 변천으로 종래의 규정에 따른 처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상황의 변화에 따른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시간제한 필요성의 감소와 그 위반행위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정책적인 필요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를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것으로 취급하였는데(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764 판결), 그러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해제한 데에는 영업시간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는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변경의 경우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법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함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고 있음은 일응 다행이라고 보겠지만,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도 동기설을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2004-02-05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의미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보험회사로서 오토바이 소유자인 소외 J와 그 오토바이에 대하여 자동차책임보험(대인보험 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8. 초순경 J는 오토바이를 자신의 주거지 앞 골목길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세워 놓은 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러던 중 오토바이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 바람이 빠졌고 J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한편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같은 달 19. 저녁 위 골목길에서 놀던 세살된 여자아이 H가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에 깔려 H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함).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의 아버지인 피고는 반소로서 원고에게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 대하여 제1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의미는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 고유의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동차에 의하여 작출된 위험성이 종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자동차의 운행이라 볼 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가 터진 상태로 지면에 거의 수직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작은 충격에도 넘어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주택가로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곳이므로 주차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의 경우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곳이므로 위와 같이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은 것은 오토바이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한 위험이 종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운행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J가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H가 주차중인 오토바이에 올라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의 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피보험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J가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J가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운행’이란 개념의 해석 1. 운행의 개념에 관한 학설 등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행’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 네 가지 학설이 있는 데 ① 당해장치인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원동기설 ② 당해장치를 반드시 원동기에 한하지 아니하고 조향, 제동, 기관, 기타 주행과 관련된 주행장치를 포함한다는 주행장치설 ③ 당해장치를 고정장치로 보는 것으로 원동기 및 주행장치 이외에 자동차의 고정장치인 문이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의 측문 혹은 후문, 크레인차의 크레인 등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이라고 보는 고유장치설 ④ 주·정차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차고를 출발하여 다시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의 일련의 운전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차고출입설 등이 있다. 위 학설중 ④번으로 갈수록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학설 모두 차량의 외부적·객관적 상황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함께 차량운행자의 주관적 운행의사 또한 운행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2. 운행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검토 먼저 운행과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③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대법원은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당해 장치란 운전자나 동승자의 화물과는 구별되는 당해 자동차 고유의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각종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1988. 9. 27. 선고 86다카2270판결, 1980. 8. 12. 선고 80다904 판결 등 다수)라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화물하차작업 중 화물고정용 밧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고정용 밧줄은 물건을 운송할 때 일반적·계속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고 적재함과 일체가 되어 설비된 고유장치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19232 판결), “트레일러로 견인되는 적재함에 부착되어 있는 쇠파이프를 철거하는 수리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중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으로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입은 상해를 입은 경우 위 발판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례들은 대법원의 기본적 시각이 고유장치설에 의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결에서는 차고출입설에 입각한 듯한 판결도 보이는데 “자동차는 운전사가 이를 교통에 쓰기 위하여 도로에 두어 그것에 의하여 작출되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운행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도로로부터 끌어내어 차고 내지는 도로 이외의 장소에 둘 때 비로서 운행은 차단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 바…레미콘트럭으로 시멘트를 운반하다가 이를 일시 도로변에 주차하였고 위 트럭의 주차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는 트럭의 운행 중에 생긴 사고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84. 5. 16. 선고 83가합4449 판결)이라는 취지는 차고출입설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주차와 관련된 사례에 있어서는 “트럭이 미등 및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도로가에 주차하여 둠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트럭운전사의 트럭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대법원 1993. 2. 9. 92다31101 판결)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차량이 일반의 교통에 제공되는 도로에 주차된 경우에는 대체로 운행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Ⅲ. 본 사안에 있어 ‘운행’의 해당여부 앞에서 살핀 이 사건 사고가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는 위 학설 및 판례 외에 오토바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시적 주차, 차량의 방기 또는 차고지 해당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위 오토바이가 운행상태에 있었는지 아니면 운행을 종료한 상태인지가 의문이다. J는 오토바이를 차량통행이 적은 골목길의 건물 맞은 편에 세워 놓은 뒤 보름가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일상적인 차량관리를 하지 아니하여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였다. 그렇다면 비록 J가 정기적으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위 오토바이는 운행을 종료한 상태가 아닌지 또 추후 운행할 의사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아가 위 오토바이가 차고지에 입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오토바이의 속성상 특별한 차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토바이는 자신의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집안에 또는 집 주변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으면 결국 차고지에 입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J의 주거지를 좀 더 정밀히 조사하여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곳을 일응 차고지로 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운행은 종료한 것으로 보았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 정상적인 운행가능여부와 운행의사의 존재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오토바이는 차량의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J가 오토바이를 다시 운행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근처의 오토바이 수리업자에게 끌고 가거나 수리업자를 불러 위 오토바이의 양 바퀴의 구멍난 곳을 모두 때우고 바람을 채운 후에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J의 주관적 의사나 객관적인 상황 모두 오토바이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사고에 대한 가치평가 본 사안에 있어 위 오토바이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행이 종료되었고 또한 장래 정상적인 운행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는 마치 골목길에 세운 가구나 전자제품이 쓰러져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보험에서 예정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한 고유의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는 없고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3-12-22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채권자대위권행사시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을 중심으로
Ⅰ. 주요 판시 사항 [1]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 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인 甲이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진행 과정 1. 1차 판결요지(대법원 93.4.27. 선고 92다44350 판결과 관련하여) (1) 민법 제405조에 의하면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하여 대위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2. 2차 판결요지(대법원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1)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3)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3. 3차판결요지(광주고등법원 95나527호,대법원1998.10.13.선고) (1) 위 두 번째 파기 환송 사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1997.5.22. 경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일정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8.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라고 하여 채권자(전득자)의 승소판결을 하였고, (2) 3번째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두 번째 판결요지와 같은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4. 4차 진행과정(본 판결, 대법원 2003년1월10일 선고 2000다27343 판결) (1) 매도인은 등기이전서류를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잔대금청구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일정기한내에 동시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지없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매수인은 위 통지서를 받고도 최고된 기간이 지나도록 매도인에게 위 잔존채무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내어 매수인에게 도달하였다. (2) 매도인(원고,제3채무자)이 피고(대위채권자)에게는 이행제공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매수인(채무자)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이행을 제공한 다음,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효력이 없다. (3)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 참조), 이를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매수인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매수인(채무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제3채무자)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매수인)의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위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처분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 검토 1. 처분금지가처분과 관련된 효력의 범위에 대한 검토 가.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종래에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처분행위는 절대적무효설의 입장도 있었으나, 현재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당사자 사이에서나 다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다만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적무효설이 통설적 입장이고 판례 또한 같다. 나. 대법원은 “부동산의 전득자(채권자)가 양수인 겸 전매인(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양수인을 대위하여 양도인(제3채무자)을 상대로 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 그 피보전권리는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 전득자의 양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소유권이전순차등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일지라도 양도인은 전매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행사 이후에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허용됨을 명백히 하였다. 위 판례에 따르게 되면 채권자대위소송 중에도 양도인은 전매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가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전매자(채무자)는 전득자(채권자) 이외에 제3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버리면 전득자(채권자)로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실익을 상실하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2. 채권의 압류, 가압류에 대한 고찰 우리 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판결에 의하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서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예: 부동산매매대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한 경우에 채무자(매)와 제3채무자(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를 해제하여 부동산매매대금채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됨으로써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3. 채권양도에 대한 고찰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 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에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분 필요성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통해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법정해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한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대법 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에 의하면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채권가압류의 처분 제한효가 미친다고 판시한것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판례(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 등에 의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서도 )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법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는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법정해제와 합의해제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고 하겠다. Ⅳ. 결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권리처분 제한 규정에 의해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의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본다. 민법제 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합의 내지는 단독적 처분 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데 있다고 본다면, 제405조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처분행위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인 채권관계를 처분하여 버림으로써 채권자의 대위권 행위가무위로 돌아가는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대법 2000.4.11.99다51685판결처럼“채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있어도 그 발생원인인 기본적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을 해제할수 있다”고 하여 민법 제544조의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권을허용하고 있고, ② 채권자 대위권의 행사보다도 더 깊이 본질적인 권리귀속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권리양도에서조차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자대위권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③이러한취지가대법1991.4.12.선고90다9407 판결에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사건에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고 보여지며, ④ 또한 본 발표대상 판례에서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잔대금을 계속하여 지급을 하지않고, 채권자 역시 제3채무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면 결국 채권자는 잔대금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동시이행 판결이 나게 될 채무자와 제3채무자사이의 중간경유등기에서의 동시이행의 조건성취가 어려워져결국 등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⑤ 뿐만 아니라 본건 사안에서와 같이 사실심 변론 종결후 변호사 사무실에 소유권이전서류를보관시켜 상대방에 대한 이행지체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하여 이행지체에 빠져있게 된다면 판결 확정 후에“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사유를주장하면서 제3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고 보이며, ⑥ 무엇보다도 채권자대위권의행사와 관련된 민법 제405조 제2항은“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못한다”라고 하여 통지후 권리처분 제한의 대상자를 채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채무자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상대방은채무자의 채권자의 채권자대위행사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행사를제한받을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 판례는 채무자의 상대방의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초과한 부당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상판례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있는 경우제3채무자나 채무자의 해제권의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민법 제405조 제2항의 해석을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때문에 민법 제405조 제2항의입법취지가 권리관계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근본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원인채권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가되어있지 않는 전매자를 상대로불안정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면 대상판례에서매매계약의 이행지체로 인한 상대방의 해제까지 불허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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