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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의 무효가 실시계약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42673 판결 - [판결의 요지] ①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계약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②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특허권자가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따라 실시권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 중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을 실시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는 원칙상 없다. ③ 특허는 성질상 특허등록 이후에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계약 대상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이 계약 체결의 동기로서 표시되었고 그것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착오를 이유로 특허발명 실시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 [평 석] 특허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특허는 소급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된다(특허법 제133조 제3항). 그 결과, 그 특허권에 기초하여 체결되고 이행된 실시권 설정계약, 양도계약 등의 효력이 특허의 소급무효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가 문제되며, 이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한편, 국내에서 이 문제는 주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된 실시료의 반환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대상 판결 역시 주로 이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1. 이미 지급한 실시료와 미지급 실시료의 운명 이에 대하여는, 특허가 소급무효로 되었다고 하여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미 지급한 실시료 역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 입장(반환부정설, 다수설)과 특허가 무효로 되면 실시권 설정계약도 원시적 급부불능으로 되거나, 원시불능이 아니라도 계약해제 또는 위험부담의 법리를 거쳐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부당이익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반환긍정설, 소수설)이 있다. 대상 판례는 반환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후에 특허가 소급무효된 것과 별개로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급부는 이미 이행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계약 대상이 된 발명에 실시불가능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실시계약이 원시불능으로 인해 무효라고 한다. 기 지급 실시료의 반환 여부에 대한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미국ㆍ독일의 판례와 일본의 통설 역시 결론에 있어 이와 같다. 또한 대상 판례는 특허무효가 확정되면 그 때부터 실시계약이 이행불능에 빠지게 되고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지 않게 된 시점 이후에는 실시료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다. 특허의 무효가 확정된 이후에도 실시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함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일 것인데, 대상 판례는 이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 대상 판례의 한계와 검토 가. 특허의 무효와 전용실시권 설정계약 대상 판례는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실시료 반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만약 대상판결이 전용실시권의 경우에도 통상실시권과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된다는 전제에 선 것이라면 이는 문제이다. 전용실시권은 사실상 특허권자가 '실시 기간' 혹은 '실시 지역' 등을 한정하여 타인에게 특허권을 양도하는 것과 유사한 실질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용실시료는 통상실시료에 비하여 한결 고가(高價)인 것이 보통이고,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이후에는 특허권자 스스로도 당해 발명을 실시할 수 없으며, 전용실시권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제3자에게 침해주장을 할 수 있는 대신, 그 뒤 특허가 무효로 되면 스스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지게 된다. 특허법 역시 특허권의 독점ㆍ배타성을 규정한 제6장의 모든 조항에서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이라고 하여 양자를 같이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전용실시권에 대하여는 통상실시권에 적용되는 법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특허권의 양도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의 법률관계와 유사하게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특허권이 양도되어 대금이 지급된 이후, 당해 특허가 무효로 되었다면 그 계약은 급부의 내용이 원시불능이어서 무효이며, 이미 지급된 대금은 반환되어야 하는 바, 같은 법리는 전용실시권 설정 후 해당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기 지급 실시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됨이 상당하다. 통상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실시권자의 실시를 용인하고, 제3자의 침해행위를 막아 주는 것'인 반면, 전용실시권 설정계약의 주된 급부 내용이 '특허권자와 제3자를 상대로 독점ㆍ배타적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실시권을 설정, 유지해 주는 것'임을 상기하면 이는 자명하다. 그러므로 전용실시권과 통상실시권의 이런 근본적 차이를 간과한 채 양자 모두 '실시권'이라고 하여 만연히 동일 선상에 두고 같은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울러, 전용실시권자가 특허 무효 이전에 사실상 당해 특허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지급한 실시료를 반환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 역시 부당하다. 만약 특허권 양수인이 양수 후 선의로 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사후에 그 특허가 등록무효로 되어 계약이 무효로 되면 지급한 양수대금을 반환청구할 수 있고, 실시로 인해 얻은 이익은 선의 점유자의 과실 수취권에 의해 양수인에게 귀속됨이 원칙인바(민법 제201조 및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4290 판결 참조), 같은 논리는 전용실시권에도 적용됨이 상당하다. 다만, 실시권자가 발명의 실시이익을 반환하지 않는 것에 상응하여 특허권자 역시 이미 받은 실시료의 이자나 운용수익 등을 반환하지 않게 되거나, 전용실시권 설정에 수반하여 특허권자가 실시권자에게 제공한 노하우 등 재화의 대가를 실시권자가 반환해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다. 나. 장래 실시료 지급의무의 소멸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 통상실시권 설정자인 특허권자의 급부가 '장차' 이행불능에 빠지게 됨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은 이를 언급하고 있을 뿐, 그 이후에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근거로 어떤 범위에서 미지급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무효 이후의 실시료지급의무는 결국 당사자가 실시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소멸하게 될 것인데, 특허법이나 민법에 그러한 내용의 법정해지권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는 계속적 계약관계에 대한 해지권의 일반론적 해석을 통해 인정될 수밖에 없다. 특허권자의 급부가 이행불능에 빠짐으로 인해 실시권자가 법정해지권을 취득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이행불능은 채무자인 특허권자의 고의·과실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론(立論)은 실천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실시계약 이후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었다면 계약의 전제가 되었던 사정의 변경이 있었고, 실시권자로서는 그와 같은 사정 변경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실시권자의 책임도 아니므로 원래의 계약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이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실시권자에게 해지권을 부여함으로써 장래의 계약관계, 특히 실시료의 지급의무에서 벗어나게 함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판례 또한 계속적 보증과 같은 계속적 법률관계에 관하여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특허 무효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특허의 유·무효가 다투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실시료 지급의무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특허무효심판이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 실시권자에게 지급 거절권이나 연기적 항변권을 인정하면 실시권자가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남발하거나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대가의 지급을 면하거나 유예 받으려 하기 쉽다. 반면, 특허무효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특허권자가 실시료를 아무런 제한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 특허권자 역시 무효심판이나 소송에서 지연책을 씀으로써 부당하게 실시료 상당의 이득을 도모할 우려가 있고, 무효의 가능성이 높은 특허권에 기하여 제한 없이 실시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따라서 무효심판이 청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실시료의 지급의무가 소멸하지는 않되, 그 이후 실시권자가 이의를 유보하고 실시료를 지급하였다면 일종의 조건부 변제행위로 보아 나중에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봄이 합당할 것이다. 3. 정 리 대상판결이 위 1항의 논점에 대한 판시에 그치고, 2항의 논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변론주의나 불고불리(不告不理) 원칙 상 부득이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항의 각 논점 역시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실시권의 운명과 관련하여 1항 못지않게 중요한 법률문제라는 점, 향후 그것이 정면으로 상고이유가 된 사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법원의 입장이 미지인 채 방치됨으로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방론(傍論)으로라도 그에 대한 법적 판단을 설시했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특허의무효
실시료반환
2016-04-18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2016-03-03
이혼·남녀문제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는 그 후의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치는가?
[사실관계] 1. 갑은 1992년 5월에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고 같은 해 8월에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이하 '이 사건 차용금채무'라고 한다)의 담보로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그 후 2004년 5월에 이르러 그 간의 미지급이자 등을 3000만원으로 정한 다음, 이를 원본으로 하는 채무의 담보로 다시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2. 갑은 2011년에 피고를 상대로 위 각 채무의 시효 소멸 등을 이유로 하여 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013년 11월에 이 소송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던 원심판결에 대한 갑의 상고를 기각하는 대법원판결로 종결되었다. 그 이유의 핵심은 이 사건 차용금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그 후 위 제2의 근저당권 설정으로 시효완성의 이익이 포기되었다는 것이다. 3. 위 전소(前訴)가 종결된 다음 달인 2013년 12월에 원고가 갑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양도받고, 2014년 초에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의 주요한 주장은, 갑이 한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인 효력이 있을 뿐이어서 이 사건 토지의 제3취득자인 원고에게는 효력이 없고, 원고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원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의 경과와 대법원의 판단] 1. 제1심(부산지법 2014. 7. 3. 판결 2011가단124079 사건)은 뒤의 대법원 판단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부산지법 2014. 12. 5. 판결 2014나44352 사건)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을 뿐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당시에는 그 권리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가 나중에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는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대하여 상대적인 효과만을 부여하는 이유는 그 포기 당시에 시효이익을 원용할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채무자 등 어느 일방의 포기 의사만으로 시효이익을 원용할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의 발생을 막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시효이익을 이미 포기한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시효이익을 원용할 이해관계를 형성한 자에게 이미 이루어진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여 시효완성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사후에 불안정하게 만들자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석] 1.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원고가 전소에게 저당부동산의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주장하였으나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던 갑으로부터 그 패소 확정 직후에 부동산을 양수하여 여전히 그 시효소멸을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는 점을 소송신탁 또는 신의칙 등의 관점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은 음미의 여지가 있을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를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2. 이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의 판시는 비단 저당부동산을 양수하는 등으로 그 소유권을 사후적으로 취득한 제3취득자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후순위저당권이나 담보가등기 등의 담보권을 설정 받은 사람, 또 지상권?전세권 또는 대항력 있는 임차권을 취득한 사람 등과 같이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 전부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필자는 '시효이익 포기의 상대효'를 그와 같이 제한하는 대상판결의 태도에 찬성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이 시효이익의 포기에 상대효가 인정되는 이유, 나아가 이를 제한하여야 하는 이유로서 설시하는 바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지 의문이 있다. 1990년대 후반 이래 재판례의 주류적 태도라고 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을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한 상대적 소멸설을 전제로 한다면, 시효이익의 포기는 각자의 시효원용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따라서 시효의 원용이 그 권리자 각자에게 상대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 이익의 포기도 상대적인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가 그 부동산을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한 후에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을 원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이상, 자신이 가지는 그 권리의 포기도 일반적으로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좇아 할 수 있고, 그가 저당부동산을 다른 시효원용권자의 시효이익 포기 후에 그 자와의 법률관계를 통하여 취득하였다고 해서 이제는 그 포기에 구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른바 절대적 소멸설에 의하더라도, 시효이익의 포기는 요컨대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 또는 채무의 시효소멸을 소송상 주장할 수 있는 지위를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로 파악하고 그 효력은 의사표시 일반에 관한 원칙대로 그 주체에만 미치는 것이어서 상대적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이익 또는 지위에 대한 처분이 각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좇아야 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4. 다른 한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을 그 소유자와의 사이의 계약에 기하여 취득하거나 그에 제한물권을 설정 받거나 기타 이해관계를 맺었다면 이는 물론 저당권의 부담을 인수한 것이다. 그리고 통상의 경우에 그러한 부담의 인수로 인한 '비용'(넓은 의미의)의 부담에 관하여 이미 소유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어떠한 약정, 쉽게 말하면 그 비용의 '전가'가 행하여지거나 그 부담에 대한 승인을 전제로 하여서 계약관계가 형성?체결될 것이다. 이 점을 중시하게 되면,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에게는 시효원용권 자체를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실제로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에 관하여 처음부터 이른바 상대적 소멸설을 취하는 일본에서 판례는 어느 시기까지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는 시효원용권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日大判 1900. 1. 25, 同 1935. 5. 28. 및 同 1938. 11. 14. 등 다수의 재판례가 있다). 처음에는 학설도 이에 동조하였으나 어느 학자의 예리한 비판{我妻榮, "抵當不動産の第三取得者の時效援用權", 民商法雜誌 제3권 1호(1936), 1면 이하[그 후 民法硏究 II(1966), 199면 이하 소재]. 독일법 및 프랑스법에 대한 검토를 포함한다} 이후로 학설은 대체로 판례의 태도에 반대하기에 이르렀다{이에 대하여는 우선 注釋民法(5)(1967), 46면 이하(川井建 집필) 참조}. 그 후 최고재판소는 1973년 12월 14일의 판결(민집 27권 11호 1586면)로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기타의 관련 재판례를 포함하여 우선 山本敬三, 民法講義 I : 總則, 제3판(2011), 600면 참조). 우리의 경우 학설은 애초부터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을 긍정하여 왔다. 그리고 판례도 적어도 담보가등기가 이미 경료 되어있는 부동산을 양수한 자가 그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ㅤ1995. 7. 11.ㅤ선고ㅤ95다12446ㅤ판결(공보 2761)에 의하여 이를 긍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그 외에 대법원ㅤ2007. 1. 11.ㅤ선고ㅤ2006다33364ㅤ판결(미공간) 및 뒤의 5.에서 보는 대법원 2009다100098 판결도 참조}. 이와 같이 저당부동산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이 긍정되는 실질적인 이유는, 비록 그는 피담보채무의 채권자(즉 저당권자)와 직접의 법률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채무가 불이행되어 저당권이 실행되면 자신의 소유권을 잃게 되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담보채무(나아가 저당권)의 소멸사유로서의 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자신의 법적 이익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맥락에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정은 그가 종전의 저당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것이 그 소유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기 전인지 후인지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당부동산의 원래 소유자와 제3취득자 사이에 존재하는 그 취득원인의 계약관계에서 저당권의 부담이 고려되었는지 또는 어떠한 내용으로 고려되었는지 등을 불문하고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이 긍정된다면, 시효이익의 포기에 관하여도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온당하다. 다시 말하면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기 전에 저당권의 부담을 고려하여 형성된 계약관계에 기하여 저당권의 부담 있는 부동산을 양수한 제3취득자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면, 제3취득자가 그 포기 후에 등장하였다고 해도 역시 저당권의 실행으로 소유권을 잃게 되므로 이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시효이익 포기제도의 취지가 그것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다. 5. 대상판결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후에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취득자가 그 포기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게 하면 "시효완성을 둘러 싼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것이 어떠한 점에서 시효완성과 관련된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만일 그 불안정함이라는 것이 앞에서 본 대로 제3취득자의 시효이익 주장이 저당부동산의 소유자와의 사이에 체결하였던 계약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하면, 그것은 ―대상판결에 의하면 독자적인 시효이익 주장이 허용된다고 하는―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전의 제3취득자와의 관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예를 들어 저당권의 부담을 고려하여 감액된 대금 등은 피담보채무의 시효소멸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저당권의 부담이 없게 됨으로써 부당이득 한 것이 된다는 등의 주장은, 채무가 시효소멸한 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번에는 부당이득을 내세워 원래의 급부 또는 계약상 반대급부에 상응하는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상 원인'의 존재, 즉 법정(法定)의 소멸시효제도를 이유로 배척되어야 하는 것이다{우선 민법주해[XVII](2005), 253면 이하(양창수 집필) 참조}. 6. 앞에서 본 대법원 95다12446 판결은 나아가 "담보가등기 있는 부동산의 양수인과 같은 직접수익자의 소멸시효원용권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원용권에 기초한 것이 아닌 독자적인 것으로서 가사 채무자가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채무자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담보부동산의 양수인으로서는 여전히 독자적으로 소멸시효를 원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또한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100098 판결(미공간)도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 효과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저당부동산의 제3취득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구별 없이 설시한다}. 이들 판결은 대상판결이 말하는 대로 모두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 전에 제3취득자가 등장한 사안에 대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와 같이 보아 오면, 오히려 그 판결의 판시에서 제3취득자의 시효원용권의 독자성과 시효이익 포기의 독자성을 직결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2015-07-27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형사재판의 구속력(기판력)
I. 사실관계 피고인은 여러 건의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심각한 교통사고 부상을 입게되었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되었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여 일부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사기 및 사기미수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2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 공소사실이 동일함을 이유로 고의로 유발된 사고를 전제로 기소된 사기 및 사기미수사건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상고기각)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III. 검토 1. 구속력과 일사부재리효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식을 통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를 형식적 확정이라 하고 이에 의하여 재판의 효력(확정력)이 발생한다. 확정력 가운데 판단내용에 근거한 내용적 효력(내용적 확정력)에는 집행력과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여타 법원도 확정된 재판내용과 모순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속력(기판력)이 포함된다. 구속력은 형식, 실체재판을 불문하고 발생하는데, 그 본질(발생근거)에 대하여 실체법률관계를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효력(실체법설), 추상적 규범인 실체법이 구체적 법률관계로 형성된 것(구체적 규범설)이라는 견해 등이 있었지만, 실체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초한 확정재판의 후소에 대한 영향력에 불과하다는 소송법설이 현재의 주류적 견해다. 한편, 일사부재리효(non bis in idem, ne bis in idem)는 재판을 통해 일단 결론이 도출된 사안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한 효력으로, 모순판단의 방지를 위한 구속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일사부재리효의 발생근거를 실체재판의 구속력 즉, 기판력에서 찾는 견해(일치설, 실체적 확정력설)에 의하면, 실체재판에서 일사부재리효 외에 별도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높지 않아, 구속력은 주로 형식재판에서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례는 외형 상, 피고인이 유죄확정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과 이후 기소된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의 동일성을 근거로 일사부재리원칙 위반함을 주장하여 상고한 사안이지만, 일사부재리원칙 보다는 실체재판의 구속력이 더욱 문제되는 사안이다. 2. 구속력의 범위 일사부재리효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구속력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구속력에 의하여 재판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후소 법원은 전소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구속되어 이에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형식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생존이 확인되어 재차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생존한 점을 증명하는 신증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등과 별개로 공소기각 된 전소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판례와 같이 실체재판의 경우, 과실을 가장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편취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각기 시간, 장소적 배경이나 구체적 행위내용 등이 상이하여 기본적 사실관계를 다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효는 문제되지 않지만, 후소의 사실관계는 고의로 야기된 교통사고를 전제하는 점에서 확정된 전소와 모순하고 전, 후소 간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어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편취목적으로 고의의 교통사고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확정된 전소에 구속되어 피고인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일 전소가 오판인 경우, 그 효과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 사건에까지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에서, 실체재판의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도 있다(종래 일본의 통설, 田宮裕, 刑事訴訟法新版(東京: 有斐閣, 2001) 442頁). 반면, 피고인이 허위증거 제출하여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는 등의 경우, 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하여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속력의 근거를 재판의 법적 안정성 보다 당사자 특히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禁反言) 원칙에서 찾는 시각으로, 확정재판의 확정력을 당해 소송을 넘어서 후행 별소까지 미치는 것이 적당한지, 일종의 정책적 고려 하에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는 후소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간의 비교형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면 구속력이 인정되고, 검사에게 모순행위의 금지가 요구된다. 대상판례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였다면, 피고인은 금반언의 원칙(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되어 구속력이 배제되어 재기소가 가능하다(田口守一, 刑事訴訟法 第4版補正版(東京 : 弘文堂, 2006), 445-450頁; 光藤景皎, 口述刑事訴訟法 中 補正版(東京 : 成文堂, 2005), 293-296頁). 그러나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는 그 논거가 불분명하고, 소위 구속력의 범위를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재판의 효력을 당사자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여 일응 메리트가 있어 보이나, 오히려 실체적 진실주의에 치우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마치 불이익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지지하기 어렵다(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5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8), 423-427頁). 3. 관련 비교판례 대법원은 상습절도의 유죄판결 확정 후, 보호감호사건에서 절도범행이나 그 상습성을 다툴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1986.9.23. 선고 86감도152 판결), 이는 동일사건으로 일사부재리효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일본판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사건에서 진범으로 가장하여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이후 범인은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소인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의 유죄확정판결이 후행 범인은닉죄 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바 있다(東京高判昭和40·7·8高刑集18卷5491頁). 4. 의의 대상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동일사건이라면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사실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은 없다. 사안에서 먼저 확정된 전소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하고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2014-10-02
가압류 채권자의 채권액보다 실제 채권이 미달되었을 경우
Ⅰ. 대법원 재판 요지 [1]가압류의 효력은 가압류를 청구한 피보전채권액에 한하여 미치므로, 가압류결정에 피보전채권액으로서 기재된 액(이하 '가압류 청구금액'이라 한다)이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의 산정 기준이 되며, 배당법원이 배당을 실시할 때에 가압류채권자의 피보전채권은 공탁하여야하고, 그 후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본안의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확정된 때 가압류채권자가 확정판결 등을 제출하면 배당법원은 가압류채권자에게 배당액을 지급하게 된다(민사집행법 제160조 제1항 제2호, 제161조 제1항). 이 경우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이 가압류 청구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 전부를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지만, 반대로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집행법원은 그 확정된 피보전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동순위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의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배당액을 감액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만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하여야 한다. [2]가압류에 대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그 피보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그 나머지 원금과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지연손해금도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이를 가산한 금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을 넘는지 여부를 가리고 만약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기초로 배당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공탁되었던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범위 내에서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던 배당절차를 마무리 짓는 취지이고, 동순위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배당채권으로 산입 될 수 있는 채권원리금액 산정에 형평을 기하여야 할 터인데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잔존 채권원리금액을 모두 다시 확인하기 쉽지 아니함을 고려하면,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채권액은 종전 배당기일의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가압류채권자의 경우에도 종전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며, 나머지 공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 배당기일의 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함이 타당하다. [3]본안소송 결과 배당액 전액을 지급받기에 부족한 피보전권리만이 확정되어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경우임이 밝혀진 때에는 당초의 배당액 중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부분에 관하여는 가압류채권자가 처음부터 그 부분에 대한 배당금지급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가압류채권자가 그 부분 채권을 부당이득 하였다고 할 수 없다. Ⅱ. 가압류 채권자의 배당기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이 가압류 채권자의 배당금액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련된 원심 판단 및 대법원 파기 사유 가압류에 대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그 피보전채권의 원금 중 일부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그 나머지 원금과 청구기초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지연손해금도 피보전채권의 범위에 포함되므로(대법원 1997.2.28.선고 95다22788판결 등 참조),이를 가산한 금액이 가압류 청구금액을 넘는지 여부를 가리고 만약 가압류 청구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기초로 배당액을 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의 배당비율을 다시 계산하여 공탁되었던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범위 내에서 잠정적으로 보류되었던 배당절차를 마무리 짓는 취지이고, 동순위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배당채권으로 산입될 수 있는 채권원리금액 산정에 형평을 기하여야 할 터인데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잔존 채권원리금액을 모두 다시 확인하기 쉽지 아니함을 고려하면, 배당금 조정 시에 다른 배당채권자들의 채권액은 종전의 배당기일에서의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가압류채권자의 경우에도 종전의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한 채권원리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조정한 후 공탁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며, 나머지 공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배당기일에서의 채권액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로 배당함이 상당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을 기초로 하여 종전 배당절차에서 배당이 이루어져 이 사건 1,2차 가압류에 관하여 가압류채권자인 피고에게 2233만1954원이 배당되고 그 금액이 공탁된 사실, 그 후 이 사건 1,2차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의 일부가 소멸됨으로써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일부 원금과 지연손해금만이 잔존하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위 잔존 원금과 이에 대한종전 배당기일인 2007.11.23.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채권 부분을 합산하더라도 그 합산금액이 이 사건 1, 2차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이르지 못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그 합산 금액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피보전채권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나, 이를 넘어서서 종전 배당기일 다음날부터 위 지급명령이 확정된 2009.5.20.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채권 부분에 대하여서도 그 피보전채권액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기초로 배당비율을 계산하여 배당액을 감액 조정하여야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Ⅲ. 가압류 채권자의 등기 채권액이 실재 채권액보다 많았을 경우 부당이득 하였는지 여부와 관련된 원심 판단 및 대법원 파기 사유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에 관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금액은 공탁되어 있어 피고가 아직 수령하지 못하였고,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잔존 원금과 종전의 배당기일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의 합계액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미달함에 따라 피고는 위 배당금 중에서 다른 동순위 배당채권자들과 사이에서 다시 계산된 배당비율에 따라 감액 조정된 금액을 집행법원에 청구할 수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당초의 배당액 중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추가배당하여야 할 부분에 관하여는 가압류채권자가 처음부터 배당금지급청구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므로 그 부분 채권을 부당이득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위 배당금 중에서 그 감액 조정된 금액을 초과하는 차액 부분에 대하여는 배당금지급청구권을 이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본안인 지급명령에서 확정된 잔존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합계액이 이 사건 1,2차 가압류결정의 가압류 청구금액 합계액에 미달되어 감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정에만 기초하여, 피고에게 배당된 위 배당금 중 원심이 인정한 감액 조정 금액을 초과하는 차액 부분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다고 보고, 그 지급청구권을 원고 등 다른 배당채권자들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배당금 지급청구권 중 일부의 양도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추가배당과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에 관한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원심과 대법원이 다투어졌던 쟁점 가. 서설 이 사건에서 원심과 대법원은 가압류 채권자의 채권액이 배당액에 미치지 못하였을 경우 타 채권자에 대하여 추가배당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다음의 두 가지 쟁점 ① 배당기일 이후의 지연이자가 배당금에 포함되는 지 여부(지연손해금의 가산종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여부)와 ② 가압류권자가 자신의 채권액 이상의 배당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배당이의를 한 채권자가 가압류권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지 여부였다. 나. 지연손해금의 가산의 종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여부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이자만 포함되는지 그렇지 않으면 판결확정시까지의 지연이자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학설 역시 원배당기일설과 집행권원 취득시설이 대립되는 바,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배당기일설을 명확히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성의 견지 배당기일에 배당금이 확정되어 그 확정된 채권액을 기준으로 배당이 이루어진다는 점, 다른 채권자와의 형평성의 고려한다면 배당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 포함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다. 가압류 채권자가 부당이득하였는지 여부 두 번째 사유는 배당이의권자가 가압류 채권자의 패소부분과 관련하여 패소부분에 관하여 배당이의 또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이에 원심은 부당이득 청구를 한 가압류 채권자의 비율 부분의 한도 내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된다고 판시하였으나, 대법원은 가압류채권자에게 배당확정 시에 감액 조정된 배당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청구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가압류 채권자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채무명의를 얻어 채권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금을 청구할 수 있고 배당금을 청구할 당시 자신의 채권액을 소명하여야 하며 그러한 채권액이 배당금에 미달한다면 전부를 배당받을 수 없으므로, 배당금이 공탁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채권액을 넘는 금원에 관하여는 공탁금에 대한 배당금 지급 청구권 자체를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가압류 채권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단이 지극히 타당하다.
2013-11-14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 납부한 자와 기판력
Ⅰ. 문제의 제기 기초질서단속경찰관으로부터 범칙금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기초질서위반자가 그 후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고 하자. 단속당시에는 가벼운 기초질서위반행위로 판단되어 단속경찰관이 범칙금통고처분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반자의 위반행위가 정식기소 조치가 필요한 중대범죄(형사범죄)임이 드러나면 검사는 위반자를 정식기소하게 된다. 이 경우 범칙금 납부자는 경범죄 처벌법과 도로교통법의 '범칙금납부 통고를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 받지 아니한다'(경범죄 처벌법 제7조 제3항,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는 조항을 근거로 면소판결(형소법 제326조 제1호)을 기대한다. 정식기소를 접수한 수소법원이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지(이하 '면소판결설'로 약칭함) 아니면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무죄판결을 하여야 하는지(이하 '실체판결설'로 약칭함)가 문제된다. 결국 문제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 혹은 기판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하급법원과 대법원은 19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면소판결설을 취한 판결과 함께 실체판결설을 취한 판결이 공존하다가 1994년 전원합의체 판결(동일성 판정에 순수한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는 93도2080 전합판결)을 계기로 조금씩 실체판결설로 이동하고 있다. 필자는 2011년 판결(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을 목격하고 이 판결이 대법원의 확정적인 입장인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비슷한 취지의 2012년 판결을 목격하고 이제 대법원의 입장은 실체판결설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의 '신축적 조절'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런 입장에서 1986년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분석하여 보자. Ⅱ.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의 사안과 판지 1986년 판결은"경범죄처벌법 제7조 제2항에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위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이므로 이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박길성, 신호준수의무를 불이행한 사실로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하여 신호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을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유죄), 대법원판례해설 70號 (2007 상반기) (2007.12) 694-741]과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은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후소)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986년 판결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하고, 사후에 형사범죄로 기소된 경우 양자 간의 동일성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판결이 선고되었다. Ⅲ. 2012년 판결의 사안과 판지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소재 쌍용 사거리 노상에서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같은 날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5만 원을 납부할 것을 통고(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위반 혐의)받고 다음 날 이를 납부한 사실이 있다. 그 후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484-8 소재 할리스 커피숍 주차장에서, D와 다투던 V가 바닥에 넘어져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치자, 이에 격분하여 O(D의 처)가 운영하는 인근의 같은 동 (이하 생략)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칼날길이 10㎝, 너비 2㎝)를 손에 들고 나와 V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V의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협박"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휴대협박행위) 혐의]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은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D는 항소심판결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 D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 규범적 요소 또한 아울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 등의 통고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는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범칙행위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위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D가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범행 장소와 일시가 근접하고 모두 D와 V의 시비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중략)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그 행위의 수단 및 태양이 매우 다르고,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전혀 다르며,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나아가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고,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 Ⅳ. 분석과 논평 '1986년 판결의 사안'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사안'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완전히 동일한 사안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사안패턴'(fact pattern)이 대단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6년 판결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결론이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1986년 판결에서는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그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가를 판정하는데 무게중심이 놓여졌었다면(종래의 순수한 기본적 사실동일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에서는 그보다는 '기본적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는 측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도로교통법상의 기초질서위반을 이유로 하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은 3번에 걸쳐 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1983.7.12. 선고 83도1296 판결; 대법원 2002.11.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07.4.16. 선고 2006도4322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이 있어, 분석가들은 "종래의 판례는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대법원의 입장에 대한 분석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계기로 향후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사이의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발상은 점차 소멸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 을 명시적으로 폐기하지 아니하였다. 또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이 아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즉결심판확정사안'에 대하여도 형사범죄행위에 대한 기판력을 부정할 것인지 여부[대법원 1984.10.10. 선고 83도1790 판결; 대법원 1990.3.9. 선고 89도1046 판결; 대법원 1996. 6. 28. 선고 95도1270 판결]의 문제도 미정으로 남아 있다. 미약하지만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판정하는 기준에 대한 불안정한 법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2-12-27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사이 인과관계 없는 보험계약 해지 가부
Ⅰ.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피고(보험회사)와 사이에 자신의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체결 당시 남편이 전에 고혈압 진단 및 투약사실이 있었음을 보험회사에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2. 그 후 피보험자는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중 급성 림프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게 되자 피고에게 이에 대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3.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제27조는 고지의무 위반의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한편, 상법 제651조도 고지의무 위반의 경우에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4.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백혈병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피보험자의 고혈압 진단 및 투약사실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5. 그러자 원고는 가사 고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피고가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보험계약해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6. 한편, 상법 제655조는 본문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자가 제651조 등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그러나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의 현저한 변경이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보험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상법 제651조에 의하여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금액청구권에 관해서는 보험사고 발생 후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따라 보험금액 지급책임이 달라지고, 그 범위 내에서 계약해지의 효력이 제한될 수 있다. 원고가 지적하는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은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액청구권의 존부를 다툰 사건으로 보험계약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하여 이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Ⅲ.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과 학설 1. 필자가 위 대상판결에 관하여 논하고자 하는 것은 위 대상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결의 명시적인 결론과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해석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판결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기존 대법원 판례의 명시적인 입장에 반하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불실 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위 불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0353 판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다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함으로써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인과관계 부존재의 입증책임을 보험계약자에게 지우고 있다. 2. 상법 655조 단서의 해석과 관련하여,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는 별 다툼이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경우에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느냐를 둘러싸고 해지긍정설과 해지부정설이 대립되는데, 학설은 해지부정설이 다수설이다. 그런데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어느 쪽에 속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 이에 관하여 학자들은 대법원이 '해지부정설'의 입장이라고 보는 점에 별 다툼이 없다{정찬형, 상법 제651조와 동 제655조 단서와의 관계, '고시연구' 제27권 제4호(2000. 4.), 고시연구사, 제74면 등 참조}. Ⅳ. 평석 가. 우선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일관하여 '해지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를 정반대로 해석하여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은 기존 판례의 명시적인 판단에 반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나. 또한 대상판결에 의하면 상법 제655조 단서는 보험금액청구권의 존부를 다투는 경우에는 '해지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보험계약 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는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동일한 법조항을 사안에 따라 달리 해석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선뜻 수긍하기 곤란하다. 다. 그리고, 기존 대법원 판례는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의 부존재의 점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계약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 관하여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판시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다52082 판결 등 참조). 예컨대 접대부가 자신의 직업을 주부라고 허위고지하고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 일본에서 접대부 생활을 하다가 새벽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규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설시한 후 "위 사고의 발생과 피보험자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사실과의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보험금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이는 위 단서가 고지의무 위반사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해지권을 제한함으로써 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가 적용되지 않게 함으로써 해지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최소화해서 양자의 이해를 조화롭게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기존 대법원 판결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만 대폭 확대한 결과가 되어 보험금청구권이 인정되는 범위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라. 고지의무 위반에 있어서 해지권 제한 사유로 열거되고 있는 것은 세 가지인 바, 그것은 바로 ① 제척기간 경과, ② 보험자의 악의 또는 중과실, ③ 인과관계의 부존재이다{양승규, 보험법(제5판), 삼지원(2005), 124~127면}. 즉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때로부터 1개월이라는 제척기간이 지나면 보험자는 더 이상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데(상법 651조 제1항), 이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켜 보험계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둔 해지권 제한 규정이다. 상법 제655조 단서는 제척기간 도과시 해지권을 제한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없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해지권을 제한하는 하나의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김용균, "보험사고의 발생과 고지의무위반과의 인과관계", '대법원판례해설' 제18호(1993), 376~377면; 양승규, 위의 책, 124~126면; 손주찬, 제10정증보판 상법(하), 박영사(2002), 532면 등 참조}. 마. 대상판결이 가장 주목한 점은 아마도 보험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는 점, 즉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반면,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따라서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는 한 계속하여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위 단서가 인과관계가 없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까지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고려하에 그러한 경우에는 해지권을 제한함으로써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으로 이해한다면 그러한 불공평의 문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제척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해지권을 제한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바.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하거나 대상판결과 같은 취지로 위 단서를 개정하려 한다면 이는 해지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보험소비자 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위 단서)를 하나 없애는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인 입법추세인 보험소비자보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찬성하기 어렵다.
2012-10-11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에 관한 小考
Ⅰ. 判決要旨 [1]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는데, 여기서 공무원의 중과실이란 공무원에게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 [2]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가는 그러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 경우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 Ⅱ. 問題의 提起-공론화를 위한 문제제기 공무원 갑이 내부전산망을 통해 을에 대한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하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실효된 4건의 금고형 이상의 전과가 있음을 확인하고도 을의 공직선거 후보자용 범죄경력조회 회보서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사안에서, 원심(서울고법 2011.4.1. 선고 2010나78588판결)과 대법원은 갑의 중과실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 외에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까지 인정하였다. 불법행위를 한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을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인정한 대법원 1996.2.15. 선고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출현한 이후에 가해공무원의 개인책임은 異論의 여지가 없게 되어 버린 양 느껴진다. 그런데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의 기조 그 자체의 문제점은 차치하고서, 그로 인해 행정법에 난맥이 빚어지곤 한다. 가령 公務受託私人을 전적으로 行政主體로만 인식하여, -위법행위를 행한-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직접적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2010.1.28. 선고 2007다82950, 82967판결은, 국가배상법이 배상책임주체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만을 규정한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동판결의 문제점에 관해선 졸고, 公務受託私人의 行政主體的 地位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989호, 2011.12.5.), 법원의 이런 태도는 실은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서 기인한다 하겠다.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이 내려졌을 땐 관련 논의가 매우 치열하였지만, 그 이후엔 그다지 문제제기가 없었다. 향후 국가배상법제의 개혁에서 판례의 태도가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기에, 새롭게 곱씹어 보아야 한다(상론은 졸저, 행정법기본연구, 2009, 159면 이하.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 글을 통해 다시금 공론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직무의무의 사익보호성과 관련한 접근에서의 문제점도 살펴보고자 한다. Ⅲ. 職務行爲의 私益保護性과 관련한 接近의 문제점 일찍이 손해발생과 관련하여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제3자성)여부를 효시적으로 논증한 대법원 1993.2.12. 선고 91다43466판결('극동호사건')처럼 사익보호성여부는 국가배상책임성립요건에서 손해의 발생 그 자체와 직결된 문제이다(동 판결은 규제권능의 불행사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서 관련 규정의 사익보호성을 모색한 점에 획기적인 의의를 갖지만, 직무상의 의무와 해당 직무행위의 재량성을 구별하지 않고 사안을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전개한 논증의 취약점도 있다. 그리하여 김남진 선생님은 재량축소의 관점을 환기시켰다. 김남진, 행정법의 기본문제, 1994, 1045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1994.6.10. 선고 93다30877판결이래로 이를 전적으로 상당인과관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대상판결 역시 그러하다(한편 배상책임제한적 기능을 갖는 사익보호성 요구에 대해서, 일부에선 -독일과는 달리-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지만, 반사적 이익에 대한 보호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이 요구는 모든 국가책임의 본질적 요소라 하겠다(Ossenbuhl, Staatshaftungsrecht, 5.Aufl. 1998, S.57). 독일의 경우에도 개인보호인정의 기준에서 국가책임법과 행정소송법은 동일한 기조에 있으며, 유럽연합법 역시 -공익만이 아니라- 원고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는 규범을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상론은 졸고,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와 국가배상책임의 문제, 인권과 정의 제419호, 2011.8., 100이하 참조). 직무행위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되는가? 독일의 경우 행정소송에서 원고적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범자(상대방)이론이 있다(대법원 1995.8.22. 선고 94누8129판결을 계기로 우리의 경우에도 불이익처분의 당사자와 관련해선 受範者(相對方)理論이 통용된다고 봄직하다). 이는 부담적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별다른 논증없이 원고적격이 인정되나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나 부작위의 경우 그리고 제3효행정행위에서 그 제3자의 경우엔 원고적격여부가 탐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책임법에도 그대로 접목될 수 있다. 즉, 직무행위(직무상의 의무)의 사익보호성여부는 직무행위가 제3자와 관련성을 가질 경우와 직무행위가 부작위이나 거부처분으로 나타난 경우에 문제된다. 사안과 같이 직무행위가 그것의 직접 상대방과의 관련성만을 지닐 땐 굳이 직무의무(및 그 근거규정)의 사익보호성을 탐문할 필요가 없다. Ⅳ. 공무원의 個人的 賠償責任認定의 문제점 1. 국가배상책임의 본질과 관련한 문제점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은 기본적으로 현행법상의 공무원개인의 책임은 면해지지 않는 것(헌법 제29조 제1항 단서)과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상의 구상조항에 기저에 두었는데, 배상책임의 본질의 문제가 논의핵심이다. 즉, 배상책임의 성질은 공무원 자신의 책임이나 구상에 관한 법상황에 의거하여 가늠할 수 없는 제도의 본질에 해당하기에, 이 문제는 전체의 체계와 그 역사적 연원에 의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國家無責任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형은 사상적으론 "왕은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봉건사상에, 이론적으론 적법한 것만을 위임하였다는 소위 委任理論에 바탕을 두었다(이 위임이론은 18세기에 풍미하였는데, 그 당시에도 "정말 터무니없다"고 표현되곤 하였다). 국가배상시스템은 이런 체제가 극복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그리고 국가자기책임설은 기본적으로 가해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문제 삼지 않는다. 비록 국가의 자기책임까진 가진 않더라도 국가의 책임인수를 바탕으로 한 대위책임에 이르렀다면,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 문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즉, 대위책임의 인정은 책임인수를 통한 배상책임자의 바꾼 것이어서 그 자체가 가해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추궁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나아가 배상책임을 자기책임으로 보는 것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배상책임자로 처음부터 국가만을 상정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주관적 책임요소를 탈색시킨 국가자기책임설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선택적 청구권을 인정한 동 판례의 다수견해의 기조를 수긍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일원적으로 보아야 한다. 배상책임의 성질은 求償에 관한 입법상황에 좌우될 수 없는 본질의 문제이다. 요컨대 동 판례의 다수견해는 국가배상법제를 以前 시대로, 과장하면 위임이론이 주효하였던 國家無責任의 시대로 되돌렸다 하겠다. 더군다나 해당 사건이 군인·군무원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과거 유신헌법의 잔영이 顯現된 사건인 점에서 또 다른 문제인식을 불러일으킨다. 2. 헌법차원의 문제점 현행 국가배상법이 명문으로 공무원의 고의와 과실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현행 국가배상법상의 배상책임시스템은 분명 대위책임적 구조이다(하지만 지금도 일부 주에서 통용되는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물론 유럽연합법은 고의와 과실과 같은 주관적 요소를 폐기하였다). 그런데 헌법학의 문헌에선 헌법상의 국가배상책임시스템이 자기책임이라는 입장이 多數이다. 국가배상에서 헌법이 자기책임적 기조를 지향할 경우, 하위법인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는 조화되지 않는다. 이런 괴리는 자칫 국가배상법에 대해 위헌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민법이 -현재에도- 분명 국가무책임에 따른 공무원개인책임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위의 다른 법률(일종의 특별법으로서)이 대위책임적 구조를 성립시켰고, 그런 수정이 헌법차원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1948.7.17.에 시행된 -지금의 제29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헌헌법 제27조가 마련된 다음, 국가배상법이 1951.9.8. 제정, 1951.9.8.에 시행되었다(일본도 우리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는데, 다만 국가무책임설의 모태인 王政을 기반으로 한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국가배상법이 마련되기 전에는 민법의 불법행위론이 주효하였다. 국가배상법제의 형성에서 독일과 다른 역사적 경험은 중요한 착안점을 제공하다. 독일의 경우 그 자체로 대위책임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역사적, 체계적 해석상 대위책임으로 접근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연혁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위책임으로 전개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 국가배상법이 대위책임형을 표방한 것이었다. 헌법상의 배상책임의 성질을 독일과는 달리 국가배상법상의 그것과 분리시켜 검토할 수 있다. 요컨대 헌법이 無責的 국가배상책임을 분명히 표방하기에,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거하여 가해 공무원의 개인적 책임을 전제로 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을 부정한다든지, 국가가 아닌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하는 것은 그 자체로 違憲을 면치 못한다(참고로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였다. 동법 제1조 제2항). Ⅴ. 맺으면서-還曆의 전환점에 선 國家賠償法에 대한 拔本的 改革 여기서의 문제제기가 螳螂拒轍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봄으로써 도리어 신고제 자체에 逆風을 가져다 줄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에서 그 반대의견이 미래 변화에 대한 희망의 싹이듯이, 95다38677전원합의체판결에는 소중한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 동독의 국가책임법, 유럽연합법 그리고 대위책임구조하에서 나름의 진화를 강구하는 독일 판례의 경향과 비교하면, 우리 국가배상법은 民事不法行爲論的 틀 그것도 우리와 다른 일본 민법의 불법행위론에서 비롯된 정말 불필요한 논의에 너무나 오랫동안 강력하게 포획되어 있다. 비단 법원만이 아니라 행정법학 역시 어제의 행정법학이 오늘은 물론 내일도 그대로이어선 아니 된다. 법학적 체계사고에서의 언명은 미래의 향상된 인식과 바탕규준의 불변성의 유보하에 있기에(Schmidt-Aßmann, Das allgemeine Verwaltungsrecht als Ordnungsidee,2.Aufl., 2004, S.1), 행정법도그마틱의 收藏庫에 들어있는 것들에 대해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인생에서 60년 還曆은 과거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타이밍이다. 1951.9.8.에 제정·시행된 국가배상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력의 전환점에 선 국가배상법에 대해 그것의 拔本的 改革만이 요구된다(필자는 한국행정법학회가 2011.12.9.에 개최한 제1회 행정법분야 연합학술대회에서 기존의 국가배상법제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였다. 국가배상법개혁을 통한 법치국가원리의 구체화, 발표문 143면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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