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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2009-02-23
무효확인소송에서 訴의 이익
1. 문제점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법률상 이익’의 의미에 관하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라고 함은 그 대상인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이 있어 판결로써 그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이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에 인정되고, 이는 법률상의 이익이어야 하며 단순한 사실적·경제적 관련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90. 9. 28.선고 89두6936판결 등 다수). 그에 따라 세금을 납부한 자가 과세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는가에 관하여 소극적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례). 하지만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서 무효확인소송을 도입한 입법취지, 국민의 권익보호 측면 등에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대법원에서 무효확인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의 해석에 관한 태도를 변경(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판결)하였는 바, 이하에서는 변경된 판례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2. 사안의 개요 한국토지공사는 1992. 12. 28. 피고 수원시와 ‘수원영통지구’에 관하여 택지개발계획승인을 받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던 중, 1995. 12. 15. 수원시와 사이에 하수처리장사업의 사업비 분담 등을 정하기 위한 수원시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분담협약(‘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에게, 1995. 12. 22. 하수처리장 건설사업비의 분담금 16,158,533,000원 등을 각 납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1998. 5. 16.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소재하는 대지를 매수하여,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고, 한편 수원시는 2004. 5. 13. 원고에게 하수도원인자부담금 14,932,620원을 납부하라는 납입고지서를 발부하였다. 이때, 원고는 피고 수원시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택지개발사업지구에 관하여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모두 지급받았음에도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다시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이중부과에 해당되어 위법하다며 2005. 5. 12. 수원지방법원에 주위적으로 하수도원인자부담금 의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위법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므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부분은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부분을 인용하였고, 피고 수원시만이 항소한 항소심사건에서 항소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 수원시가 상고하였다. 3. 본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원심법원은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넘겨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면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4. 대법원 다수의견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 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무효확인소송에 대하여 보충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은, 무효확인소송이 확인소송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사소송에서의 확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이익(이하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라 한다)을 갖추어야 한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의 성질과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한 입법정책적 결단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결국은 행정소송법 제35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문제인데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그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한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의 기속력 및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를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으므로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이로 인한 명시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행정소송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5. 무효등확인소송에 대한 종전판례의 검토 가. 종전판례의 태도 종래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을 판단할때도 민사소송상 확인소송과 같이 즉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려면, 판결로써 분쟁이 있는 법률관계의 유·무효를 확정하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라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을 부정하고, 다른 구제수단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확인소송이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이른바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보충성)’을 요구하여 왔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무효등확인소송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구행정소송법 시행당시부터 답습되어온 것으로서 원고적격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행정소송법하에서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조세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에 관한 사례 무효등확인소송과 관련하여 소익이 부정된 사례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세금납부 후에 한 조세부과처분무효확인의 소 또는 부존재확인의 소의 경우이다. 대법원은 이미 세금을 납부한 조세의 부과처분이 무효 또는 부존재임을 이유로 그 납부세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은 별문제로 하고 행정소송으로 그 부과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을 구함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태도이며, 그 근거는 부과된 세액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세무당국이 그 납부사실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간에 세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금번 대상판결에 의해 폐기되기 전까지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오던 태도로 조세사건에 있어서만큼은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효확인소송은 보충소송이라는 확고한 판례를 이루고 있었다. 6. 판례에 대한 검토 무효등확인소송의 본질은 무효확인소송이나 취소소송이나 그 처분의 위법을 다투어 효력을 부정하려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행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행정행위에 특별히 인정되는 공정력과의 관계상, 취소소송은 형성판결에 의하여야만 그 효력이 부인되는 데 반해,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한 경우까지 행정처분을 특별히 취급할 필요는 없으므로 무효인 처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효라는 공적인 확인만 받아도 취소소송과 동일한 결과 즉 처분의 효력이 없음이 확정된 결과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판단할 때는 왜 그러한 소송이 필요한가를 고려하여 판결을 바탕으로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이익까지를 포함하여 종합적·입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로서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위하여 특정한 행정행위의 효력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 적절할 때는 그 소익을 인정하는 것이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제도로서의 본지에 합당할 것이다. 이처럼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 소송의 성질, 기능, 필요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라 하겠으나 구체적으로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행정소송법 제35조가 무효등 확인소송의 필요성 및 그 특수성과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적 기능을 감안하여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무효등확인소송은 오직 처분 등의 효력의 유무나 존재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것만을 그 소익으로 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도록 확대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 보아야 하며 그 내용은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으로서 법률상 이익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요구하는 이유가 항고소송의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실질적인 권리구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소송상 항고소송의 한 종류인 무효확인판결은 기속력과 재처분 의무에 따라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하므로 법률상 이익을 해석함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무효 등 확인의 소송상 소의 이익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이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선언을 구하는 의미에서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에 대한 판결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던 종전판례(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결)를 변경함으로써, 부과처분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소송판결의 구속력(행정소송법 제30조)에 의하여 관계행정청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며, 국세기본법 제51조는 납세자가 납부한 세금 중 과오납된 것은 국세환급금의 결정을 거쳐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까지 하고 있어 원고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지 않고도 무효확인을 구하여 보다 신속 간편한 방법으로 그 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08-09-18
채권의 주식전환 약정의 효력
1. 문제점(사실) 원고는 1999. 3. 23. 소외 (주)A(이하 소외 회사라 함)에게 1억원을 이자 연 10%, 변제기 2011. 4. 30.로 정하여 빌려주면서 “원고가 위 변제기까지 대여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외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받기를 원하는 경우 소외 회사는 언제나 주식을 액면가(1주당 5,000원)로 발행하여 원고에게 이를 교부한다. 그리고 소외 회사는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증자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약정 당시 피고의 전신인 B(주)의 대표이사였던 C의 아내인데, B는 당시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만주(1주당 액면가 5,000원) 중 9,800주(지분비율 98%)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회 회사의 나머지 주식 200주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D가 100주(지분비율 1%), 소외 E가 80주, 소외 F가 2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외 회사의 정관에는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의 근거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며,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이 특별결의의 의사록만 작성되었다. 원고는 1999. 3. 26.과 2001. 1. 5.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대여금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해줄 것(즉, 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를 발행해달라는 취지임)을 청구하였으나 소회 회사는 “1998년 결산 결과 자본잠식상태이므로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한편, 피고는 2004. 2. 23. 소외 회사를 흡수합병하고 2004. 3. 3. 등기를 마쳤는데, 합병 당시 피고가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전체(발행주식 총수 1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신주를 교부하지 않는 무증자합병의 방식을 택하였고 소외 회사의 주식 1주를 23만4,788원으로 평가하여 합병기준가액을 산출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흡수합병이 진행되던 도중은 물론 흡수합병이 종료된 이후에도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 또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주식발행이 이루어졌을 경우 원고가 흡수합병과정에서 얻었을 금전적 이득(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 × 합병 당시 1주당 평가금액 23만4,788원)의 지급’을 요청하였고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은 금전적 이득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합병에 따라 소외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피고가 소외 회사의 약정불이행으로 말미암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은 ① 전환사채발행에 관한 상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② 또한 원고의 주장에 따를 때 합병 당시 1주당 23만4,788원의 가치가 있는 소외 회사의 주식을 1주당 5,000원으로 계산하여 전환사채 발행가액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외 회사는 2004. 2. 19. 이 사건 약정에 대하여 소비대차의 효력만을 인정하고 원금 1억원에 대여일로부터 2004. 2. 17.까지 연 10%의 이율(복리)에 따라 계산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인 1억5,966만9,172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하였는데, 그 후 원고가 이의를 유보하고 이를 수령하였다.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에 따라 2개의 문제점에 대하여 판시하였다. 다음에 이 두 판시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지배주주가 동의한 주주총회 의사록의 효력 1) 판지 제1점 : “주식회사에 있어서 총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한 이른바 1인 회사의 경우 그 주주가 유일한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출석하면 전원 총회로서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가 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따로 총회소집절차가 필요 없으며, 실제로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 1인 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의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점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주로 등재하였으나 총 주식을 실질적으로 그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주식의 소유가 실질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법상의 원칙으로 돌아가 실제의 소집절차와 결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주주총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면[非決議, 無決議 또는 학자에 따라 表見決議라 한다. 독일에서도 Nicht- oder Scheinbeschlusse의 개념을 인정한다. - 저자] 설사 1인이 총 주식의 대다수를 가지고 있고 그 지배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그 결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그 주주총회의 결의는 부존재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주의 : 대법원은 “非決議의 경우에도 의사록을 작성하는 등 주주총회결의의 외관을 현출시킨 자가 회사의 과반수주식을 보유하거나 또는 과반수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회사의 운영을 지배하는 주주인 경우와 같이 주주총회결의 외관현출에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는 소급효가 부인되는(제190조 단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판결(1995년에 제190조 본문만을 준용하도록 개정되기 전의 제380조)에 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판 1992.8.18, 91다14369 ; 대판 1993.9.14, 91다33926 ; 대판 1996.6.11, 96다18982 - 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개정증보판, 삼우사 2003, 301면 참조). 이 판례는 1995년 상법개정 전의 것이지만, 과반수 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의사록 위조에 관여한 경우에는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판례를 인용하면서, 대판 1993. 9. 14, 91다33926은 발행주식 72%를 보유하고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주주들의 참석 하에 주주총회의사록이 작성되어 회사가 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 “비록 형식상 당해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거와 같은 회사내부의 의사결정을 거친 회사의 외부적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는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서는 위의 판례에는 없던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설시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 듯한 표현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독일의 無決議에서는 제3자의 보호가 고려될 수 없다고 한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3판, 박영사 2006, 494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의 정족수를 충족하여 사실상 회사의 실체라고 인정되는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거래인 이상 상대방의 선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본 사안에서는 발행주식 총수 1만주 중 지배주주(피고)가 9,800주(98%)를 가지고 회사를 대표하여 본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대표이사가 100주(1%)를 가지고 있어서 총 주식의 99%를 가진 주주가 계약에 관여한 셈일 뿐 아니라, 피고가 (주)A를 흡수합병할 때에는 피고가 (주)A의 발행주식 전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소외회사 및 이를 승계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의 약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3. 채권자에게 주식전환을 허용하는 조항의 의미 1) 판지 제2점 : “주식회사가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자는 만기까지 대여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사 주식으로 액면가에 따라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의 계약조항을 둔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전환의 청구를 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기는 형성권으로서의 전환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라고 보아야 하는바, 신주의 발행과 관련하여 특별법에서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주의 발행은 상법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전환권 부여조항은 상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신주발행 내지는 주식으로의 전환을 예정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2) 주의 : 본 건의 원고가 B공업주식회사(본 소송의 피고인 G(주)의 구 상호)의 다른 자회사인 (주)H에게 3억원을 대여하고 본 건과 유사한 주식전환약정을 한 사안에서, 대판 2004. 8. 16, 2003다9636은 “전환권은 형성권이므로 전환을 청구한 때에 당연히 전환의 효력이 발생하여 전환사채권자는 그 때부터 주주가 되”고, “직접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에 의하지 않고 그 발행과정의 하나인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것과 대조된다. 4. 결 어 본 판결과 위의 2004년 판결은 위 약정을 전환사채의 발행으로 보았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점에서 전환사채 발행과 유사하더라도, 소비대차는 사채발행이 아니며 이들의 약정은 전환사채 발행이 아니고, 회사법상제도가 아니라 원고가 청구하면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이다. 원고의 권리는 청구권이며 형성권이 아니다. 청구권인지 형성권인지는 당사자 의사 해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여러 번 주식으로의 전환이나 주식발행을 요구했는데 소외회사와 이를 흡수합병하여 승계한 피고는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당사자의 의사가 청구권 발생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므로 제3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회사법상의 모든 절차를 미리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약정을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다. 日本 最高裁判所 昭和53[1978].7.10. 判決(民集32권5호888면)에 의하면, 유한회사 사원지분 합계 220구 중에서 100구와 93구를 보유하는 이사와 대표이사 母女가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총회의사록만 작성하여 지분과 함께 회사경영권을 매각한 후 3년이 지나서 총회결의부존재의 소를 제기하여 경영권을 회복하려는 소송에서, 지분매도인들은 쉽게 사원총회 결의에 의한 회사승인을 받을 수 있고 또 매수인을 위하여 회사승인을 받을 의무가 있는데도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인제 와서 경영권을 회복하려고 사원총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안에서도 소외 회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쉽게 거칠 수 있었고 원고에 대하여 이 결의를 얻을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에 위반한 데 대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 본 판결처럼 이 권리를 전환사채권자의 전환권인 형성권으로 보아 강행법인 회사법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이론을 편다면, 위의 2004년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원고가 주식으로의 전환을 청구한 때부터 이미 6월이 경과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원고의 손해액 :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종래의 판례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원고의 (주)A 주식의 합병기준가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원고의 청구금액이 과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러나 (주)A는 “1998년 결산결과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하는데, 합병회사(피고)가 피합병회사의 단독주주로서 아마도 부담 없이 내부적인 경리상의 이유로 산출한 합병기준가액(주당 23만4,788원)이 (주)A의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의 객관적인 평가액이 아닐 듯하며, 만약 객관적 주식평가액이었다면 불공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에 관한 제424조의2가 적용될 수 있다. 본 판결에 대하여 2007. 3. 2.에 대법원 2007재다178로 재심청구가 접수되었다.
2007-07-16
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2006-04-24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임용결격자 임용행위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1. 대법원 2003.5.16. 선고 2001다61012판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 등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여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당연무효인 임용행위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는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또 당연퇴직사유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가 그 이후 사실상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후의 사실상의 근무기간은 공무원연금법상의 재직기간에 합산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누649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두205 판결 참조) 2. 대법원 1987.4.14. 선고 86누459판결 가.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 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무원 관계는 국가공무원법 제38조, 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니라 국가의 임용이 있는 때에 설정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닌 임용당시에 시행되던 법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용당시 공무원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 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 국가가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사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임을 발견하고 공무원 임용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원래의 임용행위가 당초부터 당연무효이었음을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임용처분을 취소함에 있어서는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또 그러한 의미의 취소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당연무효인 임용결격자에 대한 임용행위에 의하여서는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거나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임용자는 위 법률소정의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 - 판 결 요 지 -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 공무원 연금법 등에 의한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다 - 평 석 요 지 - IMF 환란때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대거 해직 시키자 해당공무원은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보다는 퇴직연금청구권 불인정에 더 반발했으며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하였던 바 비록 공무원연금법이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에 내재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돼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Ⅱ. 問題의 提起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다가, 이것이 IMF患亂때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에서 공공부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작업을 통하여 1998. 3. 경부터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 2,400여명에게 임용취소통보를 하여 해직시켰다.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불인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해당 당사자의 반발을, 정부는 89누459판결을 효시로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물리쳤다. 그 이후 당사자들의 물리적인 반발이 격화되어 급기야는 1999.8.31.에 ‘임용결격공무원등에대한퇴직보상금지급등에관한특례법’(법률 제6008호)의 제정을 가져 왔다. 당사자의 반발로 인한 사회문제가 특례법의 제정을 통해 일거에 해소되어 버림으로써 과연 법적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특례법의 명칭에 나타난 ‘퇴직보상금’이 시사하듯이, 이는 법적 물음에 대한 정치적(정치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는 여전히 법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政變시에 불쑥 등장할 법하다. 그런데 비록 정치적 해결책일 망정 관련 법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을까 의문스럽다. 즉, 기왕의 공무원연금법이 제64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급여제한이 이 특례법의 대상자에겐 처음부터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원칙에 대한 이런 단순 명백한 위반은 결코 정치적 정당성만으로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체계위반적 입법의 등장까지 초래한 그 淵源이 바로 대법원의 89누459판결이다. 따라서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은 추후에 충분한 지면에서 살펴보기로 하되, 여기선 그것의 무효성 여부와 이에 따른 퇴직연금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 간략히 論究하고자 한다. Ⅲ. 公務員任用缺格者의 任用行爲의 無效性 與否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가 당연 무효라는 점이 문제발생의 연원이다. 그리하여 86누459판결에 대해서 맨먼저 김남진 교수님이 ⅰ) 사안상의 흠이 임용을 무효로 만들만큼 중대한지 의문스럽다는 점, ⅱ) 그런 임용행위의 취소에 신의칙을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하셨는데, 동인, 공무원임용의 취소와 신의칙, 고시연구, 1987.8 및 동인/이명구, 행정법연습, 2001, 427면 이하 참조. 김성수 교수 역시ⅰ)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행정객체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점, ⅱ) 임용행위 무효론에 입각하여 신뢰보호원칙의 배제는 임용처분이라는 행정행위의 존속을 신뢰한 개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무효도그마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인, 일반행정법, 2001, 310면 이하. 그런데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여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이 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가 일정한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규정한 점만을 갖고서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순 없고, 오히려 소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공무원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9조가 방향추이다. 이 점은 가령 의료법 제8조와 제52조처럼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입법상황과 비교하면 여실하다. 따라서 1949년 8월 12일에 법률 제44호로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40조가 규정한 것에 변함이 없는 현행의 입법상황에선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는 무효로 볼 수밖에 없고, 여기에선 임용취소를 제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애초부터 통용될 수가 없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가 과연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표할 순 있지만, 다른 법률상의 ‘결격사유’ 규정과의 相違함의 정당성을 특별신분관계로서의 공무원근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1990. 6. 25.선고, 89헌마220결정. Ⅳ. 公務員任用缺格者의 退職金請求權 認定 與否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를 당연무효로 판시한 86누459판결 이래로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없이 고수되고 있다. 그리하여 무효인 행정행위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일반적 논의도 여기에 통용된다. 서울행정법원 1999. 2. 2.선고 98구15275판결 그런데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인정이 그 공무원임용결격자와 관련한 모든 법적 물음에서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공무원임용결격자에 대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부정이 바로 이런 논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표적 경우이다. 즉,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설정을 처음부터 용인하지 않을 경우에 그 결격자가 행한 여러 행위의 효과가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배상책임법의 영역에선 이른바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매개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이 열려있다. 그리고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임용결격자의 법적 지위 인정에 접목시켜 그의 旣 受領給與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부정된다고 한다. 류지태, 행정법신론, 2003, 598면; 김성수, 개별행정법, 2001, 55면. 그러나 86누459판결 등은 ‘사실상 공무원’이론이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동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이 국가책임법상 외관주의의 지배의 산물이어서 임용결격자와 피해국민간에 발생한 법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임용결격자의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법적 성격의 규명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법 제1조상의 목적이 가늠자가 된다. 동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적법한 공무원관계의 성립의 전제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이다. 법해석자는 법문의 상호관계, 법문에 규정된 사안과 정상 및 기타 법문의 의미 중에서 중요한 증표로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의미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金亨培, 法律의 解釋과 欠缺의 補充, 고대 법률행정논집 제15집(1977), 13면.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立法者 등의 主觀的 意思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선 벗어나는 客觀的인 規範目的에 바탕을 두고서 법률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法律의 解釋에 있어서 法文에 내재하는 立法趣旨(ratio legis)를 추구한다. 따라서 목적론적 법률해석을 취함으로써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될 수 있기에,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2004-03-08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청소년 성매수자에 대한 신상공개의 위헌성
1. 문제의 제기 한국에서의 ‘상업적 아동 성착취’(CSEC, 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 of children, 이하 ‘CSEC’으로 약칭함)에 반대하는 본격적인 투쟁은 2000년 7월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CSEC 終熄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은 성보호법이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이전에도 兒童買春(child prostitution), 포주업(pimping)과 아동 인신매매(trafficking of children for sexual purposes), 아동 포르노그라피(child pornography) 등의 CSEC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행정적 규제의 대상이었고 형사처벌도 가능하였으나 2000년 7월 이전의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에게는 CSEC 종식 개념이 미약하여 행정기관과 법집행기관의 CSEC에 반대하는 규제의지와 처벌의지는 극히 미약했었다. 성보호법을 시행하면서부터 한국정부와 NGO는 2000년 7월 이전 시기의 CSEC에 대한 미온적이고 취약한 대응태세로부터 벗어나 모든 형태의 CSEC 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보호법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性的 自由를 지나치게 저해한다는 논거를 들어 성보호법의 폐지 혹은 축소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liberalists)들이 많이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CSEC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CSEC의 종식을 형벌적 수단으로 달성함은 불가능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의도와는 달리 더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懷疑論과 虛無主義에 빠져 있다. 여기서 ‘CSEC의 종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debate)이 지속되고 있다. - 판 결 요 지 -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청소년 성 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성보호법은 CSEC 예방의 주요수단으로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성보호법 제20조)하였다. 성보호법 제20조에 근거하여 2001. 8. 30. 처음 신상공개가 실시된 이래 총 4회에 걸쳐 신상공개가 실시되었으며 현재 제5차 신상공개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2003. 4. 9. 실시된 제4회 신상공개에서는 1,221명의 심사대상자 중에서 강간 208명, 강제추행 200명, 성매수 155명, 성매수알선 70명, 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10명 등 643명의 신상이 공개되었다. 전체 대상자 중 강간·강제추행은 약 89%, 성매수알선과 음란물제작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공개되었고 성매수는 22.7%가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구상은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들이 미국의 미건 법(Megan’ Law)의 발상에서 借用해 온 발상이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치유가 어려운 위험한 성폭행범(serious violent predator)에 한하여 상세한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성보호법 입법자와 CSEC 종식운동가들은 미건 법의 위험한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제도를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 뿐만 아니라 아동매춘범과 아동매춘을 알선·중개하는 자들에게까지 확대시켰다. 이것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는 성보호법 제20조의 합헌성을 둘러싸고 종식운동가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으며 향후에도 그 논쟁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특히 성매수자의 신상공개는 자유주의자들이 성보호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빌미가 되고 있다. 2003. 6. 26. 헌법재판소의 4명의 재판관은 현행 성보호법 제20조의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의견을 표명하였다. 이하에서 헌재의 합헌의견을 요약하고 나서 합헌결정의 의미를 분석하여 보기로 한다. - 평 석 요 지 - 헌재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므로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남아 있어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고 위험범과 저 위험범으로 나누어 공개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중처벌금지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는 형의 종류를 정하고 있는 형법 제41조에 해당되지 않으나, 해당 범죄자에게 확정된 유죄판결 외에 추가적으로 수치감과 불명예 등의 불이익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불이익이 실질적으로 수치형이나 명예형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이 제도는 유사한 범죄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며, 이로써 당사자에게는 일종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상공개제도가 추구하는 입법목적에 부수적인 것이지, 주된 것은 아니며 신상공개제도에서 공개되는 신상과 범죄사실은 헌법 제109조 본문에 의해 이미 공개된 재판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내용의 일부이며 달리 개인의 신상 내지 사생활에 관한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비록 범죄자의 수치심과 불명예를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처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여부 자유주의자들은 신상공개가 순수히 일반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계도에 그 목적이 있다면 “굳이 성매수자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비록 사례의 소개가 계도의 효과를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당사자의 실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하는 등 익명성을 보장해 주더라도 성매매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계도의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상공개는 불필요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과도하다”고 주장(반대의견)한다. 이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법 제정 당시 성인들이 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는 범죄의 규모나 증가추세가 매우 심각한 양상이었고,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가 청소년의 성장에 미치는 중대한 해악에 대한 인식부족과 때마침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급속한 발달과 맞물려 도덕성의 심각한 해이 현상을 일으켰고, 더 이상 성인이나 청소년들의 도덕성에만 그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법적 제재장치를 통하여 예방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는 등의 행위는 비록 그들의 형식상 동의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정신적 판단력이 약하고 금전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진정한 동의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육체 등의 건전한 성장에 중대한 해악”을 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는 우리 사회가 타락한 사회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것”이어서 성보호법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며 “신상공개제도가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상식적으로 볼 때 해당 범죄인의 신상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제도는 일반 성인들에게 미성년자 성매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위하적 내지 예방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상공개제도는 과잉금지 원칙에서 요구되는 수단의 적합성을 갖춘 것”이며 “형벌이나 보안처분만으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고, 가령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치료나 효율적 감시체계 확립, 청소년에 대한 선도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전문적인 교정 인력의 부족 등 물적·인적 시설이 미비하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나친 개방적 사고와 배금주의적 행태, 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소비풍조, 어른들의 왜곡된 성의식 등 사회문화적 부문에서의 보다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므로, 현재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입법적 수단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가능한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무엇이 보다 덜 침해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형성의 권한 내라 할 것이므로, 신상공개제도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며 “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목적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익의 하나인데 비하여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는 이미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라는 공적 기록의 내용 중 일부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형사재판에서 밝혀진 범죄인들의 신상과 전과를 일반인이 알게 된다고 하여 그들의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청소년 성매수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4. 합헌결정의 의미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한결같이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제4차 신상공개(2002. 4.9) 이후 언론사별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이 신상공개제도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80%(1,438/1,797명), 중앙일보에 의하면 79.79%(10,289/12,895명)가 찬성하고 있다]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2년 동안의 홍보와 계몽의 결과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여론동향도 서서히 찬성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2003. 6. 26. 헌재의 합헌의견이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하여 아무 유보 없이 합헌결정(2002헌가14)을 선고한 것은 위와 같은 지식인층과 법률전문가층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합헌이었지만 수적으로는 4대 5로 위헌의견이 우세하였으며 위헌의견의 논조는 대단히 신랄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현행 신상공개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 시점은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종래의 비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을 겸허히 수용하여 현행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고위험범과 저위험범을 적절히 구별하여 고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보다 넓히고 저위험범에 대하여는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를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다.
2003-11-10
환배서와 인적항변 및 숨은 추심위임피배서인의 소송대위
【사실】 ‘원고는 소외 A가 피고로부터 발행받은 이 사건 약속어음을 자신과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고 A로부터 이를 배서·양도받은 후, 위 어음에 피배서인을 백지로 하여 자신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의 받을어음추심수탁통장에 보관하여 두었으나 그 지급기일에 지급이 거절된 사실, 이에 원고는 어음금을 받아주겠다는 B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피배서인이 백지인 배서가 되어 있는 상태로 교부하였고 B는 이를 다시 A에게 교부하였는바,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A가 피고를 상대로 한 위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후 A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아’ 스스로 어음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이치는 환배서인 기한후배서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원고는 지급기일에 이미 부도가 된 약속어음을 A로부터 교부받은 것인데 피고는 A에 대하여 원인관계 해제의 항변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항변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해설】 1. 緖論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대위에 관한 문제를 회피하고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에서의 인적항변 절단여부의 문제로 쉽게 해결하였다. 이러한 해결이 허용된다면 대법원의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이 허용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하여, 먼저 어음발행인(피고)은 원고에게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피배서인이라는 이유로 수치인(이○○)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한 다음, 이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이 어음발행인(피고)에게 제기한 어음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어음발행인(피고)은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 자신에 대한 인적항변을 제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A)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이 추심위임인(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還背書와 期限後背書의 被背書人에 대한 人的抗辯 우선 첫째로 본 판결이 첫머리에 선언한 바와 같이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발행인으로부터 여전히 위 항변의 대항을 받는다’. 인적항변은 특정인 사이에 어음관계 외의 사유로 인하여 제기할 수 있는 항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A에게 발행한 어음은 원고에게 배서되었다가 원고의 백지식배서에 의하여 A에게 교부된 후 다시 원고에게 반환되었다. 그러므로 백지식배서가 된 어음이 이미 소지인이었던 자에게 교부된 환배서는 두 번 있었다. 그중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에 대한 환배서는 A에 대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원고는 ‘약속어음 발행인으로부터 인적항변의 대항을 받는 어음소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가 ‘당해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환배서에 의하여 이를 다시 취득하여 소지하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위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본 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착각을 한 듯하다. 둘째로 ‘기한후배서는 보통의 배서와는 달리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밖에 없어 그것에 의하여 이전되는 권리는 배서인이 배서 당시 가지고 있던 범위의 권리라 할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그 배서 당시 이미 발생한 배서인에 대한 모든 항변사실을 피배서인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인적항변을 인정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는 이 어음을 먼저 수취인 A로부터 기한 전에 배서양도 받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모라동지점에 맡겨두었다가 만기에 이 지점을 통하여 피고에게 제시하였으나 지급이 거절된 사실을 이 판결은 간과하고 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지급이 거절되자 자기에 대한 배서인인 A에게 추심을 의뢰하였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여 어음을 다시 회수한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기한후배서라는 이유로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A에게 어음을 교부하였다가 회수한 것은 피고가 지급기일에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에 어음금을 추심하기 위한 조치였다. 피고가 원고의 적법한 지급제시에 대하여 거절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A에게 어음금추심을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급기일에 피고가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 것이 정당한지 여부이다. 즉 원고가 A로부터 지급기일 전에 배서를 받았을 때 피고는 A에 대한 항변을 원고에게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그런데 원고가 이 배서를 받을 때 害意가 있었다는 입증이 없으면 항변은 절단된다(어음법 제17조). 그러므로 피고가 A에 대한 인적항변을 원고에게도 제기할 수 있다고 인정한 본 판결은 부당하다. 3.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 自身에 대한 人的抗辯 ‘A는 피고를 상대로 약속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인 재동업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A의 청구가 기각되고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을 추심 해줄 의사로 이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원고가 백지식배서를 한 어음을 A에게 교부한 것은 숨은 추심위임배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송에서 어음채무자인 피고가 피배서인인 A 자신에 대한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信託背書說(우리나라의 통설·판례)에서는 이를 긍정하고(예 :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3개정판, 홍문사 1999, 428면) 資格授與說(富山康吉, ‘取立委任裏書’, 「手形法小切手法講座 3」, 有斐閣 1965, 250면·254면)에서는 부정한다. 신탁배서설도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으로 숨은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논리에는 맞겠지만 주로 이 피배서인에게는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피배서인에 대한 이 항변의 제기를 인정한다(대판 1994. 11. 22, 94다30201 ; 대판 1990. 4. 13, 89다카1084).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피배서인 자신에 대한 항변은 제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일 것이다. 鈴木竹雄 교수는 자격수여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배서의 형식대로 법률관계를 처리해야 한다고 인정한다면 어음채무자도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隱れた取立委任裏書と人的抗辯’, 「商法演習 III」, 有斐閣 1963, 239면), 채무자 측에는 양도배서의 외관에 대한 신뢰이익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 어음에 있어서 표시나 형식을 존중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데, 채무자가 배서인에 대한 항변뿐 아니라 피배서인에 대한 항변도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음거래의 안전을 위한 제3자 보호의 요청을 넘어서는 것이다(富山康吉, 전게서 250면, 254면). 어떻든 A의 피고에 대한 패소판결이 이미 확정되었으므로, 본 사안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본 판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A가 받은 패소판결의 기판력이 숨은 추심 위임자인 원고에게도 미치는지 이다. 4. 숨은 推尋委任背書 被背書人에 대한 判決의 旣判力 1) 辯護士代理 또는 訴訟信託禁止의 原則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귀속주체를 대신하여 또는 예외적으로 이와 함께 제3자가 자기의 명의로 당사자로서 소송을 추행하는 권능(訴訟追行權) 또는 자격이 인정되어 소송하는 것을 訴訟代位라고 하는데, Prozessstandschaft의 번역으로서 보통 소송신탁 또는 제3자의 소송담당이라고 한다. 소송대위에서는 권리 또는 이익의 실질적 주체가 소송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대리와 다르다. 그러나 임의적 소송담당자는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본인을 대신하여 소송행위를 하는 점에서 소송대리인과 성질이 같은 점이 있다. 그래서 변호사대리(민사소송법 제80조) 또는 소송신탁금지(신탁법 제7조)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가 있다. 이 원칙에 위반한 행위는 무효이다(대판 1982.3.23, 81다540). 공연한 추심위임배서는 제3자에 의한 임의적 소송담당을 법(어음법 제18조)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예이다(新堂幸司, ‘訴訟代位’, 民事法辭典, 有斐閣 1960, 1248면). 그러나 숨은 추심위임배서 피배서인의 소송담당에는 문제가 있으며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허용된다. 다만 원고가 피고로부터 어음금 지급을 받지 아니하면 A는 소구의무를 부담하므로 소송의 결과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自己固有의 利益)가 있으므로 A의 원고를 위한 소송담당에는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어 위의 원칙을 잠탈할 염려는 없다고 인정된다(伊藤 眞, ‘任意的訴訟擔當とその限界’, 「民事訴訟法の爭點」[新版], 有斐閣 1988, 109면 2단). A의 소송담당이 이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였으면 다음에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을 받지 않고 본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었을 뻔했다. 2) 代位訴訟 判決의 旣判力 이러한 소송추행권이 있는 資格當事者가 받은 판결의 기판력은 본래의 자격자인 권리 또는 이익의 주체에 대하여 그가 스스로 판결을 받은 것처럼 효력을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3항).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대한 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 미치는지에 관하여 학설에서는 적극설(방순원, 전정개판 민사소송법(상), 한국사법행정학회 1987, 616면 ; 이영섭, 신민사소송법(상) 제7개정판, 박영사1972, 198면 ; 곽윤직, 채권총론 신정판, 박영사 1996, 264면 - 송상현, 민사소송법 신정이판, 박영사 1999, 479면에서 재인용함)이 우세하고 판례에서도 大全判 1975. 5. 13, 74다1664는 종래의 소극설을 버리고 채권자가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대위소송 판결의 기판력이 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절충설을 취하였다. 본 사안에서 원고가 A의 피고에 대한 소송제기를 알았다면 판례의 절충설에 의해서도 그 판결의 기판력은 원고에게도 미칠 것이다. 5. 結語 본 판결이 이 사안에 대하여 환배서와 기한후배서의 인적항변에 대한 관계에 관한 법리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지만, 본 판결에서는 검토되지 않았지만 숨은 추심위임배서와 임의적 소송담당에 관하여 상술한 바에 따르면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에 있어서도 원고는 A에게 어음을 사돈간인 B의 부탁으로 할인하여 주었고 A는 원고를 위하여 어음금 추심소송을 스스로 담당한 점에 미루어 원고는 양수할 때에 인적항변사유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판결의 결론은 더욱 타당하다. 그러나 법관은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여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200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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