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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선박보험계약에서의 영국법의 적용범위
Ⅰ. 사실관계 가. 주식회사 신흥은 2006. 5. 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로부터 이 사건 선박 등을 리스하고, 2006. 6. 2. 한화손해보험(주)와 피보험자 : 소유자(owner) 한국캐피탈, 관리자(manager) 피고, 보험기간 : 2006. 5. 26. 12:00부터 2007. 5. 26. 12:00까지, 보험목적물 : 선체 및 기관, 보험가액 : 16억2,000만원 등으로 정하고 1983년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은 신흥(주)가 2006. 7. 2.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다. 신흥(주)는 2007. 5. 2.에 이르러서야 KOMOS(한국해사감정)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았고, 한편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달 6월 목포항을 떠나 태안반도 인근 모래채취구역으로 예인되던 중 505 현성호와 충돌하는 1차사고를 당하였고, 그 후 같은 해 6. 27. 제2대양호와 충돌하는 2차사고를 당하였다. 라. 신흥(주)는 위 각 충돌사고로 이 사건 선박이 손상되자 200. 7. 3.부터 같은 달 20일까지 선박수리업자로부터 수리를 한 후, 2007. 7. 27. 한화손해보험회사에게 위 각 충돌사고로 인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 1억7509만9100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자는 신흥(주)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 사건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warranty)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 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그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근래 156인의 판사들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관한 성명서와 관련하여 사법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법원은 해상보험사건에 특유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해상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영국보험자협회의 해상보험약관에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되어 있고,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 중 대법원 1991.5.14. 선고 90다카25314 판결을 비롯한 대부분은 대법원판결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을 전면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류적 판결과 다른 취지의 판결이 속속 판시되고 있다. "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만 의한다"는 영국법준거조항이 삽입된 사건에서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은 "보험계약의 보험목적물이 무엇인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나 보험자의 설명의무와 같은 보험계약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항"에는 우리나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하고,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은 "협회선급약관상의 표준규격선박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보험자인 원고에게 지체 없이 위반의 사실을 통지하고 보험료 등에 관하여 협의하여야 하며, 보험계약자가 계속담보를 받는 사유의 발생을 알았음에도 보험자에게 지체없이 이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더 이상 계속담보조항에 따른 보험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과 관련하여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은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에 관하여 의사설을 취하는 입장에서 전세계 선박보험실무에서 통용되고 있는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고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를 적용하였고(이 판결의 평석으로는 한창희, 해상보험약관의 구속력, 최기원편 상사편례연구(Ⅶ)), 박영사, 2007, 248면 이하 참조), 이 글의 연구대상판결인 해상보험상 난제인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대상판결에 대하여서는 법원이 주류적 판결과 달리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 법원에서 다루어지는 해상보험사건은 영국법준거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따라 약관규제법과 같은 우리나라 강행규정이 적용된다는 것을 근거로 볼 수 있다는 견해(석광현, 외국법제로의 과도한 도피와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법률신문 3926호)가 제시되고 있고, 국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해상보험분야에서 판결의 목적인 정의와 형평의 구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인 영국해상보험법제와 우리법의 조정과 관련한 법원의 고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해상보험에서 전통적인 워런티개념의 현대적인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이 판결의 의미를 연구하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일 것으로 판단된다. 2. 영국 보험법상 최악의 특징인 워런티의 개혁논의 워런티는 보험자가 워런티에 관한 사항을 알든 모르든 피보험자는 워런티를 정확히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그 사유와 시기와 관련 없이 보험자는 바로 그 시점부터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의 주요관심사인 보장범위의 정확한 한계획정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여 왔다. 그러나 (1) 워런티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요구되지 않고, (2)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손해발생 전에 그 위반이 교정되더라도 그 위반이 교정되어 워런티가 충족되었다는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워런티의 효과의 지나친 엄격성에 대한 완화노력이 각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법원(法源)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법과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본다. 가. 영국 영국에서는 소비자보험의 영역에서 워런티의 효과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법률개정위원회는 수년간의 검토를 거쳐 워런티가 중요한 위반이 아닌 한 워런티로 분류되어서는 아니되고, 그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권고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에게 서면으로 워런티의 내용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워런티위반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금융감독청의 보험영업행위준칙(ICOBS) 제8.1.2조는 워런티위반과 손해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한 보험자는 보험금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영역은 보험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소비자보험의 변화에 상당한 정도 영향을 받고 있고, 2003년 국제선박보험약관은 위반하였더라도 치유가 허용되는 조항(제10·11·32조),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에 대해서만 면책으로 하는 조항(제14조 제3항) 등을 두어 1906년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고 있다. 나. 미국 미국은 해상보험분야는 연방법원의 관할이고 연방 해상보험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으며, 해상보험에서 영국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의 1955년의 Wilburn Boat사건 이전에는 영국법원의 판례가 미국법원에 의하여 선례로 인정되었지만, 이 판결 이후에는 주법의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주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Wilburn Boat사건판결에 대하여 튜레인 대학교의 데이비스 교수는 "해상법의 전국적 통일에 역행하는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하고, 그랜트와 블랙(Grant and Black)은 "일관되게 문제가 있고 환상에 젖은 것"이라고 하였으며, 커리(Currie)는 불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하였다. 3. 선박보험사건에 영국법의 적용범위 이 연구대상판결은 1982년 영국의 협회선박보험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없다고 하여 약관 전체 조항의 편입을 부정한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이후 5년만의 해상보험관련 대법원판결로 워런티가 해상보험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이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명의무의 제외대상인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판결에 따라 워런티에 관하여 법원(法源)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우리의 약관규제법에 해당하는 불공정계약조항법(Unfair Contract Terms Act)은 보험약관에는 적용이 없고, 기업보험인 해상보험에는 설명의무나 워런티의 엄격성을 제한하고 있는 영업행위준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연구대상판결은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인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구체적인 타당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석광현교수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영국의 해상보험법을 전면적으로 우리의 법원(法源)으로 인정하던 대다수의 판결방향을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수정하고 있고, 미국의 Wilburn Boat사건이후 나타나고 있는 법적 안정성의 파괴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 5년의 간격을 두고 대법원은 두 판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해상보험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의 구속력의 근거와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영국법이 아닌 우리 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비추어 옳다고 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4. 맺음말 워런티는 영국 해상보험법상 가장 매력없는 개념으로 전세계에서 개혁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항에서 이 연구대상판결이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를 적용하여 워런티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점에서 법원의 고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위가 인정되는 영국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의 효과를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본 것은 해상보험의 국제성에 반하는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해상보험의 국제성과 우리사법(司法)인프라의 미비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하지만, 판결의 목적이 정의와 형평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해상보험에서 영국법과 우리법의 조정은 향후에도 해상보험을 연구하는 학계와 실무계가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라고 판단된다.
2012-02-20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법리
Ⅰ. 들어가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사전수뢰죄로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199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각하였다. 필자가 검토한 결과 사전수뢰죄에 대한 판례는 그 사례가 매우 적을 뿐더러, 현실에서 주로 나타나는 '묵시적 청탁'과 관련된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려웠던 바, 그러한 이유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였음에도 위 판결이 법원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법이론의 측면 뿐만 아니라 실무상 형평의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이하에서는 이를 검토해 보도록 한다. Ⅱ. 사안 피고인은 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국회의원직을 사임하였고, 자치단체장 선거일 며칠 전 B회사의 A사장으로 부터 민원과 관련한 현안에 대하여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조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받았다. 그 후 당선이 되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였다. 이와 같은 사안을 형법 제129조 제2항에 규정된 사전수뢰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당시 B그룹의 A가 조성한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르렀는데, 검찰은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여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중 정치인들 3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다음 그 중 일부 정치인들을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하였고, 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그들이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선거자금 내지 후원금인 것으로 보아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검찰은 피고인을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기 직전 2억원을 받은 사실로 인한 사전수뢰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1심 재판부인 서울지방법원 제30형사부는 1997. 12. 29. 사전수뢰죄는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과 승낙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받은 2억원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의 대가로 전달된 청탁금 또는 정치자금에 불과'하다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찰은 항소, 상고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기각, 상고기각되었다. Ⅲ. 판결요지 및 쟁점 사전수뢰죄에서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청탁'의 구체성과 특정성의 요부 및 그 정도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법리에 대하여 명확한 구체적 설시를 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심이 사전수뢰죄에 있어서의 청탁의 구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원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8노193호 판결도 구체적인 사전수뢰죄의 청탁의 구체성에 대한 법리 설시 없이 1심인 서울지방법원 97고합436호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였다)과 1심의 사전수뢰죄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수긍하였는바, 아래에서는 사전수뢰죄에서의 '청탁'의 해석론을 구체적으로 밝힌 1심 판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Ⅳ. 평석 1. 1심 판결의 요지 이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청탁을 받고'라는 구성요건을 강조하면서 범죄성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대한 부탁과 그에 대한 승낙"이 있을 것을 요하고, 청탁과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나,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2. 사전수뢰죄의 '청탁'에 대한 해석 일반 1) 학설의 일반적인 설명 이에 대하여 학설은 『청탁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행위를 할 것을 의뢰하는 것을 말하며, 「청탁을 받고」란 그러한 의뢰에 응할 것을 수락하는 일체의 행위사정을 말한다. 부정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정당한 직무행위의 의뢰이거나 묻지 않으며, 청탁과 약속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경우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김일수, 서보학, 박상기, 정성근, 박광민). 원래 형법전에 「청탁을 받고」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구 형법이 「전항의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라 하여 그 죄책을 무겁게 규정한 데서 비롯되었으나 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의 유무는 죄책의 경중에 대한 표준이 되지 못하고 오직 그 직무와 그에 대한 대가관계의 유무를 결정하는 하나의 표준이 되는데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하여 왔는데, 현행법이 일본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아 단순수뢰죄의 경우는 이를 삭제하고 본죄에 있어서는 행위의 주체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이므로 뇌물과 직무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보아 청탁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한 것이다』고 하여 직무행위가 특정될 필요는 없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으로 족하다고 설명한다. 2) 일본 학설 및 판례의 태도 일본 형법은 제197조 제1항 전단에서 '단순수뢰죄'를, 같은 항 후단에서 "이 경우에 청탁을 받은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단순수뢰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인 이른바 '수탁수뢰죄'를,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공무원이 된 경우"라고 하여 '사전수뢰죄'를 각각 규정하고, 그 '청탁'의 의미를 '수탁수뢰죄'와 '사전수뢰죄'에서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위 규정에 대하여 일본의 학설 및 판례는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뇌물의 공여 자체에 따라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가 보여지면 족하다"고 하고, "청탁은 반드시 뇌물공여 사전에 명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뇌물공여하는 것 자체에 의하여 묵시적인 의뢰의 취지를 표시하는 것도 청탁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다만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행위가 어느 정도 구체성을 갖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하면서, 이는 '수탁수뢰' 가중처벌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결국 일본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청탁이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이어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직무행위는 어느 정도만 구체성을 띠면 충분하다는 것은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그러나 위 1심 판결은 "청탁과 승낙은 구체적이고 특정된 직무행위에 관한 것이어야 하며, 공무원의 직에 취임한 후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부탁은 여기에서의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서 일반적인 학설, 일본의 학설 및 판례가 수용하는 "직무행위는 특정될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구체성은 있어야 하며, 작위, 부작위를 불문"한다는 해석을 근거 없이 배척하고, '청탁'의 해석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배임수재죄의 해석을 끌어들였는데, 국가적 법익죄의 해석에 개인적 법익죄의 해석론을 차용하는 것은 전체 형사법체계에 비추어 맞지 않고,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뇌물죄의 청탁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면 같은 국가적 법익죄에 대한 해석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 뇌물죄에서의 다른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오히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요하는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의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대판 2004도1632호)고 판시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인 서울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① 공여자와 C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관광지구 신청이 이루어질 무렵인 점(1995. 6.경 선거 무렵), ② C는 도지사로서 관광지구 지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③ 불과 1년전에 관광지구에서 제외된 부동산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④ 인근 부동산에 관광지구로 신청된 것 중 공여자의 토지만 관광지구로 지정된 점 등을 비추어 C에게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함이 합리적이라고 하여 "관광지구 지정"이라는 직무행위에 대한 '명시적'이고,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이 이 부분에 상고하였지만 대법원에서 상고기각되었다. 위와 같이 국가적 법익죄인 제3자뇌물수수죄에서의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묵시적'이고, '어느 정도의' 구체성만을 갖는 직무행위라면 그 청탁을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인데, 사전수뢰죄에서만 이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인 1심 판결의 사전수뢰죄의 법리해석은 이렇듯 그 이후에 다수 축적된 '청탁'의 법리와 모순을 보이고 있다. 2) 지방자치단체 長인 시장의 직무행위의 포괄성 :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의 필요성 또한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에는 그 직무권한이 포괄적이어서 달리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 '직무'와 '뇌물' 사이의 대가관계는 반드시 개개 직무행위에 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성립할 필요는 없으며, 관련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인 한 일반적·포괄적인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김일수, 정성근, 진계호 등)이다. 이러한 해석에 입각하여 대법원은 소위 '포괄적 직무관련성'(내지 포괄적 대가관계)에 대한 법리를 확립하였는데, 이는 대법원이 소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대법원 96도3376호 판결)에서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이는 대통령의 업무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이고 막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를 정확하게 반영한 취지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대법원 97도2609호 판결)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포괄적, 광범위한 직무권한에 기초한 '포괄적 직무관련성'의 법리는 행정권에 대한 견제기능이 주권한이 되는 국회의원보다는 관할구역 내에서 대통령 못지 아니한 포괄적이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학설의 태도이고, 위 견해 역시 평석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취지는 ① 사전수뢰죄와 일반수뢰죄가 다를 것이 없는 점, ② 관할구역에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을 가진 단체장에게 포괄적 직무관련성 적용을 포기하고, '갑자기' 구체적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③ 부산제강소의 현안문제를 잘 처리해달라는 것이 어찌 구체적 청탁이 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인데, 마지막에서 제시한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특히 두 번째 지적사항은 관할구역 내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및 그동안의 대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비추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3) 형평성의 문제 또한 이 사건과 같이 당선개연성이 매우 높은 차기 시장에게 직무행위에 대한 엄밀한 구체성, 특정성을 요구하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실질적 권한 없는 현직 시장이 금원을 수수한 경우보다 처벌가치가 훨씬 큼에도, 현직 시장은 직무관련성만 인정되어도 처벌가능한 반면 차기 시장은 처벌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 사전수뢰죄에 대한 최초의 판단인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선례로서의 가치가 극히 낮아 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은 앞서 인용한 것처럼 서보학 교수가 지적하듯 사실관계 인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법리적인 '청탁'의 해석에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학설의 견해,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 형법과의 비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현실, 뇌물죄에서 다른 대법원 판례가 견지하는 '청탁'에 대한 해석 등 어떤 것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았을 뿐더러, 법원의 내부전산망에서조차 키워드 검색이 불가능한 관계로 그 동안 학계나 실무계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 사전수뢰죄 법리의 정립을 위해서도 위 판례는 조만간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2-02-16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행정소송 집행정지 판례와 관련한 심각한 행정혼선
1. 문제의 대법원판례 보통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은 국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으로부터 제1심 판결선고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받는다. 그런데, 위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집행정지결정의 주문에서 정한 대로 판결선고즉시부터 당초의 영업정지처분의 효력이 부활되어 정지기간이 이때부터 다시 진행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1993.8.24, 92누18054 판결, 1999. 2. 23. 선고 98두14471 판결 등). 그러나, 행정현실을 고려하지 아니한 위 대법원판례 때문에, 현재 행정현장에서는 전국 각종 행정기관 사이에 행정소송후의 행정처분 재집행방식이 제각각인 등 심각한 행정난맥상이 초래되고 있다. 2. 판례로 인한 행정현장의 혼란 즉 이번에 필자가 나름대로 조사한 결과, 전국 일선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등 대부분의 행정기관은 판례에 불구하고 판결선고 즉시 집행되는 것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그 이후에 다시 영업정지기간을 지정 통보하여 집행하는 반면, 보건복지부 등 일부 중앙행정기관은 이와 달리 집행정지결정문의 형식상 표시그대로 판결이 선고된 다음날부터 자동집행되는 것으로 서로 다르게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판결선고일부터 고의없이 영업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무면허행위로 의사면허취소등 처분을 하여오고 있고, 매년 이런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집행정지결정을 내린 법원이나 행정처분을 한 행정기관의 어느 누구도 판결선고당일부터 바로 영업을 정지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행정당국이 새로 영업정지기간을 지정하여 통보하는지에 관하여 사전에 안내설명을 해주는 기관도 없다. 3. 대법원판례의 문제점 위 대법원 판례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즉, 위 판례대로라면, 당사자들은 판결에서 이길지 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1심 판결선고일부터는 영업정지를 할 준비를 하여놓아야 한다. 또 현재 판결문이 선고즉시 교부되지 않고 며칠 후에 나오므로, 당사자가 판결내용의 당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또 행정기관의 실무상으로도 판결선고즉시부터 자동적으로 영업정지를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현재 법원-행정기관-당사자간 판결결과를 통보 등록하여 단속하는 행정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무면허행위를 확인 단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법원은 원고가 1심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집행정지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있는데, 이 경우 만약 상소심에서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당사자는 이미 영업정지집행을 당해버린 후가 되어 사실상 사후구제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당사자는 항소해도 별 의미가 없어 행정소송이 사실상 단심제와 같은 결과가 되어 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재의 1심 판결선고시까지로 하는 법원의 집행정지결정 관행을 판결 확정시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집행정지되었던 행정처분이 판결선고시부터 자동진행한다는 문제의 위 판례들은, 집행정지기간 경과이후에 새로이 영업정지기간을 지정처분한 사례등에 관한 사안(즉 현재 대세로서 통용되고 있는 판례위반의 행정실무관행)이므로, 이와 약간 다른 사안인 판결선고즉시부터 새로 정지기간을 지정할 때까지 영업을 한 사안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도 있다. 위 판례를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행정처분이 판결선고시부터 자동진행한다는 법논리도 논리필연적인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면허등정지기간을 정한 행정처분은 시기와 종기를 지정하여 처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지정한 기간(즉 처분의 구성요소)에 한하여 효력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행정처분이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에 의하여 실제 집행되지 않고 지정된 면허정지기간이 지나버렸다면, 이제 추상적으로 집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일 뿐, 아직 면허정지기간이 정해진 것이 없어 바로 판결선고당일부터 집행이 현실적으로 개시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면허정지처분은 기간을 다시 정하는 조치가 없는 이상 집행할 수가 없는 것이 되므로(물론 집행정지기간 다음날부터 면허정지기간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논리도 가능하나), 행정기관이 판결선고후 다시 면허정지기간을 지정하여 통보할 때까지의 영업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판례 변경 및 처분재집행의 통일기준 마련되어야 현재의 대법원판례대로 적용한다면, 현재 행정처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지방자치단체, 경찰청등의 경우 판결선고일로부터 정지기간 재지정시까지 사실상 허용하는 영업이 모두 무면허, 무허가영업이 되는 결과가 된다(연간 수천 건 이상이 될 것임). 아마 경찰청 등이 위 판례대로 판결선고즉시부터의 영업을 전부 무허가영업으로 처리 단속한다면, 보통 행정처분의 집행에 관하여는 별로 지식이 없는 국민들은 행정당국의 안내와 통보에 따르기 마련인 현실을 고려하면, 당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지방자치체, 경찰청에서 판례 위반의 불법도 감수하고 새로 정지기간을 지정하여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이러한 불법관행이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 불리하지 않으므로 이의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는 것임). 또 국민들이 문제의 근본원인인 위 대법원판례의 존재를 안다면, 아마 비난의 화살이 법원으로 쏟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의 위 판례는 법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볼 수 있고, 또 국민의 영업현실과 행정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변경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본다. 또 동시에 문제의 위 판례와 관련하여 현재 일어나고 있는 행정의 혼선에 대하여는 통일된 처리기준을 제시하고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여 국민들이 혼란과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통일된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는 판결선고당일부터의 절차부지로 인한 무허가영업행위에 대하여 행정기관마다 제각각인 처벌여부에 관하여도 잠정 처분보류등 통일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1-09-22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민사집행에 있어서 사법보좌관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에 대한 보정기간 허여의 문제점
1. 들어가면서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 경매 절차에 있어서 사법보좌관의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경우 보정 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고지하면서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중대한 판례를 남겼다. 2. 사안의 개요 이와 관련하여 판례에 나타난 사안을 살펴본다. 가. 사법보좌관이 2010.10.18.매각허가결정을 하자, 재항고인은 2010.10.25.항고장이라는 서면으로 위 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 나. 위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받은 제1심 법원 판사는 이의신청인에게 아무런 보정을 명하지 아니한 채 2010.11.1.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항고보증금을 공탁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이의신청을 각하하는 취지로 재항고인의 2010.10.25.자 항고장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였다. 다. 원심(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은 위 매가가허가결정이의신청 각하에 대한 항고를 기각하였다. 3. 대상 결정의 취지 가.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2011.4.14.자 2011마38 결정(이하, '대상 결정'이라고 함)을 통하여 "…사법보좌관의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 받은 단독판사 등은 이의 신청시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으로 매각대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법원이 인정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공탁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붙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의신청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공탁을 명하거나 그 서류를 제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정을 명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이의신청인이 이를 보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붙이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유는 사법보좌관 규칙에 따른 것이다. 즉,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단독판사 등이 처리하는 경우 항고·즉시항고 또는 특별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2항 내지 제10항에서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1항),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는 때에는 민사소송 등 인지법 또는 해당법률에서 정하는 인지, 보증제공서류 등을 붙일 필요가 없으며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4항),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5항의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사건을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판사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 또는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인가하고 이의신청사건을 항고법원에 송부하며, 이 경우 이의신청은 해당법률에 의한 항고 또는 즉시항고로 보고(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 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의 경우 이의신청에 민사소송 등 인지법 또는 해당 법률에서 정하는 인지, 보증제공서류 등이 붙어 있지 아니한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의신청인에게 보정을 명하고 이의신청인이 보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각하여야 한다(사법보좌관 규칙 제4조 제6항 제6호)"고 한다. 4. 위 결정의 문제점 그런데,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가. 하위규칙이 상위법률의 입법취지를 몰각함 1) 대상결정의 논리는 사법보좌관 규칙에 의존하고 있는 바, 위 사법보좌관규칙은 법원조직법에 근거하고 있다. 즉, 법원조직법 제54조 제1항에서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에 사법보좌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 사법보좌관이 행할 수 잇는 업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를 터잡아 사법보좌관규칙에서는 법원조직법 제54조 제2항 각호의 업무 가운데 일부를 처리하도록 하는 한편, 이중 즉시항고 등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단독판사 또는 합의부(단독판사 등)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 즉시항고 또는 특별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단독판사 등이 처리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때 이의신청사건을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이의신청이 이의신청방식을 정한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 내에 흠을 보정하도록 명하고 이의신청인이 흠을 보정하지 아니한 때와 이의신청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결정으로 이의신청을 각하하도록 하고, 이의신청이 이의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경정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4항 1항 내지 3항). 2) 사법보좌관법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보장한 기본취지는 무엇인가? 사법보좌관은 보좌관일 따름이지 헌법이 인정하는 법관이 아니다. 사법보좌관은 단순히 법관을 보좌하는 행정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법보좌관규칙은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사법보좌관법 제2조 2항 참조)고 하더라도, 사법보좌관은 법관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며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사법보좌관의 처분이 외형적으로 사법부의 결정 내지는 판단의 형식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의 결정이나 판단이 아닌 행정기관적 처분인 까닭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사법심사와 동일 또는 유사한 통제를 하여야 하고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 사법보좌관법의 입법 취지인 동시에 대법원 판례의 태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3)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법관에 의한 재판을 보장하자는 것이므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사법보좌관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에 있어서 보정기간을 보장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사법보좌관도 법관을 보좌하는 자이고 그 이의신청 대상이 되는 결정이 민사집행법의 규정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상 그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야 하고 민사집행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나.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무력화 1) 주지하다시피,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에 관하여 그 항고장에 민사집행법 제130조 제3항 소정의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붙이지 아니한 경우 법원이 항고장을 각하함에 있어 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공탁을 명하거나 그 서류를 제출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보정명령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민사집행법으로 개정되기 전부터 내려온 확립된 대법원의 태도였고 민사집행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변함 없이 지속되어 온 것이었다(대법원 1991.2.13.자 90그71 결정; 대법원 1992.3.6.자. 92마58 결정; 대법원 1995.1.20.자 94마196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6.11.23.자 2006마513 결정 등). 이는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입법취지가 매각허가결정에 불복하는 모든 항고인에 대하여 보증금을 공탁할 의무를 지움으로써 무익한 남항고를 제기하여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는 점 및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는 이해관계인이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신청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만 할 수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2) 그런데, 대상 결정으로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규정은 거의 사문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경매사건의 거의 대부분을 사법보좌관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상판결의 결정으로 이의신청인은 아무런 담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사법보좌관이 행한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함으로써 상당한 보정 기간까지 말미를 얻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매각허가결정 이후의 경매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남항고를 방지하려는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규정은 대상 결정으로 인하여 입법취지가 흔들리게 되었다. 3) 더 나아가 사법보좌관 제도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법관이 직접 매각허가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결정에 항고하는 절차를 밟아도 보증을 제공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제공하지 않으면 1주일 이내에 항고를 각하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사법보좌관이 매각허가결정을 내린 경우 보증의 제공과는 상관 없이 상당한 보정 기간을 허여하여야 하는데 이로써 경매절차가 더 더디게 된다. 이는 법관의 업무를 보좌함으로써 업무의 신속을 기하려는 사법보좌관 제도의 기본취지와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5. 결어 가. 대상 결정이 선고된 이후 일선 법원에서 다소간의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하다. 채무자나 소유자 물상보증인 등은 매각허가결정이후에도 보증의 제공 없이도 경매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는 방안이 생긴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시간의 낭비이다. 나. 민사집행법 제130조의 입법취지와 사법보좌관제도의 목적을 거슬려 가면서까지 사법보좌관이 내린 매각허가 결정 대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보정 명령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상 결정은 재고를 요한다.
2011-07-28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1-07-04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 차익이 이자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2003년부터 2006년 초반까지 사이에 엔화정기예금의 이자(약 연 0.05%)는 과세대상에 포함되지만 소득세법상 선물환차익(약 연 3.6%)은 비과세되어 3개월의 정기예금으로도 이자율 연 4.31%(세전)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로 고액의 예금고객으로부터 원화를 받아 엔화로 환전하여('현물환거래') 엔화정기예금에 가입시키고('엔화정기예금거래') 거래 당일 예금만기와 일치하는 날의 선물환율을 적용하여 엔화를 매입하는 약정을 함으로써('엔화선도거래') 원금 및 이익금을 다시 원화로 돌려주는 방식의 현물환거래와 엔화정기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함께 이루어지는 거래('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하였고, 예금만기에 고객에게 엔화정기예금의 이자를 지급하면서는 원천징수를 하였으나 선물환거래로 발생한 이익('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소득으로 보아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라 원고에게는 금전의 사용기회가 제공되고 고객에게는 그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보아, 선물환차익까지도 포함한 전체 이익이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 소정의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며 원고에게 선물환차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동시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고객들에 대해서는 선물환차익을 금융소득에 합산하여 종합소득세 과세처분을 하였다. 2. 소송경과 피고 외에 다른 과세관청에서도 엔화스왑예금거래를 한 다수 은행과 고객에 대하여 동일한 논거로 과세를 하였고 이에 대해서 다수의 은행과 고객들이 불복하여 전국적으로 수 십여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상 판례의 사안이 선행사건으로 진행되어 제1심과 원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나 다수의 후행사건에서는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3. 판결요지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은행과 고객간의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선물환계약과 엔화정기예금계약은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이고 선물환계약이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에 포함되어 일체가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물환계약으로 인한 선물환차익은 예금의 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구 소득세법(2006.12.30.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나 제9호, 제13호에 의한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쟁점의 정리 우리 소득세법은 과세대상으로 규정한 소득에 대하여만 과세하는 열거주의 과세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소득세법상 열거되지 않는 선물환차익이나 외환매매이익은 비과세 소득이 된다. 한편,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제3호 및 제9호에서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을 이자소득의 하나로 열거하면서 2001.12.31.부터는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의 형태인 제13호('쟁점조항')를 신설하여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 역시 이자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의 선물환차익에 대한 과세는 다수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하여 시도된 최대 금액의 과세로서 2005년경부터 6년 이상 실무 및 학계에서 그 과세처분의 적법성이 주요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원심에서는 선물환거래에 대한 커버거래와 선물환거래나 엔화예금거래가 실제로 행하여졌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으나 상고심에서는 엔화스왑예금거래를 구성하는 개별거래의 진정성을 전제로 이 사건 선물환차익이 쟁점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지가 주로 문제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열거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소득세법 과세체계 하에서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과세를 위하여 도입된 쟁점 조항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달리 말하면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쟁점 조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이다. 2.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범위 및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도입 이자란 금전을 대여하여 원본의 금액과 대여기간에 비례하여 받는 돈 또는 그 대체물이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은 당해 연도에 발생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1호), 내국법인이 발행한 채권 또는 증권의 이자와 할인액(2호), 국내에서 받는 예금의 이자와 할인액(3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매매차익(9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10호) 등을 이자소득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나아가 이들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13호)도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포괄적 이자개념을 설정하고 있다. 위 제1호, 제2호 및 제3호 등은 전형적인 이자소득이나 제9호 및 제10호 등은 다른 소득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은 2001.12.31.소득세법의 개정을 통해 유사한 소득은 동일하게 과세함으로써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과세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쟁점조항이 도입되기 이전 판례는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구상권에 포함되는 법정이자가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의 일종인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고(대법원 2004.2.13.선고 2002두5931 판결), 현행 소득세법 기본통칙 16…1, 2도 장기할부나 지급기일 연장 등에 따른 추가지급금액, 손해배상금에 대한 법정이자 등 그 경제적 기능이 이자에 유사한 경우라도, 거래 내용이 자금의 사용이 아닌 경우는 이자소득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는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회원의 퇴직·탈퇴 전에 지급되는 목돈급여와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은 구 소득세법에서 정한 '예금의 이자'와 성격이 유사하고 담세력도 대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에는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대법원 2010.2.25. 선고 2007두18284 판결)고 판시하여 쟁점조항의 성격에 대한 향후 판례의 입장이 주목되었다. 3. 평석: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법적 성격과 선물환차익의 소득구분 대상판례는 우선 선물환차익을 예금의 이자와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엔화스왑예금거래상의 현물환거래, 엔화예금거래 및 선물환거래가 동일 당사자 사이에 같은 날 동시에 체결되었더라도 엔화의 매매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선물환계약은 자금의 대여거래와는 명백히 구별되므로 이를 예금의 이자소득과 유사하지 않다고 본 대상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직장공제회 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의 경우 자산의 매매가 없으므로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예금의 이자와 유사하다고 본 판례와는 구별된다. 다음으로, 대상판례는 선물환차익이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과 유사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선물환차익은 은행이 고객에게 엔화를 매도한 다음에 90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그 매도금액에 선물환차익 상당을 더한 금액으로 매수한다는 점에서 고객이 얻는 선물환차익은 환매조건부 매매이익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이 제9호가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으로 이자소득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대상판례가 채권이나 증권이 아닌 엔화의 환매차익에 해당하는 이 사건 선물환차익을 같은 항 제9호의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소득과 유사한 소득이 아니라고 본 것 역시 정당하다.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대상판례의 태도는 종전 판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와의 관계에서 세법에 산재하는 포괄적 과세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특정한 거래가 부당행위계산부인에 관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1호 내지 제8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9호를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즉, 납세자의 거래행위가 법인세법 제20조에서 정한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하여 법인세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각 호 소정의 부당행위유형 중 제4호와 제9호의 해당성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에서 그 거래행위가 만일 그 제4호에서 정하는 출자자 등으로부터 자산을 시가를 초과하여 매입하거나 출자자 등에게 자산을 시가에 미달하게 양도하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제9호가 정하는 행위유형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5.10.선고 95누5301 판결). 또한 소득세법 부당행위계부인 규정에 관하여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한바 있다(대법원 1999.11.9.선고 98두14082 판결). 소득세법 제16조는 쟁점조항에서 소득세법 제1항 제1호 내지 제12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사용에 따른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그에 앞서 제1항 제9호에서 이자소득의 명시적 유형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고 규정하였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4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라 함은 금융기관이 환매기간에 따른 사전약정이율을 적용하여 환매수 또는 환매도하는 조건으로 매매하는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을 말한다고 구체적으로 그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문의 체계와 구성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의 경우에는 비록 경제적인 측면에서 금전의 사용대가적 성격이 있지만 채권이나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이자소득으로 구분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로 보인다.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0호의 경우에도 특별히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의 경우만을 이자소득으로 보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25조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이란 다른 제한적인 요건과 함께 보험료의 납입일로부터 만기일까지의 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고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컨대 만기 11년인 저축성 보험의 보험차익은 위 제10호의 이자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제10호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고, 이러한 소득은 위 제13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전형적인 이자소득과는 달리 이러한 유형의 소득은 제한적으로 이자소득에 편입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만일 그와 달리 소득세법 시행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이나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본다면 거래의 예측가능성과 조세법률주의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문언의 의미를 현저히 반감시킬 것이다. 4. 결어 쟁점조항의 신설 이후 대법원 2007두18284 판결은 직장공제회초과반환금 중 종합복지급여의 부가금 등이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이자소득의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의 적용범위를 다소 넓게 해석하였으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의 쟁점조항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파악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하였다. 대상판례는 유형별 포괄주의 조항에 대해서도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엄격해석의 입장을 견지하였고, 소득구분에 관한 사법적인 잣대에 의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선례적 입장을 취하였으며 또한, 파생 금융상품의 과세문제에 대해서 중요하고도 의미있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례의 논거와 결론에 찬동한다.
2011-06-13
건축신고반려행위의 법적 성질
Ⅰ. 사실의 개요 1. 원고는 청주시 상당구 월오동 임야 8,752㎡ 중 500㎡(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지상에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각 95.13㎡로 하는 1층 단독주택을 신축할 계획으로, 2006.5.19. 경 피고(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이 사건 토지를 대지로 형질변경하여 위 건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신청 및 건축신고를 하였다. 2. 피고는 2006.6.23. '이 사건 토지에 접하는 진입도로가 녹지를 가로지르는 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도시공원 및 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 규정에 의거 건축법상 진입로를 위한 완충녹지점용이 불가하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및 건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거 진입도로가 미확보되어 개발행위허가 및 건축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 등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토지로 연결되는 진입로가 이미 개설되어 있으므로 진입로 미확보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 관련법령 및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녹지점용허가기준에 관하여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녹지점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녹지점용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Ⅲ. 제1심판결(청주지법 2007.7.11, 2006구합1611) 요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주된 근거로 삼은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대한 지침 제4조를 보더라도, 녹지를 가로지르는 진입도로에 대하여는 '건축법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나 이면도로가 개설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점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진입도로를 이 사건 토지에 이르는 진입로로 이용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고 도로를 개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진입도로에 관하여 녹지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원심판결(대전고법 2007.12.6, 2007누1536) 요지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Ⅴ. 상고심판결(2008두167) 요지 1. 직권으로 본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2. 건축주 등은 신고제하에서도 건축신고가 반려될 경우 당해 건축물의 건축을 개시하면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벌금의 대상이 되거나 당해 건축물을 사용하여 행할 행위의 허가가 거부될 우려가 있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Ⅵ. 평 석 1. 판결의 긍정적 측면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건축신고반려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으로 인정하였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올바른 판단이다(상세는 김남진, "건축신고반려조치의 법적 성질", 법률신문 2000.12.28. 등 참조). 다른 학자가 본 판례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평한 것에 동조하는 바이다(김중권, 법률신문 2010. 12. 6. 참조). 대법원은 종래에 [건축신고의 반려행위 또는 수리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1967.9.19. 선고 67누71 판결, 대법원 1995.3.14. 선고 94누9962 판결, 대법원 1997.4.25. 선고 97누3187 판결, 대법원 1998.9.22. 선고 98두10189 판결, 대법원 1999.10.22. 선고 98두18435 판결,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8800 판결 등)을 하였던 것인데, 본 판결(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2. 판결의 부정적 측면 본 사건에서 문제된 "건축신고반려행위"는 신고를 통해 초래된 건축금지해제의 효과를 배제하는, 혹은 거부하는 "행정청의 개별 구체적 규율"로서의 행정행위 또는 처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제14판, 186면이하 참조). 다른 학자가 이 사건에서의 신고반려행위를 禁止下命으로 보고 있음도 같은 취지이다(김중권, 전게 판례평석 참조). 행정소송법(및 행정심판법)은 "처분"에 대하여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제2조 제1항 2호)으로 정의해 놓고 있다. 본 사건에서의 "건축신고반려행위"가 "처분"에 해당함은 위 실정법규정 및 그에 대한 설명(김남진/김연태, 전게서, 746면이하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건축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는데 불필요한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아울러, 김남진, "대법원의 처분개념에 대한 의문", 법률신문 1999.12.13. 참조) 3. 확인적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그 "신고반려행위의 처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라고도 부연 설명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은 "항고소송의 대상적격(처분성)"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인소송에 있어서의 확인의 이익 내지 원고적격"에 관하여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기회에 "확인소송으로서의 공법상 당사자소송"의 활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행정소송과 관련하여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에만 메달리지 말고, - 특히 처분성이 명확하지 않은 행정작용에 대하여도 - "공법상의 당사자소송(특히 확인소송)을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구제의 길을 넓히자고 하는 것이다(이에 관한 상세는 김남진, "처분성확대론과 당사자소송활용론", 고시연구, 2005.3; 同人, "행정상 확인소송의 가능성과 활용범위", 고시연구, 2005.5. 참조)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자의 보다 깊은 연구(김현준, "처분성없는 행정작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서의 확인소송", 공법연구 제37집 제3호, 2009. 2)를 참조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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