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30일(목)
지면보기
구독
My Lawtimes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ED%88%AC%EC%9E%90%EC%9D%BC%EC%9E%84%EC%97%85
검색한 결과
106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집합건물 경매와 대지권 성립 전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 소멸여부
1. 문제의 제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는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6. 3.10. 선고 2004다742 판결). 다만, 위와 같은 일체불가분성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구분건물의 대지사용권을 전유부분과 분리처분이 가능케 한 규약이나 공정증서가 있는 때에는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이 배제되어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대지사용권에는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 6.10. 자 97마814 결정). 이러한 경우,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못하는 구분소유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7조). 요컨대, 집합건물법상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은 강행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대지권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대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일체로서 경락되었다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함이 없는 한 소멸한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나대지상의 근저당권을 합리적 근거 없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2.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상호신용금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번생략 대 287.5㎡(이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1. 6.19. 접수 제61762호로 채권최고액이 750,000,000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그 후 이 사건 토지 지상에는 철근콘크리트조 스라브 위 아스팔트 슁글 4층 다세대주택 1 내지 4층(지하 101호, 102호, 1층 101호, 2층 201호, 202호, 3층 301호, 302호, 4층 401호, 402호 9세대) 각 129.84㎡, 지하층 139.84㎡인 건물 1동(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 건축되어, 서울지방법원 강남등기소 1992. 1.13. 접수 제2555호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해서는 이 사건 다세대주택의 대지권의 목적인 취지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① 지하 102호는 피고 1이 1994. 7.19. 서울민사지방법원 93타경3420 강제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4. 10.2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② 4층 401호는 피고 2가 1993. 5.2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22443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3. 6. 2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③ 4층 402호는 피고 3이 1993. 9.14. 서울민사지방법원 92타경40564 임의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아 1998. 6.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층 402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4층 401호의 낙찰허가결정문에는 그러한 기재가 없는 대신 "이 사건 등기부 표시란(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에 기재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근저당권 1991. 6.19. 제61762호 7억5,000만원)는 존속시켜 이를 경락인이 인수하도록 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대한상호신용금고는 1998. 10.15. 서울지방법원에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법원은 1998. 11.9. 임의경매개시결정을 하였다(98타경84146). 2002. 6.20. 위 서울지방법원 98타경84146 임의경매절차에서 원고는 피고 1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과 피고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을, 선정자 2는 피고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을 각 낙찰받아 2002. 7.29.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한편, 위 임의경매절차에서 지하 101호 소외 2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2층 201호 소외 3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30.13), 3층 302호 소외 4의 대지권 지분(287.5분의 27.37)은 소외 5가 각 낙찰받아 2002. 7.22.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는 2002. 7.22.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1층 101호(287.5분의 57.5), 2층 202호(287.5분의 27.37), 3층 301호(287.5분의 30.13)만에 관한 대지권이라는 취지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는 피고 1, 2에 대하여, 선정자 2는 피고 3에 대하여 각 토지사용료를 청구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구 민사소송법(2002. 1.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08조 제2항 및 현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에 의하면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경락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사용권인 토지공유지분이 일체로서 경락되고 그 대금이 완납되면, 설사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라 할지라도 경매과정에서 이를 존속시켜 경락인이 인수하게 한다는 취지의 특별매각조건이 정하여져 있지 않았던 이상 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저당권에 해당하여 소멸한다. 이 사건 다세대주택 중 지하 102호, 402호의 경매절차에서 피고 1, 피고 3이 각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도 경락받았고, 이때 이 사건 토지 중 위 각 피고가 취득한 대지권 지분에 관한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도 이미 소멸한 것이다(=원고, 선정자 2의 피고 1, 3에 대한 청구기각). 한편, 401호의 경우 피고 2는 대한상호신용금고의 근저당권을 경락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하에 위 401호를 그 대지권과 함께 경락받은 것이므로, 피고 2는 그 후 401호의 대지권에 해당하는 토지공유지분을 경락받은 원고에게 토지사용이익의 부당이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인용). 4. 검토의견 생각건대, 이 문제를 오로지 특별매각조건의 문제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집행법원이 낙찰허가결정서에 특별매각조건으로 일정한 사항을 기재하는 것과 무관하게 경락인이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집행법원이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실체적 권리관계가 변동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건과 같이 토지만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집합건물이 건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집합건물등기부등본 표제부 '대지권의 표시'란에는 "별도등기 있음"으로 공시되어 있고, 누구든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에 설정되어 있는 권리관계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401호의 경우에 비추어 보건대, 집합건물등기부상 "별도등기"로써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법원의 낙찰허가결정에 이 사건 근저당권의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근저당권의 제한 없이 각 세대의 전유부분과 함께 그 대지권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대법원 2007. 4.13. 선고 2005다8682 판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미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어 있는 경우 그 이후 집합건물이 신축되고 각 세대별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가 경료되고, 이후 이중 일부 세대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낙찰받은 자는 위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2005다8682 판결에 대한 해설(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 740면)이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낙찰허가결정에서 선행가압류등기의 존부 및 인수여부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경락인이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굳이 그 조건을 분류하자면 특별매각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실무에서 특별매각조건으로서 운용되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 사건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지하 102호 및 402호의 경우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이 포함된 점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근저당권의 존속여부와는 무관하다 할 것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경매에 있어서 비록 경매신청서에 대지사용권에 대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경우에도 집행법원으로서는 대지사용권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 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입찰기일의 공고와 입찰물건명세서의 작성에 있어서도 그 존재를 표시해야 할 것인 바(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는 것이므로 일괄경매를 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이 일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건물의 입찰가격에 대지권의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면 경락인이 구분건물을 취득하면서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대지권 성립 이전에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저당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근저당권은 경락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을 들어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이라도 토지공유지분에 대한 범위에서는 매각부동산 위의 부담에 해당하여 소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본래 나대지상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권의 교환가치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지상의 건물 축조의 중지까지 구할 수 있는 방해배제권능을 갖는 권리(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3다58454 판결)라는 점과도 일치할 수 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집합건물의 등기부에 대지권을 표시하면서 대지권의 목적이 된 토지상에 설정된 각종 부담을 공시하는 이유는 집합건물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함에 있는 것이고, 집합건물의 표제부에 "별도등기 있음"으로 기재하여 이러한 제한물권 또는 가압류 가처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은 그 이후 이루어진 개개의 집합건물에 대한 경매와는 상관없이 별도등기로써 공시된 물권으로 존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구분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그 인수여부가 특별매각조건으로 정하여져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고, 각 집합건물의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대지권의 가치까지 지불하였는지 여부와도 무관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대지권 성립 전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근저당권이 그 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대지권 등기 및 집합건물에 대한 한 차례 경매로 인하여 소멸한다는 기이한 결과가 되는 바,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근저당권이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그 결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0-03-15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허용이 신의칙·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례
Ⅰ. 사실관계와 판결요지 1. 사실관계 X(원고, Y의 처)와 Y(피고, X의 남편)는 1990년 12월12일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로서 그 사이에 사건본인 S1(1993년생)갨2(1994년생)를 출산하였는데, X는 Y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던 중 1997년 11월30일 가출하여 따로 생활하다가 2003년 9월30일 Y의 설득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 왔으나 한달 만인 2003년 10월30일 다시 가출하였다. X가 잠시 가정에 복귀한 기간을 제외하고, 11년이 넘게 X와 Y는 각자의 주거지에서 별개로 생활해오다가 X는 2007년 초에 소외 M과 현재까지 동거하면서 그들 사이에 2009년 2월12일 다리가 기형인 딸(D)을 출산하였다. S1갨2들은 X갳의 별거기간동안 Y의 어머니(G)의 도움으로 양육하여 왔으며 원심변론 종결일에 S1갨2는 각 고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생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건 조정기일에서 X는 D의 치료·양육을 위해 가족관계등록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Y와의 혼인의 해소를 주장하였고 Y는 X의 가정복귀를 원하여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제1심판결은 X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광주고법)은 2009년 6월5일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X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2. 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의 요지(1심판결의 취소·이혼) :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에 이르고 부부간의 어린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상대방이나 자녀가 이혼으로 인하여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처하게 되는 등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당해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해서는 아니된다(각판공보, 2009. 8.10.). 대판요지(상고기각) : 원고와 피고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 Ⅱ. 판례평석 1. 머리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란 혼인관계의 파탄에 전적으로 주로 책임있는 배우자로부터 그 파탄을 이유로 하는 이혼청구이다. 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신의칙·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용함으로써 종래의 소극적 파탄주의에 한정되어 왔던 입장에서 커다란 전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고는 본 판결의 의의와 금후의 과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 판례연구 (1) 본 판결에서의 논의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 판례입장의 전환 여부와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 법리'로의 전환여부이다. 또한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가 '사실혼'이냐 하는 점이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종래의 판례입장(기각)의 전환 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학설의 동향 판례의 동향 : 대법원의 1965. 9.21. 판결(65므37)은 축첩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를 정면으로 배척한 소극적 판결의 효시이었다. 대법원의 1987. 4.14. 판결(86므28)은 상대방이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상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고 있다(법원공보 801호: 같은 취지; 대판 1996. 6.25. 1994므741). 학설의 동향 :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일반론'의 안이한 적용은 엄격하게 좁혀야 하고 피고에게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김주수, 친상법 p203~ 204)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의 별거기간이 지나면 유·무책사유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견해(한봉희, 가족법 p161)가 주류이다. 그밖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자의 이익을 위해 일정기간, 이혼을 유예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이희배, 가족법학논집 p1,046~ 1,049). 외국의 판례 : 일본최고재판소의 1987. 9.2. 판결(소화61오260호)은 부부의 별거가 상당히 장기간 등의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용인함이 사회정의에 반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청구란 한 사유만으로 불허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川井 健, 강좌 현대가족법, 2권 p216~219) 2) 종래의 판례 입장 전환여부 가) 종래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판례의 입장 대법원의 종래 판례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하였으며(대판 1989. 10.24. 89므429), 예외로 인용하는 입장이었다. 즉, 피청구인의 이혼의사가 명백한 경우(대판 1987. 12.8. 87므44), 오기 보복적 반감으로 표면상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대판 1987. 9.22. 86므87), 청구인의 유책성이 피청구인보다 가벼운 경우(대판 1990. 3.27. 88므375), 유책행위와 파탄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대판1988. 4.25. 87므9), 청구인용이 사회정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서가판 1999. 5.27. 98드32995; 일본최고재판 1987. 9.2. 소화61오260호) 등을 들 수 있겠다. 나) 본건 대판의 입장 전환 원심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시를 하고 있다. 본건 대판도 신의칙에 비추어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용의 판결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은 대법원 판결로서는 본 판결이 처음인 것 같다.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를 극복하고 전면적 적극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3) 본 판결의 '이혼파탄주의법리'로 전환여부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의 배경 본 판결은 원고의 유책성을 '신의칙'에 입각하여 그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원심판결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사회정의'에 비추어 그 인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태도에 '변경'을 가져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는 점에 그 역할의 의의를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 이 판결을 계기로 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서는 '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의 태도에서 진일보 하여 '원칙적 인용-예외로 이혼유보'의 방향의 발전을 거쳐 종국적으로는 전면적 파탄주의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3. 여론 청구인과 소외인(M)과의 신분관계는 혼인신고 가능상태가 아닌 점에서 '사실혼'이 아니고(대판 1987. 2.10. 86므70, 대판 1978. 10.3. 78므37, 대판 1984. 8.21. 84므45 참조), 피청구인과의 이혼합의 없는 일방적 별거 중이므로 '중혼적 사실혼'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이해된다(대판 1996. 9.20. 96므530 참조 : 이희배, 가족법판례연구 p481~482 참조). 4. 맺는말 이 판결의 의의는 원칙적 이혼규범의 2중상태가 수정되어, 종래의 재판규범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변경'의 역할을 하였다고 할수 있다. 또한 제한적 파탄주의(원칙적 기각-예외로 인용)에서 발전하여 전면적 파탄주의를 지향한 진일보한 판결이라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전면적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래의 오랫동안 제한적 파탄주의에 한정하고 있던 판례의 '변경'을 가져 온 섬세한 조정의 역할을 하였으며, 우리나라 이혼법 발전에 커다란 전기가 되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2010-03-08
등록무효심결 확정된 선등록상표도 비교대상 상표로 될 수 있다는 상표법 조항의 위헌성
1. 사안의 개요 청구인은 전기침대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서, 1987.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는데, 청구외 박○○이 1998.경 '장수'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하였으며, 그 후 청구인은 다시 2001.경 '장수★★★★★'를 상표로 출원·등록하였다. 청구인은 위 박○○의 상표에 대하여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2004. 7.23. 무효심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한편 이해관계인 이○○은 2006.경 청구인의 등록상표 '장수★★★★★'가 소멸등록된 박○○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역시 무효심결이 내려졌다. 이에 청구인은 특허법원에 위 무효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상표법 제7조 제3항 본문 중 괄호부분{"제1항 제7호 및 제8호의 규정은 상표등록출원시에 이에 해당하는 것(타인의 등록상표가 제7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에서 괄호부분 중 제7호에 관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헌재는 2009. 4.30. 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다. 2. 결정의 요지 우선, 상표등록출원의 경우 특허청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과 관계없이 후출원상표의 출원시에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타인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되어 소멸한 뒤 곧바로 후출원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상표에 대한 오인·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나, 이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8호 등에 의하여 해소되고 있으므로 상표등록출원시에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하여 상표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다음, 등록무효심판의 경우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 확정시 이미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가 공존하고 있었으므로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에 기여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무효의 소급효'에 배치되어 전체 상표법 체계에 혼란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후출원자는 선등록상표가 무효로 확정된 이후에도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후등록상표가 무효로 됨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이 재산권인 상표권과 당해 상표를 이용하여 직업을 수행할 자유를 침해받게 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는 반면, 정당한 후출원상표권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공현의 합헌취지의 반대의견이 있다). 3. 평석 가. 문제의 제기 어느 상표의 출원시에는 동일·유사한 선등록상표(비교대상상표, 인용상표)가 존재하고 있었으나 출원 후에 그 비교대상상표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적용할 것인가 여부는 거의 20여년 전부터 대법원과 특허청의 입장이 대립되던 문제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 대법원은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1991. 3.22. 선고 90후281 판결)한 이래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으나, 특허청은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심사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계속 등록거절심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특허청은 1997. 8.22.자 상표법개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괄호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적으로 그 입장을 관철하였고, 대법원은 개정된 법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다만, 그 제한적 해석은 특허법원 2005. 8.18. 선고 2004허8787 판결 참조). 그런데 대상결정에 따라 위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고,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의 기존입장을 지지한 셈이 되었지만, 표면적인 초점은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 사건의 쟁점 (1) 제한되는 기본권 우선 이 사건 결정에서는 상표권이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 보고 이를 제한되는 기본권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 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상표권의 헌법적 보호근거에 대하여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속한다고만 할 뿐 헌법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일견 헌재가 특허권 등에 관해서는 제22조 제2항을 그 근거로 명시하고 있는 점(헌재 2002. 4.25. 2001헌마200 결정 등)과 비교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타당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헌법 특유의 제22조 제2항의 체계적 지위에서 볼 때, 제22조 제2항은 저작권 등 창작법에 속하는 권리보호에 관하여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상표권 등 표지법의 영역에 속하는 권리들은 제23조에 의하여만 보장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러하다. 다음 제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선택된 직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현실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본다면 제품조달 그리고 영업라인 조직, 마케팅 등이 이러한 범위에 속한다 할 것이고 여기에 상표법상 상표의 정의를 대조하여 보면, 청구인과 같은 상품의 생산·판매자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원하는 상표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역시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 위헌심사기준 우선 재산권으로서의 상표권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면, 어떤 요건을 갖춘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상표권으로 보호하여 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여지가 인정되므로 상표권의 발생에 관하여 등록주의와 사용주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부등록 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록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시점에 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위헌심사기준을 보건대, 헌재는 직업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적으로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보아 다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왔다(헌재 2009. 9.24. 2006헌마1264 결정). 그러므로 대상결정에서는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에 모두에 대해서는 일단 완화된 비례의 원칙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상결정 이유를 보면 그 타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산권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직업수행의 자유에 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직업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제재를 하는 등의 제한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 점에서 위헌성의 구체적 논증이 필요하다고 보임에도 이를 생략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3) 재산권 침해 여부 (가) 우선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7호의 입법목적에 관해서는 비교법적으로 선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보호(사익보호) 규정이라는 입장(영미, 독일, 프랑스)이 강하지만, 우리나라 및 일본의 경우 종래의 출처혼동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공익보호) 규정으로 취급하여 왔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입법목적을 보면 사익보호라는 측면은 아예 제외될 것이고, 그 목적은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은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법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소급효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까지 후출원상표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합헌설의 근본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 상표등록출원의 경우에는 대상결정 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등록무효심판의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즉, 선등록상표의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그 상표등록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므로, 무효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등록상표가 존재하고 있었던 객관적인 사실과 그로 인하여 일반소비자들의 상품출처의 오인·혼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나, 법정의견과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역할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법정의견은 그 확정 이후에 새로이 후등록상표를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미 발생한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소급효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선등록상표의 무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또다시 출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므로 장래 소비자의 오인·혼동이 유발될 상황이 보다 많이 예측된다는 점을 각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정의견은 선등록상표권자의 보호라는 목적은 물론 소비자의 오인·혼동을 방지라는 목적에조차 전혀 기여가 없으면서 후출원자의 상표권만 제한한다는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 도입 전의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표등록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소급효에만 집착한 나머지, 상표등록무효의 소급효가 타인의 상표사용가능성에만 적용되지 상표등록가능성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님에도 이러한 차이점을 간과한, 상표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달로, '상표무효의 효과에 있어서 상표의 사용가능성과 등록가능성', 판례월보 329, 330호)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 견해는 상표등록무효는 일반 법률행위의 무효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제7호를 굳이 예외적으로 '출원시'로 규정한 취지(참고로 일본은 '등록시'이다)는 어떤 상표의 출원시 인용상표가 존재하면, 사후적으로 인용상표가 소멸되는 등 권리변동이 생겨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 심결함으로써 심사의 법적안정성과 심사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바 그런 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을 포함한 제7조 제3항 자체의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에 관한 과거 대법원 판례도 결국은 소급효 자체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소급효를 통하여 후출원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뒤집을 상표법의 기본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이 없으며, 종국적으로 등록무효심판의 기준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는 상표법에 관한 입법정책일 뿐인 점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대상결정은 그 입법목적에 관련하여 후출원상표보호를 재산권적 측면에서 검토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점에서 논의의 시각이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 또한, 법정의견은 '상표등록 심사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제고'만으로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이 소비자의 오인·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달성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문이고, 나아가 특허청의 입장 뿐 아니라 후출원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표등록관계의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역시 가볍게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위헌성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남게 될 상표심사업무 내지 상표등록관계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상표법 제85조 등이 정한 재심관련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선등록상표를 무효화시킨 후 1년이 경과하면 다시 당해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는 조항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4. 대상결정의 의의 헌재가 설립된 이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결정례는 매우 소수인데, 특히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본건이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대상결정은 과거부터 이론적·실무적으로 논란이 컸던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써 과거 대법원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결정은 향후 지적재산권법 관련 입법시에 고려하여야 할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단순히 상표법의 세부적인 특징이나 상표심사실무상의 편의성(반대의견을 통하여 특허청 실무의 입장도 상당부분 현출된바 있다) 등에만 촛점을 둘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적정한 정보질서, 재산권보장 등의 시각에 서 사전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자, 그러한 논의의 필요성이 실무와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례라고 볼 것이다.
2010-01-25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용도폐지공공시설의 무상양도신청의 거부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피고가 2002년 11월5일 원고들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다음을 포함한 54개 항목의 승인조건을 부가하였다: 사업계획부지 내에 포함된 도로는 행정재산 용도폐지 후 사업주체가 착공 전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제16항), 사업부지에 포함되어 있는 국·공유지는 착공신고 전까지 소유권을 확보할 것(제32항). 그런데 원고들은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매수하여 착공신고 전까지 매수하여 소유권을 확보하라는 이들 승인조건과 관련하여 2003년 7월24일 피고에게 사업시행지에 속해 있는 피고 소유의 별지목록 기재 각 토지를 무상으로 양도하여 달라는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3년 8월25일 원고들에게 용도폐지 토지의 무상양도 여부는 피고의 재량인 점,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의 유상으로 매수한다는 이 사건 승인조건을 수용할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여 이에 따라 이 사건 승인조건이 부가된 점, 관내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및 유사 민원의 재발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무상양도를 거부함과 아울러 기존의 이 사건 승인조건대로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조속히 매입하라고 통지하였다. Ⅱ. 判決의 要旨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되려면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국민에게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의 근거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84. 10.23. 선고 84누22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제소기간이 이미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생긴 행정처분에 대하여는 개별 법규에서 그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거나 관계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신청권이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에게 그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신청권이 있다 할 수 없다. Ⅲ. 問題의 提起 해당 조건(제16·32항)을 부담으로 인식한 대상판결과 그 원심(서울고법 2005. 8.18. 선고 2004누22154 판결)은 ‘이 사건 신청’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조건의 변경요청으로 받아들여, 일단 부담의 사후변경의 차원에서 접근을 하였다. 그리하여 대상판결과 그 원심은 (부담의)독립된 행정처분의 인정에서 비롯된 불가쟁력의 발생을 연계시켜, 행정행위의 재심(폐지)가능성의 물음과 관련해서 소극적 입장을 천명하고, 사안에서 거부처분의 성립을 부인하였다. 반면 1심(서울행정법원 2004. 10.12. 선고 2003구합35625 판결)은 전혀 다른 논증을 통해 거부처분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사안을 부관(부담) 및 그것의 변경과는 유리된 차원에서 접근하여 不可爭力의 측면을 분명히 배제하였으며,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33조 제8항의 준용규정에 따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의 공공시설의 무상귀속의 위헌적 요소를 결정적인 착안점으로 삼았다. 이하에선 양자의 구분된 접근방식에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사안상의 該當條件의 法的 性質 여기서 당초의 사업계획승인조건(제16·32항)이 과연 사업계획승인처분의 효력발생과 무관한 의미를 가지는 부관 즉, 부담인지 의문이 든다.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처분을 통해 사업계획의 적합성을 확인받고 합법적으로 건설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건축허가마냥 주택건설허가인 셈이다. 그리하여 건축허가와 마찬가지로 주택건설허가 역시 그 허가권자로선 해당 사업부지 전체에 관한 權原을 가져야 한다. 만약 사업부지의 일부라도 권원이 없다면 허가적격성이 결여된다. 나아가 사안처럼 그 사업부지 내에 도로에 제공된 토지(공물)가 존재할 때, 그 토지가 공용폐지가 되지 않는 한, 설령 아파트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아파트의 소유관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허가적격성의 차원에서 보면, 해당 승인조건은 건설허가로서의 승인처분이 형성효(건설시공)를 의문없이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요컨대 여기서의 승인처분조건은 본체인 행정행위를 보충하는 의미의 부담은 아니며, 본체인 행정행위의 효력을 좌우하는 의미의 조건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조건의 양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승인처분이 건설허가로서 형성효과를 지니며 조건이행의 시점이 공사착공 전까지인 점에서 사안의 조건은 정지조건이라 하겠다(반면 부담으로 보는 견해로 盧坰泌, 불가쟁력이 발생한 행정처분의 변경을 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제68호, 2007. 12., 418면). 이처럼 정지조건의 차원에서 출발하면 ‘이 사건 신청’을 승인조건에 바로 연계시키지 않고 별 어려움 없이 그 취지-대상토지의 무상양도요청-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 사건 신청’은 승인조건을 나름대로 이행하기 위한 또는 착공 전에 사업부지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여 승인조건을 사실상 실효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강구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을 승인처분의 일부(부관)의 변경을 구하는 것으로 볼 순 있겠지만(이를 2심은 명백히 부정한다), 독립된 부담으로서의 승인처분조건의 변경요청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Ⅴ. 독립된 無償讓渡申請의 차원에서의 접근  원고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을 착안점으로 삼아 무상양도를 신청하였다. 기왕의 거부처분인정공식(행정행위의 신청+신청권의 존재)에 의하면, 대상행위의 처분성, 그에 관한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1심은 전자의 물음과 관련해서, 용도폐지된 행정재산(일반재산: 잡종재산)의 양도나 매각이 원칙적으론 私法行爲이지만,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라는 우월한 지위에서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특정한 상대방에게 경제적 합리성을 갖는 통상적인 가격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나 무상으로 국·공유재산을 양도할 수 있는 내용의 재량권을 가진 경우”, 그에 따른 현저히 낮은 가격이나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행정처분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매우 의미로운 논증이긴 하지만(이런 논증에 호감을 표한 문헌으로 崔桂暎, 용도폐지된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신청거부의 처분성, 행정법연구 제14호, 2005. 10., 429면 이하), 결정적으로 대부국유임야대부·무상양여 및 그 거부와 폐천부지양여의 처분성을 부인하는 대법원 1983. 8.23. 선고 83누239 판결과 1985. 3.26. 선고 84누736 판결을 넘어서긴 어렵다. 생각건대 일반재산(잡종재산)의 양여에 관한 기왕의 논증을 벗어나기 위해선, 오히려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도 불구하고”라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私法的 관점을 수정하는 착안점으로 삼고 아울러 공법귀속의 문제에서 實體的 相關關係理論을 적용하면, 동규정상의 무상양도를 공법적으로 접근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요컨대 여기서의 무상양도결정은 私法的 효과(소유권의 무상이전)를 발생시키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이런 單獨的 私權形成的 行政行爲의 또 다른 예가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이다. 대법원 2002. 4.12.선고 2001다38807 판결 참조). 그리고 대법원 1983. 8.23. 선고 83누239 판결 등의 사안은 공공시설의 무상귀속과는 무관하다. 私的 사업자로선, 유상양도를 설정한 사업계획승인조건의 부가에 즈음하여 무상양도의 가능성을 나름대로 모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1998. 11.24. 선고 97다47651 판결은,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부분에 상응하였던 구 도시계획법 제83조 제2항 후단부분에 대해서, “문언에 반하여 ‘무상으로 양도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기속규정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선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에 관한 섬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단부분이 신설 공공시설의 무상귀속을 통한 일종의 國庫的 特權(Fiskusprivilegien)을 규정한 것이라면, 후단부분은 그에 대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양도여부를 전적으로 재량사항으로 보면, 私的 사업자의 지위는 매우 열악한 처지에 놓인다(공공시설 무상귀속의 위헌문제에 관해선, 헌법재판소 2003. 8.21. 선고 2000헌가11, 2001헌가29(병합) 결정 참조). 따라서 용도폐지공공시설의 무상양도를 신설공공시설의 무상귀속에 대한 일종의 제도적 방어기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양자간의 균형추가 신설공공시설의 설치비용범위이다. 이런 식의 접근을 하면 무상양도여부의 재량은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 있으며, 그 귀결은 -1심이 취하였듯이-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에서 요구하는 신청권의 인정이다(무상양도의무의 성립은 별개이다). 1심 역시 동항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상양도에 관한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정당하게 논증하였다(반론, 盧坰泌, 420면). Ⅵ. 負擔의 變更申請의 차원에서의 접근 한편 대상판결과 그 원심은 ‘이 사건 신청’을 기왕의 승인조건(부담)에 연계시켜 부담변경신청으로 접근한다. 그리하여 그것의 거부는 기왕의 부담(행정행위)의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인 셈이고, 관건은 不可爭的 행정행위의 변경신청권의 존부이다. 허나 그런 변경신청권을 명시한 예가 없을 뿐더러, 판례상으로도 공사중지명령해제요구권(대법원 1997. 12.26.선고 96누17745판결)과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대법원 2003. 9.23.선고 2001두10936 판결)에서나 예외적으로 인정되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비록 상례적인 탈출구(관계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신청권이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긴 해도 판례의 기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독일 행정절차법 제51조(不可爭的 행정행위의 재심사)와 같은 명문규정이 없는 이상, 독일에서의 광의의 재심사에 착안하여 행정행위의 폐지(취소·철회)의 일반론에 의거하여 접근할 수 있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협의의 재심사(행정절차법 제51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데, 오늘날 다수 경향은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재심사에 대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과 (재량축소의 경우엔) 재심사청구권의 성립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어떠한 경우에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이에 관한 상론은 拙著,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242면 이하 참조). 설령 負擔變更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1심의 전향적 논의를 최대한 반영하여 不可爭力의 문제를 불식시키려는 시도가 강구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Ⅶ. 맺으면서-行政法發展의 停滯 일찍이 새만금판결(대법원 2006. 3.16. 선고 2006두330전원합의체판결)이 행정개입청구권과 행정행위의 재심사의 법리에서 접근하였지만(이에 관해선 拙著, 87면 이하), 전자의 기조는 이미 대법원 2006. 6.30. 선고 2004두701판결에서(동판결의 문제점에 관한 상세는 拙稿,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법률신문 제 3563호, 2007. 6.18. 참조), 후자의 기조는 대상판결에서 확실히 消失되어 버렸다. 부관의 사후부가에 대해 매우 관대한 입장인 점에서(대법원 1997. 5.30. 선고 97누2627판결), 판례가 부관의 사후변경을 통한 행정행위의 변경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것도 조화되지 않는다. 대법원 1984. 10.23. 선고 84누227판결에서 비롯된 (소송요건의 차원에서의)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판례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행정법으로선 이론적 停滯를 피할 수 없고 司法으로서도 효과적인 권리보호기능을 다할 수 없다. 과연 언제쯤 행정행위의 폐지를 통한 재심사가 우리 행정법의 학문적 자산이 될 수 있을까?
2009-07-13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 가능성
I. 들어가는 말 현행 형사소송법 제105조는 원심법원의 판결선고 확정 전, 피고인의 신병처리와 관련하여 구속, 보석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 인하여, 아직 소송기록을 갖고 있는 원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 또는 보석취소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형사소송규칙 제57조는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 보석취소를 허용함으로써, ‘동 규칙이 법률에 위배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문제는 ① 법 제70조에서 말하는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의 개념, ② 이심효과 발생시점, ③ 법 제105조의 성격(판결확정 후, 원심과 상소심 간에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한 기술적 절차를 규정한 것인가. 아니면 실체적 요건을 규정한 것인가), ④ 무죄판결선고 등으로 구속의 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원심법원이 재차 구속할 수 있는지 등 세부논점을 놓고 논의됐다. 이 가운데,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은 규칙 제57조 1항이 법 제105조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며, 판결선고 후,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 도달 전이면 원심법원의 피고인 구속이 가능하다 판시하였으나, 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하에서는 앞서 본지의 판례평석을 통해 소개된 차정인 교수와 이균용 부장판사의 견해 및 일본에서의 논의형태를 참고로, 위 결정례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추론하고자 한다. II.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에 의한 피고인 구속의 가능성 1. 일본에서의 논의와 판례 : 일본형사소송법 제97조 및 제92조의 해석론 한국의 법 제105조 및 규칙 제57조에 대비되는 일본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은 제97조 및 제92조로, 일본 법 제97조는 상소제기 전의, 구류기간 갱신, 구류취소, 보석 내지는 구류의 집행정지를 하거나, 이를 취소하는 결정은 원재판소가 하도록 하고,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할 재판소를 재판소규칙으로 정하게 한다. 한편, 일본 규칙 제92조 2항은 상소제기 중,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은 때는 위 결정을 원재판소가 하도록 한다. 한국에 비교하여, 법률과 규칙 간의 내용이 일치하고, 보석취소도 규정한 차이가 있을 뿐으로, 불구속재판 중의 피고인을 판결언도(선고) 후, 원재판소가 구속이 가능한지는 일본 형사실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제 견해는 4가지 형태로 정리된다(佐 木史朗 外 17人, 增補 令狀基本問題 上, 東京 : 一粒社, 1997, 430-432頁). (1) 상소제기 전후를 불문,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 이는 ① 피고인의 구류는 본안사건이 계속하고 있는 수소재판소의 고유권한으로 이해하고(피고인 구류요건을 규정한 일본 법 제60조-한국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재판소로 한정), ② 상소제기 시에 이심효과가 발생됨을 주된 전제로 한다. 이에, ③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가 구류기간 갱신결정 등을 하도록 한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 2항은 수소재판소 외에 피고인 신병에 관한 처분을 허용한 특별규정(구류 등의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이해함으로써, 구류가 제외됨은 이를 불허하는 의미로 파악한다. 다만, 이에 따르면 상소제기 전에는 본안이 원재판소에 계속된 점에서 원재판소가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도 하겠으나, ④ 구류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는 원재판소가 모든 유형의 신병처리결정을 할 수 있음에도 유독 구류되지 않은 피고인의 신병처리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처분인 구류를 제외함은 의문으로, 판결 전까지 지장없이 구류되지 않고 재판을 받은 피고인을, 판결언도 후 갑자기 구류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희박한 사례로, 만일 구류 필요성이 인정되면, 판결언도 전, 원재판소가 구류할 수 있음이 실무상 통례임을 고려할 때, 상소제기 전에도 역시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 봄이 자연스럽다는 논거를 든다. 과거 일본 형사실무의 보편적 견해다. 다음으로, (2)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없다는 견해(大阪高決昭和·39·2·15高刑集17卷1·152頁). 논거는 (1)과 유사한데, 大阪高等裁判所는 「상소제기전은 별론으로」하여, 명확한 견해를 유보하고 있다. (3) 상소제기 전, 원재판소는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는 견해(福岡高決昭和39·6·13下刑集6卷5, 6·621頁). 다만 상소제기 후, 원재판소의 구류가능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논거는 (1)과 같은데, 상소제기 전, 수소재판소는 원심으로 법 제60조에 의하여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4)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원재판소에 의한 피고인 구류가 가능하다는 견해(廣島高決昭和40·10·13判タ181·214頁). 세부적으로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①은, 피고인 구류는 본 안이 계속되는 원재판소의 고유권한인데, 이심효과발생은 상소제기시가 아닌 상소재판소에 소송기록도달 시로, 따라서 상소제기 전은 물론, 상소제기 후라도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원재판소는 법 제60조에 따라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②는 구류권한은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의 본래적 권한문제는 아니어서, 반드시 소송계속 중 수소재판소가 갖아야 할 필연성은 없다. 법 제97조 및 규칙 제92조는 구류요건을 판단함에, 가장 합리적인 법원으로 하여금 결정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의 조문으로, 이심효과가 상소제기 시 발생한더라도, 피고인 구류는 법 제60조에 따라, 원재판소가 할 수 있는 것이다(법 제60조의 재판소는 ‘수소재판소’에 한정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구류권한을 갖는 재판소’로 파악). 2. 最三小決昭和41·10·19를 통해 제시된 일본 최고재판소의 견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昭和41년 이 문제에 대하여, 판단을 제시해 주목받는다. 최고재판소는 먼저 피고인의 구류이유, 필요성 등 실체적 요건 판단문제와 구류권한을 어떤 재판소에서 갖는지 절차적 권한배분문제는 별개임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의 구류이유 등 실체적 요건의 판단 시, 법 제60조에는 시간적 제약이 없고, 판결언도 후, 상소제기 전 후를 불문, 피고인의 구류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아가 원·상소재판소 간 피고인 구류권한배분에 대하여, 소송기록이 상소재판소에 도달 않는 한, 구류 이유, 필요성 등은 상소재판소가 판단할 수 없어, 또 구류이유 등이 있어도 이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여, 법 제92조 및 규칙 제97조가 구류처분을 제외하여도, 원재판소에 구류권한이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最三小決昭和41·10·19刑集20卷9·864頁). 위 최고재판소결정례는 상기 (4) 견해 중 ②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동일한 취지로 大阪高決昭和49·6·19判タ311·274頁; 大阪高決昭和55·10·3判時986·132頁). 물론 문제제기가 없지 않다. 먼저 위 논리라면, 무죄판결언도 등에 따라 구류효력이 상실된 피고인도, 판결언도 후 원재판소가 재차 구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견해는 전무이다. 또 유죄판결언도 후, 피고인의 도주우려 등에 따른 구류를 허용함은 판결확정 전에 사실상 형을 집행하는 효과가 있다. 유죄판결의 언도와 도주우려 등이 예상되면, 판결언도에 앞서 피고인을 구류할 수 있음에도, 굳이 선고시까지 문제없이 재판을 진행에 해온 피고인을 언도 후 구류하는 것은 아무리 구류이유, 필요성 판단이 유동적이라도 넌센스다. 구류기간의 초과 등으로 피고인구류가 제한되는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법에는 구류이유, 필요성 외에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법 제60조는 실체적 요건규정으로, 법 제92조는 절차적, 기술적 규정으로 단정함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법 제92조는 구류권한의 배분이라는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동시에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일본 형사소송법 입법과정을 보면, 제정 당시는 ‘구류기간의 갱신’도 누락되었으나, 昭和24년 5월 28일 법률제118호 개정으로, 추가되었다. 따라서, 당초 ‘구류’와 ‘구류기간의 갱신’을 조문에서 누락된 것은 입법과정의 착오보다는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인데, 위 최고재판소 결정례는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III. 대법원 2007.7.10. 자 2007모460 결정의 배경에 대한 추론 사례는 1심에서 소재불명 등을 이유로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징역1년 6월의 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를 하자, 1심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하였다. 이후 변호인이 원심인 항소심에 구속취소신청하고, 원심은 판결선고 후 1심 법원에는 피고인 구속권한이 없음으로 이를 인용, 피고인의 구속을 취소하였다. 검사가 재항고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상소제기 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기록이 없는 상소법원에서 구속의 요건이나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여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 중의 사건에 관한 피고인의 구속을 소송기록이 상소법원에 도달하기까지는 원심법원이 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규칙 제57조 제1항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05조의 규정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원심 구속취소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결국, 사안은 상소제기 후의 문제로, 구속이유나 필요성이 부정되어 불구속재판을 받은 예가 아닌, 소재불명 등으로 궐석재판이 진행된 점에 특징이 있다. 원심 논리를 추론하면, 판결선고 후, 법원은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에 한정되고, 이심효과 발생시점과 무관하게, 판결선고 후 법원은 수소법원의 지위를 상실함을 전제로, 법 제105조는 피고인의 신병처리권한이 없는 원심법원에 예외적 권한부여 규정으로 파악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차정인 교수는 ‘이심효과의 발생시점을 논거로 하지 않고, 판결이 선고되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심법원으로서 권한이 종료함이 원칙’이라 하는데, 원심과 동일 맥락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는 의문이다. 만일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지위를 상실하면, 이심효과가 발생 전까지 수소법원 내지 소송계속은 없게 된다. 이것이 타당할까?가령 이 견해에 의하면 구속 중인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과 상소심간 구속기간환산 등 몇 가지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편, 원심의 논리를, 원심법원이 수소법원인지의 여부, 이심효과 발생시점과는 별개로, 법 제105조는 판결선고 후, 원심법원과 상소법원 간, 피고인 신병처리 권한설정규정으로 보고, 구속 및 보석취소규정이 누락된 것은 양 법원 모두 할 수 없는 취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 유죄판결이 예상될 정도로 재판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미 판결선고 전 원심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고, 따라서 법 제105조에서 구속 등을 누락시킨 것은 절차적 측면에서 법원의 구속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미로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은 상소제기에 따라 이심의 효과가 발생하여 상소법원이 수소법원으로서 지위를 획득하여도(대법원 1985. 7. 23. 자 85모12호 결정 참조, 「항소법원은 항소피고사건의 심리 중 또는 판결선고 후 상고제기 또는 판결확정에 이르기까지 수소법원으로서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각호의 사유있는 불구속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것은 이미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상소기간 중 또는 상소중의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이 있는 원심법원이 상소법원의 권한을 대행하여 구속기간의 갱신 등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05조, 형사소송규칙 제57조의 각 규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소송기록이 도달 않은 상태에서 구속요건을 현실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안과 같이 판결선고 후 비로소 피고인의 구속이유와 필요성이 긍정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법 제70조의 법원은 수소법원으로, 상소법원은 상소제기 후, 수소법원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으나, 소송기록이 도달 안된 경우, 현실적으로 구속요건판단이 불가능하여 법 제105조는 예외적으로 그 권한을 원심법원이 대행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명문에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이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은 곤란하다는 점을 논거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균용 부장판사는 이심효과발생시점과 굳이 연계시키지 않더라도, 법 제70조에서 피고인 구속이 가능한 시간적 제약을 설정하지 않은 점에서, 법 제105조는 단지 소송기록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점을 기준으로 피고인 구속권한을 갖는 법원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이렇게 본다면, 법 제105조는 피고인 구속에 관한 단순한 절차적 규정으로, 구속 등이 누락되어도 대법원 결정례와 같은 해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구속이나 보석취소의 규정을 누락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사실 명쾌하지 못하다. 이에 대한 설명은 원심인 항소심결정에서 찾는 편이 수월한 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IV. 맺음말 법 제105조 및 이에 근거한 규칙 제57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결정례의 입장은 이미 상당기간에 걸쳐 정착된 실무적 태도로 평가된다(법원실무제요-형사-, 법원행정처, 1998, 368면 등). 법 제105조에서 피고인에 대한 구속 등의 규정이 누락된 원인을 검토하고 문제제기한 차정인 교수의 견해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재불명 등으로 불구속재판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구체적 사안을 놓고 볼 때, 형사법규의 논리적이고 명확한 해석과 동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실무적 고민도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2007-11-22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1
2
3
4
5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교차로 진입前 노란불에 멈추지 않아 사고냈다면… 대법 “신호위반으로 봐야”
판결기사
2024-05-13 06:27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