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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의사 설명의무에 있어서 설명의 범위
Ⅰ. 사건의 개요 및 법원판단의 경과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1994. 2. 24. 보건소에서 폐결핵 판정 및 결핵약 복용처방을 받고 보건소 결핵실 담당 의사로부터 결핵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아이나, 에탐부톨(EMB), 피라진아미드, 리팜피신의 4가지 약품을 한 달 단위로 교부받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복용후 4개월 후 시신경염(의증)의 진단을 받았고 에탐부톨의 복용 중지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 3급 1호‘의 판정을 받았다. 2. 원심의 판결요지 보건소 결핵담당 의사들로서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의사 등 의료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부작용 등의 설명의무는 그것이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인 경우에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데, 위 의사는 결핵환자에 대한 보건소 의료진으로서 당시의 의료수준과 여건하에서 요구되는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한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은 약품의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주의로서의 행동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로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때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는,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고, 결핵약인 ‘에탐부롤’이 시력약화등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이상 이를 투약함에 있어서 그 투약업무를 담당한 의사등은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고 그 설명은 추상적인 주의사항의 고지나 약품설명서에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의사의 치료행위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정당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술적 적정성과 의학적 적응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의사는 환자의 유효한 동의를 얻기 위하여 질병의 종류, 내용 및 그 치료방법과 이에 따른 위험에 관하여 적절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설명의무는 환자는 단순히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는 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오늘날 의료관계에서 의사에게 요구되는 설명의무는 환자보호를 우선 하는 의료직의 윤리로서 고양되고 있으며,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의해 뒷받침되는 법규범적 요청이다. 대상판결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설명의무에 있어서 그 설명을 어느 정도 범위 까지 하여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기존의 판례를 답습하는 한편 하나의 구체적 예시를 제시하였다. 2.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과오(醫療過誤)로 인한 법적책임에는 의사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데, 그 과실 판정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注意義務)이다.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의 의사의 과실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슴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라는 예견의무와 회피의무의 이중구조로 되어있다(대법원 1984. 6. 12. 선고 82도3199 판결). 한편,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臨床醫學)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7.2.11.선고 96다5933 판결). 3. 의사의 설명의무 가. 설명의무의 도입동기 의료분쟁의 요체는 회사가 의료과오를 범하였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으나, 그 과실의 입증은 역시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것인데, 의사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동료의식으로 환자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의료현실에 직면하여 의사의 전단적 의료행위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대두하게 됨에 따라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권이 각국에서 여러 측면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는데 각국의 판례의 태도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의사가 치료에 임하여 환자의 승낙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 나. 설명의무의 법적성질 설명의무의 연혁을 고려해보면,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실행에 도움을 주도록 의사에게 특별히 지워진 의무임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자기의 독립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며, 의사측의 주된 給付義務인 진료의무를 보다 완전하게 이행하는 데에 이바지할 뿐 어떤 독립적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는 구별되므로 주된 급부의무인 진단 및 치료의무와 병존하는 獨立的 附隨義務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설명의무의 내용 (1) 설명의 주체와 상대방 설명은 處置醫師가 직접 환자에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수술이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시되는 경우에는 수술 의사가 직접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으로 患者 자신이 되며,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받도록 할 권리가 없다. 설명의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에게 행위능력까지는 요구되지는 않으나, 완전한 의사능력 즉 자신의 결정의 의미와 효과를 인식할 수 있는 辨識力은 갖춰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만 그 설명은 유효하게 된다. (2) 설명의 시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代案的인 經過豫後(Verlaufsprognosen)를 형량하여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하겠다. (3)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어서는 안되고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술과 그것의 발생 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 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671 판결). 라. 설명의무위반의 입증책임 설명의무 위반의 입증책임에 대하여 의사가 부담한다는 견해, 환자가 부담한다는 견해,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를 구분하여 부담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의사측에 입증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79. 8. 14. 선고 78다488 판결). 마. 설명의 범위 의사가 환자에게 하여야 하는 설명의 대상을 내용별로 유형화해 보면 ①환자의 症狀, ② 침습의 내용, 정도, ③ 수술등 처치의 전망(효과-증상개선의 정도), ④ 침습의 必要性, 緊急性 및 수술등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의 증상의 정도, ⑤ 다른 치료방법으로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는 점(補充性), ⑥ 침습의 결과 생기는 危險의 내용, 정도 및 방지가능성, ⑦ 당해 시설에 있어서 과거의 實績 등이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고,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바. 설명의 한계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환자의 치유에 위해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癌등 불치병의 진단이나 처치상의 중대한 위험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설명은 오히려 공포등 치료에 역효과를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 의사의 설명의무의 이행을 무조건 강제라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때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하여 설명을 피하는 것이 치료상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즉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불이익과 설명에 의한 逆作用이 주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전자보다 후자가 크다면 설명의무를 면제함이 바람직하며, 완전한 설명이 환자의 건강을 현저히 손상케 하거나 환자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어 치료효과에 나쁘게 작용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부분설명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대부분의 대법원판결들이「긴급한 경우 기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설명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것이 면제되는 경우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 판례에 나타난 설명의 범위 (1) 설명의무를 인정한 사안 ① 뇌경색으로 입원하여 정확한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뇌혈관조형술을 받다가 동맥내에 형성된 혈전이나 동맥덩어리가 떨어져나가 뇌동맥을 막아 사망한 사안(대법원 2004. 10. 28.선고 2002다45185 판결). ② 미인대회에 출전하고자 이마와 턱을 높이고 상꺼풀 수술 후 턱 부위의 실리콘이 움직인 성형수술 사안( 대법원 2002. 10. 25.선고 2002다 48443 판결). ③ 수혈에 의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된 사안(대법원 1998. 2. 13. 선고 96다7854 판결). ④ 미골절제술을 위한 할로테인 마취제 사용 후 그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⑤ 개심수술 후에 후유증으로 뇌전색으로 사망한 사안(대법원 1995.1.20. 선고 94다3421 판결.) ⑥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하여 정상회복 후에도, 설명없이 우측안면도중증도 마비 치료를 위하여 다시 투약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2)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 ① 안과수술 후 갑자기 나타난 예측불가능한 시신경염으로 환자의 시력이 상실된 경우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설명의무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9.9. 3. 선고 99다10479 판결). ②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어 뇌압강하와 뇌기능보호를 위한 중증쇼크치료제 솔루메드롤(Solumedrol) 투약한 것이 생명이 위독한 상태하에서 의식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투약에 관한 한 사전의 설명이 불가능하였으므로 긴급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그 시점까지의 설명의무를 부인한 사안(대법원 1994. 4. 15. 선고 92다25885 판결). ③ 의사의 윌슨(Wilson)씨병을 앓는 환자에 대한 그 병의 치료과정과 치료약제의 투약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 사안(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0다46511 판결). 4.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하는 진료상의 설명의무를 함에 있어 요구되는 설명의 내용 및 정도가 비록 그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그로 인한 중대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정도, 연령,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의 제공과 함께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면, 지역이 의료취약지역이고, 결핵관리지침등에는 결핵환자에게 투약하는 4가지 약품의 각종 부작용을 열거하면서 이를 그 대처방안에 따라 ‘투약의 즉시 중단’, ‘투약중단 후 증상완화시에 재투약’, ‘계속 투약’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사안이 중한 즉시 투약중단에 속하는 부작용 중 이 사건 에탐부톨과 관련된 것은 ‘급격한 시력감퇴‘가 유일하며, 에탐부톨은 시신경염이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서 그 외의 부작용은 드물고, 발생률은 투약량과 기간에 비례하며, 시각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관계로 환자 본인이 가장 먼저 알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시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색깔 인지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보고하도록 미리 교육시키게 되어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최초 진료 당시 위 보건소에서 시력측정을 받은 것도 에탐부톨의 부작용과 관련된 보건소의 내부지침에 따른 것이고, 원고는 1999. 2. 24. 에탐부톨이 포함된 결핵약을 처음 복용할 당시 양안 모두 1.0이던 시력이 그 후 시력이상을 느껴, 1999. 6. 26.경 안과에 들렀을때는 우안 0.5, 좌안 0.6으로 약 1/2 수준으로 현저히 약화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에탐부톨의 복용 이후 원고에게 발생한 시력약화 및 시신경염과 같은 증상은 에탐부톨 복용에 따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일 뿐만 아니라 보건소의 보건의료업무에 관한 지침상으로도 결핵환자에 대한 투약 및 관리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항목의 하나로 명문화되어 있고 그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빈도에 비추어 이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경미하다거나 희소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원고에 대한 위 투약업무를 담당한 보건진료원으로서는 그 투약에 즈음하여 위와 같은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구체적 증상과 대처방안을 설명하여 줄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설명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가 위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설명의 상대방인 원고는 농촌에 거주하며 버섯재배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약품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므로 막연히 ‘이상증세가 있으면 보건소에 나와 상담, 검진하라’고 이야기 하거나 혹은 위 약품에 첨부된 제약회사의 약품설명서에 그 부작용에 관한 일반적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설명을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피어 보면, 보건소 진료원이 원고에게 에탐부톨을 복용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부작용의 발생가능성과 증상 및 대처방안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본 대법원의 판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2005-10-20
금융기관의 파산절차상 상계권 행사와 남용
1. 사안의 개요 신용협동조합의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1999. 4. 7. 경부터 같은 달 16.까지 대구태평신용협동조합(이하 "태평신협"이라 함)의 재산에 대한 실사를 하였으며, 같은 달 24. 자로 태평신협의 부실대출액이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피고 조합에 대하여 경영지도를 실시, 예금등 지급정지를 명하였고, 결국 태평신협은 1999. 6. 경 파산신청을 하여 1999. 7. 9.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태평신협은 금융감독원의 자산실사가 있기 하루 전인 1999. 4. 6. 금 500,000,000원을, 그 후 같은 달 13. 금 169,000,000원을 대구은행에서 인출하여 예탁금상환준비금 명목으로 합계 금 669,000,000원을 피고 신용협동조합중앙회(이하 "피고 신협중앙회"라 함)에게 예탁하였고, 피고 신협중앙회는 1999. 5. 11. 자신이 태평신협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대출금 채권 금 46억원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위 예탁원리금과 기존의 예탁원리금을 합한 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태평신협의 파산관재인인 원고의 상계주장에 대하여 신용협동조합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 상환준비금으로 예탁된 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신용협동조합법 제43조 제2항에 의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상환준비금의 운용 및 운용수익의 처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상호금융감독규정 제6조의3 제1항제1호에 의하여 중앙회에 예치한 상환준비금을 조합에 대한 대출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등을 종합하면, 상환준비금으로 예탁된 채권에 대하여 중앙회가 당해 조합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상계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연구] I. 破産과 相計 1. 상계의 담보적 기능과 파산채권의 개별행사 금지의 원칙 상계라 함은 채무소멸의 한 원인으로써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동종을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를현실로 변제함이 없이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민법 제492조). 상계제도는 마치 상대방의 채권에 유치권이나 질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담보물권과는 달리 그 존재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고 그 실행방법도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힐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파산채권자와 상계권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즉,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써 상계권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2. 파산절차상 상계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음(파산법 제15조)에도 파산법 제89조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당시에 파산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때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 파산채권자가 파산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를 할 수 있다. 파산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도 상계권 행사가 가능하고, 파산관재인에 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의 의사표시로 할 수 있다. 또한, 회사정리법(동 법 제162조 제1항)과는 달리 파산법상 별도의 제한은 없으므로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언제나 허용된다고 해석된다. 즉, 상계의 담보적 기능이 가장 잘 발휘되는 것이 바로 채무자가 파산한 경우라고 할 수있다. II. 금융기관의 파산과 상계권 남용 현행 파산법은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써 일정한 경우 상계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편, 오늘날 상계는 주로 금융거래에서 대출채권의 담보로서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예가 가장 많다. 그런데,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이라 함) 및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부보금융기관들이 파산절차에서 상계를 하는 경우, 단순히 파산절차상 문제 뿐 아니라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과 같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및 예금자보호법의 목적도 아울러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상계권 행사 남용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1. 예금자보호법 : 예금자보호제도 금융은 미래에 약속한 현금흐름을 지급한다는 계약 성격 및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담보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상 대지급제도는 예금자보호와 금융안정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예금자보호법(과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제정된 다른 법들 포함)에 의하여 부보금융기관들은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고, 특정 부보금융기관이 파산 또는 계약이전을 하는 경우에 예금자들에게 대지급을 하게 된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사업 일부를 계약이전 시키고 나머지에 대하여 파산시키는 경우,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되면 그에 상당하는 정도로 자금지원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파산하여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상계권 남용의 문제를 좀더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금융산업구조개선법 : 계약이전과 상계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부실금융기관 사업의 일부가 다른 금융기관에 계약이전 되고 부실금융기관은 파산되는 경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채권자의 대출금 채무가 계약이전 인수 금융기관에 양도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부실금융기관의 파산선고 전에 부실금융기관의 채권자들이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과 인수 금융기관으로 양도된 대출금 채무와 상계가 가능한지 문제가 된다. 즉, 현행 민법 체계상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채무자는 양도인에 대한 채권으로 양수인과 상계가 가능한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학설의 경우 ① 양도의 통지가 있었을 당시에이미 상계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당시에는 상계적상에 있지 않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입장(다수설)과, ② 법의 명문이 없이 상계항변을 허용하면서 그 범위를 너무 확대하여 채무자를 보호하게 되는반면, 채권을 양수받은 양수인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불합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채무자의 상계항변을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해석하는 입장의 대립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례는 없으나 채무자가 채권양도의 승낙을 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은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다는 사정이 없거나 또는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수인이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승낙 당시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직 상계적상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의 판례의 취지 및 다수설의 입장을 정리하여 보면 채권양도의 통지가 있었을 당시에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 채권양도 통지 시에는 상계적상에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의 일환인 계약이전으로 인하여 채권의 양도가 일어나고 상계권자가 상계권을 행사하는 경우, 결국 상계권 행사에 상응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상계권 행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상계권 남용의 판단 파산법 제95조의 상계금지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계권 행사에 관하여는 그 행사의 남용 여부가 문제된다. 상계권 남용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은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 개별적 사정에 비추어,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 상계는 우선 간이 변제수단으로서의 기능과 담보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이러한 상계의 담보기능(우선변제적 기능)은 당사자들이 대립하는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력 여하에 상관없이 서로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신뢰(소위 "상계기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근거한다. 하지만, 상계의 위와 같은 담보적 기능은 상계자에게 사적인 강제집행이 허용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바, 특히 제3채무자의 반대채권은 공시되지도 않으므로 이해관계인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불이익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상계의 담보적 기능은 간이 변제수단 기능에 부수적인 것으로서 이를 무한정 인정할 것은 아니며, 압류채권자를 포함하는 다른 채권자들이나 채권양수인 등 이해관계인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여 이에 적절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II. 맺음말 : 대상판결에서 고려해야 할 점 본건 대상판결은 피고 신협중앙회가 상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달리 제한할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신협중앙회의 상계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계자에게 사적인 강제집행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파산절차에 얽힌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측면을 소홀하게 여겼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대상판결은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제도적 측면을 간과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되면 그에 상당하는 정도로 (공적)자금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인하여 상계권 행사를 하는 경우 단순히 파산법상 상계권 제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측면 및 기타 구체적 · 개별적 사정들을 고려하여 상계권 남용 여부를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강조하여 파산채권자들의 상계권 행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는 경우, 결국은 파산재단의 감소를 초래하게 됨에 따라 다른 파산채권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즉,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있음 원칙이라는 점 및 상계의 담보적 기능은 간이 변제수단 기능에 부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파산채권자들의 상계권 행사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05-01-27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退職金 差等制度의 禁止에서 말하는 差別의 基準
I.判決要旨 [다수의견]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고 다만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따름이며,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 바, 기존 근로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이 종전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을 초과하는 한 기득이익의 침해가 없으므로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급여체계의 변경으로 변경된 퇴직금규정 중 그 부칙의 경과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었다고 하여 위 경과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그 본문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같이 개정 퇴직금규정의 본문이나 부칙의 경과규정 모두 현행의 법규적 효력이 있는 퇴직금규정이고, 부칙의 경과규정이 기존 근로자에게 유ㆍ불리를 떠나 언제나 적용되는 것이라면, 개정 퇴직금규정은 기존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본문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와 기존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부칙의 경과규정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를 둠으로써 결국 근로자들이 입사일자에 따라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적용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개정 퇴직금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바, 따라서 개정 퇴직금규정이 정한 퇴직금제도는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만이고, 부칙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법규적 효력을 갖는 퇴직금규정은 개정된 퇴직금규정 본문뿐이고, 부칙은 기존의 근로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규정으로서 그 한도 안에서, 즉 개정 전ㆍ후의 퇴직금규정을 비교하여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여 위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 쪽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나, 퇴직금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새로운 퇴직금제도를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어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판 결 요 지 - 퇴직금제도를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 규정이 변경되기 전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연 구 요 지 -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고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변경시점을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 규정에 해당되지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II. 評 釋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지역농협이고, 원고는 그 직원이다. 피고 지역농협은 1981. 7. 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이 퇴직금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직원들의 동의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개정전에는 퇴직당시 근속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하였고(단수제 퇴직금), 개정하면서 퇴직금을 누진제로 변경하였는데, 퇴직당시의 기준급여(본봉, 직책수당, 상여금, 연월차휴가수당 등이 포함되나 평균임금보다 약간 적은 금액임)에 근속연수에 따라 누진되는 지급률을 곱하여 퇴직금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퇴직금규정을 개정하면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1981. 6. 30.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종전규정에 의하고, 그 다음날부터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개정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 퇴직금규정(부칙 포함)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한 결과 규정개정 후 3년 내에 퇴직하는 경우는 종전규정보다 직원들에게 불리하고, 그 이후는 직원들에게 유리하였다. 원고는 위 퇴직금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입사하여 2000년에 퇴사하였다. 원고는 퇴직시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정 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경과규정을 제외한 개정 퇴직금규정(즉 본문규정)에 따라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기수령 퇴직금보다 많으므로 그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부칙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두 개의 퇴직금제도가 인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차등퇴직금제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개정된 퇴직금규정이라고 하는 것은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념이고, 그 결과 입사시기에 따라 같은 근속연수라 하더라도 퇴금금액이 다를 수 있고, 이를 두고 차등퇴직금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선례로서의 대법원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33823판결이 그것이다. 이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은 이른바 미공간판결이다. 그 사안은 이렇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81. 4. 1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에서는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이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이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농협중앙회의 급여체계가 변화되면서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이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된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상회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과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개정규정으로 계산한 퇴직금과 이미 수령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제2심에서는 근무한 시기가 다르면 동일한 근속기간에 대하여 다른 퇴직금지급기준이 적용되는 결과가 되어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이 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전체 근속기간에 대하여 개정 퇴직금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은 위 제2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대법원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심리에서는 이 사건이 위 대법원판결과 사안에서 같은가 다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는데, 이 사건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이 사건 사안이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과 다르다고 판단한데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이 두 사안이 동일함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위 99다33823 판결을 폐기하였다. III. 판례의 정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하여 동의를 얻는다면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퇴직금규정(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하지는 못한다. 위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권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다. 다만 이 경우에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가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이유로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차등퇴직금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 포괄승계후의 새로운 퇴직금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업 내에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기준법이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41659 판결).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국내직원과 해외기능공에 대해 상이한 퇴직금제도를 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 직위, 업종별 또는 성별 등 어떠한 내용 또는 이유로도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고, 그에 비추어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금지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퇴직금규정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개정하면서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 퇴직금규정과 개정 퇴직금규정 중 근로자에게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개정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명문으로 둔 취업규칙에 대하여 대법원은 차등퇴직금제도라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변경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고 변경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는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을 둔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정 퇴직금규정의 부칙 경과규정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를 괄호로 부연설명하면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것을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한다면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아래 퇴직금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종전 근무기간에 대하여는 종전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더라도 이것이 퇴직금차등제도금지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런 결과는 부당함이 명백하다’는 취지를 보였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4934 판결). 이 판례는 그 사안에서 앞서 든 99다33823 판결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상충되는 판례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IV.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점이다. 이것은 법해석학에서 아주 기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당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우리 판례가 위와 같은 견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것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변경을 하든 불이익한 쪽으로 변경을 하든 개정시를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이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규정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2004-05-13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국토이용계획변경승인신청과 법적 문제
Ⅰ. 사건의 개요 (1) 원고(주식회사 진도)는 국토이용관리법상 용도지역 중 농림지역 또는 준농림지역에 위치한 부동산 면적 합계 38,872㎡(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서 폐기물최종처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1997. 8. 28. 피고(진안군수)에게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 (2) 피고는 1997. 10. 20. 원고에게 ‘사업계획이 폐기물관리법령에 적합하므로 사업계획 적합통보를 하니, 사업계획의 적합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신청하라’고 통보하는 동시에 “ ① 사업시행전 사업계획 대상지역을 준도시계획, 시설용지지구로 입안해야 한다, ② 사업개시전 및 사업추진중 주민의 반대 및 기타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에 대하여는 원만하게 사업시행주체가 해결하여야 한다”등의 조건(부관)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3) 원고는 1997. 11. 25.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용도지역을 ’농림지역 또는 준농림지역‘에서 ’준도시지역(시설용지지구)‘으로 변경하여 달라는 국토이용계획변경승인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1998. 4. 24. 이 사건 부동산 일대의 토지에 대한 용도지역을 준도시지역(시설용지지구)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고(진안군 공고 1998-49호)를 하였다. (4)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집단민원을 계속적으로 제기하자, 1999. 7. 6. 원고에게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해소되기까지는 국토이용계획변경요청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5) 원고는 2000. 5. 12. 피고에게 폐기물처리업허가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같은 달 18. ‘폐기물최종처리사업계획 적합통지시 이행조건(부관)으로 제시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폐기물처리시설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그 신청을 반려하였다((이상은 제1심판결문(전주지법 2001. 2. 9, 99구1355)을 바탕으로 엮근 것임을 밝혀 두는 바이다)). - 판 결 요 지 - 일정한 기간내에 관계법령이 규정하는 시설 등을 갖추어 일정한 행정처분을 구하는 법률상 지위에 있는 자의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행정처분 자체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그 신청인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되고 이러한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Ⅱ. 대법원판결(2001두10936)의 요지 1. 이 사건 계획변경승인거부처분 취소청구에 대하여 (1) 국토이용관리법상 주민이 국토이용계획의 변경에 대하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토건설종합계획의 효율적인 추진과 국토이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국토이용계획은 장기성, 종합성이 요구되는 행정계획이어서 원칙적으로 그 계획이 일단 확정된 후에 어떤 사정의 변동이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이나 이해관계인에게 그 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지만(대판 1995. 4. 28, 95누627 참조), 장래 일정한 기간 내에 관계법령이 규정하는 시설 등을 갖추어 일정한 행정처분을 구하는 신청을 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에 있는 자의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해 행정처분 자체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신청인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폐기물관리법 제26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 등에 의하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받은 자는 장래 일정한 기간 내에 관계법령이 규정하는 시설 등을 갖추어 폐기물처리업신청을 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인바, 피고로부터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받은 원고가 폐기물처리업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용도지역을 ‘농림지역 또는 준농림지역’에서 ‘준도시지역(시설용지지구)’으로 변경하는 국토이용계획변경이 선행되어야 하고, 원고의 위 계획변경신청을 피고가 거부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에 대한 폐기물처리업허가신청을 불허하는 결과가 되므로, 원고는 위 국토이용계획변경의 입안 및 결정권자인 피고에 대하여 그 계획변경을 신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에게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할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소를 각하하였으니, 거기에는 폐기물사업계획의 적정통보 및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 평 석 요 지 - 용도지역을 준도시지역으로 변경한다는 공고를 한 후 집단민원이 해소되기 전까지 신청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은 이미 행해진 용도지역변경공고를 철회한 것으로 이 '철회'가 이사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집단민원은 사업시행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이행조건은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부관의 한계에 관한 법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이러한 점을 판단하지 않은 것은 심리미진이라 생각한다 2. 폐기물처리업허가신청반려처분의 취소청구에 대하여 (1) 원심은, 피고가 1999년 7월 6일 원고에게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해소되기까지는 국토이용계회변경을 승인할 수 없다는 이 사건 계획변경승인거부처분을 한 사실과 원고가 2000년 5월 12일 폐기물처리업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폐기물처리업허가신청을 하자 피고는 같은 해 5월 18일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시 이행조건으로 제시한 사항을 원고가 이행하지 않았고 폐기물처리시설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의 신청을 반려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워고에게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정통보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장차 폐기물처리업허가를 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신뢰보호원칙상 피고가 원고에게 폐기물처리업허가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폐기물처리업허가 및 신뢰보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評 釋 1. 이 사건에서의 “취소소송의 대상” 이 사건에서 피고(진안군수)는 원고의 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을 받아드려. 1998. 4. 14. 이 사건 부동산 일대의 토지에 대한 용도지역을 준도시지역(시설용지지구)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고(진안군 공고 1998-49호)를 한 후, 1999. 7. 6.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해소되기까지는 원고의 신청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그렇다면 위 “통보”는 - 1998년 4월 14일에 - 이미 행해진 피고에 의한 “용도지역변경공고의 철회”를 뜻한다고 하겠으며, 그 “철회”가 이 사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과 대법원이 이 사건을 “거부처분(국토이용계획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으로서 심리하였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 “집단민원에 관한 부관”의 위법성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사업계획의 적합통보를 하면서 ”주민의 반대 및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하여는 사업시행주체가 해결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이행조건(부관)을 부가하였으며, 그와 같은 이행조건의 불이행이 이 사건에서의 또 하나의 처분(폐기물처리업 허가거부처분)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부관(이행조건)은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법률유보원칙 위반), ”부관의 한계에 관한 법리“에도 어긋나는 위법한 부관으로 보지않을 수 없다(”부관의 한계“ 등에 관하여는 김남진, 行政法 l, 제7판, 243면 이하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러한 점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음은 심리미진인 것으로 생각된다.
2004-01-26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의미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보험회사로서 오토바이 소유자인 소외 J와 그 오토바이에 대하여 자동차책임보험(대인보험 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8. 초순경 J는 오토바이를 자신의 주거지 앞 골목길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세워 놓은 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러던 중 오토바이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 바람이 빠졌고 J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한편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같은 달 19. 저녁 위 골목길에서 놀던 세살된 여자아이 H가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에 깔려 H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함).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의 아버지인 피고는 반소로서 원고에게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 대하여 제1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의미는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 고유의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동차에 의하여 작출된 위험성이 종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자동차의 운행이라 볼 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가 터진 상태로 지면에 거의 수직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작은 충격에도 넘어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주택가로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곳이므로 주차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의 경우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곳이므로 위와 같이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은 것은 오토바이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한 위험이 종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운행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J가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H가 주차중인 오토바이에 올라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의 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피보험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J가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J가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운행’이란 개념의 해석 1. 운행의 개념에 관한 학설 등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행’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 네 가지 학설이 있는 데 ① 당해장치인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원동기설 ② 당해장치를 반드시 원동기에 한하지 아니하고 조향, 제동, 기관, 기타 주행과 관련된 주행장치를 포함한다는 주행장치설 ③ 당해장치를 고정장치로 보는 것으로 원동기 및 주행장치 이외에 자동차의 고정장치인 문이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의 측문 혹은 후문, 크레인차의 크레인 등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이라고 보는 고유장치설 ④ 주·정차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차고를 출발하여 다시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의 일련의 운전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차고출입설 등이 있다. 위 학설중 ④번으로 갈수록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학설 모두 차량의 외부적·객관적 상황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함께 차량운행자의 주관적 운행의사 또한 운행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2. 운행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검토 먼저 운행과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③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대법원은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당해 장치란 운전자나 동승자의 화물과는 구별되는 당해 자동차 고유의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각종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1988. 9. 27. 선고 86다카2270판결, 1980. 8. 12. 선고 80다904 판결 등 다수)라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화물하차작업 중 화물고정용 밧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고정용 밧줄은 물건을 운송할 때 일반적·계속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고 적재함과 일체가 되어 설비된 고유장치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19232 판결), “트레일러로 견인되는 적재함에 부착되어 있는 쇠파이프를 철거하는 수리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중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으로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입은 상해를 입은 경우 위 발판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례들은 대법원의 기본적 시각이 고유장치설에 의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결에서는 차고출입설에 입각한 듯한 판결도 보이는데 “자동차는 운전사가 이를 교통에 쓰기 위하여 도로에 두어 그것에 의하여 작출되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운행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도로로부터 끌어내어 차고 내지는 도로 이외의 장소에 둘 때 비로서 운행은 차단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 바…레미콘트럭으로 시멘트를 운반하다가 이를 일시 도로변에 주차하였고 위 트럭의 주차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는 트럭의 운행 중에 생긴 사고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84. 5. 16. 선고 83가합4449 판결)이라는 취지는 차고출입설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주차와 관련된 사례에 있어서는 “트럭이 미등 및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도로가에 주차하여 둠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트럭운전사의 트럭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대법원 1993. 2. 9. 92다31101 판결)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차량이 일반의 교통에 제공되는 도로에 주차된 경우에는 대체로 운행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Ⅲ. 본 사안에 있어 ‘운행’의 해당여부 앞에서 살핀 이 사건 사고가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는 위 학설 및 판례 외에 오토바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시적 주차, 차량의 방기 또는 차고지 해당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위 오토바이가 운행상태에 있었는지 아니면 운행을 종료한 상태인지가 의문이다. J는 오토바이를 차량통행이 적은 골목길의 건물 맞은 편에 세워 놓은 뒤 보름가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일상적인 차량관리를 하지 아니하여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였다. 그렇다면 비록 J가 정기적으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위 오토바이는 운행을 종료한 상태가 아닌지 또 추후 운행할 의사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아가 위 오토바이가 차고지에 입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오토바이의 속성상 특별한 차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토바이는 자신의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집안에 또는 집 주변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으면 결국 차고지에 입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J의 주거지를 좀 더 정밀히 조사하여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곳을 일응 차고지로 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운행은 종료한 것으로 보았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 정상적인 운행가능여부와 운행의사의 존재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오토바이는 차량의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J가 오토바이를 다시 운행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근처의 오토바이 수리업자에게 끌고 가거나 수리업자를 불러 위 오토바이의 양 바퀴의 구멍난 곳을 모두 때우고 바람을 채운 후에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J의 주관적 의사나 객관적인 상황 모두 오토바이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사고에 대한 가치평가 본 사안에 있어 위 오토바이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행이 종료되었고 또한 장래 정상적인 운행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는 마치 골목길에 세운 가구나 전자제품이 쓰러져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보험에서 예정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한 고유의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는 없고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3-12-22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의 죄책
I.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이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들을 정보처리장치인 현금자동인출기에 투입하고 그 단말기에 미리 알아둔 정보인 위 신용카드들의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실들에 대해 원심은 무죄를 선고. - 판 결 요 지 -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컴퓨터등사용사기 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입법자의 의도가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입법자의 의도가 이와 달리 이를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달리 볼 수는 없다(타인 명의로 무단발급받은 신용카드에 의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참조). - 평 석 요 지 -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컴퓨터 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는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성립을 인정 하는 것이 타당 III. 판례평석 (1)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하고 이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의 2). 오늘날 은행업무를 비롯한 금전거래분야에서 자금의 관리·결제·이동 등은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해 자동처리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만약 은행의 온라인시스템의 단말기를 조작하여 허위의 입금데이터를 입력하여 예금원장파일의 잔고를 함부로 증액시킨 경우, 기존의 재산죄 구성요건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되지 않으며, 재물의 점유이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도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행위자에게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기 때문에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개정형법은 자동화된 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거래형태를 악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꾀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본 죄를 신설한 것이다. 이 죄는 사기죄의 보충규정이다. 따라서 만약 사무처리과정에 사람이 직접 개재하기 때문에 그를 피기망자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직접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새로운 법익’을 창설했다기보다는 이미 형법상 사기죄가 보호하고 있는 법익(재산)에 대해 지금까지 형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위행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신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원래 개정형법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1995년의 형법개정으로 도입된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독일형법 제263a조에서 착상된 것인데, 이 조항의 도입과정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 사용’이나 ‘변경’이 구성요건에서 누락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 등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절도죄로 의율해야 할 것인지 또는 단순히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죄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졌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절도죄의 입장을 고수하였고(대법원 1998.5.21, 98도321; 1995.7.28, 95도977 판결 참조), 학설은 절도죄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설, 형법상으로는 무죄라는 설 등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입법자는 근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였으나 기존의 법문언으로는 이러한 행태를 포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도죄로 의율하기에도 법리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형법개정법률(2001.12.29, 법률 제6543호)을 통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는 경우를 구성요건에 추가함으로써(시행일 2002.6.30) 행위태양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3) 그런데 개정작업에 있어서 입법자의 세심하지 못한 법문언작성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행위객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본 죄는 법문언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행위객체로 하는 순이득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현금은 일반적으로 재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과연 순이득죄인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 대상 판례는 이에 대해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역시 학설의 다수설도 입법론적으로는 행위객체에 재물을 추가할 필요는 있으나 현행법규의 해석상으로는 본 죄가 순수이득죄이기 때문에 재물인 현금의 인출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부정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판례와 다수설의 입장에 서게되면 타인의 신용카드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현금을 먼저 자기계좌에 이체시킨 뒤 인출하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게 되나, 직접 현금을 인출하면 본 죄의 적용가능성은 부인되고 결국 절도죄나 학설에 따라서는 무죄(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 가능성은 남아 있음)로 귀결되는 결과가 된다. 반면 본 죄의 행위객체에 재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인출이 본 죄에 의해 의율될 수 있다는 견해는 소수설에 불과하다. (4) 생각건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질과 조문체계 그리고 입법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본 죄의 행위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에는 재물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본 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은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금전거래분야에 있어서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한 새로운 행위태양의 출현으로 기존의 사기죄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들을 의율하기 위하여 사기죄의 보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모법인 사기죄가 재산상의 이익 외에 타인의 재물을 행위객체로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유독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만 행위객체로서 재물을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현금이나 재물은 재산범죄의 종류에 따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순수한 이익죄인 배임죄(제355조 제2항)에서 행위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취득한 대상이 현금일 경우, 이 때의 현금은 재물이 아니고 당연히 재산상의 이익으로 취급된다. 반면 도박죄(제246조)는 법문언상 ‘재물’로써 도박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때 재물의 개념에는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따라서 재물인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동산·채권은 물론 유가증권·무체재산권을 걸고 도박한 경우에도 도박죄는 당연히 성립한다. 이와 같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개념의 폭은 문언의 형식적 의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해당 범죄의 성질과 관련조문과의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신축성 있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본 판례는 본 죄의 해석에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반면 대법원은 본 죄가 개정되기 이전(즉 2002.6.30 이전)에 타인의 진실한 정보를 권한 없이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례에서, 본 죄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명령 입력행위를 ‘명령을 부정하게 입력하는 행위’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원칙에 반하는 유추해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03.1.10, 2002도2363 판결 참고). 따라서 본 죄를 해석함에 있어서 입법취지와 목적, 조문의 체계와 범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금지된 유추해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의 합리적 해석에 의해 입법자의 올바른 의사를 확인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만약 판례의 입장과 같이 본 사례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하지 않게 되면 결국 절도죄의 적용을 고려하게 될 것인데(대법원 2002.7.12, 2002다2134; 1999.7.9, 99도857; 1998.11.10, 98도2642; 1995.7.28, 95도997 판결 참조), 판례의 절도죄설에 대하여는 현금의 점유자인 은행이 현금지급기를 설치할 때 은행의 의사는 누구든지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인출해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진정한 권리자의 현금인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권한자의 현금인출이 점유자의 의사에 반한 절취라고 보기 어렵다는 강력한 이의가 제기되어 있어, 절도죄의 적용에 법리상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행위자가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즉석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절도죄가 성립하고, 반면 먼저 계좌이체를 한 뒤 현금을 인출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서로 상이한 결론을 취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또한 계좌이체 후의 현금인출은 금융거래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추적이 용이하나, 현금인출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후자를 가벼운 절도죄로 의율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본 죄를 순수한 이득죄로 바라보고,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권한 없이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본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와 다수설의 견해는 너무나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본 죄에서 재산상 이익은 재물을 포괄하는 일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본 죄에서 현금은 재물일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에도 속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 형법도 컴퓨터사용사기죄(제263조a)에서 행위객체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경우 컴퓨터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학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 사례에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03-10-16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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