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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미국의 J.D.는 법학박사인가
1. 사실관계 원고는 미국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받은 후, 피고 인천광역시에서 ‘박사’학위를 자격요건으로하는 지방 ‘가’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였다. 시험결과는 갑이 최고 득점자로 채용되었고 원고는 차점자로 탈락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갑이 채용시험에서 요구하는 ‘박사’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또한 인사청탁에 의하여 면접점수를 높게 받아 합격된 자이므로 합격이 무효이며 나아가 갑이 불합격되는 경우 원고 본인이 당연히 합격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자신의 주장에 근거하여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불합격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고 승소하였다. 그러나 제2심에서는 갑이 합격자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나아가 원고가 미국에서 받은 J.D. 학위는 박사학위가 아니므로 합격자로서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제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상기 판결에 대하여 본 판례평석은 미국의 J.D. 학위가 박사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여타의 논점에 대하여는 부수적으로 간단한 의견만을 덧붙이기로 한다. 2. 불합격자인 원고의 자격요건 가. 미국 J.D. 학위의 박사 해당여부 (1) 개요 및 법원의 판단 지방계약직 ‘가’급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의 취득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고가 응시자격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미국 로스쿨에서 받은 J.D.학위가 박사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대하여 제1심에서는 구체적 언급없이 당연히 이를 박사학위로 보았으나, 제2심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원고의 응시자격 요건을 부정하고 있다. 우선 지방계약직 ‘가’급 응시의 자격요건 중 경력요건은 아래와 같다. 1.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 2~6. 중 략 7. 그 밖에 위 각 호의 1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제2심 판결은 상기 경력요건 1호는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i) 여기서 ‘박사’학위라 함은 국내에서의 학사 및 석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보이고, (ii) 원고가 취득한 ‘Juris Doctor’가 일부 법률영어사전에 법학‘박사’라고 번역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편의상 그렇게 번역한 것에 불과하고, (iii) 우리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학제를 가진 미국의 ‘Juris Doctor’가 위와 같은 의미로서의 ‘박사’학위와 실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며, (iv) ‘박사’라 함은 기초학문분야에서의 최고 수준의 학위임에 반하여, ‘Juris Doctor’는 전문기술분야에서의 학위로서 국내에서 ‘박사’학위 취득의 필수조건인 박사학위논문(dissertation) 작성 없이도 취득이 가능하며, Juris Doctor과정을 이수한 후에 LL.M.(Master of Law)과정에의 입학이 허용되고 다시 LL.M.(Master of Law)과정을 이수한 후에 J.S.D.(Doctor of Judicial Science 또는 Scientiae Juridicae Doctor)과정에의 입학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Juris Doctor’는 형식상으로도 최고 수준의 학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위 경력요건 1호에서 규정한 ‘박사’학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2) 판례평석 제2심의 판결을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2심의 판결과 같이 지방계약직 ‘가’급 응시 자격요건 제1호에 규정된 「박사학위」가 국내에서의 학사 및 석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한 것인가? 관련 법률규정 어느 곳에서도 국내 학사 및 석사를 전제로 한다는 규정을 찾아 볼 수 없으며, 이는 법령의 자의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외국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를 채용하는 경우 국내 학사 및 석사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실제 사례도 거의 존재하지 아니한다. 둘째, 제2심 판결은 J.D.를 취득한 후에 LL.M. 및 S.J.D.를 취득할 수 있으므로 J.D.는 최고 수준의 학위가 아니라고 판결하고 있는 바, 과연 그러한가? 이러한 견해는 미국의 고유한 법학제도를 우리나라식 잣대로 임의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에서 J.D.를 이수한 후 LL.M. 및 S.J.D.과정을 순차적으로 이수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J.D.를 LL.M. 및 S.J.D.의 하위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은 미국 로스쿨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여 J.D.과정은 미국 법학교육과정에서 최고의 학위과정이며, 더 이상의 학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학위를 갖는 학자로서의 미국 법과대학 교수는 J.D.학위로서 충분하며 더 이상의 LL.M.학위 또는 S.J.D.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 상위 랭킹 법과대학 교수의 대부분이 J.D.학위 밖에 없으며, 오히려 하위 랭킹의 법과대학으로 가면 일부 교수들이 LL.M. 정도를 J.D.에 추가로 갖고 있을 뿐이다. 미국 J.D.학위를 갖고 있는 자가 LL.M.학위를 추가로 갖고 있는 경우는 J.D.과정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보완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보다 높은 차원의 학업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J.D.학위 없이 LL.M. 또는 S.J.D.학위만을 갖고 있는 학자가 미국 로스쿨 교수로 채용되는 경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미국 로스쿨에서 LL.M. 및 S.J.D.학위 과정은 사실상 외국인을 위한 과정이며 입학생의 99%는 외국인이다. 대부분의 J.D.학위 졸업자는 LL.M.에 진학하지 않는다. LL.M. 및 S.J.D. 학과과정도 J.D. 과정보다 상위의(우리나라의 대학원처럼) 교과과목이 별도로 개설되는 것이 아니라, J.D.과정의 교과과목 중 일부를 선택해서 수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J.D. 교과과목 중 일부 전문과목 및 필수과목은 LL.M.과정 학생들의 경쟁력을 배려하여 수강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LL.M.과정에서는 일부 학위논문 제출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으나, 대부분의 법과대학에서는 세미나 수업에서의 레포트 제출을 논문제출로 대체하여 주고 있다. 이에 반하여 LL.M.과정을 이수하고 진학하는 S.J.D.과정에서는 대륙법제의 엄격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LL.M. 및 S.J.D.학위 과정은 미국인에게는 소위 Post Doc과정 정도에 불과하고, 외국인에게는 미국법을 소개하고 대륙법 계통의 박사학위(S.J.D.)를 주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으나, 필자가 미국 유학생활을 하던(1980~1990년대) 시절만 해도, 미국에서 LL.M. 및 S.J.D.과정을 개설하던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였으며, 법과대학생은 물론 교수조차도 LL.M.과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었다. LL.M.학위를 운영하는 로스쿨 중에서도 J.D.를 마친 자가 진학하는 LL.M.과 외국인이 진학하는 LL.M.을 분리하여 별도로 운영하는 로스쿨도 상당수 있다. J.D.를 졸업하면 미국의 50개주 모두에서 변호사 시험을 응시할 자격이 부여되나, LL.M. 또는 S.J.D.학위를 받은 경우 뉴욕주 등 1~2개 주에서만 변호사 시험자격 요건이 부여된다. J.D.학위는 미국에서도 공인된 박사이다. 박사여부는 졸업식장에서의 예우를 보면 쉽게 파악이 된다. J.D.학위 수여시 모든 졸업생은 박사학위 수여 예우에 따라 박사 가운을 입는다. 이에 따라 LL.M. 및 S.J.D. 졸업생도 모두 박사학위 가운을 입는다. 셋째, 제2심 판결에서와 같이 J.D.과정은 전문기술 분야의 학위인가? 이러한 견해는 영미법계인 미국의 법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견해이다. 불문법국가인 미국의 법학은 판례 자체가 법이므로 판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판례를 다루는 것이 실무 법조인만의 몫이 아니라 법학자도 당연히 판례를 연구하여야 한다. 일부 국내학자는 J.D.를 「법률」박사, S.J.D.를 「법학」박사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러한 견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법률이 곧 법학이고 법학이 곧 법률이기 때문이다. 제2심 판결에서와 같이 미국의 J.D.과정이 「전문기술분야」라면 미국의 로스쿨 또는 법학계에서「일반학문분야」가 별도로 존재하는가? 한마디로 존재하지 아니한다. J.D.과정의 전문기술 분야가 곧 일반학문 분야이며 J.D.과정에서 모두 전담한다. 미국 법학에서의 일반학문은 J.D.출신의 교수가 중심이 되고, J.D.학생이 보조하는 각 법과대학의 「Law Review」에 게재되는 논문이 중심이 된다. 한국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미국 법학에서 J.D.과정을 실무과정, LL.M. 및 S.J.D.과정은 학문과정으로 분류하는 견해는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다. J.D.과정이 박사과정으로서의 최대 약점은 학위논문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J.D.과정은 3년간 90학점을 이수하는 무척 힘든 과정으로서 다른 석사과정의 3배 정도의 학점을 이수하고 있고, J.D.과정 이외의 별도의 상위학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J.D.학위를 단순히 학위논문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박사학위가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J.D. 학위과정은 영미법계의 박사학위로, S.J.D. 학위과정은 대륙법계의 박사학위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미 다수의 법과대학 및 국가·지방자치단체에서 J.D.학위를 박사학위로 보고, 이들을 채용하고 있는 바 제2심 판결에 의하면 이들은 무자격자로서 무효인 채용계약에 근거하여 업무방해를 하고 있단 말인가? 나. 합격자가 무효인 경우 차점자가 합격자가 되는지의 여부 원고가 주장하듯이 갑이 무자격자로서 합격이 무효로 되는 경우 성적이 차점자인 원고가 제2순위로서 합격자가 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 사견으로는 제1순위인 갑이 불합격된 경우 제2순위인 원고가 합격되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는 제1심 판결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전형시험 통과자 중에서도 2인을 최종 인사권자에게 복수추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안 사례에서도 마찬가지 경우라면 갑과 원고가 복수추천되었을 것이고 제3순위 이하의 지원자는 합격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을 것이므로 갑이 불합격되었다면 원고가 합격되었을 개연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3. 최종합격자 갑의 자격요건 갑이 지방계약직 ‘가’급 채용요건을 갖추기 위하여는 (i) 채용예정직무분야와 관련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에 해당되어야 하고, 만일 동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ii) 그 밖에 위 각호의 1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되어야 한다. 사견으로는 갑은 지방계약직 ‘가’급의 채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다는 제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본다. 갑은 시험당시 박사학위 취득예정자로서 설사 최종합격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할지라도 자격요건 제(i)의「박사」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갑은 제(ii)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 바 이를 위하여는 박사취득예정자인「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되어야 한다. 제2심 판결은「박사취득예정자를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로 보는 것」이 단순한 형식적 절차 위반으로 갑의 합격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아니하다. 즉, 동조는 대통령령상의 강행조항으로서 절차규정이라 할지라도 이를 위반하는 것은 위법·무효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입법적으로 규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박사취득예정자가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로 보는 것」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법적 내용의 창설로서 법해석이 아니라 법의 제·개정행위에 해당되어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할 것이다. 박사취득예정자는 박사에 「상당」하는 자격 또는 능력이 있는 자가 아니라 박사에 「미달」하는 자로 보는 것이 해석상 타당할 것이다. 또한 갑의 높은 점수는 인사개입에 의한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2심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면접시험위원의 자율적 판단 및 자유재량이 존중되어야 하는 바, B는 면접시험위원으로서 상사 A의 전화지시를 받고 면접에 참여하였으므로 이러한 자율 및 자유재량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주요 임무는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어느 쪽으로도 판결할 수 있다면 보다 밝고, 정직하며 합리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판결하는 것이 헌법상「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법원의 참모습이라고 판단한다. 시험 채점행위가 자유재량 행위이므로 인사청탁을 받은 면접위원의 시험 채점행위도 자유재량 행위로서 그 효력이 인정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 할 것이다.
2009-07-27
보험금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
Ⅰ. 사실관계 1.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체결 복합운송주선업자인 A는 1996년 9월3일 보증보험업을 영위하는 피고와 피보험자를 건설교통부장관, 보증내용을 ‘화물유통촉진법(1999년 2월5일 법률 제58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화물유통촉진법’)에 의한 복합운송주선업자 영업보증금 보증’으로 정하여 인·허가보증보험계약 이하 ‘본 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때 피고 보조참가인은 A가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부담하는 구상금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하였다. 2. 운임등청구소송의 진행경과 원고는 A로부터 미지급 운임을 지급받기 위해 1996년 11월22일 부산지법에 A와 피고를 상대로 운임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피고에 대한 소송은 1심진행 도중 취하함), 제13차 변론기일에 이르러 변론이 종결되어 1998년 2월12일 원고의 운임청구는 전부인용 되었고, A가 항소한 후 다시 상고를 하였으나 1999년 9월3일 상고가 기각되었다. 3. 보험금청구소송 제기경위 및 진행경과 (1) 원고는 피고에 대한 운임등청구소송을 취하할 즈음에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본 건 보험은 복합운송주선업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폐지신고 되는 등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므로, A와 같은 등록업체의 경우에는 변제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 운임 등 청구소송 확정 후에도 A는 원고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재산관계명시신청에 따라 진행된 2000년 5월29일 재산명시기일에 A는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법은 2000년 6월3일 A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원고는 A의 채무불이행자등재결정 이후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1)항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받고, 2002년 2월22일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2심법원은 소멸시효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때’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면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고,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보조참가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같은 이유로 상고가 기각되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보험사고나 보험금액의 확정절차는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험증권이나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더하여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과정, 동일한 종류의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하고 특히 법령상의 의무이행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인·허가보증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을 강제한 법령의 내용이나 입법취지도 참작해야 한다. 나. 원고가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원고의 운임채권이 확정되고 A에게 책임재산이 없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되므로, 그로부터 복합운송주선업 영업보증금 및 보증보험가입금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에서 정한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에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Ⅲ. 평석 1.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가. 소멸시효 규정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 경우에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이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권리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 것이 소멸시효 기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험사고발생요지시설과 보험사고발생시설이 대립하고 있다.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시부터 진행이 개시된다고 할 것이나, 소멸시효의 취지에 비추어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 또는 보험계약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도 고려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구권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보험금청구상 절차적인 요건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절차상 요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소멸시효가 개시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보증보험의 성격과 특수성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지위는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지위와는 다른 것으로 피보험자는 자기 고유의 권리로서 직접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며(대법원 1981년 10월6일 선고 80다2699판결), 책임보험에 있어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증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계약의 해제(해지)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스보증보험계약에 있어서 리스료의 연체사실만으로 보험사고로 볼 수 없고, 이로 인해 리스계약이 해지된 때 비로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며(대법원 1997년 2월13일 선고 96다19666판결), 또한 지급보증보험계약에서 보험사고는 주계약이 해제되어 중도금 등 반환채무가 발생한 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대법원 1998년 11월27일 선고 98다39404 판결). 인·허가보증보험은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허가나 인가 등 출원자가 허가관청에 예치해야 할 각종 인·허가보증금에 대신하여 체결하는 보험으로서, 보험사고에 있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보험금지급 청구에 있어서 특별한 절차를 요하고 있는 등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소멸시효 기산점 등에 대한 검토 본 건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고 발생시점, 보험사고발생을 안 시점 그리고 소멸시효 기산점 등이 언제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는 바 (i) 운송사고가 발생한 시점 (ii) 운임 등 청구사건 확정시점 (iii)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 (iv)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 (v)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때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보험사고 발생시점을 (i), (ii)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i), (ii)는 단순히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것 또는 채권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므로 추가요건을 요하는 본 건 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건 보험약관이나 관련법령에 비추어 볼 때 A가 객관적으로 자력이 없게 된 시점인 (iii)을 보험사고 시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도산 등’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 한편, 원고가 보험사고를 알 수 있었던 시점은 (iv) 또는 A가 책임재산이 없다는 재산목록을 제출한 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실제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운영규정에 따라 보험금청구 절차가 종료될 것을 요구하므로 (v)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A가 도산 등의 사유로 변제불능의 상태가 되는 시기로 보고 있는 듯하며, 원고가 보험사고 발생을 인식할 수 있었던 시점은 A의 채무불이행자 등재시점으로 보고, 소멸시효 기산점은 ‘채권신고 마감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 경과 한 때’로 보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진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시점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보지 않고, 본 건 보험계약상 필요한 보험금청구 절차를 고려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한 것은 본 건 보험의 특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보증보험과 같은 보증보험의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시점은 단순한 채무불이행 외에 추가적인 요건을 요구하는것이 일반적이라는 점,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정함에 있어 보험금청구절차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은 대법원판례로 인정되고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2009-02-23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무효확인소송에서 訴의 이익
1. 문제점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대법원은 ‘법률상 이익’의 의미에 관하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라고 함은 그 대상인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불안·위험이 있어 판결로써 그 법률관계의 존부를 확정하는 것이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에 인정되고, 이는 법률상의 이익이어야 하며 단순한 사실적·경제적 관련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90. 9. 28.선고 89두6936판결 등 다수). 그에 따라 세금을 납부한 자가 과세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이익이 있는가에 관하여 소극적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례). 하지만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으로서 무효확인소송을 도입한 입법취지, 국민의 권익보호 측면 등에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대법원에서 무효확인소송에서 ‘법률상 이익’의 해석에 관한 태도를 변경(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판결)하였는 바, 이하에서는 변경된 판례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2. 사안의 개요 한국토지공사는 1992. 12. 28. 피고 수원시와 ‘수원영통지구’에 관하여 택지개발계획승인을 받아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던 중, 1995. 12. 15. 수원시와 사이에 하수처리장사업의 사업비 분담 등을 정하기 위한 수원시 하수처리장 건설비용 분담협약(‘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피고에게, 1995. 12. 22. 하수처리장 건설사업비의 분담금 16,158,533,000원 등을 각 납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1998. 5. 16.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소재하는 대지를 매수하여,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고, 한편 수원시는 2004. 5. 13. 원고에게 하수도원인자부담금 14,932,620원을 납부하라는 납입고지서를 발부하였다. 이때, 원고는 피고 수원시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택지개발사업지구에 관하여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모두 지급받았음에도 이 사건 건물의 사용승인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다시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이중부과에 해당되어 위법하다며 2005. 5. 12. 수원지방법원에 주위적으로 하수도원인자부담금 의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위법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므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인 수원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부분은 각하하고, 예비적 청구부분을 인용하였고, 피고 수원시만이 항소한 항소심사건에서 항소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피고 수원시가 상고하였다. 3. 본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원심법원은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부분은 제소기간을 넘겨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면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4. 대법원 다수의견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 확인소송은 처분 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무효확인소송에 대하여 보충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은, 무효확인소송이 확인소송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사소송에서의 확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이익(이하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라 한다)을 갖추어야 한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의 성질과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한 입법정책적 결단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결국은 행정소송법 제35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문제인데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그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한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의 기속력 및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를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으므로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이로 인한 명시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행정소송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5. 무효등확인소송에 대한 종전판례의 검토 가. 종전판례의 태도 종래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을 판단할때도 민사소송상 확인소송과 같이 즉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려면, 판결로써 분쟁이 있는 법률관계의 유·무효를 확정하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라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을 부정하고, 다른 구제수단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확인소송이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이른바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보충성)’을 요구하여 왔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무효등확인소송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구행정소송법 시행당시부터 답습되어온 것으로서 원고적격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행정소송법하에서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조세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에 관한 사례 무효등확인소송과 관련하여 소익이 부정된 사례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세금납부 후에 한 조세부과처분무효확인의 소 또는 부존재확인의 소의 경우이다. 대법원은 이미 세금을 납부한 조세의 부과처분이 무효 또는 부존재임을 이유로 그 납부세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은 별문제로 하고 행정소송으로 그 부과처분의 무효 또는 부존재 확인을 구함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태도이며, 그 근거는 부과된 세액을 이미 납부한 경우에는 세무당국이 그 납부사실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아니하므로 당사자 간에 세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금번 대상판결에 의해 폐기되기 전까지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오던 태도로 조세사건에 있어서만큼은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효확인소송은 보충소송이라는 확고한 판례를 이루고 있었다. 6. 판례에 대한 검토 무효등확인소송의 본질은 무효확인소송이나 취소소송이나 그 처분의 위법을 다투어 효력을 부정하려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행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행정행위에 특별히 인정되는 공정력과의 관계상, 취소소송은 형성판결에 의하여야만 그 효력이 부인되는 데 반해,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한 경우까지 행정처분을 특별히 취급할 필요는 없으므로 무효인 처분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효라는 공적인 확인만 받아도 취소소송과 동일한 결과 즉 처분의 효력이 없음이 확정된 결과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따라서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판단할 때는 왜 그러한 소송이 필요한가를 고려하여 판결을 바탕으로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이익까지를 포함하여 종합적·입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로서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위하여 특정한 행정행위의 효력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 적절할 때는 그 소익을 인정하는 것이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제도로서의 본지에 합당할 것이다. 이처럼 무효등확인소송의 소익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 소송의 성질, 기능, 필요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라 하겠으나 구체적으로는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행정소송법 제35조가 무효등 확인소송의 필요성 및 그 특수성과 행정소송의 행정구제적 기능을 감안하여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무효등확인소송은 오직 처분 등의 효력의 유무나 존재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것만을 그 소익으로 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도록 확대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 보아야 하며 그 내용은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으로서 법률상 이익과 동일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을 요구하는 이유가 항고소송의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실질적인 권리구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소송상 항고소송의 한 종류인 무효확인판결은 기속력과 재처분 의무에 따라 실질적 권리구제가 가능하므로 법률상 이익을 해석함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무효 등 확인의 소송상 소의 이익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이 행정처분에 대한 무효선언을 구하는 의미에서 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에 대한 판결에 있어 보충성을 요구하던 종전판례(대법원 83. 3. 23.선고 80누476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06.5.12. 선고, 2004두14717 판결)를 변경함으로써, 부과처분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소송판결의 구속력(행정소송법 제30조)에 의하여 관계행정청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며, 국세기본법 제51조는 납세자가 납부한 세금 중 과오납된 것은 국세환급금의 결정을 거쳐 납세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까지 하고 있어 원고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지 않고도 무효확인을 구하여 보다 신속 간편한 방법으로 그 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08-09-18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인가?
1. 문제의 소재 ‘요양급여기준’이란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하고 있는 요양급여(진찰·검사, 약제·치료제의 지급, 처치·수술 등)를 행함에 있어 그 방법·절차·범위·상한 등에 대하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정한 기준을 말한다. 동법 제39조 제2항 및 제3항의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5조 제1항에서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하여 일반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다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해지고 있으며, 현재 3,000여개 정도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은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진료 및 진료비 청구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입장에서는 심사기준이 된다. 따라서 심평원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그 비용을 삭감 또는 조정하고 있다. 또한 이미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된 경우라도,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로 판단하여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으로부터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또는 과징금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행정처분에 대해서 요양기관이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관련 요양급여기준의 법적 성격이 문제된다. 행정규칙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17807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가 된다. 또한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를 하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나 보험공단 역시도 그에 반하는 행정행위를 할 수 없고, 법원도 그에 구속되어 재판을 해야 한다. 2.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두12267 판결의 내용 위 사건의 쟁점은 원고(재단법인)가 설립한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은 행위가 구 의료보험법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요양급여기준 … 등과 진료수가기준의 관련 규정 등은 구 의료보험법 제29조 제3항, 제35조 제1항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 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함에 있어서는 요양급여기준과 진료수가 기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요양급여를 시행하고 진료수가를 징수해야 할 것이고, 비록 수진자의 사전동의하에 임의적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고 그 차액을 징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으며, 그 비용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나 분만급여의 비용’, 제45조 ‘보험급여 비용’에 해당하고, 이를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비용나 분만급여의 비용의 청구에 있어서 부정이 있을 때’,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법 제33조 제2항 제1호, 제45조의 규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이 직접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고 설시한 게 아니어서, 위 판결 내용만을 가지고 대법원의 입장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정청은 위 판례를 근거로 의사의 진료행위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한 경우에 그 처방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그로 인한 약값을 의사로부터 환수하고 있다. 행정법원 판례 중에도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사례가 종종 있다. 3.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만약, 대법원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 법치주의 원칙 위반 ‘강행법규’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있는 규정을 말하며 따라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강행법규의 예로는, 사회의 기본적 윤리관이나 가족관계 질서의 유지에 관한 규정, 사회일반의 이해에 직접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 거래의 안전이나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정 등이 있다(민법주해 II, 257~258면 참조). 최근 대법원 판례 중에 강행법규성이 인정된 것으로는, 부동산중개수수료 제한에 관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15조(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제한에 관한 규정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10조의4 제1항(2006. 12. 21. 선고 2004다17054), 중재인의 고지의무를 규정한 중재법 제13조 제1항(2005. 4. 29. 선고 2004다47901) 등이 있다. 위와 같이 강행법규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이나 동법 시행령 어디에도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한다’거나 또는 ‘의사(의료기관)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 고시에 불과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 것은 국회입법의 원리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운용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무려 3,000여개에 달하고, 그 제정이나 시행 과정에 어떠한 법적인 통제 장치도 없어서 그 내용에 법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하자가 많은데, 그러한 모든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실상 보건복지가족부가 임의로 강행법규를 제정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나.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 침해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면,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하고, 의사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 재정을 바탕으로 모든 보험 가입자에게 보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원하는 최선의 진료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요양급여기준 중에는 의학적으로 불합리한 기준들이 상당수 존재하여, 진료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진료만을 강요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다. 최선의 진료의무와의 충돌 판례와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최선의 진료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최선의 진료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의료인의 요양급여기준 준수 의무와 최선의 진료 제공 의무 사이에 의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의사에게는 최선의 진료의무가 우선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보험 재정 안정보다는 더 우선적인 가치이다. 라.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 보건복지부 고시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고, 그 법규성은 제한적·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누13474 판결도 “고시의 법규성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역시도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기타 헌법에 위반될 경우에는 법규성이 부정된다.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법규성을 인정받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당하다. 마. 부당청구에 대한 통제 장치 굳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과 관련된 진료비 부당청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먼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의사와 환자간의 계약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제109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따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는 그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한 방법’이란 ‘위법한 방법’ 보다 그 개념이 훨씬 넓다. 따라서, 위 규정을 통해서 부당한 진료비 청구를 방지할 수 있다. 4. 결론 건강보험이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요양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이라는 한계 하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되고,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 고시는 건강보험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지만, 그 법규성은 건강보험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넘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와도 충돌되며,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8-18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과 상장폐지
I. 사실관계 원고는, 주권상장법인이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증권거래소가 원고 회사의 주권을 상장폐지하도록 한 피고의 유가증권상장규정(2003. 1. 1. 시행. 이하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라 한다)은, 부실기업의 회사정리절차신청을 사실상 봉쇄하여 ‘갱생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을 통해 보호할 수 있었던 당해 주권상장법인과 기존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심은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 무효이고, 이러한 무효인 상장규정에 기초한 피고의 상장폐지결정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II. 판시사항 1. 소의 이익 유가증권시장에 주권이 상장된 상장법인은 상법과는 달리 자기주식의 취득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증권거래법 제189조의 2), 신주발행에 있어 원칙인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일반공모증자를 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동법 제189조의 3), 이익참가부사채, 교환사채 등의 신종사채를 발행할 수 있고(동법 제191조의 4), 우리사주조합에 대하여 주식을 배정할 수 있으며(동법 제191조의 7), 상법에 비하여 액면미달의 발행에 있어 특례를 인정받는(동법 제191조의 15) 등 법률상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이 사건 상장폐지결정은 이러한 법률상의 이익의 박탈 여부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상장폐지결정을 통고받은 원고 회사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 2. 비례의 원칙에 반함 영업활동정지, 최종부도발생 또는 은행거래정지, 자본잠식 등 일반적인 회사부실로 인한 상장폐지사유에 관한 규정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개시신청만으로 재무상태의 심사없이 곧바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한 것은, ‘부실기업의 조기퇴출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과 상장법인과 주주들이 상실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익을 비교할 때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3. 형평의 원칙에 반함 기업구조조정촉진법(2005. 12. 31. 유효기간만료된 한시법, 이하에서는 ‘구촉법’이라 한다)상의 금융기관들의 공동절차와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절차는 수단상의 차이에 불과하지 절차의 선후관계에 있다거나 부실의 심화정도에 따라 그 절차가 나뉘는 것이 아닌데,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한 기업만을 곧바로 상장폐지하여,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하여 차별하고 있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III. 사견 1. 증권거래법상 상장법인 특례규정의 성격 원심에서 상장법인이 누리는 법률상의 이익이라고 하면서 예시하는 자기주식의 취득, 일반공모증자, 신종사채발행,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우선 배정, 액면미달발행은 증권거래법상 제9장 상장법인 등의 관리에 관한 규정 제3절에 규정된 ‘상장법인 등에 대한 특례규정’(이하 ‘특례규정’이라 한다)의 일부이다. 이들 특례규정은 상장법인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규정들로서 상법에 대한 특별규정적 성격을 가진 조항들이지만, 동일한 사항에 관해 상법과 약간의 요건을 달리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상법에 비해 요건이 완화된 경우도 있고, 요건이 강화된 것도 있다. 따라서 상법과 특례규정이 충돌할 때 일반론적으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겠지만, 이들 특례규정은 상장회사의 주주보호라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므로 주주에 유리한 경우(상대적으로 상장법인에 불리한 경우)에는 상법과 특례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학설도 대체로 제도의 성격과 개별규정의 입법취지를 감안한 해석을 통해 증권거래법상의 특례규정이 갖는 의미별로 유형화하여 특별법우선원칙의 일방적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판례 역시 증권거래법상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관련 소수주주권행사에 관한 규정 제191조의13 제5항과 상법 제366조와 관련해 선택적 규정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04.12.10. 선고, 2003다41715판결). 즉 특례규정이 모든 상장법인에 상법에 우선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모든 특례규정이 상장법인에 이익이 되는 법률규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또한 상장법인이라고 하여 모두가 특례규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①상장법인은 이익배당가능한도 내에서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증권거래법 제189조의2). 따라서 이익배당을 할 수 없는 상장법인은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②상장법인은 이사회의 결의로써 일반공모증자에 의하여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주주의 주식가치를 희석화시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공모증자에 의하여 발행하는 신주의 발행가격은 기존시가의 100분의 70 이상이 되도록 제한을 가하고 있다(증권거래법 제189조의3 제2항, 동법 시행령 제84조의5 제2항). 따라서 회사정리절차개시를 신청할 정도에 이른 상장법인의 경우에는 상장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증권거래법상의 자기주식취득과 일반공모에 의한 주식발행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상법은 1984년 이후 개정될 때마다 증권거래법에 규정되어 있는 특례규정들을 수정하며 도입해 왔다. 2006년 10월 법무부의 상법개정안에서는 제469조 제2항을 신설하여 증권거래법상의 이익참가부사채와 교환사채 그리고 파생결합증권을 포함하는 사채의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신종사채의 발행에 관한 특례규정이 상장법인을 위한 특례규정으로서의 의미가 상실됨을 뜻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특례규정들은 상법과 규범의 성격이 다른 것이 아니라 적용대상이 일반 주식회사냐 아니면 상장회사냐 하는 차이점 밖에 없다고 보아야 하며, 원심이 인정하는 것처럼, 상장법인만이 누릴 수 있는 법률상의 이익을 보장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2.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의미 (1)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요건 1)상대적 지급불능 구회사정리법은 ①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이 없이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변제불능)와 ②회사에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때를 회사정리절차개시의 요건으로 하고 있고, 전자의 경우에 그 신청권자를 회사로 제한하고 있다. ①에서의 변제불능은 파산의 원인인 지급불능과는 달리 상대적 지급불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채무의 변제가 가능하지만 그 변제로 인하여 또는 변제자금을 마련하느라고 사업의 계속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그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사업의 계속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이 없이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란 변제를 하게 되면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함을 의미한다. 또한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란, 사업을 양도하지 않으면 조만간 폐업에 이르게 될 수 밖에 없는 경우나 당해 사업의 자산적 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재정적인 곤경에 처하면, 보유자산의 매각, 사업의 처분 등을 통하여 회생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특히 사업 그 자체가 수익 가능성이 있다면, 도산기업의 채권자에게는 그 사업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채무자가 사업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사업을 계속 유지하면서, 그 영업권을 포함한 전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신속한 사업양도를 통한 기업회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회생채무자에게도 유익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2)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상장폐지 현행 유가증권상장규정 제80조는 기업이 급변하는 경영여건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관리종목의 지정없이 바로 상장폐지시키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즉, ①주권상장법인이 법률의 규정에 의한 해산사유에 해당되었을 경우(동규정 제80조 11호), ②주권상장법인이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로 되고 당해 지주회사의 주권이 신규상장되는 경우(동규정 제80조 14호)와 ③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경우(이 사건상장폐지규정 제80조 제9호)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부실상태가 심각한 기업을 조기에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사업양도를 통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 기업의 구조조정(회생)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여도 주주보호가 채권자보호보다 우선시 될 수 없고, 또한 주주보호보다는 사업양도를 신속히 실행토록 하여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3. 회사의 선택 구촉법상의 “부실징후기업”이라 함은 거래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하여 주채권은행 또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외부로부터의 자금지원 또는 별도의 차입(정상적인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입을 제외한다)이 없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의 상환이 어렵다고 인정한 기업을 말한다(구촉법 제2조 제5호). 따라서 구촉법상의 관리기업은 부실징후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은행 또는 주거래은행이 그 관리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회생절차선택에 있어서 수동적이다. 이는 기업의 상대적 지급불능시 회사가 스스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는 능동적인 회사정리법상의 관리기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회사정리법상의 변제불능이란 채무의 변제가 가능하지만 그 변제로 인하여 또는 변제자금을 마련하려면 사업을 양도하여야 하는 정도를 의미하지만, 부실징후기업은 외부자금지원 내지 별도의 차입으로 회생을 도모하게 되는 기업이므로 그 요건을 분명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구촉법상의 금융기관들의 공동관리절차와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절차는 부실기업이 기업의 회생을 위하여 양자 중에서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Ⅳ. 결 론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부실상태의 기업을 조기에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킬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회생하고자 하는 회사 스스로의 선택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당해 상장법인의 본질적인 권리를 해한다거나 상장법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이 헌법상 비례원칙에 반한다거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007-09-06
부가가치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I. 사실관계 및 사건경과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1999. 4.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기화로 영세율로 금지금(순도가 1000분의 995이상 금괴)을 매입하고 이를 가공?수출하지 아니한 채 매입 즉시 전량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업체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라 함)를 부과, 판매하여 부가세 63억원을 징수하자마자 그 즉시 법인계좌에서 전액 인출하여 사용한 후 이중 15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나머지 48억원에 대하여는 신고만 한 채 제1기분 63억원 상당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이어 1999. 7. 동일한 수법으로 징수한 부가세 5억원 역시 임의 소비하고서도 신고는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하는 등으로 제2기분 부가세 5억원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2. 사건경과 가. 공소 제기(신고?미신고 불문 미납부 전액 조세포탈로 의율, 기소) 검찰은 2004. 9. 7.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미납부한 부가세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행위로 의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나. 1심 판단(신고부분 무죄, 무죄이유는 조세포탈이 아닌 조세체납 문제라는 취지) 1심 법원은 2004. 11. 18. 미신고분인 제1기분 15억원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나머지 신고분 53억원에 대하여는 부가세의 조세채권 확정에 관하여 신고납부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행 조세법체계하에서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로 일응 그 조세채권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부가세액을 신고한 이상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신고한 이상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조세체납의 문제일 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다. 원심 판단(원심파기, 신고부분도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전부 유죄 선고) 검찰은 2004. 11. 20. 무죄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서울고등법원)은 2005. 11. 23. 정상적으로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영업활동을 통하여 이득을 얻을 목적이 없고 부가세를 납부할 의사 없이 사위적인 방법으로 영세율의 적용을 받아 금괴를 구입한 다음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부가세액이 포함된 판매대금에서 구입가격(부가세가 포함되지 않는 가격)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이득으로 취하려 한 것이므로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조세범처벌법규가 예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비록 피고인들이 신고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조세포탈행위 성립에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심 일부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신고한 53억원을 포함, 68억원 전액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II. 법적 쟁점 이건의 주요 쟁점은 위와 같이 수출계약서를 위조, 영세율인양 가장하여 영세율로 금지금을 매입하고, 부가세의 거래징수 제도를 악용, 구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업체에 부가세를 부과, 판매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액을 납부할 것처럼 가장,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한 부가세액 전액을 그 즉시 임의사용한 다음 세무관서를 기망, 신고한 경우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즉 이건처럼 기망징수하여 기망신고한 경우 설령 신고는 하였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임 Ⅲ. 대법원 판결요지(전원합의체 판결) 1. 다수의견 (8인의 대법관, 원심판단 정당) 대법원은 2007. 2. 15. 전원합의체 판결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의 확정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뿐만 아니라 비록 과세표준을 제대로 신고하는 등으로 조세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지만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이 규정하는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에 그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것이 조세의 징수를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결과인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시하면서,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조세의 징수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그 재산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은닉 또는 탈루시킨 채 과세표준만을 신고하여 조세의 정상적인 확정은 가능하게 하면서도 그 전부나 거의 대부분을 징수불가능하게 하는 등으로 과세표준의 신고가 조세를 납부할 의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질에 있어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처음부터 정당한 세액의 납부를 전제로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거래징수하는 한편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책임재산의 의도적인 산일과 그에 이은 폐업신고에 의하여 그 지급을 면하는 부가세 상당액이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자 거래의 동기이었음을 알 수 있는바, 본 사안은 전체적으로 고찰할 때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부가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의도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징수한 부가세액 상당 전부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만 부가세를 신고한 것에 불과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 부가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조세포탈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고한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2. 소수의견 (5인의 대법관) 이에 대하여 5인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별개의견은 부가세와 같은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확정되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실제 그대로 신고하여 조세채권 확정에 어떤 방해나 지장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설사 납세의무자가 조세체납의 의도로 과세표준 신고 이전에 재산을 은닉?처분하였다 하더라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본다면 조세징수만을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한 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럴 경우 신고납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 은닉행위와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행위를 포함시키고 징수권의 침해 여부에 따라 구성요건해당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어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 대법원은 그동안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로 보아왔는데 다수의견에 의하면 책임재산 일반을 감소시키는 부정행위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게 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셋째, 다수의견과 같이 납세의무자의 책임재산을 은닉?탈루시키는 행위가 있으면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면 조세범처벌법 제9조의3에서 신고?납부기한이라는 기수시기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넷째, 다수 의견에 따를 때 과연 어떠한 경우가 납세의무자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신고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는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인지 알기 어렵다. 다섯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 있어서도 확정과는 상관없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와 징수불능이 있으면 조세포탈범이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바, 종래에는 납세의무자가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과세관청이 이에 속지 않고 정당한 상속세액을 부과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으나 앞으로는 납세의무자가 부과된 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조세포탈범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종전보다 확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우리 세법은 조세채무의 확정과 징수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일단 조세채권이 확정되면 그 조세채권에 대하여는 일반채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바, 조세포탈죄는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이해하여야 하고, 다수의견과 같이 정당한 조세채권의 확정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Ⅳ. 판례 평석(이건은 기망징수에 기한 기망신고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전형임에도 다수의견 이유란에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된 점) 1. 다수의견 의의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1항의 조세포탈범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대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왔다. 또한 적극적 행위가 수반되지 아니한 단순한 미신고 또는 과소신고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왔다. 그리하여 이번 판례는 기한 내에 신고하되 납부만 하지 아니하면 포탈이 아니고 체납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또한 단순 무신고나 허위 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종전 판례(대법원 1998. 6. 23. 선고 98도869,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가 있음에도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비록 확정 신고를 하였다 하더라도 거래 실질에 있어 징수불능 의도로 거래징수한 부가세를 유보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으로 신고하여 조세채권이 정당하게 확정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 부가세를 신고하지 아니한 것과 다름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판시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신고납세방식에서 신고는 조세채권을 확정시키는 준법률행위이고, 부과과세방식에서 신고는 단순한 세액결정자료 제출에 불과하므로 신고납세방식 세목(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가 부과과세방식 세목(상속세, 증여세 등)보다 넓고, 일본 역시 우리의 부가세법에 해당하는 소비세법 제64조에서 조세포탈행위를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로 규정하고 판례도 부정행위를 “포탈의 의도로써 세금의 부과?징수를 불능 혹은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것 같은 어떤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한 것”(최고재판소 1968. 11. 8. 선고)이라고 우리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바, 이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향후 자기부과조세제도의 확립 등과 괘를 같이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의 경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에 대해 종전보다 넓게 해석하겠다는 경향을 밝힌 획기적인 판례다. 여하튼 위 다수의견에 의해 2003. 7. 1. 이전에는 영세율제도, 그 이후에는 면세금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 변칙거래를 통해 2조원 이상의 부가세를 포탈하여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조직적, 지능적 조세포탈사범에 대한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이들을 하나같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되었다. 2. 다수의견 평석 다만 다수의견 유죄이유 판시내용과 관련, 아쉬운 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다수의견 판시 미흡에 기인하여 소수의견이 있었기에 이하 내용을 다수의견에 추가하여 판단하였으면 소수의견도 불식하고 세법엄격해석 원칙에 맞는 판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법해석 판시와 관련하여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대법원 판례는 하나같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판시하는데 그치고 있는 바, 사기는 부정한 행위의 주요 태양으로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고, 여기서 기망이라 함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행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이건처럼 세무행정당국이나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하여 납세의 의무(헌법 제38조)를 감면받거나 공제받고, 징수한 부가세액마저 위 거래의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기에 징수불능케 하여 납세의무 이행을 면탈하여 세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는 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는 당연히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포함하여 판시해야 함에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이러한 기망신고, 기망징수 행위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대표사례로 포함시켜 판시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종전 판시에만 그친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헌법상 납세의무를 침해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유사한 병역법 제86조에 정한 ’사해행위‘의 의미 및 그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되어 대법원 판례(2005. 9. 28. 선고 2005도3065판결)는 ’사위행위‘라 함은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러한 신체적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무행정당국을 기망하여 병역의무를 감면받으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다른 행위 태양과 상응할 정도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사위행위의 실행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과 관련하여 기망신고, 기망징수 부분까지 포함하여 판시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둘은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조세부과측면에서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조세부과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사전소득은닉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기망신고인 이유는 첫째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한 사실이다. 둘째 영세율제도를 악용하여 영세율로 양수받은 지금을 하나같이 국내에 과세판매하여 거래를 위장한 사실이다. 셋째 그럼에도 마치 적법하게 영세율로 지금을 양수받은 양 매입세액을 영세율로 기망신고하여 공제받은 사실이다. 넷째 일부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하여 위 네 가지 측면에서 피고인들은 영세율 적용대상이 아님에도 영세율로 매입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 영세율인양 기망신고하여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아 조세 부과를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건 신고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태양인 기망신고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시가 누락되었다.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의 원심법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수출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할 것처럼 수출계약서를 위조하여 영세율로 부가세 신고를 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축소시키거나 환급받았다면 그와 같은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일본의 통설이나 판례(최고재판소 1973. 3. 20. 선고)에 의하면 기망신고 일종인 허위신고 자체만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셋은 피고인들은 조세징수측면에서 마치 부가세를 지급할 것처럼 공급을 받는 자를 기망, 징수하고 이를 전액 임의사용하여 조세징수를 불가능하게 하였기에 전형적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징수불능)임에도 이에 대한 판시내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기망징수하여 징수불능인 이유는 첫째 현금과 같고, 당일 매입하여 바로 매출하므로 시세변동이 없는 영세율 지금을 하나같이 매입가보다 저가로 과세매출하여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기망징수하는 등 구조적으로 부가세를 납부할 수 없는 거래를 한 사실이다. 둘째 징수한 부가세 전액을 사적으로 임의로 사용, 횡령하여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셋째 궁극적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수출업체의 부정한 환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 위해 수입가격보다 저가수출을 하여야 하고 저가수출을 위해 반드시 저가 과세매출할 수밖에 없는 거래를 통해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사실이다. 넷째 납부능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우고, 주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사무실을 폐업하여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설령 견해를 달리하여 신고를 하였기에 조세부과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없다 하더라도 종전 대법원 판례 즉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는 판시에 의하더라도 이건에서 피고인들은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처음부터 조세징수가 불가능한 거래를 하였기에 그 행위 자체만으로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징수 측면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즉 기망징수에 해당함에도 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이유 설시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다. 넷은 기망신고, 기망징수인 경우 부가세 신고가 본건 조세포탈범 성립을 배제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점이다. ‘사기 기타 부정행위’는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수도 있지만 일련의 행위가 복합적으로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행위만으로는 적극적인 침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더라도 여러 개의 행위를 종합하여 조세포탈의사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인 부정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1심 판결과 같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과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피고인들이 부가세 신고를 한 부분은 조세채무가 확정되었으므로 단지 조세 확정 이후의 체납의 문제라고 보는 것은 범행의 전체적 기망과정을 도외시한 것이다. 본건에서 피고인들의 신고는 조세의 확정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국의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피하여 제1기분 부가세 포탈에 그치지 아니하고 제2기분까지 이어가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거나 조세포탈 의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망신고로 대표적인 위계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살핀대로 기망신고, 기망징수 의도하에서 행해진 신고는 본건 부가세 포탈 성립을 방해하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음에도 다수의견에서 이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었다. 그리하여 이건 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조세체납 문제로 판단한 1심은 어떠한 적극적 부정행위, 즉 기망신고, 기망징수가 없는 단순 체납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3. 소수의견 비판 소수의견은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그 핵심은 다수의견과 같이 볼 경우에 조세포탈범의 구성요건에 책임재산은닉 후 무납부 또는 과소납부한 행위까지 포함시키게 되는데 이는 구성요건이 확장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신고납세방식 조세의 본질에도 어긋나며, 조세가 확정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고 조세채권 징수의 문제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후 체납을 위해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무납부한 경우를 상정하여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정상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후 단지 세금을 면하기 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까지 조세포탈범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있었던 경우와는 다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활동이 아닌 조세포탈 일련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애초부터 세금을 낼 의도없는 형식적인 부가세 신고는 비록 금액에 있어서 허위, 과소신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아 허위, 과소신고와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재산은닉행위를 구성요건의 하나로 추가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형식적 신고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단서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일 뿐이다. 부가세 신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신고가 없는 경우나 다를 바 없는 경우에 신고가 있었음을 이유로 조세포탈범의 성립을 부정한다면 무신고를 통해 1회성 거래를 통하여 단기간에 걸쳐 조세를 포탈하려고 기도하는 자보다 이건처럼 계획적?지능적 범의 하에 신고를 하면서 마치 징수한 부가세를 납부할 듯한 태도로 세무관서를 기망, 현실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채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여 더 많은 조세를 포탈하려고 하는 자가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바 이를 막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신고가 없는 경우와 같이 보겠다는 것이고 소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조세포탈범의 행위 정형성이 무너질 만큼 구성요건을 확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추상적인 법률을 해석하여 구체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법관의 법률 해석의 권한 내에 있는 것이지 명문의 규정을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수의견 평석에서 밝힌 대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기망신고, 기망징수를 포함하여 해석, 판시하였다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 없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여 신고납세방식 세목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을 보다 넓고 명확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해석의 엄격성을 유지하는 등 헌법상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한 차원 더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피고인들과 같이 부가세의 영세율제도, 거래징수제도를 악용하여 징수한 부가세를 횡령하고 저가매출로 구조적으로 조세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고 기망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여부와 무관하게 조세포탈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서 부가세 포탈에 있어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판례라 할 것이다. 다만 오랜만에 조세포탈행위 해석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인 만큼 이번 다수의견에서 종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기망신고, 기망징수까지 추가하여 포함됨을 명확하게 판시하였다면 세법 엄격해석에도 부합되면서 부가세 포탈에 관한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시금석과 같은 판례가 되었을 것이 확실함에도 이를 포함하여 판시하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은 검찰에서 종로일대 금시장 부가세포탈 수법을 포착, 서울고검 주재로 특별대책본부를 편성하고 국세청과 공조수사를 착수하고, 공판까지 직관하여 사단법인 한국세무학회 의견조회, 국세청 유권해석(각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 의견서를 통한 적극적인 의견개진 등을 통해, ① 포탈규모 2조원 이상의 사상최대 탈세범죄를 적발하고, 연간 5천억원대 부가세 부정환급, 금지금 수출입 과정에서 수입가보다 저가 수출을 통해 590억원 상당에 이르는 국부해외유출을 차단하게 되었고, ② 이건 수사 이전 금 수입물량이 정상보다 6배나 상회하는 등 금시장이 조세포탈의 온상이었으나 수사착수이후 금 수입물량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등 금시장내 조세포탈사범을 발본색원하여 금 수출입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③ 단순한 수사에만 그치지 아니하고 공판에 이르기까지 검찰, 국세청 등 유관기관간에 실질적인 공조체제가 이루어낸 대표적인 수사, 공판성공사례로 새로운 판례를 개척하여 탈세사범에 대한 수사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조세포탈범은 국가의 조세행정을 부정하게 저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건의 경우 국고의 해외유출을 야기하는 등 반사회적인 범죄로 지탄을 받고 있으며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의 발전, 정책 및 세제변화 등에 따라 불확정개념인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석에 대한 판례 축적 등을 통해 이러한 범죄의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법률이 제 역할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조세사범 수사실무에 있어서 갖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2007-08-06
채권의 주식전환 약정의 효력
1. 문제점(사실) 원고는 1999. 3. 23. 소외 (주)A(이하 소외 회사라 함)에게 1억원을 이자 연 10%, 변제기 2011. 4. 30.로 정하여 빌려주면서 “원고가 위 변제기까지 대여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외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받기를 원하는 경우 소외 회사는 언제나 주식을 액면가(1주당 5,000원)로 발행하여 원고에게 이를 교부한다. 그리고 소외 회사는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증자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약정 당시 피고의 전신인 B(주)의 대표이사였던 C의 아내인데, B는 당시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1만주(1주당 액면가 5,000원) 중 9,800주(지분비율 98%)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회 회사의 나머지 주식 200주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D가 100주(지분비율 1%), 소외 E가 80주, 소외 F가 2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소외 회사의 정관에는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의 근거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며, 주주 이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이 특별결의의 의사록만 작성되었다. 원고는 1999. 3. 26.과 2001. 1. 5.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대여금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해줄 것(즉, 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를 발행해달라는 취지임)을 청구하였으나 소회 회사는 “1998년 결산 결과 자본잠식상태이므로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한편, 피고는 2004. 2. 23. 소외 회사를 흡수합병하고 2004. 3. 3. 등기를 마쳤는데, 합병 당시 피고가 소외 회사의 발행주식 전체(발행주식 총수 1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신주를 교부하지 않는 무증자합병의 방식을 택하였고 소외 회사의 주식 1주를 23만4,788원으로 평가하여 합병기준가액을 산출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흡수합병이 진행되던 도중은 물론 흡수합병이 종료된 이후에도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 또는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주식발행이 이루어졌을 경우 원고가 흡수합병과정에서 얻었을 금전적 이득(소외 회사의 주식 2만주 × 합병 당시 1주당 평가금액 23만4,788원)의 지급’을 요청하였고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주식발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은 금전적 이득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합병에 따라 소외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피고가 소외 회사의 약정불이행으로 말미암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은 ① 전환사채발행에 관한 상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② 또한 원고의 주장에 따를 때 합병 당시 1주당 23만4,788원의 가치가 있는 소외 회사의 주식을 1주당 5,000원으로 계산하여 전환사채 발행가액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외 회사는 2004. 2. 19. 이 사건 약정에 대하여 소비대차의 효력만을 인정하고 원금 1억원에 대여일로부터 2004. 2. 17.까지 연 10%의 이율(복리)에 따라 계산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인 1억5,966만9,172원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하였는데, 그 후 원고가 이의를 유보하고 이를 수령하였다. 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피고의 주장에 따라 2개의 문제점에 대하여 판시하였다. 다음에 이 두 판시에 대하여 검토한다. 2. 지배주주가 동의한 주주총회 의사록의 효력 1) 판지 제1점 : “주식회사에 있어서 총 주식을 한 사람이 소유한 이른바 1인 회사의 경우 그 주주가 유일한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출석하면 전원 총회로서 성립하고 그 주주의 의사대로 결의가 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따로 총회소집절차가 필요 없으며, 실제로 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 1인 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의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점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주주로 등재하였으나 총 주식을 실질적으로 그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주식의 소유가 실질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는 상법상의 원칙으로 돌아가 실제의 소집절차와 결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주주총회 의사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면[非決議, 無決議 또는 학자에 따라 表見決議라 한다. 독일에서도 Nicht- oder Scheinbeschlusse의 개념을 인정한다. - 저자] 설사 1인이 총 주식의 대다수를 가지고 있고 그 지배주주에 의하여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주주총회 의사록이 작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그 결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그 주주총회의 결의는 부존재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주의 : 대법원은 “非決議의 경우에도 의사록을 작성하는 등 주주총회결의의 외관을 현출시킨 자가 회사의 과반수주식을 보유하거나 또는 과반수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회사의 운영을 지배하는 주주인 경우와 같이 주주총회결의 외관현출에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는 소급효가 부인되는(제190조 단서) 주주총회결의 부존재확인판결(1995년에 제190조 본문만을 준용하도록 개정되기 전의 제380조)에 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판 1992.8.18, 91다14369 ; 대판 1993.9.14, 91다33926 ; 대판 1996.6.11, 96다18982 - 졸저, 판례연습 회사법 개정증보판, 삼우사 2003, 301면 참조). 이 판례는 1995년 상법개정 전의 것이지만, 과반수 주주 또는 지배주주가 의사록 위조에 관여한 경우에는 회사가 관련된 것으로 보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판례를 인용하면서, 대판 1993. 9. 14, 91다33926은 발행주식 72%를 보유하고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주주들의 참석 하에 주주총회의사록이 작성되어 회사가 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에 “비록 형식상 당해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거와 같은 회사내부의 의사결정을 거친 회사의 외부적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는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서는 위의 판례에는 없던 “유효한 것으로 믿고 거래한 자에 대하여”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설시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여 거래의 안전을 위한 것인 듯한 표현을 추가하였다. 그런데 독일의 無決議에서는 제3자의 보호가 고려될 수 없다고 한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3판, 박영사 2006, 494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의 정족수를 충족하여 사실상 회사의 실체라고 인정되는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거래인 이상 상대방의 선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본 사안에서는 발행주식 총수 1만주 중 지배주주(피고)가 9,800주(98%)를 가지고 회사를 대표하여 본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대표이사가 100주(1%)를 가지고 있어서 총 주식의 99%를 가진 주주가 계약에 관여한 셈일 뿐 아니라, 피고가 (주)A를 흡수합병할 때에는 피고가 (주)A의 발행주식 전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소외회사 및 이를 승계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의 약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3. 채권자에게 주식전환을 허용하는 조항의 의미 1) 판지 제2점 : “주식회사가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자는 만기까지 대여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사 주식으로 액면가에 따라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의 계약조항을 둔 경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전환의 청구를 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기는 형성권으로서의 전환권을 부여하는 조항이라고 보아야 하는바, 신주의 발행과 관련하여 특별법에서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주의 발행은 상법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전환권 부여조항은 상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신주발행 내지는 주식으로의 전환을 예정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 2) 주의 : 본 건의 원고가 B공업주식회사(본 소송의 피고인 G(주)의 구 상호)의 다른 자회사인 (주)H에게 3억원을 대여하고 본 건과 유사한 주식전환약정을 한 사안에서, 대판 2004. 8. 16, 2003다9636은 “전환권은 형성권이므로 전환을 청구한 때에 당연히 전환의 효력이 발생하여 전환사채권자는 그 때부터 주주가 되”고, “직접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에 의하지 않고 그 발행과정의 하나인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청구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것과 대조된다. 4. 결 어 본 판결과 위의 2004년 판결은 위 약정을 전환사채의 발행으로 보았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는 점에서 전환사채 발행과 유사하더라도, 소비대차는 사채발행이 아니며 이들의 약정은 전환사채 발행이 아니고, 회사법상제도가 아니라 원고가 청구하면 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는 계약이다. 원고의 권리는 청구권이며 형성권이 아니다. 청구권인지 형성권인지는 당사자 의사 해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여러 번 주식으로의 전환이나 주식발행을 요구했는데 소외회사와 이를 흡수합병하여 승계한 피고는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당사자의 의사가 청구권 발생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므로 제3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회사법상의 모든 절차를 미리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약정을 무효라고 할 것이 아니다. 日本 最高裁判所 昭和53[1978].7.10. 判決(民集32권5호888면)에 의하면, 유한회사 사원지분 합계 220구 중에서 100구와 93구를 보유하는 이사와 대표이사 母女가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총회의사록만 작성하여 지분과 함께 회사경영권을 매각한 후 3년이 지나서 총회결의부존재의 소를 제기하여 경영권을 회복하려는 소송에서, 지분매도인들은 쉽게 사원총회 결의에 의한 회사승인을 받을 수 있고 또 매수인을 위하여 회사승인을 받을 의무가 있는데도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인제 와서 경영권을 회복하려고 사원총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안에서도 소외 회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쉽게 거칠 수 있었고 원고에 대하여 이 결의를 얻을 의무가 있으며 이 의무에 위반한 데 대하여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 않을까. 본 판결처럼 이 권리를 전환사채권자의 전환권인 형성권으로 보아 강행법인 회사법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이론을 편다면, 위의 2004년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전환사채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원고가 주식으로의 전환을 청구한 때부터 이미 6월이 경과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원고의 손해액 :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종래의 판례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원고의 (주)A 주식의 합병기준가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원고의 청구금액이 과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러나 (주)A는 “1998년 결산결과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하는데, 합병회사(피고)가 피합병회사의 단독주주로서 아마도 부담 없이 내부적인 경리상의 이유로 산출한 합병기준가액(주당 23만4,788원)이 (주)A의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의 객관적인 평가액이 아닐 듯하며, 만약 객관적 주식평가액이었다면 불공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에 관한 제424조의2가 적용될 수 있다. 본 판결에 대하여 2007. 3. 2.에 대법원 2007재다178로 재심청구가 접수되었다.
2007-07-16
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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