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6월 22일(토)
지면보기
구독
My Lawtimes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강행법규
검색한 결과
24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부동산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1. 사안의 개요 농지 X의 소유자 C는 2000년 4월께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 통지'를 받자, 2001년 4월께 D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2001년 4월 12일 D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2009년 1월 28일 C의 사망으로 처인 원고가 X를 상속받았다. 2012년 3월 23일 D도 사망하여 처인 피고가 상속을 원인으로 X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피고에게 X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했다, 원고는 부동산실명법(이하 '부실법'이라 함)상 명의신탁약정 및 D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이며, D의 상속인인 피고는 C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의무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명의신탁약정이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헌법과 농지법에서 정한 농지의 소유·이용에 관한 규정을 잠탈하는 반사회질서 행위이고, 명의수탁자인 D 앞으로 마쳐진 X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명의신탁자 C의 상속인인 원고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 1심과 2심의 판단 1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명의신탁 약정은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까지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점, 탈세목적,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이 있는 명의신탁약정에 해당되어 부실법을 위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되어도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설시했다. 2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농지법 위반의 효과로 농지의 소유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추가로 설시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 원고 승소의 원심이 확정되었다. 부실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마친 명의신탁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쟁점이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는 다수의견의 논거로 i) 부실법은 소유권이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규율하고 있으며, ii)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며, iii)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하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판례의 태도나 부실법 규정에도 합치되지 않으며, iv)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데, 명의신탁자의 재산권 박탈은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게 된다는 점, v) 농지법상 제한을 회피하는 명의신탁이라고 해서 불법원인급여 규정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소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명의신탁등기는 불법원인급여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 논거로 i)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며, ii)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iii)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 반환 등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 iv) 이러한 해석이 사법부가 부동산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연 구] 대상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약정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하여 제746조의 불법원인에 해당되는지,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인지를 다루었다. 그동안 판례는 일관되게 불법원인급여를 부정했다. 그러나 부실법이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으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는지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 대상판결은 부실법을 위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지 않음을 전원합의체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1.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 부실법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관계를 조속히 해소하고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의 권리표상이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의 등기'를 유도함에 있다(제1조). 실권리자란 명의신탁자를 말한다(제2조 2호). 또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대한 제재는 과징금(제5조 1항 제1호) 및 이행강제금의 부과(제6조 2항), 형사제재(제7조 1,2항) 등의 방법을 채택했을 뿐이다. 입법과정에서 명의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부실법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명의신탁관계가 있기 전의 권리상태로 되돌아가 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인정됨을 원칙으로 한다. 결국 이 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방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해석론은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명의신탁약정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한 원인이 아니다 명의신탁약정이 불법원인에 해당되면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데(민법 제746조 본문), 이 때 부당이득반환청구 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79. 11. 13. 선고 79다483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다면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제756조 단서). 그렇다면 수익자도 불법원인을 제공하거나, 심지어 수익자의 불법성이 더 큰 경우에도 문리해석상 제746조의 단서의 단서가 적용될 수 없어 급부자는 소유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론은 불법원인급여의 반사적 효과로 불가피하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결국 불법원인급여일 때 반환청구금지규정(제746조 본문)의 적용범위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불법성을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있으면 인정하는 주류 판례의 견해와는 달리, 선량한 풍속 위반만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둘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를 넓게 인정하여 제746조 단서의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셋째 제746조의 불법성 판단기준을 제103조에서 찾지 않고 급부이익을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남기는 것이 더 정당한지라는 결과의 관점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생각건대 제103조는 '불법의 실현'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인 반면, 제746조는 '불법적 급부결과의 회복'에 법적 조력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판단기준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세 번째의 견해가 타당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점을 고려한 판결례가 나오고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다79887, 79894 판결). 제746조의 불법성은 제103조의 공서양속위반이 있고, 추가적으로 i) 원인행위의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ii) 강행법규의 위반에 따른 급부의 반환이 규범목적에 반할 때에 비로소 인정된다. 이를 부동산명의신탁에 적용해 보면 명의신탁약정이 현저한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실법의 입법취지상 급부의 반환을 긍정하는 것이 규범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 특히 공익적 목적(탈법·투기·탈세의 방지)를 위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해석은 헌법합치적이지도 않다. 불법원인급여를 인정하여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박탈하는 소수의견이 탈법·투기·탈세의 방지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의 목적달성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해석론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자의 대가없는 소유권 박탈이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확실한 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판례도 명의신탁자가 궁극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을 전제로 부실법상 여러 제재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두4554 판결). 3. 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결과는 정의관념에도 배치된다 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에게 귀속되는 결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못한다. 소유권이전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반환이 부정되는지에 대해서 긍정·부정의 상반된 두가지 주장이 가능할 때에는 반환을 부정하는 견해에서 '법률상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는 것'보다 '급부의 회복을 거절함으로써 현상태를 고착시키는 것'이 정의관념에 더욱 부합하는 적극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양쪽의 근거가 모두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권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 즉 종래의 권리자(대상판결에서는 명의신탁자)에게 회복됨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탁자로부터 박탈한 소유권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가 신탁자를 제재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점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4. 결론 결국 현재의 부실법 내용을 전제로 한다면 부실법을 위반한 명의신탁과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은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본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다수의견 중 부실법을 개정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면 헌법상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대가 없이 박탈하는 규정을 두더라도 충분한 입법예고와 실명전환의 유예기간을 다시 부여하고, 동시에 다른 제재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한다면 그러한 개정이 재산권보장이라는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부동산
민법
부동산실명법
불법원인급여
명의신탁
박동진 교수 (연세대 로스쿨)
2019-11-28
민사일반
사립대학교 신입생 모집실적, 교수연봉에 반영 적법한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07854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윤모씨가 A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확인소송(2018다207854)에서 "A법인은 윤씨에게 79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파기해 사건을 최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 제31조 4항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으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며 이는 교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므로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해 성과급적 연봉제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항목과 기준이 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의 남용·일탈로 평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이나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규모 유지가 대학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학교 측이 이를 교원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 사건의 경위 윤 교수는 2016년 2월 연구실적 미달로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학교를 상대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위법한 교원연봉 계약제 시행으로 삭감된 보수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재임용 거부는 적법하다면서도 "가족수당 등 일부 봉급이 부당하게 삭감된 점이 인정된다"며 "학교는 유 교수에게 55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교원연봉 계약제가 위법인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신입생 모집인원 또는 충원율을 교원 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교원연봉 계약제는 교원의 임무를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한 고등교육법과 그에 따른 이 학교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에 따라 덜 지급된 봉급 248만원을 포함한 7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모집실적을 성과로 평가하는 교원연봉 계약제를 둘 수 있고 이를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3. 대상판결의 검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그 자격을 국공립학교의 교원과 동일하게 요구하고(사립학교법 제52조), 복무에 관하여도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사립학교법 제55조),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강화된 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이 적용되고 있으나(사립학교법 제4장 제2절), 그 지위의 근본적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대상판결이 다소 냉소적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관계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흥미롭게도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이 사건의 원심과 같이 사립학교 교원의 법률관계, 보수의 내용에 관한 분쟁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하나인 법원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는 사법 자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법인과 그 교원이 일단 성과급적 연봉제 형태의 임용계약에 합의한 이상, 보수 지급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나아가 그 적용은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의 남용, 일탈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그 이유에서 인용하는 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마282, 763(병합) 결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국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교원들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법상의 고용계약을 기초로 한 사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위와 같이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인정되고 나면 그 성과의 평가대상과 기준, 평가방법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교원의 신입생 모집실적이다. 대상판결이 이유 중에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전반적인 학령인구의 감소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기조에 따라 신입생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사립학교가 적지 않고, 그에 따라 교원들에 대하여 신입생 모집 등 입학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학교법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원심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원심은 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에서 ‘학생을 교육, 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교원 본연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위와 같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보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교원의 실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고등교육법 등 강행법규나 학교 정관에 위반되어 전면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사립학교가 처한 위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였다. 즉 “신입생을 충원하거나 재학생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학의 유지,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에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대학의 유지, 존립을 위해서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등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거나 교원이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학교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이 학교법인이 처한 현실을 원칙적으로 긍정하고 대학의 자율성, 사적 자치의 원리를 토대로 한 학교법인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법심사를 전면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신입생 모집실적이 교원의 실적평가에 따른 보수등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거나’, ‘교원이 신입생 모집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여 교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방해를 받을 정도’가 되면 교원실적의 평가항목과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을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근거로 사립학교 교원의 보수 지급 기준에 관한 사법 자제의 태도를 선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립대학이 현실적으로 처한 입학생 모집의 어려움에서 이러한 사법 자제의 타당성을 끌어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원심이 학교법인이 마련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보수기준에 대해서 너무 쉽게 그 효력을 부인하였다면, 대상판결은 사법 자제라는 명목으로 그와 정반대 방향의 극단적 신호를 하급심과 다른 학교법인들에게 준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대상판결이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규범적 차원에서까지 정당화시키는 논거로 삼음으로써 이미 시작된 일부 사립대학들의 일탈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대한 실질적 사법심사라는 제동장치까지 제거하여 더 많은 사립대학과 교원들이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까지도 왜곡시키는 데 일조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교원임용계약
사립학교
재임용거부처분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12-24
부동산·건축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 ‘실제 건축비’의 적용 한계
-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은 법질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대법원이 법리를 일반화 하여 판시하는 경우, 후속 사건에서 그 적실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하급심의 일반론적인 판시를 대법원이 그대로 원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하급심은 개별 사건 해결이 목적이지만 대법원은 법질서의 통일과 기준을 추구하므로, 하급심 판시가 그대로 대법원 법리가 되는 것에는 위험성이 따른다. 하급심의 논지가(그 개별사건에서) 타당하더라도 대법원은 이를 상고심의 기능적 관점에서 다시 세분하게 걸러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판결(이하 '전원합의체판결')을 보면, 상고심의 법리 설정에서 과도한 일반화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는 하급심의 일반론적인 판시를 대법원이 더 걸러 세분화하지 않고 그대로 원용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판결의 주된 내용은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장기임대한 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을 할 때,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 법령(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법규'라는 것이고, 또 '표준건축비는 분양전환가격에 반영되는 건축비의 상한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건축비와는 명확히 구별되고,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초가 되는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건축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준건축비의 범위 내에서 실제로 투입된 건축비를 의미하고 표준건축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판결이 있은 후, 전국에서 수많은 임대주택 임차인들이 민간임대사업자('한국토지주택공사' 제외)를 상대로 수백 건의 부당이득 청구소송(즉 '실제 건축비가 아닌 표준건축비로 계산한 분양전환가격 해당 부분의 반환청구')을 제기하여 현재 많은 하급심과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그런데 전원합의체판결은 '실제 건축비' 개념을 전개하면서 원심(광주고등법원 2009. 11. 11. 선고 2008나7054 판결)의 '실제 건축비' 관련 판시를 적용범위에서 더 세분화하지 않고 그대로 판시하였는데, 원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관련 사안이었고 민간임대사업자 관련 사항이 아니었으므로 전자에만 한정되는 법리를 전개하였어야 했는데, 이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일반화 하였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적용된 2008. 3. 21. 법률 제89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별표1](이하 '[별표1]')은 "건설원가=최초 입주자모집당시의 주택가격+자기자금이자-감가상각비"로 규정하면서, '최초 입주자모집당시의 주택가격'을 "건축비 및 택지비를 기준으로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산정한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입주자모집당시'에 '건축비'는 '입주자모집승인권자'(시장·군수·구청장)가 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선 모집, 후 입주' 방식의 임대주택 건설에 있어서 입주자모집당시에 '실제 건축비'가 존재할 수 없으며, 단지 '추정된 건축비' 혹은 '표준건축비'만 가능하다. 따라서 전원합의체판결이 이때도 '실제 건축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므로 타당하지 않다. 논리적으로 보면, 전원합의체판결은 분양전환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는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산정한 표준건축비를 상한으로 하는 추정된 건축비'라고 보았어야 했을 것이다. (한편 추정된 건축비가 표준건축비와 일치되더라도 표준건축비를 초과한 것이 아니므로, 그것만으로 입주자모집승인권자의 건축비 산정이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거나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별표1]은 "산정가격=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입주자모집공고당시의 택지비+택지비이자"라고 하여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라는 개념을 쓰고 있으나, '산정가격'은 분양전환가격의 '상한선'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므로([별표1]의 1.나.), '건축비'의 경우 그것은 '표준건축비'(건축비의 상한가격)를 의미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라고 해서 마치 '분양전환당시의 실제 건축비'인 것으로 오해의 여지를 주었으나, 2014. 7. 16. 개정된 [별표1]은 명백하게 '분양전환당시의 표준건축비'라고 규정하였다(2.다.). 그러므로 [별표1]의 '산정가격' 개념으로서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를 정당화 할 수 없다(대판 2013다203468 참조: "상한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분양전환 당시의 건축비'는 '분양전환 당시의 표준건축비'를 의미한다."). 전원합의체판결이 '표준건축비'와 구분되는 '실제 건축비' 개념을 상정한 것은 개념적 타당성은 지니나, 분양전환가격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건축비(건설원가)를 '실제 건축비'로 단정한 것은 [별표1]의 규범구조를 제대로 반영 못한 것이다. 왜 전원합의체판결은 그런 판시를 하였을까? 그것은 사안이 민간임대사업자가 아닌 LH에 관한 것이었고, LH는 [별표1]에도 불구하고(민간임대사업자와 달리) 입주자모집승인권자의 건축비 산정 없이 스스로 건축비를 산정하기 때문이다{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8조(현 제20조 제1항) 참조}. 사안에서, LH는 건축비로서 표준건축비를 산정하였고, 원심은 임차인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 (즉, LH가 공기업으로서 과도한 이익을 내는 것을 비판하며) 그러한 산정은 타당하지 않으며, LH가 '향후 분양전환가격은 이 금액을 기초로 다시 산정함'이라 하였으니 분양전환당시의 건축비는 '실제 건축비'로 산정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즉 LH에 맞춰진 판시였는데, 전원합의체판결이 이를 그대로 원용하여 원심과 동일하게 '실제 건축비' 판시를 한 것이다. 전원합의체판결의 그러한 법리는 결국 LH에게는 타당하지만 입주자모집승인권자가 입주자모집공고 당시의 건축비를 산정하여야 하는 민간임대사업자의 경우는 타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급심의 사안 해결을 위한 판시가 상고심의 법리로 여과 없이 일반화 된 것이다. 둘째,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는, 2008. 3. 21. 전부 개정된 임대주택법이 새로이 시장·군수에 의한 '분양전환가격 승인제도'(제21조 제3항, 제4항)를 규정하고 있어(LH에는 이것 역시 비적용), 그런 승인제도 하에서는 더욱 더 타당성이 결여된다.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 매각금지가 해제된 뒤에 사인 간에 행해지는 법률행위(분양계약)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인가'(사권형성적 행위) 혹은 독립된 행정처분이므로, 행정행위로서의 존속특권(이른바 공정력)을 지닌다. 그런데 동 승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별지1의 규범구조상 '실제 건축비'를 기초로 하기가 불가능한바, 따라서 행정청에 의하여 승인된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가 아니라 추정된 건축비 혹은 심지어 표준건축비라 하더라도, 그것이 중대·명백한 하자라 볼 수 없다. 분양전환가격의 기초가 된 건설원가 중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가 아니었다고 해도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행위가 무효화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결국 전원합의체판결의 '실제 건축비' 판시는 행정청의 분양전환가격 승인의 내용이 실제 건축비와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에 현실적으로 관철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전원합의체판결은 개별 사안(LH 관련)에 대한 하급심 판시를 그 적용대상의 그룹에 따라 세분하지 않고 전체 임대사업자(LH와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별표1]의 규범구조와 체계를 올바로 반영하지 못하였다. 그와 같이 대법원의 법리가 기능적으로 세분화되지 못한 경우 하급심에서 법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또한 하급심이 대법원의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관철할 경우, 법리가 실타래처럼 더 꼬여 문제의 합리적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 그런 문제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법률(임대주택법)의 포괄적 위임에 따라 행정기관(국토교통부)이 사적 분양계약에 간섭하는 복잡한 분양전환가격 규제체계를 '서툴게' 만든 것이 한몫했다. 입법자는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에 관한 기본 사항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모두 행정기관에 위임하여 법률유보(의회유보)원칙을 훼손하였다. 행정의 기술적 전문성과 융통성 인정이 오히려 법적 혼란과 자의성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시장경제질서에서 임차인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임대사업자의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적정한 이윤'까지 제어하는 규제위주의 법제는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분양전환 규제가 폐지된 것은 바람직하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법원이 [별표1]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한 것은 납득되나, 하급심이 개별사안에서 판시한 '실제 건축비' 개념을 거르지 않고 [별표1]의 규범구조에 포괄적으로 대입시킴으로써 법질서의 통일성과 기준설정 기능에 미흡했다고 본다.
임대주택
건축비
분양전환가격
2016-11-21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1.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하고, 그 임금이 '1임금지급기간' 내에 지급되는 것인지 여부는 판단기준이 아니므로 그러한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정기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노사의 합의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더라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 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임금이 정기성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로 이 판결은 소정근로 내지 통상근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근로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소정근로가 법정근로시간 이내의 근로를 뜻한다면 소정근로에 대한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근로의 대가이고, 법정근로시간의 범위를 넘어 행하여진 근로까지를 포함하여 이에 대응해서 별도로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로 인한 법정가산임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 중에도 후자에 속하는 임금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있다. 즉, 소정근로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는 '근로기준법 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과 이에 속하지 않는 임금을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상임금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의 근로를 제공하면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이지만,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산입 시켜 지급해야 할 성질의 임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둘째로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인 정기성을 1개월을 넘는 기간의 정기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달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 및 단서와 본문 동법 시행령 제23조 3호의 규정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결론에 있어서 같은 뜻: 이 판결의 별개 의견). 셋째로 이 판결은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 지급되는 금품은 노사의 협정에 따라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급여를 통상임금에 속하는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임금을 정기상여금으로 정하고 이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단체협약의 체결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기본적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임금액을 포함하여 제반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정기상여금의 급여 여부와 그 금액, 지급범위와 방법 및 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더욱이나 노사의 협정에 의하여 소정근로 이외의 근로를 포함한 대가로서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것이라면, 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의 협정은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로 볼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생활보장적 임금인 퇴직금, 휴업수당 등의 지급은 법률이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보장하는 것이 근로자의 생존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타당한 일이지만, 근로자가 재직 중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임금(통상임금)은 기업체의 지급능력과 경영상의 제반 상황 등 노동시장의 여건을 모두 고려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가산임금을 산정할 때 추가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임금결정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이는 노사자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제33조 Ι)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1조, 제29조 Ι, 제33조)에 보장되어 있다(이 판결의 별개의견 참고). 그런데 이 판결은 일정한 유보나 전제 없이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상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한다. 왜냐하면 통상임금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법정도구개념이므로 그 의미나 범위에 대하여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견해는 현행 노동관계법이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협약자치의 형성적 기능을 부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이 판결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 내용은 무효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강행법규의 적용에 앞서 신의칙을 우선 적용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의한 무효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이 판결은 근로자 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추가법정수당(법정가산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 즉,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그 자체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착오)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즉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의 강행법규성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수견해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취하는 보충의견이 있는가 하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신의칙으로 배척하는 법리는 논리의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당혹감마저 들게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4.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기상여금이 가지는 성질과 그 지급방법, 상여금에 대한 노사의 합의내용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에 관한 법령의 해석이 한결같지 않아 여러 가지 견해가 주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그간의 논란을 정돈한 것은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상여금이 성과급, 공로보상 또는 계속근로 장려 차원에서 지급되는 등 그 성질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기본급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임금이라는 방향으로 이해하는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서도 정기성을 인정하는 법리를 전개할 수밖에 없고 또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를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하는 법리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측이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기업에 발생할 심각한 타격을 막기 위하여 신의칙의 법리를 원용하여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의한 법정가산수당의 추가적 청구를 봉쇄하는 또 한 번의 정책적 판단을 하였다. 그러므로 이 판결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2) 근로자 측은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ⅰ) 통상임금의 개념요소의 하나인 정기성은 1임금지급기간을 넘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는 법해석적 법리, ⅱ)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에 관하여 규율할 수 있는 단체협약당사자라 하더라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한다는 법리와, ⅲ)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강행규정에 우선하여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이유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 내에서도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이 있어 찬반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판결은 정책적 판단 방향에 있어서나 이를 정당화하는 법리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기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정책적 판단과 이를 떠받치는 법리가 순리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관하여 어느 면으로는 과도한 절충적 태도를 취하는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임금의 요건과 범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임금인지의 여부 등에 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에 의하여 자세한 규정을 마련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014-01-23
조정의 본질과 효력
1. 대상판결의 개요 (법률신문 10월 9일자 보도) (1) 사실관계 K씨는 J금속에게 2억여 원의 물품대금 채무가 있어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K는 J금속을 상대로 J금속의 자신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J금속이 K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자 K는 S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자신이 시효이익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을 하도록 하여 J금속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판결에 기하여 K는 C신용조합에게 지상권설정등기를, D에게는 근저당설정등기를 해 주었다. 그러나 K와 S는 이후 위 사건에서의 위증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다시 J금속은 K를 상대로 확정된 위 판결에 대한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고, 소송계속 중에 J와 K는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하고 K는 말소등기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J금속은 C신용조합과 D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회복등기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1심은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조정조항은 효력이 없고 확정판결의 효력은 재심의 소에 의해서만 배제(취소)될 수 있다고 하여 J금속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2심은 재심청구가 인용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루어진 조정의 경위를 감안할 때 조정조서가 준재심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이상 조정조서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J금속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 2010다97846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는 허용될 수 없고, 설령 그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더라도 효력이 없어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다. 2. 본 사안의 쟁점 (1) 조정의 본질 1) 이른바 조정재판설 조정을 재판의 일종 또는 판단작용의 일종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는 조정을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인(조정기관)이 절차를 주재하고 조정인이 옳다고 판단하는 조정안을 당사자들에게 제시하여 설득해 나가는 절차로 인식한다. 조정의 중점은 당사자 간의 합의보다 조정기관의 공권적 판단에 있으며 조정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조정조서에 기재하는 재판이라고 생각하며 신속한 분쟁종결이 강조된다. 우리 민사조정법 제30조에서 조정담당판사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설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conciliation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하나, 조정조서에 재판상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 특유의 제도로 볼 수 있다. 2) 조정합의설 당사자 간 합의가 조정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절차는 조정당사자가 주도해 나가며, 조정인은 철저히 조정을 촉진하는 사람(facilitator) 또는 중개하는 중립인(neutrals)이 된다. 법원 연계조정의 경우에도 조정인의 조정은 법원의 재판과 철저히 분리되고, 조정당사자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된다. 이 입장에서는 조정인의 이해관계조절능력과 협상능력을 강조하며, 조정인의 조정인 자질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특징이 있다. 조정실적을 높이기 위한 당사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coercion)이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절차진행이나 결정은 허용하지 않는다. 외국의 mediation이 여기에 속한다. (2) 조정의 본질에 대한 대법원의 관점 대법원은 조정의 대상인 권리관계는 사적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며, 기판력이 있는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없는 확정판결의 효력을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한 것으로, 조정의 효력 또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의 입장은 일견 조정재판설과 조정합의설 중 그 어느 것과도 어울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정합의설만이 아니라 조정재판설에 의하더라도 조정의 대상이 되는 권리관계가 당사자가 조정에 임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범위 내(처분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보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례의 논지만으로 대법원이 조정의 본질을 재판으로 본 것인지 합의로 본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법원이 철저한 조정재판설을 취하는 경우라면 전소의 확정판결 이후 행해진 당사자들의 임의조정은 전소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받게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을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판력은 법적 평화와 법적 안정이라고 하는 소송법상, 공법상의 필요에서 인정되는 규준성으로 직권조사사항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신청에 의해 또는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거나(한정설) 또는 직권탐지주의와 변론주의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것(중간설)으로 법원이 일정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조정자체는 성립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확정판결과 조정 간에 기판력 저촉의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조정합의설을 소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입장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해석해 보면 조정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처분권을 가지는 권리관계를 조정합의에 의하여 정하는 것이고 확정판결의 취소를 합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조정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 역시 가능하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조정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 확정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의 후속조정이 성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판단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정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든 조정이 재심절차의 대용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는 주장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주장은 기판력의 저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를 숙제로 남긴다. 필자는 대법원이 확정판결의 취소는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확정판결의 취소를 당사자들의 순수한 합의에 기초한 조정합의로 취소하는 것은 조정의 본질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내용의 조정이 있었고 그 조정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의 저촉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했음에도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결어 우리 민사소송법은 화해·청구의 포기·인낙조서(조정조서 포함)에 흠이 있는 경우 무효·취소의 주장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 1961년 민사소송법 개정 이래 소송행위설을 취하여 준재심에 의해서만 이를 다툴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판례는 화해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경우나 반사회적인 경우에도 그 화해가 무효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점차 확대되어 민사조정에도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었고, 심지어 법원을 완전히 벗어나 행해지는 각종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도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조정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주는 본 건 판결은 앞으로 우리의 조정제도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의 문제와 맞물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조정을 재판의 일종이나 재판의 변형된 형태(판결문을 쓰지 않는)로 보는 입장(조정재판설)은 조정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조정의 실제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수없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분쟁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또는 적극적 불합의는 아닌 선에서 못이기는 척 마무리하도록 하는 것도 사회와 당사자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조정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입장(조정합의설)은 조정의 원래의 효용증대와 함께 조정이 교섭력이 약한 당사자들을 억압(coercion)하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한다. 이는 기존의 분쟁해결절차가 지나치게 대결위주로 분쟁을 신속히 종결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소송의 반복(상소심 등)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 분쟁의 신속한 해결조차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분쟁은 신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압박을 하면 할수록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발되는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즉, 현재의 우리의 소송현실은 법원의 신속한 사건처리에 대한 부담과중과 그로 인한 불충분한 심리로 오히려 분쟁이 확대되어 한 심급만 보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되었지만 전 심급을 통산하면 분쟁해결의 총시간은 더욱 길어졌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 서고자 한다. 왜냐하면 엄격한 처벌만으로 범죄의 수가 줄지 않듯, 흠이 있는 상태로 종결된 민사절차를 기판력을 인정하는 제도로 막는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소모적인 소송사건이 줄어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해·포기·인낙·조정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 것이 오히려 소송심리를 더욱 충실히 하거나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 분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킨 면은 없는지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손쉽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무기를 옆에 두고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자제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의 조정절차가 mediation절차의 장점을 좀 더 수용하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2-12-10
이익소각계약의 해제시 원상회복 방법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의 2대주주인 을, 병은 을의 지분을 이익소각하는 방식으로 을의 출자를 환급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갑 주식회사, 을, 병 및 그 관계회사들이 당사자가 되어 이익소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위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갑 주식회사는 이익소각절차를 밟았고 을은 자신의 지분 중 60% 가량을 소각하였다. 다. 그러나 갑 주식회사는 위 소각에 대한 소각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던 중 그 이행을 지체하였고 을은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소각대금잔금의 지급을 최고한 후 위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소각된 주식의 재발행(신주발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가. 을이 소로써 구하는 신주발행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갑 주식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함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을에게 원상회복 방법으로 위와 같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갑 주식회사 정관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 을은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신주를 발행한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신주인수권이 침해되는 주주가 없다고 주장하나, 주주 의결권 행사의 자유, 주식 양도 자유와 그 행사 가능성을 고려하면 을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나머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주식회사의 실질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을이 청구하는 신주발행의 취지를 갑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이를 을에게 이전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자기주식취득 역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의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을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3. 사건의 경과 을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9. 3.12. 대상 판결을 확정하는 내용의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10399 판결).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대상 판결에서는 ① 이 사건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미 소각된 주식의 원상회복방법은 무엇인지 여부와 ② 만일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면 이는 상법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이익소각계약 해제시의 원상회복방법 대상 판결은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이익소각이 이루어진 뒤에 위 계약이 해제된 경우의 원상회복방법으로서 신주의 발행과 자기주식의 취득을 검토하고 있다. 신주의 발행은 을이 청구취지로서 주장하였던 것이고, 자기주식의 취득은 을이 청구취지에 추가하기 위하여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유로서 대상 판결은 청구취지에 자기주식의 취득에 의한 원상회복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볼 경우의 판단도 덧붙이고 있다. 다. 원상회복을 위한 신주인수권 부여 대상 판결에서 을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제3자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문제가 된다. 상법 제418조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상법 제418조는 강행규정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상법 제418조에 의하면 주식회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으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어야 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경영상 목적’에 포섭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아직까지 ‘경영상 목적’의 범위에 관하여 판시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려우나 학설상으로는 외국자본의 도입, 전후방 연계시장의 확보 등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주주배정에 의해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5판, 박영사, 2008, 709면).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목적이 본래 주주간의 지분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이 문제로 된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행위를 ‘경영상 목적’에 기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이에 관한 사항이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상 판결의 경우 정관의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을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418조에 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라.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 대상 판결은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과 관련하여서도 상법 제341조에 규정된 자기주식취득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를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을에 대한 의무이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계산이란 주식의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즉 손익이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의미인데 주식취득을 위한 비용은 갑이 지출해야 할 것이므로 손실이 갑에게 귀속됨은 분명하다. 따라서 갑이 원상회복을 위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는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마.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의 관계 그러나, 대상 판결의 경우 각각의 개별규정을 떠나서 좀더 넓은 시야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을 이외의 주주들 대부분이 갑 주식회사 또는 병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이익소각계약상의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신주인수권 부여를 거부하는 갑 주식회사의 행위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우선하여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독일연방대법원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무효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무효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BGHZ 85, 39),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영업양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그 양수인이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자신의 나머지 채무이행을 거절하기 위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최고재판소 1986. 9. 11. 선고 판결). 한편, 우리나라의 대법원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영업양도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회사측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재산양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3. 3.28. 선고, 2001다14085 판결). 결국 어느 경우에 신의칙이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만이 남는다고 할 것인 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이익형량이 일응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행법규와 신의칙 위반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의무위반을 거부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 법인격부인론과의 관계 대상 판결은 법인격부인론과 관련하여서도 흥미로운 언급을 하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상법 제418조, 제341조의 강행법규성을 설시하면서 만일 갑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다면 위 규정들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식회사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다른 사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라고 생각된다.
2009-10-15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인가?
1. 문제의 소재 ‘요양급여기준’이란 국민건강보험법 제3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하고 있는 요양급여(진찰·검사, 약제·치료제의 지급, 처치·수술 등)를 행함에 있어 그 방법·절차·범위·상한 등에 대하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정한 기준을 말한다. 동법 제39조 제2항 및 제3항의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5조 제1항에서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하여 일반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다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정해지고 있으며, 현재 3,000여개 정도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은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진료 및 진료비 청구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입장에서는 심사기준이 된다. 따라서 심평원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 그 비용을 삭감 또는 조정하고 있다. 또한 이미 요양급여비용이 지급된 경우라도,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로 판단하여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고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으로부터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또는 과징금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행정처분에 대해서 요양기관이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관련 요양급여기준의 법적 성격이 문제된다. 행정규칙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지만,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17807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게 된다면,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가 된다. 또한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를 하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나 보험공단 역시도 그에 반하는 행정행위를 할 수 없고, 법원도 그에 구속되어 재판을 해야 한다. 2.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두12267 판결의 내용 위 사건의 쟁점은 원고(재단법인)가 설립한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그 비용을 지급받은 행위가 구 의료보험법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요양급여기준 … 등과 진료수가기준의 관련 규정 등은 구 의료보험법 제29조 제3항, 제35조 제1항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 법률상 위임 근거가 있는 법규명령이고 강행규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함에 있어서는 요양급여기준과 진료수가 기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요양급여를 시행하고 진료수가를 징수해야 할 것이고, 비록 수진자의 사전동의하에 임의적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고 그 차액을 징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는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으며, 그 비용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나 분만급여의 비용’, 제45조 ‘보험급여 비용’에 해당하고, 이를 수진자 본인으로부터 받은 것은 법 제33조 제2항 제1호의 ‘요양급여비용나 분만급여의 비용의 청구에 있어서 부정이 있을 때’, 제45조의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법 제33조 제2항 제1호, 제45조의 규정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이 직접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고 설시한 게 아니어서, 위 판결 내용만을 가지고 대법원의 입장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정청은 위 판례를 근거로 의사의 진료행위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한 경우에 그 처방행위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그로 인한 약값을 의사로부터 환수하고 있다. 행정법원 판례 중에도 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은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사례가 종종 있다. 3.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만약, 대법원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 법치주의 원칙 위반 ‘강행법규’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있는 규정을 말하며 따라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강행법규의 예로는, 사회의 기본적 윤리관이나 가족관계 질서의 유지에 관한 규정, 사회일반의 이해에 직접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규정, 거래의 안전이나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규정 등이 있다(민법주해 II, 257~258면 참조). 최근 대법원 판례 중에 강행법규성이 인정된 것으로는, 부동산중개수수료 제한에 관한 구 부동산중개업법 제15조(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제한에 관한 규정인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10조의4 제1항(2006. 12. 21. 선고 2004다17054), 중재인의 고지의무를 규정한 중재법 제13조 제1항(2005. 4. 29. 선고 2004다47901) 등이 있다. 위와 같이 강행법규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이나 동법 시행령 어디에도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한다’거나 또는 ‘의사(의료기관)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 고시에 불과한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 것은 국회입법의 원리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운용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무려 3,000여개에 달하고, 그 제정이나 시행 과정에 어떠한 법적인 통제 장치도 없어서 그 내용에 법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하자가 많은데, 그러한 모든 요양급여기준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실상 보건복지가족부가 임의로 강행법규를 제정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나.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 침해 요양급여기준이 강행법규에 해당된다면,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 진료를 해야 하고, 의사와 환자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는 진료계약을 체결해서는 아니된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한정된 보험 재정을 바탕으로 모든 보험 가입자에게 보편적인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원하는 최선의 진료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요양급여기준 중에는 의학적으로 불합리한 기준들이 상당수 존재하여, 진료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진료만을 강요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다. 최선의 진료의무와의 충돌 판례와 의료법은 의료인에게 최선의 진료 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은 최선의 진료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기준에 강행법규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의료인의 요양급여기준 준수 의무와 최선의 진료 제공 의무 사이에 의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의사에게는 최선의 진료의무가 우선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보험 재정 안정보다는 더 우선적인 가치이다. 라.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 보건복지부 고시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고, 그 법규성은 제한적·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누13474 판결도 “고시의 법규성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역시도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기타 헌법에 위반될 경우에는 법규성이 부정된다. 위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법규성을 인정받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대해서 강행법규성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부당하다. 마. 부당청구에 대한 통제 장치 굳이 요양급여기준의 강행법규성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과 관련된 진료비 부당청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먼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의사와 환자간의 계약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민법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제109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따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다음,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는 그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당한 방법’이란 ‘위법한 방법’ 보다 그 개념이 훨씬 넓다. 따라서, 위 규정을 통해서 부당한 진료비 청구를 방지할 수 있다. 4. 결론 건강보험이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요양급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부담수준, 국가의 재정수준이라는 한계 하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보험급여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되고, 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적절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 고시는 건강보험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지만, 그 법규성은 건강보험법령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넘어서 강행법규성까지 인정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최선의 진료의무와도 충돌되며, 행정규칙의 법규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8-08-18
처분의 존재요건과 조리상의 권리
Ⅰ. 事實關係 (1) 피고(충남대학교 총장)가 자연과학대학 생화학과의 효소학 분야에서 1명, 신진 및 중간대사 분야에서 1명의 교수를 각 초빙하겠다는 등의 1999학년도 전반기 교수초빙공고를 하자, 원고(윤00)를 비롯한 29명이 생화학과의 효소학분야에 지원하였으며, 1단계 자격심사 및 2단계 전공적격심사를 거치면서 29명의 지원자중에서 원고를 포함한 5명이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2) 다시 3단계 연구실적심사 및 4단계 공개강의심사를 거친 결과 원고가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 결정되어 마지막 5단계인 면접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던 중, 4단계까지의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서가 제출되자 피고는 원고에 대한 면접심사를 유보하였다가 교원채용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에 기하여 생화학과의 교원신규채용업무를 중단하는 조치를 하였다. (3)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교원신규체용업무중단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Ⅱ. 原審判決(대전고법 2001. 7. 27, 2000누2493)의 要旨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즉,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권 내부의 행위 등과 같이 행정청에 의하여 결정된 내부적인 의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외부로 표시되지 아니하여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이 사건 교원신규채용업무중단조치는 단순한 행정청 내부의 중간처분 또는 사무처리절차상의 하나의 행위일 뿐 외부적으로 원고에게 통보된 바 없어 행정처분으로서의 외형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3) 생화학과 효소학 분야에서 공개강의심사 결과 원고만이 적격 판정을 받아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가 됨에 따라 원고에게 면접심사 결과 적격 판정을 받아 교원으로 임용될 가능성 또는 이에 따른 임용기대권이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임용을 구할 직접적인 권리를 가진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임용하거나 임용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원고의 위와 같은 기대권 또는 지위를 법률상 보호되어야 할 권리로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비록 이 사건 중단조치로 인하여 원고가 위 기대권이나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불이익을 입을 개연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가 침해를 받거나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케 한다고 볼 수도 없다. Ⅲ. 上告審(2001두7053)의 判決要旨 (1) 구 교육공무원법(1999. 1. 29. 법률 제57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교육공무원임용령(1999. 9. 30. 대통령령 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 관계 법령에 대학교원의 신규임용에 있어서의 심사단계나 심사방법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학 스스로 교원의 임용규정이나 신규채용업무시행지침 등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교원을 신규임용하여 온 경우, 임용지원자가 당해 대학의 교원임용규정 등에 정한 심사단계 중 중요한 대부분의 단계를 통과하여 다수의 임용지원자 중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으로 장차 나머지 일부의 심사단계를 거쳐 대학교원으로 임용될 것을 상당한 정도로 기대할 수 있는 지위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임용지원자는 임용에 관한 법률상 이익을 가진 자로서 임용권자에 대하여 나머지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하여 그 심사에서 통과되면 대학교원으로 임용해 줄 것을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고가 생화학과의 교원신규채용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후 이를 자연과학대학장에게 통보하였고 원고는 그 무렵 이 사건 중단조치를 알게 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중단조치는 교원신규채용절차의 진행을 유보하였다가 다시 속개하기 위한 중간처분 또는 사무처리절차상 하나의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서 임용에 관한 법률상 이익을 가지는 원고에 대한 신규임용을 사실상 거부하는 종국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며, 원고에게 직접 고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알게 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는 원고의 권리 내지 법률상 이익에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견해를 달리 하여 피고의 이 사건 중단조치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나머지, 이 사건 중단조치의 유효 또는 적접 여부에 대하여 더 아나가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국?공립 대학교원의 신규채용에 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Ⅳ. 評 釋 1. 原審判決의 타당성과 上告審判決의 무리한 논리전개 이 사건에서, 原審判決은 “처분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환송되었다. 그러나, 행정법을 전공하는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원심의 판결이 “실정법(행정심판법 제2조 및 행정소송법 제2조)상의 처분개념” 및 “공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표준적 행정법교재의 설명”과 일치되는, 논리정연한 판결이라고 판단된다. 반면에 上告審判決은 “실정법상의 처분개념” 내지 “처분(행정행위)의 성립?존재요건” 및 “공권(개인적 공권)의 성립요건(① 강행법규에 의거한 행정청의 작위의무의 존재, ② 근거법규의 개인적 이익의 보호성)”에 관한 확립된 이론과 동떨어진 무리한 논리전개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 “條理上 權利”에 대한 疑問 이 사건에서 上告審은 원고에게 “대학교원으로 임용해 줄 것을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리”로부터 - 앞에 기술해 놓은 바와 같은 - “공권성립의 두 가지 요건”이 도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3. 原告의 救濟의 길 이 사건에서 原告로 하여금 “부작위의 위법확인소송”을 제기케 하는 것이 덜 무리한 구제수단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4-10-14
발행지 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事實關係】 소외 주식회사 Y가 1993년7월15일에 약속어음 5매(액면합계액은 2억 2천만원)를 소외 P에게 발행하였고, P는 이를 피고 R에게 背書讓渡하였는데, R은 그 중 4매를 원심공동피고 B에게, 나머지 1매를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위 B는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여 원고 X가 각 어음의 最終所持人으로 발행지의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년10월30일에 支給場所에 지급제시하였으나 無去來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어, 원고는 背書人에 대하여 溯求權을 행사하였다. 【大法院 判決要旨】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國內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發行地의 記載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같이 유통결제되는 거래의 실정등에 비추어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1. 多數意見 (1) 어음에 있어서 發行地의 記載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國土를 달리하거나 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國際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에 있어서 중요한 解釋基準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國內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2) 國內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 여부는 어음면상의 發行地와 支給地가 국내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支給地와 支給場所, 發行人과 受取人, 지급할 어음金額을 표시하는 貨幣, 어음文句를 표기한 文字, 어음交換所의 名稱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發行地를 白地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 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 (3)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交換所와 銀行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當事者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도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2. 反對意見 (1) 發行地와 發行人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은 그 효력이 없고 적법한 지급제시가 될 수 없다. (2) 법규가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에 의하여 그 法規의 適用範圍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國會의 立法作用에 의한 改正을 기다려야 할 것인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안된다. (3) 제네바 統一어음法은 어음요건에 관하여 아무런 留保條項도 두지 아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法的 根據도 없이 어음을 국내어음과 국제어음으로 구분한 다음, 國內어음의 경우에는 영미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보아 유효하다고 하고 國際어음에 대하여는 제네바 통일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우리나라만의 獨自的인 法運用으로서 국제적인 신뢰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 (4) 지금까지 大法院은 발행지의 기재를 요건으로 하는 명문의 규정을 무시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가능한 한 유효하게 해석하려는 견해를 최근까지 유지하여 왔는데, 특별한 상황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强行法規的 性格의 법규이며 效力規定인 어음요건에 관한 명문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부당하다. 【評 釋】 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내에서 이용되는 어음에 관하여는 어음요건 중에 發行地의 要件性을 부정한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의 다수 의견에 의하면 發行地의 記載는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 행위의 중요한 해석 기준이 되지만,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發行地이 記載가 없어도 유효한 국내어음의 판단기준을 열거하고 있다. 그 判斷基準을 보면 지급지나 지급 장소가 국내이고 발행인과 수취인이 한국인이고 어음 금액이 원화로 표시되고 있으며 어음 문구가 한글 또는 한자를 혼용하여 기재한 것이어야 하고 어음교환소의 명칭이 국내인 경우 등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기준이 모두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國內어음은 約束어음의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급인이나 인수인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어음법이 어음금액은 일정하기만 하면 어떠한 국가의 통화라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같은 國際化 時代에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貨幣를 기준으로 어음의 유·무효가 좌우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어음상의 기재사항도 아닌 어음交換所의 名稱이 국내어음의 기준이 된다고 한 것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英美에서는 어음이 부도가 된 경우에 拒絶證書의 作成이 면제되는 국내어음(inland bill)의 기준을, 國內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이거나 內國人이 발행한 어음이라고 하고 있다(英어 4조 1항). 그리고 다수의견은 일반의 거래에 있어서 發行地가 記載되지 아니한 어음도 발행자가 기재된 어음과 같이 취급되고 있음이 慣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발행지는 물론이고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장소의 기재도 없는 어음의 유통이 바람직한 관행인가 하는 것은 검토의 여지가 있다. 그러한 관행을 상관습으로 인정한다 하여도 강행법규에 반하는 경우에는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고 어음을 유통시키는 관행이 商慣習法으로 확립되었을 때에만 强行法規의 變更力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발행의 관행을 상관습법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한 慣行이 實定法에 상응하는 法的 確信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또한 다수의견에서는 그 근거의 하나로, 1988년에 채택된 國際어음 UN協約에서 發行地의 記載는 어음요건의 하나가 아니라고 한 점을 들고 있다. 동협약 제3조의 어음요건에는 환어음과 약속어음 모두에 발행지는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제2조의 協約의 適用要件에서는 환어음의 경우는 발행지와 지급지 중 하나는 어음상에 기재하여야 하고, 약속어음의 경우도 발행지, 발행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수취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지급지 중 2개 이상의 장소를 어음에 기재하여야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음요건에 관한 규정만 보고 발행지는 필요적 기재사항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주의를 결여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어음법統一條約에 기하여 제정한 법률의 强行法規를 판결에 의하여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는 法律의 改正에 의하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이 판례의 태도와 같이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즉 국제통일조약에는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留保條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12월6일에 개정된 어음법에서 종래의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한 것은 統一條約에 더욱 접근한 것이고, 종래에 조약상의 서명을 記名捺印으로 법정한 것도 統一條約의 議事錄에 의하여 서명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른 방식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지난 1995년에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할 때도 일부에서는 어음 요건에서 發行地를 削除하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는 점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판례의 보충의견에서는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하여 법률로 규정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에는 法院의 法形成的 活動이 개입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번 판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 발행지의 어음요건성은 법률로 충분하고 완전하게 규정하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충의견에서는 법률에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한 한도내에서 그 규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거나 축소 제한 해석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법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종래의 발행지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國際法과 法律에 반하는(contra legem) 法形成的 解釋이라고 할 것이다. 어음법은 통일조약에 留保條項이 없는 규정이라도 무엇이든 법률개정절차에 따라서는 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모든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술한 바와 같이 국제조약에 기한 법률은 조약이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개정한 때에는 통일법계의 어음법으로서의 순수성을 파괴하여 국적없는 어음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46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國會議員들이 2001년8월부터 約束어음制度를 廢止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어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 大法院 判決이 지각없는 발상에 名分을 주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발행지의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이나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어음거래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음용지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교부한 것이다. 만약에 최근의 일부 약관에서 발행지는 미리 한국으로 인쇄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金融機關의 어음用紙에 發行地를 韓國으로 인쇄하여 교부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발행지의 기재뿐만 아니라 발행지의 기재가 없으면 이를 보충해주는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도 기재하지 않은 어음의 발행을 유효한 어음발행의 관행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의문이다.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는 發行地와 支給地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도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그 기재마저도 없는 어음을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타당성을 결여한다. 발행지는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에는 지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여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보아도(어 76조3항), 어음요건은 각기 어음의 형성을 위한 버팀목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인데 發行地의 機能만을 들어 그 기재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發行地의 記載와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 主債務者인 發行人의 名稱에 부기한 지도 없는 어음의 유·무효를 가리기 위하여 法的 根據도 없는 모호한 기준을 설정하여 어음을 國內어음과 國際어음으로 구별하는 것은, 엄격한 요식증권성을 전제로 고도의 유통성을 보장하는 어음거래의 원활과 안전을 해하게 될 것이다.
1998-06-01
1
2
3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미르의 전설’ 게임 로열티 소송…대법 “준거법은 중국법” 파기환송
판결기사
2024-06-06 09:30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부동산노동
현행 연명의료중단제도의 개선 방향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