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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임용거부처분취소청구사건
상당수 행정법학자는 이 판결에서 독자적인 권리로서의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 처음 인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판결을 20세기에 나타난 10대 행정판례 중의 하나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을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인정한 판례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판례의 논리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다소 오래된 판례이지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필자 註]사건의 개요 원고는 제27회(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방위소집근무(병역의무)를 마친 다음 제28회(1986년) 사법시험의 합격자들과 함께 사법연수원 제18기로 입소하여 소정의 수습과정을 수료하였고 그 수료전인 1989.1.경 피고(법무부장관)에게 검사로서의 임용을 신청하였으나 성적순위미달로 임용되지 아니함으로써 임용거부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인사행정에 있어 요구되는 형평의 원칙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재량권남용의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검사임용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심법원판결(서울고법 1990. 6. 13, 89구5043)의 요지 임용권자가 단순히 검사임용신청을 한 원고를 검사로 임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가리켜 거부처분이라 볼 수 없고, 이를 거부처분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원고가 임용권자에 대하여 그 자신의 신청에 따라 검사임용이라는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대법원판결(대판 1991.2.12, 90누5825)의 요지 1. 검사지원자 중 한정된 수의 임용대상자에 대한 임용결정은 동시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 대한 임용거부의 소극적 의사표시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이 임용권자가 원고를 검사에 임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순한 부작위일뿐 거부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임용거부처분의 성질과 그 존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2.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임은 원심판시와 같은 바, 검사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합목적성과 공익적합성의 기준에 따라 판단할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고의 임용요구에 기속을 받아 원고를 임용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다수의 검사지원자들 중 일부만을 선정하여 검사로 임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법령상 검사임용신청 및 그 처리의 제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조리상 임용권자는 임용신청자들에게 전형의 결과에 대한 응답, 즉 임용여부의 응답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하고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판결의 평석 1. 행정행위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사 지원자 중 한정된 수의 임용대상자에 대한 임용의 의사표시는 동시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 대한 임용거부의 의사표시를 포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 그러나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은 정당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처분성의 유무는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처분」개념과 관련하여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부처분의 처분성도 당연히 거부된 처분이 동 조항의 처분개념정의에 부합하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신청권의 유무는 원고적격의 문제로서 다루어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처분개념과 원고적격의 개념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은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때에 한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표현은 오늘날의 대법원판결에도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2. 한편, 대법원은 본건 판결에서 "검사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가 합목적성과 공익적합성의 기준에 따라 판단할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원고의 임용요구에 기속을 받아 원고를 임용하여야 할 의무는 없고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임용권자가 다수의 검사지원자들로부터 임용신청을 받아 전형을 거쳐 자체에서 정한 임용기준에 따라 일부만을 선정하여 검사로 임용하는 경우, 법령상 검사임용신청 및 그 처리의 제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조리상 임용권자는 임용신청자들에게 전형의 결과에 대한 응답, 즉 임용여부의 응답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여 개념상 검사임용요구권과 검사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를 구분하고, 전자는 인정되지 아니하지만, 후자는 조리상 인정된다고 하였다. 3. 대법원이 파악하는 상기의 권리개념은 타당하지 않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무담임권을 가지며, 공무담임권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것의 실현을 위한 과정은 개별법령에서 정해진다. 검사임용과 관련된 개인의 권리도 헌법(제7조·제25조)·사법시험법·국가공무원법(제26조·제33조)·검찰청법(제34조)등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검사임용에 관한 개인의 권리는 실질적으로는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권리, 검사의 직에 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검사의 직에 임용이 거부될 때에는 거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 그리고 검사의 직을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을 좁게 보아 검사의 직을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검사의 직에 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임용거부시 임용거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도 상기의 여러 법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조리상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로서도 자신의 임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표현과 "조리상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 표현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4. 검사임용과 관련하여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종류의 개인의 권리는 성립요건을 달리하지만, 그러한 권리에 상응하는 임용권자의 의무의 성질도 동일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검사의 직에의 임용여부는 임용권자의 재량에 속하지만, 검사의 직에의 임용을 거부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답거부행위는 기속행위에 속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한 판례의 표현은 타당하다. 요컨대 응답을 받을 권리는 재량사항이 아니다. 5. 일설(김동희, 행정법Ⅰ, 2000년판, 94쪽)은 (협의의)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개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하자 없는, 즉 적법한 재량처분을 구하는 공권이며, 특정처분을 구하는 실체적 공권은 아니라 하고, 아울러 그것을 적극적 공권·제한적 공권·절차적 공권·형식적 공권으로 이해하면서, 본건 판례가 "우리 대법원이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법리를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라 하고 있다. 요컨대 이 견해는 본건 판례가 원고적격을 가져다주는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인정한 것으로 보지만, 필자는 이 견해가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의미를 오해한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①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검사임용거부와 관련하여 응답을 받을 권리이지, 검사임용거부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권리로서 응답을 받을 권리가 아니므로,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독자적인 권리로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② 본건에서 응답을 받을 권리는 기술한 바와 같이 검사임용과 관련하여 여러 법령의 해석상 나오는 독자적인 권리이지, 검사직에의 임용여부의 판단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재량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③ 판례가 "원고로서는 그 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응답할 것인지의 여부조차도 임용권자의 편의재량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검사임용신청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권리를 재량문제로 보지 아니하였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④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절차적 공권이자 동시에 형식적 공권으로 보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절차적인 공권은 실체적 공권과 함께 실질적인 공권을 구성하는 바, 형식적인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량은 선택과 결정에 있어서의 사고판단의 문제이지, 특정 내용의 문제가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6. 사실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란 기속행위에서 인정되는 개인적 공권(특정행위청구권)과 달리 재량영역에서 인정되는 개인적 공권은 특정한 행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무하자재량행사를 전제로 하여 특정한 행위를 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것(예, 하자없는 재량행사를 전제로 한 검사직에의 임용청구권, 무하자재량행사를 전제로 한 자동차운송사업면허청구권)을 특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개념을 특정한 행위와 관계없이 오로지 무하자재량행사 그 자체를 구하는 권리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때문에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을 형식적 권리라 부르는 것이다.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법리가 확립된 독일의 경우에도 무하자재량행사 그 자체를 내용으로 하여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 인정된 판례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독일학자의 지적이다(자세한 것은 졸저, 행정법원론(상), 517f를 보라). 법적용의 실제상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재량하자의 문제)은 다만 본안의 문제로서 위법성판단의 문제가 된다. 판례가 본건에서 "다만 자유재량에 속하는 행위일지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을 때에는 위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행정소송법 제27조)"라고 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7. 끝으로, ① 원고는 개인적 공권(법률상 이익)으로서 검사임용청구권을 갖지만 피고의 검사임용행위는 재량행위이므로 대법원은 피고의 거부처분에 재량하자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재량하자가 있다면, 하자 없는 재량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참조). ② 만약 피고의 거부처분에 재량하자가 없다면, 거부처분과 관련하여 응답을 받을 권리(법률상 이익)가 하자있는 재량행사(정당한 내용의 응답이 없다는 의미에서 재량권불행사 내지 재량권남용)로 인해 위법하게 침해되었으므로 하자 없는 재량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참조). 그런데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다만 ②의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였으니(지면관계상 내용인용 생략), 본건 판결은 심리미진이라 하겠다.
2001-04-09
법정증언을 번복하는 내용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Ⅰ. 사안 피고인 K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W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W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W에 대하여 작성한 1998. 10. 9.자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고 한다)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는 W가 1998. 8. 25. 제1심의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과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거쳐 피고인의 변소(辨疎)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이하 ‘제1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마친 다음 검사의 소환에 따라 검찰청에 다시 출두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검사는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다시 추궁하여 W로부터 그 증언 내용 중 ‘피고인의 변소에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검사가 이 사건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검사의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 W는 1998. 10. 27. 제1심의 제8회 공판기일에 다시 증언(이하 ‘제2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제1차증언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증인 W는 이 때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응하였다. 제1심은 제2차증언과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 증거의 하나로 명시하고, 항소심이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이 증거를 유죄증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하였다. Ⅱ. 쟁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W)을 검사가 소환한 후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필자 첨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555 판결 및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32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 4. 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Ⅳ. 평석 1. 이 판결의 사정(射程)범위(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첫째,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법정증언을 번복(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검사작성의 참고인(참고인이지만 통상의 수사절차상의 참고인이 아니라 이미 법정증언을 한 바 있는 참고인이다) 진술조서’(이하 ‘번복진술조서’로 약칭한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하여 다소 불분명했고 엇갈리기도 했던 종래의 판결들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히 하는 한편 종래의 판결을 변경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종래의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신빙성을 부인할 수 있다고 한 판례(대법원 1983.8.23. 선고 83도163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살인특수강도 집31(4)형119, 공 1983,1462;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 배임수재 횡령)가 있었는가 하면 번복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진술조서라도 그 후에 법정에서 피고인측에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2. 8.18. 선고 92도1555 판결)는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종래의 엇갈렸던 판례를 증거능력의 문제로 통일시키고 번복진술조서는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둘째, 이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요지 ㉰항 참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번복진술조서 중에서도 검사가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만을 문제삼고 있다. 이 판결을 반대해석하면 검사가 법정증인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정식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W를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문제가 없다(증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셋째, 본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인의 1차증언 후 수사기관(본 사안에서는 검사가 작성하였지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에 의해 작성된 법정증인의 번복(공소사실에 부합)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였지만 그 증인이 2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번복증언’(이하 ‘번복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경유하였다면 이 번복증언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차증언의 실시는 당사자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의 어떤 견지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판시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본 판례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는가? 2. 이 판결의 법리적 논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재판요지 ㉮ 항과 ㉯ 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 부분의 판시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의 적법절차조항과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을 근거로 이끌어 낸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선언(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합헌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본 판례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법리는 이렇듯 가깝게는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이고 멀리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원리임을 알 수 있다. 본 판례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와 같은 ‘기저적(基底的)인 구조원리’가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와 같은 ‘하위수준의 구조원리’개념을 매개로 ‘형사실무의 최전방말단에 자리하고 있는 각론적 쟁점의 해석문제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실증해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판례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 반대의견(대법관 지창권, 이임수, 서 성, 조무제, 유지담)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주장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증인에 대하여 검사가 후에 다시 진술조서를 받은 경우, 그 진술조서를 새로 받게된 이유나 절차가 어떠하였던가, 그 증언내용과 그 진술조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 후에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하여 검사가 어떠한 소송상의 절차를 진행하였는가를 가리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마는 결과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본 판례사안에서는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을 하면 두 개의 증언 중 어느 한 개의 증언은 위증임에 틀림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증인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을 감수하고 2차증언에서 1차증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감행하리하고 예측되지 않는다(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판례사안에서의 증인은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관석,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인신문후 당해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사법행정}, 1993.9, 60-64쪽 참조). 증인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해 주기를 원하는 검사는 증언번복을 주저하는 증인에게 불기소의 약속이나 암시를 고려해야 한다. 본 판례사안에서도 검사는 증인 W를 위증죄로 입건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번복진술조서를 증거로 하고 싶으면 검사는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위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증인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할 리가 없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우려는 다수의견의 실무적 의의에 대한 ‘일리있는 합리적 예측’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에 봉착한 검사는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4. 검사의 향후 대응책 검사는 종래와 같이 ‘위증죄 기소 혹은 불기소’를 무기로 법정증인의 번복진술조서를 받아 내려는 발상을 포기하고 반대신문의 기술을 발전시켜 제1차증인신문에서부터 송곳같은 반대신문으로 위증을 기도하는 증인을 무력화시키고 이에 실패하면 제2, 제3차의 증인신문에서 위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분간 ‘실질적으로 유죄이지만 재판상 무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법절차,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등의 구조원리는 ‘더 큰 공익(bigger public interest)’을 위하여 ‘보다 작은 공익(smaller public interest)’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원리이므로 다수의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0-07-27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Ⅰ. 사 안 1. 공소사실(가스분사기를 허가없이 소지한 범죄사실, 이하 ‘후행사실’로 약칭함)과 본건 공소사실이 기소된 경위 : 피고인 J는 1997. 12. 24. 06:00경 불심검문을 당하여 ‘수회에 걸친 절도행위와 공기호부정사용죄의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같은 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런데 검사가 위 구속영장기재의 범죄사실(이하 ‘선행사실’이라 부른다)로 피고인을 신문할 당시(1998. 1. 5.), 여죄(餘罪)로 ‘후행사실’도 자백하였고 압수물까지 있었음에도 검사는 후행사건은 포함시키지 않은 채 선행사건만을 먼저 기소하였다(1998. 1. 8.). 그 후 곧이어 후행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어 같은 검사에게 배당되었다(1998. 1. 12.). 검사가 후행사건의 기소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도중에 선행사건의 판결이 확정(1998. 3. 11.)되었다. J는 1998. 3. 11. 대전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습절도)죄와 형법위반(공기호부정사용)(이하 ‘선행(범죄)사실’로 약칭함)으로 ‘징역 1년6월 및 보호감호’를 선고 받고 청송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이 개시되었다. 검사는 후행사건을 송치받은 후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아니하다가 후행사건 송치일로부터 2개월 8일 후이며, 선행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1998. 3. 20.에야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 때 피고인은 ‘가스분사기소지를 포함한 수회에 걸친 절도사실 등’을 자백하였다. 검사는 같은 달 21. 선행기소에 대한 판결확정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달 26.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후행사실만 재차 확인하고, 같은 달 29. 대전지방법원에 본건 공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한다. 피고인이 선행기소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이므로, 후행범죄사실 중 상습절도 부분은 선행기소에 대한 유죄판결선고전에 범한 것으로서 면소의 대상이어서 검사가 추가기소를 하지 못하고 후행범죄사실 중 소지부분만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청송교도소로 이감됨에 따라 후행사건도 의성지원으로 이송되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재판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된 데에는 후행사건에 8건의 절도죄 여죄가 병합되어 있어 ‘경찰에서 그 여죄 부분의 수사관계로 선행사건과 분리하여 뒤늦게 따로이 송치’한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 제1심(의성지원 1998.11.7. 선고 98고단200 판결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 하집 1998-2, 687쪽 이하)재판(관여법관 김수일.{법률신문}, 제2747호) : 제1심은 “ ‘피고인이 자신의 판결확정전에 범하여진 일련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함으로써 두번의 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 검사가 피의자가 범한 일련의 범죄행위 중 일부에 대하여 이미 구속기속된 사실을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나머지 범죄행위에 대하여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행사를 하지 아니한 것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헌법 제12조 제2항의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제도’에 비추어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에는(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85 판결참조), ㉰ 이시추가소추권 행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본건의 경우 “㈎ (중략)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담당하였던 검사가 후행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을 시 이미 피고인이 선행기소 사건으로 구속되어 기소된 상태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점, 후행사건 송치 이후 검사가 한 수사로서는 후행공소사실 등의 재확인, 선행기소와 그 판결확정 확인 등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본건기소는 정당한 이유없이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 행사를 게을리한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기인’하며 ㈏ 피고인이 최초 체포 당시부터 경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그 증거물인 가스분사기마저 압수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소추권 행사 및 재판절차 등에 정통하지 못한 일반인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선행기소 사건에 대한 재판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별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할 것이어서 ‘위 재판의 변론기일의 속행이나 선고연기’를 신청할 필요성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중략) 후행공소사실에 대하여 선행기소 사실과 병합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거의 제1심판결을 지지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 점 공소권의 남용으로 공소제기의 효력이 부인되는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Ⅲ. 재판요지(파기환송) 검사가 ‘ⓐ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이다.(중략) 원심은 ㉠ 검사의 이 사건 기소에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관하여 더 심리함이 없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곧 이 사건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 기소편의주의와 공소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 조무제 이용우(주심)). Ⅳ. N&C(평석) 1. 현재까지 한국에서 공소권 남용 여부가 가장 많이 다투어진 사안유형은 ‘경합범관계에 있는 피고인의 일련의 범죄사실들’이 한꺼번에 기소되지 않고 그 중의 일부만 먼저 기소(이를 ‘선행기소’로 약칭함)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 선행기소에서 누락된 범죄사실을 검사가 별도의 공판절차로 기소(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함)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경합범 조항’(형법 제37조)과 ‘관련사건의 병합관할조항’(형소법 제11조 제1호)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이익이 박탈되는 경우였다. 이런 유형의 사안에 대하여 가장 넓게 공소권 남용을 긍정하려 했던 입장은 대법원 1996.2.13. 선고, 94도2658 판결(공문서위조 공 1996,1017, 이하 ‘96년 판결’로 약칭함)의 원심판결이었던 부산고법 1994.9.7.선고 93노1497 판결이었고 그 다음으로 넓게 긍정하려 했던 입장이 바로 본판결의 제1심(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과 항소심(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 판결이다. 2. 본판결은 96년 판결이 전제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요건(검사의 후행기소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중 ㉮의 요건을 축소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본판결의 재판요지 ⓓ 항이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본판결은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검사가 선행사실과 후행사실을 한꺼번에 기소하지 못한 것이 ‘ⓓ 단순히 검사의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96년 판결의 공소권남용요건’을 축소시키고 있다. 3. 대법원 1990.9.25. 선고, 90도1613 판결(국가보안법위반 공 884,2236)은 “원심이 특정사건에 대한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공소의 제기가 ‘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고 판시한 것은 그 설시가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여 한국의 대법원은 일본최고재판소가 취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인정기준(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보다는 다소 넓게 긍정하겠다는 설시를 보여 주었었는데 본 판결에서 90년 판결과 96년 판결의 입장을 일보 후퇴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하급심 법관들은 공소권남용을 넓게 인정하려고 하고 대법원은 좁게 인정하려고 하는가? 이 의문의 해답은 ‘사법정책적 관점의 상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하급심 판사들은 공판사건이 날로 급증하고 있어 ‘검사의 남기소’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의 하급심이 공소권남용론에 적극성을 보이는 물적 토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한국의 사법경찰관과 검사는 업무부담이 과중한데다 또한 구속기간제한에 쫓겨 본의 아니게 이런 유형의 후행기소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한편에서 하급심 법원의 ‘실무적 감각’과 ‘피고인의 이익고려’, 그리고 다른 한편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실무적 고충’을 조화시키려고 위와같은 미묘한 ‘사법정책적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싶다.
2000-03-06
「미키마우스」저작권의 보호기간
●판결요지 월트디즈니가 저작한 미술저작물 미키마우스를 부착한 아동의류를 불법제조해 도소매업자에게 판매한 것은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다 ●평석요지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된다고 했어야 하는데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한다는 식의 공소제기와 이를 그대로 인정한 판결은 법리오해가 있다. 【判示內容】 1. 피고인은 1996년8월15일경부터 그해 9월15일경까지 사이에 부산부산진구범천4동1108호 ○○섬유란 상호의 공장내에서 저작권자인 월트디즈니가 저작한 美術著作物 미키마우스(Mickey Mouse)를 부착한 의류를 불법제조하여 이를 판매하기로 마음먹고, 위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아동의류, 티셔츠등 옷가지에 부착하여 도합 5천2백78매 시가1천6백2만6천원상당을 저작권자로부터 위 미술저작물의 복제에 관한 허락을 받음이 없이 제조하여 이를 명불상 도소매 의류판매업자들에게 판매하거나 또는 판매목적으로 보관함으로써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 2. 저작권법 위반의 有罪인정(벌금 3백만원) 【評 釋】 Ⅰ. 問題의 所在가. 캐릭터의 法的保護 對象判決은 「미키마우스」의 캐릭터의 법적 보호에 관한 것으로서, 캐릭터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란 소설, 만화, 영화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동물, 로봇 등으로서 그 외모나 소설, 만화, 영화 등의 이야기 내용에 의하여 독특한 개성이나 이미지를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캐릭터란 「미키마우스」와 같은 漫畵映畵의 登場人物 그 자체를 말한다(金文煥, 「외국의 캐릭터 보호제도」, 계간 저작권, 1990년 가을호 참조). 캐릭터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顧客吸引力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이른바 「캐릭터의 商品化」(character merchandising)가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의 상품화는 상표법, 의장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보호된다. 특히 「미키마우스」캐릭터의 不正競爭防止法上 保護要件과 관련해서는 이미 우리 대법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大法院 1996년9월6일 선고 96도139판결 公1996下 3077쪽). 또한 「톰과 제리」캐릭터에 대해서도 최근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大法院 1997년4월22일 선고 96도1727판결 公1997上1679쪽). 대법원 1996년9월6일 선고 96도139판결에 관한 評釋으로는, 吳世彬, 「캐릭터의 不正使用과 不正競爭防止法, 違反罪의 成否」, 형사재판의 제문제[제1권], 박영사, 1997; 陶斗亭, 「商品캐릭터의 商品標識性」, 판례월보, 1997년2월; 丁相朝, 「캐릭터의 법적보호」, 계간 저작권, 1997년 봄호 등이 있다. 나. 著作權法에 의한 캐릭터의 保護 캐릭터의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다. 가령 캐릭터가 어떤 인기 만화의 주인공인 경우는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되고, 만화영화의 등장인물인 경우에는 映像著作物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된다. 특히 漫畵映畵 주인공의 캐릭터를 무단 복제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映像著作物의 著作權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복제 및 배포금지의 신청 혹은 형사고소를 한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大法院 1997년4월22일 선고 96도1727판결은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톰과 제리」캐릭터를 의류 등에 무단복제한 사건에서 위 캐릭터가 漫畵映畵著作物의 著作權에 기하여 保護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다만 위 만화영화는 세계저작권협약(UCC) 발효일 이전에 창작된 것이므로, 피고인의 무단 복제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을 뿐이다. 일본에서도 일련의 만화영화주인공을 의류등에 복제한 사건에서 해당 캐릭터들이 각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다수의 하급심 판결이 있다(東京地裁 1977년11월14일판결; 東京地裁 1978년12월22일판결; 大阪地裁 1979년8월14일판결등). 다. 「미키마우스」캐릭터는 映像著作物의 著作權에 기하여 保護 對象判決은 「미키마우스」캐릭터가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키마우스는 첫 유성 만화영화인 「증기선 월리」(Steamboat Willie)를 통해 처음으로 公表된 것으로서, 美國 저작권청에 등록된 著作權登錄證에는 저작물명 「증기선 윌리」, 공표일「1928년11월21일」, 저작자 「월트디즈니」, 저작물의 종류 「영상저작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미술저작물이 아닌 映像著作物의 著作權에 기하여 保護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캐릭터가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더라도, 뽀빠이 캐릭터 처럼 1929년1월17일 5컷짜리 신문용 연재만화로 처음 公表되었다가 나중에 만화영화로 제작된 경우에는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기간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있는 판결이 최근 일본에서 선고되었는데, 일본 最高裁判所 第1小法廷 藤井正雄재판장은 1997년7월17일 뽀빠이 캐릭터의 미술저작권은 이미 소멸되었다고 판시하였다(아사히신문 1997년7월18일 1면 참조). Ⅱ. 準據法 決定의 基準-베른 協約 第5條第2項3文- 앞서 본 것처럼 「미키마우스」캐릭터는 미국에서 창작된 영상저작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따라서 「미키마우스」캐릭터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對象判決에서 문제가 된 위 캐릭터의 侵害地는 대한민국이다. 여기서 著作權法의 準據法 決定의 問題, 즉 저작권의 성립, 내용, 효과, 소멸 및 그 침해에 대한 보호의 준거법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국제조약이 존재한다. 즉 베른協約 제5조제2항제3문은 「보호의 범위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어지는 구제의 방법은 오로지 보호가 주장되는 국가의 법률의 지배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하여 1996년1월1일부터 발효되는 WTO/TRIPs협정 제9조제1항은 가입국에게 베른협약 제5조제2항 등의 준수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베른협약 자체도 1996년8월21일부터는 우리나라에서 발효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따르면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大韓民國의 著作權法에 의하여 同法이 인정되는 기간 동안만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톰과 제리」캐릭터 사건처럼 베른협약이 발효되기 이전에 발생한 저작권 침해 문제의 경우에는, 그 준거법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우리 涉外私法은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의 준거법에 관한 明文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屬地主義原則에 기초하여 거의 범세계적으로 승인되고 있는 이른바 保護國法主義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李好珽 「지적재산권의 준거법」, 지적재산권법강의, 홍문사 1997년 참조). 또한 우리 섭외사법 제13조제1항을 적용하여 저작권침해가 이루어진 不法行爲地法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이 경우에도 대한민국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Ⅲ. 現行著作權法 제77조, 附則(87년7월1일부터 시행) 제2조제2항5호, 제3조1호가. 遡及保護의 原則 1996년7월1일부터 시행되는 附則 第3條는 「[법-꺾은 괄호는 筆者註, 이하 같음] 제3조제1항[…]에 의하여 새로이 보호되는 외국인의 저작물[…]로서 이 법시행전에 공표된 것(이하 回復著作物 등이라 한다)의 저작권[…]은 당해 회복저작물 등이 대한민국에서 보호되었더라면 인정되었을 보호기간의 잔여기간동안 존속한다」고, 法 第3條第1項은 「외국인의 저작물은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즉, 1996년7월1일부터는 이른바 「소급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WTO/TRIPs 협정(96년1월1일 발효)과 베른협약(96년8월21일 발효), 세계저작권 협약(87년10월1일 발효)에 각 가입하고 있는데, 소급보호의 원칙은 WTO/TRIPs 협정 제70조 및 베른협약 제18조에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96년7월1일부터 소급보호를 시행하는 부칙규정을 둔 것은, 위 협정과 협약에 따라 이 원칙이 적용될 조건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WTO/TRIPs 협정 제9조제1항은 「회원국은 베른협약 제1조에서 제21조까지 및 그 부속서를 준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현행 저작권법으로는 보호되지 않던 1987년10월1일 이전 公表된 외국저작물을 1996년7월1일부터는 소급하여 보호하게 된다. 그러므로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하는 映畵著作物 「증기선 윌리」는 우리나라의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여 소급보호의 대상이 되며, 베른협약 제5조제2항3문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게 된다. 나. 베른協約 第5條第2項3文에 따라 現行著作權法 第77條 適用 현행 저작권법 제77조는 「영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표한 때부터 50년간 존속한다」고 규정한다. 영상저작물 「증기선 윌리」는 1928년11월21일 공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증기선 윌리」는 1929년1월1일부터 起算하여 (법 제40조) 50년이 종료되는 1979년12월31일 그 보호기간이 소멸된 것이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현행 저작권법이 1987년7월1일부터 시행될 때 마련한 附則(87년7월1일부터 시행)과 관련하여 몇가지 검토를 요한다. 다. 附則(87년7월1일부터 시행) 제2조제2항5호,제3조1호 부칙 제2조제2항5호는 「이 법시행전에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공표된 저작물로서 […] 종전의 법 제38조의 규정에 의한 영화의 저작권 귀속[…]은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附則 제3조1호는 「종전의 규정[舊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이 이 법[현행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보다 긴 때에는 종전의 규정[舊저작권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면 영상저작물 「증기선 윌리」는 우리나라에서 1979년12월31일에 그 저작권이 소멸된 것이 되는데, 과연 그런가?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위 부칙 제3조1호에 따라 구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기간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映像著作物에 대한 舊著作權法上의 保護期間을 살펴보기로 한다. Ⅳ. 舊著作權法 제38조, 제30조제1항, 제33조 舊法 제38조는 「영화저작권은 독창성을 가진 것에 있어서는 제30조 내지 제3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제30조제1항은 「발행 또는 공연한 저작물의 저작권은 저작자의 생존간 및 사후 30년간 보호한다」고, 제33조는 「관공서, 학교, 회사 또는 기타 사회단체가 저작자로서 발행 또는 공연한 저작물의 저작권은 발행 또는 공연한 날로부터 30년간 존속한다」고 각 규정한다. 따라서 舊法 제30조제1항에 따르면, 윌트디즈니의 死亡時點에 따라 영상저작물 「증기선 윌리」의 보호기간은 달라지게 된다. 윌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주)의 직원이 검찰에 출석하여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윌트디즈니는 1965년에 사망하였다는 것이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에 의하면 윌트디즈니는 1966년11월15일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映像著作物 「증기선윌리」는 윌트디즈니의 死亡時點이 ①1965년이면, 1966년1월1일 기산하여 1996년12월31일 소멸한 것이 되며, ②1966년12월15일이면, 1967년1월1일 기산하여 1997년12월31일 소멸하게 된다. 한편 「증기선 윌리」가 美國 著作權法上(1909년법 제26조) 雇用著作物(work made for hire)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고용자인 윌트디즈니가 저작자로 된 것이라면, 「증기선 윌리」는 우리 舊저작권법 제33조에 따라 1929년1월1일 기산하여 1959년12월31일 그 보호기간이 만료된 것이 된다. Ⅴ. 結 論가. 要 約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하는 「증기선 윌리」는 영상저작물이므로, 위 캐릭터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된다. 위 영상저작물의 저작자는 윌트디즈니이며, 다만 위 영상저작물이 美國法上 고용저작물(즉, 우리 현행 저작권법 제9조)의 團體名義著作物)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위 영상저작물은 1928년11월21일 公表되었고, 윌트디즈니는 1966년12월15일(혹은 1965년) 사망하였다. 나. 「증기선 윌리」에 대한 現行著作權法과 舊著作權法의 각 保護期間 比較 현행 저작권법 제77조에 따르면 「증기선 윌리」가 고용저작물인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1929년1월1일 기산하여 1979년12월31일 그 저작권이 소멸되었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단체명의저작물의 보호기간도 공표시로부터 50년이기 때문이다. (제38조 本文). 그러나 舊저작권법에 의하면 만일 「증기선 윌리」가 雇傭著作物이라면 舊法 제33조에 따라 1929년1월1일 기산하여 1959년12월31일 소멸하게 되고, 고용저작물이 아니라면 舊法 제30조에 의하여 윌트디즈니의 사망시점에 따라 그 보호기간이 달라진다. 즉, 1965년1월1일 기산하여 1996년12월31일 소멸하게 되고, 1966년 사망한 것이라면 1967년1월1일 기산하여 1997년12월31일 소멸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결국 현행 저작권법 附則(87년7월1일부터 시행) 제3조1호에 따라 현행 저작권법과 구저작권법의 각 보호기간을 비교하여 긴 쪽을 그 보호기간으로 정하면, 映像著作物 「증기선 윌리」는 1996년12월31일 이미 그 저작권이 소멸하였거나 아니면 오는 1997년12월31일 그 著作權이 消滅하게 된다. 다. 對象判決에 대한 評價 이 사건은 親告罪로서 윌트디즈니컴퍼니의 告訴에 의하여 처음 형사문제화되었다. 그런데 「미키마우스」캐릭터의 저작권법상의 보호문제를 둘러싸고서는 현행 저작권법상 保護期間의 消滅與否가 爭點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검찰 조사단계에서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재판과정에서도 이에 대해서 구체적인 변론등이 행하여지지 않았다. 이는 著作權法理의 연구가 피차 미진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하여 보호된다고 했어야 하는데도 만연히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해 보호된다는 식의 공소제기가 있었고, 이를 그대로 인정한 판결이 뒤따르게 된 것이다. 이 점에서 對象判決에는 法理誤解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이 사건에 관한 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기해 보호된다고 판시하였더라도 결론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피고인의 침해행위는 1996년8월15일경부터 같은해 9월15일경까지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보호기간이 1996년12월31일 만료되느냐에 관계없이, 결론적으로는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大韓民國 국민들의 利用行爲에 불안감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미키마우스」캐릭터의 著作權이 언제까지 存續하느냐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消滅된 (혹은 될) 저작권이라면 萬人의 自由利用(public domain) 상태에 놓이게 되는(혹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7-07-28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제5항의 위헌성
I. 사안의 개요 피의자 배병성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등 피의사건의 수사단계에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하여 목격자 신춘균에 대한 證人訊問이 행하여지고 그 증인신문에 관한 證人訊問調書가 작성되었다. 다만 피의자 배병성과 그 변호인은 신춘균에 대한 증인신문에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피고인 배병성에 대한 피고사건의 公判期日에 검사가 위 證人訊問調書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憲法 제12조 제1항·제4항, 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제4항 및 헌법 제37조를 違反하였다는 이유로 憲法訴願審判을 청구하였으며 그 請求에 대해서 憲法裁判所는 다음과 같은 決定을 하였다. II. 憲裁判例의 要旨 1. 多數意見 刑事訴訟法 제221조의2 제2항 및 同條 제5항(8차 改正前의 조항) 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憲法에 違反된다는 것이 多數意見이다. 多數意見은 공판기일전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에 있어 피고인의 反對訊問權을 제한한다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適法節次의 原則에 위배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違憲의 주된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즉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과다히 제한하는 것으로써…형사절차에서 피고인 등에게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상의 適法節次의 原則 및 피고인의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같은조 제2항은 범인필벌의 요구만을 앞세워 과잉된 입법수단으로 증거수집과 증거조사를 허용함으로써 법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自由心證을 방해하여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獨立性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결과적으로 適法節次의 原則 및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憲法에 違反된다 할 것이다」라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多數意見은 「憲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適法節次의 原則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基本權保障의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며…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當事者主義와 口頭辯論主義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 少數意見(反對意見) (1) 재판관 김진우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며 같은법 제311조 後文이 憲法에 違反된다는 것이 김진우 재판관의 견해이다. 김진우 재판관은 조직범죄등 가공할 범죄의 피의자가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 대해서 진술번복을 강요할 염려가 있으므로 목격자 또는 피해자의 진술은 미리 확보해 두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獨自的 必要性이 인정된다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참여를 판사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으나 그 규정을 强行規定으로 운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 피고인 등이 불가피하게 증인신문절차에서 배제되는 경우에도 법관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입장에서 증언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증인신문절차를 주재할 수 있다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절차는 수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절차이므로 그 절차에서 공판절차에서와 같이 반드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反對意見의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김진우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고인 또는 그 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고 증인을 신문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아무 제한없이 인정한 형사소송법 제311조 후문(후단)은 피고인의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내용으로 하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2) 재판관 신창언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과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신창언 재판관의 견해이다. 신창언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제도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라는 점, 수사절차에 있어서는 피의자 등의 반대신문권보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이 배제된 경우에도 공판절차에서 다시 증인으로 신청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있으므로 피의자측의 반대신문권이 박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그 증인신문조서의 증명력의 유무는 결국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하게 된다는점 등을 반대의견의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신창언 재판관은 반대의견의 결론부분에서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의 대표자요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형사소송체계상의 실질적 지위를 감안하여 날로 지능화·조직화·흉포화되고 있는 범죄경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 범죄를 척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안녕질서를 확보하고 사법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규정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재판관 김용준의 反對意見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違憲이나 동조 제2항은 헌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김용준 재판관의 견해이다. 김용준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적극적 실체진실주의의 요구에 의한 규정으로서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나 동조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은 정당한 근거없이 형사소송절차를 부당하게 왜곡하여 피고인 등의 반대신문권이 박탈될 여지를 허용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기본원리인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III. 判例評釋 1. 同條 제2항의 違憲 여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고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결정적 증거인 경우에는 검사는 공판기일전에 그자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형사소송법의 3차 개정시에 신설된 조항으로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증거를 공판기일전에 판사에 의해서 확보하려는데 입법취지가 있다. 즉 강력사건, 밀수사건, 마약사건등 조직범죄의 피의자측 또는 피고인측에서 피해자 또는 목격자에 대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진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공판기일에 번복하도록 회유·권유·강요하는 경우를 고려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를 수사단계에서 판사로 하여금 보전하도록 하려는데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을 신설한 이유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 또는 진술요구에 불응한 참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음에 대해서 동조 제2항은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공판단계에서 번복할 염려가 있는 참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제도이다. 일본형사소송법에도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 제2항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있다(동법 제226조, 227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증거를 공판기일전에 수집·보전한다는 것은 형사절차의 본질적 내용·핵심적 과제에 해당한다는 점, 수사단계에서 진실을 진술한 목격자 또는 피해자가 피의자측의 회유·압력·강요에 의해서 공판기일에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법기관인 판사가 증인신문절차에 의하여 그 진술을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適法節次의 原則(헌법 12조 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1항이나 동법 제184조 제1항이 適法節次의 原則(헌법 12조 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公正한 裁判을 받을 권리(헌법 27조 1항)를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것과 동일한 이론구성이다. 多數意見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自由心證主義의 기본적 내용을 현저히 훼손함으로써 법관의 올바른 자유심증을 형상하는데에 公正性과 合理性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주장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명력은 이를 법관이 自由로 판단하므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자유심증주의의 기본적 내용을 현저히 훼손한다고 할 수 없다. 多數意見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이 「헌법상 보장된 法官의 獨立性을 현저히 제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에 의한 증인신문은 이를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에 의해서 행하여 지므로 多數意見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은 違憲規定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2. 同條 제5항의 違憲 여부 8차 改正前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판사는 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제1항 또는 제2항의 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11조 후단은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의한 증인신문시에 피고인·피의자·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증인신문조서는 무조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의자·피고인·변호인에게 증인(참고인)에 대한 反對訊問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인정한다는 것은 適正節次의 法理에 위배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이를 削除함이 立法論으로 타당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412면, 1997년3訂版). 피해자 또는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절차에서 피의자·피고인·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의 證據能力을 무조건 인정한다는 것은 適法節次의 原則을 규정한 憲法 제12조 제1항에 違反된다는 이론구성이 가능하다. 증인신문에 있어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의 증인에 대한 反對訊問權(法161조의2 제1항)은 극히 중요한 防禦權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피고인·변호인의 증인에 대한 反對訊問에 의해서 검찰측 증인의 證言의 證明力이 彈劾된다는 것은 소송법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이 憲法에 違反된다는 多數意見은 타당하다고 본다. 同條 제5항중 제2항에 관한 부분뿐 아니라 同條 제5항 중 제1항에 관한 부분도 憲法에 違反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이 삭제 또는 무효화된다면 동법 제311조 후단의 違憲여부는 문제로 되지 아니한다.
1997-07-21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法律新聞 第2531號 法律新聞社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金日秀 〈高大法大學長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96년6월11일 宣告, 96도791判決 Ⅰ, 事件의 槪要 이 사건 피해자 X는 남성의 성기구조를 갖춘 남자로 태어나 남자중학교까지 졸업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여성에 귀속감을 느껴 수년간 여장남자로서 행세하여 왔다. 그러다가 결국 1991년과 1992년경 일본에서 자신의 음경과 고환을 제거하고 그곳에 질(膣)을 만들어 넣는 방법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 질구조를 갖추고 유방이 발달하는등 외관상으로는 여성의 신체구조를 갖추었으며 보통 여자와 같이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적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 X는 그후 남자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여 생계를 영위하는등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은 없기 때문에 임신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인 A는 같은 피고인 B 및 공소외 C와 함께 부녀자를 납치하여 강간하기로 공모하고 대상자를 물색하던중 1995년4월24일00시30분경 서울용산구한남동에 있는 하얏트호텔부근에서 마침 피해자 X가 혼자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같이 놀자는 식으로 꾀여 X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후 강제로 서울중구장충동소재 한국자유총연맹 건물부근으로 데리고 와, 위 피고인등과 합동하여 『사람살려』하고 소리치면서 도망치려는 피해자 X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채와 팔을 잡고 위 승용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어 항거불능케한 다음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전부 벗게 하여 차례로 성기를 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타박상 등을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Ⅱ, 大法院의 判決要旨 무릇 남자, 여자라는 성의 분화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태아의 형성초기에 성염색체의 구성(정상적인 경우 남성은 XY,여성은 XX)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발생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생식기인 고환 또는 난소 등의 해당 성선이 형성되고, 이어서 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음경 또는 질, 음순 등의 외부성기가 발달하며, 출생후에는 타고난 성선과 외부성기 및 교육등에 의하여 심리적, 정신적인 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법 제297조에서 말하는 부녀, 즉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발생학적 성인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피해자는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관상 여성적인 신체구조를 갖추게 되어 보통여자처럼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쾌감까지 느끼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본래 남성일 뿐, 달리 여성의 성염색체구조를 갖추고 있다거나 성염색체는 남자이면서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과 난소를 겸비한 진성반음양 또는 고환이나 난소의 발육이 불완전한 가성반음양이라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위 성전환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 내·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후에도 여성으로서 생식능력이 없는 점, 그리고 이에대한 사회일반인의 평가와 태도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를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Ⅲ, 法律의 適用 이 사건에 대해 애당초 검사는 主位的 公訴事實로 강간치상을 내세워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1항, 형법 제297조(강간)의 적용을 구하였다. 또한 예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치상을 들어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적용을 구하였다. 그밖에 체포·감금의 점에 관하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2항, 제1항, 형법 제276조1항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서울지방법원 제21형사부)은 본건 피해자가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과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형이 더 무거운 성폭력특별법위반으로 처벌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다. 피해자는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제1심과 같은 입장에서 본 건 피해자가 부녀자가 아니라 남성에 불과하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치상의 점을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치상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은 여성의 포함될 수 없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역시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하였다.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성행위를 할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었을 경우 이를 보호해 주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입장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시켰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개념에는 적어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여성으로 성전환수술한 경우까지 확대될 수 없다는 관점을 견지한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Ⅳ, 論 評 1, 强姦罪의 客體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이다. 通說은 여기에서 부녀라 함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여자를 지칭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개조된 자까지 포함하는가에 관해 제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일관하여 이를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原審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 부녀의 개념은 최초 출생시 정상적인 염색체구조와 난소, 자궁, 질 등과 같은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만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이보다 광의로 「약간의 염색체이상 또는 호르몬분비의 이상은 있으나 염색체성, 성선성, 표현형성, 정신적성과 같은 4가지 남녀의 구별기준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고찰하여 여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자까지 만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에는 ①성염색체는 정상이나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이나 난소를 겸비하고 외부성기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 이른바 中性인 경우(진성반음양), ②성호르몬분비의 이상으로 성선은 난소이면서 외부성기는 남성화를 보이는 여성 또는 성선은 고환이면서 외부성기가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남성화 내지 완전한 여성화로 되어 있는 남성의 경우(가성반음양)로서 환자의 성자아, 성역할에 따라 여성으로 성을 결정하여 주고 그 결정된 성에 맞도록 수술 및 성호르몬투약 등의 방법으로 내분비학적 치료를 끝낸 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인위적인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의 활동과 생활을 한다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구별 개념은 대법원판결도 그대로 원용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 X는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비록 X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정서적으로 여성으로 생활한다 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대법원판결의 입장은 성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치우친 반면, 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무시했기 때문에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수긍하기 곤란하다. 부녀의 물리적 해석의 의미는 당연히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를 뜻한다. 그러나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부녀의 성적의사결정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그와같은 부녀의 성적자유는 최초 염색체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성만이 아니라 부녀로서 현실적인 성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적성까지 포함한다고 확대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확대해석은 이를테면 게이를 여성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금지된 유추적용이 아니라 사회적 생활사실과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목적론적 관점으로부터 문언의 가능한 語義의 최대한을 천착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사회생활과 역할을 수행하는 자 모두 성의학적인 정신질환자일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는 위장된 남성에 머물도록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야 말로 개인의 생활세계에 대한 법적 억압일 수 있고 생활과 동떨어진 법개념의 유희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생활세계를 영위하는 자는 법적 의미에서 여성으로 대하여야 하며, 강간죄의 객체속에 포함시켜도 좋다고 생각한다. 2, 法律適用의 誤謬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 X가 부녀자인 줄 알았고, 부녀자로서 대상을 삼아 윤간을 저질렀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합동강간을 의도하여 부녀자를 ============ 15면 ============ 체포·감금하여 강간을 실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상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짜강간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합동강제추행으로 단정했다. 진짜강간에서 강제추행으로 관점의 변화는 물론 검찰이 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한데 기인한다. 그러나 법원이 적정한 법률적용의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진짜강간기수의 점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주위적 공소사실을 강간미수로 변경하도록 촉구하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사로 부녀인 줄 알고 X를 강간했으나 만약 법원의 견해대로 X가 남성이었다면 대상의 착오로 인한 강간기수의 불능일뿐 강간죄 故意의 성립에는 지정이 없다. 그렇다면 막바로 예비적 공소사실대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간죄의 不能未遂에 해당한다. 또한 합동강간은 미수에 그쳤으나 그로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이 경우 强姦致傷未遂에 해당한다. 종래 우리형법상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성폭력특별법 제12조를 필두로 개정형법 제324조의 5, 제342조에도 결과적가중범의 미수처벌규정이 등장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견해처럼 본건 피해자 X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는 남성이라 치더라도 적절한 법률의 적용은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1항, 제12조, 형법 제297조(강간) 제27조(不能未遂)등이 고려되었어야 옳다. 사안자체가 성폭력특별법상의 합동강간치상미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 모두 성전환수술의 점에 눈이 팔려 불능미수의 논점을 놓친 것은 법적판단의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싶다.
1996-09-02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기판력
法律新聞 2317호 법률신문사 公訴事實의 同一性과 旣判力 일자:1994.3.22 번호:93도2080 白亨球 辯護士 法博 ============ 15면 ============ 一. 7대6의 全員合議體判決 强盜傷害의 公訴事實과 그 强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公訴事實사이에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가에 관해서 大法官 7명은 이를 否定하는 見解(多數意見)를 취하고 大法官 6명은 이를 肯定하는 見解(小數意見)를 취한 全員合議體判決이 나왔다. 注目하여야 할 大法院判例이다. 二. 사안의 개요 피해자 채월용은 1992년9월23일 23시40분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노상에서 4∼5명의 청년들로부터 暴行을 당하고 국민카드 2매, 비씨카드 2매, 현금 6만원 등이 들어있는 지갑 2개를 强取당하였으며 범인들의 폭행으로 인하여 얼굴에 타박상을 입었다. 위 强盜傷害事件을 수사하던 경찰은 피해자 채월용이가 强取당한 국민카드 1매를 사용하던 김인수 외 2명을 검거하여 强盜傷害罪로 검찰에 拘束起訴하였는데 檢事는 被疑者들이 모두 强盜傷害의 범죄사실을 否認하면서 국민카드 1매를 1992년9월24일 02시00분경 서울 서초구방배동에 있는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이경석으로부터 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하므로 김인수 외 2명을 위와 같은 내용의 贓物取得罪 등으로 公訴를 提起하였으며 1심법원은 被告人 김인수 외 2명에게 贓物取得罪등으로 實刑을 선고하였고 被告人 김인수 등은 위 判決에 대하여 抗訴를 제기하였다. 위 1심판결이 선고된 후에 검거된 강대광의 진술에 의하여 被告人 김인수가 强盜傷害의 共同正犯인 사실이 밝혀지므로 檢事가 김인수를 강대광과 함께 强盜傷害의 犯罪事實로 公訴를 提起하자 被告人 김인수는 贓物取得의 1심판결에 대한 抗訴를 取下하였으며 이로써 위 1심판결(有罪判決)은 確定되었다. 抗訴審에서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대하여 有罪判決을 선고하자 被告人 김인수는 上告를 제기하였으며 被告人 김인수의 辯護人은 上告理由書에서 有罪로 確定된 贓物取得의 공소사실과 强盜傷害의 공소사실 사이에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므로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대해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免訴判決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 上告理由에 대해서 大法院은 多數意見과 少數意見이 대립하였다. 三. 大法院判例의 要旨 1. 多數意見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 公訴事實과 同 被告人의 强盜傷害 公訴事實사이에는 犯行의 日時·場所·手段·方法·相對方, 行爲態樣, 被害法益 등 基本的 事實關係가 相異하므로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지 아니하며 따라서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에 관한 確定判決(有罪判決)의 旣判力은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것이 多數意見(大法院判例)의 要旨이다. 多數意見에 의하면 被告人 김인수의 强盜傷害 公訴事實에 대한 有罪判決은 適法·有效하다. 2. 少數意見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 公訴事實과 同 被告人의 强盜傷害 公訴事實사이에는 基本的 事實關係가 同一하여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며 따라서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에 대한 確定判決(有罪判決)의 旣判力은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미친다는 것이 少數意見의 요지이다. 少數意見에 의하면 法院은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대해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免訴判決을 하여야 하며 有罪判決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少數意見은 금품을 强取한 후 장물을 分配한 일련의 범죄행위는 생활의 한 단면이며 하나의 自然的·社會的인 事實關係를 형성하므로 强盜傷害의 公訴事實과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사이에는 基本的 事實關係가 同一하여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된다는 理論構成을 취하고 있다. 四. 理論的 考察 1. 公訴事實의 同一性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판단하는 基準에 관해서는 基本的事實同一說, 罪質同一說, 訴因共通說, 構成要件共通說, 社會的嫌疑同一說, 刑罰關心同一說, 指導形象類似說, 綜合評價說, 犯罪行爲同一說 등의 學說이 대립되고 있으나 이 중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學說은 基本的事實同一說(李在祥, 申東雲), 構成要件共通說(金箕斗, 鄭榮錫), 犯罪行爲同一說(白亨球)이다. 基本的事實同一說은 公訴事實의 기초가 되는 社會的 事實關係가 基本的인 점에 있어서 同一한가 여부를 기준으로 公訴事實의 同一性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竊盜罪와 贓物罪사이에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이유를 合理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竊盜罪와 贓物罪사이에는 犯罪의 日時·場所·行爲 등 基本的事實關係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基本的 事實同一說에 대해서는 그 理論的合理性을 인정하기 어렵다. 構成要件共通說은 比較되는 두 事實이 상당한 정도 符合되는가 여부를 기준으로 公訴事實의 同一性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 견해에 의하면 竊盜罪와 贓物罪, 收賂罪와 恐喝罪사이에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竊盜罪와 贓物罪, 收賂罪와 恐喝罪사이에는 構成要件的 共通性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犯罪行爲同一說은 構成要件的 評價 以前의 歷史的·社會的 行爲로서의 犯罪行爲의 同一여부를 기준으로 公訴事實의 同一性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白亨球 刑訴講義 541면). 犯罪行爲同一說에서의 犯罪는 憲法 제13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犯罪와 같은 의미이다.「모든 國民은 同一한 犯罪에 대하여 거듭 處罰받지 아니한다」는 憲法 제13조 1항의 犯罪는 構成要件에 해당하는 違法·有責의 行爲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構成要件的 評價 以前의 犯罪行爲 즉 歷史的·社會的 行爲로서의 犯罪行爲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犯罪行爲同一說에 의하면 基本的事實同一說 또는 構成要件共通說의 理論的 弱點이 克服된다. 竊盜의 犯罪事實과 贓物取得 또는 贓物保管의 犯罪事實사이에는 犯罪의 日時·場所·行爲등 基本的事實關係가 相異하고 構成要件의 共通性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同一人이 다른 同一人 소유의 財物을 竊取하여 그 財物을 운반·保管한 일련의 행위는 1個의 犯罪行爲이고 그 財物의 竊取行爲와 그 竊取物을 取得·運搬·保管한 行爲는 1個 犯罪行爲의 部分的 行爲이므로 財物의 竊取行爲와 그 財物의 取得行爲 또는 保管行爲 사이에는 犯罪行爲의 同一性이 인정된다(白亨球 前揭書 542면). 따라서 犯罪行爲同一說이 理論的으로 가장 合理的이라고 본다. 大法院判例는 基本的事實同一說을 취하고 있다. 評釋의 대상인 大法院判決에 있어 多數意見과 少數意見(反對意見) 모두 基本的事實同一說을 취하고 있다. 2. 旣判力의 客觀的 範圍 確定判決의 旣判力(一事不再理의 效力)은 確定判決의 대상인 公訴事實과 同一性이 인정되는 全部에 미친다. 예컨대 竊盜罪의 有罪判決이 確定된 후에 그 장물을 取得하였다는 犯罪事實이 公訴提起된 경우 竊盜罪에 대한 有罪判決의 旣判力은 贓物取得의 공소사실에 미친다. 이 경우 法院은 贓物取得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免訴判決을 하여야 한다. 旣判力, 즉 一事不再理의 效力이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내에 全部에 미치는 理論的 根據에 관해서는 潛在的審判對象說이 타당하다.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내의 全部가 審判의 潛在的 對象으로 되고 있으며 그 범위내에서는 公訴狀의 變更이 허용되므로 그 全部에 대해서 旣判力(一事不再理의 效力)이 미친다는 것이 潛在的審判對象說의 理論構成이다. 潛在的審判對象說에 의하면 公訴提起의 效力이 미치는 客觀的 範圍, 審判의 潛在的 範圍, 公訴狀 變更의 訴訟範圍, 旣判力이 미치는 客觀的 範圍는 모두 一致한다. 五. 判例評釋 1. 大法院判例(多數意見)에 대한 批判 (1) 基本的事實同一說에 의하면 被告人 김인수의 强盜傷害의 公訴事實과 贓物取得의 공소사실사이에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否定된다. 犯罪의 日時·場所·手段·方法·行爲態樣·被害法益등 基本的 事實關係가 相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犯罪行爲同一說에 의하면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된다. 强盜의 범죄사실과 그 强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범죄사실은 1個의 犯罪事實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竊盜의 公訴事實과 그 竊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公訴事實사이에 同一性이 인정된다는 것과 同一한 論理이다. 竊盜의 公訴事實과 그 竊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공소사실 사이에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된다면 强盜(또는 强盜傷害)의 공소사실과 그 强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공소사실사이에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인정하는 것이 論理的이다. (2) 大法院判例의 多數意見은 公訴狀 變更의 許容範圍에 관한 法理에 배치된다.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 公訴事實에 대한 公判審理 중 단지 장물을 取得 한것만 아니고 强盜傷害의 共同正犯인 事實이 判明된 경우에는 贓物取得罪와 强盜傷害罪는 競合犯의 관계가 아니고 1個 犯罪事實이므로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을 追加起訴하여서는 안되고 公訴狀變更節次에 의하여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을 强盜傷害의 公訴事實로 變更하여야 한다. 大法院判例의 多數意見에 의하면 이경우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을 追加起訴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나 이러한 결론은 贓物取得行爲가 强盜罪의 不可罰的事後行爲라는 刑法理論에 배치되며 競合犯이 아니면 追加起訴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訴訟法理論과 모순된다.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의 공소사실을 公訴狀變更節次에 의하여 强盜傷害의 공소사실로 變更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兩公訴事實의 同一性을 인정하는 것이 論理的이다. (3) 大法院判例의 多數意見은 一事不再理의 原則에 反한다. 被告人 김인수의 强盜傷害공소사실에 대한 有罪判決이 確定된 경우에는 그 被告人을 그 强盜罪의 贓物을 取得하였다는 犯罪事實로 再次 訴追·處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贓物取得行爲는 强盜罪의 不可罰的 事後行爲로서 兩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에 대한 有罪判決이 確定된 경우에는 같은 被告人을 强盜罪 또는 强盜傷害罪로 再次 訴追·處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被告人 甲의 贓物取得 공소사실에 대한 有罪判決이 確定된 후에 同 被告人을 그 財物을 竊盜하였다는 범죄사실로 再次 訴追·處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 것과 同一한 論理이다. 2. 結 論 被告人 김인수의 贓物取得의 公訴事實과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사이에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며 따라서 贓物取得의 公訴事實에 대한 確定判決(有罪判決)의 旣判力(一事不再理의 效力)은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미친다. 따라서 强盜傷害의 公訴事實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에 의하여 免訴判決이 선고되어야 한다. 요컨대 大法院判決의 多數意見에 대해서는 그 理論的 合理性을 인정하기 어렵고 大法院判決의 少數意見이 타당하다고 본다. 
1994-06-06
진술거부권의 불고지와 자백의 증거능력
法律新聞 2146호 법률신문사 陳述拒否權의 不告知와 自白의 證據能力 白亨球 辯護士·法博 ============ 15면 ============ I. 判例要旨 1. 判例의 대상인 自白 부산지방검찰청 檢事는 被疑者 길재근을 범죄단체조직혐의로 수사를 하면서 그 犯罪事實에 관하여 피의자 길재근이 陳述하는 장면과 내용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였으며 그 비디오테이프에는 피의자 길재근이 다른 共犯들과 犯罪團體(暴力·恐喝을 목적으로하는 團體)를 구성하였다는 범죄사실을 自白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다만 檢事가 被疑者 길재근으로부터 범죄사실에 관하여 陳述을 들음에 있어 피의자 길재근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였다. 大法院判例는 被疑者 길재근의 陳述(自白)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의 證據能力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2. 判例要旨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2항은 檢事 또는 司法警察官이 피의자로부터 陳述을 들을 때에는 미리 被疑者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憲法이 보장하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强要당하지 않는 自己負罪拒否의 權利에 터잡은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訊問함에 있어서 被疑者에게 미리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않은 때에는 그 被疑者의 陳述은 違法하게 蒐集된 證據로서 陳述의 任意性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證據能力이 否認되어야 한다는 것이 大法院判例의 내용이다. 즉 搜査機關이 被疑者訊問을 함에 있어 피의자에게 미리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에 의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하여 그 自白의 證據能力을 否定하여야 한다는 것이 大法院判例의 要旨이다. 이 大法院判例는 檢事가 被疑者의 陳述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는 檢事가 作成한 被疑者訊問調書와 實質的으로 同一하다는 점을 理論的 前提도 하고 있다. II. 판례평석 이번 大法院判例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美國의 判例, 일본의 學說·判例, 한국의 學說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美國의 判例 美國의 聯邦大法院은 1966년의 미란다(Miranda)判決에서 搜査警察官이 被疑者에게 默秘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여 自白을 받아낸 경우에는 美國聯邦憲法修正 제5조와 제14조가 규정하고 있는 適正節次(due process)의 法理에 의해서 그 自白을 有罪의 證據에서 排除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自白排除法則을 선언하였다. 이러한 自白排除法則을 미란다 法則이라 하며 被疑者訊問時 被疑者에 대한 陳述拒否權의 告知를 미란다경고라고 한다. 法의 適正節次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개인의 生命·自由·財産을 침해할 수 없다는 美國聯邦憲法修正 제5조와 제14조는 美國憲法의 支柱的 規定이므로 미란다法則은 自白排除法則의 핵심적 내용에 해당한다. 2. 日本의 判例·學說 昭和 25년(1950년)11월 21일의 日本最高裁判所判決은 檢察事務官이 被疑者에게 默秘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작성한 陳述調書의 證據能力에 관하여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陳述의 임의성이 없는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陳述調書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함에 있어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 그 被疑者의 自白의 證據能力이 인정되는가에 관해서는 이를 인정하는 積極說과 이를 否定하는 소극설이 대립되고 있는데 소극설이 다수설이며 團藤重光교수, 高田卓爾교수, 田宮裕교수, 石川才顯교수등이 소극설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소극설의 이론적 근거에 관해서는 見解가 갈리고 있다. 즉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被疑者의 自白의 임의성이 없다는 견해, 이 경우에는 자백의 임의성의 부존재가 추정된다는 견해, 이 경우에는 被疑者訊問節次가 無效로 된다는 견해 등이 있다. 3. 韓國의 學說 搜査機關이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訊問을 한경우에도 그 被疑者의 自白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學說은 우리나라에 없으며 이 경우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다만 自白의 證據能力을 부정하는 理論的 根據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被疑者訊問의 경우 陳述拒否權의 事前告知는 調査節次를 形成하는 要式行爲이므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작성한 被疑者訊問調書는 다른 자료에 의하여 그 陳述의 임의성이 입증되더라도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徐壹敎박사, 廉政哲교수의 견해이다.(徐壹敎 刑訴 254페이지: 廉政哲 刑訴 300페이지). 그러나 檢事 또는 司法警察官의 被疑者訊問에 대한 檢察事務官 또는 司法警察官吏의 참여는 被疑者訊問節次를 형성하는 行爲이지만(형소법 243조)그러한 자를 참여시키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被疑者訊問調書에 기재된 自白의 證據能力이 否定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陳述拒否權의 告知가 피의자신문절차의 요식행위라는 점을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론적 根據로 삼는 견해에 대해서는 그 理論的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 被疑者訊問調書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實定法的 根據로 刑事訴訟法 제312조를 내세우는 견해가 있다. 金箕斗 교수의 견해이다(金箕斗 刑訴 206페이지). 그러나 刑事訴訟法 제312조 제1항은 檢事가 작성한 被疑者訊問書는 그 성립의 眞正과 진술의 特信狀態가 立證되어야 證據能力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규정이고 同條 제2항은 檢事 以外의 搜査機關이 작성한 被疑者訊問調書는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공판정에서 그 調書의 내용을 인정하여야 證據能力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규정이라는 점, 成立의 眞正은 署名·捺印·間印등의 眞正, 즉 形式的 成立의 진정과 陳述과 調書記載의 一致, 즉 內容的 成立의 眞正을 의미하므로 陳述拒否權의 告知는 成立의 진정에 관한 要素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刑事訴訟法 제312조제1항, 제2항은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그 피의자신문에 의한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로 될수 없다고 본다. 搜査機關이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하고 被疑者를 訊問하여 自白을 받아낸 경우 그 自白은 임의성이 의심되는 自白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의해서 그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車鏞碩교수, 李在祥교수의 견해이다.(車鏞碩 刑訴139페이지, 李在祥 刑訴 123페이지, 514페이지, 517페이지). 그러나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被疑者訊問에 의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被告人의 自白이 拷問: 欺罔 기타의 方法으로 임의로 陳述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들 有罪의 證據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성이 의심되는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適用할 여지가 없다는 점, 임의성이 인정되도 自白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적용된다는 해석론은 제309조의 내용에 正面으로 배치된다는 점등을 고려할때 車鏞碩교수, 李在祥교수의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合理性을 인정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被疑者訊問節次의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므로 그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해서 그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白亨球변호사의 견해이다(白亨球 刑訴 255페이지, 講義 668페이지). 이 견해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告知하지 아니하였다는 理由로 自白의 證據能力을 부정하는 경우에 관해서는 刑事訴訟法 제309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自白의 임의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自白의 임의성은 인정되나 그 自白의 수집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 경우에는 그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실정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 견해의 理論構成이다. 이 견해는 수사기관의 被疑者訊問節次에 있어 陳述拒否權의 不告知는 중대한 違法에 해당한다는 점, 陳述拒否權의 告知와 같은 違法搜査를 抑止하기 위해서 가장 效果的인 대책은 證據能力의 부정이라는 점등을 自白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론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刑事訴訟法 제309조는 임의성이 없거나 의심되는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는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被疑者訊問節次에 있어 陳述拒否權의 不告知는 중대한 違法에 해당한다는 점, 違法하게 수집한 證據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通說이라는 점등을 고려할때 被疑者訊問時 陳述拒否權을 不告知한 경우는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하여 自白의 證據能力을 否定하는 理論構成이 타당하다고 본다. 4. 판례평석 大法院判例는 수사기관이 被疑者를 訊問하면서 被疑者에게 陳述拒否權을 告知하지 아니한 경우는 그 自白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違法蒐集證據의 排除法則에 의해서 그 自白의 證據能力이 부정된다는 내용으로서 가장 합리적인 이론구성을 취하고 있다. 搜査機關의 被疑者訊問時 陳述拒否權의 事前告知義務를 규정한 刑事訴訟法 제200조 제2항이 거의 死文化되다싶이한 것이 종래의 搜査慣行이었으나 이번의 대법원판례에 의해서 종래의 수사관행이 是正되리라 확신한다. 수사기관이 被疑者訊問을 함에 있어 陳述拒否權을 사전에 철저하게 告知하는 搜査慣行이 確立되는 경우에는 搜査의 民主化가 큰폭으로 진전될 것이다. 
1992-08-17
검사임용거부처분의 존부
法律新聞 第2019號 法律新聞社 檢事任用拒否處分의 存否 金東熙 〈서울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1면 ============ 大法院1991年2月12日宣告, 90누5825判決 1, 事件의 槪要 원고는 1985년에 시행된 제27회 司法試驗에 합격한후 防衛召集 근무관계로 1986년에 입소한 사법연수원 제17기로 입소하지 못하고, 1986년에 시행된 제28회 司試合格者들과 1987년에 18기로 입소하여 1989년2월28일 所定의 수습과정을 수료하였던바, 그 수료전인 1월에 檢事任用申請을 하였으나, 그 임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원고는 이를 拒否處分으로 보고, 당해거부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대하여 원심인高等法院은 먼저 임용권자가 단순히 檢事任用申請을 한 원고를 검사로 任用하지 않고있는 것이 拒否處分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또한 그것이 거부처분이라하여도, 국민의 申請에 대한 행정의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行政處分이 되기 위하여는, 행정청에 대하여 그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것을 요구할 수있는 法規上 또는 條理上의 권리가 있어야 하는것인바, 원고가 임용권자에 대하여 그 자신의 신청에 따라 檢事任用이란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수있는 권리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상의 이유로 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不適法한 訴로서 각하하였던바, 이에대한 원고의 불복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2, 判決의 要旨 (1) 任用拒否處分의存否 『이사건에서와같이 동일한 檢事新規任用의 임용신청을 낸 다수의 검사지원자중 그 일부만을 선정하여 검사로 임용할 경우에, 임용권자가 임용대상으로 선정한 자에 대하여만 임용의 意思表示를하여 이를 공표하고 임용대상에서 제외하여 임용치 않기로 한 나머지 자에 대하여는 형식상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위와 같은 검사지원자중 한정된 수의 임용대상자에 대한 任用決定은 한편으로는 그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대한 任用拒否決定이라는 兩面性을 지니는 것이므로 임용대상자에 대한 任用의 意思表示는 동시에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자에대한 任用拒否의 소극적 의사표시를 포함한 것으로 볼수있다.』 (2) 任用拒否處分의 抗告訴訟으로서의 對象性 法令上 검사임용신청 및 그 처리의 제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조리상 임용권자는 임용신청자들에게 銓衡의 결과에대한 應答, 즉 임용여부의 응답을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하고, 원고로서는 그 任用申請에 대하여 임용여부의 응답을 받을 權利가 있다고 할것이며, 응답할것인지의 여부조차도 任用權者의 便宜裁量事項이라고는 할수없다. 그런데 임용권자가 임용여부에 관하여 어떠한 내용의 應答을 할것인지는 임용권자의 자유재량에 속하므로 일단 임용거부라는 응답을 한 이상 설사 그 응답내용이 不當하다고 하여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을수 없는것이 원칙이나 다만 자유재량에 속하는 행위일지라도 裁量權의 限界를 넘거나 濫用이있을때에는 위법한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적어도 이러한 裁量權의 限界逸脫이나 濫用이 없는 위법하지 않은 응답을 할 의무가 임용권자에게 있고 이에 대응하여 원고로서도 재량권의 한계일탈이나 남용이 없는 적법한 응답을 요구할권리가 있다고 할것이다. 3, 評 釋 이 판결의 쟁점은 위에서 본 바와같이 두가지 문제에 관한것이다. 그 하나는 원고를 검사임용에서 제외한것이 拒否處分으로 볼수있는가의 문제인바, 이에관한 한 判旨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아마도고등법원은 이를 명시적으로는 밝히고 있지는 아니하나, 이경우를 不作爲로 판단한 것으로본다. 그러나 부작위는 상대방의 적법한 申請에 대하여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경우는 다수의 검사임용신청중에서 그 일부에 대하여만 임용발령을 하고, 나머지는 임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서, 발령권자가 후자에 대하여 다시 어떠한 처분을 할 소지는 전혀 없는것이고 보면, 임용대상자에 대한 任用의 意思表示는 임용에서 제외한자에 대한 임용거부의 소극적 표시를 포함한것이라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한것이라 할 것이다. 제2의 쟁점에 관하여는, 결론적으로는 判旨에 찬동하나, 이 문제는 處分性의 문제보다는 원고의 임용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의 檢事任用을 구하는 申請權의 存否의 문제라고 보아, 여기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우리 憲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法律이 정하는 바에의하여 公務擔任權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檢事任用에 관하여는, 檢察廳法제30조가 『검찰관은 다음의 자격이 있는자 중에서 임명한다』고 하고, 동제1호는 『司法試驗에 합격하여 司法硏修院의 所定過程을 마친자』라고 규정하고있다. 이상의 헌법 및 검찰청법의 규정을 종합하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과정을 마친자에는 검사임용신청권이 인정된다고 할것인바, 원고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검찰청법은 다만 司試合格 및 司法硏修院의 소정과정의 履修라는 일반적 자격요건만을 규정하고, 검사임용에 있어서의 구체적 선발기준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 한도에서는 임용권자는 검사임용에 있어 일정한도의 裁量權을 가진다고 본다. 즉 검사임용행위는 재량행위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상술한 바를 종합하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과정을 이수한자는 검사임용신청권을 가지므로, 임용권자는 이 신청에 대하여는 처분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임용처분은 재량처분이므로, 이 경우의 申請權은 그 신청대로의 처분을 구하는 권리는 아니고, 그 申請에 대하여 裁量權의 한계를 준수하면서 (어떠한) 처분을 할것을 구하는 권리에 그친다. 즉 이경우의 권리는 講學上의 이른바 하자없는 裁量行使 (處分)를 구하는 請求權(Anspruch auf fehlerfreie Ausubung des Ermessens)에 그친다. 이경우, 임용권자는 원고의 신청에 대하여는 반드시 신청대로의 처분을 하여야 하는것은 아니나, 적법한 裁量處分 즉 裁量權의 한계를 남용하거나 일탈하지 아니하는 處分을 할 의무는 있으므로, 그에 반하는 위법한 재량처분에 대하여는 그 취소등을 청구할수 있는것이다.
1991-04-11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法律新聞 1630호 법률신문사 疑心스러운 때에는 被告人의 利益으로 白亨球 辯護士·法學博士 ============ 15면 ============ 一. 事案의 槪要 被告人 허문상은 1984년 11월 24일 4시경 부산 중구 남포동 6가 84소재 피해자 김관호경영의 종합전자상사에 이르러 금품을 절취하기 위하여 미리 준비한 빠루로 위상점셔터문의 시정장치를 비틀어 손괴하던중 위피해자에게 발각되어 그 목적을 달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되었으며 檢事는 被告人의 竊盜前科를 이유로 保護監護處分 10年을 청구하였다. 特定犯罪加重處罰등에 관한 法律違反(竊盜)으로 公訴提起된 위 公訴事實에 관하여 被告人은 檢事面前에서나 一審法廷에서 公訴狀에 기재된 日時에 被害者의 점포앞을 지나간 사실은 있으나 공소장에 기재된 것과 같은 범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公訴事實을 否認하였으나 第1審法院은 被告人이 빠루를 잡고 피해자점포의 셔터문 열쇠고리를 따는 것을 약30미터 떨어진 육교위에서 목격하였다는 피해자의 경찰·검찰 및 1심법정에서의 진술을 唯一한 證據로 하여 有罪를 선고하였고 抗訴審에서도 1審判決을 유지하면서 被告人의 抗訴를 棄却하였다. 그러나 大法院은 被告人의 上告理由를 받아들여 原判決을 破棄하고 事件을 原審法院으로 還送하면서 判決理由에서 다음과 같이 判示하고 있다. 二. 判決의 內容 1. 判例要旨 「刑事裁判에 있어서 有罪의 證據는 단지 優越한 證明力을 가진 程度로서는 不足이고 法官으로 하여금 合理的인 疑心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確信을 생기게 할 수 있는 證明力을 가진 것이어야 하며 이와 같은 證據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有罪의 疑心이 간다고 하더라도 被告人의 利益으로 判斷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大法院判例의 要旨로서 이 大法院判決은 그 結論部分에서 「被告人은 이 사건과 同種의 竊盜 등 前科가 많은 者임이 인정되고 더구나 이 사건 범행장소 부근에서 서성대다가 逮捕되었으므로 이러한 상황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犯人이 아닌가 하는 强한 疑心이 일기는 하나 위에서 지적한 몇가지 증거상의 疑問點을 밝혀보기 전에는 被害者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犯人이라고 確信하기에 미흡하며 피고인이 前科者이고 現場에서 서성거렸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證據上의 疑問點에 눈감음으로써 만에 하나라도 犯人 아닌 자에게 무고하게 징역형과 보호감호처분에 長期服役케 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判示하고 있다(判例月報 제185호 193면, 법원공보 제770호 361면에서 引用). 이 大法院判決은 「疑心스러운 때에는 被告人의 利益으로」(in dubio pro reo)라는 刑事裁判의 基本原則을 判決理由에서 明示하고 있다는 점에서 訴訟法的 意義가 있다. 2. 判決理由 大法院判決은 被害者 김관호의 1심 및 2심에서의 法廷證言과 檢察 및 警察에서의 陳述의 證明力(信憑性)에 관하여 疑問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그 理由로 내세우고 있다. 첫째로 11월 24일의 새벽 5시 40분경에 약3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범인이 셔터문 열쇠고리앞에 도로를 향한 자세로 뒷짐을 지고 서서 빠루를 잡고 열쇠고리를 따는 것은 정확하게 보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경험칙상 자못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둘째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피해자는 경찰에서는 위점포옆에 신호등과 가로등이 있어 확실하게 사람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확언하였다가 그후 검찰에서는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차림은 잘보였으며 피고인이 문고리를 따는 것은 정확하게 보지는 않았으나 차림으로 보아서 그 당시 피고인이 문고리를 따고 있는 것 같았다고 진술하고 있어서 그 진술취지가 일관되지 못하고 모순되며 또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베이지색잠바를 입은 범인이 범행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그후에는 범인의 머리부분이 허옇게 보이고 상의색깔은 희끄무레하여 확실히 모르겠으나 회색이었다고 진술하고 2심법정에서는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없었으나 흰옷차림과 목장갑이 두드러졌다고 진술하고 있어서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진술내용도 일관되지 못하므로 선뜻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로 피해자의 점포는 부산시내 번화가의 큰길 4거리 인도변에 위치하고 그 앞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범인의 범행을 목격하였다는 그 시각에 이미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과 위상점 옆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사람의 왕래가 적지 아니한 대로변에서 빠루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문고리를 손괴하고 있었다는 것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아니하며 혹시 피해자는 위점포의 열쇠고리가 손괴되고 빠루가 현장에 남아있었던 일과 피고인이 현장에서 서성거렸던 일을 결부시켜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추측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三. 評 釋 (1) 無罪의 推定 無罪의 推定(presumption)이라 함은 刑事節次에서 被疑者 또는 被告人은 有罪의 判決이 確定된 때까지는 無罪로 推定된다는 原則을 말하며 被告人은 無罪로 推定되므로 訴追者가 被告人의 有罪를 立證하지 않는 限 被告人에 대해서 無罪를 선고하여야 한다. 中世 프랑크(Frank)의 訊問節次에서는 犯人으로 指名된 者 즉 犯罪嫌疑者는 潔白宣誓(Reinigungseid)에 의해서 자기의 潔白(無罪)을 스스로 立證하지 못하는 限 有罪로 인정되어 處罰을 받은 宣誓裁判이 행하여 졌으며 이러한 刑事制度下에서는 有罪推定의 原則이 刑事節次를 支配하였다. 近世初期 專制君主國家의 典型的 刑事節次인 訊問節次에서는 嫌疑刑(Verdachtstrafe)에 의한 處罰이 一般化되었으며 嫌疑刑이란 犯罪의 嫌疑는 있으나 有罪로도 無罪로도 證明되지 아니한 경우에 宣告하는 刑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刑事節次에 있어서는 有罪의 證明이 없는 경우에도 無罪를 立證하지 못하는 限 處罰을 免치 못하였다. 이에 대해서 英美의 刑事節次에 있어서는 「열사람의 犯人을 놓치는 限이 있더라도 단 한사람도 억울하게 처벌되어서는 안된다」(better ten guilty escape than one innocent suffer)는 法格言이 端的으로 表現하고 있는 바와같이 有罪의 側面보다는 無罪의 側面이 강조되어 無罪의 推定이 刑事訴訟의 基本原則으로 確立되었다. 프랑스혁명의 政治的 例産인 權利宣言은 제9조에서 「누구든지 犯罪人으로 宣告되기까지는 無罪로 推定된다」고 선언하였고 獨逸의 學者들은 「疑心스러운 때에는 被告人의 利益으로」(in dubio pro reo)라는 法規를 刑事節次의 指導原理로 강조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1948년 12월 10일 世界人權宣言 제11조 제1항은 「犯罪의 訴追를 받은 者는 누구든지…… 公開裁判에서 法律에 따라 有罪의 立證이 있기까지는 無罪로 推定받을 權利를 갖는다」고 규정하여 無罪의 推定이 刑事被告人의 基本的 權利임을 宣言하였다. 過去 우리나라에서는 理論的으로 無罪의 推定을 인정하였을 뿐 이에 관한 明文의 規定이 없었으나 第5共和國憲法과 이에 따른 刑事訴訟法의 對立時에 「刑事被告人은 有罪의 判決이 確定될 때까지는 無罪로 推定된다」는 明文規定을 두었다. 憲法 제26조 제4항과 刑事訴訟法 제275조의2가 바로 그러한 規定이다. (2) 證明의 程度 犯罪의 단순한 嫌疑만으로 處罰이 가능한 時代가 歷史的으로 存在하였다. 近世初期 訊問節次에서의 嫌疑刑(Verdachstrafe)이 이에 해당한다. 朝鮮王朝의 刑事節次에서도 犯人이라고 인정할 明白한 證據없이 斷罪와 決罰이 행하여지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自白强要를 위한 고문이 法的으로 허용되었으므로 拷問에 의한 虛僞自白에 의해서 억울하게 刑罰을 받는 사람의 수효가 적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罪人이라고 인정할 明白한 證據없이 罪人으로 處罰한다는 것은 無罪者不罰이라는 刑事裁判의 本質에 어긋난다. 刑事裁判의 公正은 刑事訴訟의 目的이며 刑事裁判의 生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被告人의 公訴事實을 有罪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公訴事實이 訴訟法上 證明되어야 하며 그 證明의 程度는 通常人으로서는 「合理的 疑心이 없을 정도의 確信」(belief beyond a reasonable doubt)을 要한다. 公訴 犯罪事實의 存在에 대한 確信을 요하므로 公訴事實의 存在에 대한 단순한 嫌疑 또는 蓋然性정도로는 不足하며 高度의 蓋然性에 대한 心證을 形成하여야 한다. 刑事裁判에 있어 證明의 程度는 「合理的 疑心이 없을 정도의 確信」을 요한다는 것은 大法院判例의 確立된 태도이다. (3) 擧證責任의 負擔 이는 法官이 公訴事實의 存在에 관하여 確信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 有罪를 선고하여야 하느냐 無罪를 선고하여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擧證責任을 被告人이 負擔하는 경우에는 有罪를 선고하여야 하며 이와 반대로 擧證責任을 檢事가 負擔하는 경우에는 無罪를 선고하여야 한다. 無罪의 推定은 刑事訴訟의 基本原則이므로 公訴犯罪事實의 存在에 관한 擧證責任은 訴追者인 檢事가 負擔한다. 따라서 法官이 有罪의 確信에 이르지 아니하면 無罪를 선고하여야 한다. 公判進行中에 眞犯人이 檢擧된 경우와 같이 法官이 無罪의 確信에 이른 경우는 물론 法官이 有罪가 아닌가 하는 疑心을 하는 경우에도 無罪를 선고하여야 한다. 有罪의 疑心과 有罪의 確信은 이를 구별하여야 한다. (4) 判例評釋 被告人이 새벽에 피해자의 점포앞을 서성거렸다는 사실, 피해자 점포의 열쇠고리가 파손되고 그 부근에 빠루가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 被告人은 被害者에 의해서 逮捕되어 즉시 경찰관에게 인계되었다는 사실, 被告人은 이 사건과 同種의 竊盜前科가 많은 자라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被告人이 本件 犯人이 아닌가 하는 疑心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事實 등은 被告人이 證人이라고 疑心할 資料는 될 수 있어도 被告人이 犯人이라고 斷定(確信)할 資料는 되지 못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被告人을 犯人으로 斷定한 原審判決을 破棄한 大法院의 判斷은 合理的이라고 評價된다. 이번 大法院判決은 「疑心스러운 때에는 被告人의 利益으로」 判斷하여야 한다는 事實認定의 基本原則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訴訟法上 意義가 있으며 특히 「萬에 하나라도 犯人 아닌 자를 無辜하게 징역형과 보호감호처분으로 長期服役시키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句節은 刑事裁判을 담당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깊이 새겨야 할 警句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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