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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띠 미착용이 보험사고 원인인가
1. 사실관계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그 소유의 옵티마 승용차에 관하여 피고와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증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 각 상해등급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부상보험금)와 장해등급별 보험금액(후유장해보험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기신체사고특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이하 '이 사건 감액약관'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추돌당하여 상해를 입었다." 2. 대법원의 이 사건 감액약관의 효력에 관한 판단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의 규정에 의하면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위 조항들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의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사고 발생의 원인에 피보험자에게 과실이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사고 발생 시의 상황에 있어 피보험자에게 안전띠 미착용 등 법령위반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약관에 정한 경우에도 그러한 법령위반행위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위 상법 규정들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인가 인보험인가 대법원은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 이라고 함으로써,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는 사실이 보험사고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의 발생"이라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상법 제3장 제727조)이 아니고 자동차보험인 '손해보험'(상법 제2장 제665조 제726조의2)이다. 즉 이사건 보험은 자기소유 자동차의 차체(車體)위 손상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물건보험(物件保險)이 아니고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자동차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손해보험)이라고 할 것이다. 단순히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은 아니라고 본다. 자동차사고와 관련 없이 도봉산 등산하다 실족해 부상당하는 경우와 같은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이사건 보험은 자동차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손해를 보상한다는 보험이지, 단순히 상해를 입으면 일정한 금액을 지불키로 하는 보험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에서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한다는 '자기신체사고특약'은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상할 손해의 범위(대물보상, 대인보상)또는 보험금액 산정요인과 그 한도를 규정한 특약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대인보상도 한다는 그 특약이 손해보험과는 독립한 별개의 인보험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것은 이 사건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가 아니고 이 사건 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자동차사고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사고나면 차체손상뿐 아니라 신체 부상에 대하여도 보상한다는 것과 자해(自害)가 아닌 이상 상해 입으면 일정액의 보험금을 준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띠의 착용여부는 보험사고의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충돌 당하는 자동차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이 이른바 보험사고이므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은 교통사고 발생원인, 즉 보험사고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보험사고의 발생과 안전띠 착용여부 대법원은 안전띠 미착용을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 " 이라고 함으로써 안전띠 미착용을 자동차사고인 보험사고의 발생원인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교통사고 또는 자동차사고인데 안전띠 미착용이 그러한 보험사고의의 발생원인일수는 없다. 보험은 사람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우연한 사고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보험사고의 내용은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우연한 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고, '인보험' 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5. 과실상계와 배상액의 예정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 즉 '이 사건 감액약관'은 과실상계에 관하여 이를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즉 보험사고 발생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면 과실상계에 있어서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이를 미리 정해 놓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이하자는 취지이다. 과실상계 문제는 이 사건 보험인 손해보험에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와 이 사건 사고 때 "뒤따라오던 승용차"인 가해차량 측에서 피해차량 측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는 그 맥락이 같은 것이므로 안전띠 미착용을 사유로 하는 과실상계 역시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라고 본다. 6. 맺는 말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 아니고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이다. 보험사고 즉 교통사고는 안전띠 착용여부와는 관계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인데, 안전띠를 착용한 경우는 경상일 것이라도 안전띠 미착용인 경우는 중상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상해가 중상이면 경상인 경우보다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을 것인데 이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피보험자의 잘못(과실)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참작(과실상계)되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전띠 미착용에 관해서는 이론이 없으나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법리에 따라 그 비율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 이른바 보험금의 '감액약관'이므로 이는 무효가 아니고 그 타당성이 수긍된다고 할 것이다.
2014-10-16
퇴직급여 충당금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 포함여부
Ⅰ. 판결요지 및 관련 법령 1. 판결요지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퇴직금과 같이 장기간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일시에 지급하는 성격의 비용으로서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금액계산에 있어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퇴직급여충당금이나 이를 재원으로 하여 지급되는 중간정산퇴직금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령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 1. 법률 제99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조특법') 제10조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① 내국인[생략]이 각 과세연도에 연구·인력개발비가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에 따른 금액을 해당과세연도의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에 한한다)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2. 제1호 외의 내국인 : 가목과 나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 (단서 생략) 가. 해당과세연도에 발생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이하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라 한다)가 해당과세연도의 개시일부터 소급하여 4년간 발생한 중소기업 등에의 위탁 연구·인력개발비의 연평균발생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 나~다. (생략) 조특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③ 법 제10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대학 또는 중소기업 등에게 위탁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인력개발비"라 함은 별표6 제1호 나목 및 제2호 가목에 따른 연구개발비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학 등에 기술개발·교육훈련 및 연구개발지원을 위탁함에 따른 비용을 말한다. 1~7. 생략 Ⅱ. 평석 대상판결은 퇴직급여충당금이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은 그동안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기본통칙으로 위 규정상 인건비에서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해 왔다(조특법 기본통칙 9-8…1 제1항 제1호). 본 판결은 인건비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적 측면을 고려하느라 조세법규해석의 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조세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확장하거나 축소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 사안에 관하여 보면, 조특법은 인건비의 정의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정의는 법인세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상 인건비는 퇴직급여충당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우선, 법인세법 제19조의 위임을 받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는 인건비(제3호)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손금항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퇴직급여가 개념상 당연히 인건비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없음을 전제한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은 '종업원의 급여'를 필요경비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제6호),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 규정 외에 퇴직급여를 별도의 필요경비 항목으로 두고 있지 않다. 2)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는 손금불산입되는 과다경비의 항목을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부터 제48조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법인세법 제26조 각 호가 열거한 항목의 순서대로 각각의 비용 항목에 관해서 상술하고 있는데, 그 규정체계를 보더라도 법인세법상 인건비에는 퇴직급여가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한편, 퇴직급여충당금은 향후 발생할 퇴직급여에 충당하기 위하여 계상하는 부채성 충당금으로, 법인세법은 이를 임원 또는 사용인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퇴직금과 상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제1, 2항). 퇴직급여충당금은 각 사업연도마다 불균등하게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여러 해의 사업연도에 배분하여 비용으로 계상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은 퇴직급여와 같다. 따라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해당한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인건비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적립할 경우와 적립하지 않을 경우 퇴직급여의 손금 산입 여부가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결국 퇴직급여와 퇴직급여충당금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퇴직급여가 인건비에 포함된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바,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 역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법규정의 문언해석상 인건비에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문언해석을 우선하지 않고 위 규정의 정책적 목적만으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인건비에서 제외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상여금, 보수 등과 구별하여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또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제4조 제1항 본문) 연구인력 역시 당연히 퇴직금을 지급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처럼 강행법규에 의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퇴직금을 단지 매월 지급하는 임금과 지급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 마지막으로, 2012. 2. 2.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은 '인건비에서 퇴직소득 및 퇴직급여충당금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연구개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이다(대통령령 제23590호 제·개정이유). 그렇다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위 개정규정에 의해 비로소 인건비에서 제외되었다 할 것이므로, 대통령령 개정 전에는 퇴직급여충당금도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위 대통령령의 개정취지에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조특법 시행령 별표6 제1호 가목 ①의 인건비에는 퇴직급여충당금이 포함된다고 판단했어야 할 것이나, 대상판결은 이와 다른 해석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014-09-15
이사·감사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 손익상계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동규정은 감사에 준용된다(상법 제415조). B회사에서 주주총회의 결의로 同사의 A감사를 임기전에 해임하자, A는 위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리고 A는 해임된 후 C회사에 상근감사로 취업하여 소정의 보수를 받았다. B사는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들어 손해배상을 거부하였으나, 원심은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고 잔여임기중의 보수를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B사는 A가 C사에서 받은 보수 중 B사에서의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해배상액에서 차감(손익상계)할 것을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 주장을 배척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손익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이하 '이 판결'로 부른다). "……당해 감사가 그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원심으로서는 원고가 'C회사'에 상근감사로 재직하여 얻게 된 보수가 이 사건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이익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보수 상당액은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였어야 할 것이다" 1. 이 판결의 의의 이사와 감사의 해임 및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문이 적용되므로 이 판결은 감사만이 아니라 이사에 관해 내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사·감사(이하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에 손익상계의 법리를 적용한 첫 상고심판결이다. 해임된 임원은 상당수 새 일자리를 얻을 것이므로 이 판결의 법리가 원용될 사례는 넓게 잠재해 있다는 점에서 그 실무적 중요성이 돋보인다. 이와 흡사한 예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며 해고기간중의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을 흔히 본다. 근로자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 취업하여 얻은 수입이 있다면, 이 중간수입을 임금에서 공제할 것이냐는 쟁점이 추가된다. 판례는 해고후의 상태를 민법 제53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채권자지체(즉 사용자의 책임)에 의해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사용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되, 근로자의 중간수입은 同조 제2항이 정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으로 보아 임금에서 공제해 왔다(대법원1991.6.28.선고90다카25277판결외 다수). 이 판결은 해임된 임원이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는 근거법리는 다르지만,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중간수입과 같은 잣대로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터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양자(兩者)를 동일한 가치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후술과 같이 의문이다. 2. 손익상계의 요건으로서의 인과관계 손익상계는 채권자(또는 피해자)가 채무불이행(또는 불법행위)을 계기로 채무의 이행시(또는 가해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이득금지(利得禁止)의 이념에 기초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에게 손해가 생겼지만, 동시에 같은 원인으로 이득이 생긴 경우 그 이득을 차감한 손해만을 배상하게 하는 법리이다. 채무불이행을 계기로 채권자에게 손해와 동시에 발생하는 이득은 다양한데, 새옹지마나 전화위복으로 여길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으므로 통설·판례는 손익상계할 이득을 골라내는 기준으로 상당인과관계론을 제시한다.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 채무불이행과 손해의 사이에 요구되는 상당인과관계와 같은 정도의 인과관계로 채무불이행에서 유래하는 이득에 한해 손익상계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손익상계의 당부는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와 B의 해임행위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 판결은 '이 이득이 해임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손익상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으므로 일응 원심더러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을 보완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同 보수를 '해임으로 인하여 남은 임기 동안 회사를 위한 위임사무 처리에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이라고 성격지우며 해임행위에 매어놓은 터이라 원심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판지는 요컨대, '해임→잉여시간→취업→보수'로 이어졌으니, 해임과 보수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이 논리를 일반화할 경우 판단이 난감한 사안이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든다. 1) 이 사건에서는 B가 손해배상을 미루는 중에 A가 취업하여 B가 손익상계를 주장할 수 있었다. B가 해임 후 바로 손해배상을 하고, A가 취업을 하였다면 어떤 문제가 후속하는가? A가 받은 보수의 성격이 달라질리 없으니 역시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보고, B가 지급한 손해배상 중에서 A가 C로부터 받은 보수에 상응하는 부분은 비채변제(非債辨濟)로서 반환하게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民法 742조). 그렇다면 회사에서 해임되어 손해배상을 받은 임원은 잔여임기 중에는 취업금지와 같은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셈인데, 그 타당근거를 어떻게 설명할 지 의문이다. 부당해고 된 근로자의 예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근로자는 이미 경과한 해고기간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므로 청구시점에서는 중간수입의 유무가 기성사실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2) A가 비상근감사로 취업하였다면, '잉여시간의 발생-->취업'이라는 인과관계는 깨어진다. 또 A의 새 직업이 야간에 근무하거나, 밤낮 어느 시간이라도 활용가능한 직종이라도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와 상근의 경우를 차별하는 것이 손익상계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3. 손익상계의 귀속의 당위론 전통적인 인과관계론으로는 손익상계의 대상이 분명치 않아 근래는 귀속의 당위론이 추가의 기준으로 제시된다. '채권자로부터 박탈하는 것이 정당하고, 동시에 채무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정당한 이익'에 한해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손익상계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근로자의 부당해고와 임원의 해임이 갖는 규범적 의미를 비교해 보면 이 기준의 효용이 돋보인다. 부당해고는 무효이므로 해고에 불구하고 고용관계는 지속되어 근로자는 여전히 사용자에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지고, 보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사용자의 사정으로 인해 노무의 제공을 면할 뿐이다. 그러므로 노무를 면한 이득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옳다. 임원의 해임에 관해서는 우선 제도의 배경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영리목적에서 그들의 출자로 만들어지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에 의해 임원에게 회사의 업무가 포괄적으로 맡겨지고, 주주들은 이들의 업무집행을 통해 영리목적을 실현한다. 영리를 성취하려면 임원들의 적극적인 능력발휘와 창의를 요한다. 임원들이 단지 소극적인 성실로 현상의 관리에만 충실하면 기업은 실패하고 그 부담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특히 법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무능한 임원은 주주들이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언제든 교체하고 새로운 기회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법 제385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임원의 해임은 이 같은 목적에서 주주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한편 임원은 법적인 허물없이 임기동안 보장된 경제적 기득권을 상실하였으니 그 보상이 불가피하다. 그리하여 주주의 기회추구에 따른 비용으로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임원의 해임은 근로자의 부당해고와는 달리 회사와의 임용관계를 궁극적이고 적법하게 종결지으므로 이후 임원을 구속하는 잔여의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해임으로 생긴 잉여의 시간으로 어떤 생산이 이루어지든 회사가 지분을 주장할 근거는 없다(귀속의 부당)(원심판결에서 같은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요컨대 해임행위와 임원의 중간수입 사이에는 손익상계를 위해 필요한 법적 인과관계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4. 결어 임원의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은 주주의 적법한 권한행사와 교환적으로 임원의 기득권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된 절충적 수단임에 대해, 손익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추구하는 법리로서 기능하는 법리이므로 서로 포섭되거나 접점을 이룰 일이 없다. 이 판결에서는 이 같은 양제도의 본질이 비교되지 않아 아쉽다.
2014-03-10
태업시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사건의 경위 가. 피고 회사를 인수한 A회사는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에 B회사와 자산(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그 사실을 노동조합에 알리지 않았다. 나. 노동조합은 추후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피고 회사에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근로조건의 승계 등에 관한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그 사이에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를 모두 거쳤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7. 7. 18.부터 같은 해 9. 18.까지 39일 동안 '고품질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의 일부 또는 거의 전부(7~63명)가 태업(하루 1.8~8시간)을 하였고, 같은 기간 중 6일 동안 하루 2시간 이상 파업을 하였다. 위와 같은 쟁의행위가 이루어진 기간 동안 피고 회사의 생산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약 10%에 그쳤다. 다. 피고 회사는 위 쟁의행위 기간 중 및 그 이후에 위 기간 사이의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서 근로자별로 태업 시간에 해당하는 시급을 산정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는 노조전임자에 대해서도 노조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적용하여 그 시급만큼을 공제한 급여를 지급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태업(怠業)도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의 일종인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지만, 각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일반 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임금을 공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의 감액수준은 개개 일반조합원마다 임금 삭감액이 다르고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태업을 기획·주도하였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쟁점에 대한 검토 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 (1) 쟁의행위시의 임금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규정하거나 그 지급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관행이 있지 않는 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쟁의행위 기간 동안에는 근로제공의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근로자의 주된 권리로서의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4조 제1항에는 그런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2) 그러나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법 제44조 제1항이 근로를 전부 제공하지 않는 파업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태업은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단결하여 노무제공은 계속하되 의식적으로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쟁의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근로제공은 계속하되 근로의 양 내지 질을 줄이거나 저하시켜 사실상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태업시 근로는 불완전하게 제공된다. 이처럼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을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3) 그에 대해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된 것이라고 보아 태업에 대해서도 위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즉,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된 것과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을 동일하게 본 것이다. 그러나 근로의 불완전 제공과 일부 제공은 외연상 엄연히 다른 것이고, 위 조항에도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내용만 명시되어 있으며,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단체행동권'의 한 유형에 해당하여 그에 관한 규정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되므로,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될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 (1) 태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 임금의 감액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태업의 경우에는 '근로가 불완전하게 제공'되는 것이고 대상판결에 의하더라도 근로가 '일부 제공되지 않은 것'인데 그럴 경우 어느 정도의 임금을 감액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다. (2)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태업을 한 근로자의 임금 삭감 비율은 계약상 요구되는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로 산정되어야 하고, 노무를 이행하지 않은 비율은 개별 근로자별로 평상시에 해야 할 노무의 질·양에 비추어 어느 정도 불이행(불완전이행)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菅野和夫, 西谷 敏 등). (3) 대상판결은 태업의 경우 임금의 감액수준은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가 없다면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태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고 본다면 이와 같이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4) 그런데 대상판결은, 협동 작업을 하는 업무수행의 방법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산정할 수 없어 전체적인 생산성의 저하를 기준으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 정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근로자들의 월별 태업시간은 총 노동시간의 20% 내지 66%인 데 비하여 그 기간 동안 생산성 하락 비율은 약 75% 내지 90%에 이르고, 태업으로 인한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보다 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개별 근로자의 태업시간 비율로 계산된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태업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그 태업시간 전부에 해당하는 100%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피고 회사가 각 근로자별로 측정한 태업시간 전부를 시급으로 환산하여 임금에서 공제한 것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5) 그러나 대상판결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근로자들은 파업이 아닌 태업을 했는데도 파업을 한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목적이나 수행방식에서 엄연히 다른 태업과 파업의 차이를 무시한 것이다. 다음, 근로자들은 불완전하게나마 근로를 제공했는데도(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근로를 일부 제공했는데도) 그에 대한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사용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법 제3조),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되어 법의 취지에 반한다.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도 법원은 여러 자료를 통해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어야 하고 정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었다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일률적으로 50% 미만의 임금을 공제하는 등)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다. 전임자의 급여를 감액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및 타당하다고 볼 경우 감액 수준 (1) 태업을 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공제하는 경우 그 태업을 주도한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도 공제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상판결은, 파업의 경우와 동일한 취지로(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0721 판결 참조)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전액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감액수준은, 일반조합원들이 태업으로 인하여 그 태업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이 감액되는 이상 노동조합 전임자인 위 원고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율에 따른 급여의 감액을 피할 수 없으므로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애초부터 쟁의행위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그 쟁의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상 그런 역할을 했다고 해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단체협약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 결과 노동조합 전임자가 일반조합원보다 더욱 유리한 처우를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형평성 문제는 노동조합 내부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지 사용자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3) 따라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형식적 균형을 중시한 것으로서 단체협약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4. 결론 대상판결은 태업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과 태업시 임금 공제의 범위는 각 근로자별로 근로제공의 불완전성의 정도를 판단하여 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는 태업시 근로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의 정도를 정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생산 감소량을 기준으로 태업 시간 동안 제공한 근로의 불완전성이 100%라고 판단하였는데, 근로의 불완전성의 정도는 향후 구체적인 사안별로 다시 산정되어져야 할 것이다. 태업이 있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의 공제를 인정한 것은 파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측면이 크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2014-01-16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손해전가 항변
Ⅰ. 서설 대상판결은 군납유류 입찰담합사건의 판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에 비하면 담합의 내용이나 손해액 산정방식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쟁점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손해전가항변에 한정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판결의 요지 1. 사건의 내용 원고는 피고 A와 피고 B로부터 밀가루를 매입하여 제빵·제과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인바,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을 포함한 8개 국내 제분회사들이 밀가루의 국내 생산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인상하며 밀가루의 실수요업체에 대한 장려금을 공동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하는 거래조건을 합의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담합'이라 약칭한다)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원고는, 피고들의 생산량제한 및 가격의 담합으로 인하여 원고를 비롯한 밀가루 수요업체들이 부당하게 높게 형성된 공급가격에 밀가루를 매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들에 대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가격 중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금액 부분에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매입한 각 기간별·항목별 밀가루수량을 곱한 금액을 피고들에게 각 손해액으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은 감정인의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담합에 의한 밀가루 가격상승으로 인하여 담합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들에게 경쟁가격을 초과한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하여 인상된 가격으로 밀가루를 구매한 원고가 밀가루를 원료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관한 가격 인상을 통하여 인상된 밀가루 가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에서 위와 같이 전가된 손해액 부분을 공제할 것을 주장한 피고들의 이른바 '손해전가의 항변'을 배척하면서도, 제품 가격 인상에 의한 손해 전가에 관한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담합에 의하여 가격이 인상된 재화 등을 매수한 매수인이 다시 이를 제3자인 수요자에게 판매하거나 그 재화 등을 원료 등으로 사용·가공하여 생산된 제품을 수요자에게 판매한 경우에, 재화 등의 가격 인상 후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재화 등 또는 위 제품(이하 이를 모두 포함하여 '제품 등'이라 한다)의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자동적으로 제품 등의 가격에 반영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이 제품 등의 판매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품 등의 가격은 매수인이 당시의 제품 등에 관한 시장 상황, 다른 원료나 인건비 등의 변화,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감소 가능성, 매수인의 영업상황 및 고객 보호 관련 영업상의 신인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므로, 재화 등의 가격 인상과 제품 등의 가격 인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제품 등의 인상된 가격 폭이 재화 등의 가격 인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은 제품 등의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의 감소가 초래될 수 있고, 이 역시 위법한 담합으로 인한 매수인의 손해라 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제품 등의 가격 인상에 의하여 매수인의 손해가 바로 감소되거나 회복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쉽게 추정하거나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와 같이 제품 등의 가격 인상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손해가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에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할 것"이라고 하고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Ⅲ. 평석 1. 손해전가항변의 의미 손해전가의 항변(passing on defense)이란, 직접구매자가 담합으로 인하여 초과가격(overcharge)을 지불함으로써 자신이 입게 된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의 하위단계 구매자인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구매자의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항변을 말한다. 손해전가의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원고로서는 초과가격지불로 인한 손해를 주장함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 피고는 원고가 간접구매자에게 전가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원고로부터 손해를 전가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간접구매자가 다시 법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Hanover Shoe, Inc. v. United Shoe Machinery Corp., 392 U.S. 481(1968) 판결로 위와 같은 손해전가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리고 간접구매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하여는 Illinois Brick v. State of Illinois, 431 U.S. 720(1977) 판결 이래 원고적격을 결한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Hanover Shoe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예를 들어 초과가격을 지불한 구매자가 이미 cost plus 계약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그가 손해를 입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쉬워서 전가항변을 허용하여야 할 경우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Illinois Brick 판결에서도 위 원칙에 대한 예외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해전가의 항변 및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접구매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있으나 대법원이 판시를 낸 것은 이 사건이 최초이다. 미국과 같은 특수한 원고적격이론을 가지지 않은 우리나라나 독일의 경우에 위와 같은 손해전가의 항변을 소송법적으로 분석하면 1)손해발생에 대한 부인과 2)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공제 또는 책임제한의 항변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 손해의 전가와 손해발생의 부인 독일에서는 제품이나 용역에 대하여 전매가 이루어져 손해가 전가된 경우에 손해발생자체가 부인되는지 여부가 논의된 바 있다. 구 경쟁제한금지법이 적용된 비타민 국제카르텔 사건에서 만하임 지방법원은 이 경우에 직접구매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결과가 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이에 반하여, 직접 구매자의 손해는 손해를 근거지우는 행위(인상된 카르텔 가격으로 판매한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카르텔 판매가격과 가정적 경쟁판매가격의 차이를 말하고, 사후적으로 직접 구매자가 전매한 사정은 위 손해발생과 무관하다는 견해(Kohler 교수의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결국 2005년에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은 직접구매자가 손해를 전가한 경우에도 직접 구매자의 손해가 배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후자의 견해를 취하여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 우리 대법원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래 손익상계에 대한 판단은 위 개정된 경쟁제한금지법과 같은 태도를 전제로 한 것으로 평가되고,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손해의 전가와 책임제한 독일에서는 이 논점에 대하여 i) 이론적으로 손해와 공제될 이익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익상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와 ii) 이론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나, 법정책적 고려로서 손익상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로 나뉘지만, 어느 견해에 의하든 손익상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에는, 손해전가항변을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하여 전가한 금액을 공제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필자는 이를 손익상계항변과 같은 것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손해의 공평부담의 견지에서 손해액 산정의 참작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선희,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 -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중심으로-', 민사판례연구 31권, 박영사, 2009, 936-937면 등). 손익상계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이익이 생긴 경우에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하는 원칙을 말하며, 공제대상이 되는 이익은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득이라고 하는 통설 및 판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직접구매자가 판매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전가한 것이 손익상계에서 말하는 당해 행위로 인한 '이익'이라고 볼 수 없고, 위 손해의 전가는 위반행위와 동시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와는 별도로 직접구매자가 제3자와 체결한 매매계약에 의하여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발생과 동시에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하기도 어려우므로 이를 민법상 손익상계의 항변과 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점에서 손해전가항변을 손익상계와 같은 것으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의 참작사유로 파악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Ⅳ. 결어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손해전가항변에 대하여 최초로 판시하면서, 이를 손해의 발생이나 손익상계에 대한 문제로 보지 않고 책임제한사유로서 참작함을 밝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2013-01-31
가산세 종류와 산출근거 등 기재하지 않은 납세고지는 위법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05. 4. 29. 어머니 A의 소유이던 제1부동산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2005. 7. 11. 피고 세무서장에게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원고와 어머니 A는 2005. 10. 6. 제1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을 합의해제하고 2005. 10. 18.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하였다. 원고는 2006. 5. 3. 어머니 A의 소유이던 제2부동산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증여세를 피고 세무서장에게 신고 납부했다. 이 때, 제1부동산에 대한 증여가 무효라는 입장에서 기납부한 제1부동산 관련 증여세를 공제한 금액만을 제2부동산 관련 증여세로 납부하였다. 피고 세무서장은 2008. 5. 1. 제1부동산이 증여세 신고기한(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로부터 3개월) 내에 합의해제하고 반환한 경우가 아니어서 제1부동산에 대한 증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제1부동산은 제2부동산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1부동산 가액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가산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고(이하 "본건 본세 부과처분"), 아울러 납부불성실가산세와 신고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는 처분(이하 "본건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본건 납세고지서에는 증여세 본세의 과세표준, 세율, 세액은 기재되어 있었지만 가산세와 관련, 종류별로 구분하지 않은 채 그 합계액만이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피고 세무서장은 과세예고통지서 및 세무조사결과통지서를 통해 원고가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제1부동산의 가액을 가산하지 않고 과세표준을 신고하였으므로 추가로 증여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는 취지 및 제2부동산의 증여가액, 과세표준, 산출세액, 예상고지세액 등을 고지한 바 있지만, 가산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나. 판결의 요지 원심은 "처분의 납세고지서에서는 본세액과 가산세액을 구분하여 기재하고 있을 뿐 가산세의 세율 등에 대하여 별도로 기재하고 있지는 않으나, 국세기본법 등 법령에서 가산세율 및 세액산출방식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납세의무자로서는 가산세의 산출근거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가산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10. 5. 19. 선고 2009누35407 판결). 그런데 대법원은 "가산세 역시 본세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밝혀서 고지하여야 하고, 납세의무자가 따로 법률 규정을 확인하거나 과세관청에 문의해 보지 않고도 가산세의 종류와 그렇게 된 산출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종류와 세액의 산출근거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가산세의 합계액만을 기재한 경우 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가산세 부과처분에 대한 납세고지서상 하자 과세처분이 그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에게 통지를 하여야 하는데 통상 납세고지서 발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납세고지서에는 과세연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근거, 납부기한과 납부장소가 기재되어야 하는데(국세징수법 제9조), 본세에 대하여는 과세연도, 세목, 과세표준, 세율, 산출세액을 기재하지만 가산세의 경우 종별 구별 없이 그 합계액만 기재하는 것이 국세청 관행이다. 가산세는 과세권의 행사와 조세채권의 실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납세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행정상 제재로서, 가산세 부과처분은 본세 부과처분과는 별개의 과세처분이다(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두7520 판결 참조). 징수절차의 편의상 가산세를 당해 세법이 정하는 국세의 세목으로 하여 그 세법에 의하여 산출한 본세의 세액에 가산하여 함께 징수하는 것일 뿐이다. 이 때문에 가산세에 대하여 별도의 납세고지서를 발부하지 않고 본세의 납세고지서에 함께 기재되는 방식으로 부과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땅히 납세고지서에는 가산세에 관하여도 본세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과세연도, 세목, 세액 및 그 산출근거, 납부기한과 납부장소를 기재해야만 한다(국세징수법 제9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세청 실무는 가산세에 대하여 단지 그 합계액만 기재하는 방식인바, 그 자체로 국세징수법 제9조 위반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고 다만 그 하자가 과세처분 전체를 위법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판례는 국세징수법 제9조 등 납세고지서 관련 조항이 조세법률주의의 대원칙에 따라 처분청으로 하여금 자의를 배제하고 신중하고도 합리적인 처분을 행하게 함으로써 조세행정의 공정성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의무자에게 부과처분의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서 불복 여부의 결정 및 그 불복신청에 편의를 주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므로 강행규정이라는 전제에서, 과세표준과 세율, 세액 기타 필요한 사항의 기재가 누락된 납세고지서에 의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두7957 판결 참조). 다만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납세의무자에게 보낸 과세예고통지서 등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그 처분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 및 불복신청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음이 명백하다면 이로써 납세고지서의 흠결이 보완되거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아야 하나, 납세고지서의 하자를 사전에 보완할 수 있는 서면은 법령 등에 의하여 납세고지에 앞서 납세의무자에게 교부하도록 되어 있어 납세고지서와 일체를 이룰 수 있는 것에 한정되는 것은 물론, 납세고지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입장이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6누12634 판결 참조). 본건 가산세 부과처분에서는 필요적 기재사항이 누락된 채 합계액만 기재된 납세고지서가 발부되었고 가산세와 관련해서는 과세예고통지서 등 서면이 발급된 적도 없어 위 대법원 판례(96누12634)에서 적시한 바와 같은 그 하자를 치유할만한 사정 또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본건 가산세 부과처분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 입장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과세처분의 근거와 이유에 대한 고지와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 이처럼 대법원 판례(96누12634)상 본건 가산세 부과처분과 관련된 납세고지서상 하자는 치유될 여지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납세고지서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납세자가 과세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과세처분이 위법하다 볼 수 없다"는 과세처분의 근거와 사유에 대한 법리, 즉 납세의무자의 절차상 권리에 대한 실질적 보장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살피건대, 납세고지서에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근거를 명시하여 통지하도록 한 취지는 과세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납세의무자에게 알려 그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내려진 처분은 위법하게 되는바(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과세처분의 경우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이므로 행정절차법이 직접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동법 제3조),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세처분의 제시해야 하는 근거와 이유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과세처분은 형사처벌에 준하는 침익적 공권력 행사이므로 적법절차 원칙 등도 이에 준하여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과세처분 역시 행정처분이므로 그 수준으로만 절차적 권리가 지켜지면 된다는 입장이 있다. 전자는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말로 대표되는 전통적 견해이고, 후자는 비교적 새로운 입장이다. 원심 법원은 후자의 입장에서, 납세고지서에서는 가산세 합계액만 기재되어 있지만 납세자가 법령을 찾아보면 부과된 가산세가 무엇인지와 그 세율 및 산출방식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과세처분의 근거와 이유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자의 입장에서 납세고지서 등을 통해 과세관청이 알려준 바만으로는 납세의무자는 자신에게 어떤 가산세가 부과되었는지, 어떻게 가산세가 산출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보았다. 생각건대, 세무조사를 통해 증액결정처분을 내릴 경우 의례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된다. 또한 납세자는 자기가 어떤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알고 있을 것이므로 납세고지서에 가산세 종목 없이 합계액만 표시되어 있더라도 세법전을 찾아 확인해 보면 어떤 가산세가 부과되었는지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납세의무자들이 그리 세법에 밝지 않기 때문에 합계액만 가지고 그 내역을 파악하기란 무리이다. 또한 신고불성실가산세나 납부불성실가산세 이외에도 다양한 가산세가 존재하여, 세무전문가들조차 합계액만으로는 어떤 가산세가 부과되었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산세에 대한 현행 납세고지서의 관행은, 너무도 빈약하여 납세의무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과세처분의 근거와 이유 제시라 볼 수 없다. 더욱이 대법원이 판결에서 적시한 바와 같이, 가산세는 의무위반에 대한 행정적 제재이므로 본세보다 더 침익적이고 따라서 더 높은 수준의 절차적 권리가 납세의무자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건 가산세 부과처분은 과세처분의 근거와 이유 측면에서도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에 의해 가산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세법상 부과제척기간이 판결 확정 후 1년으로 연장되고(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1호) 과세관청은 하자를 보완하여 재 부과처분을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얻은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가산세와 관련된 납세고지서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케 함으로써 과세관청에 대하여는 자의를 배제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게 하여 조세행정의 공정을 기하고, 납세의무자에 대하여는 절차적 권리를 강화시키고 불복신청의 편의를 주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12-11-15
이월결손금을 감액하는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처분인가
1. 사실관계 ㄱ은행은 2000년 6월 한 보험회사의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는데 이 주식의 처분대금이 1주당 70만원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을 국내 최고의 부자인 증여자가 보상하기로 하였다. ㄱ은행은 증여계약의 수익을 수증주식 1주당 29만원으로 계산하였다. 세무서는 2004년 12월 수증수익을 주식 1주당 70만원으로 산정하여 ㄱ은행의 2000사업연도 이월결손금을 감액경정하고 이를 통지하였다. ㄱ은행은 2005년 3월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였고 국세심판원은 동년 7월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ㄱ은행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편 ㄱ은행은 2004사업연도 법인세는 세무서가 경정한 이월결손금을 토대로 신고하였다. ㄱ은행은 2006년 1월, 수증수익이 주식 1주당 29만원으로 계산되었어야 함을 이유로 기 신고된 2004사업연도 법인세가 534억원 감액경정되어야 한다고 세무서에 주장하였고, 세무서는 2004년 12월의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처분이 불가쟁력을 획득하였기 때문에 ㄱ은행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2006년 3월 회신하였다. ㄱ은행은 2006년 3월의 세무서 회신을 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두1795 판결)의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세무공무원이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을 산정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그 결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그에 따라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 등 참조). 세무서의 2004년 12월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원고로서는 세무서의 2006년 3월 거부통지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송에서 그 기초가 된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의 잘못을 주장할 수 있다. 3. 대상판결 평석 1)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납세의무에 영향이 없는가? 대상판결은 구체적 이유 설시 없이 이월결손금 경정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그냥 단언한다. 대상판결이 인용한 선례에도 명확한 이유는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문맥상 과세표준 경정결정으로 당장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급부의무의 발생만이 세법상의 처분인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6.4.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득금액변동통지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2011.3.10. 선고 2009두23617, 23624 판결도 세무조사 사전통지를 처분으로 보고 있다. 대상판결은 실질적으로 폐기된 선례를 변명도 없이 인용하고 있다. 법인은 법인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가 있다(법인세법 제60조). 과세관청은 법인의 과세표준 신고에 오류가 있으면 경정하고(동법 제66조) 통지한다(동법 제70조). 과세관청이 이월결손금을 경정하면 추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신고(동법 제13조), 평가차익 등의 익금불산입(동법 제18조), 기부금의 손금불산입(동법 제24조), 합병·분할시의 승계, 소득처분(동법 제67조), 결손금 소급공제에 따른 환급(동법 제72조), 해산에 의한 청산소득 금액의 계산(동법 제79조) 등이 영향을 받으며, 이월결손금 경정사유가 부당한 신고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산세도 영향을 받는다. 납세자가 과세관청이 경정한 이월결손금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면 법인세 체계는 심각한 혼란에 놓이게 될 것이고, 과세표준을 신고하게 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경정하고 그 결과를 통지하도록 한 법인세법과 국세기본법의 관련조항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2) 처분성은 우연히 결정되는가? 대상판결에 의하면 처분성 여부는 우연적 사정으로 결정된다. 어떤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매출누락액 4억원이 나타나 이를 익금산입하였다. 만약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5억원이었다면 신고하지 않은 매출거래에 대한 익금산입이라는 과세관청의 행위는 처분이 아니고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2억원이었다면 동일한 행위가 세액의 부과로 연결되므로 처분이다. 어떤 법인이 신고한 이월결손금이 6억원이라고 하자. 세무조사에서 4억원의 매출누락이 발견되어 이를 통지하면 처분이 아니고 매출누락액이 7억원이면 세액이 부과되므로 처분이 된다. 이 사건에서도 2000사업연도의 이월결손금이 적어 2000사업연도에 세액이 부과되었다면 처분이 된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가? 처분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다. 세법상의 처분은 세법상의 요건사실에 세법을 적용하여 세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이다. 이 사건에서 요건사실은 증여계약이다. 과세관청은 이 증여계약의 수익을 1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세법에 부합하다고 판단(이 판단이 처분의 본질이다)하여 과세표준을 경정하였고 납세자는 경정된 과세표준을 따라야 한다. 세액은 신고한 원래의 이월결손금과 과세관청이 증액한 익금의 크기에 따라 부과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월결손금이 없었더라도 ㄱ은행이 착오로 손금을 과소하게 계상한 것이 세무조사에서 발견되었고 이 금액이 익금산입액보다 많았다면 세액은 부과되지 않는다. 세액의 부과 여부로 처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점을 쳐서 처분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같다. 3) 대상판결에 의하면 경정청구기간과 부과제척기간이 무력화된다. 국세기본법은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 3년 이내에 경정청구할 수 있다고(제45조의 2) 규정하고,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을 부과할 수 있는 날(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대한 신고기한의 다음 날)부터 5년이라 규정한다(제26조의2). 그런데 대상판결은 과세표준 경정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그 결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그에 따라 이루어진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2652 판결은 이월결손금이 공제되지 아니하고 과세표준이 결정된 뒤 이를 전제로 이루어진 어느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이 확정되어 더 이상 그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다툴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납세의무자인 법인은 확정된 과세처분과는 독립한 별개의 처분인 그 뒤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툼에 있어서는 종전의 과세표준 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법인세법의 관계 규정에 따라 소득에서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대상판결에 의하면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는 경정청구기간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같은 논리를 과세관청에도 적용하면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는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무너진다.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과 이월결손금이 발생하지 않은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에 어떤 차이가 있어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가? 더 황당한 것은 이월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연도의 거래사실이더라도 누락액이 커서 이월결손금을 모두 상쇄하게 되어 그 사업연도에 세액이 부과된다면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타당할 수 있는가? 경정청구기간과 부과제척기간은 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이다. 이월결손금이 있어 세액의 부과가 다른 시기에 발생한다고 이들 기간이 달라질 수는 없다. 어떤 사업연도에 발생한 세무회계상 거래사실은 이월결손금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 모호해지고 기존의 사실로서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이나 몇 백 년이 지난 후에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다툰다면 법원은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가? 4. 결 이월결손금 경정결정은 처분이다. 과세관청이 과세요건사실인 거래사실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익금이나 손금을 조정하고 그 결과 변경되는 이월결손금을 납세자에게 통지하며, 납세자는 경정된 내용에 따라 세무회계를 처리하여야 하고 이후의 세무신고에서도 경정된 이월결손금을 반영하여야 하는 세법적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세무서의 2004년 12월 이월결손금 감액경정은 행정처분이므로, 세무서의 2006년 3월 거부통지는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한 안내로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소는 각하되었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세액의 부과가 아니라 납세의무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로 처분성 유무를 판단한 대법원 2006.4.20. 선고 2002두1878 전원합의체 판결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이월결손금 감액경정결정이 납세자의 법적 의무에 영향이 있는지를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의 본안판단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과세관청은 증여계약의 수익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대상판결은 증여계약의 일부 내용에 불과한 주식의 시가로 논점을 변경시키면서, 증여계약에서 더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국내 최고 부자의, 처분가와 70만원의 차액에 대한 보증의 가치(70만원에 주식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의 가치와 유사하다)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 형사재판은 법보다는 대리용역의 시장가격에 좌우된다는 속설이 있다. 필자의 본지 2011. 11. 3. 판례평석에서 언급된 과점주주의 제2차납세의무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5두8498, 대법원 2008.1.10. 선고 2006두19105,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6두18386)과 대상판결을 비교하면 조세재판도 형사재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대리용역의 시가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법과 사실을 판단하는 사법부를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일까?
2012-10-18
매도청구소송에서 매매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
Ⅰ.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가 182 외 34필지를 사업시행구역으로 시행면적을 2,109.33㎡으로 하여, 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노후·불량한 기존의 단독주택 및 상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재건축할 것을 목적으로, 2000. 5. 15.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설립되어 2003. 7. 31. 그 설립등기를 마친 재건축조합이고, 피고들은 위 사업시행구역 내에 위치한 대지만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 될 자격이 없는 자들에 해당한다(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2호, 이하, 도시정비법이고 한다). 원고들은 위 피고들을 상대로 도시정비법 제39조 소정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피고들은, 감정인이 이 사건 매도청구 대상 토지에 관하여 산정한 시가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여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 산정되어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가 위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되었다. Ⅱ. 판결 요지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시행자가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39조에 의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매도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도달함과 동시에 주택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토지나 건축물에 관하여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되는 것인바, 이때의 시가란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나 건물의 객관적 거래가격으로서,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하거나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현재의 현황을 전제로 한 거래가격이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에 관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토지나 건축물을 평가한 가격, 즉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한다."고 설시하였다. Ⅲ. 매도청구 가격 산정시 개발이익 포함여부에 관한 논의 1. 문제의 제기 개발이익(開發利益)이란 도로·철도, 주택재개발, 재건축 등 (공공)시설의 건설로 해당 지역의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에 그 주변의 지가(地價)가 종전까지에 비하여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데 그 상승 부문을 말한다. 즉 개발에 의하여 얻어진 토지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다. 이러한 개발 이익이 기존 토지소유자의 불로소득이 아닌가라는 점에서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한편, 매도 청구시 대상 토지 등 물건에 대한 시가 산정기준 및 결정방법에 관하여 집합건물법과 도시정비법 등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시가 산정과 관련하여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등 소유권의 객관적 거래가격 속에, 단순히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한 거래가격 뿐만 아니라 그 건물에 관하여 재건축 결의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거래가격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다. 2. 견해 대립 먼저, 위 대법원 판례가 취하고 있는 포함설에 의하면, ①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아 조합원이 되지 않은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와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 사이에는 모두 조합원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단순히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느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고, 또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과 이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의 차이가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할 때, 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으로, 후자에 대하여는 개발이익을 배제한 가격으로 매수할 합리적인 차별사유가 없는 점, ② 나아가, 만약 '토지만을 소유한 자'에 대하여 개발이익을 인정하여 주지 않으면 결국 이들의 토지로 인한 개발이익은 조합원들과 인근의 토지등 소유자들만이 누리게 되어 조합원들과 위 인근 주민들에게만 지나친 이익을 보장해 주게 되어 형평성에도 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다음으로, 부정설 중 (1) 전면적 부정설은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아무런 제한장치 없이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됨으로써 부동산투기를 유발하는 폐단이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들이 파생되므로 사회정의 차원에서 개발이익은 전면적으로 환수되어야 한다는 논지이다. 위 논지는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지가상승분(개발이익)은 국가 또는 일반국민의 몫이 되어야 하지, 우연하게도 토지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가 그 개발이익을 향유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1990. 6. 25. 선고 89헌마107 결정 등에서 재개발의 경우 보상금 지급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합헌으로 판시한 것과 동일한 취지이다. (2) 제한적 부정설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소유자가 재건축에 미동의한 경우 발생하는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나,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매도청구의 경우에는 개발이익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이다. 수원지방법원 2006. 12. 22. 선고 2004가합12304 판결에서 취한 견해이다. 그 이유로는 이러한 경우에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이 될 자격이 처음부터 없고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조합이 추진하는 주택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임을 근거로 한다. Ⅳ. 정리 및 사견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 재건축이 진행된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개발이익을 포함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주택재개발에서의 수용재결과 마찬가지로 공익사업법을 준용하여 당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공제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견해가 나누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의 지배적 견해는 대법원 판례를 적극 지지하면서, 주택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도청구가격의 산정에 있어서는 수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매도청구권은 일반적인 매매와 동일한 성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전제로 하여 매도청구권의 행사시점에 형성된 시가로서 개발이익을 포함한 가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행 도시정비법 규정 하에서는 위 대법원 판례나 통설의 견해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처음부터 없는 자'에게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것을 같게 다루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 또는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에 대한 매도청구권 행사의 경우 산정되는 매매대금의 시가는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시가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다만, 이로 인해 토지 또는 건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과 관련하여서는 하루 속히 이들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에 명시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여 당해 재건축 결의 여부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012-08-20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 차익 이자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I. 들어가는 말 1. 엔화스왑예금거래를 둘러싼 다툼 엔화스왑예금거래는 ① 원화를 엔화로 환전하는 현물환계약 ② 엔화정기예금계약 ③ 선물환계약(만기일에 엔화의 안정적인 원화 환전 보장) 등 3개의 거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은행은 엔화정기예금의 이자만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선물환거래에 따른 이익은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선물환거래이익이 은행에 맡긴 원화 대가의 일부로서, 그 이익을 확정적으로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금전사용의 대가에 따른 성격이 있다고 보아 소득세법 제16조 제1항 제13호(이하 '제13호'라고 하며, 같은 항 제3호, 제9호를 각각 '제3호', '제9호'라고 한다)를 적용하여 소득세를 매겼다. 그런데 2년 여 간의 고민 끝에 나온 대법원 판결(2011. 5. 13. 선고 2010두3916)은 '법률관계를 부인하려면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답습하면서 납세의무자의 주장을 받아 준 원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를 지지하는 평석(2011. 6. 13.자 법률신문)이 나온바 있다. 이 글은 앞 평석에 반대되는 입장에서 위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향후 발전적인 논의를 위한 것이다. 2.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두3961 판결)의 요지 가. 납세의무자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세금부담을 회피하는 행위라도 가장행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으로 그 거래행위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선물환계약은 엔화정기예금계약과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이고, 가장행위이거나 엔화정기예금계약과 일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고객이 얻은 선물환차익은 외환매매이익에 불과할 뿐 제3호의 예금이자 또는 이에 유사한 것으로서 제13호의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제9호는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인데, 이 사건 선물환차익이 여기에 해당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환매조건부 매매차익은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제13호에 따라 외국통화의 매도차익에 대하여도 확대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할 수 없다. II. 평석 1.이 사건의 쟁점 : 유형별 포괄주의에 관한 제13호 해당 여부 이 사건의 쟁점은 엔화스왑예금거래에 따른 선물환차익의 소득세법상 평가에 관한 문제로서, 제13호 적용여부가 문제되었으므로 그 법률문언대로 '① 제1호 내지 제12호에 열거된 소득과 유사한지, ② 금전의 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지'를 판단하여 과세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13.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 즉, 외환매매이익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과세대상이 아니지만, 그 실질이 다른 이자소득의 유형과 비슷하고, (원본반환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그에 더하여 일정한 이익이 지급되는 등) 금전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인정된다면 제13호에 따라 과세대상이 되어야 한다(제13호에 대한 국회보고서는 이자유사 소득으로 금전사용대가의 성격이 있는 것은 열거되지 않아도 과세함으로써 신종소득을 법 개정 없이 포착하여 과세함으로써 과세의 기반을 확대하고 과세의 공평을 제고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대법원은 소득의 평가가 아닌 법률관계부인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제13호 해당 여부에 대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함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당사자가 형성한 법률관계의 형식을 부인하는 문제로 접근하여 이 사건 소득이 제13호에 따른 이자유사소득의 실질 또는 금전의 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지 등 법조항의 요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외환매매이익에 불과할 뿐 제3호 소정의 예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어" 제13호의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만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과세는 엔화스왑예금거래와 결합된 선물환거래차익이 제3호의 이자소득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그와 유사하고 금전사용대가의 성격이 있으므로 제13호의 과세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제3호의 이자 또는 그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기만 하고 "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지", "금전사용대가의 성격"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만일 이 사건 과세가 제3호를 직접 근거한 것이라면, 대법원 판결은 그간의 일관된 법리를 따른 것이므로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 과세는 제13호에 근거하였으므로, 어떠한 거래행위의 형식을 부인하거나 가장행위의 법리를 원용할 필요 없이, 그 소득이 다른 이자소득의 유형과 유사하고 금전사용의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지만 따지면 된다. 대법원이 전제한 "거래행위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야"한다는 법리에 따르더라도, 제13호는 열거된 유형의 이자소득이 아니어도 그들과 유사하고 금전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 소득에 대한 과세의 직접근거가 되므로,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3.제3호 또는 제9호의 소득과 유사한 소득의 뜻풀이 예컨대 1억 원을 하나의 원화정기예금으로 맡기지 않고 엔화로 바꾼 다음 엔화정기예금으로 맡길 수 있는데, 이렇게 해서 우연히 환차익을 얻었다면 과세가 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사건 거래에서 엔화정기예금과 동시에 선물환계약을 체결하고 각 계약을 결합시켰으므로, 고객은 어떠한 환위험도 없이 원화정기예금과 똑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그렇게 설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소득은 제3호의 이자소득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소득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이것이 유사하지 않다면 도대체 "제3호의 소득과 유사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유사하다"는 말은 "두 개의 대상이 크기, 모양, 상태, 성질 따위가 똑같지는 아니하지만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많은 상태에 있다"는 뜻(국립국어원)이므로, 결국 "제3호의 소득과 유사하다"는 것은 제3호의 이자소득과 외관이나 형식이 똑같지 않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외관이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은 법리를 떠나 문법에 어긋난다.또한, 대법원은 "제9호에 따른 채권 또는 증권의 환매조건부 매매차익 또는 그와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령 그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제9호는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제13호를 근거로 외국통화의 매도차익인 이 사건 소득을 과세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유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에 대한 판단은 제3호와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 판시내용이다. "설령 유사하다고 하더라도"라는 가정은, 이 사건 외환매매이익이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과 유사함을 전제하므로, 그 다음에는 제13호의 요건 중 '금전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제9호는 채권 또는 증권의 매매차익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이 사건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하면 허용되지 않는 확대해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요컨대 "A와 비슷하고 금전사용대가성격이 있으면 과세할 수 있다"는 법률을 적용하면서, "A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A가 아니므로 과세할 수 없다"라고 판단함으로써, 스스로 설정한 전제를 부인한 것이다. 대법원이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리려면 마땅히 "이 사건 선물환차익이 채권 또는 증권매매차익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금전사용대가로서의 성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제13호를 적용할 수 없다"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4.제13호의 입법취지 및 담세력을 근거로 예금이자 아닌 것을 예금이자와 유사하다고 보아 과세처분을 인정한 다른 대법원 판결 이보다 먼저 선고된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은 평석대상판결과 전혀 정반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사건에서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회원에게 지급하는 부가금이 이자유사소득으로서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제13호의 입법취지를 상세히 밝히고, 제13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교직원공제회의 자본금은 회원(전·현직 교육공무원)이 예치한 부담금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부가금은 급여의 일부분으로, 장기저축급여(회원의 퇴직, 탈퇴시)의 경우 부담금(원본)에 일정한 부가율(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에 따라 지급한다. 교직원공제회는 부가금을 열거된 이자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이자유사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제13호의 입법취지가 "제1호 내지 제12호의 과세대상으로 열거된 이자소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소득으로서 금전의 사용에 따른 대가의 성격이 있다면 이를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과세대상 소득에 관한 종래의 열거주의 방식이 갖는 단점을 일정한 정도 보완하여 공평과세의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데 있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외관상 예금의 이자로 볼 수 없는 '부가금'에 대하여 "열거된 소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와 성격이 유사하고 담세력도 대등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제13호에 따른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부가금을 제3호의 이자소득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하급심 판결(제1심은 실질적인 예금이자로 보고, 제2심은 예금이자소득으로 보지 않음)의 잘못을 지적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법리를 제시하면서 문제되는 소득의 실질을 꿰뚫어 제13호의 입법취지는 물론 담세력을 근간으로 한 조세공평과 조세정의의 원칙을 반영한 보기 드문 판결이다. III. 맺는말 평석대상판결은 거래행위의 효력부인이라는 시각에서 신종금융소득을 바라봄으로써 새롭게 나타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문제될 때 어떠한 이정표가 되지 못하고, 제13호의 입법취지를 분명히 밝힌 선행 대법원 2007두18284 판결과 정반대의 입장에 서면서 왜 그런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사건 과세는 각종 금융기법(현물환, 선물환, 스왑계약 등)을 활용하여 고수익을 추구하는 신종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를 직접 목적으로, 2001. 12. 신설된 제13호에 직접 근거한 것이므로 납세의무자의 법적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을 침해한 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다른 유형의 이자소득과 아무리 유사하고 금전사용의 대가로서의 성격이 인정되어도 제13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엔화스왑예금거래는 최소 예금이 억대로 이루어져 소수의 고액예금자를 유치하기 위한 상품이었고, 여기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른바 부유층으로서 담세력이 충분한데, 이들의 작은 이익을 다수의 선량한 납세자가 부담한 세금으로 보장하여 준 결과 공평과세는 물론 조세정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유사사례에서는 위 선행판결에서 보여준 우아하고 세련된 법리를 기대한다.
2012-01-16
금지금을 이용한 사기사건의 올바른 처리
1. 변칙적인 금지금 거래의 일반적 형태 서울행정법원 2008.8.19. 선고 2006구합39864의 판결문을 인용한다. 가)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수출하는 재화의 공급에 대하여는 영세율이 적용된다. 그리고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7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구매확인서에 의하여 공급하는 재화도 '수출하는 재화'에 포함되고, 금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금세공업자 등이 수출관련서류를 근거로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지금 도매업자로부터 금지금을 공급받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며, 구 조세특례제한법(2002. 12. 11. 법률 제6762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과 같은 법 시행령(2002. 12. 30. 대통령령 제17829호로 개정되어 2003. 7. 1.부터 시행된 것) 제106조의3에 의하면, 금지금 도매업자 및 금지금 제련업자가 면세금지금 거래추천자의 면세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금지금과 금세공업자 등이 면세금지금 수입추천자로부터 면세수입추천을 받아 수입하는 금지금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나) 위와 같은 부가가치세 영세율 또는 면세 제도를 악용하여, 금지금을 수입한 후 이를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영세율 또는 면세로 유통시키다가 이른바 '폭탄업체'(경제적 능력이 없고 단지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로서, 조세부담을 안고 폐업한다고 하여 '폭탄업체'라고 불린다)에 이르러 과세금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여러 단계의 도매상을 거쳐 과세로 유통시키다가 수출하면서, '폭탄업체'는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고, 수출업체는 납부되지도 않은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폭탄영업'이 2002.경부터 특히 서울 종로구 소재 귀금속업체들 사이에서 만연하였는바, 부가가치세 면세제도하에서 이루어진 '폭탄영업'의 형태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⑴ 외관상으로는 금지금이 '외국업체 → 수입업체 → 면세 도매업체 → … → 면세 도매업체 → 폭탄업체 → 과세 도매업체 → … → 과세 도매업체 → 수출업체 → 외국업체'의 단계를 거쳐 유통되고, 그 거래대금은 수출업체에서부터 수입업체에 이르기까지 역방향으로 순차 지급되나, 특히 과세 도매업체들은 특정인 또는 특정업체의 지시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만 할 뿐, 실제로 금지금의 거래나 운송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⑵ '폭탄업체'는 금지금을 면세금으로 매입하여 과세금으로 판매한 다음, 단기간 내에 이익금을 전액 인출·은닉하고 폐업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다. '폭탄업체'는 매입가액보다 낮은 공급가액으로 금지금을 판매하지만,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액을 더한 공급대가는 매입가액보다 높고,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대가와 매입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한편, '폭탄업체'가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는 그 이후 각 단계의 업체가 직전 단계 업체로부터 교부받은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전가되다가, 결국 수출업체가 금지금을 수출한 후 영세율의 적용에 따라 국가로부터 환급받는바, 그 환급액 중 '폭탄업체'가 납부하지 않은 부가가치세액에 상당한 부분이 '폭탄영업'에 의한 이익의 궁극적인 원천이 된다. 그 이익은 '폭탄영업'에 관여한 국내업체들에게는 각 거래단계에서의 마진(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거나, '폭탄업체'의 이익금 중 일정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관여업체에게 별도로 지급하는 이른바 백 마진(back margin)의 형태로 분배되고, '폭탄영업'에 관여한 외국업체에게도 수입가격과 수출가격의 차액(국내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게 된다) 형태로 분배된다. ⑶ '폭탄영업'에 있어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통상 단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물량의 금지금을 유통시키는바,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관여업체들 사이의 분쟁이나 대금유실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① 대부분 동일한 전주(전주 : 폭탄영업망의 외부에서 최초에 금지금의 수입자금을 준비하는 자를 일컫는다)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② 전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신뢰하는 업체를 '폭탄업체'와 직접 거래하도록 배치하며, ③ 전주가 각 거래단계마다 거래물량, 단가 및 마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④ 수입업체부터 수출업체까지의 일련의 거래가 대부분 하루 또는 수일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며, ⑤ 금지금 실물이 거래단계를 건너뛰어 수출업체로 곧바로 운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설령 각 거래단계마다 운송되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기 위한 형식적인 운송에 불과하다). 다)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4. 12. 31. 법률 제7322호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 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지금 도매업자 등 및 금세공업자 등에 대하여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납세담보제도가 신설되어(제106조의3 제11항) 2005. 4. 1.부터 시행되었는데, 2004년도에는 금지금 수입량 268톤, 수출량 233톤이었던 것이, 위 납세담보제도가 시행된 2005년도에는 수입량 56톤, 수출량 19톤으로 급감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폭탄업체는 조세포탈범이지만(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수출업체의 환급행위는 조세포탈행위가 아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5577 판결 등). 폭탄업체와 과세도매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정당한 세금계산서이고(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13466 판결 등) 과세도매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9두22317 판결 등) 수출업체의 환급신청은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 3. 금지금 순환이 사업상의 거래인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을 사업상 공급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사업상 독립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함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 반복적인 의사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라고 풀이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4.12.26. 선고 84누629 판결). 금지금 순환은 조직적으로 수행되었다. 한 조직이 수행하거나, 실질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여러 조직이 조직 간 금이 거래되는 외형을 만들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지금을 순환시킨 조직의 유일한 목표는 부정환급이다. 금지금 순환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없다. 오히려 운반 수출입 등의 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가 전혀 없었다. 타인과의 거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조직 혼자 여러 명의상 사업자들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세금계산서와 금지금만 오고간 것이다. 단지 국가에 사기 치기 위해 사업의 외형을 조작했을 뿐이다. 4. 올바른 처리 사업활동이 없었다. 사업활동이 없었으므로 부가가치세와는 무관하다. 금지금 순환 조직은 조세범이 아니다. 금지금 순환은 사업활동을 가장하여 조세 환급 명목으로 국가에 사기 친 사기행위일 뿐이다. 사기행위의 주된 실행행위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청하여 환급을 받아가는 행위이다. 폭탄업체 수입업체 기타 중간 거래업체들의 행위는 수출업체가 부정환급을 받아가도록 보조하는 행위이다. 이들 모든 행위가 조직적으로 행해졌으므로 조직 가담자 모두를 사기죄의 정범으로 처벌해야 했다. 사업활동으로 보지 않는 경우 범죄조직이 납부할 조세는 없지만, 범죄조직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는 사기 치는 수단이었으므로 추징대상으로서 범죄조직에 환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 결 위 인용된 판결문에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범죄조직의 조직적 사기행위라는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조직이 외형으로만 만든 거래행위의 사업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정사실로 인정하여 수많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물론 국세청과 검찰청이 조직적 사기행위로 고발·기소하지 않은 잘못도 크다. 그렇다고 법원의 오류가 용서될 수는 없다. 법원은 우리사회 최고이며 최후의 현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라도 공소장 변경 요구를 통해 악질적 범죄조직에 응분의 처벌을 가했어야 했다. 범죄조직의 가장 하부에 있는 폭탄업체만 조세범으로 처벌하고 나머지 모두를 범죄혐의에서 해방시킨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처리는 무능 자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청은 익숙한 자료상 처벌논리 즉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적용하려 하였다. 자료상은 탈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자료상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탈세 수요자들에게 가공거래사실을 만들어 준다. 자료상은 가공거래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즉 국세청 전산분석에서 (세금)계산서 불부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허위 (세금)계산서에 부합하는 자료상 자신의 세무신고를 한다. 자료상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자료상이 제공하는 탈세 서비스와 (세금)계산서에 표시된 거래내용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지금 사기조직 내에서의 가장거래는 대금과 금지금이 실제로 이전된다. 가장거래의 사업성을 인정하는 경우 조직 내부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허위라고 단언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라 판단하였다. 이들 조직의 세금계산서를 정당한 세금계산서로 본다면 포탈범도 없고 환급도 정당하다. 결과의 부당함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은 포탈범죄자로 판정되는 자를 찾다찾다,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체납범에 불과한 폭탄업체를 포탈범으로 만들었고, 수출업체로의 환급을 방지하기 위해선 비상수단인 신의성실원칙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범죄 유형이 나타나면 차분하게 검토하여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차분하게 부가가치세법 적용의 기본전제인 사업성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면 범죄조직원 모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었고, 옹색한 환급거부논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세청, 검찰청, 법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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