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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 해당 여부 판단에 관한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A씨 ‘ㄱ’공종중의 사무총장으로서 종중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A씨의 적통’이라는 제목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하 ‘이 사건 책자’라고 한다)을 출간하여 안내문과 함께 A씨 각종 계파 회장, 임원들에게 배포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책자와 안내문에는 “’ㄴ’공 공소외 1이 ‘ㄷ’공 공소외 2의 맏형 또는 공소외 3의 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거나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검사는 “’ㄴ’공 공소외 1은 ‘ㄹ’공 공소외 4의 적장손이자 ‘ㄷ’공 공소외 2의 맏형이고, 그러한 사실은 종원지위부존재확인 사건에 관한 민사판결에서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A씨 ‘ㄱ’공파대정회 종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이때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글의 집필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어떠한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견해나 그 근거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표현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입장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민사판결을 통하여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주장이나 견해의 개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에서의 ‘허위 사실의 적시’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책자에 기재한 위와 같은 표현들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검토 가.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기준 법률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약속’이고, 사회구성원들은 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받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포함한 여러 법적 제재를 받는다. 사회는 구성원들에게 ‘약속’, 즉 ‘법률’의 준수를 요구하기에 앞서 구성원들이 그 약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쉽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약속이 ‘법률’이라는 ‘문언’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고 구성원들은 그 문언을 통해 약속의 내용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그 문언의 의미가 분명해야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법률해석은 1차적으로 ‘문언’의 의미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법률해석은, ① 구체적인 사안에서 일반인 누구라도 어떠한 행위가 법률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② 주관적 판단요소의 개입 여지를 최대한 배제하여 개별 사안들에 대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나.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형법 제309조 제2항)는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①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②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③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것을,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④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⑤ 위 객관적 구성요건 요소들에 대한 인식과 의사, 즉 ‘고의’를 요한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책자에 나타난 표현이 ‘②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하고 있는데, 위 요건은 ‘그 표현이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것일 것’과 ‘그 표현에 나타난 사실관계의 내용이 허위일 것’이라는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은 그중 전자 ‘그 표현이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것’(이하에서는 이를 ‘사실의 적시’로 통칭하겠다)인지 여부를 판단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 ‘사실의 적시’의 해석 ‘사실(事實)’이라고 함은 사전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허위)사실을 적시”한다고 함은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에 관해 표현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사실의 적시’라는 구성요건 요소에 대한 해석은 위와 같은 문언적 의미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라. 대상판결의 해석에 관한 검토 대상판결은 “어떠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의견 표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기본적인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떠한 표현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것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관한 것’인지 여부 이외에 ‘글의 집필 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이라는 추가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추가 고려 요소는 법관으로 하여금 주관적이고 가치평가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사회구성원들은 특정 표현이 명예훼손죄에 있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또 위와 같은 해석은 주관적 요소를 개입시켜 개별 사안에 관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바람직한 법률해석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기재된 표현은 “’ㄴ’공 공소외 1이 ‘ㄷ’공 공소외 2의 맏형 또는 공소외 3의 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거나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그 표현자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아닌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한 표현으로,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 특히, “’ㄴ’공이 실존인물이라고 볼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그 후손들이 실존성을 조작하였다”는 표현은, 특정한 과거 인물의 실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벗어나 그 후손들의 증거 조작 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의견 표명의 범위를 벗어나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고, 증거 조작 행위의 주체로 주목된 종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에 반하는 사실관계를 사실인 것처럼 표현한 것인바, 피고인이 얼마나 충분한 근거와 합리적인 논리에 따랐는지를 따지지 않고, 의견 표명의 일환이라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마. 표현의 자유 보장과 명예훼손죄 구성요건 해석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대상판결의 근본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또한 다른 사람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대상판결의 취지는 명예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들의 다른 구성요건적 요소들에 의해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예로 들면, 이 사건 책자에 나타난 표현들 중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들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① 그것이 허위가 아니라거나 ② 피고인이 그것이 허위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여 ‘고의’가 없었다거나 ③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소명함으로써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로의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규정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는 해당할 수 있겠으나, 해당 종중 공동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대상판결의 근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나 이를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법해석을 한 것으로, 명예훼손 행위 처벌 규정의 구성요건적 요소 해석에 관한 합리적인 논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명예훼손
재판
사실의적시
공일규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하늘)
2018-05-21
헌법사건
헌법재판소의 재판부구성에 관한 법리
- 헌법재판소 2017.3.10. 결정 2016헌나1 사건- 1. 기초사실 2017년 3월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시점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이 7인 뿐이다.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2016년 12년 9일에 의결했다. 그리고 박한철 헌법재판관의 임기만료일은 2017년 1일 31일이고,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만료일은 2017년 3월 13일이다. 그런데 그 간에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재판부구성이 안 된 상태에서 2017년 3월 10일에 이르러 8인의 재판관 이름으로 2016헌나1 대통령탄핵사건의 심판결정을 선고했다. 왜 2017년 1월 31일 또는 2017년 3월 10일까지도 후임재판관이 임명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따라서 위 사건에서 재판부구성이 부적법하다는 피소추인 측의 본안 전 항변이 있었고 이에 대한 판단을 했으므로 그 내용을 보기로 한다. 판시요지는 다음과 같다. 2. 8인 재판관에 의한 탄핵심판 결정 가부 피청구인은, 현재 헌법재판관 1인이 결원된 상태여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따라 사건을 심리할 수는 있지만 8인의 재판관만으로는 탄핵심판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고, 8인의 재판관이 결정을 하는 것은 피청구인의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111조 제2항과 제3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가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모두 9인의 재판관으로 헌법재판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입법ㆍ사법ㆍ행정 3부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헌법재판소의 구성방식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중 결원이 발생한 경우에도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하면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견해를 따르면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만료로 발생한 현재의 재판관 공석 상태를 종결하고 9인재판부를 완성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관 1인이 결원이 되어 8인의 재판관으로 재판부가 구성되더라도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탄핵의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결원 상태인 1인의 재판관은 사실상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 의견을 표명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재판관 결원 상태가 오히려 피청구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피청구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피청구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본안전 항변의 취지 이 사건에서 피소추인은 “8인의 재판관만으로는 탄핵심판의 인용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고, 8인의 재판관이 결정을 하는 것은 피소추인의 ‘9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8인의 재판관이 결정을 해도 “피소추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8인의 재판관은 피소추인의 본안 전 항변으로 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했다. 그러나 위 피소추인의 주장을 본안 전 항변으로 권리침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고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 판단은 본안전항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한 결정인 것 같다. 피소추인의 본안 전 항변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에서 관장”하는 것이고, 재판부의 구성은 재판관 9인으로 구성하는데 그 9인은 3권분립의 이념에 따라 ‘재판관 3. 3. 3.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판관 7인 또는 8인으로는 재판부 구성을 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항변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재판부구성을 재판관 ‘3. 3. 2.’ 이거나 ‘3. 3. 1.’또는 ‘3. 2. 2.’로 할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헌법에서는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 한다’라고 규정했고(제111조) 헌법재판소법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에서 관장 한다’라고 규정했다.(헌재법 제22조 제1항) 그러므로 여기에 다시 헌재법으로 ‘재판관 7인 이상이면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규정은 만들 수 없으며 또 그러한 취지로 ‘법의 해석’을 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마치 법원의 합의재판부는 법관 3인으로 구성하는 것이므로 법관 2인으로는 합의부구성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의미 이 사건 심판결정이유에서 8인의 재판관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하면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헌재법은 “사건을 심리 한다”라고 했을 뿐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재판관 7명만으로도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고 그리하여 헌법재판소의 효과위사(결정 주문)를 결정하고 이를 대외에 표시(결정 선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건을 심리 한다”는 의미는 합의제기관인 재판부의 효과의사를 결정하기까지의 전 단계에서 증인신문이나 기타 증거조사 등을 하는 심리화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효과의사(결정 주문)를 결정하고 기관 외부에 대한 의사표시(결정 선고)를 하는 주체는 권리능력이 있는 9인의 재판부가 해야 한다. 성원미달로 재판부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7인 이상이면 재판관의 이름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이 사건 심판결정이유에서는 ‘헌법재판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하여 공석이 발생한 현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견해에 따르면 9인 재판부를 완성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소장은 ‘9인 재판부’의 구성원이 아닐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재판관이 그 직무를 대행하므로(헌재법 제12조) 9인의 재판부 구성과는 무관한 일이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논란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그런데 재판관의 경우는 다르다. 재판관은 그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 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하므로(헌재법 제6조 제3항)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상당기간 공석이 생길 여지는 없다. 그리고 재판관의 경우는 공석이 생기더라도 그 직무를 대행할 사람이 없으므로 재판관의 임기만료일까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가 그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이점에 관하여는 법률신문(2017. 2. 13.자)에 필자가 기고한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 한다”는 제하의 논문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후임자를 선임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선임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해태하면 직무유기가 된다는 법리를 설명한바 있다. 5. 심판정족수 헌재법은 제23조(심판정족수)제2항 단서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한다”고 했는데 이는 재판부의 구성원인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이 아니고, 재판관 9인의 3분지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3분지 2 이상’이라고 하지 않고 '6명 이상'이라고 했다 해서 이를 재판관이 7명이면 7분의6, 8명이면 4분의 3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라고 본다면 이는 그 문언의 자구해석에는 맞더라도 법의 올바른 해석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예컨대 회원 100명 중 과반수(51명)이상의 참석과 참석회원 과반수(26명)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하는 경우, 참석회원이 30명으로 성원미달이더라도 그 중 26명이상이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6. 맺는 말 헌법재판소는 앞으로도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認容決定)‘등의 다양한 심판을 해야 하므로 조속히 궐위된 재판관을 임명해 9인의 재판부가 구성돼야 한다. 이에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하므로 국회도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탄핵소추
재판관
대통령탄핵
강해룡 변호사
2017-04-07
민사일반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인정
대법원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Ⅰ. 서 론 대법원은 2016년 9월 22일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실시한 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 대상판결에 대한 공개 변론 당시 주요 쟁점은 조선고등법원 판결 당시(1927. 3. 8.) 및 공개변론 당시(2016. 9. 22.) 관습의 존재 여부 및 존재한다면 종전 판례 내용(기지 면적, 존속기간, 지료 지급 여부 등)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는지 여부 등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취해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태도가 타당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상판결의 입장 1. 사실관계 대상판결 상의 분묘는 ① 1733년, ② 1987년 4월, ③ 1989년 봄(2기), ④ 1990년 11월경 각 설치된 5기의 분묘로, 원심 판결 당시(2013. 1. 25) 20년이 경과하여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원심(춘천지방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3412 판결)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2. 대상판결 가. 상고이유 원심에서 패소한 피고는 장사법(2001. 1. 13. 시행) 시행으로 분묘기지권을 불허하는 법적 규율 변화, 화장률 증가 등의 장묘문화 변화와 묘지에 관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나.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분묘기지권을 관습상의 물권으로 보고 승낙형, 양도형,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등 세 유형을 종전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효사상, 조상숭배사상 및 조선시대 산림공유 원칙에 의해 인정되어 온 묘지 점권(분묘 점권)이 민법 시행으로 개인 토지 소유권과 분묘기지권의 충돌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이 관습상 인정되어 왔다면서 존속기간의 영속성, 지료의 무상성 역시 종전 대법원 판례대로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은 상고이유와 관련하여, 첫째, 사회 구성원들의 관습 소멸에 대한 법적 확신이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을 부정할 경우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고, 둘째, 장사법이 동법 시행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토록 한 것은 그 이전 설치 분묘의 분묘기지권 성립을 인정할 근거가 되며, 셋째, 분묘기지권 인정은 시효취득 인정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지 않고, 넷째, 화장률 증가에도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하므로 아직은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분묘기지권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다. 소수의견 조선고등법원(1927. 3. 8.) 판결로 인정된 분묘기지권은 현행 민법 시행으로 소유권제도 및 사유재산제도가 정착되고, 토지 가치의 상승 및 화장문화 증가로 매장문화 퇴색, 무단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초가 상실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하는 것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관습법도 시대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폐기되어야 하는바, 첫째, 이의 인정은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민법의 사유재산권 존중 이념에 부합하지 않고(부동산물권변동의 등기, 즉 성립요건주의에 반하고), 둘째, 묘지 등에 관한 화장취체규칙, 매장법, 장사법 등이 무단분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및 강제개장을 허용하고 있고, 장사법 역시 토지 소유자 등에게 무단분묘에 대한 개장권, 무단분묘 연고자 등의 분묘기지에 대한 일체의 권리 주장 불허 등 묘지에 대한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 소유자와 분묘 연고자 사이의 사법적(私法的) 관계까지 규정함으로써 더 이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고, 셋째, 소유권 취득시효 인정 대법원 판례의 자주점유의 권원성 요구 취지에 비춰볼 때 분묘기지권(지상권 유사 물권)의 타주 점유의 권원성(사용권원) 역시 객관적으로 요구된다 할 것인데 무단점유에는 그러한 권원성이 인정될 수 없어 악의의 무단점유에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호에 반하며, 넷째, 장사법이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을 불허한 것은 종전 관습의 법적 확신 소멸을 반영한 것이고, 다섯째, 존속기간의 영속성과 무상 지료 관습법 인정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여섯째, 사회적 인식이 변하였고(조상숭배사상 및 유교 문화의 후퇴, 교육수준의 향상, 핵가족화, 임야 개발, 화장시설 및 공설묘지 등의 정비 등), 일곱째, 장사법 시행으로 국민의 무단분묘 불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양됨에 비춰 볼 때 그러한 관습은 더 이상 국민의 법적 확신을 얻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다만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에 의해 인정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춘 경우(지상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이 증명된 때)에는 통상의 지상권처럼 분묘기지권 역시 인정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매장법, 장사법 시행이 분묘기지권 인정 관습법의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소유권 취득시효에 관한 자주점유(객관적 권원 요구) 판례 취지는 분묘기지권에 유추적용될 것도 아니며, 분묘는 단순한 공작물이 아니라 조상의 영혼이 깃든 정신적 장소이자 망자에 대한 숭모의 장소로서 존중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관습법 인정이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도 반하지 않는다. 마. 소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분묘기지권이 아니더라도 채권계약 또는 물권계약에 의해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이 보장될 수 있으며, 관습상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관습 존재 인정 자료도 없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관한 판례는 관습법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토지 소유자의 승낙 후 설치한 분묘에 근대적인 취득시효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소유권 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처럼 재산권을 보유할 의사가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에도 필요하다. 즉 지상권 유사의 물권이라면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도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보유할 의사(타주점유이지만 지상권 유사의 물권에 대한 객관적 권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는 상태의 무단분묘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은 취득시효제도에 부합하지 않다. Ⅲ. 판례에 대한 평석 1. 조선고등법원 판결 시 관습의 부존재 조선총독부 관습조사보고서는 무상의 승낙형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존재하지만,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은 없으며, 조선총독부중추원의 민사관습회답취집 역시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 등에 대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대한 관습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취득시효제도에 대한 관습도 없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공유원칙에도 불구하고, 분묘침해를 다투는 소위 정려문산송(旌閭門山訟), 4葬4掘山訟(네 번 암장 네 번 강제 官掘) 등 수많은 산송이 있었는바, 이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관습 부존재를 증명하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2. 대상판결 공개변론(2016년) 당시의 관습의 부존재 대상판결 판시이유처럼 재산권 보장을 천명한 헌법 및 민법의 제원칙에 비춰 존속기간의 무한성, 지료의 무상성 등을 인정한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소수의견처럼 첫째, 화장취체규칙, 소위 매장법 및 장사법 모두 무단 사체 매장의 경우 형사처벌토록 하여 무단분묘의 설치가 위법행위임을 100년 이상 공지하여 왔고, 둘째, 도시화 및 핵가족화, 셋째, 임야의 경제적 가치 상승, 넷째, 다양하고 저렴한 장례문화 및 비용, 다섯째, 묘지의 이전 용이성 및 대체성 등에 비춰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법적 확신은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현행 장사법에 비추어 장사법은 법 시행일 후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상 평등권에 비추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 중 관습상의 분묘기지권 판결을 받은 기판력 있는 분묘의 경우에는 시행일에 분묘가 설치된 것으로 의제하여 최단 15년 내지 최장 60년의 분묘 설치기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득권을 보장하고, 판결을 받은 바 없는 분묘의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Ⅳ. 결론 대상판결은 효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묘의 굴이 허용은 타인 토지 위에 존재하는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는 것일 뿐 새로운 토지에 분묘의 설치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분묘의 이전성과 대체성 및 장묘문화 변화 및 장묘비용의 저렴화 등에 비추어 관습상의 법정지상권(건물의 토지 고착성)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분묘굴이가 가능하므로 제반 사회 여건 변화에 비추어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을 더 이상 인정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인바, 대상판결은 시대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겠다.
분묘기지권
관습법
2017-02-09
전문직직무
법무법인에 대한 세무조정반지정거부처분의 위법성
- 대상판결: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 - Ⅰ. 처음에-대법원 2016.4.28. 2015두3911판결에 따른 문제제기 최근 대법원은 법무법인 소속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사등록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4.28. 선고 2015두3911 판결). 이유인 즉, 법무법인 소속의 사유가 세무사법상의 세무사 등록의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을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세무사로서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있고, 변호사법 제49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나 소속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판시하였다. 세무대리가 세무조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법무법인에 대한 조정반지정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15.8.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판결요지 갑 법무법인이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 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65조의3에 근거한 세무조정반 지정신청을 하였으나 관할 지방국세청장이 법무법인은 조정반 지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반지정 거부처분을 한 사안에서,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 제9항, 제10항과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 제2항, 제4항(이하 '시행령 조항'이라고 한다)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2,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과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2, 제65조의3(이하 '시행규칙 조항'이라고 한다)이 정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이하 '외부세무조정제도'라고 한다)는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서 법률에서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법률에서 적어도 적용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법인세법 제60조 제1항 및 제2항 제2호와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및 제4항 제3호 중 조정계산서 관련 부분(이하 '모법조항'이라고 한다)에서는 단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만 정할 뿐,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모법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모법조항의 형식과 내용, 체계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모법조항의 수권을 받은 시행령에 정해질 내용은 세무조정계산서의 형식 및 실질적 내용 등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 주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시행령 조항은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이므로, 위 처분은 무효인 시행령 조항 및 시행규칙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Ⅲ. 사안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甲이 2000년경부터 매년 11월경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3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3항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 지정할 것을 신청하여 乙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조정반 지정처분을 받아왔다. 乙지방국세청장이 2010.7.14.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2항 및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조정반에는 법무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은 후, 기왕의 조정반 지정취소 통보를 하였고, 법무법인 甲이 2011.11.28.에 한 조정반지정신청에 대해서 거부처분을 하였다. Ⅳ. 당시의 입법상황 세법은 납세의무자가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제도('외부세무조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대상판결 당시 강제적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 근거가 모법률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동법의 시행령(법인세법시행령 제97조 제9항, 소득세법시행령 제131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외부세무조정제도는 동법시행규칙상의 조정반지정제도를 통해 운용되고 있는데,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4.3.14. 기획재정부령 제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및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3.2.23. 기획재정부령 제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Ⅴ. 대상판결에 따른 후속입법상황 대상판결은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가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본질적 사항임을 들어 의회유보(법률유보)의 대상임을 확인하면서 모법률에 근거가 없는 입법상황에 의거하여 제정된 시행령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거부처분취소판결을 내렸다(참고문헌: 임지영, 법률유보와 위임입법의 한계,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제315차 월례발표회 발표문). 대상판결 이후 모법률의 차원에서(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등)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된 세무사,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만이 세무조정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2015.12.15.).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정대상은 종전과 동일하되(2명 이상의 세무사·(세무사등록)공인회계사·(세무사등록)변호사, 세무법인, 회계법인), 그 규율수준이 종래의 시행규칙의 차원에서 시행령의 차원으로 격상되었다(2016.2.12.). 이런 법률개정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월 18일에 '세무사법에 따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 외부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대한변협신문 2016.3.14.). Ⅵ. 검토 1. 대상판결의 논증방법상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위임입법법리의 차원에서 사안을 접근했는데, 이런 논증에 의문이 든다. 세무사로 등록을 한 변호사는 조정반지정을 받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세무자자격을 가진 법무법인 소속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 제50조 제1항에 의해 항상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하위 법령(시행규칙)에서 법무법인이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기에, 처음부터 조정반지정을 받을 수가 없다. 즉, 법무법인을 지정대상에서 제외한 - 지금과 동일한 - 당시의 조정반지정제도가 문제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국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 기본권관련성의 차원에서 논증하여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강제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에 따른 조정반지정제도가 변호사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논증했어야 한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의 원심(대구고등법원 2012.9.28. 선고 2012누1342 판결)이 오로지 위임입법의 차원에서 접근한 대상판결과는 달리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를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에 대비시켜 헌법상의 평등 원칙의 차원에서 그리고 직업수행의 자유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다. 2. 법령우위의 원칙에서의 접근 비록 현행 모법률(법인세법 등)이 의무적인 외부세무조정제도 자체와 아울러 조정반지정제도의 근거를 규율하고 있지만,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대상판결처럼 위임(수권)의 견지에서 모법률의 차원에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직접적 근거를 두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을 수도 있지만, 현행법이 제도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런 접근은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면 법무법인을 조정반지정의 대상에서 배제한 것의 문제는 법령우위의 원칙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에서 접근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인 직업행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권의 침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2.9.19. 200헌바84). 결국 이런 합헌성기준을 참고하여 - 광범한 입법형성의 여지를 전제하면서- 현재의 입법상황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익에 의한 정당화요청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세무조정
변호사
세무사
2016-07-25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이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는가
- 헌재 2016. 4. 28. 선고 2013헌바396, 2014헌바394(병합) 결정 - 1. 사건개요 甲은 乙과 사이에 딸 丙을 두었는데, 丙은 1940년 2월경 혼인하여 甲의 호적에서 제적되었다. 甲이 1948년 3월경 사망하자 乙이 같은 달 호주상속 신고를 하였다. 그 후 乙이 1954. 3.경 사망하여 호적부에서 제적되었고, 당시 호적부에는 甲의 이복 남동생 A와 처 B, 자녀들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乙 사망 후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않자, A는 1963년 6월경 일가창립 신고를 하였고, 甲의 가(家)는 1969. 7.경 무후(無後, 대를 이어갈 자손이 없음을 의미)로 호적이 말소되었다. 丙은 2011년 7월경 사망하였고, 丙의 상속인인 X는 丙이 甲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하였는데, Y가 허위 서류를 이용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면서 Y를 상대로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였고, 이와는 별개로 甲의 재산이 丙에게 귀속되었음을 전제로 국가를 상대로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각 제1심 법원은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에 의하여, 여호주 乙 사망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사후양자가 선정되지 아니함으로써 甲의 가(家)는 절가(絶家)되었고, 그 유산은 가족인 A에게 귀속되었다는 이유로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X는 각 항소심에서 '여호주가 사망하고 호주상속인이 없어 절가되는 경우 그 유산은 절가된 가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하여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헌법재판관 6인의 다수의견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보아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을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헌법재판관 3인의 소수의견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고, 그 밖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았으나,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3. 해설 가. 문제의 제기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국민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하고, 그 성립 시기는 법원이 판례에 의하여 그러한 관습법의 존재를 확인·인정하는 때이다. 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으므로(민법 제1조), 법령이 잘 정비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관습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1960년 1월 1일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조선민사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선민사령에 규정이 없는 친족·상속 문제'에 관하여는 관습에 의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이 경우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확인되고 인정된 관습법이 사실상 유일한 법원(法源)으로 기능하게 된다. 적용법률이 부재인 상태에서 관습법이 실질적으로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사건 결정의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우리 헌법·헌법재판소법의 명문 규정에 어긋나고, 헌법 제정의 연혁을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고, 무엇보다도 사법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으며,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헌법 등 문언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판을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도 위헌심판의 대상이 '법률'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은 소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임이 분명하다. 헌법은 국가권력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법이고, 국가권력이 국민을 위하여 적절히 행사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배분에 관한 조항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며 확장해석은 곤란할 것이므로 소수의견에 찬성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이미 폐지되어 1960년 1월 1일 이후 적용되지 아니하는 구 관습법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를 적용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이 된다. 다. 헌법 제정의 연혁 헌법기초위원회에 참여하여 우리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는 법원이 법률을 해석하여 위헌의 의심이 드는 경우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사제청을 하면, 헌법위원회가 그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제도'를 창안했으며, 이는 현행 헌법상으로도 그대로 유지되어오고 있다. 다만 헌법위원회가 헌법재판소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유진오 박사는 1948년 6월 23일 국회에 출석하여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는 헌법위원회라는 새로운 제도를 생각해냈습니다"라고 밝혔다. 헌법 기초자가 생각했던 헌법위원회의 본래의 역할은 국회의 입법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법원의 확인·인정에 의하여 성립하는 관습법까지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위헌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제정 연혁과 어긋난다. 라.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법원의 사실인정에서 출발하는데, 사실인정 부분은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의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고 3심제가 보장되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비하여 우위에 있고, 법원이 그러한 사실인정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직권주의 소송구조를 취하는 헌법재판소는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은 관습법의 변화·발전을 파악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의 관습법이 변화된 상황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이를 소멸시킬 수 있고 새로운 관습법을 승인할 수도 있음에 비해,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그 위헌 여부만을 판단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보았고, 그 이유는 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는 점, ② 여성에게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이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고 이러한 현상은 시일의 경과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소수의견도, 관습법의 승인·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습법이 주로 문제되는 민사소송은 이른바 제로섬게임으로서 이득을 얻는 국민이 있으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국민도 있게 마련인데, 그 효력에 관하여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마. 비교법적 검토 재판소원이 인정되는 독일에서조차도 구체적 규범통제의 제청 대상이 되는 것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한정되고, 법원이 관습법의 위헌 여부 판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구할 수 없다. 헌법재판제도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관습법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바. 결어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이 문제된 헌재 2013. 2. 28. 선고 2009헌바129 결정에서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관습법도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으나, 이번 결정에서는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이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여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수의견도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으로 갈라졌고, 소수의견에도 별개의견이 붙었음에 비추어 재판관들 사이에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습법의 위헌법률심판 대상성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되겠지만, 소수의견과 같이 우리 헌법 문언과 연혁에 충실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사법 수요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느 기관에서 관습법에 대한 규범통제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깊은 고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2016-05-19
‘자동차관리법’상 사업자단체인 조합의 설립인가의 법적 성질에 관한 소고
Ⅰ. 사안과 경과 울산광역시장이 그 관내에 다른 조합이 이미 존재하여 원고의 설립을 인가할 경우 복수 조합으로 인한 위탁업무의 혼선, 사업자 간 분열과 갈등 등으로 자동차관리법상 사업자단체의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점, 원고의 재정적 기초가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법인의 목적과 사업의 실현가능성도 낮은 점 등을 들어 조합설립인가신청을 거부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이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원심(부산고법 2012.12.12. 선고 2012누1143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은 ① 원고는 그 목적이나 조직 등 측면에서 헌법상 결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 등의 주체가 되는 사법인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원고 및 그 구성원인 자동차정비사업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하는 점, ② 그런데 자동차관리법 제67조 제3항에 정한 설립요건의 해석상 특정 지역에 복수의 조합을 결성하는 것 자체가 법률상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또한 시·도지사 등은 조합 등을 설립인가한 후에도 '자동차관리사업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조합 등의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등의 사후적 규제수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복수 조합 설립으로 인한 업무처리의 혼선 등의 이유만으로 원고의 설립 자체를 막는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의 선택에 해당하는 점, ④ 원고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및 수지예산서 등에 따르면 원고의 재정적 기초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거나 원고의 목적과 사업의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이 훨씬 중대하므로 비례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존 조합과 신설되는 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설립절차를 밟는 시기만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므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구 자동차관리법(2012. 1. 17. 법률 제111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제1항, 제3항, 제4항, 제5항, 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2011. 12. 15. 국토해양부령 제4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 제1항, 제2항의 내용 및 체계 등을 종합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관리사업자로 구성하는 사업자단체인 조합 또는 협회의 설립인가처분은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자동차관리사업자들의 단체결성행위를 보충하여 효력을 완성시키는 처분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동차관리법이 자동차관리사업자들로 하여금 시·도지사 등의 설립인가를 거쳐 조합 등을 설립하도록 한 취지는, 자동차관리사업자들이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하여 활동할 수 있는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한편, 조합 등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익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사전적 규제를 하고자 함에 있다. [2] 구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관리사업자로 구성하는 사업자단체인 조합 또는 협회 설립인가 제도의 입법 취지, 조합 등에 대하여 인가권자가 가지는 지도·감독 권한의 범위 등과 아울러 자동차관리법상 조합 등 설립인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이 정하여져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인가권자인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조합 등의 설립인가 신청에 대하여 자동차관리법 제67조 제3항에 정한 설립요건의 충족 여부는 물론, 나아가 조합 등의 사업내용이나 운영계획 등이 자동차관리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질서 확립이라는 사업자단체 설립의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등을 함께 검토하여 설립인가 여부를 결정할 재량을 가진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할 때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 Ⅲ. 관련규정의 내용 구 자동차관리법 제67조는 자동차관리사업자는 자동차관리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질서 확립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국토해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아 자동차관리사업자로 구성하는 사업자단체인 조합 또는 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제1항), 조합 등을 설립하려면 그 조합 등의 조합원 또는 회원이 될 자격이 있는 자의 5분의 1 이상이 발기하여 창립총회에서 정관을 작성한 후 인가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3항), 조합 등은 자동차관리사업자에 대한 자율 지도, 시·도지사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 및 지시사항의 처리, 자동차관리사업의 육성에 필요한 업무 등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항). Ⅳ. 문제의 제기-인가적 접근의 문제점 민법학에서는 법인설립과 관련해서 '허가주의'를 법인설립에 관하여 행정청에게 자유재량이 인정된다는 것으로, '인가주의'는 법정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법인설립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본다. 그리하여 현행민법상의 법인설립허가제를 인가제로 바꾸고자 한다. 즉, 민법학에 의하면 인가의 경우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사실 행정법학에서도 명문의 특별 규정이 없는 한, 다수의 입장에 의하면 인가는 기속행위이고 수정인가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가적 접근을 강구하면서도 재량을 인정하는 대상판결은 분명 행정법학 및 민법학의 이해와는 맞지 않는다. 본안판단의 당부를 논하는 것과는 별도로 여기서의 인가의 법적 성질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Ⅴ. 인가의 개념적 징표 인가란 사인간의 법률행위의 효력을 완성시켜주는 행정행위이다. 완성행위이자 보충행위라 한다. 민사법의 추인에 해당하는 인가는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의 법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법정조건이고, 인가로 인해 비로소 사법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사권형성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 인가의 본질이자 인가를 다른 형성적 행정행위와 구별되게 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그것의 보충행위적 성격과 완성행위적 성격이다. 전자와 관련해선, 기본행위에 대한 인가의 부종성이, 후자와 관련해선, 기본행위를 위한 법정조건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인가의 본질이 (사후적) 추인인 점에 비추어, 인가가 먼저 성립한 법률행위의 효력요건에 해당한다는 점과 인가이전의 법상태와 관련해선 법률행위의 효력이 (유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점이 가늠잣대이다(법률행위의 효력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은(unwirksam) 경우와 법률행위가 하자가 있어서 무효인(nichtig) 경우를 엄별해야 한다. 토지거래계약허가제와 관련하여 판례가 "유동적 무효"로 기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법문에서 인가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관련 규정을 통해 추인으로서의 본질적 징표가 확인되지 않으면, 인가로 보아선 아니 된다(명칭상의 인가≠ 실질적 인가). 법률행위가 효력규정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되는 경우는 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Ⅵ. 인가에서의 불복메커니즘의 특징 인가론의 특징은 독특한 불복메커니즘이다. 인가 자체엔 하자가 없고 단지 기본행위에만 하자가 있을 땐 기본행위의 하자를 들어 인가를 다툴 수 없다. 이 경우에는 기본행위를 민사소송을 통해서 다툴 수밖에 없다. 판례가 시종 관리처분계획의 하자를 갖고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다툴 수 없다고 보는 것처럼, 판례는 소의 이익의 차원에서 이런 입장을 전개한다. 보충행위이자 완성행위로서의 인가의 위상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본질이 인가가 아닌 것을 인가로 설정하면 자칫 권리구제의 공백 및 도그마틱의 난맥이 발생한다. 과도한 인가론적 접근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김중권, 행정법, 379면 참조). Ⅶ. 사안의 조합설립인가의 법적 성질 조합설립인가거부의 당부의 물음에서 대상판결은 법정설립요건이외에 비법정의 공익적 관점-조합 등의 사업내용이나 운영계획 등이 자동차관리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질서 확립이라는 사업자단체 설립의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등-을 추가하였다. 이런 법정외 거부사유를 판례는 일찍이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해당하는- 산림훼손허가나 산림(토지)형질변경허가에서 도입하였다(대법원 1997.9.12. 선고 97누1228판결 등). 사안의 조합설립인가를 보충행위로서의 인가로 접근하는 것은 기왕의 인가론과는 분명히 상치된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인가는 무엇인가? 그것은 조합으로서 법인격주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새로이 창설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설권적 처분(특허)라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접근해야 도그마틱적 문제점이 생기지 않는다. Ⅷ. 맺으면서-법제상의 필야정명호(必也正名呼) 신고제처럼, 이름과 본질의 불일치로 법적용에서 심각한 난맥지점이 인가제이다.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설권적 처분으로 본 대법원 2009.9.24. 자 2009마168,169결정은, 필자의 주장이 반영되어, 본질이 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칭에 사로잡혀 인가로 보아온 전래적 입장을 혁파한 좋은 본보기이다. 이런 향상된 인식을 바탕으로 하루바삐 인가제가 그 본연에 맞춰 정립되길 기대한다.
2015-08-17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의 의미와 위법성조각사유
1. 서설 피고인이 자신과 연인관계인 청소년 피해자의 진정한 동의하에 그들 간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행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 약칭함)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그동안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없었다. 스마트폰의 개량과 풍속 변화에 따라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될 수 있음에도 어떤 행위까지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행위로 허용되는 행위인지 불분명한 상태였다. 이로 인하여 유사한 사례에서 촬영한 영상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거나 혹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자체가 아니라고 개념을 한정 해석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있어 왔다(그 중 일부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고, 이에 관하여는 법률신문 2015년 3월 6일자 연구논단에 강해룡 변호사님이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의 해석과 관련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있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이 촬영한 영상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것으로서 아청법 제11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결정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게 된다. 2. 아청법의 관련 규정 제1조(목적) 이 법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처벌과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절차를 마련하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4.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란 아동·청소년, 아동·청소년의 성(性)을 사는 행위를 알선한 자 또는 아동·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감독하는 자 등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직무·편의제공 등 대가를 제공하거나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가. 성교 행위, 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다.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라. 자위 행위 5.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제11조(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의미를 제한하려는 시도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도10861 판결의 원심은 "아청법의 기본 취지는 성적 학대 또는 성적 착취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한편,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위와 같은 성적 행위를 한 자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할 것이고, 특히 아청법 제11조 제1항의 경우 사리분별력이 완성되어 가고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의 표현물에 강제로 등장하도록 하거나 금전적 대가로 유인하여 등장인물로 출연하게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아동·청소년이 성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하면서 사례와 같이 아동·청소년이 성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착취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 결과 ①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등장하는 아동·청소년이 13세 이상의 자로서 강제력이나 대가가 결부됨이 없이 아청법 제2조 제4호 각목에 정한 성적 행위를 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진정으로 동의하였고, ②촬영자 역시 해당 영상물에 등장하여 위와 같은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등 보호받아야 하는 사생활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③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이를 판매·대여·배포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할 목적이 없이 단순히 개인적으로 소지·보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물에 대하여는 이를 아청법상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원심의 견해는 대법원에서 특별한 이유의 설시 없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 1)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의 의미 그런데 새롭게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 2. 6. 선고 2014도11501 판결)은 처음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의 성립요건에 대하여 구체적인 논증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고 있고, 앞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개념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대하여는 반대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대상 판결은 "구 아청법(2012.12.18.법률 제115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조 제5호, 제4호에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의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도, 제8조 제1항에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범죄성립의 요건으로 제작 등의 의도나 음란물이 아동ㆍ청소년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는지 여부 등을 부가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여기에다가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한 자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성적학대나 착취로부터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는 한편 아동ㆍ청소년이 책임 있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구 아청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충동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독립적이지 못한 아동ㆍ청소년의 특성,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은 그 직접 피해자인 아동ㆍ청소년에게는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안겨줄 뿐 아니라, 이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가치관을 조장하므로 이를 그 제작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데서 비롯되는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 인터넷 등 정보통신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음란물이 일단 제작되면 제작 후 사정의 변경에 따라, 또는 제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언제라도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으로 유통에 제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제작한 영상물이 객관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영상물에 해당하는 한 대상이 된 아동ㆍ청소년의 동의하에 촬영한 것이라거나 사적인 소지ㆍ보관을 1차적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하여 구 아청법 제8조 제1항의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거나 이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사례와 같은 경우 피고인이 촬영한 영상물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2) 위법성조각사유 "다만 아동ㆍ청소년인 행위자 본인이 사적인 소지를 위하여 자신을 대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하는 영상 등을 제작하거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영상의 제작행위가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 행복추구권 또는 사생활의 자유 등을 이루는 사적인 생활 영역에서 사리분별력 있는 사람의 자기결정권의 정당한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여 앞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개념을 제한하기 위한 논거의 취지를 위법성조각사유로 구성하고 있다. 5. 결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의미를 제한하려는 시도와 그 제한의 논거를 위법성조각사유로 구성하고 있는 새로운 대법원 판결은 아청법의 입법취지와 목적 그리고 법률문언의 해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의미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성적 학대나 착취의 결과물로써 이해하여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아청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반면, 새로운 대법원 판결은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를 촬영한 것을 모두 아청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게 될 경우, 아동·청소년을 성인보다 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아청법의 취지가 몰각될 위험이 있으므로 각 개별사안마다 한정적으로 자기결정권의 정당한 행사라고 볼 수 있을 때에만 위법성을 조각시킴으로써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과 같이 해석될 경우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를 촬영하는 행위는 모두 아청법위반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되고, 이후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과잉규제라는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
2015-05-14
기촉법상 신규공여 결의 직접 이행청구권 인정여부
I. 사실관계의 요지 A기업에 관하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의 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되고, 주채권은행 B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협의회')를 소집하여 A기업에 대한 합계 900억원 규모의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안건을 의결하였다. 위 안건에는 보증기관인 C가 A기업에게 100.9억원 상당의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이에 대하여 C는 부동의 하였으나, 전체 채권액 중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가결되었다(제18조). 한편 C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협의회 의결사항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되었다(제20조). 이후 A기업은 B은행으로부터 100.9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신용보증서 발급을 하여줄 것을 C에 대하여 청구하였으나, C는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에 A기업과 B은행은 공동원고로서 피고 C를 상대로 의결사항에 기해 보증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II. 대법원 판결 요지(재항고 기각) 기촉법에 따른 신규 신용공여 계획의 수립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은 협의회와 부실징후기업 사이의 이행약정에 포함될 경영정상화계획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금융기관 사이의 신용공여계획이행에 관한 청구권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신용공여계획에 관한 협의회의 의결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기촉법 제21조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협의회의 의결 자체로 채권금융기관이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신용공여 계획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III.검토 1. 기촉법상 신규 신용공여 규정 개관 기촉법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절차')가 개시된 후 협의회 구성원 보유 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집단적 신규 신용공여 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8조). 신규 신용공여는 관행상 각 채권금융기관의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이루어진다. 다른 법정도산절차인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서는 회생기업에 대하여 신규 자금차입(이른바 DIP Financing)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규정하는 등 유도적인 방법을 규정한 데에 비해,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 채권액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의결일로부터 7일 내에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반대채권자에 대하여도 신규 신용공여 의무를 강제하는 방법을 규정한 특징이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법률규정이며, 기촉법 위헌논란에서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대채권자의 신규 신용공여 강제에 대한 위헌론은 개인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를 근거로, 합헌론은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반대채권자들의 프리 라이딩(free-riding) 방지를 근거로 한다. 최근 1~2년 사이에 신규 신용공여와 관련한 법적분쟁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반대채권자의 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통상 해당채권의 청산가치로 낮게 정해지게 되는바, 반대채권자들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 그냥 채권을 보유한 채(즉, 매수청구권을 불행사하여 의결찬성이 간주된 채) 곧바로 법적 분쟁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2. 협의회 의결의 구속적 효력 여부 통상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는 채무자인 부실징후기업의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모여 각자 보유채권액에 비례한 신규 신용공여 액수를 정하고, 여신기능이 있는 시중은행권 금융기관은 신규대출의 방법으로, 보증기관은 신규 보증서 발급의 방법으로, 여신기능이 없는 증권사 및 각종 비은행 금융기관, NPL(Non Performing Loan,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취급하는 유동화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 기관은 이른바 '손실분담확약'(후술)의 방법으로 각각 신규 신용공여를 할 것을 결의한다. 한편 부실징후기업은 신규 신용공여의 혜택을 받는 당사자이지만 결의당사자는 아니며,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 지위와 유사하다. 그런데, 이 사건 1, 2심에서는 결의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A기업의 결의사항 이행청구권 원고적격을 부정하였지만, 대법원에서는 이에 대한 명시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의 판시에 따르면,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체결에 의한 신용공여와 같이 향후 별도의 계약체결을 예정한 의결사항'에 대하여는,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결의의 효력에 기한 이행청구를 할 수는 없다. 즉, 대상판결은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그 자체로 구속력을 가진 '계약'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계획'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는바(즉, 대상판결은 이를 일종의 채권단 간의 양해각서나 신사협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대출계약이나 지급보증계약의 당사자인 부실징후기업이 의결당사자가 아니고, 위 결의를 구속력을 갖는 계약이나 합동행위로 보게 될 경우 반대채권자의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히 제약한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결사항을 미이행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1, 2심에서는 기촉법 제21조에 규정된 위약금을 납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점을 의결사항 직접청구권 이행부정의 한 논거로 설시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판시를 하지 않았다. 3. 대상판결의 실무적용방안에 대한 소고 그런데 손해배상청구의 방법에 있어 대상판결과 같이 협의회 신규 신용공여 결의를 '계획'으로 볼 경우 과연 '계약'이 아닌 단순한 '계획'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차치하더라도, 실무적으로도 손실분담확약의 미이행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간의 소송들에서 이미 현출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즉, 현행 워크아웃 실무에서는 손실분담확약(곧바로 신규 신용공여를 하지 않고, 추후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절차가 중단되고 회생·파산절차가 개시된 시점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발생한 손실평가액을 보유채권액에 비례하여 전보해주는 것)을 한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 중단 시점을 기준으로 기투입 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 신용공여액을 손해액으로 보아 해당 채권금융기관들의 채권보유비율에 따라 분담시키고, 그 액수만큼의 채권금융기관 보유 회생파산채권을 해당 기관들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실무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의 손해발생 여부 및 손해액의 입증, 의결사항 미이행과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치열한 법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2012가합75432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손실분담확약에서의 법리다툼은 의결사항 미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 워크아웃 실무에서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의회 의결사항 내용에 미리 의결사항 미이행 기관에 대한 위약금관련내용을 상세히 정해놓는 것이(현재 워크아웃절차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결의사항 양식에서 위약금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간명한 해결책일 것이다. 협의회 의결사항에서 반대채권자의 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민법 제398조)으로 정해놓을 경우, 대법원 판례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사실만 증명하면 손해의 발생 및 그 액을 증명하지 아니하고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에(대법원 2000다50350판결), 추후 손해발생 부분에 대한 구구한 입증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명백히 설시하고 있지 않으나, 협의회의 경우 그 독자적 법인격 여부가 불분명하고, 신규 신용공여 의결 미이행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는 자는 부실징후기업이며, 주채권은행 등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기본적으로 간접적 이해관계자에 불과한바, 소송법상 원고적격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협의회의 신규 신용공여 결의에 부실징후기업을 참가시키는 방법도 검토의 필요가 있다. IV. 결론 기촉법은 IMF당시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모태로 하는 역사 및 법규범 자체의 성질에 비추어 일응 금융기관들 간의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이 그 본질이라고 할 것이나, 한국의 현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실정법으로 격상되어 한시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현행 기촉법은 2014년 1월 1일 부터 2년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한시법으로서, 2001년부터 4차례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어 왔다. 국회에서는 2013년 말 기촉법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기촉법을 상시법화하기 위해 공청회 개최 등을 거쳐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여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정부입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조건으로 하였고, 현재 그에 따른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촉법 상시화 방안이 최종 확정되게 될 경우, 확정안에는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신규 신용공여 결의위반시의 위약금의 산정기준, 법적근거 없이 실무상 이루어지고 있는 손실 분담확약의 세부적 내용, 부실징후기업의 소송당사자성 인정여부 등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014-11-20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지켜보며
1. 서설 지난 연말 서울고등법원은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 처분 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려 큰 파장을 낳았다.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에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소송이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법원이 2012년 6월 유통산업발전법이 지자체장에게 영업시간 제한 등 재량권을 부여했는데도 의무적으로 제한을 명하도록 강제한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등의 조례는 위법하다는 첫 판결(서울행정법원 2012. 6. 22. 선고 2012구합11966 판결)을 내린 이후 지자체들은 법원 판결에서 문제된 조례 부분을 개정하여 다시 영업제한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 2. 판결요지 법원은 처분 대상이 된 점포들이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처분대상인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인데 롯데쇼핑 등 대규모 점포에서 점원이 구매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들에 비춰 법령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요건으로 매장면적의 합계 3000제곱미터 이상인 점포의 집단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업제한 처분 등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아직도 논란 중인 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실제로 야간이나 주말이 아니면 장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주차공간·편의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소비자 선택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고, 경쟁제한을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판결 이유를 밝히고 있다. 3. 평석 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의한 영업규제에 대한 찬반양론 (1) 규제 찬성론은 먼저, 건전한 유통질서의 보호를 주장한다. 대형마트(SSM)의 출점으로 2011년도 기준 인근 지역 상인들의 평균 매출액이 47.6% 감소하고, 고객 수는 50.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평균 매출액은 9.2조원 증가한 반면, 재래시장 매출액은 같은 기간 9.3조원 줄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건강권 보호다. 대형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통산업 근로자는 물건을 끊임없이 판매하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휴게시간이 따로 없어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4시간마다 30분 동안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주부사원의 경우 늦은 시간까지의 근로로 건전한 가정생활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대형유통업체 주변주민의 생활환경권 침해문제다. 심야시간과 공휴일에도 대형유통업체에 승용차들이 출입하여 교통 혼잡과 소음 등을 유발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 주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 (2) 규제 반대론은 먼저, 대형마트업자들의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주장이다. 이러한 영업제한으로 인해 고용감소 초래 및 지역상권 침체 유발 등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한 편의점, 오픈마켓,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과 대형전통시장, 백화점, 전문점, 개인 중대형 슈퍼마켓, 소형 슈퍼마켓은 제외되어 합리적이지 못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가상승 초래 및 농어민과 중소협력업체 등 피해를 꼽는다. 강제휴무 및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의 운영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대형유통업체를 운영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제품의 판매가에 반영되어 결국은 소비자 물가를 상승하게 한다. 특히 농수축산물의 유통의 경우 신선함을 유지해야하는 제품의 특성상 대형유통업체가 농수축산물에 대한 취급 자체를 꺼려, 결국 농어민, 축산인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하고 있는 안경점, 식당, 약국, 김밥코너, 꽃집 등 중소협력업체도 피해를 입는다. 다음으로 소비자주권 침해를 꼽는다. 맞벌이 부부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대개 주말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격주이긴 하지만 일요일 휴무로 인하여 이들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고용사정 악화를 든다. 판촉사원,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사원 등 수많은 공급협력회사, 건설사 등 유관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큰데 영업규제로 인하여 직간접적으로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나. 해결방안 먼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사이의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라파랭법'처럼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가 도시 외곽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법을 우리나라에 맞게 제정해야 한다. 그 일례로 대형마트 입점절차의 엄격화이다. 법률 개정 가능성의 저조, 유통업체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인하여 허가제로의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면, 일본에서 시행했던 '사전심사부 신고제'의 도입도 고려할 만하며, 대점포입지법에서 채택한 '신고제로 하되 엄격한 절차제를 보완한 제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예와 같이, 대형유통업을 신설하고자 하는 자는 지역주민설명회를 반드시 개최하고,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입점으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지역민들과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엄격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조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조정의무를 제도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둘째로, 재래시장의 가격은 대형마트와는 달리 하나로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점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시장 전체 공통 상품의 가격을 통일하여 통일성을 갖게 하고, 대형마트와는 다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며, 전국 시장의 조직화로 대기업 대형마트에 맞설 경쟁력을 갖추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래시장이나 중소상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서비스 강화, 점포 구성원에 대한 유통 관련 교육을 함과 동시에 쾌적한 점포분위기 조성, 부대시설 개편 등 나름의 치밀한 해결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로 범정부 차원의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이 요청된다. 소매업 전반 및 소매업태 별 점포수, 매출액 추이, 종업원 수, 시장점유율, 영업이익 등의 기본 항목에 대한 자료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소매업태 별 매입 유통구조에 대한 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유통구조의 파악이 안 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에 따른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업 자료 수집에 대한 총괄적 관리기관을 설정하여, 이 기관을 중심으로 자료 수집 항목의 선정, 조사 내용 및 방법의 일관성과 보완성을 유지하는 한편, 유통통계 DB의 구축 및 활용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 법무능력의 향상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자치권의 향상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행정이 행해지는 현실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공무원 특히 법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자치법무역량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최근 연간 2000명 가까운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일선 지자체에서 법무담당관으로 변호사 출신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요컨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경제행정법의 규율대상 및 보호대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서로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적인 규제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정부 당국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되, 그 과정에서 어느 일방에 대한 규제의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및 그 규제로 인한 피해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함께 해야 한다.
2014-01-19
파트너십을 세법상 외국법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사건 개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A 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은 1999. 10. 룩셈부르크 등의 법인을 통하여 벨지움국에 B법인을 설립하였으며 B법인은 같은 달 국내 C법인의 사업부분을 인수하여 내국법인인 원고를 설립하였다. 원고는 B법인에 2004년 및 2005년도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한·벨 조세조약상의 제한세율을 적용하여 원천징수분 법인세를 납부하였다. 한편, B법인은 2005. 11. 내국법인인 D에게 보유하고 있던 원고의 주식을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 D는 '한·벨 조세조약상 주식의 양도로 인한 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B법인에게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그 후 D는 2006. 2. 원고에게 흡수합병되었다. 이에 과세관청은 '2007. 7. 룩셈부르크 및 벨지움국에 설립된 법인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이며 이 사건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은 모두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A 파트너십이 그 실질적인 귀속자이므로 한·벨 조세조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에게 2004 사업연도 귀속 원천징수분 법인세 약 6억 원, 2005 사업연도 귀속 원천징수분 법인세 약 4억 원,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는 D의 납세의무를 승계한 원고에게 2005 사업연도 귀속 원천징수분 법인세로 약 40억 원을 납세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B법인 등은 명목상의 회사일 뿐 위 배당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A 파트너십이므로 한·벨 조세조약이 적용될 수 없고, A 파트너십은 펀드의 일상 업무를 집행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과 소극적 투자자로서 투자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사원(limited partn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유한 투자목적을 가지고 자금을 운용하면서 구성원인 사원들과는 별개의 재산을 보유하며 고유의 사업활동을 하는 영리 목적의 단체로서, 구성원의 개인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인적 결합체라기보다는 구성원의 개인성과는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자적 존재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외국법인에 해당하여 법인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3. 판례 평석 가. 외국법인에 대한 원천징수의무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은 '외국법인에 대하여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용료소득, 양도소득, 기타소득 등 국내원천소득으로서 국내사업장과 실질적으로 관련되지 아니하거나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지 아니하는 소득의 금액을 지급하는 자는 그 소득을 지급할 때에 각 원천징수세율에 따른 금액을 해당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로서 원천징수하여 그 원천징수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 등에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르면, 예를 들어 내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게 배당소득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법인세법에 따라 지급금액의 20%를 원천징수하여 관할 세무서에 납부하여야 함이 원칙이다. 다만, 그 배당소득의 수익적 소유자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거주자인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원천징수는 조세조약상 정해진 제한세율의 범위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세법상 높은 세율에 따라 원천징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수익적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조세조약이 체결된 국가의 거주자로서의 개인 또는 법인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은 실질적으로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A 파트너십에 귀속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A 파트너십은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해당하며, 케이만 군도는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체결한 바가 없으므로, 우리나라 세법상 정해진 세율에 따라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파트너십은 소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법인에 해당하는 것일까? 나. 미국법상 파트너십의 취급 미국법상 파트너십은 무한책임사원으로만 구성되는 General Partnership, 유한책임사원과 무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되는 Limited Partnership,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무한책임을 지지만 다른 구성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는 Limited Liability Partnership, 유한책임회사의 형태이지만 과세상 파트너십과 같이 취급되는 조직인 Limited Liability Company로 구분된다. 파트너십은 미국 국세청의 'Check the box regulation'에 따라 법인으로 취급될 것을 선택하여 파트너십에 법인세가 과세되도록 할 수도 있지만 이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파트너십을 법인으로 취급하지 않으며 소득은 그 구성원(partner)에게 흘러가므로 파트너십이 아니라 그 구성원에게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 론스타 및 라살레 사건과 본 사건의 차이점 론스타 사건(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두5950판결)은 미국 델라웨어주 법률에 따라 설립된 파트너십이 벨지움국 법인을 설립한 후 그 법인을 통해 한국 내 회사의 주식을 싱가폴 법인에게 양도함으로써 막대한 양도차익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벨지움국 법인은 '한·벨 조세조약상 주식양도로 인한 소득이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과세관청에 이 사건 주식의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과세관청이 주식 양도차익의 실질적 귀속자를 미국 파트너십으로 보아 한·벨 조세조약 및 소득세법을 적용하여 소득세를 과세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파트너십이 고유의 사업 활동을 하는 영리 목적의 단체로서 그 구성원들로부터 독립하여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면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보아야 하므로 파트너십에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소득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후에도 대법원은 라살레 사건(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판결) 등 여러 사례에서 위와 같은 논리로 파트너십을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론스타 사건이나 라살레 사건은 외국 단체 간에 거래가 이루어진 탓에 과세관청이 그 파트너십의 구성원을 밝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설립된 파트너십이 구성원에 관한 자료 제공을 거부한다면 그 구성원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세관청으로서는 과세를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론스타 사건에서는 일단 파트너십에 과세를 하되, 파트너십을 법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소득세를 과세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과세관청은 론스타 사건 이후 파트너십을 법인으로 보아 법인세를 과세하였으며 대법원은 이러한 법인세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사례는 내국법인과 외국법인 간의 거래라는 점에서 위 두 사례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원천징수의무자가 내국법인이다. 그렇다면 파트너십의 구성원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소득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더 이상 파악하지 않고 파트너십에 소득이 귀속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법원은 기존의 논리를 그대로 이용하여 벨지움국 법인은 도관회사에 불과하므로 수익적 소유자가 될 수 없으며 파트너십을 외국법인으로 보아 원천징수의무자인 내국법인에게 한 이 사건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라. 검토의견 첫째, 조세조약 또는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얼마의 소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파트너십이 고유 사업목적을 가지고 구성원으로부터 독립적인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과연 영리목적이나 구성원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없는 파트너십이 있을지, 또한 그것이 소득의 실질적 귀속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조세조약상 제한세율 등이 적용되는 국가에 설립된 법인은 조세회피목적상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파트너십의 경우에는 소득이 그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인이 아닌 것을 법인으로 보아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소 의문이다. 셋째,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조세조약상 원천징수의무가 면제되거나 제한세율이 적용되는 국가에 파트너십을 설립한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파트너십을 법인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원천징수를 하지 못하거나 제한세율을 적용해 주어야 할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파트너십을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는 있지만 조세조약상 법인과는 다르므로 한·미 조세조약의 제한세율을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1두22747판결)'는 판시를 하였으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파트너십에 대한 일관성 없는 취급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파트너십을 자국에만 유리하게 해석하여 과세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이는 외국자본의 투자기피현상을 초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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