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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외감법 상 ‘회계처리기준’이 구성요건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7474판결(이하 ‘대상 판결’)에서 피고인은 2002. 3. 경과 2003. 3. 경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03. 12. 11. 법률 제6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의 “「會計處理基準」에 위반하여 허위의 財務諸表·聯結財務諸表 또는 結合財務諸表를 작성·公示한 때” 등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기소되었고, 이는 유죄로 인정되었다. 2. 상고이유 피고인은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 제13조의 규정이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함으로써, 헌법 제75조 및 제95조에서 정한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 났으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었고, 죄질과 그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아 실질적 법치국가의 이념에 어긋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상고이유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의 판단 우선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에 관하여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기준’은 입법자의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외감법 제13조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한 것을 가리켜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위와 같은 입법의 위임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해서, “외감법의 입법연혁이나 제1조와 제13조 제2항, 제5항 등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자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그 구체적 정립을 위임한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의 대강은, ‘재무제표 등 재무상의 자료를 처리함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승인된 회계원칙’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보이고, 여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또한 이를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평석 1) 문제의 소재 필자는 대상 판결은 구 외감법(1998. 2. 24. 법률 제5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 및 구 외감법(2000. 1. 12. 법률 제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내렸던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0 결정과 비교하여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위 각 제20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은 우선 조문 체계상으로도 대상 판결에서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배되는 위헌 규정인지 여부를 판단했던 위 제20조 제1항 제8호의 규정과 같은 조문에 위치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규범의 수범자들이 결국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 회계담당자,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 및 그 소속 공인회계사 등으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위 헌재 결정에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회계감사기준’은 대상 판결에서 쟁점이 되었던 ‘회계처리기준’과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기관의 통합 전에는 증권관리위원회)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정립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위 헌재 결정에서의 위헌심판제청인 및 대상 판결에서의 피고인이 각 해당 조문들이 모두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죄형법정주의의 위배 여부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2)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의 의의 및 양자의 관계 위 헌재 결정과 대상 판결을 비교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평석에 앞서 우선 대상 판결 및 헌재 결정에서 다루고 있는 회계처리기준 및 회계감사기준의 의의 및 양자의 관계를 살펴 보기로 한다. 회계처리기준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는 것으로(현행 외감법 제13조 제1항), 기업회계와 감사인의 감사에 통일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같은 조 제2항), 회사는 이러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또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러한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업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민간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같은 조 제4항),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에 관한 업무를 한국 회계연구원에 위탁하고 있다(현행 외감법시행령 제7조의 2 제1항). 한국회계연구원은 이에 따라 회계처리기준을 제정하고 있다(기업회계기준 제1조의 2, 제1조의 3). 기업회계기준을 통하여재무회계는 회계정보의 이용자가 기업실체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재무상의 자료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에 따라 처리하여 유용하고 적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기업회계기준 제2조). 회계감사기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되, 금융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외감법 제5조 제2항). 회계감사기준은 외감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하여 감사인이 감사대상회사의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기업집단결합재무제표를 포함한다)를 감사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리와 주요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회계감사기준 제정안 전문 100. 총칙 1. 목적)으로서, 감사란 “감사대상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및 기타 재무정보를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재무제표의 이용자가 회사에 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위 전문 100. 총칙 3. 감사의 목적). 결국 회계처리기준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실체에 부합하게 재무제표에 기술하기 위하여 따라야 하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회계감사기준이란 기업의 재무제표가 그러한 회계처리기준에 맞추어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절차에 관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대상 판결과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0 결정의 비교 비록 대법원이 대상 판결 이유에서 위 헌재 결정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상 판결은 위 헌재결정과 유사한 성격의 조문을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합헌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반면에, 대상 판결이 그 결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들고 있는 구체적인 입론들을 살펴 보면, 흥미롭게도 위 헌재 결정에서는 모두 배척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대상 판결은 “위 외감법 제20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기준’은 입법자의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극히 전문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외감법 제13조가 금융감독위원회에게 위 회계처리기준의 구체적 내용의 정립을 위임한 것을 가리켜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증권관리위원회 혹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하여 정하여지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을 뿐”인 회계감사기준에 대하여서 이는 “결국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도 전적으로 위 위원회들의 판단에 따라 정하여지고 또한 수시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 되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대강 혹은 기본적 사항이 규율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상 판결이 “여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자가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또한 이를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까지 아울러 고려”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위임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 것에 반하여, 위 헌재 결정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 부분의 주된 수범자가 회계분야의 전문가로서 자격을 가진 공인회계사들이며 회계원칙을 숙지하고 있는 이들이 일반인들보다는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전제로서의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회계감사기준상 사용되고 있는 제반 일반적, 추상적 개념들을 수범자가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혹은 광범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폭넓은 재량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회계전문가에게 있어서도 그 기재의 범위가 반드시 명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여서 규범의 수범자들이 해당 기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물론 공인회계사들이나 기업의 회계업무 담당자들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위 헌재 결정 및 대상 판결에서 각각 문제된 회계처리기준이나 감사기준이라는 것이 그러한 전문가로서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임은 분명하나 그러한 각 기준들을 잘못 적용한 것으로 말미암아 징계 등 내부적 제재를 받는 것이나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론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는 적어도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상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위 각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 개념이 판례 등에 의하여 확립된 허위기재에 이르는 정도의 적극적인 위반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대상 판결에서도 위 헌재 결정에서와 같이 설시하여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5. 결 론 결국 대상 판결은 위 헌재 결정과 같은 법률(구 외감법)에 있는 거의 유사한 구조(규범의 수범자, 각각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기준이라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하여 제정되는 기준)의 조항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고, 그 결론에 있어서도, ‘허위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는 헌재 결정과 같은 맥락이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위 헌재 결정에서 배척하였던 부분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고 있는 셈이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앞에서도 보았듯이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은 결국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처리기준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따져 보는 기준이 되는 것이 회계감사기준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각각 민간 기구가 제정하도록 위임된 사항을 금융감독위원회가 승인 내지는 감독을 통하여 통제하도록 되어 있는 규범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양자의 법률적 성격이나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가치평가 등은 전체적인 틀 속에서 통일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의 각각의 상대적 역할과 상호 간의 관계를 인식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물론 대법원이 비록 유사한 성격의 조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의 이유에 나와 있는 내용에 구속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필자가 대상 판결의 상고 이유서 등 다른 자료를 전혀 입수하지 못한 채 (즉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이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로) 판례공보에 실린 대상 판결의 내용만 보고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 적어도 대상 판결이 그 판결 이유에서 같은 법률, 같은 조항의 다른 호에 있는 처벌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 그 조항과 대상 판결에서 문제된 조항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자의 기우이겠으나, 향후 대상 판결이 실은 ‘허위의…작성ㆍ공시’라는 뚜렷하게 식별가능한 구성요건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지극히 타당한 판단임에도 그 구체적 의미가 제대로 음미되지 않은 채 ‘행정입법의 필요성’이라든지 “규범의 수범자가 규범에 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지위에 있었다”는 대상 판결에서의 일반, 추상론적인 설시들만이 혹여 다른 사건들에서 구성요건이 뚜렷하지 않은 무분별한 행정입법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약화하는 근거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도록 경계돼야 하리라고 본다.
2006-08-17
기부채납부담의 적법성 여부
Ⅰ. 사실관례 (1) 원고(조00)는 피고(서울특별시 구로구청장)에 대하여 서울 구로구 온수동 51-1 답 1,534㎡(이하 ‘신청토지’라고 한다)에 대한 근린생활시설의 건축을 위한 토지형질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2) 피고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 도시계획시설(도로, 폭 8m)로 결정되어 있는 인접토지(같은 동 51의 답 171㎡)의 기부채납(무상귀속)을 조건으로 개발행위허가를 할 수 있음을 통보하였고, 원고에게 이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3) 원고가 위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자, 피고는 2001. 12. 17. 원고의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허가신청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원고 주장의 요지 행정청이 개발행위를 허가함에 있어서 부관을 붙이는 것은 재량사항이라고 할 것이지만, 토지형질변경허가시 행정청이 부과하는 기부채납의 부관은 개인의 권리를 고도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당해 공공시설을 설치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필요가 있음이 명백히 인정될 때 비로소 부과될 수 있는 것이고, 그 경우에도 기부채납의 정도가 공익상 불가피한 범위와 원고가 개발행위로 인해 얻는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바, 인접토지가 단순히 도로로 도시계획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접토지를 무상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정당화하는 데 부족하고, 신청토지의 이용과 관련해서 인접토지를 도로로 사용하여야 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필요가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청토지의 부근에는 이미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굳이 인접토지 방향으로 도로가 개설되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신청토지와 인접토지의 관계나 인근 토지의 이용현황, 통행로 확보의 필요성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단순히 인접토지가 도시계획상 도로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부채납을 명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 Ⅲ.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 7. 11, 2002누15800)의 요지 (1) 형질변경허가시 행정청이 부과하는 기부채납의 부관은 그 토지의 일부에 공공시설을 확보하여 이를 관리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시키는 점에서 사권침해의 면이 있지만, 토지형질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의 이용가치가 증진되고 그 공공시설이 당해 토지의 편익에도 이바지할 것이므로, 당해 공공시설을 설치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필요가 있고 그 기부채납의 정도가 공익상 불가피한 범위와 형질변경의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기부채납 부관(부담)이 재산권보장에 관한 헌법규정이나 형평의 원칙에 위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신청토지와 인접토지는 원래 1필지의 토지였던 점, 그 중 인접토지는 온수역에서 철로변을 따라 경인로까지 연계된 총 연장 1,262m 도로 중 일부로서 온수역사 및 철로와 신청토지 부분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 등 도로를 설치하기에 적절한 위치일 뿐 아니라 그 규모 또한 적정한 점, 인접토지에 도로가 개설되면 온수역사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외에도 도로 인근에 위치한 주민들이 온수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역세권의 상권이 활성화됨에 따라 신청토지의 이용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청토지 주변은 지하철 1, 7호선의 환승역인 온수역의 역세권 지역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있으므로 인접토지를 기부채납하는 비용보다 신청토지의 형질변경을 통하여 원고가 얻는 개발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청토지에 인접한 같은 동 51-2 토지의 기부채납 사례에 비추어 이 사건 기부채납 조건이 특별히 형평에 반한다고도 할 수 없다. (3) 결국, 이 사건 기부채납 조건은 인접토지에 도로를 설치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필요가 있고, 그 정도가 공익상 불가피한 범위와 형질변경의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가 위 기부채납 조건을 거부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불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Ⅳ. 대법원의 판단(2003두9367) (1) 구 도시계획법(2002. 2. 4. 법률 제6655호로 폐지)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행정청은 개발행위허가를 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개발행위에 따른 공공시설의 설치·위해방지·환경오염방지·조경 등의 조치’를 할 것을 조건으로 개발행위허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도시계획시설(도로)로 예정된 토지의 기부채납을 당사자가 신청한 형질변경허가의 조건으로 하기 위하여는 기부채납의 대상이 된 토지에 공공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고 그 기부채납의 정도가 공익상 불가피한 범위와 형질변경의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외에도 그러한 공공시설 설치의 필요성이 당해 토지에 대한 형질변경에 따른 것이어야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신청토지는 이미 남쪽에 노폭 30m의 도로와 접하고 있어서 이와 별도로 인접토지에 도로를 설치해 진입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인접토지에 도로가 설치되는 것만으로는 온수역사의 이용객들이 이전보다 더 편리하게 신청토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거나, 그 도로 인근의 주민들이 온수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역세권의 상권이 활성화됨으로써 신청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조만간 인접토지를 포함한 온수역에서 경인로까지의 도시계획도로 전체를 개설할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도 아니한 점, 원고가 형질변경 후 신청토지에 건축하고자 하는 건물은 근린생활시설 2층 연면적 1,071㎡(1층 일용품 소매점, 2층 당구장)로서 이러한 건물의 건축으로 곧바로 교통체증에 따른 도로 설치 또는 확충의 필요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이 인접토지에 도로를 설치하여 신청토지의 진입로를 확보할 필요가 없고, 인접토지에 도로가 설치되는 것만으로는 신청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신청토지에 대한 형질변경 후의 건축으로 곧바로 도로 설치 또는 확충의 필요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접토지에 대한 도로 설치의 필요성이 신청토지에 대한 형질변경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그와 같이 볼만한 자료도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그 형질변경허가의 조건으로 이 사건 기부채납 조건을 제시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형질변경허가를 함에 있어서 허용되는 기부채납의 조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Ⅴ. 평 석 1. 대법원의 과도한 개입 이 사건에 있어서의 피고의 처분(토지형질변경불허가)은 재량행위 내지 판단여지의 성질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당해 처분을 함에 있어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쳤고, 事實審인 제1심(서울행정법원 2002. 9. 10, 2002구합10841)과 원심(서울고법)이 처분을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法律審인 대법원이 사실문제에 깊이 개입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음은 과도한 행위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하여,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인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민사소송법 제423조 참조). 2. ADR도입의 필요 도시계획구역 내에서의 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 등)의 허용성 여부는 다각적 검토를 요하는 고도의 정책적 전문적 판단사항이다. 공익과 공익, 사익과 사익, 공익과 사익이 충돌함으로써 그들 이익간의 정당한 형량이 요구되는 문제(계획재량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포함하여-은 재판보다는 조정 등 ADR(판결외의 분쟁해결방식)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행정법 분야에 있어서는, 근래 논의하기 시작한 그 ADR이 하루 속히 도입, 정착되기를 바라고 싶다(이러한 점에 관하여는 졸고, 행정소송상의 화해 및 조정, 法律新聞, 제3436호 참조).
2006-06-22
도시계획변경입안 제안에 대한 거부의 처분성여부
Ⅰ. 원심판결(광주고법 2003. 1. 23. 선고 2002누1945 판결)의 요지 원심은 광주 북구 우산동 190-8번지선 13,619.5㎡(이하 '이 사건 시설부지'라 한다)가 도시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고 2000. 1. 28. 법률 제62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구 건축법시행령(1992. 5. 30. 대통령령 제13655호로 개정되고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1항 제2호, 구 광주직할시북구건축조례(1993. 6. 1. 개정된 것) 제23조 제11호에 의하여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의 건축이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그 지상에 도시계획시설로서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을 설치하도록 한 피고의 1993. 6. 17.자 도시계획시설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1999. 2. 27. 이 사건 시설부지의 일부를 낙찰받은 원고가 그 부분의 도시계획시설폐지 등을 포함하여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입안제안한 2002. 1. 4.자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02. 1. 11.자 회신으로 그 변경입안이 불가함을 밝힌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 입안제안신청을 도시계획입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에 해당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처분성여부의 물음과 관련한) 요지 구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되어 2002. 2. 4. 법률 제6655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도시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제한을 줄이기 위하여, 도시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0조),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1조)에 관한 규정과 아울러 도시계획 입안권자인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이하 ‘입안권자’라 한다)로 하여금 5년마다 관할 도시계획구역 안의 도시계획에 대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제28조), 도시계획입안제안과 관련하여서는 주민이 입안권자에게 ‘1. 도시계획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 2.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및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도시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첨부’하여 도시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고, 위 입안제안을 받은 입안권자는 그 처리결과를 제안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20조 제1항, 제2항) 등과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으로서는 입안권자에게 도시계획입안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원고의 신청에 대한 피고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간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변경 입안신청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問題點의 提起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은 본안에서의 판단이 서로 다를 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기본 출발점에선 동일하다. 특히 대법원은 종래의 거부처분 인정의 공식에서 요구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논증하여 이를 거부처분인정의 착안점으로 삼았다. 대상판결은 거부처분인정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심장하다. 1984년의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계획변경신청권을 부인하였고, 1999년의 대법원 1999.8.24. 선고 97누7004판결은 구「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현「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상의 민원접수 및 통지의무가 민원인에게 실체적인 신청권을 성립시키진 않음을 들어, 민원접수(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변경신청)에 따른 불허통지를 거부처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판례와 대상판결의 의의를 연계시켜 朴正勳 교수는, ⅰ) 84누227판결과 관련하여 20년 동안 도시계획·국토이용계획의 분쟁에 관한 행정소송을 봉쇄한 장벽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 ⅱ) 97누7004판결과 관련하여 민원에 대한 통지의무와 도시계획입안제안에 대한 통지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에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거부처분의 요건으로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 자체를 포기하여야 할 시점이 임박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동인, 행정판례 반세기의 회고-행정소송·국가배상·손실보상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판례의 성과와 발전방향(한국행정판례연구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심포지움), 2005.11, 발표문 74면}. 대상판결의 취지를 쫓는다면, 도시계획변경입안의 ‘제안’에 관해 신청권이 인정되는데, 하물며 도시(관리)계획변경에 관해선 당연히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大法院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判決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착안점으로 삼아 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을 例外的으로 認定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진일보하였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상세는 졸고,「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의 例外的 認定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Ⅹ, 2005, 21면 이하 참조). 이런 한계가 계획변경신청권의 일반적 인정을 가져올 대상판결에 의해서 극복된 셈이긴 하나, 계획변경신청권의 인정문제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반면 대상판결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법리적 희생-가령 준비행위나 절차행위를 완료된 행정처분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 인한 전면적 사법통제가능성-이 그보다 월등하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에서 소송대상은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이기 때문이다. 통상의 거부처분의 경우에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행정처분)인 점에서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 등은 사안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논증하였다. 여기서 거부처분 인정과 관련한 통상의 논의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대상판결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李宣憙, 도시계획입안 신청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권자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2004.4.28. 선고 2003두1806 판결: 공2004상, 913), 대법원판례해설 제50호(2004년 상반기), 149면 이하 참조). Ⅳ. 拒否處分認定의 公式에 관한 論議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의 의의는, 계획변경신청권의 존부의 물음을 넘어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 즉, ‘신청권’의 존재를 요구한 점에 있다.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거부처분과 관련한 판례 는 물론 행정심판의 공식이 되고 있다(84누227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李鴻薰, 「도시계획과 행정거부처분」, 행정판례연구 Ⅰ, 1992, 115면 이하 참조). 한편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신청권을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 즉, 실질적 권리(청구권)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기에, 기실 신청에 대한 단순한 응답요구권(이른바 형식적 신청권)만으로도 거부처분의 근거점인 신청권의 존재가 인정된다(한편 나아가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이 긍정되면, 이는 형식적 신청권 역시 긍정하는 셈이 되기에, 별도로 형식적 신청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金南辰/金連泰, 행정법Ⅰ, 2006, 687면). 엄밀히 보자면,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을 그대로 전승한 판결들과는 상반된다고 판단될 정도로 기본태도에 차이가 있다. 신청권의 존부에 연계하여 거부처분여부를 판단하는 원칙적 태도상의 문제점은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을 통해서 가실 수 있기에, 동판결의 취지가 설령 조리에 의탁하여 실현될지언정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요망된다. Ⅴ. 拒否處分認定의 公式과 事案과의 不一致 요컨대 거부처분의 성립(인정)요건은 대상행위의 처분성과 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이다. 행정처분이 아닌 행위에 대한 신청이 거부되었다고 하여 거부결과만을 갖고서 이를 처분으로서의 거부 즉, 거부처분으로 삼을 순 없다. 사안의 경우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의 제안’에 대한 거부가 문제된다. 기왕의 공식에 비추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여야 한다.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의 법적 성격은 도시(관리)계획의 수립절차를 바탕으로 가늠될 수 있다. 이 절차의 최종 결과물인 ‘도시계획시설변경계획결정’은 분명히 행정처분이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행해진 ‘입안결정’은 아직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은 점에서 일종의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이다.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기에, 도시계획의 입안의 상황과 완료(확정)의 상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 자칫 쟁송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관할이 사실상 침범당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이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 신청권의 존재에 덧붙여 ⅰ)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할 것, ⅱ)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킬 것을 요구한 이래로, 이런 양식은 패턴처럼 되었다. 일단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정의에 의거한 듯 한 점은 호평되어지나,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우선 ⅰ)과 ⅱ)가 독립되게 요구될 정도로 서로 본질적으로 나누어질 대상인지 의문스럽다. 신청대상행위가 ⅰ)의 요건을 충족하면, 그것의 거부는 당연히 ⅱ)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ⅰ)과 ⅱ)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이 판결이 현행법상의 처분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의문스럽다(후술 참조). 96누14036판결의 논증은 기본적으로 기왕의 판결과 궤를 같이 하지만(동지: 洪準亨,「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행정판례연구 Ⅷ, 2003, 97면 주3), 그것의ⅰ)의 요건은 처분정의와는 분명한 間隙이 있다. 요컨대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에 의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인 이상, 여기에 거부처분인정공식을 대입할 순 없다. Ⅵ. 非處分的 行爲의 申請에 대한 拒否의 處分性 與否 독일의 경우에도 과연 직무활동의 실행과 그 거부가 동일한 법적 성질을 갖는지가 다투어진다. 특히 사실행위의 거부와 관련하여, 다수는 사실행위실행에 관한 결정은 원하는 급부와의 관계에서 단지 비독립적인 부속물에 불과하고 아무런 법적 구속력있는 규율을 가지지 않음을 근거로 처분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도 상당하며, 판례 또한 그 경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이에 관해선 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Aufl., 2001, §35 Rn.56, 87c). 우리의 경우 판례가 논증한 거부처분공식에서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을 요구하거니와,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1호상의 처분정의-‘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의하더라도, 거부행위가 처분성을 가지려면 신청대상행위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이어야 한다(“그 거부”). 따라서 행정행위(처분)가 아닌 사실행위나 공법계약체결의 거부는 거부처분이 될 수 없다. 다만 이런 거부행위가 처분정의상의 준처분적 부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여 처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될 법하다. 그러나 자칫 본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경우에도 전형적인 처분으로서의 거부처분으로 換置시켜선 아니 된다. 그런데 준비행위처럼 종국적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논증마저 통용될 수 없다. Ⅶ. 맺으면서-經路依存性(path dependency)으로부터의 탈피- K. Ladeuer가 말했듯이, 행정행위는 행정법에서 생존의 명수이다. 사전결정(예비결정)이나 부분인허, 잠정적 행정행위는 전형적인 행정행위의 종국적, 본원적 성격에 견주어 다분히 목적론적으로 인정되어 제도화된 것들이다. 따라서 ‘입안’을 ‘확정된 것’에 견주는데 의견의 일치가 모아지지 않는 이상, 전자에 후자의 논의를 대입하는 것은 倒置的 論證이다. 그리고 ‘입안제안’의 거부를 신청권을 매개로 거부처분으로 等値시킨 대상판결로 인하여, 일련의 과정으로 행해질 행정활동의 경우에 자칫 매단계마다 법집행이 난맥에 처해질 수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朴正勳 교수의 지적처럼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이 인정될 우려가 있다. 또한 계획형성의 자유(이른바 계획재량)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요컨대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함과 더불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을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때, -기왕에 또는 장차에- 수립되어 결정된 도시계획을 권리구제의 목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초기조건에의 민감성(senstivity to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듯이, 처분성인정의 물음에 원고적격의 물음을 혼입시키는 것이 문제의 根源이다. 이 물음에 대한 典範인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행정소송법의 전면개정(1984.12.15.)에 따른 “84년 체제”에 명백히 반한다. 따라서 이것과의 결별에 행정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진 않다.
2006-03-27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법적 지위
[판결요지] 아파트入住者代表會議는 공동주택의 공유부분에 대한 관리권만을 가질 뿐이므로, 區分所有者들에게 고유하게 귀속하는 권리인 공유부분의 불법점유자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 등은 행사할 수 없다. 1. 사건의 개요, 組織體와 그 內部機關 현재 전국에는 數千個의 단지에 數十萬棟의 아파트가 건립되어 있고, 여기에 數百萬名이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다. 그 입주자들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약칭; 代表會議)를 통하여 단지를 관리한다. 이 사건은 A대표회의(원고)가 S도시가스주식회사(피고)를 상대로 단지내 시설의 철거 등을 청구한 사건이다. 원판결이 위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請求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이 이를 支持하였다. 代表會議의 法的 地位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그 법적 지위를 살펴보기 위하여 먼저 조직체와 그 내부기관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는 UN, APEC, IOC, 국가, 지방자치단체, 정당, 회사, 社團, 財團 등 수많은 국제적, 국내적 조직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하 社團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민주적 조직체는 거의 모두 그 내부기관으로 最高意思決定機關(약칭; 最高機關), 執行機關 등을 두고 있다. 국가의 국회, 대통령과 국무회의가, 社團의 총회, 會長과 理事會가 각 그런 기관에 해당된다. 민주적 조직체는 그 중 최고기관을 會議體(a deliberative assembly)의 형태로 설치하고 있다. 회의체란 다수의 구성원으로 구성되고 이들이 회의를 열어 회의진행법에 따라 단체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Robert’ Rules of Order 1-2p, 金敎昌,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16-17면). 조직체내에는 최고기관 이외에 理事會, 委員會 등 회의체가 더 설치되어 있다. 2. 集合建物管理團 集合建物의 區分所有者들은 집합건물의 소유와 관리에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이들 전원으로 管理團이라는 명칭의 社團이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설립된다.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약칭 集合建物法)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제23조 제1항). (대법원 1995.3.10. 선고 94다49687, 49694 판결, 吳玟錫 ‘입주자대표회의, 관리단, 재건축조합의 법률관계’ 법률신문 2004.10.24 字) 아파트는 집합건물 중 하나이므로 아파트 1棟마다 이 법에 의하여 관리단이 설립된다. 우리 민법은 社團을 法人인 社團과 非法人 社團으로 구분한다. 위 관리단은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설립되는 社團이므로 필자는 이를 法人인 社團으로 분류한다. 관리단의 最高機關은 管理團集會이고, 집행기관은 관리인이다. 團地內 全體 棟의 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은 그 전원으로 구성되는 團地管理團을 설립할 수 있다. 團地管理團의 설립 여부는 구분소유자들의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다. 各 棟의 관리단은 법정의 社團임에 비하여, 단지관리단은 임의의 社團인 것이다. 3. 入住者社團과 代表會議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하나로서 집합건물법과 아울러 주택법(2003.5.29. 주택건설촉진법이 全文개정됨)의 규제를 받는다. 아파트 단지의 관리에 관하여는 동법시행령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2003.11.29. 개정시까지는 공동주택관리령이 따로 시행되었었는데, 위 개정시에 위 관리령이 시행령에 흡수됨). 주택법령 중 대표회의에 관한 규정들은 위 개정 전후에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따라서 개정전 대표회의에 대한 本稿는 그대로 현행의 대표회의에 대한 설명도 된다. 아파트에 관하여는 집합건물법이 기본법이고, 주택법이 특별법이다. 집합건물 중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특별법인 것이다. 따라서 구분소유자의 기본적 권리에 관한 집합건물법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주택법이 아파트에 적용된다(본 대상판결, 吳玟錫 전게, 文永基·方京植 공동주택관리론 144-145면). 아파트의 소유자들은 團地內 全體 棟의 공용부분(부대시설 및 복리시설을 포함, 주택법시행령 제46조 제1항)의 관리에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이들 전원으로 入住者社團이 주택법에 의하여 당연히 設立된다. 주택법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필자는 그렇게 해석한다. 入住者社團은 위 棟別 또는 團地管理團과는 별개의 社團이다. 入住者社團도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설립되는 社團이므로 위 관리단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이를 法人인 社團으로 분류한다. 주택법은 그런 社團이 설립되는 것을 전제로 그 내부기관들로서 대표기관인 대표회의, 집행기관인 회장, 이사 등의 설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대표회의의 구성원인 대표들은 棟別로 세대수에 비례하여 입주자들에 의하여 선출된다. 주택법은 공동주택의 입주자수가 다수이므로 그들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총회 대신에 그들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代表會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를 선출하는 입주자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그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다(주택법 제2조 제10호). 주택법이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아파트의 관리에 관하여 소유자의 대리권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함이 있을 뿐, 결국 대표를 선출하는 입주자는 집합건물법의 구분소유자와 같다. 따라서 대표회의는 단지내 전체 동의 소유자 전원으로 설립된 入住者社團의 내부기관이다. 그 대표기관인 것이다. 그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李洙哲 “입주자대표회의의 소송수행권” 釜山判例硏究會 判例硏究 第16輯 575면 이하). 일찍이 대표회의가 원고로서 提訴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대표회의를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입주자사단의 내부기관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그의 당사자능력을 부정하면서 訴却下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1990.12.20. 선고 90나25784 판결). 그런데 대법원이 대표회의를 獨自的 組織體로 인정한다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하였다(1991.4.23. 선고 91다4478 판결). 대표회의에 대표자가 선임되어 있고, 자체로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의에 따라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社團法人의 總會, 株式會社의 株主總會에도 대표자로서의 의장이 선임되어 있고, 자체로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총회들을 독자적 조직체로 인정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단지의 관리업무는 대표회의가 아니라 입주자사단의 집행기관인 대표회의회장과 이사가 수행한다. 대법원이 조직체와 그 내부기관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어떻든 이 대법원판결 이후 판례와 학설이 대표회의를 독자적 조직체로 인정하는 쪽으로 굳어졌다(대법원 1997.11.28. 96다22365 판결, 동 2001.1.5. 선고 2000두2686 판결, 고준기 ‘사용자의 개념-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 노동법학 제14호(노동법학회, 2002.6.), 윤성철 ‘아파트위탁관리제에 있어서의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 여부’ 노동판례평석모음집(중앙노동위원회, 2005). 이 대상판결도 그 예의 하나이다. 4. 대표회의의 管理權, 結語 대상판결은 집합건물의 공유부분을 제3자가 불법으로 점유하는 경우에, 그 소유권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권한은 區分所有者가 각각 행사하거나 그 전원이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 대표회의는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한다. 관리란 보수, 교체 및 개량을 말한다(주택법시행령 제51조 제1항 제5호). 공유부분에 대한 방해배제를 청구하는 것은 단지의 관리에 속한다. 대표회의가 독자적 조직체라면, 구분소유자 전원으로부터 단지의 관리에 관한 권한을 수여받은 조직체일 것이다. 그리고 집합건물법이 棟別 管理團 이외에 團地管理團의 설립을 대비하고 있지만, 단지관리단이 설립되는 예는 거의없고 입주자사단과 대표회의가 실제로 단지관리단과 그 최고기관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吳玟錫 전게). 그런 실정이므로 대표회의가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구분소유자의 기본적 권리에 관한 집합건물법의 규정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대법원이 대표회의를 독자적 조직체로 인정하면서, 구분소유자가 각각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조차도 그 조직체가 행사할 수 없다고 判示한 것은 법리에도 어긋나고 一貫性도 잃은 것이다. 대법원이 조직체의 내부기관에 불과한 것을 독자적 조직체라고 잘못 인정한 餘波로 이런 判示를 내놓기에 이르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법원은 이제라도 입주자사단이 원고로서 提訴한 것인데 그 표시를 잘못한 것이 아닌지를 原審더러 밝히라고 판시하면서 원판결을 파기환송하였어야 한다. 그러면 환송심이 원고로 하여금 그 표시를 “A아파트입주자사단 대표자 대표회의회장 ○○○”로 訂正하도록 명하고, 本案의 판단에 들어가 피고가 단지내 일부를 점유할 權原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가려 원고의 청구를 認容 또는 棄却할 것이다. 대표회의의 법적 지위를 바로 잡도록, 앞으로 주택법에도 집합건물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과 같이 입주자사단이 당연히 설립된다는 규정을 정부가 신설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두 법의 一元化도 검토하기를 바란다.
2006-03-13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여부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99. 3. 12.부터 2002. 3. 30.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외환신용카드 주식회사(이하 ‘외환카드’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금융감독원장)는 2002. 2. 27.부터 같은 해 3. 15.까지 외환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신용카드사와 17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3.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에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도록 건의함과 동시에(그 건의에 따라 금감위는 같은 해 3. 26.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였다), 금감위 규정인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문책경고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지난 2.17.에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11.7. 선고 2002누20192판결) 및 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02.11.29, 2002구합21872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1.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22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에는 금융업 관련 법 및 당해 금융기관의 감독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임원선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은행법 제18조 제3항의 위임에 기한 구 은행업감독규정(2002. 9. 23.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호 (다)목, 제18조 제1호는 제재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은 자로서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은행장, 상근감사위원, 상임이사, 외국은행지점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문책경고는 그 상대방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감독기구설치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호, 제3호, 제37조 제1호, 제2호의 각 규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규범에 불과하여 이들이 당연히 법률유보원칙에서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감독기구설치법 제42조에서 피고에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건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문책경고의 권한까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3조, 제53조의2는 금감위 또는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행하는 감독 또는 검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규정도 문책경고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법 제53조 제5항 제2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36조의5 제3호, 보험업법 제20조 제1항 제1호, 상호저축은행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신용협동조합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적어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각 법률규정이 문책경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문책경고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Ⅲ.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판결의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Ⅳ. 2001두3532판결의 意義와 問題點 통상 행정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상의 처분개념에 표현된 ‘법집행으로서’와 관련하여, 여기서의 ‘법’이란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바탕을 둔 ‘법규(범)’을 의미하고 따라서 행정행위의 법효과발생의 준거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별토지가격결정의 처분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법원은 그것의 근거규정인 국무총리훈령으로서의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10조의 시행을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보충적 구실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 1994.2.8. 선고 93누111.) 2001두3532판결의 원심(부산고법 2001.3.30. 2000누3634판결) 역시 처분성을 부인함에 있어서,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치의 근거규정의 법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반면 2001두3532판결은 근거규정 및 관련규정-‘함양군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경상남도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지방공무원인사기록및인사사무처리규칙’, ‘지방공무원징계등기록말소제도시행지침’, ‘정부포상 및 장관ㆍ도지사표창지침’-이 행정규칙임에 불구하고(?), 법효과발생의 가능성 즉, 행정처분의 존재가능성을 열어 준 점에선 호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직스런 착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존재의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령인 경우엔 변화를 주었지만, 다수 문헌과는 배치되게 판례는 그 밖의 법규명령에 대해선 搖之不動이다. (가령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판결.) 그리하여 이제껏 행정규칙으로부터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생겨날 뿐 쟁송가능한 법률상 이익은 생겨나지 않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온 기왕의 입장을 고려한 즉, 2001두3532판결은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을 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인 법효과의 발생이 해당 근거규정(행정규칙?)에서 직접 비롯된다고 보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그것의 원심판결과 기조를 같이 함을 보여줄 뿐 더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세는 졸고, “不問警告措置’의 法的 性質과 관련한 問題點에 관한 小考”, 『인권과 정의』 2004.8, 336호, 125면 이하 참조. ) Ⅴ. 2003두14765판결의 意義와 期待 일부에선 2001두3532판결에 대해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지평을 넓힌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가령 김의환, “행정규칙에 의한 징계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2002년 하반기(통권 제43호), 254면. ), 2003두14765판결의 1심판결 역시 이를 논거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논거는 요령부득의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의 소산이다. 사실 실질에 경도된 기왕의 판례의 입장을 다수 문헌의 지적처럼 형식중시적 입장으로 선회하면, 이 물음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선회와는 별개로 그 같이 논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처분성의 인정을 연계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의 법적 성질을 행정행위로 여기느냐의 물음에서,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수권) 존재하는지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35 Rn..9; BVerwG NVwZ1985, 264.) 행정행위를 비롯한 어떤 행정작용이 법률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법률유보의 물음이다. 요구되는 법적 근거의 부재는 행정행위를 위법하게 만들 뿐이지, 그것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진 않는다. 요건데 법률상의 근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떤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규정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거해서 행정행위의 개개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고 있는지가 요체이다. 따라서 2003두14765판결의 논증방식은 그동안 취해온 것과는 다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처분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에서 출발하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관련 (법)규정에 의거하여 처분성을 논증한 다음에, 그것의 근거규정의 법규성 요구인 법률유보의 물음으로 이행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
2005-07-04
군인 명예전역수당의 결정권자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68. 3. 1.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1997. 4. 소장으로 진급하였고, 1999. 11.경부터는 육군본부 ○○참모부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원고는 2001. 9. 초와 2001. 10. 1. 두차례에 걸쳐 청와대와 국방부의 인터넷사이트에 육군의 편중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였는바, 이로 인해 2001. 10. 8. 피고 육군참모총장에 의해 ○○참모부장에서 보직해임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01. 10. 22.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2001. 10. 29. 피고(육군참모총장)에게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서(이하, ‘이 사건 신청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이에 국방부장관은 2001. 11. 6. 원고에 대하여 군인사법 제35조(원에 의한 전역), 제41조(퇴역)의 규정에 의하여 2001. 11. 10.자로 퇴역을 명하는 인사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2001. 10. 29. 육군참모총장에게 명예전역수당지급신청을 하였는데도, 국방부장관 및 육군참모총장이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피고들의 부작위는 위법하다며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1) 1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피고 국방부장관에 대한 청구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만을 한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이를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 국방부장관이 명예전역신청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여 위 피고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원고 적격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다”, 둘째로 피고 육군참모총장의 부작위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가 위 통지를 받은 이후인 2001. 10. 29. 이 사건 명예전역수당지급신청을 하였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으로서는 위 통지와 별도로 위 신청에 대하여 응답을 다시 하여 줄 법률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 육군참모총장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법률상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3. 10. 21. 선고 2003구합9879). 2) 2심 판결요지는 첫째로 원고에게 명예전역 수당지급신청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군인사법 제53조의2의 위임에 따른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2조 제1항 제1호, 제5조 등에 의하여 모든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자에 대하여 위 수당지급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장으로 전역하는 원고에게도 명예전역수당의 지급을 신청할 법규상의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 따라서 위 신청에 대하여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 및 제7조에 정한 기간과 절차에 따라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 또는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하고, 이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둘째로 이 사건 신청이 중복신청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가사 피고의 주장과 같이 2001. 10. 24.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담당자가 ○○참모부 행정과장인 장△△ 대령을 통하여 원고에게 명예전역 부결 결정을 구두로 통지하였다 하더라도 명예전역 부결 결정과 같이 상대방 있는 행정처분에 있어서는,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처분을 하였음을 그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고지하여야만, 그 상대방에 대하여 그와 같은 행정처분이 있었다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것이므로(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누9799 판결 등 참조) 원고에게 위 처분을 구두로 통지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응답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원고의 이 사건 신청을 이미 응답을 받았음에도 중복하여 한 신청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하였다(대상판결). Ⅱ.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 1. 의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란 군인으로서 20년 이상 근속한 자가 정년 전에 자진하여 명예롭게 전역하는 경우에 예산의 범위안에서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53조의2). 이 제도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장기근속자에게 전역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조기전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에 규정된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제도를 군인사법에 도입한 것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80면). 명예전역은 재직기간과 신청기간이 특별히 제한되어 있고 또한 본인의 신청이 있더라도 임용권자의 엄정한 심사행위가 수반된다는 측면에서 원에 의하는 전역과 다르며 또한 일정한 사유나 요건의 성립으로 당연히 효력이 발생하는 정년전역과 달리 요건과 함께 일정한 법적 절차가 중시된다는 점에 특성이 있다. 2. 제도의 취지 군인사법에서는 네가지 경우에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1항의 일반적 명예전역수당 지급제도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장기근속자에게 전역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조기전역을 유도하자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둘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2항의 병과장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로 병과장이 그 직 및 유사직위의 보직을 마치고 정년 전에 군인사법 제2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전역되는 경우에는 지급할 수 있다. 셋째로 군인사법 제53조의2 제2항의 임기제 진급자 명예전역수당지급제도는 인력운용상 필요하거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위에 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임기를 정하여 1계급을 진급시킬 수 있고 이러한 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그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전역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다. 넷째로 군인사법 제8조 제4항 또는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정년보다 단축된 정년으로 명예전역하는 군인에게도 명예전역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 절차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절차는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2001.3.27. 대통령령 제17158호), 명예전역수당지급업무처리지침〔국방부인관33145-1378(1995.9.7)〕(이하 “지침”이라 함)에 규정되어 있으며, ①지급신청 ②지급대상자의 심사 · 결정 ③지급대상자의 통지 ④수당지급대상자의 전역원 제출순으로 이루어진다. 수당을 지급받고자 하는 자는 수당지급 신청기간 내에 수당지급신청서를 소속부대의 장을 거쳐 각군 참모총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지침 제4조), 각군 참모총장은 수당지급신청서를 받은 때에는 신청기간 경과 후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하고, 수당지급대상자를 선정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한다(지침 제3조). 국방부장관은 각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수당지급대상자의 추천을 받은 때에는 각군 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수당지급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심사 · 결정한다(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 국방부장관은 수당지급대상자를 결정한 때에는 결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그 결과를 각군 참모총장에게 시달하여야 하고, 그 시달을 받은 각군 참모총장은 …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동규정 제7조). 수당지급을 통지 받은 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속부대의 장에게 전역원을 제출하여야 한다(동규정 8조). Ⅲ. 판결의 쟁점 군인의 명예전역수당 지급 여부에 대한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각군 참모총장이 아니라 국방부장관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로,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2001. 3. 27. 대통령령 제17158호) 제6조 제1항의 “각군 참모총장은 수당지급신청서를 받은 때에는 30일 이내에 이를 심사하고, 수당지급대상자를 선정하여 국방부장관에게 추천하여야 한다”라는 규정과 동조 제3항의 “국방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각군 참모총장으로부터 수당지급대상자의 추천을 받은 때에는 … 수당지급대상자를 최종적으로 심사 · 결정한다”라는 규정에 의하면 각군 참모총장은 추천권자이고 최종적 심사 ·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법원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기업체의 명예퇴직에 관하여「명예퇴직이란 근로자가 명예퇴직의 신청(청약)을 하면 사용자가 요건을 심사한 후 이를 승인(승낙)함으로써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라고 하여 명예퇴직은 청약과 승낙에 의한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8다42172 판결).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에는 일반 퇴직과 다른 명예퇴직이라는 별개의 퇴직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퇴직하는 공무원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라 심사를 하여 명예퇴직수당이라는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퇴직 자체를 청약과 승낙에 의한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김영천, “20년 이상 근속한 지방공무원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확정되기 전에 그 명예퇴직수당 채권에 대하여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통권 제38호). 2002. 339면). 그렇다면 군인의 명예전역수당지급에 대한 결정권자는 군인에 대한 전역권자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결정되어져할 문제인 것이다. 군인사법 제43조에는 “장교…의 전역은 임용권자가 행한다”라고 하여 임용권자가 전역권자임을 규정하고 있고, 군인사법 제13조에는 “장교의 임용은 참모총장의 추천에 의하여 국방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 다만 대령 이하의 장교에 대하여는 임용권자의 위임에 의하여 국방부장관이 행할 수 있으며…”라고 하여 임용권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장관급 장교에 대하여는 각군 참모총장은 전역권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장관급장교에 대하여는 임용권자가 대통령이 되며, 또한 전역권자도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될 것이나, 위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에 의거하여 명예전역수당지급 결정에 관하여는 국방부장관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내부위임된 경우 전역권자가 누구인가에 대하여는 서울고법 1992.12.23. 92구12478, 서울고법 1993.1.26. 92구14955 판례참조). Ⅳ. 평석 대상판결의 1심재판에서는 “관계 법령을 검토하여 보더라도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절차 및 이에 대한 지급여부 결정에 대한 규정과 별도로 명예전역신청절차 및 이에 대한 결정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규정은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의 피고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으로써 피고 국방부장관에 대한 명예전역신청도 아울러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명예전역수당 지급신청만을 한 원고로서는 이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피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이를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 국방부장관이 명예전역신청에 대한 응답을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여 위 피고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을 구할 원고 적격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부분은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부작위위법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에 서울행정법원 2004. 12. 23. 선고 2004구합12100 명예전역부적합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는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재판부는 2004. 11. 4. 피고를 국방부장관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피고 경정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군인명예전역수당지급규정 제6조의 규정, 군인명예전역은 원에 의한 전역과는 다른 별개의 전역제도가 아니라 전역하는 군인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라 심사를 하여 명예전역수당이라는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일 뿐이므로 명예전역수당의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05-02-14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
Ⅰ. 판결의 요지 구 주택건설촉진법(1997. 12. 13. 법률 제54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공동주택관리령(1997. 7. 10. 대통령령 제154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공동주택관리규칙(1999. 12. 7. 건설교통부령 제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입주자?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는 공사의 내용과 하자의 종류 등에 따라 1년 내지 3년(다만, 내력구조부의 결함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이 무너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5년 또는 10년)의 범위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사업주체에게 하자의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바, 이는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위 법령에서 정하여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입주자 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와 별다른 법률관계를 맺지 않은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도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가 집합건물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구 주택건설촉진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하여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점까지 고려할 때 구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련 규정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제척기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Ⅱ. 하자보수기간에 대한 각종 법률의 규정 1. 민법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는 인도 후 5년간의 담보책임이 있고, 그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때에는 10년간의 담보책임이 있다.(제671조) 2.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집합건물 분양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671조를 준용하되, 민법의 규정보다 매수인을 불리하게 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제9조) 3. 건설산업기본법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하여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벽돌쌓기식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철골구조?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기타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10년의 범위내에서, 기타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5년의 범위내에서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제30조 및 별표4)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으며, 건설공사에 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다른 법령(민법 제670조, 제671조 제외)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도급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는 그 법령이나 도급계약이 정한 바에 따른다.(제28조) 4. 주택법시행령 내력구조부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은 기둥?내력벽(힘을 받지 않는 조적벽 등은 제외한다)은 10년, 보?바닥 및 지붕은 5년으로 규정되어 있고(주택법시행령 제62조제1항, 별표7) 그 이외에는 주택법시행령 제59조 제1항에 의한 별표 6에 의하여 시설구분에 따라 1년, 2년, 3년의 하자보수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Ⅲ. 주택법시행령(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의 효력에 대한 논의 1. 무효설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이 법에 저촉하여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주택법시행령(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각종 하자보수기간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 준용하는 민법 제671조의 5년 또는 10년 보다 단기간이므로 입주자에게 불리하여 무효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의하면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규정은 무효이며, 민법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급심판결 중 부산고등법원 2002나2157 손해배상(기) 사건에서 재판부는 무효설을 따랐다. 2. 유효설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 ‘집합주택의 관리방법과 기준’에는 하자보수청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주택법과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을 비교할 수 없으므로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책임기간은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하급심판결 중 서울지방법원 2002가합21931 하자보수금 사건에서 재판부는 유효설을 따랐다. 3. 절충설 민법 제671조 제1항의 ‘건물 기타 공작물의 하자’는 건물 중 물리적인 분리나 교체, 개별적인 보수가 불가능한 부분의 하자를 뜻하고 이는 결국 건물의 ‘주요 부분에 발생한 하자’를 뜻하며, 그 이외에 분리나 교체, 개별적인 보수가 가능한 부분, 즉 건물의 주요부분 이외에서 발생한 하자는 도급계약상 일반적인 물건의 하자로 보아 제670조 제1항의 1년의 담보기간에 해당된다고 보아 민법상 제척기간은 부위별로 달리 보아야 하고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 기간은 대부분 유효하고 이를 발생기간 및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4. 사견 민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건축물을 주요 구조부분인 기둥, 벽, 지붕 등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주요 구조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현대의 건축물에 있어서의 각종 설비와 인테리어 등에 대하여는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의 건축물과 관련지어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한 규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고, 민법상의 10년 또는 5년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주택법시행령 별표6에서 분류된 시설공사의 구분에는 민법상의 건물 기타 공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다수 존재하므로(예: 도배공사, 식재공사 등의 조경공사, TV공청설비공사) 주택법시행령상의 시설공사의 하자보수기간 전부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며 각 시설공사의 성질에 따라 건축물을 주요 구조부분일 경우에는 민법상의 규정에 따른 10년 또는 5년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고, 주요 구조부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670조에 의하여 1년간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여야 하나,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위 민법 제670조의 규정 보다 불리하지 않으므로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을 적용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Ⅳ. 종전 대법원판례 종전의 대법원판례 중에는 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한지에 대하여 정면으로 다룬 것은 없었으나, 구 공동주택관리령에서 규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유효인 것을 전제로 한 판례는 다수 있었다. 대법원 2002. 2. 8. 선고 99다69662 판결에서는 “보증대상이 되는 하자는 위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 및 구 공동주택관리규칙(1999. 12. 7. 건설교통부령 제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별표 3]에서 규정하고 있는 하자이어야 하는바, 위 공동주택관리령 및 공동주택관리규칙에서는 하자보수대상인 시설공사의 구분 및 하자의 범위와 그 하자보수책임기간을 규정하면서, 하자보수대상 시설공사를 대지조성공사, 옥외급수위생관련공사, 지정 및 기초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등 17개 항목으로 구분한 후, 하자보수책임기간을 1년에서 3년까지로 정하면서 기둥, 내력벽의 하자보수기간을 10년으로, 보, 바닥, 지붕의 하자보수기간을 5년으로 따로 규정하였고, ……… (중략) ……… 그 보증대상이 되는 하자는 위 공동주택관리령 및 공동주택관리규칙 소정의 하자보수의무기간을 도과하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라고 판시하여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인 것을 전제로 판결하였다. 또한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2다4290 판결도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이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들에서는 당사자들이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에 관하여 유?무효를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기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령상의 하자보수기간의 유?무효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Ⅴ. 본 판결의 의의 본 대법원 판례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하자보수기간은 행정적인 차원에서 입주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체와 별다른 법률관계를 맺지 않은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도 하자보수기간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는 사업주체가 예치한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힌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구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련 규정은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제척기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9조에 의한 분양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에 관하여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규정이 민법의 규정에 우선하는 제척기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부칙 제6조에는 집합건물의 관리방법과 기준에 관한 구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의 특별한 규정은 그것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시설공사 중 도배공사, 식재공사 등의 조경공사와 같이 민법 제671조에서 규정한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목적물이라 볼 수 없어 이에 관하여는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의 규정이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구 공동주택관리령(현 주택법시행령)상의 각 시설공사에 대한 하자보수기간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대하여 전부 10년 또는 5년의 제척기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는 볼 수는 없고, 그 시설공사에 따라 성질상 민법의 규정 보다 구분소유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무효라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법시행령상의 각 시설공사에 따른 하자보수기간이 유효인지, 아니면 민법의 규정에 저촉되어 무효인지를 가려줄 판결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2004-11-25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과연 관습헌법인가
* 결정요지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의한 방법 외에는 개정이 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헌법개정방법을 취하지 않고서 수도이전을 하는 이 사건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 * 평석요지 ‘관습헌법론’을 동원하여‘수도서울’이 곧 헌법인양, 수도이전을 헌법개정의 방법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그러나‘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일 수 없다. 이 사건은 각하하든지 국민투표를 거친 후에 수도이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입법개선을 명하고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I. 서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 10. 21. 청구인 최상철 외168인(2004헌마554), 청구인 정재명(2004헌마566)이 제기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 1. 16. 법률 제7062호, 이하 ‘이 사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결정에서 동법률을 위헌선언하였다. 다수의견은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의한 방법 외에는 개정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헌법개정방법을 취하지 않고서 수도이전을 하는 이 사건 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취하였다.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수도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은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전제로, 대통령이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은 것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며, 그러한 한에서 청구인의 국민투표부의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확인하였다.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을 불문헌법으로 인정한 다수의견에 반대하였으며, 이 사건 헌법소원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침해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각하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하에서는 수도이전헌법소원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함으로써, 전 국민적 관심을 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연 헌법적으로 정당한 논거에 기하고 있는지를 몇 가지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II. 평석 1. 적법요건에 관한 검토 (1) 기본권침해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전술한 이유에서 국민투표권의 침해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국민투표권은 헌법 제72조에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한 경우와,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절차에 따른 국민투표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130조 소정의 ‘헌법’개념에는 그 내용이 불명확한 ‘불문헌법’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 제130조의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은 처음부터 문제될 수도 없다. 다음으로 헌법 제72조의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일정사항에 대하여 국민투표에 부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 헌법상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도 인정할 수 없다. 그 밖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본권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사실상의 경제적 불이익의 경우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헌재 1998. 9. 30. 97헌마404)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2) 고도의 정치적 사안에 대한 사법자제의 필요성 여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그 위헌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헌법재판소 역시 이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지난번 이라크파병결정(헌재 2004. 4. 29. 2003헌마814)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사항은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각하한 바 있었다. 같은 논리로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일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결정도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헌재 판례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 위헌여부에 대하여 (1)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 침해여부: ‘수도 서울’이 과연 관습헌법인가· (가) 관습헌법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첫째, 관습헌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사항이 실질적 헌법성을 갖추어야 한다. 실질적 헌법은 국가기관의 조직, 구성, 권한 및 국민의 국가에 대한 관계, 즉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법질서라고 할 수 있는데, 행정수도의 위치는 이와 상관이 없는 문제이므로 실질적 헌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관습헌법이 될 수 없다. 둘째, 어떠한 관행이 관습법이 되기 위해서는 규범적 관행이어야 할 것인데 ‘수도 서울’은 규범적 관행이 아니라, 사실에 불과하다. 셋째, 어떠한 관행이나 사실이 제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하여 존재하여 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당위, 또는 규범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가령 호주제가 아무리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전통적 제도에 속한다고 하여 그 자체가 곧 관습헌법으로서의 실효성과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사실적인 것이 규범력을 갖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는 있으나(가령 우측통행), 이 경우에도 규범력을 인정할 만한 정당화사유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가령 ‘질서유지’). 그런데 그러한 정당화사유가 없고, 오히려 그보다 우월한 헌법적 법익이 그 관행의 폐지나 변경을 정당화하는 경우, 그 관행은 더 이상의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째, 관습헌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존재 자체가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명확한 것은 서울이 수도였다는 사실일 뿐, ‘수도 서울’이 관습헌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코 명확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러한 관습헌법의 존재 여부의 문제가 이번의 헌법재판에 의해서 비로소 전국민적 토론의 대상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헌재가 인정하는 명료성의 요건도 실상은 결여되어 있다. 다섯째, 대의제를 골간으로 하는 우리 헌법질서 하에서는 국회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이전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수도이전의 국민적 합의가 국회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혹 필요한 경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경험적 의사를 확인해 볼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확인절차도 없이 헌법재판소는 ‘수도 서울’의 관행에 대한 국민적 확신을 단정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박약하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논리는 헌법재판관들이 인정하는 관습을 헌법으로 확대시켜 다른 실정헌법규범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관습헌법의 폐지를 위해서는 헌법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헌법개정과 같은 헌법상의 절차규정은 될 수 있는 한, 형식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헌법상 절차나 조직규정은 개방성, 광의성, 추상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 밖의 다른 헌법규정들과는 달리 결코 개방적이거나 불확정적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규정에 해당하는 헌법 제130조의 ‘헌법’ 개념에 소위 관습헌법을 포함시키게 되면 확정적이어야 할 절차규정이 가장 불확정적이 되어서, 헌법생활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개정사항의 해당여부의 문제는 매번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 전까지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다)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침해여부에 대한 결론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한, 이 사건 법률이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지탱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헌법 제72조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관한 국민투표권의 침해여부의 문제로 돌아가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2)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침해 여부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수도이전이 헌법 제72조 소정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며, 이것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이전여부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붙이지 않은 것은 국민투표부의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행정법분야에서 적용되는 행정청의 재량행위의 한계에 관한 법리(소위 ‘재량의 0으로의 수축이론’)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는 헌법상 재량권의 한계의 문제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양 행위의 법적 의미와 비중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헌법 제72조가 문구상 국민투표부의 여부를 대통령의 재량으로 하고 있는 이상,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지 아니한 것이 명백히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3. 이 결정의 기속력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이러한 기속력은 결정주문과 이 결정주문의 논리필연적 이유에 해당하는 소위 ‘주요이유’에 미친다. 다만 주요이유의 범위가 문제된다. 주요이유는 관습헌법 ‘수도 서울’은 헌법개정의 방법으로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수도 서울’에 대한 국민적 확신 내지는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면, 더 이상 관습헌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이러한 이유의 기속력이 존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국민이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수도 서울’에 찬성하는 경우, 더 이상 수도이전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도 서울’이 계속해서 관습헌법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실정헌법은 헌법제정권력과 개정권력에 의하여 헌법적 절차와 의사·의결정족수를 거쳐서 제·개정된 것인데 반하여, ‘관습헌법’의 경우 그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뭏든 대통령과 국회는 여전히 헌법 제72조를 근거로 수도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론 여하에 따라서 수도이전에 관한 정책의 속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III. 결론 결론적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전효숙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잘 지적하고 있듯이 각하하든지, 백보 양보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친 후에 수도이전여부를 결정하도록 입법개선을 명하고 헌법소원을 기각하는 촉구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된다. 헌법재판소는 소위 ‘관습헌법’론을 동원하여, ‘수도 서울’이 곧 헌법인 양, 수도이전을 헌법개정의 방법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무리한 논리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전술한 이유로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일 수 없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 나라에서도 헌법재판관의 헌법해석권한의 한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립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한, 이 결정의 기속력(즉 이 사건 법률이 위헌이고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점)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기관들도 나름대로 헌법을 해석하고 구체화 내지 실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차후의 문제에 대하여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전체 헌법질서의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11-22
처분의 존재요건과 조리상의 권리
Ⅰ. 事實關係 (1) 피고(충남대학교 총장)가 자연과학대학 생화학과의 효소학 분야에서 1명, 신진 및 중간대사 분야에서 1명의 교수를 각 초빙하겠다는 등의 1999학년도 전반기 교수초빙공고를 하자, 원고(윤00)를 비롯한 29명이 생화학과의 효소학분야에 지원하였으며, 1단계 자격심사 및 2단계 전공적격심사를 거치면서 29명의 지원자중에서 원고를 포함한 5명이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2) 다시 3단계 연구실적심사 및 4단계 공개강의심사를 거친 결과 원고가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 결정되어 마지막 5단계인 면접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던 중, 4단계까지의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서가 제출되자 피고는 원고에 대한 면접심사를 유보하였다가 교원채용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에 기하여 생화학과의 교원신규채용업무를 중단하는 조치를 하였다. (3)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교원신규체용업무중단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Ⅱ. 原審判決(대전고법 2001. 7. 27, 2000누2493)의 要旨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즉,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권 내부의 행위 등과 같이 행정청에 의하여 결정된 내부적인 의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외부로 표시되지 아니하여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이 사건 교원신규채용업무중단조치는 단순한 행정청 내부의 중간처분 또는 사무처리절차상의 하나의 행위일 뿐 외부적으로 원고에게 통보된 바 없어 행정처분으로서의 외형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3) 생화학과 효소학 분야에서 공개강의심사 결과 원고만이 적격 판정을 받아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가 됨에 따라 원고에게 면접심사 결과 적격 판정을 받아 교원으로 임용될 가능성 또는 이에 따른 임용기대권이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임용을 구할 직접적인 권리를 가진다거나 피고가 원고를 임용하거나 임용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원고의 위와 같은 기대권 또는 지위를 법률상 보호되어야 할 권리로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비록 이 사건 중단조치로 인하여 원고가 위 기대권이나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불이익을 입을 개연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가 침해를 받거나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케 한다고 볼 수도 없다. Ⅲ. 上告審(2001두7053)의 判決要旨 (1) 구 교육공무원법(1999. 1. 29. 법률 제57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교육공무원임용령(1999. 9. 30. 대통령령 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 관계 법령에 대학교원의 신규임용에 있어서의 심사단계나 심사방법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학 스스로 교원의 임용규정이나 신규채용업무시행지침 등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교원을 신규임용하여 온 경우, 임용지원자가 당해 대학의 교원임용규정 등에 정한 심사단계 중 중요한 대부분의 단계를 통과하여 다수의 임용지원자 중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으로 장차 나머지 일부의 심사단계를 거쳐 대학교원으로 임용될 것을 상당한 정도로 기대할 수 있는 지위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임용지원자는 임용에 관한 법률상 이익을 가진 자로서 임용권자에 대하여 나머지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하여 그 심사에서 통과되면 대학교원으로 임용해 줄 것을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고가 생화학과의 교원신규채용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후 이를 자연과학대학장에게 통보하였고 원고는 그 무렵 이 사건 중단조치를 알게 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중단조치는 교원신규채용절차의 진행을 유보하였다가 다시 속개하기 위한 중간처분 또는 사무처리절차상 하나의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유일한 면접심사 대상자로서 임용에 관한 법률상 이익을 가지는 원고에 대한 신규임용을 사실상 거부하는 종국적인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며, 원고에게 직접 고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알게 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는 원고의 권리 내지 법률상 이익에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견해를 달리 하여 피고의 이 사건 중단조치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나머지, 이 사건 중단조치의 유효 또는 적접 여부에 대하여 더 아나가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국?공립 대학교원의 신규채용에 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Ⅳ. 評 釋 1. 原審判決의 타당성과 上告審判決의 무리한 논리전개 이 사건에서, 原審判決은 “처분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환송되었다. 그러나, 행정법을 전공하는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원심의 판결이 “실정법(행정심판법 제2조 및 행정소송법 제2조)상의 처분개념” 및 “공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표준적 행정법교재의 설명”과 일치되는, 논리정연한 판결이라고 판단된다. 반면에 上告審判決은 “실정법상의 처분개념” 내지 “처분(행정행위)의 성립?존재요건” 및 “공권(개인적 공권)의 성립요건(① 강행법규에 의거한 행정청의 작위의무의 존재, ② 근거법규의 개인적 이익의 보호성)”에 관한 확립된 이론과 동떨어진 무리한 논리전개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 “條理上 權利”에 대한 疑問 이 사건에서 上告審은 원고에게 “대학교원으로 임용해 줄 것을 신청할 조리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리”로부터 - 앞에 기술해 놓은 바와 같은 - “공권성립의 두 가지 요건”이 도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3. 原告의 救濟의 길 이 사건에서 原告로 하여금 “부작위의 위법확인소송”을 제기케 하는 것이 덜 무리한 구제수단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4-10-14
자살한 군인의 국가유공자(순직군경)해당 여부
[판결요지]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연구요지]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의 아들인 A는 2000.3.13. ○○부대에 전입하여 근무하던 중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상명하복의 엄격한 통제사회인 군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선임병인 최△△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하며 잠을 재우지 않고, 고참병 서열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하고,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뺨을 1회 폭행했다. 또한 A는 위와 같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아오던 중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의 강요행위 등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A의 외삼촌은 포대장에게 전화하여 ‘선임병들로부터 암기강요 등을 당하면서 잠을 못 자고 있으니 조치해 달라.’고 하였으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아니하였으며, 전화한 사실이 알려져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까지 당하게 되었다. 2000. 3. 30. 부대 간부와 면담을 하면서 ‘조종수를 못하겠으니 운전병으로 보직 조정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자 ‘군대에서 하기 싫으면 나가라, 임마, 이 새끼야, 개새끼야’ 등의 욕설·폭언을 당하자, ‘선임병의 횡포가 싫다.’는 내용의 유서 5장을 남기고 목을 매어 자살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보훈청에 국가유공자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보훈청장)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여 순직군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1심,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1심 및 항소심 판결요지 ‘일반사회와는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그 통제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상급자로부터의 강요 등 가혹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일반 사회에서의 그것보다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에 비추어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의 사망은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강요 등 가혹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할 것이고,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위와 같은 경우의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함)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5.22. 2002구합110,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3. 2002누9034) 2) 대법원 판결요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군인이 상급자 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의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는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적접적인 동기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선임병 등의 위와 같은 가혹행위와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의 근접성,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나약한 성격에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라 할 것이어서 망인의 사망은 법시행령 제3조의2 단서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Ⅱ. 자살 군인에 대한 보상 제도 1. 관련법규 군인사법 제54조에서는 군인이 전사·전상 또는 공무로 인하여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 또는 사망하였을 때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본인 또는 그 유족은 그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받는다라고 규정하여 군복무중에 발생하는 각종 재해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임천영,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91면). 군의 전·공사상자의 구분과 확인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전공사상자처리규정(국방부훈령 제392호 1989. 9. 7) 제3조에서는 사망을 전사, 순직, 사망으로 구분하고 사망을 일반사망, 변사, 자살로 구분하고 있으며, 자살이란 스스로 자기의 생명을 끊거나 그로 인한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자살자에 대하여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제외사유가 되며, 또한 1인당 500만원을 ‘사병 사망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육방침 01-4호 2001. 1. 26. 사병 사망위로금 지급방침). 2. 자살자 보상 처리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군인연금법, 국가배상법,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에 의하여 보상 및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즉 군인이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순직에 해당하고, 그 유족은 법 소정의 연금과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사망이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군인연금법시행령 제75조 제2호 소정의 고의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법 소정의 연금이나 군인연금법 소정의 재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 특히 법과 법시행령은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그 공헌과 희생의 정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보상으로서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연금을 비롯한 각종의 보상제도(報償制度)를 두고, 이러한 목적과 기본이념 및 보상제도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하여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이 조항은 2002. 1. 26. 법률 제6648호로 신설되었는바 구 법시행령(2002.3.30. 대통령령 제175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의2 제4호 규정을 가져옴}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취지는 공무상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할 수 없는 경우를 확인적·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고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주장·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3두13595판결). Ⅲ. 최근 판례의 경향 1) 자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4.5.14. 선고 2003두13595판결(의무경찰 복무중 내성적인 성격으로 낯선 지역적·문화적 환경 속에서 엄격한 통제와 단체행동이 요구되는 부대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급자들의 모욕적이고 위압적인 질책과 언어폭력, 구타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여 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자살한 경우임)과 대법원 1999. 6. 8. 선고 99두3331판결(전투기 조종사의 공무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이 있다. 2) 자해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례로는 대법원 2003.6.13.선고2003두1325판결(장병학술시험에 대리응시한 행위가 적발되자 그에 대한 상급자들의 질책과 소속대원들에 대한 엄격한 군기훈련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끼고 자살한 사안), 대법원 2003.9.5.선고 2002두11판결(군기교육은 군 조직을 유지, 통솔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부대에나 있는 것이며, 군기교육이 엄하다고 하더라도 군인으로서는 마땅히 이를 극복함으로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자해행위로 인정), 대법원 2003.11.14.선고 2002두4136판결(적응장애 사병이 육체적·심리적 긴장과 중압감 내지는 공포심을 수반할 수 있는 사격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긴장을 받은 것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26.선고 2003두14789판결(상급자인 정비하사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대법원 2004.3.12.선고 2003두10404판결(해병대 근무중 상급자로부터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가 됨), 서울고등법원 2004. 6. 25. 선고 2003누12846판결(과중한 업무와 선임병들의 질책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안) 등에 있어서는 상급자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나약한 성격탓에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라고 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군인이 상급자등으로부터 당한 가혹행위가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가혹행위의 내용과 정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자살과 관련된 질병의 유무,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가혹행위와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를 벗어난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자살한 군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하거나 국가유공자로 지정하여 보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괴리가 있어 국가유공자 인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면은 수긍이 가나, 상급자들의 가혹행위 및 폭행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즉 영내에서의 가혹행위는 내무생활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는 점, 상급자에 의한 폭행인 경우 일방적으로 당할뿐이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일반 폭행과는 다른 점, 상급자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통계 등에 비추어, 군대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이라는 조건관계가 인정되면 경험칙상 자살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통상 예견할 수 있다고 인정하여 국가배상 책임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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