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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와 관련한 법적 문제
Ⅰ. 사안의 개요 대통령이 1962년 김○○(이하 ‘망인’)에게 ‘건국공로훈장 복장(지금의 대통령장)’을 수여하였는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망인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망인의 증손자인 원고 1과 망인을 기념하기 위하여 설립된 재단법인인 원고 2가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7년 원고들 일부 승소판결이 확정되었고, 피고는 2018년 망인에 대한 서훈이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서훈을 취소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관련 기사: 법률신문 2024.4.12.자 참조). Ⅱ.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 2는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의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갖고 있지 않아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에 관해 행정소송법 제12조의 ‘법률상 이익’이 없다. 망인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새로 밝혀졌고, 만일 이 사실이 서훈 심사 당시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망인의 행적을 그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하다고 판단된다.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훈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은 적법하다. Ⅲ. 문제의 제기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는 비단 역사적 평가의 문제만은 아니고, 행정법 도그마틱상으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과거에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독립유공자 망인에 대한 법적 평가의 변경에 따른 그 유족에 대한 법효과 문제, 법률신문 제4620호 2018.7.12.),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물음에서 대상판결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Ⅳ. 서훈취소가 재량인가? 구 상훈법(2019. 12. 10. 법률 제167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사람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등의 어느 하나에 해당될 때에는 그 서훈을 취소하고, 훈장 또는 포장과 이와 관련하여 수여한 물건 및 금전을 환수하며, 외국 훈장 또는 포장의 패용(佩用)을 금지한다. 서훈취소처분의 법적 성격이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는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 2020.2.13. 선고 2018구합64306판결은, 서훈취소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서훈취소는 그 사유가 인정되면 서훈을 취소해야 하고 그 취소 여부에 관한 재량은 없는 기속행위로 정당하게 판시하였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21.7.14. 선고 2020누35433판결은 바람직하지 않게도 재량하자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바람직하지 않게도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량적 접근은 이익형량의 관점이 지배하므로, 자칫 서훈 공적의 거짓만을 요구하는 명문에 반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최근 “징수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의 부당이득의 징수규정(제57조)과 관련해서 대법원 2020.6.4. 선고 2015두39996판결 이래 판례는 특별한 근거 없이 바람직하지 않게 재량행위로 접근한다. 재량의 이익형량적 논증에는 판사의 일신적 판단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인식이 요구된다(상론: 김중권, 국민건강보험법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법적 성질, 행정판례연구 제26집 제1호, 2021.6.30., 3면 이하). Ⅳ. 유족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다툴 수 있는지? 유족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여기서 관건은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그 유족에 대해 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1. 기왕의 판례의 입장 일찍이 대법원 2014.9.26. 선고 2013두2518판결은, “서훈은 어디까지나 서훈대상자 본인의 공적과 영예를 기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는 서훈수여 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구 상훈법 제33조, 제34조 등에 따라 망인을 대신하여 단지 사실행위로서 훈장 등을 교부받거나 보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훈의 일신전속적 성격은 서훈취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망인에게 수여된 서훈의 취소에서도 유족은 그 처분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판시는 당연히 서훈취소가 유족에 대해서는 사실적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취지를 나타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2014.9.26. 선고 2013두2518판결은 제3자로서의 유족의 원고적격성 물음을 논증하지 않은 채 국가보훈처장이 한 서훈취소 통보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행정처분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12.12.27. 선고 2012누5369판결)을 파기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서훈취소가 서훈대상자 또는 그 유족들의 법률상 지위에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서훈취소가 대통령이 행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법심사를 자제하여야 할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의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5.8.21. 선고 2014누7567판결은 대법원 2013두2518판결처럼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이 이 사건 서훈취소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제3자로서의 유족의 원고적격성 물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지 않으면서 서훈취소의 적법성을 논증하였다. 한편 대법원 2015.4.23. 선고 2012두26920판결은 서훈취소에 관한 사법통제가능성을 그것의 법효과에 착안하여 인정하여 서훈취소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그것의 적법성을 논증하였다. 이런 논증은 대법원 2013두2518판결과 결코 조화될 수 없고, 실질적으로 판례변경을 한 셈이다.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의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4누7567판결은 조화되지 않는 대법원 2013두2518판결과 대법원 2012두26920판결을 모자이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망인의 증손자가 서훈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에 대해서 소송요건상의 특별한 논의를 전개하지 않고 본안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 및 하급심이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당연히 본안판단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망인의 유족이 서훈취소의 상대방이 아니어서 절차요청을 배제시킨 대법원 2013두2518판결을 수긍하지 않으면 당연히 절차요청이 통용되는데, 다투어지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Ⅴ. 망인에 대한 서훈 및 서훈취소의 본질 문제 설령 대법원 2013두2518판결처럼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상대방이 없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분명히 망인의 유족에 대해 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찍이 필자는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의 법적 성격을 통상적인 제3자효 행정행위와는 다른 의미의 제3자효 행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김중권, 2014년도 主要 行政法(行政)判決의 分析과 批判에 관한 小考, 안암법학 제47호(2015.5.31.), 17면). 그런데 망인에 대한 서훈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그 유족에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굳이 망인을 상대방으로 볼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망인은 사실 자신의 서훈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망인에 대한 서훈으로 그 유족이 독립유공자법에 따른 법효과를 직접 향수한다는 점에서 망인에 대한 서훈(및 서훈취소)의 직접적 상대방을 그 유족으로 하더라도 결코 무리한 논증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접근하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에서 그 유족을 상대로 절차요청도 정당하게 관철할 수 있게 된다. Ⅵ. 상호모순적인 판결의 병존상황이 초래할 후과 문제 명백히 실질적 판례변경에 해당하면서도 정식으로 그 절차를 밟지 않고서 종전과 다른 해결책을 강구하여 결과적으로 상호모순적인 판결이 병존하곤 한다. 이런 상황이 건별 다른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탄력성의 측면에서 좋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선례구속의 원칙이 강하게 지배하는 가운데 임기응변의 상황이 조성되고 결과적으로 법적 아노미가 초래된다. 자칫 과도한 실질위주적 접근이 어우러져 ‘법관의 법구속’의 원칙이 ‘법의 법관구속’의 원칙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 ‘법의 지배’가 ‘법조인에 의한 지배’(juristocracy)로 허용되지 않게 변용될 수 있다. 비워야 할 것을 바로바로 비워야 새로운 것이 채워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24-06-01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를 구체화
대상판결은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기존 판례에서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으로 고려되었으나 대상판결은 그러한 고려 없이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 들어가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그만큼 초상권에 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초상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동의 없이 얼굴이 촬영되거나 공개되지 않을 권리의 반대편에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놓인다. 특히 언론보도에서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근거 제시, 제3자 피해 방지 등 여러 이유로 보도 대상자의 얼굴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언론소송에서는 초상권 침해보다는 명예훼손이 문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보도 대상자와 언론사 간의 법익 균형을 찾는 위법성 조각사유 관련 판례도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많이 축적되어 있으나 초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 사건 1,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인용하며, 방송사 기자인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며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본 법무법인은 상고심에서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보도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 보호가 원고의 초상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서의 위법성조각 법리를 기존 판례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언론의 초상 보도 적법성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언론이 초상을 적법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경계를 보다 뚜렷이 한 만큼 그 경계 범위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도 그만큼 더 확보되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이하 ‘이 사건 합창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었다. 이 사건 합창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행사의 애국가 제창을 위해 초대받았다. 원고는 합창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만 원 납부를 통보했다.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휴대폰을 이용해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이하 '이 사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MBC 기자인 피고들은 관련 기사를 작성해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도록 하였다. 위 방송 중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가 사용되었고,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이하 원고의 얼굴이 공개된 위 약 32초간의 방송을 '이 사건 방송').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방송을 한 것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3. 소송경과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았다. 원고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지 않고, 공적 인물에 해당하더라도 얼굴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은 아니며,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원고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다.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를 공인으로 볼 여지가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공인인 경우에도 이 사건 동영상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촬영되었고, 학부모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 사람들이 원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 법리에 관해,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라고 설시했다.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이익형량의 중요한 고려요소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을 제시했다. 나. 이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였다. ① 원고가 다문화전문가,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것을 보면 공적 인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②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③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그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④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원고가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뉴스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자막에도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기존의 판례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침해행위와 피해이익 간의 이익형량에 다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을 제시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이른바 “보험회사” 사건)}. 이익형량을 통해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인 고려요소만으로는 과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로 초상을 촬영·공표하는 것이 적법한지 예측하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기 어려웠다. 대상판결은 초상권 침해의 경우 이익형량에 나아가기 전에 그에 앞선 위법성판단기준으로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즉,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자 공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하여, 상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 이러한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초상권 침해의 독자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제시하지는 않았고, 초상권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결부하면서 위 기준을 사생활 침해의 위법성 조각사유로 판시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보호와 초상권을 분리하고 초상권에 관한 독자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위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 사건에서 이익형량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다. 즉, 대법원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공적 인물인지, 공직자나 정치인 등인지,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등이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관한 위법성조각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기존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사유 중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대상판결은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위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기존 판례에서 이익형량 중 침해행위의 영역에서 고려요소로 언급되었던 침해의 보충성, 긴급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보도는 관련자들의 초상을 같이 내보냄으로써 시사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함을 보여주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 경우에는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요소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문건영, “언론에 의한 초상권 침해 판단 기준의 구체화에 관한 연구”, 법조(제69권 제5호), 법조협회(2020. 10.) 229, 230면}. 1심은 이 사건에서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대상판결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을 고려요소로 제시하지 않았다. 즉, 이익형량에서 ‘반드시 원고의 초상을 공개했어야 했는지’, ‘이 사건 방송 외에 다른 방법으로 보도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보충성과 긴급성을 이익형량의 고려요소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는 구분되는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 언론보도에 의한 초상권 침해의 구체적인 위법성 조각사유 판단기준,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고려 없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김광중·황예영 변호사(법무법인 한결)
2023-06-04
친권자가 아닌 부모의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1. 사실관계 A(당시 17세)는 2018년 8월 3일 망인과 성관계를 하던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망인의 나체 또는 속옷 입은 모습을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A는 같은 달 19일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위 사진을 전송하면서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망인은 같은 달 20일 새벽 1시 A가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자신의 SNS에 게시하였고,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친구를 만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다음, 12시 25분 투신하여 자살하였다. A는 망인에 대한 사진 촬영 및 협박 행위에 관하여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B는 A의 아버지로 A가 2세 때 A의 어머니 C와 협의이혼을 하였고, A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C가 지정되었다. 망인의 부모와 여동생은 A의 협박으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A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B와 C는 A의 부모로서 미성년자 A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게을리하였으므로 A와 공동하여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가. 제1심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A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A가 미성년자인 점, 사망에 대한 고의까지는 없는 점, 망인이 다른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불안장애 및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점 등을 참작 A의 책임을 60%로 제한). B와 C에 대하여는 부모(특히 C는 A와 같이 살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A가 의존하면서 C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었음)로서 평소 A가 올바른 성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그외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교육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망인의 사망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① C에 대하여는 A의 책임이 60%로 제한된 점, A가 다른 학교생활에서는 큰 문제없이 지내온 점 등을 고려 책임을 40%로 제한, ② B에 대하여는 C와 같은 사정 외에도 B가 A와 함께 살지 않아 A의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B의 책임을 10%로 제한). B는 C와 이혼하여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아 A를 감독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자의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가 친권자의 권리의무로 지정되어 있지만(제913조) 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이고,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고(제837조), 양육권을 가지지 않는 부모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자의 보호교양에 일정 정도 관여할 수 있으므로(제837조의2) 이혼을 하면서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어 피고 B는 친권자인 C와 함께 A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주장을 배척했다. 나. 항소심의 판단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들(A, B, C)이 모두 항소하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망인의 손해액을 일부 줄여 피고들의 항소를 일부 인용하면서도, 피고들의 책임의 성립여부 및 그 범위에 대하여는 제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상고심의 판단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B가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 중 B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며 교양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는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으므로, 그 부모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므로 그러한 부모는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로서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혼으로 인하여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는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제913조 등 친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비양육친은 자녀와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이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인격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감독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양육비 분담 의무만으로 비양육친이 일반적·일상적으로 자녀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등 보호감독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비양육친도 부모로서 자녀와 면접교섭을 하거나 양육친과의 협의를 통하여 자녀 양육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① 자녀의 나이와 평소 행실, 불법행위의 성질과 태양, 비양육친과 자녀 사이의 면접교섭의 정도와 빈도, 양육 환경, 비양육친의 양육에 대한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조언을 함으로써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②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부모로서 직접 지도·조언을 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비양육친의 감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피고 B는 A의 아버지이지만 A가 어릴 때 C와 이혼한 이후로 A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에 대하여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4. 평석 민법 제755조 1항 본문은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책임의 주체를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에서도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책임의 주체가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는 친권자(제913조 등)와 미성년후견인(제945조, 제946조, 제949조)이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의 친권자로서 갖는 권리와 의무 및 권한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민법은 단순히 부모로서 갖는 권리의무(성년후견개시청구권, 생명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 혼인동의권, 미성년자 입양동의권, 친권자지정 청구권, 부양을 받을 권리와 부양의무, 상속권 등)와 친권자로서 갖는 권한(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동의권,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 책임, 보호 및 교양의 권리의무, 법률행위대리권, 미성년후견인 지정권)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인취소 또는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되는 경우 등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혼 등으로 부모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된 경우 부모 사이에 친권자 변경에 관하여 합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정법원의 심판 등 재판이 있어야 변경될 수 있는 점, 부모 사이의 명시적인 합의가 아니더라도 친권자가 아닌 부모가 사실상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친권자가 아닌 부모에게 포괄적인 보호감독권한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호감독권한을 인정할 필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이혼 후 친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라도 예외적으로 감독의무자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이념에 비추어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한편, 종래 '친권'과는 별도로 '양육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현행 민법상 기본적으로 친권 외에 양육권이라는 개념을 별도로 쓸 필요는 없다(친권자나 미성년후견인의 권한의 일부). 다만, 친권자가 부모 공동으로 지정되었지만 부모 일방이 미성년자를 직접 보호양육하는 등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이지만 조부모 등 제3자가 사실상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하는 경우, 부모가 친권자인데 부모의 친권이 일부 제한되거나 재산관리권 등을 사퇴하여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되고 그 미성년후견인이 제한되거나 사퇴한 권한과 함께 미성년자의 신상보호를 맡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양육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성년자의 부양의무는 친권자로서 부담하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직계혈족)로서 지는 의무이고, 양육비청구권은 부양료에 대한 구상권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2022-07-11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 문제
Ⅰ. 사안의 개요 자사제품에 대해 조달청장으로부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다음, 갑은 조달청과 사이에 갑이 각 수요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납품요구를 받으면 계약금액의 범위 안에서 해당 제품을 실제로 그 수요기관에 납품한 후 조달청장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는?물품구매계약(제3자를 위한 단가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였다. 이?물품구매계약에는 ‘갑은?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이하 ‘추가특수조건’이라 한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취지와 ‘이 사건 제품의 규격은 우수조달물품(모자이크스톤블록) 규격서와 같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달청장이 "甲이 이 사건 수요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계약이행내역 점검 결과 계약 규격과 상이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에 따라 갑에 대하여 6개월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거래정지 조치를 취하였다(이하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라 한다). 이에 갑은 거래정지조치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4.11.6. 선고 2014구합60924판결)은 인용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계약상 의사표시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였는데, 상고심은 항소심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조달청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의 거래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조치는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나라장터를 통하여 수요기관의 전자입찰에 참가하거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등록된 물품을 수요기관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거래정지 조치는 비록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지만 행정청인 조달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로서 그 상대방인 갑 회사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다만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발동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위 거래정지 조치가 위법하므로 갑 회사의 행위가 추가특수조건에서 정한 거래정지 조치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추가특수조건의 내용이나 그에 기한 거래정지 조치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하였거나 평등원칙, 비례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을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폈어야 하는데도, 위 거래정지 조치가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의사표시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Ⅲ. 문제의 제기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하나가 ‘공권력의 행사’인데, 이는 공법영역에서의 일방적 조치이어야 비로소 행정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상판결도 인정하듯이,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사법계약에 따른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본다는 것은 사법상 계약에 의거한 행정처분의 성립가능성을 시인한 셈이 된다. 대상판결 및 그와 동지인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6두45158판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항소심의 논거 항소심(서울고등법원?2015.9.4.?선고?2014누71469?판결)은 다음의 논거로 소를 각하하였다: ① 추가특수조건 제22조 제1항 제16호 등은 계약의 일부로서 원고가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에만 당사자 사이에서 구속력이 있을 뿐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법령이 아니라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는 민간의 일반 종합쇼핑몰에서 계약상 의무위반에 대하여 계약에 부가된 조건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서에도 계약위반에 따라 거래정지를 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달리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 외형이 보이지 않는 점. 판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업이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를 함에 있어서 법령이나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 2018.10.25. 선고 2016두33537판결). 아울러 판례는 정부투자기관이 공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부가한 입찰참가제한 특약을 사법상 계약으로 보며, 아울러 그에 의한 입찰참가제한조치 역시 사법상의 조치로 본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0다83182판결 등). 이런 맥락에서 원심은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전적으로 추가특수조건이라는 사법상 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등과 같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를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와는 구별되게 접근하였다. Ⅴ. 대상판결의 논증상의 문제점 사법상 계약인 추가특수조건에 의거한 이 사건 거래정지 조치가 공법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민사논리를 수정하는 논거가 필요하다. 사법관계를 수정시키는 명문의 규정을 통해 그 사법관계는 공법관계가 된다. 대표적으로 국유일반(잡종)재산의 대부료 징수는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규정의 준용으로 인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관철할 수 없다(대법원 2014다203588판결 등).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강한 공익상의 요청이 있거나 공권력주체로서의 우월적 지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전자조달법 및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에 의거해서 처분성을 논증하였다. 전자조달법은 처분성 논증에 아무런 착안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구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종합쇼핑몰운영규정(조달청 고시)과 구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조달청훈령)은 국가계약법과 조달사업법의 단가계약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들 규정은 -판례가 행정처분으로 보는 국가계약법상의 행정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조치의 경우를 제외하고- 사법상의 계약인 단가계약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들 규정에서 공법적 착안점을 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Ⅵ. 처분성인정에 따른 후속 물음: 법률유보의 물음 단가계약이 사법계약인 이상, 그것을 집행하는데 특별한 공법적 메커니즘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의 차원에서 그런 점이 규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볼 때, 제기될 수 있는 물음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일찍이 필자는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인정여부는 연관되지 않음을 강조하였는데 판례가 이를 채용하였다(이런 사정은 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210면 이하). 그리하여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은 처분성 여부를 논증한 다음, 법률유보의 원칙을 적용하여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 2016두45158판결의 원심((대전고등법원 2017.1.26. 선고 2016누11801판결)은 처분으로서의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추가특수조건이나 쇼핑몰운영고시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공히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의 처분성을 인정한 대상판결과 대법원 2005.2.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이 본안판단에서 법률유보의 물음을 제외하다시피 하는 식의 논증을 한 것은 처분성 및 위법성의 논증에서의 앞선 판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이런 논증상의 모순은 실은 이 사건 거래정지조치를 처분으로 본 데서 비롯되었다. Ⅶ. 맺으면서-처분성인정이 능사가 아니다. 처분성의 확대는 행정상의 권리구제가 여의치 않을 때 강구할 수 있다. 민사적 권리구제가 주효한 경우에는 처분성의 확대가 동원될 상황이 아니다. 처분성의 인정의 裏面에는 행정의 우월적 지위가 합리화되고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불가쟁력의 존재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과정 등의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행정소송이 민사소송보다 항상 더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자칫 공법과 사법의 구별 시스템을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행정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 부당하게 처분성을 인정한 판례가 빚은 결과로 여겨진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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