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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법인에 재산 증여한 경우 그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적법 여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4283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의 조부인 A가 2007. 10. 흑자법인인 주식회사 甲에게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회사 乙 발행주식 488만5110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증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 증여 당시 원고 B는 甲 발행주식 1만250주, 원고 C는 甲 발행주식 1만50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甲은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은 데 대하여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A의 甲에 대한 이 사건 증여로 원고들이 그 소유 주식 가치증가분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은 것이어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 12. 31. 법률 제8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사업양수도 등에 의하여 가액이 변동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각 부과하였다. 2. 판결 요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일정한 거래만을 과세대상으로 한정하여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 법 제41조 제1항이 결손법인의 경우 결손금을 한도로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주주가 얻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해당할 뿐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의 사업양수도 등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평석 가. 과세의 배경 2003. 12. 30. 법을 개정하면서 제2조 제3항에서'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포함하는 포괄적 증여 개념을 규정하고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게 되자, 과세관청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흑자법인의 주주 등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이 독립적 과세요건규정이 된다는 이유로 과세하기 시작함으로써 법 제2조 제3항의 법적 성격과 법 제41조 등과의 상호 관계가 문제되었다. 나. 법 제41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 제41조의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그 요건을 흠결한 거래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⑴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재산가액의 계산 규정으로 바꾸기는 하였지만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대상으로 하여 거래 당사자 간에 특수관계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한 과세대상 등에 관한 사항이 개정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고,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11559 판결도 법 제41조의3 제1항의 '최대주주 등'을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으로는 보지 않았다. ⑵ 법 제4조 제4항 단서는 증여자의 증여세 연대납부의무 면제 대상으로 법 제41조와 달리 법 제2조 제3항은 열거하지 않고 있는바, 만약 법 제41조의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 가능하다면 법 제41조보다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의 경우 증여자의 연대납부의무 면제 필요성이 더 클 것임에도 그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 ⑶ 2014. 1. 1.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가 개정되면서 흑자법인에 증여하는 경우도 과세대상으로 추가되었지만 그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위 법 시행 후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하게 되는데,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흑자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2014. 1. 1. 개정된 규정이 소급 적용되는 결과에 이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증여세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는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법 제33조 내지 법 제42조가 규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 판시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⑴ 법 제2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마련하는 데 있었고, 조문 또한 제1장 총칙 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정 형식 역시 "이 법에서 '증여'란 -말한다"고 증여 개념을 정의하는 식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⑵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면서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세대상 등의 제한내용을 그대로 남겨둔 것인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으로 과세하게 되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게 되고,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한 유형이라도 요건을 흠결하면 과세를 못하게 되는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도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⑶ 법 제33조 이하의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은 각각의 규정이 정한 증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 대하여 법 제33조 이하의 규정을 준용하여 계산하기는 어렵다. ⑷ 2013. 1. 1.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개정 법') 제32조 제3호는 증여재산가액 계산방법으로 나목에서 '타인의 기여에 의하여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에 대한 증여가액 계산방법이 동일하여 법 제42조가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가 가능함을 전제로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법 제42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에도 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라. 법 제41조가 규정한 유형에 속하는 거래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이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불과하여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⑴ 법 제43조는 법 제41조와 법 제42조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을 예정하고 않지 않고, 법 제42조 제1항은'제41조에 따른 증여 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42조보다 먼저 법 제41조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⑵ 주식 증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등의 사정도 없으므로, '사업 양수도 등'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⑶ 법 제41조가 규정한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과세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함부로 법 제42조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히 침해하게 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법 제41조가 정한 과세대상과 한계를 벗어난 증여에 대해서 법 제2조 제3항 또는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 중의 하나로서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나, 대상판결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2015-11-19
금전채권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우열관계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116260판결 1. 사실관계 ① 소외 1이 2007. 3. 21. 자신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탁된 3억5731만5009원 중 3억5706만8360원에 대한 공탁금출급청구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고 한다)을 소외 2에게 양도하고(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라고 한다) 2007. 3. 27.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② 피고가 2009. 11. 18. 채무자를 소외 2, 제3채무자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채권자취소권에 기한 채권양도계약의 취소권 및 원상회복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사건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2009. 11. 26. 이를 인용하는 가처분결정이 내려지고 2009. 12. 1. 그 가처분결정이 위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고 한다). ③ 피고가 2011. 10. 4. 소외 2를 상대로 이 사건 채권양도는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11. 12. 14. 피고 승소판결이 선고되고 2012. 1. 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④ 소외 2가 2008년 귀속 양도소득세 5억5504만2860원을 체납하자 원고가 2011. 10. 4. 그 양도소득세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소외 2가 양수받은 이 사건 채권을 압류하고(이하 '이 사건 압류'라고 한다) 2011. 10. 5. 압류통지를 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처분은 채무자와 제3채무자에게 그 결정을 송달하는 외에 현행법상 이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서, 당해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채무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을 뿐 가처분과 관계없는 제3자에 대하여는 우선적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채권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그 압류는 가처분채권자와 사이의 관계에서도 유효하고, 이는 체납처분에 의한 채권 압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대법원판결의 요지 채권자가 채무자의 금전채권에 대하여 가처분결정을 받아 그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고 그 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여 확정되었다면, 그 가처분결정의 송달 이후에 실시된 가압류 등의 보전처분 또는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 가처분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이를 인용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고 본안소송에서도 승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 사건 가처분결정 송달 이후에 실시된 이 사건 압류는 가처분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므로 그 압류권자인 원고는 가처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문제점 금전채권에 관한 가압류·가처분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을 한 법원은 직권으로 제3채무자와 채무자에게 결정서 정본을 송달하게 되는데, 가압류·가처분은 그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한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 그런데 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 될 뿐 가압류나 가처분에 대하여 부동산과 같이 등기부에 그 사실이 공시되지 않아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먼저 송달된다 하더라도 채무자의 채권자는 이를 알지 못한 채 그 채권을 가압류(또는 압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것의 효력이 우선하는지 문제된다. 나. 금전채권에 관한 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우열관계 (1) 견해의 대립 (가) 평등설 가압류나 가처분의 집행을 제3자에게 공시할 방법도 없으므로, 그 우열을 결정할 수 없다. 채권의 경우에는 그 공시방법이 부동산의 경우처럼 확실하지 않고, 그 처분금지의 효력이 모순되지 않으므로, 일응 가압류 및 가처분이 그 도달 선후와 상관없이 유지되다가, 먼저 본집행을 실행하면 우선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제3자에 대한 송달은 공시방법으로 일부 기능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부동산등기부처럼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제3자에 대하여 공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인 제3채무자의 채무자에 대한 임의변제 등의 처분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 선집행우선설 채권의 양도나 압류·가압류의 경우 이를 제3자에게 공시하는 방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수인들 사이에서는 확정일자 있는 통지나 승낙의 선후에 의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고, 양수인과 압류 가압류권자 사이에서는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통지와 가압류정본의 제3채무자에 대한 도달의 선후에 의하여 그 우열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가압류와 가처분 어느 쪽도 보전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상태가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여서는 안 되고 분쟁의 해결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인데, 집행의 시점에 의하여 우열을 결정하는 것은 그 기준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채권에 대한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양도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되므로, 가처분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본안판결에 승소함으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한다. 다만, 그 전까지는 위 가처분은 잠정적이므로 제3채무자는 변제의무를 면하기 위하여 피공탁자를 채권자 상대적 불확지로 한 공탁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선행 가처분채권자는 채무자만을 피고로 하여 채권존재확인을 구하거나 또는 채무자를 피고로 하여 제3채무자(소외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되므로 후행 가압류결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가압류해제조건부가 아닌 무조건부 본안판결을 얻을 수 있다. (2) 관련판례 대법원은 이전에 골프회원권에 관한 사안에서 "골프회원권의 양수인이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골프회원권 명의변경청구권 등에 기하여 하는 골프회원권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먼저 송달되고, 그 후 가처분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하여 확정되었다면, 그 가처분결정의 송달 이후에 실시된 가압류 등의 보전처분 또는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가처분의 처분금지효에 반하는 범위 내에서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10884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위 판결의 법리를 인용하고 있다. 두 판결 모두 원심을 파기한데 공통점이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전화가입권에 관한 사안에서, '처분금지가처분명령이 있는 경우 그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처분은 절대 무효는 아니고, 가처분채권자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3) 검토 채권에 관한 가처분이나 가압류결정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27조 제3항).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은 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인 채무자에 대한 통지와 유사성을 보인다. 채무자에 대한 양도통지는 권리를 공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고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도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의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이 점에 있어 금전채권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과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 그 우열관계를 채권양도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의 우열관계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채권양도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하고,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본안판결에 승소함으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한다. 비록 채권의 양도에 관하여 제3채무자의 승인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양도인이 채권양도를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써 통지하였다면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가처분결정 정본이 제3채무자에 송달되었다면 이 역시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의 통지로 보아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관한 판례와의 관계문제 대법원은 종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기 전에 '채무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양도하거나 기타 일체의 처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가처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가처분이 뒤에 이루어진 가압류에 우선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그 가압류는 가처분채권자와의 관계에서도 유효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8. 4. 14. 선고 96다47104판결). 그러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는 점(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51216 판결 참조), 채무자(보관인) 명의로 등기된 후 양도·현금화한다는 점(민사집행법 제244조 제2항)을 고려한다면 위 판례를 일반적인 지명채권의 경우에까지 일반화시키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2015-11-16
절도죄의 상습범과 주거침입죄의 흡수관계
- 대법원 2015.10.15.선고 2015도8169판결 - 1. 사실관계 가. 범죄사실 (절도) ① 피고인은 2014. 5. 20. 14:00경 서울 은평구 불광동 롯데캐슬아파트 105동 1502호에서 그 곳 옷장방 액세서리 함에 놓여 있던 피해자 ○○○ 소유의 시가 2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1개를 꺼내 가지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4. 6. 1. 18:00경에서 19:40경 사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 201호(연희동, ○○○○○빌)에 피해자 심○○이 부재중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하여 그 집 작은방까지 들어가 화장대에 들어있던 시가 780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개, 시가 340만원 상당의 쇼메 반지 1개, 70만원 상당의 팔찌 1개, 현금 10만원 등을 가지고 나와 합계 1200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나. 범죄사실(주거침입) ① 피고인은 2014. 6. 3. 13:00~13:30경 서대문구 연희로25길 ○-○○, 301호(연희동)에 있는 피해자 길○○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화장실 창문을 통해 들어갔으나 마침 베이비시터인 정○○가 집안으로 들어와 발각되자 베란다를 통해 도망갔다.②피고인은 2014. 6. 7. 13:25경 서대문구 연희로27길 ○○, 402호(연희동,○○○○빌)에 있는 피해자 허○○의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현관으로 침입했으나 마침 집안에 있던 허○○에게 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1심의 판단 (주거침입 무죄) 검사는 범죄사실(주거침입) 1.) 2014. 6. 3. 범행과 2.) 2014. 6. 7. 범행에 관해 이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했는데 1심 역시 절도죄의 미수로 보지 않고 주거침입으로 인정하고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을 구성하고 상습절도 등 죄와는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3. 원심의 판단 (주거침입 유죄) 원심은 1심과 달리 기소된 ②범죄사실(주거침입)인 주거침입범행에 대해 유죄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야간이 아닌 이 사건과 같이 주간에 주거에 침입할 경우 형법 제332조, 제329조는, 형법 제330조, 제331조 제1항과 달리 주거에 침입하는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규정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상습절도죄와 주거침입죄는 별도로 성립하여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또한 그 이유를 "결국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는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별개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4. 대법원의 판단 (상고 기각)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330조에 규정된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및 형법 제331조 제1항에 규정된 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 범인이 그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도157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 형법 제332조는 상습으로 단순절도(형법 제329조), 야간주거침입절도(형법 제330조)와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및 자동차 등 불법사용(형법 제331조의2)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정한 각 형의 2분의 1을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 상습단순절도와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에 대한 취급을 달리하여, 주거침입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 또는 상습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를 더 무거운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상습으로 단순절도를 범한 범인이 상습적인 절도범행의 수단으로 주간(낮)에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그 주간 주거침입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평가가 형법 제332조, 제329조의 구성요건적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대상판결에서 참조한 84도1573 전원합의체판결의【판결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의 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 죄의 1죄만이 성립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또 위 상습절도 등 죄를 범한 범인이 그 범행 외에 상습적인 절도의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하였다가 절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주거침입에 그친 경우에도 그것이 절도 상습성의 발현이라고 보여 지는 이상 주거침입행위는 다른 상습절도 등 죄에 흡수되어 위 법조에 규정된 상습절도 등의 1죄만을 구성하고 이 상습절도 등 죄와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문제점 1.) 먼저 문제되는 것은 피고인이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침입했으나-발각되자 현관문을 통해 도망갔다' 라는 행위는 으레 절도죄의 미수범(형법 제342조)으로 처벌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그 범행을 절도죄의 미수로 의율하지 아니하고 이에 관해 절도죄에 흡수되는 주거침입죄만 문제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면서 "도둑놈 잡아라!"라고는 하지만 "주거침입한 놈 잡아라!"라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집에 재물을 훔치기 위해 침입하는 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는 이른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만 처벌하고 주거침입은 별도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흡수관계'란 어떤 범죄구성요건을 적용하면, 그것이 다른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당연히 수반한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후자의 적용은 하지 않는 관계인 법조경합의 한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살인의 경우 상해와 의류손상 등이 있더라도 살인죄에 의하여 상해죄나 재물손괴죄는 흡수되는 관계와 같다.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법정형이 형법 제329조(절도)의 법정형 보다 높은 것은 주거침입을 그 죄의 구성요건으로 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야간의 주거는 사람이 현존하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므로 물건을 훔치기 위해 야간에 그 곳에 침입하는 것은(이른바 밤손님) 위험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죄의 경우 야간의 주거침입은 가중처벌 하게 되는데 주간의 주거침입인 경우는 흡수된다며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다. 3.) 또 문제되는 것은 '상습범'의 이해에 관한 문제이다. 상습범이란 일정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상습이란 반복된 행위에 의하여 얻어진 행위자의 습벽(習癖-버릇)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는 것을 말한다. 예건대 도벽(盜癖). 형법상의 누범은 전에 받은 형의 체험이 무시되어 책임이 커진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나, 상습범은 동종의 범죄를 반복·실행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착안한 개념이다. 즉 누범은 범죄 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고, 상습범은 범죄의 수보다도 행위의 상습적 버릇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형법에서 '상습으로 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해도 '상습절도죄를 범한 자'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형법에 절도죄(형법 제329조) 외에 '상습절도죄'라는 죄목이나 따로 규정한 법정형은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절도에 있어서 주거침입은 절도죄에 흡수된다고 할 때 그 범행이 상습범인지의 여부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6. 맺는 말 일반의 절도죄 보다 구성요건이 다른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그 법정형이 높은 것은 수긍되는 바이고, 일반의 절도죄 이거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 이거나 간에 그것이 상습범인 경우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가중처벌 한다는 것도 이해되는 바이다. 그리고 주거침입절도죄는 흡수관계로 절도죄 하나로 처별 하는 것이므로, 그 주거침입이 야간이거나 주간이거나 간에, 그 범행이 상습범이거나 아니거나 간에, 또는 절도가 기수이거나 미주에 그치거나 간에, 절도범의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된다는 것이 죄수론(罪數論)에서의 '흡수관계의 법리'라고 본다.
2015-11-12
음악저작물 침해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3다14828판결- I. 사실관계 2015년 8월 대법원은 유명작곡가, 가수이자 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박진영이 작곡한 드라마 <드림하이>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아이유라는 가수가 부른 'Someday'가 다른 작곡가의 음악저작권을 침해한 곡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김신일은 작곡가로 2003년경 가수 애쉬의 2집 음반에 제작자로 참여하였고, 이 음반에 수록된 14곡 중에서 12곡의 작사, 작곡 및 녹음 등을 담당하였다. 이 사건 음반에는 대법원 판결에서 침해여부가 문제가 되었던 '내 남자에게'라는 곡이 수록되어있었다.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 박진영이 자신이 작곡해서 2005년 가수 애쉬의 곡으로 발표한 '내 남자에게'의 후렴구를 저작자의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하였다고 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금 1억1000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의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2167만2752원 및 이에 대한 2012. 1.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10. 선고 2011가합70768판결). 이 판결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저작권침해의 점에 대해서는 1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손해배상액을 상향하였다. 1심은 피고 대비 부분이 피고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산술적으로 전체 86마디 중 20마디라는 점에 착안하여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2011. 2.부터 2011. 12.까지 제세금과 신탁관리수수료 등을 제하고 실질적으로 분배받은 금원인 8029만2834원 중 이를 산술적인 비율로 나누어서 손해배상액을 계산하였다. 그러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기계적인 계산법을 취하지 않고 전체 음악에서의 기여율을 40%로 산정한 뒤에 추가로 인정된 피고의 이익금(피고 음악저작물의 해외저작권료)을 더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였다. 그 결과 피고의 손해배상액은 5693만710원이 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 1. 23. 선고 2012나24707판결). II.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 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저작권법이 정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 중에 창작성이 없는 표현부분에 대해서는 원 저작물에 관한 복제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음악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원 저작물 전체가 아니라 그 중 일부가 상대방 저작물에 복제되었다고 다투어지는 경우 먼저 원 저작물 중 침해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창작성이 있는 표현인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법리를 설시하였다. 이는 새로운 법리는 아니다. 이런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원고의 음악저작물은 비교대상저작물 1인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호산나'라는 곡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원고 대비 부분에 가해진 수정이나 증감, 변경은 새로운 창작성이 더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써 원고 대비 부분은 창작성이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원고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기초하여 원고의 곡은 창작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의 저작권침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여 파기환송 하였다. III. 평석 1.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저작권침해사건에서의 창작성 판단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한 다수의 판결이 있었지만 이 사건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과 달리 원고의 음악저작물이 창작성이 없다고 보았다. 거의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커크 프랭클린의 곡과 이 사건 원고의 음악저작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1대1 비교를 통한 창작성 부인은 향후 저작권침해실무에서 창작성의 존부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가적으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 하여 대법원은 판단하지 않았지만, 손해배상을 인정한다면, 원심과 같이 피고 대비부분이 피고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비율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피고 대비 부분은 곡의 전반부에 배치된 후렴구로서 이를 반복함으로써 청중들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전체 곡의 성격상으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피고 대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비중과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율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 사건 원심은 40%의 기여율을 인정하였는데, 기본적으로 기여율에 대한 판단은 사실심 전권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2. 이 판결이 남긴 과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여러 과제를 남겼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 사건과 같이 1대1 비교를 통한 창작성 부정이 복수의 비교대상음악저작물의 유사한 부분들을 결합하여 피침해음악저작물과의 비교를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개별적으로 유사한 부분 즉,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의 결합과 비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그 결합의 한계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결합에 있어서 음악전문가의 관점에서의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요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창작성이라는 것은 음악저작물, 특히 상업적 음악저작물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고려하면 자칫 창작성이 쉽게 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점들에 대한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15-10-26
특별법우선의 원칙
-대법원 2014.7.16. 선고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 1. 서론 대법원 2014.7.16. 선고 2011다76402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대상판결은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 부과 외에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이 가능한가에 관한 판단이다. 당시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법률신문과의 인터뷰(2015.9.7.일자 법조라운지 B2면)에서 후일담으로 이야기한 내용이 이채롭다. 그는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출입이 쉽고 공연 보기도 좋은 특별관람석입장권(변상금 부과)을 제공했으면 충분하지 굳이 이에 더해 불편한 일반관람석입장권(민사소송)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권리의 과잉"이라며 "반대의견을 정성스럽게 썼어요. 다수의견으로 채택됐으면 했지만 다섯 분을 설득하는 것에 그쳐서 참 아쉽습니다"라고 했다. 2. 대상판결(2011다76402)의 판결요지 [다수의견]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 부과는 공권력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서 행하는 행정처분이고, 그 부과처분에 의한 변상금 징수권은 공법상의 권리인 반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국유재산의 소유자로서 가지는 사법상의 채권이다. 또한 변상금은 부당이득 산정의 기초가 되는 대부료나 사용료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서 부당이득금과 액수가 다르고, 이와 같이 할증된 금액의 변상금을 부과·징수하는 목적은 국유재산의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익의 환수를 넘어 국유재산의 효율적인 보존·관리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리고 대부 또는 사용·수익허가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하였지만 변상금 부과처분은 할 수 없는 때에도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성립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변상금 부과·징수의 요건과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구 국유재산법(2009. 1. 30. 법률 제94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1조 제1항, 제4항, 제5항에 의한 변상금 부과·징수권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법적 성질을 달리하므로, 국가는 무단점유자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징수권의 행사와 별도로 국유재산의 소유자로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반대의견] "행정주체가 효율적으로 권리를 행사·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서 간이하고 경제적인 권리구제절차를 특별히 마련해 놓고 있는 경우에는, 행정주체로서는 그러한 절차에 의해서만 권리를 실현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권리의 만족을 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국유재산 중 잡종재산에 관한 법률관계는 사경제주체로서 국가를 거래 당사자로 하는 것이어서 사법의 적용을 받음이 원칙임에도, 구 국유재산법 제51조는 잡종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해서까지 대부료의 120%에 상당하는 중한 변상금을 부과하고, 국세징수법의 체납처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이를 강제징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특별한 공법적 규율을 하고 있다. 나아가 구 국유재산법 제51조 제1항에 의하여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게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행정주체의 재량이 허용되지 않는 기속행위로서, 행정주체의 선택에 의하여 부과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와 관련하여 구 국유재산법 제51조에 의한 변상금 부과·징수가 가능한 경우에는 변상금 부과·징수의 방법에 의해서만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사용으로 인한 이익을 환수할 수 있으며, 그와 별도로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3. 부당이득금과 변상금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서 "국가는 무단점유자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징수권의 행사와 별도로 국유재산의 소유자로서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한 내용 중 '별도로 할 수 있다'라는 의미가 일반적으로 '범법자에 대하여 형벌권 행사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두 가지 다 할 수 있다면 국가는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한 자로 부터 국유재산의 사용료나 대부료의 2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형평성으로 보더라도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2197 판결을 참조했는데 그 판결의 '판결요지'는 "국가가 민법상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국유재산법 제51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이는 위의 두 가지 즉 변상금부과와 민법상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중 하나만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할 것이다. 그 판결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유재산법 제51조 제1항에 의한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한 변상금부과는 대부나 사용, 수익허가 등을 받은 경우에 납부하여야 할 대부료 또는 사용료 상당액 외에도 그 징벌적 의미에서 국가측이 일방적으로 그 2할 상당액을 추가하여 변상금을 징수토록 하고 있으며 그 체납 시에는 국세징수법에 의하여 강제징수토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부과처분은 관리청이 공권력을 가진 우월적 지위에서 행하는 것으로서 행정처분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 부과처분에 의한 변상금징수권은 공법상의 권리로서 사법상의 채권과는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국유재산의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국가가 민법상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는 경우 국유재산법 제51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4. 부당이득과 불법행위 부당이득반환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이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이다. 현 국유재산법은 제72조(변상금의 징수)에서 "① 중앙관서의 장 등은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재산에 대한 사용료나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한다"라고 했는데, 구 국유재산법 제51조의 규정(변상금의 징수)은 "①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국유재산의 대부 또는 사용·수익 허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이를 사용·수익한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재산에 대한 대부료 또는 사용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한다"라고 했다.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사용 하는 행위를 권원 없이 타인의 재산을 점유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득을 얻은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보면 부당이득이 되므로 그 이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둘 다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의 책임이라는 동일한 관계에 적용되는 법리이다. 같은 이치로 국유재산을 무단점유한 자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과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하는 것 역시 동일한 관계에 적용되는 두 가지법리이다. 5. 특별법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란 동일한 관계에 적용될 법으로서 일반법과 특별법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일반법은 특별법에 보충적으로 적용될 뿐이며, 특별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처럼 양자를 구별하는 실익은 법의 효력과 적용의 순서를 명확히 하는 데 있는바,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며, 상법 제1조의 규정처럼 특별법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일반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국유재산을 권원 없이 무단으로 점유 사용해 이익을 얻은 사안인 경우 국가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민법의 규정은 '일반법'이고, 국가가 변상금을 부과징수 하도록 한 국유재산법의 규정은 '특별법'이다. 그러하다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인 대상판결의 경우 다수의견은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015-10-08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되는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및 전개과정 원고(남편) 피고(아내)는 1976. 결혼하여 3명의 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한편 갑은 1998.경부터 소외 갑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다가 갑과의 사이에 딸 을을 낳았다. 을은 현재 미성년 상태이고 원고는 2000. 1.경 피고와 살던 집에서 나와 갑과 15년 동안 동거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과 원심(2심) 법원은 원고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2015. 6. 26. 공개변론 등을 거치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후 2015. 9. 14.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주된 이유와 반대의견 우리 이혼법제는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하고,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며,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고,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된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정리하여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며, 귀책사유에 대해서는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 및 재산분할 등에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상응한 책임을 물어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음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우선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사유로 6가지를 규정하면서 1호부터 5호까지는 유책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6호의 경우에는'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만 규정한다. 따라서 법률의 규정 태도로 봐서 1호부터 5호는 부부일방에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더라도 유책성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서 이혼을 허용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6호의 경우에는 유책성이 없더라도 혼인의 계속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봐야 한다. 혼인은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의 결합으로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를 부담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부부가 오랫동안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객관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의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에까지 강제적으로 혼인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려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제3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2) 대상판결은 스스로 혼인의 파탄을 야기한 사람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한다는 이유를 든다. 아마도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의성실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은 재산법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이고 고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가족법 분야에 있어서도 제한 없이 허용될 수는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까지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질적으로는 혼인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만 혼인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 과연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3)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인 만큼 유책인 남성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불허함으로써 여성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대법원의 취지도 유책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다는 과거의 도식을 그대로 전제하는 것은 물론, 상대배우자를 강제적으로 혼인관계에 묶어두어 형식만 혼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위자료 청구 등에 있어서 금액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4) 우리 법제가 협의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을 허용하는 길이 열려 있다는 판결이유는 경제력이 충분한 유책배우자의 경우에는 상대배우자의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어 이혼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경제력 유무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여부가 달라지는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유책배우자는 상대배우자의 어떤 요구라도 들어줘야 한다는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5)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는 가혹조항을 두어 파탄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며, 이혼 후 부양제도라든지 보상급부제도 등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에 비하여 우리는 그러한 제도를 두지 않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나 자녀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우리 법제의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양육비 청구 등을 현실화함으로써 상대배우자 및 자녀의 장래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위하거나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6)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중혼상태에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중혼상태를 사실상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혼상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혼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중혼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이혼 허용여부는 사실상 관련성이 없다. (7) 우리 사회가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 배우자는 상대방으로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여성의 사회진출이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거꾸로 유책배우자가 여성인 경우도 증가추세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여성이 유책배우자이고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대배우자로부터 이혼을 거부당하면서 형식상 혼인상태를 강요당하는 인격 파탄의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다. 4. 결 론 혼인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한다. 개인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기해서 누구와 혼인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해서 혼인관계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해소된 혼인관계가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허용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 유책배우자는 대부분 남성이라는 전제에서 여성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여성이 유책배우자인 경우를 상정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며, 현행법의 해석으로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의 현실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을 도외시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여성은 약자, 남성은 상대방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서 법률을 해석하는 것은 양성평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사실상의 이혼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이혼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더라도 상대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까지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법이 가혹조항을 두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15-10-05
발명특허 실시계약 체결 후 계약의 대상이 된 특허가 무효가 된 경우 이미 받은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는
1. 대상판례 가.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106577판결 배당이의 나.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본소) 주식양도 등 / 2012다42673(반소) 계약무효확인 등 다.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16985판결 청구이의 2. 사실관계 갑 회사는 등록된 특허를 보유한 회사이며 을 회사는 갑 회사의 특허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지고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는 회사이다. 또한 갑과 을 회사 사이에는 을 회사가 특허실시료를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매출 발생 시 매출액을 통보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전적인 위약벌을 지급하고 위약벌로 을 회사의 일부 주식을 갑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병은 을 회사의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은 가장채권자였다. 을 회사는 제3채무자 정에 대한 채권이 있었으며 갑과 병이 각 압류 및 추심명령, 전부명령에 근거하여 자신의 채권을 주장하자 정은 해당 채권 상당액을 공탁하였으며 배당이 이루어졌다. 배당표 상으로는 병은 갑에 대하여 선순위의 채권자에 해당하였다. 갑 회사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 하면서 을과 병 사이의 채권은 허위의 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였고 자신이 선순위 채권자에 해당하므로 갑이 배당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갑은 배당이의 사건에서는 금전적인 위약벌을 근거로 하여 위 채권에 의한 자신의 채권을 주장하면서 병의 가장채권을 주장하면서 선순위자이므로 갑으로의 배당을 구하였고, 주식양도 사건에서는 을 회사에 대하여 위약에 의한 주식양도를 청구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갑 회사의 주요 특허 부분과 관련하여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었고 따라서 갑은 특허와 관련한 어떠한 권리도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이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아가 을 회사는 갑 회사의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으며 무효된 특허와 관련한 나머지 특허들도 중요부분에 무효 사유가 있으며 특허실시 계약 자체가 무효이므로 갑은 을에 대하여 기존에 지급한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소를 제기하였던 사안이다. 배당이의 사건은 갑 회사 청구 인용, 청구이의 사건은 을 회사의 청구이의 기각, 주식양도 사건의 경우에는 갑 회사 청구기각(위약벌 지급 조건 충족 미비), 을 회사의 부당이득 반환 반소청구 또한 청구기각으로 2심까지 진행되었으며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었다. 3. 기존 학설 대립 및 대법원 판시사항 위 사건은 여러 쟁점이 있으나 특허무효 및 특허실시료의 반환에 국한하여 쟁점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가. 특허법 규정 특허법 제133조 제3항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 다만,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때에는 특허권은 그 특허가 동호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 나.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기존 통상실시권자의 특허실시료 반환 청구 가능성 여부(위 쟁점에 대하여는 법률신문 2008. 11. 21.자 '특허가 무효라면 특허실시계약은 어떻게 되나' 기사에서 법원 내부의 논의를 소개한 바 있다). (1) 논의의 전개 위 규정에 따르면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된 경우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특허실시료를 지급받은 경우 계약의 원시적 불능에 해당하여 무효 확정 이전에 받은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 있는지 논의가 있었다. ① 계약무효설: 특허가 무효로 확정된 경우 특허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므로 계약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 경우 실시권자는 이미 지급한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반환청구 가능하다. ② 계약위반설: 특허가 무효로 확정된 경우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이다. 이 경우 실시권자는 이미 지급한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반환 청구할 수 없다. 위와 같이 특허 무효가 발생한 경우 기존 특허 실시료에 대한 반환과 관련하여 부당이득 반환으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한 상반되는 견해가 대립되어 있었으며 위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없었다. (2) 외국의 논의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1982. 11. 29. 1980년 제2981호 부당이득반환 청구 사건에서 지불완료 실시료 불반환 약정이 있는 경우 계약 체결 전 교섭단계에서 착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기각한 바 있으며, 기지급 된 특허 실시료에 관하여 특허가 무효로 된 경우 선의의 수익자로서 반환의무만 있다고 한 사례와 악의의 수익자로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가 있다(이호천, '특허권의 무효에 따른 실시료 지급의무', 지식재산연구 제4권 3호, 36~37면). 미국의 경우 Lear Inc v. Adkins 395 U.S. 653, 677(1969) 사건에서는 특허 무효 시 미지급 실시료에 관하여는 그 지급의무를 부인하고 있으며, 기지급 실시료와 관련하여는 1997년 SGK 판결에서 특허가 판결에 의하여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까지 실시권자는 특허권자로부터 이익을 얻었으므로 과거의 실시료를 반환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한 사례가 있다(위와 같은 이호천 글 43면). (3) 대법원 판시 사항(대법원 2012다42666 판결 내용)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의하여 특허권자는 실시권자의 특허발명 실시에 대하여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그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특허권의 독점적ㆍ배타적 효력에 의하여 제3자의 특허발명 실시가 금지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허발명 실시계약의 목적이 된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특허 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특허를 대상으로 하여 체결된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그 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특허 무효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특허발명 실시계약 체결 이후에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었더라도 앞서본 바와 같이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원시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그 밖에 특허발명 실시계약 자체에 별도의 무효사유가 없는 한 특허권자가 특허발명 실시계약에 따라 실시권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 중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을 실시권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4. 판결의 의의 실무상으로도 특허무효가 확정된 경우 기존 특허실시료를 반환하였는지에 대해 혼란이 있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위와 같은 견해 대립과 관련하여 그 기준을 처음으로 설시하였는바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원칙적으로 특허 무효가 확정되면 특허 무효의 소급효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특허발명 실시계약은 이행불능에 빠진다(계약위반설의 입장). ② 다만 특허 발명 실시계약이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거나 특허발명 실시계약 자체에 별도의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③ 따라서 위와 같은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이미 지급받은 특허실시료는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 결국 위 판결은 원칙적으로 계약위반설의 입장에서 특허 발명 실시계약의 원시적 불능 내지는 특허실시 계약 자체의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허무효에 따른 기존 실시료의 부당이득 반환을 부정하여 계약 위반설의 입장에 있다. 계약위반설의 가장 큰 논거는 특허가 유효인 상황에서는 제3자로부터 배타적인 권리를 보유할 수 있으며 특허실시권자 또한 위와 같은 특허권의 효력에 근거하여 이익을 향수할 수 있었으므로 특허권자가 얻은 특허실시료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논거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계약 무효설에 의한 경우 특허실시권자는 특허의 효력에 근거하여 기존의 배타적을 이익을 얻고 있었는데 특허 무효라는 사정으로 또 다시 실시료까지 반환 청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민법상 부당이득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견해라고 생각한다. 결국 위 판결은 기존 특허의 효력으로 인하여 특허실시권자 또한 이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특허권자의 실시료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으며 부당이득의 본질에 보다 충실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5. 결어 위 각 사건의 경우 배당이의, 청구이의 사건은 갑 회사가 모두 승소하면서 대법원에 계류되었던 사건이며 주식양도 및 계약무효 사건은 갑 회사가 패소 부분이 존재하면서 대법원에 계류되었던 사건이었다. 또한 여러 특허에 근거한 특허 실시계약 중 주요 특허 부분이 무효 확정되면서 갑 회사가 을 회사의 특허실시료 미지급 및 매출공개의무 위반으로 위약금 청구가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다투어졌던 사건이다. 이 사건 각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2015-10-01
집회 및 시위 제한 통보의 적법 여부, 단순 참가자에 대한 처벌 기준
1.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건설노동자로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최한 희망버스 시위에 참석하여 소속 조합원, 대학생 등 2500여명과 함께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에서부터 독립공원까지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하였다. 당시 금속노조는 차로를 포함한 인도에서 행진을 하겠다고 집회 신고를 하였으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행진하도록 조건을 붙여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하였다. 그러나 통보서는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무실 우편함에 넣어두고 왔다. 피고인은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가) 1심 판단 서울중앙지법은 왕복 8차로 가운데 편도 4차로를 점거해 행진한 것은 한쪽 방향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반 교통방해죄를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8. 14. 선고 2012고정1151). (나) 2심 판단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편도 2개 차로를 넘지 말라는 집회 제한 조건이 주최 측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집회 참가자에게도 이런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신고된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2. 11. 9. 2012노2902). (다) 대법원 판단 경찰이 주최 측인 금속노조 조직국장에게 전화로 통보서의 내용을 알리고 전달방법을 문의하였는데, 동인이"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말하여 그곳 노조 사무실 우편함에 통보서를 투입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사회 통념상 통보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통보서는 주최자인 금속노조에 적법하게 통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심이 통보서가 적법하게 전달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 하였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도14625). 2. 대법원 판결 취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집시법'이라 한다)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는 직접 집회나 시위 자체를 금지ㆍ제한하는 효과가 있으나, 집시법 제12조 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는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인 것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아니하므로, 시행령 제12조에 따른 교통조건 통보의 경우에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의 송달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통보 방법이나 경위, 수령인과 주최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주최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비록 집시법 제8조에 따른 금지 등 통고서의 송달 방법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교통조건 통보로 보아야 한다. 3. 평 석 (1) 집시법 제8조의 금지 등 통고의 송달 방법과 제12조의 교통조건 통보 방법상 차등을 두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제 8조에서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관한 규정을, 제 12조에서 교통소통을 위한 금지·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제8조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을 할 경우"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서면으로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제4항)"라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7조, 제3조는 '주최자가 단체인 경우 대리인이나 단체의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개인이라면 세대주나 가족 중 성년자에게 전달'하도록 구체적인 전달 대상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거나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을 할 경우에는 시행령 제12조 제2항에서 "서면으로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최자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2조에 따라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 별도로 시행령에서 금지통고 방법을 규정하지 않은 것은 법 제8조에서 '제12조에 따라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는 제 12조 아닌 제8조에 따라 금지통보를 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제8조 제1항 제3호). (이 부분에서 무슨 숨바꼭질 하듯이 복잡하게 법 규정을 찾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점은 유감이다. 법은 중학생 정도의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법원 논지대로라면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경우'에는 제8조에 따라 엄격한 전달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제한을 할 경우'에는 그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통보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차등적 법해석 적용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집회, 시위의 제한도 결국은 일부 금지로 볼 수 있으므로, 제한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과 금지 조건을 통고하는 방법에 차등을 두는 것은 너무도 작위적인 해석이다. 엄격한 통보절차와 완화된 통보절차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매우 모호하다. (2) 단순히 집회 또는 시위에 참석한 자에 대하여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집시법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금지된 집회 시위나 해산 명령에 위반한 경우 등 한정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제한 조건에 위배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실무상 집시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형법 제185조 '일반 교통 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로 인정하여 처벌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집시법상 처벌 대상인 주최자, 과격 참가자 등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비하여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으로 훨씬 중하다. 결론적으로 집시법에서는 배려를 해준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 오히려 무거운 형법을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처벌을 위한 법운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형법상 일반 교통방해죄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형법이 예시한 행위 즉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교통을 방해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할 것이다. 일본 형법상 우리 일반 교통방해죄에 해당하는 죄는 일본 형법 제124조 '왕래방해죄'인바 '육로, 수로, 교량을 파괴 또는 폐쇄하여 왕래의 방해를 초래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하여, 보호 대상(육로, 수로, 교량)과 행위(손괴 또는 폐쇄)를 한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 형법과 같이 '기타 방법으로'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어 처벌 범위를 단순 참가자까지 넓히는 것은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하여 문제가 남는다. (3) 경찰의 대처 방법에 대한 검토 집시법 제13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제1항) 질서 유지선을 설정한 때에는 주최자 또는 연락 책임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시행령 제13조 제2항에서 "질서유지선의 설정 고지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 장소의 상황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새로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는 집회 또는 시위 장소에 있는 국가 경찰 공무원이 구두로 알릴 수 있다"고 규정하여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법 제 24조 3호는 질서 유지선을 침범한 행위 등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따라서 관할 경찰관서장이 도로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 법상 규정에 따라 질서 유지선을 설정하고 현장에서는 필요한 경우 구두로 통보하면 법이 정한 제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집시법이 간단하고 확실한 대처방법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본 건처럼 제한 통고가 적법했는지 여부를 가리기위해 파기 환송심까지 네 번의 재판을 이어가고, 집시법 아닌 형법을 적용하는 번거로움을 초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판례 분석을 하면서도 경찰의 대처방법에 대하여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5. 결 어 대법원이 집시법 제 8조상의 금지 통보와 제 12조 제한 통보의 해석에 차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한 조건을 통보하는 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단순 참가자에 대하여는 집시법상 처벌 조항이 없음에도 법정형이 훨씬 무거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집시법상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참가자에 대하여는 처벌규정까지 마련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집시법 아닌 형법의 논리를 동원해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바람직한 집회 및 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 경찰의 대처 방법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2015-09-24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원칙적으로 '불가'… 예외사유는 '확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 568 전원합의체 판결- 1. 들어가면서 대법원은 1965년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엄격한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사건을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 등 7명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다수의견)이었고, 주심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반대의견)이었다. 2.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 원고와 피고는 1976년 3월 9일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원고는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여자와 동거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피고는 직업이 없고 원고로부터 생활비로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그나마 2012년 1월경부터는 원고로부터 생활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아니하며 원고와의 혼인관계에 애착을 가지고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3. 유책주의의 예외 대법원은 "상대배우자도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고 있는 경우 혹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그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전적인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할지라도 이를 인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1987.4.14. 선고 86므28 판결 등). 4. 이른바 '유책성 풍화론'을 적용한 판결 대법원은 가출한 처(A녀)가 기형인 혼외자를 출산한 후 이혼청구를 한 사례에서 'A녀와 남편의 혼인관계는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등 A녀로 하여금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남편의 책임이 경합하였다고 할 것인 점, A녀와 남편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A녀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A녀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A녀와 남편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관하여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이는 점, A녀와의 이혼을 거절하는 남편의 혼인계속의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여야 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A녀와 남편이 처한 현 상황에 비추어 이는 혼인의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관계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보이고, 남편의 혼인계속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A녀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참작하여 보면, A녀와와 남편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A녀의 유책성이 반드시 A녀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A녀와 남편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결함으로써(대법원 2009.12.24. 선고 2009므2130 판결) 유책주의의 완화하였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 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라도 재판상 이혼이 불가능할 경우 상대방에게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을 통하여 협의상 이혼(2014년 기준 이혼 중 77.7%가 협의상 이혼)을 할 수 있는 점, 이혼당사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부여되고 여성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었지만 파탄주의 입법례에서 두고 있는 가혹조항이 없고 이혼 후 부양 등 입법적조치가 부족한 점,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중혼에 대한 형사제재가 없는 점, 우리사회에 여전히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민법 제840조 6호 이혼사유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아니하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①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②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 전원합의체의 반대의견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라.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다수의견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되, 예외 사유(위 ① 내지 ③)가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예외 사유(위 ㉠ 내지 ㉣)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함으로써 간통죄 위헌판결 후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적 수용능력을 고려하면서도 경직된 유책주의의 예외를 사실상 확대함으로써 유책주의적 수요와 파탄주의적 수요를 절충한 제한적 유책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또한, 파탄주의를 지지한 반대의견도 이른바 가혹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위 ㉠ 내지 ㉣)를 제시함으로써 파탄주의로 전환되더라도 종전 혼인과 가족제도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반대의견도 상당부분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7. 사견(이혼 후 부양)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현행 민법상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견으로는 현행 민법 하에서도 민법 제826조 1항과 제977조의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이혼 후 부양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해소 전에 부부사이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이혼 후 부양'에 관하여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협의이혼을 하면서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 명목 또는 배우자의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일정 기간 금전을 지급하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판상 이혼절차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많다.
2015-09-21
용역업체 소속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는 파견 근로자인가?
(서울고등법원 2015. 7. 1. 선고 2013나2015966 판결과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5년 2월 26일 근로자파견과 관련하여 KTX 여승무원 사건 2건, 현대자동차 사건, 남해화학 사건 등 총 4개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5개의 근로자파견 판단기준을 설시하였다(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위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하 '대상판결')이 선고되었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살펴보고, 유사한 사실관계 하에서 선고된 다른 대법원 판결과의 비교를 통해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기준의 실효성에 대해 살펴본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들(22명)은 용역업체 A, B 소속으로 대부분 피고의 임원 전속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근무지가 변경될 경우 피고와 A, B가 체결한 용역계약의 관할 구역에 따라 A에서 B로, B에서 A로 소속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들도 있었고, 원고들과 동일한 임원 차량 운전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므로 피고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고,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원고들을 사용하여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 및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였다. 나.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할 담당 임원을 결정하고 소속 회사까지 변경하게 하는 등 근무장소와 업무의 배치ㆍ변경에 관한 일반적 권한을 가진 점, 피고가 직접 원고들에게 운행구간, 운행시각 등을 정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원고로부터 직접 근태, 운행실적, 사고 여부 등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였다. ②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사실상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 ③ 위탁업무의 내용이 차량운전 외에 운행횟수, 노선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용역계약서에 포괄적인 규정까지 두어 업무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수수료 산정방식이 일반적인 위탁, 도급계약의 보수 산정방식과 다르다. ④ 피고가 차량, 업무수행에 필요한 제 비용, 사무실과 집기까지 무상으로 부담한 반면, 용역업체는 고유기술이나 설비, 자본 등을 투입한 바 없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가 직접 고용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고용의무발생일 부터 직접채용 시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손해액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했을 때의 임금 상당액이고,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사업주(피고)의 운전기사에게 적용되는 임금 상당액으로 보았다. 3. 검토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서 근로자파견을 인정한 점에서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이론이나 그 외의 특별한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대법원은 대상판결과 거의 유사한 사안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61401 판결.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1심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13. 12. 20. 선고 2012가합2067 판결)에서 인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였으므로, 아래의 내용은 1심 판결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이 판결(이하 '방송사 판결')은 방송사의 임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방송사 판결은 그 결론이 다른데, 결론을 달리할 만큼의 사실관계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방송사 판결은 운전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용역업체 현장사무소 직원 4명이 차량 배차 등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송사 판결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는 피고 직원이 직접 차량에 탑승해야 구체적인 행선지, 이동거리, 대기시간을 알 수 있어서 사실상 구체적인 배차는 피고 직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는 대상판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방송사 판결에서는 대상판결보다 파견 관계로 추정될 사실관계도 존재하는데, 용역계약이 종료된 후 기존 운전자들이 새 용역업체로 소속을 변경한 점, 임원 차량 운전자의 경우 용역업체가 후보 운전자를 3~5배수 선발하면 그 임원이 직접 운전자를 선정한 점, 피고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한 점, 피고 직원이 운전기사에게 피고 업무를 지시한 점, 원고들이 직접 피고로부터 회식비 지원받은 점, 원고들이 피고의 체력단련실ㆍ구내식당을 이용한 점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은 '승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운전업무의 특수성 때문이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ㆍ명령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운전업무의 특성상 피고 임원들이 원고들에게 개별적인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것'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조차도 그 실질적인 기준이나 결론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이다. KTX 여승무원 판결에서도 원심에서 인정한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하고 결론을 달리하였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판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나, 판결을 통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일종의 형성적 판결에 해당하므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특히, 계약 관계가 단순히 도급이 아니면 파견으로 양분하기 어려운 비전형 계약이 상당히 존재하고, 사업의 특성상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도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불법파견의 문제는 실무상 그 기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법원(법관)의 주관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① 법원이 현실적이고 더욱 구체적인 파견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 ② 파견 대상 업종을 확대하여 적법한 파견 제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③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물론 위 3가지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살펴본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 소속 운전기사들과 동일한 운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전합 판결에서는 제3자 사업에 실질적 편입 여부 판단의 예시로 ①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② '직접 공동작업'을 할 것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피고 운전기사들과 같은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거나 피고 운전기사들이 결원이 발생할 때 원고들이 그 업무에 투입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피고 운전기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만으로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이 일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아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전형적인 도급계약보다는 도급, 위탁, 위임 등 여러 성격이 복합된 비전형 계약이 더 많이 체결된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파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양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과 달리 판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될 적극적인 점이 입증되어야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다른 판례{방송사 판결, KTX 여승무원 판결, 인천국제공항공사 판결(대법원 2013. 7. 15. 선고 2012다79439 판결)}에서는 수수료 산정방식이 전형적인 도급계약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근로자 파견의 인정 근거로 삼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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