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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후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와 같이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1. 사안의 요지 A는 부산 부산진구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분양 사업의 시행자이다. A는 2003. 3.경 B를 시공사로 선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피고를 포함한 18업체에 공정별로 하도급을 주었다. B는 2005. 10.경 기성고율 92.41% 상태에서 부도가 났다. 피고는 공사비를 직접 부담하며 2006. 7.경 공사를 모두 마쳤고 2006. 12.경부터 위 주상복합 아파트 제1305호(이하 “본건 부동산”)를 포함한 6세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A는 2006. 2. 23.경 본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다. 이후 2010. 3. 12. C, 2013. 2. 23. D, 2013. 6. 28. F, 2018. 5. 21. 원고 순으로 본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이루어졌다. 한편, 피고는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 A, C의 동의 없이 G에게 본건 부동산을 무단 임대하였다가 2012. 2. 4.부터 다시 본건 부동산을 직접 점유하였다. 2. 본건의 쟁점 본건의 쟁점은 2018. 5. 21. 본건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2007. 10. 4.부터 2012. 2. 23.까지 이루어진 피고의 무단 임대행위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가 G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차한 것은 2007. 10. 4.부터 2012. 2. 3.까지이므로, 2018. 5. 21.에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원고에게는 위 사유로 인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9나46459 판결, 선고일자는 생략하였음, 이하 같음). 나.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과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고 난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다(민법 제324조 제1, 2항). 유치권자가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 등을 한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4조 제3항). 나. 채무자에 유치물 소유자도 포함되는지 민법 제324조는 “채무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유치물 소유자도 위 채무자에 포함되는지를 견해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민법 제324조 제2, 3항은 통상 채무자와 소유자가 동일한 경우를 예상하여 규정된 것일 뿐이고, 채무자와 소유자가 다를 경우에는 오히려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만이 사용 승낙을 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며 소유자도 민법 제324조의 채무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다94700 판결 참조). 다. 소유권 변동시 새로운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유치권자가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유치물을 사용, 대여 등을 하였으나 그 이후에 소유권의 변동이 발생하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얻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 사실을 알 수 없어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유치권자가 소유권변동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유치물의 사용 등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 소멸청구가 신의칙에 위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치권자는 종전 소유자의 승낙을 기초로 새로운 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원칙적으로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 라. 유치권소멸청구권의 발생 시기 민법 제324조 제3항은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리해석하면,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같은 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마.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채무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형성권(形成權)이다[민법 물권 제3권, 김용덕, 한국사법행정학회(2019. 5.) 제529쪽]. 다만 민법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법률에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는 민사상 형성권에 관하여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88다카25342 판결, 대법원 90다카4409 판결 등 참조). 이에 민사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10년이라 할 것이다. 한편 상사유치권의 경우 민법상 유치권 규정이 준용될 것이므로(상법 제1조) 상사유치권에 대하여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법상 형성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을 5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9다271661 판결). 상법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은 5년이라 할 것이다. 바.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1)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법률상 근거와 논리에 대한 의문점 대상판결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먼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와 논리가 무엇인가이다. 대상판결은 민법 제324조가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새로운 소유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민법 제324조의 입법취지가 될 수 있을지라도 이것만으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위반행위 당시 유치권자는 새로운 소유자에게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관계’란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물건 사이의 관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관계의 핵심은 권리와 의무인데 원칙적으로 권리와 의무는 상응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은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는 일방이 이를 위반하였을 시 그 의무의 수혜자인 상대방에게 해제권, 취소권,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권리를 인정한다. 본 사안에서 유치권자인 피고는 무단임대행위를 할 당시 원고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도 유치물에 대하여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었다. 앞서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2019나2006117 판결’은 소유자의 변경 시 유치권자로 하여금 새로운 소유자의 승낙을 얻도록 하였는데,이는 유치권자와 종전 소유자 사이에 성립되었던 권리의무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유권 취득시부터 유치권자가 새로운 소유자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위반행위 당시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의무위반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어떠한 법리에 의해 원고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2) 새로운 소유자의 유치권소멸청구권 취득방법과 이에 관련된 의문점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가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원시취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전 소유자로부터 승계취득이라는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아니하였다. 대상판결의 정확한 입장을 알 수 없지만,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한 때” 발생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때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원시취득)은 민법 제324조 제3항의 문언에도 반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제척기간은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민사) 또는 5년(상사)이다. 원시취득으로 본다면, 새로운 소유자는 소유권을 취득한 날에 유치권소멸청구권이 발생하므로 소유권 취득시부터 10년 또는 5년 동안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유자가 변경될 때마다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계속 연장되므로 부당하다. 그런데 승계취득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승계와 승계취득으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포괄승계는 당사자 지위 승계를 위한 유치권자, 채무자(또는 종전 소유자), 새로운 소유자 3인의 합의가 없거나 상속, 합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 지위 승계 등과 같은 법률상 근거가 없으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정승계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이전된다는 논리를 구성한다면, 먼저 형성권인 유치권소멸청구권이 특정승계 방식으로 양도가능한 지부터가 문제된다. 특정승계가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을 보면 무단임대행위 당시 소유자인 A, C가 양수인 D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의 양도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종전 소유자가 새로운 소유자에게 양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유치권소멸청구권이 승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3) 사견 대상판결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였지만, 민법 제324조 입법취지만 근거로 들고 있을 뿐 이외 다른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하여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물론 대법원이 대상판결이 기재하지 아니한 다른 법률적 근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324조 제3항의 해석상 유치권소멸청구권은 유치권자의 무단임대행위 등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무단임대행위 등 당시 유치권자와 새로운 소유자 간에는 아무런 권리의무관계가 없다는 점, 위에서 서술한 여러 가지 의문점 등을 고려하면, 새로운 소유자에게 유치권소멸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유치물
무단임대
유치권소멸청구
배상현 변호사(OCI홀딩스 주식회사)
2023-11-09
민사일반
채권양도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1. 사실관계 및 소송의 경과 피고(농협)는 2009년 5월 농산물 유통센터 신축공사에 관하여 A건설사와 총계약금액 249억원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계약서에는 'A사는 이 계약에 의하여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A사는 2010년 10월 B사에 공사대금채권 중 5억원을 양도하고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그 후 A사는 공사 중 부도처리되었고 회생절차를 거쳐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A사가 양도한 공사대금채권을 포함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는 공사대금채권이 B사에 양도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의 지급청구를 거절한다. 원심은 A사가 피고의 동의없이 공사대금채권을 B사에 양도한 것은 계약상의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로서 그 효력이 없으며 금지특약이 채권의 증서인 도급계약서 자체에 명시되어 있어 손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B사가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하여는 4인의 소수의견이 반대를 표시하였다. 2. 대법원의 판결 요지 [다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로서 1) 제449조 제2항의 '양도하지 못한다'라는 명시적 규정, 또 이를 전제로 해야 거래안전 보호를 위한 단서 규정의 해석도 자연스러우며 이러한 해석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인격적 연결과 채권자의 재산이라는 양 측면을 가진 지명채권의 본질과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다. 2) 채권관계는 물권과 달리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한 계약내용인 금지특약은 존중되어야 하고 당연히 허용되는 금지특약을 민법이 명문으로 정한 것은 그 효력이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미치도록 하려는 것이다. [소수의견]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도 채권은 양도인으로부터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고, 채권양도의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의사에 따라 채권양도의 효력이 좌우되지 않는다. 즉 양수인은 채무자에게 채무 이행을 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양도인이 아닌 양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그 이유로서, 1)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 간의 반대의사가 채권의 양도성 자체를 박탈할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금지특약의 효력은 제3자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채권적 효력설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한다. 2) 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므로(제1항) 금지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3) 채권의 재산권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어 채권자가 이를 처분하여 투하자본의 조기회수라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양도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의 이익을 형량해볼 때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위반책임을 물을 수 있고 채무자는 원래 이행하여야 할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불이익이 크지 않다. 3.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을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고 양 측의 보충의견까지 가세하면서 심도있는 논리들이 전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지면제한상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만 간략히 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다수의견의 입장에서 소수의견의 논리를 비판하고자 한다. 1) 흥미롭게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다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합의인 금지특약에 반해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하는데 비해 소수의견은 금지특약은 특약의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채권자와 양수인의 합의로 채권이 양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수의견대로 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가 단순히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만을 발생시키고 채권양도의 법률효과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다는 논리는 바로 채권의 양도라는 법률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형식논리이다. 예컨대 부동산을 이중양도하는 경우와는 달리 지명채권이란 채권 '관계'라는 용어가 말하듯이 당사자 간의 관계로서의 측면이 중요하고 또 장차 채무자의 성실한 이행으로서 완성되는 청구권이다. 이러한 채권의 처분에 대하여 물권의 처분이나 일반채무불이행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 민법이 근본적으로 물권과 채권을 구별하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2) 소수의견은 채권의 양도성이 원칙(제1항)이고 금지특약은 그 예외이므로 이는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성과 양도금지특약은 원칙과 제한이라는 관계에 선다고 보기 어렵다. 제1항은 채권의 양도성을 열어주고 넓혀 주어야 한다는 경제적·당위적 필요성을 선언하는 것이고 제2항은 다른 한편으로 당사자 특히 채무자는 사적자치의 원칙상 양도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성의 원칙에 대한 제한은 채권의 성질에 따른 양도의 제한일 것이고 양도금지의 자유라는 원칙에 대한 제한은 양수인의 보호 즉 거래안전을 위해 이루어질 수 있다.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는 당해 채권관계의 특성이나 관련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3) 채권양도의 세 당사자 간의 이익형량에서 소수의견은 양도성이 제한되면 무엇보다 채권자가 자산으로서의 채권의 활용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는 것을 강조한다. 또 양수인의 권리취득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증가시킬 것을 우려한다. 이에 비하면 채무자는 양도성이 인정되어도 그다지 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양도의 목적인 채권을 최종적으로 실현시켜야 할 채무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다. 채권의 상대방의 변경은 비록 인도채무나 금전채무라 하더라도 채권관계의 성질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채권자와의 관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점, 채권의 양도과정에서 채무의 이중변제 등 번잡한 법률관계에 노출될 위험, 새로운 채권자가 손쉽게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소송상의 분쟁에 빠질 위험 등 다양한 채무자의 고려사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에 비해 채권의 양도가능성과 그 제한이라는 점에서 보면 양수인은 독립적인 이익형량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 결과의 적용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공시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 채권을 신뢰하고 거래했다고 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을 근거도 없다. 이런 점에서 양수인의 악의와 과실여부에 따라 금지특약의 효력이 좌우되는 현행의 제도는 금지특약의 유효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매우 떨어지고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4. 결어 소수의견은 전체적으로 현대 거래에 있어 채권의 양도성의 확보가 대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양도금지특약에 채권적 효과만을 부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채권의 양도로 채무자가 더 불리한 처지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채권양도 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다. 채무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금지특약으로 정당하게 자신의 채권관계의 안정을 위해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고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예고 없이 날라온 양도통지서를 받고 전혀 새로운 채권자와 조우해야 하는 채무자의 당혹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본래의 채권자와의 사이에서 채무관계를 종결시키고자 하는 것은 채무자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제한하기 위하여는 이를 압도하는 거래상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이는 입법적으로 명확히 해결되어야 한다. 독일법에서도 민법에서는 채권의 양도금지를 유효한 것으로 선언하고 상법전에서 쌍방적 상행위에서 발생한 금전채권에 한해서 금지특약에 반한 채권양도를 유효한 것으로 보고 동시에 채무자는 여전히 양도인에게 급부할 수 있도록 한 것(제354a조)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다. 첨언할 것은 본 사안에서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채권자 측이 금지특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채무자에게 본래의 이행을 구하는데 대하여 채무자가 양도금지특약과 관계없이 채권이 유효하게 양도되었다며 채권자의 청구를 거절하고 있다. 이것은 금지특약의 효력과는 핵심 쟁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계약관계에서 채무자가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가 다시 본래대로 이행을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이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번복의 문제로 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한 다시 원래의 법률관계가 회복된다는 논리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그렇다면 양도금지특약의 효력을 둘러싼 방대한 논쟁의 적실성에 대하여 다소 의문이 드는 사안이다.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계약자유
채권양도
양도금지특약
민법
김동훈 교수 (국민대 법대)
2020-04-06
민사일반
주택·상가임대차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의 목적물 계속점유와 실질적 이득
1. 판결의 소개 가. 사안의 개요 ① 원고들은 2015년 2월 1일 피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보증금 5000만원, 월 차임 150만원(부가가치세 별도), 임대기간 2015년 2월 1일부터 2016년 2월 27일까지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위 점포를 인도해 주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는 월 임대료를 3회 이상 연체 시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이 있었다. ② 피고는 2015년 3월 3일 및 2015년 4월 7일 원고들에게 각 150만원을 차임 명목으로 지급하였을 뿐 그 외에는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③ 원고들은 2015년 12월 2일 피고에게 차임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지통고를 하였고, 위 해지통고는 2015년 12월 3일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점포에서 커피전문점 영업을 하다가 2016년 9월 28일 폐업신고를 하였고, 이후에도 이 사건 점포에 영업비품들을 그대로 비치하는 등 이 사건 점포를 계속하여 점유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목적물반환청구, 임대목적물 인도완료일까지 연체차임 지급 또는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 청구를 하였다. 나. 소송의 경과 ① 제1심 판결 : 청구 전부인용 피고가 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항변을 하지 않았고, 원고들의 청구는 전부인용되었다. ② 원심판결 : 청구 일부인용 1심 전부승소판결에 따라 가집행이 이루어져 2017년 9월 26일 이 사건 점포는 원고들에게 반환되었다. 피고는 2016년 9월 28일 이후로는 더 이상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보증금 5000만원에서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금원을 반환받을 때까지 목적물반환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동시이행항변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2016년 9월 28일 이후 피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계속 발생하므로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보증금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동시이행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③ 대상판결 : 파기환송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근거로 2016년 9월 28일 이후 피고가 더 이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여기에서 이익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 임차인이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사용·수익하지 못하였거나 임차인이 자신의 시설물을 반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2.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의 법리는 매우 간명하다. 임차인이 영업을 목적으로 임차를 하였는데 임대차계약 종료 후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영업에 필요한 자신의 시설물을 아직 반출하지 않고 임차목적물을 마치 창고처럼 활용한 경우에도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시(이른바 '실질적 이득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종전 대법원 판례 중에도 비슷한 판시를 한 것이 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45219 판결). 그런데 이러한 법리가 항상 타당한가? 임대보증금이 아예 없거나 연체차임 등의 공제로 인해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한 시점에서 임대보증금이 모두 소멸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동시이행관계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임차인도 위 판시에 따라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임대차종료 후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임차인은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단순 점유하는 경우에도 임대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사용·수익 '가능성'을 급부한 것이므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하면 임차인은 사용·수익 '가능성'을 급부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판례가 확립한 실질적 이득론은 동시이행항변권이 존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예외법리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임차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경우까지 임차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우는 것은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이행지체에 빠트리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법정이자 상당의 지연손해금과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 이익이 서로 맞비기는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여전히 불리할 수 있다. 3.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 : 필요조건? 충분조건? 다만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는 실질적 이득론을 적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사료된다. 임차인이 목적물을 단순 점유하거나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방편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으로 돌아가 임차인은 - 설령 목적물을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지 않더라도 -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가령 ① 임차인의 영업종료 시점 또는 임대차종료 시점 중 나중 시점에서의 잔존 임차보증금이 매우 소액이어서 임대인이 이를 지급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임차목적물에서 임차인이 영업을 종료한 후에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계속 인정함이 타당하다. ② 또한 임차인이 이전부터 계속 차임을 연체해 오고 있었고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이미 폐업을 하였으며 사업부도로 연락이 두절된 경우처럼, 설령 임대인이 보증금의 변제제공을 하더라도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을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시설을 반출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내버려둔 임차인을 굳이 보호할 필요성은 없다. ③ 또한 임차인의 연체차임 누적액이 이미 보증금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비록 임대인이 명시적으로 공제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에게 동시이행항변권이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실질적 이득'이 있는 경우에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겠다는 임차인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사료된다.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동시이행항변권의 존재를 이유로 임차인이 부당이득반환을 거부한다면 이는 동시이행항변권의 법률효과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생각의 확장 임차목적물을 단지 소극적·부수적으로 사용·수익하는 임차인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는 다른 쟁점에 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보증금이 있는 건물소유 목적의 토지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자기 소유 건물을 단순 점유하고 있는 경우 임차인은 건물이 놓인 토지를 단순점유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토지를 점유할 뿐만 아니라 사용·수익하고 있는 것인가? 임차인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수익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건물을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그 건물이 놓인 토지를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에 따라 토지에 대한 차임상당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 및 매매대금지급의무와 임차인의 건물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놓이고,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과 건물매매대금을 지급받기 위한 방편으로 '건물'을 '소유(+단순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차인의 토지 사용·수익은 소극적·부수적 사용·수익에 불과하므로 임차인은 토지 사용·수익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론은 토지 임대차에 관하여 보증금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판례는 건물 소유자는 그 건물이 놓인 부지를 점유하고 사용·수익한다는 명제를 일관되게 적용하여 토지임차인 겸 건물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긍정하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2389 판결, 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0535 판결).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와 관련하여 판례가 취하는 실질적 이득론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재고를 요한다. 최준규 교수 (서울대 로스쿨)
상가
임대차
임대료
최준규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12-12
민사일반
조세·부담금
워크아웃절차 진행을 위한 주식취득이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요지 ]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무상감자를 위해 주식을 취득한 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하고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하는 등 주식취득 경위와 목적, 워크아웃절차의 진행경과를 종합해보면, 주식비율의 증가분만큼 회사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석요지 ] 대상판결은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상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업에 대한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으로 평가될 경우 과점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 사실관계 A사는 전자부품제조 및 조립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소외 1은 A사의 대표이사, 원고는 소외 1의 처이다. A사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구조조정법’)에 따른 기업구조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다. 워크아웃 절차에서 A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A사의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등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고, 재무적 투자자이자 대주주들(이하 ‘투자자들’)이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특별약정 체결 이전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 등의 의안을 가결하였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위와 같은 협의회의 요구를 거부하자, 원고는 협의회의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을 우려하여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보통주 등(이하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였다. 이로 인해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 소외 1, 원고의 모친 소외 2의 주식보유비율은 59.96%에서 76.2%로 16.24% 증가하였다. 그 후 원고와 소외 1은 주채권은행에 주식포기각서, 주식처분위임장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장을 각 작성하여 교부하고, 협의회와 A사, 주채권은행, 소외 1은 주요주주 동의서, 경영권포기각서 등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며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은 즉시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특별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A사는 경영정상화에 실패하여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피고는 A사의 과점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여 주식보유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이유로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7조 제5항에 따라 A사가 소유한 부동산 및 차량 등 과세대상 물건의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원고에게 주식증가분(16.24%) 상당의 취득세 등을 부과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은 협의회에서 가결한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을 5: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직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함과 동시에 협의회와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협의회는 A사의 경영을 상시 관리·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 주식 비율의 증가분만큼 A사의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간주취득세 납세의무 제도의 의의와 취지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여부는 해당 주식 취득 전후의 제반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3. 평석 가. 관련규정 구 지방세법 제7조 제5항 본문은 ‘법인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기본법 제47조 제2호에 따른 과점주주가 되었을 때에는 그 과점주주는 해당 법인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구 지방세기본법(2013. 1. 1. 법률 제116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호에 정한 바와 같이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자를 말한다. 그리고 구 지방세법 시행령(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은 “이미 과점주주가 된 주주가 해당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여 그가 가진 주식의 비율이 증가된 경우에는 그 증가분을 취득으로 보아 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취득세를 부과한다. 다만 증가된 후의 주식 비율이 그 증가된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 5년 이내에 해당 과점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최고비율보다 증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취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간주취득세 제도의 취지 부동산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한 당해 법인에 부과하는 취득세는 그 법인이 실물부동산을 취득한 데 대한 과세이다. 그런데 간주취득세는 법인의 주식 등을 인수함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과세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의 과점주주에 대해 그 법인의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점주주가 되면 해당 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임의처분하거나 관리·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서게 되어 실질적으로 그 재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담세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다.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과점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 1명과 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친족, 그밖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소유주식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이때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위라 함은, 실제 법인의 경영지배를 통하여 법인의 부동산 등의 재산을 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하는 등의 권한을 행사하였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행사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두19501 판결). 그러나 실질과세의 원칙 중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는 간주취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입장에서 취득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주명부상의 주주 명의가 아니라 그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 등을 통하여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1두26046 판결). 그런데 구 회사정리법에 의한 정리절차개시결정으로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처분권 등이 관리인에 전속하는 경우에는 과점주주가 되더라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어 취득세 납부의무가 있는 과점주주에 해당한다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2누11138 판결). 그러나 경영권이 대표이사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로 사실상 이전되었다는 사정은 법인 내부의 경영권이 이동된 것에 불과할 뿐 지배력 행사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고, 또 부도가 발생하여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까지 하는 등 정상적인 회사 경영이 어려웠다는 사정도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될 뿐 법률상의 장애사유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5354 판결). 한편, 주식취득과 함께 지배권까지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면 주주나 과점주주가 되는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두24842 판결). 그러나 주주권의 실질적 증가 없이 주식취득의 형식이나 외관만 갖추고 있다면 사법상 주식취득의 효력이 발생한 때에 곧바로 과점주주로서 납세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의 원심은 구조조정법에는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약정체결을 강제하거나 주주권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워크아웃절차 진행은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과점주주가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주식취득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주식포기각서의 제출 등 그 후의 사정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구조조정법에 주주권행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식취득 전후의 제반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 법률상 절차 내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지배와 관련 없이 주식을 취득하고 그 후 주식취득의 목적이 실현되었다면 간주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주식비율의 증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간주취득세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고 있다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법률상 주주권 행사제한 여부는 물론 주식취득 전후 제반사정까지 두루 살핀 것은 타당하다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2008두8499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 따라 주식취득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 없는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과점주주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지방세법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당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시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대상판결이 지배권의 실질적 증가의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대상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간주취득세 납세의무자를 부담하게 될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워크아웃
취득세부과처분
과점주주
김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조앤김)
2018-12-27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와 조세회피목적 부존재 증명의 정도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51689 판결 - 판결요지: 연대보증인 교체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이 이루어졌고, A 회사가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으며,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고, 명의신탁자들과 명의수탁자들이 친족관계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 당시 원고 등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평석요지: 조세회피목적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종래 대법원은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조세회피목적 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1. 사실관계 원고와 그 배우자 甲은 2008년 5월 甲이 대표이사로 있던 A 회사의 발행 주식을 乙(원고와 甲의 자녀), 丙(甲의 누나), 丁(甲의 사촌동생의 배우자)에게 명의신탁하고 명의개서를 마쳤다. 피고는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2012년 7월 명의수탁자들인 乙, 丙, 丁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원고와 甲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① A 회사가 실제로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향후 배당가능성을 고려하면, 원고와 甲은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다. ②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은 조세를 체납하고 있었고, 주식을 양도한 외관에 의하여 과점주주 및 제2차 납세의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③ 설령 원고 주장의 강제집행 회피,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한 경영상 필요 등 여러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명의신탁 당시 원고와 甲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와 甲이 명의신탁을 하게 된 것은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연대보증인을 甲에서 乙로 교체하는 등 A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② 명의수탁자들은 원고 및 甲과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A 회사는 한 번도 이익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고, 명의신탁 전후로 주주의 수, 지분율 구성에 큰 변화가 없으며, 甲에게 이미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하였거나 원고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가 이미 부도처리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들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어 그 세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3. 평석 가.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에 있어 조세회피목적의 의의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해서는 그 본질이 행정벌인데 세금 형식으로 부과된다는 점, 명의신탁을 통하여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비난가능성도 적은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그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만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결정). 결국‘조세회피목적’은 위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 증명에 대한 판례의 동향 당초 대법원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대부분의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이 배척되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누1532 판결,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3두4300 판결 등 다수).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은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 판결은“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단지 장래 조세경감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은 기존의 엄격한 입장으로 회귀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은 “명의자로서는 명의신탁에 있어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인정될 정도로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명의신탁 당시에나 장래에 있어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에 의하여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판결 이후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두24302 판결, 2011. 3. 24. 선고 2010두24104 판결), 대체로 납세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7두1933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두6988 판결 등 다수).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다. 대상판결의 입장 원심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위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의 판시를 인용한 다음,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비하여 대상판결은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등의 판시를 인용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차이 외에도 대상판결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흐름이 다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있어서 향후 배당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익배당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주의 구성이 명의신탁 전후로 유사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배당소득의 합산과세에 따른 누진세율 회피목적도 없다고 보았다. 이는 장래 배당의 가능성을 근거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결의 흐름과 분명히 구별된다. 라. 조세회피목적에 조세의 징수를 면할 목적도 포함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에서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체납세액이 있었다는 사정을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본 원심판결과는 달리,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을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세체납 등의 신용불량 사유가 발생한 상태에서 주식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함으로써 당초 집행가능하였던 재산이 은닉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대상판결은 이를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회피란 개념적으로 과세요건의 충족을 벗어나는 행위, 즉 조세의 확정을 회피하는 행위로 이해된다(이준봉, ‘조세법총론’, 삼일인포마인, 2016년, 106면 등). 따라서 조세 확정 이후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조세 징수의 곤란은 원칙적으로 조세회피라는 개념에 포섭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조세를 체납 중인 명의신탁자가 주식을 명의신탁하였다고 하여 이를 조세회피목적과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징수의 면에서도 체납자의 명의신탁은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조세의 징수에는 아무런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다. 체납자인 명의신탁자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재산의 보유 및 제3자에 대한 처분과정에서 발생하는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가 어려울 수 있지만, 체납상태가 아닌 명의수탁자로부터 이를 징수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 회피 여부가 문제되는 조세는 ‘해당 명의신탁재산과 관련하여(또는 이를 보유 및 제3자에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세’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무자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고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뒤 그 대금은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불가능하게 한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폭탄업체를 이용한 금지금 거래)에서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양자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4. 결어 대상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대상판결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두38621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대상판결이 단순한 1회성의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종래 대법원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는 ‘조세회피목적’요건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대상판결을 비롯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은 위 규정의 위헌성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증여세
조세회피
명의신탁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2017-10-11
조세·부담금
기존 지주회사가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된 경우 간주취득세의 면제 여부
-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두59713 판결 - 1.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은‘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된 지주회사가 새로이 자회사를 편입함으로써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에 따라 간주취득세가 면제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2. 사실관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춘 원고가 국내 회사인 A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기 위해서 2010년 10월 14일 甲 회사로부터 A 회사 발생주식 51%를 취득하였다. 원고는 A 회사를 자회자로 편입함으로써 동시에 A 회사의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었다. 이에 원고는 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에 따라 구 지방세법(2010. 3. 31. 법률 제1022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에 정해진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세가 면제된다고 보아 2010년 11월 15일 피고에게 A 회사 주식 취득에 따른 지방세 감면신청을 하여 간주취득세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A 회사 주식 취득은 구 조특법 제120조 제6항 제8호(이하‘이 사건 감면조항’)에서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 한다는 이유로 2015년 5월 18일 원고에 대하여 간주취득세를 부과하였다. 3. 판결 요지 지주회사를 간주취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이 사건 감면조항의 입법취지는 지주회사의 설립이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하여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로 설립 내지는 전환되었더라도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이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에 대하여 지주회사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이 사건 감면조항에 따른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지주회사가 사업내용을 지배할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이 편입하기 위하여 해당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지주회사 및 과점주주가 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 사건 감면조항의 문언과 아울러 지주회사에 대한 세제혜택의 취지 및 공정거래법에 의하여 허용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 유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내지는 전환된 지주회사가 계열회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그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의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도, 이 사건 감면조항에서 정하고 있는‘지주회사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평석 가. 이 사건 감면조항의 문언 내용과 다의적 해석 가능성 이 사건 감면조항은‘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거나 지주회사가 같은 법 또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지방세법상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에는 간주취득세 부과에 관한 지방세법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거나’의 의미에 관하여, 피고는 공정거래법에 따라‘처음으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함에 반하여, 원고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음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이미’지주회사였던 회사가 다른 자회사를 추가로 편입함으로써 그 자회사와 관계에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다른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면서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 가액의 합계액이 지주회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이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란 지주회사가 소유하는 주식이 특수관계인 중 최다출자자가 소유하는 주식보다 많거나 같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요건 등에 관한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문언적으로 보더라도‘최초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일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기존의 지주회사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그 자회사의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 사건 감면조항은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세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정하고 있는 세법 규정의 체계적 구조와 그 입법취지 및 입법연혁 등을 고려하여 과세형평에 부합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감면조항의 체계적 해석 (1) 입법취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대기업 집단은 그 소속 계열사들이 순환방식으로 출자를 해서 자본을 늘리는 소위 순환출자방식의 지배구조를 주로 이용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순환출자방식의 기업지배구조 아래서는 처음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대주주 개인이 적은 자본금으로도 전체 기업집단을 지배할 수 있게 되어 공동의 기업을 사기업화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순환출자구조 안에 있는 회사 가운데 부실기업이 발생하는 경우 순환출자 고리에 얽혀 있는 모든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연쇄부도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순환출자방식의 기업지배구조는 경제적 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구조 자체를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 등의 비판적 고려에서 도입한 것이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제도이다. 이에 정부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 순환출자구조에 있는 기업 집단에 불이익을 부여함과 동시에 지주회사에 여러 해택을 부여하였는데, 이 사건 감면조항도 지주회사제도로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하여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일정비율(50%) 이상 취득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간주취득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2) 체계적 해석 이 사건 감면조항의 입법취지와 그 문언 내용 등을 종합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한다면,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은 처음으로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미 지주회사가 되어 있는 회사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의 입법취지가 최초로 지주회사가 되면서 자회사를 보유하는 경우와 그 후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보유하게 되는 경우를 구분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해석하게 된다면, ‘a→b→c→d→a’의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H를 설립한 후 H가 a, b, c, d의 주식을 취득하여 이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H가 a의 주식을 취득하여 자회사로 편입하여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에는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에 따라 취득세를 면제 받을 것이나 그 후 b, c, d의 주식을 취득하는 때에는‘처음으로’지주회사가 되는 경우가 아니어서 간주취득세의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이 사건 감면조항이 지주회사의 설립과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서 도입되는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② 이 사건 감면조항 후단은‘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과점주주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에 간주취득세를 면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면조항 전단을 과세청과 같이 해석할 경우에는 자회사의 주식 50% + 1주를 단번에 취득하여 자회사의 편입과 그 자회사의 과점주주가 동시에 되는 때에는 간주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없으나, 자회사 주식 50%를 먼저 취득하였다가 추후 1주를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감면조항 후단에 따라 간주취득세 면제 대상이 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사실을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과세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이미 공정거래법에 따라 설립 내지는 전환된 지주회사가 계열회사 아닌 국내 회사의 주식을 일시에 취득함으로써 그 국내 회사를 자회사로 새로 편입하여 그 국내 회사의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도 이 사건 감면조항 전단이 적용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 5. 결론(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이 사건 감면조항의 전단에 관한 과세청과 납세의무자 간의 치열한 해석 다툼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하급심에 계속 중이거나 불복 단계에 있는 다수의 관련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추가로 자회사를 편입하여 과점주주가 되려는 기존 지주회사의 경영전략 확정 과정에서 그에 따른 세금 등 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과점주주
조세감면
간주취득세
2017-05-16
금융·보험
형사일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한 보증금이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8289 판결 - I. 대상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상 금전의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들이고, 201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24회에 걸쳐 채무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대출금액의 17%에 해당하는 돈을 보증금 내지 투자금(이하 '이 사건 보증금')으로 받았다. 피고인들은 원금상환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한 후에 보증금 170만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고, 채무자가 부도를 내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을 대출원리금에 충당하였다. 피고인들은 각기 독립된 3개의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고, 일부 피고인은 채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보증금에 이자를 더하여 반환하기도 하였다. 피고인들이 약정한 이자 자체는 연 24%이어서 대출당시 법정이자율이었던 연 39~49%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검사는 보증금을 이자로 계산하여 피고인들이 연 233% 내지 1013% 이자를 받았다고 보아 대부업법 제19조 제2항 제3호, 제8조 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보증금은 대부업자가 받은 이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보증금이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높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부업자가 채무자로부터 징수한 돈을 나중에 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약정이 대부업법의 제한 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그 징수한 돈은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된 이자로 보아야 한다. 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보증금을 일률적으로 간주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체당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하여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는데, 이를 '간주이자'라 한다(대부업법 제8조 제2항, 동법 시행령 제5조 제4항). 간주이자 규정은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부터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될 때, 2007년 신 이자제한법이 제정될 때까지 큰 변화 없이 이자제한에 관한 주요 조항으로 존속해 왔다. 우리 대부업법의 모델이 된 일본의 '貸金業法' 제12조의8에도 동일한 규정이 존재한다. 검사는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 대부업자가 수령한 것은 모두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정한 돈, 실제로 반환한 보증금까지 이자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대부업자가 대출금을 상환 받음과 동시에 채무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나 채무자가 대출금상환기일에 채무원리금에서 보증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에게 보증금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시점과 관련, 검사주장처럼 담보권설정비용, 신용조회비용 외에는 모두 간주이자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수령한 때 즉시 기수가 될 것이나, 보증금의 실질적 귀속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보증금 반환기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범죄성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명의 대부업자가 10건의 대부행위를 했을 경우, 10건의 대부행위를 하나하나 살펴 실제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행위만을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반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제한이자율 위반으로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한다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보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되어 대법원 판결취지에 반하며, 대부업자들은 이미 대부업법위반죄가 성립된 마당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이르게 될 여지도 있다. 또한, 대부업자가 애당초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였다면 보증금을 받는 순간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증금을 돌려주었는지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대부업법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의 성립여부를 대부계약 시에 확정할 수 없고 보증금 반환기일 이후에 보증금을 반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는 있다. 참고로, 대법원은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 범위 내에서 선이자를 공제하여 대부한 후 채무자가 대부기간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한 사건에서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선이자를 정산하였는지를 가려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였는바(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1258 판결), 범죄의 성립시점이 사후에 가려진다고 하여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대부업자는 취득한 이자에 비하여 초고율의 이자를 수령한 것으로 처벌된다. 대부업자가 1천만 원을 연 24%의 비율로 10일간 대출해주면서 보증금 170만원을 받은 경우, ① 대부업자가 이자로 취득한 금원은 6만5753원(=10,000,000× 24%×10/365)에 불과하나, ② 보증금을 이자로 산입할 경우 이자율은 644.5%(= 1,765,753/10,000,000×365/10×100)에 이른다. 대부업자가 사후에 보증금을 반환하더라도 이미 초고율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결국 보증금을 일괄적으로 간주이자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대부업법위반죄는 보증금을 받는 순간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부행위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보증금이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이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이자로 귀속되었을 여지가 많다고 판단한 이유는 ① 채무자들은 약정에 따라 거래의 최종종료일로부터 100일이 경과해야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연장 또는 추가대출로 거래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받을 수 없었고, ② 연장 또는 추가대출마다 투자금을 별도로 공제함으로써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대출원금보다 투자금이 많은 경우도 생겼으며, ③ 일부 채무자들은 투자금 반환일에 이르러 대부업자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하여 연락조차 취할 수 없었던 점 등 3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① 추가대출의 경우, 대출계정이 2개가 되므로 보증금을 추가로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② 연장대출의 경우, 피고인들이 대출금 상환기일에 채무자의 은행어음금채무를 대납함으로써 새로운 대출이 발생하여 별도의 보증금을 수령한 사정이 있었으며, ③ 대출원금보다 보증금이 더 많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채무자가 단기간에 대출·변제를 수차례 반복할 때에 한하여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이어서 신용위험이 높은 채무자로부터 추가로 보증금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으며, ④ 피고인들 중 일부가 대부업 운영기간 중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정황은 있었으나, 나머지 피고인들이 상호나 전화번호를 변경한 것은 명확하지 않았다. 생각건대, 소액?급전대출의 경우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대부업자는 물론 채무자들에게도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실제 우리나라 대부업 실태는 담보대부 보다 신용대부 비중이 훨씬 높다(2015년 6월말 기준 신용대부잔액은 10조4981억원, 담보대부잔액은 1조8420억원).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대부업의 특성상 대부업자는 일정비율의 보증금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고, 채무자는 부담이 크지 않은 보증금만 지급하고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부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형사적으로 대부업법위반죄로 엄벌하고, 민사적으로 채무자가 대출금 반환기일에 보증금을 공제한 잔액만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III. 결론 대부업자가 채무자에게서 징수한 금원 중 반환의사가 없거나 반환이 곤란한 금원이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자체는 타당하다. 원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법리해석에 있어 다른 판단을 했다기보다는 이 사건 보증금이 실질적으로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른 판단을 한 것에 기인한다. 대법원은 종래 대부업법상 간주이자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공증료(2009도11576), 중도상환수수료(2010도11258), 선이자(2012다56245), 중개수수료(2014다24785) 등을 간주이자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대부업자가 제한이자율을 회피하기 위해 탈법적 수단으로 이자를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대부업자가 약정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하는 경우와 같이 보증금이 대부업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간주이자 규정에 의하여 일괄하여 처벌하는 것은 대부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부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대부업자를 구분하여 대부업법위반죄 성립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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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2016-05-16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의 의미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약사이고, 피고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2006년 1월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의 기간 중 피고인 B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푸링 정제약 등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다음 처방전을 발행하고 피고인 A에게 전달하면, 피고인 A는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약을 환자들에게 배송하였다. 피고인들은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처방전 발급비용 상당과 수납 업무상의 편익 및 노무를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하였고(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 피고인 B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의료법 제17조 제1항)는 이유로 2008년 기소되었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와 피고인 B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는 부분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화 진료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도 커지는 점, 의료법 제34조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수준의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어 피고인 B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의료법 제18조 제1항이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 등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자신이' 진찰하였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동조 제2, 3, 4항, 동법 제34조 제3항 및 개정 전 조항과의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해석해 볼 때 개정 전 의료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III. 평석 1.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종래의 판례 A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甲이 乙의 B병원에서 진료한 후 乙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판결). 또한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는 환자를 진찰한 바 없고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환자가 말하는 상해년월일과 그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단서 등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하며 위 사실관계의 경우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 의사 자신이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판결). 위 판례들은 모두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은 판시하고 있으나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을 직접적으로 문제된 사안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직접 진찰'의 의미와 관련하여 그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에 관해서까지 판단을 내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견해 대립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상 대법원 판결의 원심, 대상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견해 이는 대상판결의 원심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취한 의견으로써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채 전화 진찰만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직접 진찰'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된다는 견해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도 유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고 처방하는 것은 법위반에 해당한다는 같은 견해를 취하였다. 이 견해는 ① '직접'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므로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하고, ② 전화 진찰은 문진 이외에는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③ 전화 진찰을 할 경우 상대방 확인이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④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상호간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다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한 것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명백히 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83결정).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이라는 견해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판결의 반대의견의 입장으로써 전화 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및, 동조 제2, 3, 4항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직접' 진찰은 '자신이' 진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동법 제34조 제3항은 '직접 대면 진찰'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3. 검토의견: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 대상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전화 진찰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다른 진찰이나 검사 등을 생략한 채 간단한 문진만으로 장기간 전문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살빼는 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 및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에게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면서(제33조 제1항),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으며(제34조), 나아가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의료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해서는 충분히 그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법원이 전화 진찰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2013. 4. 26. 선고 2011도 10797 판결에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돼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전화 또는 다른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3. 5. 1. 대통령의 주재 하에 개최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였는바,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2013-05-20
금융 투자자가 제기한 손배소송서 과실상계의 적정범위
1. 각 사건의 개요 가. 대상판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67261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9578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46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104999판결),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 나. 사건의 개요 (1)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이하 '이 사건 제1호, 제2호 펀드'라 한다)를 설정하여 그 수익증권을 발행한 회사이고, 피고 은행은 피고 자산운용회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위 각 펀드의 판매업무를 담당한 회사이다. 장외파생상품 투자신탁인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그 신탁자산의 대부분을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수익구조는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의 수익구조와 연계되어 있는데, 이 사건 제1호 장외파생상품은 112개 종목의 해외 특정 주식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롱숏 주식디폴트스왑(long/short Equity Default Swaps, long/short EDS) 포트폴리오와 담보채권을 주요자산으로 하여 손실부담순위에 따라 발행된 합성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다. 투자원금 중 만기에 상환되는 금액은 0%에서 100%사이에서 결정되고 상환금액이 얼마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초자산이 되는 112개 종목의 주가를 관찰함으로써 산출되는 '펀드이벤트 수'이다. 이 사건 제1호 펀드는 만기에 회수되는 원금액수와 상관없이 설정일로부터 만기일까지 연 6.7%의 확정수익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데, 2008.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기준가가 급락하면서 2011. 현재 심각한 손실율을 기록하고 있다. (2) 법원은 ①피고 자산운용회사가 작성하여 피고 은행 등 판매회사에게 배포한 이 사건 각 광고지나 Q&A자료 등에는 이 사건 각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반면 이 사건 각 펀드를 국민주택채권 등과 비교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대한민국 국채의 부도확률과 유사하고, 은행예금보다 원금보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로 강조하였고, ②피고 자산운용회사는 이 사건 각 펀드가 원금손실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이나 기타 여유자금을 연금식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를 판매하도록 하였고, ③피고 은행의 판매담당 직원들은 이 사건 각 펀드의 구조에 대하여 교육받지 않아 그 특성이나 위험성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주로 상품요약서 등을 활용하여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고수익상품으로서의 안전성만을 강조하였다고 인정하였다. (3) 이에 법원은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신탁의 수익과 위험에 관하여 균형성을 상실한 정보를 판매회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하였고, 피고 은행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 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는데, 이는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바, 자산운용회사와 판매회사인 피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다만, 대법원 2010다77613판결은 자산운용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 각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과실 가.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은 '투자자인 원고들은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여 펀드 가입시의 거래신청서 확인사항에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약관 및 투자설명서를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이를 교부받아 그 내용을 확인해 보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의 과실비율을 55%로 하였다. 나.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42 판결이 원고들에게 과실을 인정한 이유는 위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77613 판결과 사실상 동일하나, 다만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없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60%로, 이 사건 각 펀드 가입 전에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들에게는 과실비율을 70%로 하였다. 다. 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0다105259 판결 위 사건의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합95583판결은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없던 원고에게는 60%, 투자금액이 적고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 투자경험은 없으나, 투자금액 거액(4억원)인 원고에 대해서는 거액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신중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5%의 과실비율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 2009나112239판결은 투자금액은 고려대상으로 하지 않고, 투자경험이 없는 원고에게는 60%, 투자경험이 있던 원고에게는 70%의 과실을 인정하였고, 상고심은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편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하여 원심에서 인정한 과실비율에 위법이 없다 하였다. 3. 검 토 가.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투자자들에 대한 과실인정에는 일반사건과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의 특성을 투자자가 안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운용사가 투자설명서에 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거나, 판매회사가 투자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융상품의 투자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 투자자는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투자하는 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투자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를 게을리하였다는 이유로 큰폭의 과실상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은 투자자의 금융상품 투자경험의 유·무를 과실인정 비율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는데, 오늘날 판매되는 금융상품은 모두 각각의 특성(투자위험성과 수익구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종전에 금융상품 투자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에게 과실을 인정한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금융상품을 판매, 운용하는 곳은 대부분 은행, 증권회사 등 일반인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기관임에 비추어 판매사나 운용사가 투자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서 투자자가 해당 상품이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종전 투자경험 등을 이유로 과실을 인정해서는 않된다고 생각된다. 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투자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그 과실비율을 적게 인정한 아래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1) 서울고등법원 2010. 3. 31. 선고 2009나97606 판결(획책된 과실) 위 사건은 사망보험금과 적립금을 포괄하는 생명보험의 일종인 유니버설 보험(Universal Life Insurance) 또는 변액보험과 유니버설 보험을 결합한 변액 유니버설 보험(Variable Universal Life Insurance)에 있어서, 일반인들이 일반 정액보험에 비하여 보험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험기간이 장기간 또는 종신이며, 특히 변액보험은 정액보험과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음에도 계약자들은 보험자의 사회적 신뢰성을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계약자들이 이를 이해하여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자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계약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므로, 보험회사와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가 입은 손해(납입한 보험료 합계액과 수령한 해약환급금의 차액)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법원은 설명의무 또는 적합성의 원칙 등을 위반한 투자권유는 투자자로 하여금 경솔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투자자의 과실을 야기하는 속성을 가지는데, 이와 같이 야기된 투자자의 과실은 이른바 '획책된 과실'로서 권유자의 위법과 별도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서울고등법원 2011. 11. 11. 2010나3980판결(위 판결도 우리파워인컴 파생상품 투자신탁 제1호, 제2호 사건에 관한 것임) (가) 법원은 피고 은행과 피고 자산운용사가 원고들에게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 "원금손실 가능"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투자자에게 어떤 경고의 의미도 없으며,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실제 의미가 있는 것은 그런 원금손실의 이론적 가능성 '유무'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즉 투자수익에 비교하여 감수할 만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판단자료의 제공여부라면서, 일반 투자자가 이 사건과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에서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원금손실가능"이라는 경고는 무의미한 것이라 하였다. (나) 아울러, 피고 자산운용사가 작성한 투자설명서는 개별 주식들의 변동성에 대해 정통한 투자전문가가 검토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혀 추정할 수 없게 설명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위와 같이 불충분하거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정보만이 제공된 상태에서 단순히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기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피고들의 책임면제는 물론 제한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 책임의 제한에서도 이 사건 펀드는 위험성이 매우 높고, 금융파생상품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도 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 피고들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이 사건 펀드를 일반투자자인 원고들에게 정기예금과 유사한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그 가입을 적극 권유하였으며, 이 사건 펀드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투자설명서나 약관을 교부하지도 않았으며, 개인투자자인 원고들이 금융전문기관인 피고들의 설명과 권유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 자산운용사는 이 사건 펀드의 원금손실 가능에 관하여 불충분한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안전성을 불합리하게 강조하는 자료를 작성함으로써 원고들의 판단을 오도하였고 피고 은행은 전문적인 투자자에게나 적합한 매우 난해하고 위험성도 높은 상품을 퇴직자나 노령자, 생계형 저축자에게 적합한 매우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등 피고들의 고객보호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과실을 70%로 보았다.
2012-02-06
공사대금 양수금 청구 사건에서 피고의 공제항변 인정 범위
1. 서울 서부지법 2009가합15077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는 2008. 8. 6. 소외 효정건업으로부터 빌딩신축공사 중 골조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대금 29억 8001만원으로 정하여 하도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 하도급계약 특수조건에는, 제4조(공사대금지급) ① 본공사와 관련하여 소외 회사의 부도나 기성금 일부압류 또는 가압류발생시 피고는 하도급대금을 유보하거나 효정건업의 채권자에게 집행가능한도 내에서 직접지급할 수 있다. ② 노임체불이 확인되는 경우 피고는 기성채무액 한도내에서 노임을 소외 회사의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 제5조(직불 사전동의) ① 소외 회사는 전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피고가 근로자/시공참여자로부터 소외 회사의 미지급 채권신고를 받아 하도급대금에서 직접 지급하는 것에 사전 동의한다. ② 본 공사와 관련하여 현장노무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노임이 체불되어 분규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에는 피고는 체불된 노임을 직접 지불할 수 있다. 소외 회사는 2009. 9. 1.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2009. 8. 기성분 3억8백만원의 채권을 양도하고, 2009. 9. 14. 피고에게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그 후 피고는 소외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노임미불에 따른 작업자 농성 등으로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2009. 9. 30.경 현장노무자들에게 노임으로 1억3천406만7936원을 직접 지불하였다. 2. 노임직불조항과 채권양도에 따른 양수금 청구에서의 대항력의 법리 가. 채권양도에 관하여 민법 제451조 제2항은 「양도인이 양도통지만을 한 때에는 채무자는 그 통지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노임직불약정(조항)의 의의 ①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면, 건설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는 건설공사를 도급한도액이나 시공능력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제23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업자는 당해 공사중 일정 비율의 전문공사에 대하여는 해당 업종의 전문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건설산업기본법 제30조) 건설업의 대형화, 계열화를 도모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형건설공사의 경우 일반건설업면허를 가진 대형건설업체가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부문별 또는 업종별로 보다 소규모의 건설업체 또는 전문건설업체에게 하도급을 주어 실제 공사의 시공은 그러한 하수급인들에 의하여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② 하수급인은 그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서 발주자에 대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건설산업기본법 제32조) 그에 상응한 권리의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므로,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이 기성금을 받은 때에는 15일 이내에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 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상당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선급금을 받은 때에는 그 선급금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하수급인에게 선급금을 지급하여야 하도록 규정하는 외에(건설산업기본법 제34조)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바(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같은법 시행령 제4조), 이 사건 직불조항도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에 관한 위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각 조항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및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가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하수급인의 보호육성을 도모하고 있는 점, ③ 건설공사 등 부동산공사에 있어서 수급인의 보수채권에 관하여는 일정한 경우 그 목적물에 대한 저당권설정청구권이 인정되는(민법 제666조) 점, ④ 수급인은 도급공사대금과 하도급공사대금의 차액을 그 영업수입으로 하는 것으로서, 수급인이 위 영업수입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고용한 근로자의 임금은 위 영업수입을 초과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정상적인 경우라면 수급인도 위 영업수입의 범위 내에서 자금을 차용하든지 할 것이므로, 수급인에 대하여 임금채권을 가지는 근로자나 기타 수급인에 대한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는 위 영업수입을 수급인의 책임재산으로 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고, 그 실질에 있어서 하수급인에게 귀속되어야 할 하도급공사대금까지 수급인의 책임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하수급인의 재산으로 수급인에 대한 채권자가 만족을 얻도록 하는 셈이 되어 오히려 부당한 점, ⑤ 만일 하도급공사대금도 수급인의 책임재산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수급인이 부도난 경우 그로부터 하도급받은 하수급인들도 연쇄도산을 면할 수 없을 것이어서 하수급인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둔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각 규정 및 직불조항의 취지는 몰각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건의 직불조항은 단순히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 하수급인은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음을 규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직불조항에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에게 발주자에 대하여 직접 하도급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0083 판결 참조). 다. 노임직불조항에 근거한 공제항변의 인정범위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같은법 시행령 제4조는 저가낙찰공사에 해당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 등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어찌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0. 5. 30. 선고 2000다2443 전부금 판결에서, "전부명령에 의하여 피전부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집행채무자로부터 집행채권자에게 이전되고, 제3채무자는 채권압류 전에 피전부채권자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항변사유로서 전부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지급조로 직접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존재한다면, 도급인은 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상당의 공사대금에 대하여는 수급인에게 그 지급을 거부할 수 있고, 따라서 전부채권자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항변사유를 가지고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다음,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소외 주식회사 대영방수의 동의를 얻어 대영방수의 현장 근로자들에게 그 임금 상당액을 공사대금에서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원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피고에게 송달된 1998. 4. 11. 보다 이전인 1998. 3. 28.에 이루어졌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직접 지급 약정에 따른 지급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가 소외 대영방수의 근로자들에게 전부명령 송달 이후인 1998. 4. 11.과 1998. 4. 13. 지급한 임금상당액에 대하여도 그 지급으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라. 이 사건 서울 서부지법 대상 판례의 판시사항 위 사건은, 하도급인 피고가 "하수급인인 소외 회사와 사이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5조에 따라 공사현장 노무자들에게 노임을 직불하였으므로, 이러한 사유로 양수금 채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양도에 의하여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수인에게 이전하고, 채무자는 채권양도를 받은 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항변사유를 가지고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인바,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의 근로자나 납품업자 등에게 임금 또는 납품대금 지급조로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임금이나 납품대금 상당의 공사대금에 대하여는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양수인에 대하여도 임금이나 납품대금과 관련된 '노무의 제공이나 납품이 채권양도통지 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와 같은 항변사유를 가지고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0. 4. 27. 선고89다카2049 판결, 대법원 2000. 5. 30. 선고 2000다2443 판결 등). 또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별도로 직접 지급 요청을 하지 않거나, 적용되지 않는 경우더라도 단지 위와 같은 직불합의만으로도 하수급인이 발주자에 대하여 하도급 공사대금에 관한 직접지급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소외 회사와 피고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직불합의는 2008. 8. 6. 성립하였고, 그 후 2009. 9. 12.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 노무자들이 피고에게 노임을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하도급인인 피고가 2009. 9.말경 소외 회사의 노무자들에게 노임 합계 1억3천406만7936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9. 9. 1.자 이 사건 채권양도가 2008. 8. 6.자 직불합의 이후에 이루어진 이상 피고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2009. 9. 14. 이후에 위 노임직불합의에 따라 노무자들에게 실제 노임을 지불(2009. 9. 30.경 지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 지급채무는 위 1억3천406만7936원의 범위 내에서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4. 본 판결의 의의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와 서울 서부지법 하급심 판례에 의하면, 공사대금을 직접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채권양도 통지 이전에 이미 있었다면 그와 같은 약정의 존재만으로 양도통지를 받고 난 이후에 위 약정에 근거하여 현실적으로 금전을 지급한 이상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법리로서, 제3채무자의 공제 항변의 인정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사건은 제3채무자의 기대와 이익을 넓게 인정함으로써 제3채무자로 하여금 이중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형평의 원칙에도 지극히 부합하는 타당한 판례라고 본다.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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