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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준시기
(사실관계 및 대법원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은 2014. 9. 12. 사망하였는데, 자녀인 원고들과 피고가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소외 1은 1995. 5. 30.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1995. 5. 25. 증여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9. 11. 3. 이 사건 각 토지를 수용하였고, 피고는 2009. 12. 11.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용보상금 5,118,316,500원을 수령하였다. 2.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증여로 인하여 원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고 피고에게 유류분 반환을 명하였는데, 이를 산정함에 있어서 위 토지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 7,233,034,000 원으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하여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개시 전에 처분하였거나 수용되었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개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보아야 할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구) 1. 서론 대법원 판결에 찬성한다. 필자는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윤진수,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의 시기와 증여 가액의 산정 시점, 비교사법 29권 4호, 2022), 또 이 사건에 관하여도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이 의견서가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2. 종전의 판례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은, 유류분액을 산정함에 있어 피고들이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당해 피고에 대하여 반환하여야 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원고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당시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였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시점이 상속개시 전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또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3514 판결도 이를 재확인하면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반환할 가액의 산정 기준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와 반환의무자가 모두 가액반환에 동의한 사건이었다. 한편 대상결정과 같이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관하여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2065297 판결은, 상속개시 전에 증여된 부동산이 수용된 경우에 대하여,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반환하여야 할 증여재산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7헌바144 결정은,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되는 증여재산의 평가시기를 증여재산이 피상속인 사망 전에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는지를 묻지 않고 모두 상속개시시로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학설 이처럼 상속개시 전에 증여받은 목적물의 원물반환이 이미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기준시에 관하여는 몇 가지 학설이 주장되고 있다. 제1설은 유류분액을 산정하여 유류분 침해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1단계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 모두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설은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시가 기준이 되지만, 제2단계에서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게 된 때, 즉 처분시 또는 멸실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3설은 제2단계의 유류분 산정시에는 수증재산의 대상인 처분대가가 상속개시시에 갖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제2설과 마찬가지이지만, 1단계에서도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수증재산의 처분시 시가에 상속개시 시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 검토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수증재산의 가액이 변동하는 경우에, 그 변동의 이익 또는 위험을 유류분을 반환하여야 하는 수증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유류분권리자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후 유류분 반환이 청구된다면, 그 수증재산의 가액을 반환함에 있어서 목적물의 가치 산정은 수증재산을 처분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개시 전에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한 것이 상속개시 후라면, 유류분부족액을 산정하는 제1단계에서는 상속개시 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을 산정하고, 반환하여야 할 가액을 산정하는 제2단계에서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제2단계를 중심으로 하여 살펴본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 후의 수증재산의 가치 변동은 더 이상 수증자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항이고, 따라서 이로 인하여 수증자가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수증재산의 시가가 올랐다면, 그 오른 가격을 수증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프랑스의 문헌이 설명하는 것처럼, 증여에 의하여 받은 이익과 관계없는 것까지 청구함으로써 수증자를 파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불공정(injuste)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후 목적물의 시가가 떨어졌다고 하여 시가가 떨어진 시점의 가액만을 반환하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수증자가 수증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이를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만큼을 반환하는 것이 공평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처분이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졌을 때에는 처분 당시의 수증재산의 가액에 상속개시 당시까지 사이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 이는 수증자가 금전을 증여받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 된다. 반면 처분이 상속개시 후에 이루어졌다면, 이때에는 처분 당시의 증여 목적물 가액이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때 수증재산을 대가를 받고 처분하였다면, 통상적으로는 그 대가를 그 처분 시점의 수증재산의 가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도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이다. 즉 수증자가 재산을 처분한 후 상속개시 사이에 그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수증자나 기타 공동상속인들이 관여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인데, 그럼에도 상속개시시까지 처분재산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였던 수증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감소하면 그 감소분만큼의 위험을 유류분청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상속인간 형평을 위하여 마련된 유류분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를 한 다음 수증자에 의하여 처분되거나 수용되었다고 하여 그 재산의 시가상승 이익을 유류분 반환대상에 포함시키도록 재산가액을 산정한다면 수증자의 재산 처분을 제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필자의 표현(위 논문 279면)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6. 여론 대상판결에서 문제가 된 증여는 1995. 5. 25. 있었고, 상속 개시는 2014. 9. 12.이었다. 종래 판례(대법원 1995. 6. 30. 선고 93다11715 판결 등)와 통설은,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그것이 특별수익에 해당할 때에는 민법 1118조가 특별수익에 관한 1008조를 준용하고 있으므로,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1114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증여 시기를 불문하고 유류분산정의 기초재산에 산입한다고 보고 있다. 대상 판결도 같은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필자는 1118조로부터는 그러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유류분으로 인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다.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8-27
공공기관등 게시판 인터넷실명제 사건
1. 대상결정의 개요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자유토론 게시판’, ‘서울 동작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그 밖에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사·지방공단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각 게시판의 운영자들이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서 곧바로 의견을 게시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대상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다. 결정요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의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통해 책임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확보함으로써 해당 게시판에 대한 공공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며, 그 이용 조건으로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시판의 활용이 공공기관등을 상대방으로 한 익명표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닌 점, 공공기관등에 게시판을 설치·운영할 일반적인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적용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에 반해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재판관 4인)] 심판대상조항은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본인확인을 한 경우에만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고, 게시판에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표현의 내용과 수위 등에 대해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2. 평석 가. 인터넷실명제의 의의 및 연혁 인터넷실명제 또는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의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거나 자료를 등록하는 경우 또는 뉴스 기사 등에 대하여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서비스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가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글을 등록하거나 자료를 올릴 수 있게 하여 글의 작성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주요 연혁은 아래와 같다. 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사회적 기능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나 의견을 외부에 표명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더 잘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실명으로 표현되든 익명으로 표현되든 그 표현방식이나 표현방법은 의사표현자의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 등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를 중시하여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다. 대상결정의 한계와 입법론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익명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위 〈표〉에서 보듯이, 2012. 8. 23.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0헌마47등), 2021. 1. 28.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의무를 부과한 조항에 대하여(2018헌마456등) 각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은 이러한 익명표현의 자유 강화에 역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실명게시판 유지의 이유로 우선, 게시판에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가 게시될 경우 그 게시판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게시판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등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과 달리 본인확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본인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공기관등의 신뢰성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등이 설치·운영하는 모든 게시판에서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본인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게시판에서 표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심판과정에서 게시판 운영에 대해, 외교부는 실명제 폐지의사를, 경찰청은 실명제 유지의사를,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는 실명제이든 익명제이든 무차별하다는 의사를 각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인터넷의 동시성, 전파성, 시간·공간의 무제약성이라는 상황적 조건으로 인해 게시판에 위법한 내용이 게시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공공기관등의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이 추후 삭제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음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고 있는 공적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에 비하여 오히려 자기검열로 위축될 우려가 크므로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밝힌 것처럼 익명표현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더라도, 이는 관리자에 의한 해당 정보의 삭제,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 제3항), 위 정보를 게시한 이용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추궁 등의 방법을 강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여야지 익명표현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해서는 아니된다. 위 [표]에서 나타나듯,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중 게시판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선고한 것처럼 심판대상조항 역시 향후 2차, 3차결정에서 위헌으로 변경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계속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에는 위헌결정과 달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서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률적·필요적 실명확인제를 선택적·임의적 실명확인제로 개선함이 타당하다. 현행법하에서는 게시판을 익명제로 운영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 본인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김광재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3-07-08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재산의 귀속
1. 사실관계와 대법원의 결정 가. 사실관계 및 원심 결정 A는 B 등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1년 2월 16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11년 3월 31일 확정되었다. B는 아내인 C와 사이에 4명의 자녀들을 두었고 2015년 4월 16일 사망하였는데, 신청인들은 B의 손자녀들로서 B 사망 당시 만 18세 또는 만 10세였다. B가 사망하자 C는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7일 수리심판을 받았고, 4명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2015년 8월 3일 수리심판을 받았다. A는 B의 아내인 C와 손자녀들인 신청인들이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는 이유로 이들을 상대로 B에 대한 위 확정판결에 관하여 승계집행문 부여신청을 하여 2020년 2월 6일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신청인들은 B의 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였다. 원심인 부산지방법원은 신청인들이 B의 손자녀로서, C와 공동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이의를 기각하였다. 신청인들은 위 결정에 대하여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하였다. 나. 대법원의 결정이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민유숙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2. 연구 가. 종전의 선례 위 결정이 변경한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는 그 결론을 지지하는 견해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경우에는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하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최근의 문헌으로서 현소혜, 혈족상속인에 의한 상속포기의 효과, 비교사법 29권 1호, 2022 참조). 나. 다수의견의 근거 다수의견이 위와 같이 판례를 변경하는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법(이하 ‘민법’이라는 표기를 생략한다) 1042조는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1043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동상속인 중 상속을 포기한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고, 그의 상속분은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 귀속된다.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둘째, 종래 판례는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이 서로 다른 계통의 상속이라고 전제한 결과 1043조의 적용대상인 ‘다른 상속인’에서 임의로 ‘배우자’를 제외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해석의 전제는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하지 않고 배우자를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배우자 상속분을 다른 공동상속인의 수에 따라 연동하도록 한 우리 민법의 해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넷째, 종래 판례에 따를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다. 검토 다수의견에 찬성한다(윤진수, 민법기본판례, 제2판, 홍문사, 2020, 724면 이하 참조).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을 구분하고, 배우자는 1003조 1항이 정한 바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이 있다면 그들과 공동상속을 하여야 하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만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상 혈족상속과 배우자상속이 그와 같이 구별되어야 할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속 포기가 있는 경우 1000조와 1003조만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있는 자녀가 공동상속을 하였으나 배우자와 자녀 중 일부만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1000조와 1003조에 의하여 상속인이 결정된다면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자녀인 손자녀가 상속인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1043조에 의하여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들만이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서, 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상속인은 1000조, 1003조 등에 따라 정해지는 상속인을 의미하고,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은 위와 같이 종국적으로 정해진 상속인의 상속분이 법정상속분의 비율로 산정되도록 해당 상속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043조에서 말하는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이란 공동상속인 중 포기하지 않은 나머지 상속인을 의미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이제까지 이러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혈족상속인과 배우자상속인을 구분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 1042조, 1043조는 1962년 개정되기 전의 일본민법 939조 1항, 2항과 동일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본은 1962년 민법 939조를 개정하면서 1항(우리 민법 1042조에 해당함)을 “상속의 포기를 한 자는 그 상속에 관하여는 처음부터 상속인으로 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본다”라고 하고, 2항(우리 민법 1043조에 해당함)은 삭제하였다. 그리고 일본 최고재판소 1967(昭42). 5. 30. 판결(民集 21卷 4号 988)은 개정 전의 법이 적용되는 대상결정과 같은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배우자만이 단독상속한다고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개정 전의 939조 2항은 포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에 따라 그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본건에 있어서는 子가 전원 포기하고 다른 상속인으로서는 妻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포기자인 子의 상속분은 전부 妻에게 귀속하고 妻가 단독상속을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정당하다. 생각건대 위 조항은 동순위의 상속인이 있는 한 차순위 상속인(본건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의 孫)이 나아가 상속인으로 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민법에 있어서의 상속제도는 혈족상속권과 배우상속권을 별종 병립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조항의 명문에 반하는 논지의 견해는 채용할 수 없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상속 포기로 인하여 상속채무를 승계하게 된 손자녀가 다시 상속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를 몰라서 1019조 1항의 기간 내에 포기를 하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이러한 문제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할 이유가 없다. 라. 여론 다수의견은 “상속의 포기는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아가 상속인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 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는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시는 결론에 영향이 없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상속의 포기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에 의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그러나 상속인의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결론은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인적 결단’이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 위 2011다29307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윤진수, 상속포기의 사해행위 취소와 부인, 가족법연구 제30권 3호, 2016 참조).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윤진수 명예교수(서울대 로스쿨)
2023-04-29
군(郡)의 체육회장후보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과정수료'를 '경영대학원 수료'로 학력 기재한 것이 후보등록 무효사유인가
1. 사건 개요 피고는 사적 자치단체인 강원도 정선군 체육회이다. 피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1월경 초대 민선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 선거절차를 개시하였는데 후보자 D는 후보자 등록신청서의 학력 란에 'E중학교 졸업/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고, 이력서에는 'E중학교 졸업'이라고 쓰고 바로 아래 칸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하였다. 그런데 D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지 않았고, 정규학력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는 회장 후보자의 학력에 관한 자격 제한은 없고, 다만 선거관리규정 제16조 5항 2호는 '후보자 등록서류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 발견된 때'에는 그 후보자의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D는 회장에 당선되었는데, 다른 후보자이었던 A와 B가 D의 허위학력기재를 후보등록 무효사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이 규정하고 있는 목적에 반하여 후보자가 등록신청서에 최종학력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투표에 관한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E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D가 후보자등록신청서의 학력 및 경력에 'F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가 아닌 'F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한 것은 선거권자로 하여금 D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D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점, 결국 D의 행위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되어 후보자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 3. 쟁점 (1) 대법원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등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등 선거의 절차에서 법령에 위반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사정만으로 당해 선거에 의한 당선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와 같은 법령위배의 선거운동으로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에만 당선인 결정은 무효이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11837 판결)"라고 판시하였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라 함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는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8수5025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앞의 대법원판결들의 판시내용은 이 사건 대상 판결에서도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쟁점은, 당선자 D의 학력 허위기재 자체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하게 하여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결과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나아가 허위기재가 없었더라면 후보자의 등록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된다. (2)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선거관리 규정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판시한 바가 과연 앞의 대법원 판례들의 기준에 비추어 합당한 판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 먼저 피고가 선거관리규정에서 후보자등록신청을 할 때 체육회장 후보자격으로 일정한 학력, 예컨대 대학 학력 졸업 이상자로 명시해 놓았다거나 또는 정규학력을 기재하도록 명시한 경우라면 이는 선거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규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가 마치 대학 학력 이상의 정규학력자인 것처럼 허위로 학력을 기재한 것은 대상 판결이 지적하는 대로 선거관리규정에 바로 위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체육회장의 후보자격과 관련하여 특별히 학력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둔 바 없으므로 D의 행위를 바로 대상 판결의 판시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2) 다음으로, 후보자격으로서 학력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없는 경우, 이 사건에서와 같이 후보자가 허위의 학력을 기재함으로써 후보자 등록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선거권자들이 그 학력이 허위 기재임을 안 경우와 이를 알지 못한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① 선거권자가 허위기재임을 알고 투표한 경우라면 허위기재와 선거결과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무효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학력을 속이는 것을 알고도 그래도 좋다고 혼인한 배우자는 혼인 후에 학력을 속였다는 것을 이유로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없는 예와 같다. ② 문제는 선거권자가 허위기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표하여 그 결과 당선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중대한 사유'로서 당선무효가 될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을 보면 투표권을 가진 총 55명의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D가 29표(52.7%), 원고 A가 11표(20%), 원고 B가 15표(27.3%)를 각 득표하여 D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는데, 선거인단 55명 중 49명이 법원에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D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49명이라는 선거인단의 수는 낙선자 A와 B의 득표수를 합친 수 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웁고, 당선자 D에게 표를 준 29명보다 20명이나 넘는 숫자이다. 또 총 선거인단이 55명인 것에 비추어 절대 다수인 49명이다. 이들 선거권자 49명의 학력기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의 확인서는 후보 학력요건을 정한 바가 없는 이 사건 체육회장 선거에서, 선거권자들이 D의 허위학력 기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것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확인서를 제출한 선거권자들 가운데에는 이 사건 선거에서 A나 B에게 투표하고 D에게 반대한 선거권자들도 다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D의 학력 허위기재 그 자체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유가 되어 선거 무효사유가 된다는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은 수긍하기 어렵다. ③ 공직선거법에는 정규학력을 벽보에 게재할 것을 규정(동법 제64조)하고 있는데 후보자 등이 단순한 경력이나 정규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만으로는 처벌하지 아니하고, 그 허위사실을 일정 형식으로 공표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처벌(동법 제250조)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당선의 무효는 당선인이 당해 선거에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 죄를 범하여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 국한한다(동법 제264조).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정선군 체육회를 비롯한 전국 240여개의 지방체육회는 사적 자치단체로 되었으며 그 회장은 공직자가 아니다. 그런데 공직자 아닌 지역체육회장 후보가 단순히 학력을 허위기재한 사실만을 가지고 이를 바로 '중대한 사유의 기준'으로 보아 그 선거를 무효로 판시한 대상 판결은 사적자치단체장의 선거에 공직선거의 경우 보다 더 무거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결국 D의 허위 학력기재를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같은 평가를 하였다고 보여진다. 4. 평석을 마치며 필자는 대학에서 교수, 그리고 총장직 등에 재직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경제적 어려움과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정 정규학력에 이르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이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후 대학의 이른바 특별교육과정을 통해서 그들의 배움의 한을 푸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다. 이러한 사정으로 학력 또는 경력사항에 대학원의 정규교육과정이 아닌 특별교육과정을 정규교육과정을 수료한 듯이 표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도 보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학력 허위기재는 허위사문서 작성행위로서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 많은 대학이 운영하는 특별교육과정도 고등교육기관의 엄연한 교육과정이며 다만 정규교육과정이 아닐 뿐이고, 따라서 학력 란에 정규교육과정을 쓰도록 명시하지 않은 이력서나 경력서 등에는 예를 들어 대학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를 기재하여도 된다는 점도 여론(餘論)으로 적는다. 그들의 뼈저린 열망을 무시하고 차단하는 것 역시 정규학력을 거친 배운 자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마다 특별교육과정 수료생에게 총장, 또는 특수대학원장 명의로 수여하는 교육과정 수료증을 주고 동문회를 구성하고, 대학의 간행물도 보내주며 도서관, 전산실, 각 연구소 및 연구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우를 한다. 이런 점에서 특별교육과정 수강생들이 정규학력과정과 특별교육과정을 거의 동일시하는 오해와 혼동이 생길 수 있다면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으로서도 그 책임의 일부를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 대상 판결이 오랜 동안 대학원의 특별교육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눈에 우연히 띄어 판례평석을 쓰게 되었지만, 필자는 냉철하게 이 사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과 기타 법리들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며평석에 이르렀음을 밝힌다.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김숙자 명예교수(명지대 법대·전 배화여대 총장)
2022-05-05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수권규정의 법률유보원칙 위반과 법외노조 통보제도의 적법성
I. 대상판결의 개요 1. 처분의 경위 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교원노조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을 폭넓게 준용하고 있는데, 구 노동조합법(2020년 6월 9일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호 단서 라.목(이하 '본건 조항')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설립 당시부터 해직 교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취지의 규약을 두고 있었다. 피고 고용노동부는 2차에 걸쳐 원고에게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규약을 시정할 것을 명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하 ‘본건 시행령’)에 근거하여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본건 시행령이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 역시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이 각 별개의견을, 대법관 이기택, 이동원이 반대의견을 제기하였고, 대법관 박정화 등 5인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제시하였다.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인 단결권의 본질적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권한을 규정한 본건 시행령은 법률유보원칙 및 의회유보원칙 위반으로 위법·무효라는 것이다. 각 별개의견은 본건 시행령의 적법성을 인정하였으나,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였다. ① 대법관 김재형은 원고가 법률에 의하여 곧바로 법외노조로 '간주'되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법률의 효력을 집행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규정'으로서 적법·유효하나,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본건 조항을 합헌적으로 축소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② 대법관 안철상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에 따라 피고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처분을 철회할 권한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본건 시행령은 적법하나, 피고의 법외노조 통보에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은 본건 시행령 및 이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권리관계를 구체적·확정적인 것으로 선언하는 행정작용으로서 유효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본건 조항의 문언해석상 원고가 법외노조임은 명백하고, 노동조합법의 목적 및 처분의 경위를 고려할 때 헌법합치적 축소해석 등을 통하여 원고를 보호할 필요성도 없다고 보았다.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대상판결의 쟁점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다. 그 범위는 법외노조 통보의 처분성에서부터 해직 교원의 단결권이라는 헌법적 쟁점에까지 미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선결 쟁점인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을 종결하였고, 그 결과 사안의 실체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본건 조항의 당부 및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구체적 타당성은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만 다루어졌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각 의견은 모두 독자적인 의의를 지니나, 본 평석에서는 다수의견의 쟁점이었던 '법외노조 통보의 수권근거'에 한정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2. 법외노조 통보의 법률적 성격과 수권근거 다수의견은 법외노조 통보가 형성적 처분이라는 데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본건 조항은 정의 규정으로서 노동조합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고, 노동조합 지위의 변동은 행정청의 형성적 처분을 통하여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은 위 법률이 '간주 규정'의 형식을 취한 이상 원고의 지위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변동하고, 법외노조 통보는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권리관계를 통보하는 행정작용에 불과하다고 본다. 생각건대, 노동조합법의 문언 및 행정관청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후자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본건 조항에 의하여 원고의 지위가 직접 변동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곧바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의하여 종국적·포괄적인 법해석 권한을 위임받은 법원과 달리, 행정관청은 법률로써 위임받은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형성적 처분뿐 아니라 확인적 처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입법자는 행정관청에게 법률에 의하여 형성된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통보할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종국적 법해석자인 법원을 통하여서만 노동조합의 지위를 확인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행정관청의 처분은 그 내용이 실체적 법률에 합치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본건 조항이 '간주 규정'이라는 점을 근거로 본건 시행령의 수권근거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철회' 법리와 노동조합 설립신고제도 법외노조 통보가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각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에서 모두 등장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이므로, 피고는 원처분청으로서 그 효력을 사후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노동조합법 개정 당시 입법자에게 행정관청의 일방적 결정으로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자 하는 의사가 추단되는 이상 수익적 처분의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서는 학설의 대립이 있으나, 행정관청에 설립신고 반려 권한이 유보된 점(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행정관청의 심사권이 실질적 요건에까지 미치는 점(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두6998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는 확립된 판례이며, 행정기본법 제19조 제1항을 통하여 명문의 법률로 규정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법외노조 통보가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의 직권철회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은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적용하지 아니한 다수의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현재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가 사실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운용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 헌법적 정당성은 견고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노동조합 설립신고 제도는 결사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 제2항과 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 협약)'에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결권 보장을 위하여 설립신고를 '자기완결적 신고'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이렇듯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를 '수익적 처분'으로 단정할 헌법적 근거가 약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행정관청의 직권철회 권한까지 인정하는 것은 심대한 단결권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둘째, 노동조합 해산제도를 폐지한 뒤 대체 제도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노동조합법의 입법연혁을 볼 때, 입법자가 행정관청에 의한 사후적 지위 변동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단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셋째, 노동조합에 대한 사후적 심사 제도는 단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입법 절차를 통해 국민의 여론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사용된 수익적 처분 직권철회 법리를 원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근거 규정의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을 부정하고, 입법부에 대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지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충분한 숙고와 의견 수렴 없이 행정청에 의하여 임의로 형성된 제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를 가진다. 법원이 그 위법성을 지적하지 아니하였다면 법외노조 통보 제도 및 그에 내재된 위험성은 그대로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로 인하여 법외노조 통보 제도의 효력이 상실된 이상, 국회와 행정부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조합 사후심사제도를 새롭게 형성할 책무를 진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한 편의주의적 판단'이라는 각 별개의견의 비판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수의견은 행정관청의 사후심사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단결권을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곽신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2021-07-12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5. 선고 2018고합340 판결 -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7. 5. 10.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6. 11. 소속 정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고, 경선을 거쳐 8. 20. 소속 정당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고, 11. 25. 후보등록을 마친 후 12. 19.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되어 2008. 2. 25.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공범)이 2007. 1. 24.경부터 취임 전까지 수차에 걸쳐서 취임 후 금융사 회장 임명과 관련한 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검찰이 피고인을 특가법위반(사전수뢰죄)으로 기소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형법 제129조 제2항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주체를 최소한 ‘공무원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는 거친 자’로 한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 이전 시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을 사전수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6. 10.경부터 계속하여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007. 4.경부터 다소 지지율이 하락하여 2007. 8.경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으나, 결국 2007. 8. 20. 실시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까지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2007. 12. 20.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② 피고인은 2007. 5. 10.경 경선 및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 내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지율 1위를 달렸고, 2007. 8. 20.경 박근혜 후보에 승리하였다. 김백준은 이를 ‘경선만 통과하면 대통령이 되는 노마크 찬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라는 점을 들어, "비록 당시 거론되던 후보군 중에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1개월가량 떨어진 2007. 1. 24.경에는 대통령 취임의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적어도 2007. 7. 29.경에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 확정적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피고인의 대통령 당선을 상당한 정도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사전수뢰 범행이 이루어진 2007. 7. 29.부터 2008. 1. 23.까지의 기간에는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3. 평석 가. 판례의 법리 대법원은 사전수뢰죄의 주체성과 관련하여 일반론으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하여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 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6도472 판결 등)고 하여, 이른바 ‘개연성론’에 따라 검토해 왔다. 즉,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의 공사 사장, 선거(선출) 이전의 도시개발조합 조합장 등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른바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으면 ‘공무원의 될 자’로 판단해 온 것이다. 선거직 공무원과 관련된 대상 판례에서 법원은, "선거직 공무원의 경우 공직 취임의 개연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라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는지 여부, 당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상태가 아니었던 피고인도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학설의 태도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본죄의 주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학설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선거의 입후보자는 이른바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긍정설)와 입후보자 중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으로 주체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제한적 긍정설), 공직선거의 입후보자는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어 주체성이 없다는 견해(부정설)가 대립한다. 다. 검토 및 본 사안의 경우 (1) 사전수뢰죄의 ‘공무원이 될 자’라는 문언의 의미는, 보편적 언어감각으로는 공무원이 되기로 예정(확정)된 자 정도로 이해되며, 그렇게 파악하는 것이 보다 죄형법정주의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본죄는 비교법적으로 드문 입법례이며, 구성요건적으로도 예비죄적 성격이 있어 가벌성을 확장하는 해석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특히 특가법이 뇌물죄의 행위태양을 따지지 않고 수뢰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가중하고 있는 현실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실 판결 실무의 핵심은 사실 ‘개연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에 있다.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정도로 구획한다면 ‘고도의 개연성’은 ‘확실성’ 쪽에,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가능성’ 쪽에 방점이 찍히는 표현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될 자를 ‘공무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공모에 응하지도 않은 자,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은 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처벌의 흠결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완하는 것이 옳다. 선거직 공무원, 특히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책에 ‘출마’한 자라면 ‘공무원이 될 자’로 보아야 한다. 당선가능성이 아무리 낮은 자라 하더라도, 선거일정 개시 후 유력 후보의 유고나 기타 정세의 격변 등으로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입후보자’를 당선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본죄의 주체에서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당선 확정이 아닌 출마의 시점부터는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 피고인 당선 직전 선거에서 두 유력 후보가 있었다. 선거 5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약 13퍼센트였다(낙선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2달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격차는 거의 2배에 달했다. 당시에도 이처럼 선거와의 시간적 거리는 짧았고, 결과적으로 낙선한 유력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파악한 사람들도 많았다. 심지어, 당선된 후보는 선거 출마를 앞두고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여, 출마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경험은, 선거운동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선가능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일의 무의미함 내지 부적당함을 잘 드러내며, 제한적 긍정설과 판례의 태도는 여기서 한계를 보인다. (3) 대상 판례 사안과 같은 공직선거의 경우 이른바 잠룡, 예비후보자, 당내경선 참가자, 출마자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후보자에게도 본죄의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입후보자로 볼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유력 주자로 언급되는 시점은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당내 경선 절차는 보편적 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제외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정치 신인에게 공평한 정치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성을 따지기 위한 적절한 시점은 아니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출마의사의 확실성이 드러나는 시점인, ‘해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입후보자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이렇게 볼 때, 수뢰 시점에서는 예비후보이자 당내 경선 참가자였을 뿐인 피고인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전수뢰죄 주체성이 인정되는 것은 2007년 11월 25일경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공무원 자격을 얻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공개채용 시험, 공개모집 그리고 선거 등으로 충분히 유형화가 가능하다. 학설은 이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 만으로 주체성을 판단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법원은 명확성의 원칙과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고 하나, 진정신분범에서 보호법익의 문제는 ‘주체성’이 긍정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다. 대상 판결은 처벌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했다.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강성헌 변호사 (채헌 법률사무소)
2019-03-11
상가건물 수직증축의 요건
판결요지 상가건물 공용부분의 변경이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범위 및 대지사용권의 내용에 변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적인 공유물의 처분·변경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264조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와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평석요지 동 판결이 제시한 법리는 타당하다. 그러나 구분소유자와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동의가 없더라도, 상가건물의 증축 자체를 불허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즉, 상가건물의 증축은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용부분의 변경의 방식에 의하여 가능하나, 구분소유자와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동의가 있기 전까지 증축부분은 전유부분이 될 수 없고 공용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 1. 대상 판결의 개요 대법원은 증축 허가처분과 대수선 허가처분 중 증축 허가처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으로 환송하였는데, 여기서는 파기환송 된 증축 허가처분에 관하여만 평석을 하기로 한다.가. 사실관계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이하 '중구청장')은 당초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되어 있던 상가건물(이하 '이 사건 상가')의 옥상에 3개 층의 판매시설(시장 및 관리실) 1126.46㎡를 증축(이하 '이 사건 증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축허가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이 사건 건축허가신청에 반대하였던 일부 구분소유자들이 중구청장을 상대로 건축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판결의 요지 공유물을 처분 또는 변경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4조에 따라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2조는 집합건물을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으로 나누어 그 중 공용부분을 전유부분 외의 건물부분, 전유부분에 속하지 아니하는 건물의 부속물, 규약 등에 따라 공용부분으로 된 부속의 건물로 정의하고 있고, 제1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조항')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의 결의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민법상의 공유물 변경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이 집합건물 중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하여 일반적인 공유물과는 달리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의 소유권이나 대지사용권 기타 권리관계에 별다른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공용부분의 용도 및 형상 등의 단순한 변경에 관하여는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나 대지사용권 전원의 승낙이 없어도 관리단집회의 결의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관하여 합리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이용관계를 설정하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공용부분의 용도 및 형상의 변경이 그 이용관계의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서 집합건물의 구조를 변경하여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범위 및 대지사용권의 내용에 변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증축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증축에 대하여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관리단집회의 결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적인 공유물의 처분·변경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264조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와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2. 평석 가. 이 사건 증축의 법적 성질 집합건물의 증축신청에 있어서도 건축허가 신청인은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등 건축 관련 공법에서 정하고 있는 용적률, 층수제한 등의 공법적 규제사항을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증축한 부분을 장차 공용부분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증축부분을 구분소유로 하여 새로운 전유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증축을 추진할 것인지는 구분소유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허가신청자에게 전유부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만 증축을 추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증축은 이 사건 상가의 옥상에 집합건물을 증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건 상가의 옥상은 집합건물법 제2조 제4호에서 공용부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전유부분 외의 건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증축은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거나, 공용부분의 변경과 관련된 건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동 판결도 '공용부분에 집합건물을 증축하여'라거나 '공용부분의 용도 및 형상의 변경이 그 이용관계의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증축이 '전유부분의 변경'이 아니라, '공용부분의 변경'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증축이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범위 및 대지사용권의 내용에 변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동 판결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 즉, 구분소유관계의 성립은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 있는 건물의 신축 또는 증축만으로 부족하고 구분소유의사가 필요한데, 특히 집합건물의 증축을 통하여 새로운 구분소유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구분소유자의 전원 및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판시 사안의 경우, 집합건물의 증축을 통한 새로운 구분소유관계 성립에 필요한 구분소유자의 전원 및 대지사용권자 전원의 동의가 없었다. 따라서 증축부분은 구분소유건물(즉 전유부분)이 될 수 없다. 증축을 하더라도, 장차 증축부분에 관하여 구분소유를 성립시키는 데에, 구분소유자의 전원 및 대지사용권자 전원이 동의하기 전까지 증축부분은 공용부분으로만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증축부분의 법적 성질이 무엇이냐가 문제되는데, 이 사건 증축부분은 '전유부분 외의 건물부분'인 이 사건 상가 옥상의 변경의 결과로서, 집합건물의 일부이면서 전유부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집합건물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유부분 외의 건물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동 판결에 의하면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이 사건 증축을 추진한다는 점에 관하여 증·개축 연명부를 작성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은 관리단 집회에서 결의할 것으로 정해진 사항에 관하여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에 의한 합의가 있는 때에는 관리단집회의 결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증축부분은 집합건물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규약에 의하여 공용으로 된 부속의 건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소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집합건물법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규약에 의하여 구분소유부분도 공용부분으로 정할 수 있고, 제29조에 의하면, 규약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증축은 허가신청인의 의사의 내용이나 집합건물법의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전유부분을 증축하는 경우가 아니라 공용부분을 변경하는 경우임이 분명하므로 대법원이 이 사건 증축이 '전유부분을 새로 만드는 경우'라고 단정하여 증축 자체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나. 민법 제264조의 적용 가부 이 사건 증축이 전유부분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면 당연히 구분소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동 판결은 이 사건 증축이 '공용부분에 집합건물을 증축하여 전유부분을 새로 만드는 경우'라고 하면서도 '구분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근거를, 구분소유권의 성립에 관한 법리가 아니라 민법 제264조에서 찾고 있다. 대법원이 이처럼 이 사건 증축신청의 적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구분소유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공유물의 처분·변경에 관한 민법 제264조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사건 증축이 이 사건 규정이 통상 예정하고 있는 '공용부분의 용도 및 형상의 변경'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배척하였으나, 그렇다고 전유부분을 설정하는 경우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집합건물인 상가의 공용부분의 증축에 관하여 정작 집합건물법은 적용되지 않고, 민법 제264조를 적용한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집합건물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면 공용부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한다. 따라서 만일 이 사건 증축이 공용부분의 변경이 아니라고 한다면, 민법 제264조에서 규정한 공유물의 변경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반대로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면, 민법 제264조에서 규정한 공유물의 변경에도 해당하고, 다만 특칙인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증축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공용부분의 변경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민법 제264조에서 규정한 공유물의 변경에는 해당한다는 판시는 납득하기 어렵다. 3. 여론 이 사건 상가의 옥상에 관리실 정도만을 신축하거나 관리비에 충당할 목적으로 상가 2-3개 정도를 신축하는 정도는 관리단집회의 결의로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 사건 증축과 같은 규모의 증축을 공용부분의 변경절차에 의하여 허용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큰 규모의 증축 추진은 현재의 용적률이 관련 규정에 의하여 허용되는 용적률에 현저히 미달하고, 나아가 경제성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이 사건 상가는 '제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동대문 상가 중에서도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상가이다)가 아니면 추진되지 않을 것이므로, 남발될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 상가의 옥상에 관리단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지을 수 있는 건물을, 규모에 따라 소규모는 집합건물법이 적용되고 대규모는 민법 제264조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014-12-11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의 구별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바,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이다. 제1심은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인 원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예비적 청구도 기각하였다. 나. 판결요지 (직권판단)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항소심에서의 심판범위도 그러한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한다(파기환송). 2. 문제의 제기 - 이 사건 청구의 병합 형태에 관하여 실체법상 복수의 청구권이(때로는 조건적으로) 성립하는 경우에 소송경제와 모순저촉의 회피를 위하여 복수의 청구에 대하여 하나의 소송에서 함께 심판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청구 사이의 실체법상 관련의 모습을 반영하여 단순 병합, 선택적 병합 그리고 예비적 병합으로 구별하여 소송상 달리 취급하고 있다. 즉 병합 형태의 구별은 병합되는 복수의 청구 사이의 관련성의 모습을 실체법적으로 파악한 다음 그에 상응하는 소송법상 특정한 병합소송으로 취급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재판실무상 이 사안과 같은 청구의 객관적 병합의 경우에 그 병합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 두 병합에 있어서는 각각의 청구 모두에 대하여 원고가 승소판결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병합 형태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고, 나아가 그 구별이 틀린 경우에도, 청구를 모두 기각하거나 또는 하나만(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청구만) 인용하는 판단을 하는 경우와 같이, 판결의 결론과 그 이유 구성에 있어 그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사례도 있어 보인다. 이하에서는 병합 형태 사이의 특징적인 차이점과 이 사안에서의 병합 형태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3. 선택적 병합인지 여부 먼저 이 사안의 병합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에 대하여 살핀다. 선택적 병합이란 하나의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의 청구권이 성립하는 경우, 즉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성립하고, 당연한 귀결로 그 청구들은 양립가능하고 청구취지는 하나이다. 동일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한 손해금 청구를 불법행위와 계약불이행의 두 가지 손해배상청구권에 기하여 구하는 경우 또는 불법행위와 부당이득으로 구하는 경우 등이 좋은 예이다. 선택적 청구는 모두 실체법상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복수로 성립하는 것이라는 점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선택적 병합에서는 하나의 청구권이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소멸하게 되면 나머지 청구권 역시 그와 동시에 목적달성을 이유로 함께 소멸한다. 양립하는 복수의 청구권 중 하나의 청구권이 변제됨으로써 다른 청구권도 소멸한다면 그 양 청구는 선택적 병합이고, 그렇지 않다면 선택적 병합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 소비대차 상의 대여금 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사이에는 이러한 실체법상의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선택적 병합이 아니다. 설령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달리 설정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계약에 기하여 성립하는 대여금청구권이 변제된다고 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거나 반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변제된다고 하여 대여금 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음금채권과 원인채권의 경우에도 예비적 병합으로 보는 실무경향과는 달리, 함께 존재하다가 하나의 권리에 대한 변제로 다른 권리도 함께 소멸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야 한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2014, 681면 참조). 4. 예비적 병합인지 여부 예비적 병합이란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청구를 심판의 순서를 붙여 병합하여 청구하는 것을 말하며, 각 청구 사이에 논리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청구의 양립 여부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선택적 병합 또는 단순 병합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 주위적으로 소비대차 계약에 의하여 대주가 차주에게 교부한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그 금원의 교부로 손해를 입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안에서, 계약상 의무의 이행으로 이루어진, 법률상 정당한 급부의 원인이 존재하는 금원의 교부가, 동시에 그 금원의 급부자에게 위법하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자는 그 행위를 법이 요구하는 적법한 것이고, 후자는 그 행위를 법이 허용하지 않는 위법한 것으로서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질서에 따른 적법한 금원의 교부가 불법행위의 손해를 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사안에서의 병합 형태는 그 성질상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유사한 사례로서, 소비대차 상의 대여금 청구와 소비대차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부당이득 반환청구도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같은 책, 같은 면 참조). 복수의 청구가 양립가능하면서 청구권 경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단순 병합이다. 5. 결론 복수의 권리관계가 실체법상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가 파악된다면 소송상 청구 병합의 모습은 바로 결정된다. 청구권 경합 관계가 인정되면 선택적 병합이고, 그 밖의 경우에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다면 예비적 병합이며, 그 이외의 경우가 단순 병합에 해당한다. 청구 병합의 형태는 소송법이 아니라 실체법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서 병합 형태를 구별하는 것은 아마도 실무상 가장 미묘한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언제나 선택적 병합과 예비적 병합은 하나의 청구만이 원고승소가 가능한 공통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이 사안에서는 병합된 청구의 청구취지가 같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청구취지가 같은 것은 선택적 병합에서는 논리적으로 항상 그러하지만 예비적 병합에서는 획일적이지 않다. 검토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의 사안은 선택적 병합이 아니라 원심의 판단과 같이 예비적 병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상으로 추단되는 사안의 내용 및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정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감안하여 원심파기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주위적 청구 기각, 예비적 청구인용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예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항소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는 통설과 판례에 관하여 보건대, (1) 청구 병합 중 모순저촉 회피라고 하는 병합 제도의 취지는 선택적 병합보다도 예비적 병합에 있어서 그 의미가 가장 크다는 점, (2) 당사자마저 다른 주관적 예비적 병합에 있어서도 같은 사안에서 예비적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에도 원고가 항소하지 아니한 주위적 피고에 대한 청구 부분도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되는 점(같은 책, 734면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선택적 병합뿐만 아니라 예비적 병합의 경우에도 함께 이심된 모든 청구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편 병합의 형태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항소심에서의 심판범위도 그러한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를 다룬 판례평석이 있다(전병서, 법률신문 2014. 8. 18.자 11면) 6. 여론 실체법리상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청구에 관하여 원고가 부당한 주장을 하면서 양립가능한 형태로 청구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청구가 모두 원고승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불가능함이 명백하지만 이는 본안심리 이후의 실체판단의 문제일 뿐이므로, 단순 병합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법리상 하나의 청구권이 변제됨으로써 나머지 청구권이 함께 소멸하지는 아니하므로, 선택적 병합이 성립될 여지는 없다.
2014-11-24
인터넷 실명제 위헌결정에 대한 평석 및 입법평론
I. 서론 기본권의 실현과 보장을 국가의 존재이유로 인식하고, 민주주의의 구현을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제도화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또한, 자유민주국가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의 확산 및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진 반면에, 익명성과 불특정 다수에게의 대량전달가능성 등의 인터넷의 특성으로 인하여 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 불법정보유통 등의 역기능도 증가하였다. 문제는 인터넷에서의 역기능을 차단하면서도,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이다. 이러한 과제는 우선 법령의 입법을 통해서, 그리고 판결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지난 8월 23일에 내려진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의 유형과 용어가 다양하고, 우리나라의 인터넷실명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용어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본질에 더 가까운 표현이지만, 이글에서는 대중적인 용어인 인터넷실명제를 사용하기로 한다. II. 판례평석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전통적으로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그리고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는 점은 이전의 헌재 결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적 기초 하에 헌재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2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주로 검토하였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우선 동 규정의 본인확인제가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을 방지하고 인터넷게시판을 책임 있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합한 수단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형사법 및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재수단이 마련되어 있고, 불법정보 등 게시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본인확인제 이외의 여러 규제조항들의 엄정한 집행을 통하여 불법정보 등 게시의 단속 및 처벌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시행 이후에 입법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에, 본인확인제가 초래하는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지만,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게시판운영자에 해당하는 인터넷언론사인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앞서 헌재는 선거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면서, 실명확인은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을 차단하여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후보자비방죄 등을 통한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실질적 권리구제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과 실명확인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한 점 등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선거의 공정과 평온의 훼손 및 소수인에 의한 여론 왜곡 등의 폐해 방지라는 공익이, 인터넷언론사 이용자가 실명확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주저함 등 사익의 비중보다 더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결국 공직선거법에서의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법에서의 본인확인제와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재 결정을 비교하여 보면, 선거라는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가 사적영역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제한을 받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비판의 자유'나 '반대의 자유'조차도 엄격히 보장되어야 할 공공영역 특히 선거에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형성을 방해하며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제하여 오히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달성에 장애"(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 반대의견 중)가 있어서는 안된다. 공공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반대로 사적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은 타인을 괴롭히고 모욕하며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입법당시의 상황을 보면 무분별한 악플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사례가 많았고 자살을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이 인터넷실명제의 입법동기가 되었다. 사적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타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 것이다. 익명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공공영역에서는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하고, 사적 영역에서는 기본권충돌의 법리에 보다 착안해야 한다. III. 입법평론 인터넷실명제를 구체화 하고 있는 법률은 정보통신망법과 공직선거법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부문의 인터넷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후자가 먼저 도입되었는데, 선거분야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4년 3월 12일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에게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서 실명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적인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 1월 26일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을 받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에 따르면,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위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들을 살펴보면 자율규제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본인확인제와 같은 게시판 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점을 보면,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를 그대로 방임하자는 의견은 상식적이지 않다. 다만,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의 규제방식이 법령에 의한 타율적 규제냐 인터넷커뮤니티 자율에 의한 자율적 규제냐의 차이 및 사후적 처벌이냐 사전적 억제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율규제가 자유와 권리의 존중 및 민주주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하고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홍완식,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안의 입법원칙에 따른 검토, 토지공법연구, 제31집, 2006), 우리의 입법자인 국회는 공직선거법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사전적·타율적인 규제방식을 택하였다. 방통위에 의해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는 웹사이트는 2007년에 35개, 2008년에 37개, 2009년에 153개, 2010년에 167개, 2011년에 146개, 2012년에 131개나 되었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되지 않은 동 규정 1호의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인터넷게시판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의 제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규정이고,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실명제도 선거의 공정에 치중한 나머지 선거의 자유를 억제하는 규정(홍완식, 선거법의 지향점으로서의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의 자유, 법연, 한국법제연구원, 2012. 4. 20쪽)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의 위헌결정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에 관한 정보통신망법상의 기타 규정 및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규정의 비대칭성 내지 비체계성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진영의 입법의지가 일치할지 및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 결정 직후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실명제 폐지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되었지만, '법안제출권'은 없고 '입법의견제출권'만 있는 선관위의 의지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입법평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명해 볼 수도 있다. 비교법적 관점, 기본권의 보호라는 관점, 비용과 편익이라는 관점, 인터넷문화라는 관점, 공적·사적 영역별 효과의 관점 등에서 입법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IV. 결론 인터넷실명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설득력있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법리와 인터넷 현실감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조소영, 인터넷실명제의 의의와 한계, 언론과 법, 제10권 2호, 2011, 65쪽)이다. 사이버공간이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과 당위를 혼동할 수는 없다. 법률을 통하여 익명성의 폐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의 특징이 익명성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의 발생을 눈감을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익명성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익명성의 역기능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를 지닌 기관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입법자인 국회이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익명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적 당위에는 보다 가깝게 접근하였으나, 현실에서의 익명표현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이나 사회적 문제는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절실하다. 또한 공직선거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다른 규정에 있는 인터넷실명제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향후 자율규제방식을 합의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이고, 인터넷실명제 관련 법률의 정비를 포함한 법령개정작업은 입법자의 과제이다.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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